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돌아온 물갤의 요리대회
대회 조건은 뭔가 괴생명체가 나오는 음식
타이틀이 세츠나상인 만큼 뭔가 세츠나와 관련된걸 만들어볼까 생각해봤는데
세츠나 케이크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3407158
세츠나 케이크는 재작년 세츠나 생일에 만들었었고
뭔가 대놓고 괴식을 만들까 하니까
리아도 좋아하는 오이 머핀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3440090
세이라씨도 좋아하는 브로콜리 케이크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3445018
뭔가 이상한것도 이전에 만들었어서 신선함이 없는듯 했음
그래서 뭔가 더 고등적이고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볼까 고민하던 중
뭔가 번뜩 뇌리를 스쳐지나감
코로나로 인해 마음의 고향인 누마즈에 가지 못하는 사이버실향민 물붕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누마즈의 특산물을 주제로 요리를 해보자 !
이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누마즈는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맑고 깊은 스루가만의 바다에서 나오는 해산물과 아시타카산과 이즈반도의 농산물이 유명한데
대표적 하나씩 뽑으면 스루가의 전갱이, 아시타카의 차, 니시우라의 감귤이 누마즈의 대표적인 특산품인듯함
아쿠아와의 콜라보로도 유명한 이 누마즈의 특산품들을
어떻게 융합해서 담아내면 좋을까 긴시간 연구한 끝에
드디어 해가지지 않는 나라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갖은 재료를 넣어 구워낸 파이는 완벽한 원을 그리고 있어 완전식품에 가깝고
특히 파이의 고장인 영국에는 어류를 사용한 파이인 이름도 멋진 스타게이저 파이가 존재하여
똑같이 어류를 사용하는 누마즈 파이에 큰 참고가 될 수 있었음
서론이 너무 길었다 그럼 이제 누마즈의 특산품을 담아낸 누마즈 파이 재료를 사러가보자
동네 자그마한 어물전에선 전갱이는 정말 가끔 들어오는 물건이라
전갱이를 구하러 아침 일찍 수산시장인 갸락시장에 감
선어는 구시장 쪽이 더 많고 방문한 날인 크리스마스 당일은 경매가 없지만 전날 경매한 물건이 있을터
거기다가 이 날은 영하 15도의 강추위로 노상에 널려있는 생선들도 선도가 잘 유지되어 요리하기 최적의 상태일것임
먼저 아침에만 열리는 간이시장 쪽으로 가서 전갱이를 물어보고 다녔는데 큰 문제가 생겼다
전갱이가 없다
며칠 전에만 해도 동네 생선가게에도 쌓여있던 전갱이가 한마리도 없음
그래서 도매에 물어보니까 아예 경매에 들오지도 않았덴다
그래서 경매 조회해보니까 진짜 20일 이전까지 잘 들어오던 전갱이가 20일을 마지막으로 가락시장에는 단 한건도 없음
상하면 처리하기 귀찮아서 쓸양만 사려고 인터넷 주문 안한게 화근임
벌써부터 위기에 봉착한 누마즈파이
그래서 일단 가락시장을 떠나 수산시장 단일로는 서울 최대의 규모인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전갱이를 찾아 떠남
ㅌㅌ
노량진시장은 처음 와보는데 깨끗한 신식 건물 한동으로 시장이 구성되어있어 정돈된 모습임
그렇다면 노량진에는 전갱이가 있을까?
그렇다 노량진에도 전갱이는 없었다
노량진을 다뒤지고 여기에 없으면 시장에 없는거다 라는 집을 소개받아 갔는데 전갱이는 없었음
그래도 전갱이 찾는 사람 처음 본다며 조금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날씨가 추워져서 전갱이 자체가 안들어온다고...
