사실 열심히 슈퍼스타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쿠쿠가 스미레에 대해 꾸준하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눈에 뻔히 보였음.
(여기서조차 스미레는 맨 뒤임...카스를 위한 개그였을 의도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쿠쿠는 왜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 알다시피 쿠쿠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심성이 착한 아이임. 실패하면 안되는 상황에서 혼자 노력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자신을 비하하며 우는 카논을 달래주고, 절박한 상황에서도 치사토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하지만 스미레에 대해서는 왜 그리 박하게 굴었던 것일까.
사실 이러한 분석글을 쓴 본인조차 “아 쿠쿠스미 결국 사귈줄 알았다 아 ㅋㅋㅋㅋㅋ 결국 저리 되네”라고 할 정도로 쿠쿠에 대한 스미레의 악감정을 그냥 츤츤거림과 투닥거림 정도로 감상하며 넘겼음. 그런데 다른 애니를 주로 파는 친구가 슈퍼스타를 보더니 “와 쿠쿠 왜저럼? 스미레가 진짜 보살이다 보살.”이라고 하는 걸 보고 엉? 뭐지? 그 정도였나? 하는 생각이 들며 다시 슈퍼스타를 정주행 함.
그러니깐 보이긴 하더라. 좀 지나칠 정도의 쿠쿠의 스미레에 대한 악감정이. 그런데 이 악의의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스미레가 스쿨아이돌을 무시해서?
사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함
대표적으로 대놓고 스쿨아이돌을 무시한 분이 원로로 계시니까. 하지만 그 당시 스쿨아이돌에 누구보다 진심이던 니코는 에리에 대한 악감정을 표출하지는 않았음. 물론 이 외에 스쿨아이돌을 대놓고 무시한 사람은 시리즈 전체를 뜯어봐도 거의 없긴 함. 물론 스쿨아이돌 활동을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경우는 제법 있었지만...
이분들이 거부한 건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 거부한 이유로 러브라이브 애니 역사상 역대급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이분이 반대한 것 역시,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모두의 카가야키를 방해한다고 생각해서 자신을 희생하고 나머지가 자신이 원하는 스쿨아이들을 하길 바랐던 것뿐이었으니 역시나 예외임
이분은... 솔직히 리에라 애니의 렌 에피 풀어내기가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엉성했기 때문에 이해가 잘 가진 않지만, 어쨌든 러브라이브 자체를 무시하거나 싫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함. 어머니가 스쿨아이돌을 해서 불행했었던 것 같아, 가 이유였으니까. 즉 어머니가 아이돌을 하며 행복했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바로 생각이 바뀌었음.
그럼 여기서 위의 빌런(?)들과 스미레의 차이는 뭘까. 사실 간단함. 스미레는 대놓고 러브라이브를 ‘개무시’했음. 이건 작품 내 스쿨아이돌은 물론이고 럽덕들에겐 굉장한 금기를 깬 셈이야
럽덕들이 리아를 가지고 “ㅋㅋㅋㅋㅋ아소비쟈나이” “장난이 아니야” “엌ㅋㅋㅋㅋㅋ” 거리며 놀려대긴 하지만 누군가가 러브라이브를 대놓고, 합당한 이유나 논리 없이 그냥 무턱대고 개무시한다면 굉장히 기분나빠할 것은 분명함.
심지어 그냥 무시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자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서 ‘뭐 이정도 수준이면 난 센터 걍 먹을 듯 ㅋ’ 하고 들어왔다가 정작 센터를 못하자 걍 탈주해버림
옆동네에서도 저거 하나로 저 캐릭터는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까이고 있음. 저짝 동네 뿐만 아니라 걍 엔간한 덕질 하는 사람이면 아 저거 알지 저거 완전 스레기잖아 ㅇㅇ; 할 정도로 두고두고 까이고 있을 정도니깐
물론 카논은 자기 일은 제쳐두고 남의 일이 되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스미레를 직접 찾아가 사연을 들었고, 아 뭐 이런 이유면 그럴만도 하네...나도 좀 공감은 간다 나도 음악과 떨어지기도 했는데 그 심정 알지 ㅇㅇ; 하고 납득함
하지만 쿠쿠는 당연히 납득 불가. 얘는 러브라이브 하나 하겠다고 천 킬로미터 떨어진 타국으로 날아올 정도로 스쿨아이돌에 진심임. 어느 정도냐면 얘는 아이돌이지만 동시에 스쿨아이돌 팬덤과 제작진을 형상화한 페르소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이돌인 동시에 팬인 캐릭터는 니코나 하나요가 있긴 한데, 쿠쿠는 니코나 하나요보다 그 정도가 더 강력함.
카요찡은 처음에 “에엑 내가 어떻게 감히 스쿨아이돌을!”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이돌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했고, 니코는 반대로 “난 아이돌을 꼭 해야만 한다 이거 안하면 난 진짜 뒤가 없다. 해야한다면 난 아라이즈도 박살냄!!” 할 정도로 아이돌에 대한 의지가 팬심을 넘어섰음.
