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번역/창작 ss 번역) 모호한 행방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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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415636
  • 2021-12-11 14:53:55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6433552

치이카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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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냈습니다! 당첨 됐어요 여러분!」

 컴퓨터 앞에서 쿠쿠가 큰 소리를 질렀다.

「으앗, 느닷없이 소리 지르지 좀 마. 하여간 시끄럽다니까……」

「시끄러워요 모래무지벌레! 그것보다 요전에 응모한 이벤트에 당첨됐습니다!」

「모래무지벌레라고 하지 마! 그리고 시끄러운 건 너잖아!」

 계속 물고 늘어지는 스미레를 무시하고 쿠쿠는 기쁜 듯이 노트북을 들어 보였다. 그 화면에는 글자 그대로 당선 알림이 떠 있다.

「아, 지난달 응모했던 이벤트군요. 경쟁률이 높다고 들었는데 안심이 되네요」

「후후후, 이것도 Liella!의 실적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죠 렌렌! 또 열심히 응모용 PR영상을 촬영한 보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는 렌렌이--」

「그, 그 일은 잊어주세요!」

 기쁜 소식에 부실 안은 떠들썩한 분위기가 되었다.

「좋아, 그럼 이벤트를 위해 열심히 연습 해야겠네! 곡은 어떻게 해? 무슨 조건 있어?」

 내가 묻자, 쿠쿠는 컴퓨터 화면을 조작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음, 여기 참가 요항 중에……」

 모두 쿠쿠의 컴퓨터를 들여다본다.
 그곳에 표시되어 있는 요항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그러니까…… 신곡일 필요는 없지만…… 연애에 관한 노래, 일 것……」

 치이 쨩이 말한 뒤, 조금 미묘한 분위기가 부실에 흘렀다.
 스미레가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다시 말해, 러브송이라는 거?」

「으으으……. 물론 아이돌에게 있어서 러브송은 빠뜨릴 수 없는 것이지만……」

「이번 건 잡지 출판사가 주최하는 이벤트랬지? 아마 그래서일까」

「신곡일 필요가 없다는 점은 저희에겐 별로 관련이 없어요.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건……」

 이렇게 말하며 렌 쨩은 이쪽을 보았다. 다른 3명도 따라하듯 시선을 내 쪽으로 돌린다.

「……응. 만들어야겠지, 러브송……」

 나는 그 단어의 의미를 되새기듯 말했다.

 다시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
 미적지근한 침묵을 깬 것은 또다시 스미레 쨩이었다.

「……카논. 너 쓸 수 있어? 러브송 가사……」

 이럴 때 거침없이 말을 꺼내는 스미레의 성격은 고맙다. 고맙지만.

「……자신 없습니다……」

「그렇지」

「그렇죠」

「그렇겠지요」

「그치-」

「뭐야!」

 물론 자신은 없지만, 이 정도로 짜고 한 듯이 일제히 말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애초에 너희는 어떤데? 사랑 노래 쓸 자신 있어?」

 내가 반박하자 모두 일제히 외면한다.
 뭐, 만약 여기서 자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조금 충격이었을 테니 그건 다행이지만.

「……그럼 모두 같은 수준인 것으로, 평소에 가사를 쓰고 있는 카논 씨에게 맡기는 것으로 괜찮겠지요?」

「찬성이라면 찬성이야」

「이의 없어요!」

 렌의 제안에 스미레와 쿠쿠는 곧바로 찬동했다. 이건 좋지 않아.
 나는 도움을 구하기 위해 치이 쨩을 쳐다봤다.
 그러자 치이 쨩은 내 의도를 헤아렸는지 면목 없는 미소를 지었다.

「미안, 난 카논 쨩이 쓴 러브송이 보고 싶어」











「하아~…………」

 집 안 카페에서 한숨을 쉬며 작사 노트를 마주한다.
 10분가량 노트와 눈싸움을 계속했지만 여전히 하얗기만 했다.

「카논 쨩, 억지로 떠맡기는 모양새가 되어서 미안해」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부드러운 말이 들려온다.
 우리 집에 와서 만마루와 놀고 있던 치이 쨩이 어느새 옆에 와 있었다.