전갱이는 들어올때 많이 들어오다 안들어올땐 안들어온다함
이젠 낚시 밖에 방법이 없지만 낚시는 할줄 모르고 시간도 없어서
결국 전갱이는 못구한거로 대신 고등어 싱싱하길래 고등어 사서 집에서 조려먹음
그래서 대안을 찾던 중
사실 전갱이는 지방이 많아 빨리 부패하여 보통 가공해서 판매함
실제로 누마즈에선 전갱이 자체도 특산품이지만 가공해서 건어물로 파는 아지 히모노가 정말정말 유명함
그렇다 답은 누마즈의 특산물인 건어물이다
그래서 열기(뽈락) 말린거랑 성대 말린거 조금 삼
날씨 추워서 그런지 상태도 아주 좋음 이제보니까 열기가 약간 누마즈 특산품인 금눈돔 닮은 것 같기도함
한국에서 열기 불뽈락 등등으로 불리는 메바루는 누마즈에서 건어물로 절찬리에 팔리는 물건으로
누마즈에서도 특히 우치우라에서 잘 잡히는 물고기 이기도 함
그리고 한국에서 성대로 불리는 호우보우 역시 누마즈에서 잘 잡히는 생선으로
일본에서는 건어물로도 많이 해먹고 맛이 있어서 굉장히 고급 생선임
근데 한국에서는 별로 안유명함
요렇게 생김
아무튼 전갱이는 못구했지만 누마즈에서 나는 생선들로 준비해봤음
그럼 이제 재료 준비가 끝났으니까 작업을 시작해보자
--- 반죽 제조 ---
가장 먼저 파이에서 비린내가 나면 안되기 때문에
얼어있는 생선을 잘 씻어서 식초 탄 물에 담궈둠
담궈두고 다른 작업 시작하면 그거 끝날때 쯤 잘 녹아 있음
소금 설탕 계량
소금이 집에 저거 밖에 없더라 녹는데 한참 걸리니까
꼭 알갱이가 작은 소금을 써보아요 맛소금은 안돼
파이팬도 잘 씻어서 미리 바닥에 유지를 발라둬야됨
안바르면 나중에 다 늘어붙음
물은 꼭 찬물로
박력분 가루를 체로 작업대에 바로 쳐주고
유지를 올려서 판떼기로 썰어주면서 반죽해주면 알갱이가 이정도 되는데
여기에 아까 소금 설탕 섞은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똑같이 다지면서 반죽하다가 뭉쳐줌
실내온도가 추우면 유지가 잘 안섞이니까 렌지에 돌려서 살짝 녹혀 써도 됨
반죽 완성 벌써부터 맛있어보인다
반죽은 비닐에 넣어서 밀대로 잘 펴고 냉장고에 30분 정도 넣어서 휴지 시켜두면 됨
밀대에 곰팡이펴서 버리고 잘 씻은 와인병으로 밀어핌
이제 반죽이 쉴동안 충전물을 만들어야됨
--- 충전물 제조 ---
누마즈의 특산품 넘버원 귤을 준비하자 !
껍데기를 다 까서 귤은 잘 둠
전분 설탕 소금도 준비하고
누마즈의 특산품 넘버투 녹차도 준비해줌
녹차는 올 초에 다이아 푸딩 만들고 남은거 재활용
둘다 누마즈의 대리인 제주도에서 온 물건들
냄비에 넣고 보글보글 저어주면서 끓여줌
대충 꾸덕꾸덕해지면 다 된거임
벌써부터 향긋한 녹차향이 올라와서 맛있어보인다
다 만들어진 충전물은 어따가 잘 두고
이쯤 되면 휴지가 다 되었을테니 반죽을 꺼내서 계량을 하고 1/3으로 쪼개줌
마루마루하게 만들어서 돌려가며 살살 밀대로 밀어
대충 일정한 두께로 크게 잘 밀어주고
파이 그릇을 엎어서 크기를 맞춰보자
크기가 잘 맞으면 파이그릇에 공기구멍 없게 잘 눌러주고 튀어나온 부분을 스크래퍼로 잘 정리해줌
바닥에 포크로 찍는것도 잊지마 !
안찍으면 나중에 반죽 들뜸
누마즈의 특산물 넘버쓰리 히모노 건어물도 꺼내서 물기 잘닦아 두고 둠
이제 파이 그릇에 충전물을 잘 채워주면 된다
충전물이 원래 생각하던 색은 아닌데 우유가 아니고 생크림을 넣었어야 했나
그래도 녹차향과 귤향이 솔솔 나서 맛있을거 같음
그러면 아까 잘라둔 반죽 덩어리 하나를 가져와서 똑같이 밀어펴주고 이번에는
히모노가 나올 구멍을 뚫어서 잘 덮어줌
그러고 똑같이 반죽 튀어나온데는 스크래퍼로 정리
원본 스타게이저 파이에는 별 모양을 올리는듯 하지만
누마즈파이니까 누마즈 문양을 남는 반죽으로 만들고 테두리 모양도 살짝 내줬음
위에 색이 이쁘게 나와야하니까 계란물도 꼼꼼하게 칠해줘야됨
이제 굽기만 하면 된다 오븐에 185도 45분 !