근데 쿠쿠는 러브라이브 그 자체에 대한 팬심이 매우 강한데, 그렇기 때문에 난 스쿨아이돌을 한다는 두 감정이 최고의 상태로 공존하는 기묘한 상태임. 사실 그렇기에 이러한 쿠쿠의 상태를 2기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너무 궁금함.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하는 바임.
여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뭐 물론 천 정도가 아니라 수천 키로 떨어진 곳에서 온 이 분도 계시지만, 엠마는 인격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거의 완성형 스쿨아이돌이라 좀 쿠쿠와는 궤가 다르고. 얼마나 완벽하면 개인 에피도 개인적인 고민이 아니라 타인을 도와주는 것으로 자신을 보여줄 정도로 완성된 스쿨아이돌이니까.
개인적으로 역대 스쿨아이돌 캐릭터 중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스쿨아이돌로 생각되는 첫 번째가 엠마고 두 번째가 미야시타인데,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좀 다뤄보겠습니다.(미야시타가 두 번째인건 아주 작은 티끌같은 미야시타의 부족함을 채워준 것 조차 엠마임. 결국 그 미야시타보다도 완성된 것이 엠마라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임)
여튼 이런 쿠쿠인데, 그 앞에서 대놓고 “아 스쿨아이돌 그거 별것도 아닌 거 같아서 내 신분상승 수단으로 좀 써먹으려 했는데 좀 일이 안 풀리네;; 에이 야메루 ㅎㅎ” 라고 했으면 이건 단순한 태세전환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건 목표이자 가장 소중한 것을 대놓고 모독한 것임
쿠쿠 입장에서는 이렇게 응징해도 할 말이 없다는 거지...
뭐 물론 스미레는 “사실 이 것을 통해 조금이나마 승리감을 맛보고 무너질 대로 무너져 무기력해진 내 자신이 조금이나마 구원받을지도 몰라” 라는 심정이었지만, 비슷한 경험을 해본 카논과 달리 쿠쿠는 그러한 경험을 해 본적이 없으니 그것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조차 않았음. 적어도 10화 전 까지는.
저 모든 것을 지켜본 것은 치사토도 있지만, 얘는 자신이 엄연한 조력자 부외자 포지션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상태였고 모든 포커스가 카논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카논이 납득했기 때문에 ‘뭐 카논쟝이 그렇게 생각하고 이해한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끝. 거기다 치사토는 카논의 좌절과 실패를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비슷한 좌절감을 겪는 스미레에 대해 좀 더 이해가 잘 되었을 수도 있고.
앞에서 말했듯 이러한 쿠쿠가 스미레를 싫어하는 점에 대해서 ‘뭐 좀 심하긴 한데 그럴만 한 듯?’과 ‘아니 그래도 저건 너무 심하잖아’로 럽덕들끼리도 의견이 갈린다는 거. 이건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저 물건너에서도 의견이 갈리더라. 너무 심했다vs그럴만 하다 로 ㅇㅇ...
물론 모든 표본을 다 볼 수 있던 것도 아니고, 모든 반응을 다 파악할 수 있던 것도 아니고, 그러한 반응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당연히 다 알 수 없음. 하지만 지켜본 바로는 대충
‘러브라이브’ 그 자체에 가치를 두고 캐릭터 위주로 감상을 하여 쿠쿠에 감정 이입을 했을 경우 = 이해함
스토리적인 측면에 집중해서 감상해서 리에라 시리즈를 개별적인 이야기로 감상을 하고 있었을 경우 = 심하다고 생각함
정도로 정리가 되었음.
쿠쿠가 말했듯 쿠쿠는 단순한 동정심이나 동료애의 입장에서 스미레를 인정한 것이 아님.
1. 스미레는 쿠쿠가 감탄할 정도로 센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함(러브라이브를 무시하지 않음)
2. 스미레는 센터의 역할이 자신에게 너무 무겁고 그 막중함을 알기 때문에 도망친 것(전과 달리 무시해서 도망간 것이 아님)
이처럼 스미레 합류 전의 도망침과 달리, 이번 도망침은 러브라이브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기에 행한 도망침이기 때문에 쿠쿠는 오히려 강하게 납득을 한 것임.
결국 이러한 스미레에 대한 쿠쿠의 악감정은 스미레가 진심으로 스쿨아이돌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사라질 수 있었던 것.
사실 이건 좀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럽덕들도 스미레가 실은 노력형 캐릭터이고 러브라이브 특성상 무조건 함께 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특정 캐릭터를 까는 것에 익숙치 않기에 스미레를 이해한 것이지 그런 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면 마찬가지로 스미레를 디스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음
그럼 다음에 또 다른 리뷰(아마 엠마에 대한 것)을 쓸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