그사이 설거지를 해도 되고 딴짓하다보면 금방 됨
위에 구움색 올라온거 봐가면서 구워주다가 색이 잘 올라오면 오븐에서 꺼내면 됨 !
엄청 뜨거우니 조심조심 장갑끼고 꺼내자
얼마전에 오븐에서 과자 꺼내다가 철판에 팔 데여서 개아픔
~~~ 완성 ~~~
와 !! 너무 맛있겠다 !!!
솔솔 올라오는 녹차와 귤 그리고 건어물의 향기 누마즈의 총집합체다
그리고 위에 누마즈 문양 장식도 이쁘게 잘 나왔음
딱하나 옥의 티는 뽈락이 익으면서 오그라 들었는데 위에 반죽을 건드려서 조금 터졌음 그것만 빼면 아주 잘 나옴
치엥아 누마즈파이야 너무 맛있겠지 ?
치엥 ?
처참한 사고 현장
파이팬에서 떼서 그릇으로 옮기다가 옆구리가 터져버림
일단 먹어보자
충전물은 익히니까 블가놈들이 좋아할만한 색인데
의외로 파이랑 먹으니까 나쁘지 않음
약간 쌉쌀한게 녹차맛이 강하고 귤향도 쎄게 치고 들어옴
쌉쌀해요
치엥아 이게 뽈락살이야 먹어봐 맛있어
생선살은 녹차와 귤이 비린내를 다 잡아주고
촉촉하게 파이에서 살짝 쪄진 느낌이라 정말 맛있었음
약간 미트로프 식으로 촉촉하게 유지된 느낌
근데 색은 별로라서 모자이크
혹시 궁금한 사람 있을까봐 딱 한번만 보여줌
별로 먹고싶은 비주얼은 아니지만
그렇게 나쁜건 아님
아침도 거르고 이거만 만드느라 배고파서 생선은 금방 해치웠음
열기랑 성대는 진짜 맛있다
생선 다 먹고 못먹는 등뼈랑 머리는 치우고 이제 남은건 충전물
일단 파이부분과 건어물은 다 먹음
파이는 집에 있던 고기 구울 때 쓰는 고급버터를 몽창 넣었더니 굉장히 맛이 좋았음
그러나 이 충전물의 쌉쌀한 맛은 파이가 사라지니까 조금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 파이에 들어간 녹차와 귤껍질의 희생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 대회 조건은 완식
이건 엄연히 요리인 만큼 끝까지 다 먹어야됨
조금씩 퍼먹으면서 기억하자 요리로 인해 희생된 녹차잎의 생명 ! 귤껍질의 생명 !
치엥이랑 나눠먹으니까 금방 거의 다 먹었다
이제 한입만 남음
겨우겨우 다먹음
완식 성공!
녹차와 귤의 쌉쌀함이 입에서 멈추지 않는다
영수증 인증 버터 밀가루 설탕 녹차 등등은 집에 있던거 썼고
산건 전분이랑 물고기 뿐
물고기는 그냥 먹을 딴거랑 같이 사서 영수증은 만원인데 건어물만 하면 5천원임
정리하면 영국 왕실 요리란 이런 맛인가 싶었음
귤향과 녹차향이 너무 강해서 조금 역했음 물붕이들이 만들 때는 귤껍질과 녹차량을 줄이면 맛있어질듯함
생선은 의외로 맛있음 촉촉한 찜처럼 됨 잡내도 잘 잡힘
누마즈시에 특산물 요리로 강력 추천하는 바임
요리대회 우승가능 ?
설거지 하자 !
파이는 설거지 하기 귀찮아서 그릇을 과자로 만든거라는데
설거지 할게 왜이리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