「아니야, 그건 괜찮은데…… 어렵네, 러브송이란 거」

 다른 아이돌의 러브송을 듣거나 연애만화를 쭉 읽어보거나.
 생각나는 것들을 이것저것 시험해 보고는 있지만, 좀처럼 감이 오는 것은 얻을 수 없었다.
 그저 시간만 지나가고, 새하얀 공책이 나를 몰아세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천천히 생각하자? 나도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으면 알려 줄게」

「우으, 치이 쨩 고마워……」



 그 뒤로 30분 정도 머리를 짜내 봤지만 결국 떠오르는 말이 없다.
 옆에서 댄스 포메이션을 생각해 노트에 적어두고 있는 치이 쨩과는 대조적이다.
 그것에 약간 초조함을 느끼기도 했다.

「……아-! 안 되겠어-!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아-!」

 치이 쨩은 쓴웃음을 지으며 노트를 닫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하하…… 상당한 고행길이 되겠네」

 다정한 치이 쨩의 손놀림에 조금 두근거리며 나는 턱을 괴었다.
 푸념하듯 나는 말한다.

「하아-. 뭔가 그런 경험이 있으면 다를까……. 치이 쨩은 없지? 누구하고 사귀었다거나 키스했다거나 그런 거」

「응? 아아, 키스라면 있어」

「그치-」

 나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그 직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치이 쨩이 방금 한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내 생각으로는 「그런 거 없어」라고 치이 쨩이 웃어넘기면서 이 대화는 끝나는 것이었다.
 그 이외의 대답은 상정하고 있지 않았고,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나의 머리는 「그치-」 같은 대답을 입에서 뱉어냈다.

 뭐? 치이 쨩이? 치이, 쨩이.

「……치, 치이 쨩」

 목소리가 떨린다.

「누구하고, 키스, 한 적…… 이, 있어?」

 어떻게든 말을 꺼낸 것만으로도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내 머릿속은 그야말로 폭풍으로, 이성과 감정, 그 밖의 여러 가지 것들이 뒤범벅이 되어 영문을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어? ……아-」

 내 질문을 들은 치이 쨩은 뭔가를 헤아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응. 좋아하는 사람이랑, 키스해 본 적 있어」





 그 뒤의 일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치이 쨩이 돌아가고 나도 내 방으로 돌아가서. 침대에 쓰러져 멍하니 있다가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침대에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분명 그런 까닭이겠지.
 밖은 이미 캄캄하다. 내 마음속도 캄캄하고, 아까의 폭풍은 어디론가 사라져, 단지 캄캄한 바다가 평온하게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치이 쨩이, 누군가와 키스를 한 적이 있다.

 그것을 인식하자, 가슴 깊은 곳이 몹시 아픈 것을 느꼈다.

 내 머릿속에 치이 쨩이 누군가와 손을 잡고 걷고 있는 영상이 떠올랐다.
 내가 본 적 없는 표정으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침내 둘은 입을 맞춘다.
 치이 쨩은 수줍게 웃은 뒤 그 상대와 서로 껴안았다.

 전부 그저 상상이다.
 그런데 왜 떠올린 것만으로도 이렇게 동요하는 걸까,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걸까.



 ----아니, 이제 그만하자.

 사실은 다 알고 있다.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다.
 모른 척, 눈치채지 못한 척 했을 뿐이다.

 나는, 치이 쨩을 좋아해.
 친구로서 같은 게 아니라 연애적인 의미로.

 착한 곳, 멋있는 곳, 귀여운 곳.
 동그란 것에 사족을 못 쓰는 곳, 내 곁에 언제나 있어준 곳.

 이유를 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만, 아무튼 나는 치이 쨩이 너무 좋아서 견딜 수 없다.

 그래서 치이 쨩이 내가 모르는 누군가와 키스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내 세계는 캄캄해져 버렸다.

 그리고 그때, 내가 치이 쨩에게 키스한 적 있냐고 물어봤을 때.
 치이 쨩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있어」라고 말했다. 나에게 신경 쓰거나 그런 내색은 아예 없이.
 그 말인 즉, 내가 알게 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다시 말해, 나는 그런 대상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는 것으로----

 마음속이 검고 질척질척한 것으로 채워져 간다.
 코 안쪽이 찡하고 뜨거워지고, 가슴의 통증은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자업자득이다.
 쭉 함께 있었으니까, 마음을 전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내 마음을 못 본 척하며 그냥 소꿉친구로서 치이 쨩의 옆에 있기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하고, 매우 한심하다. 무서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둘이서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
 만약 내가 마음을 전했다가 거절당한다면. 그런 것을 생각하고, 무서워했다.
 지금까지와 같은 가깝고 편안한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몹시 두려웠다. 나는, 너무나 약하다.

 치이 쨩은 강하다. 이런 연약하고 한심한 나를 돌아볼 리 없는 것은 분명 당연한 일일 것이다.

 눈시울의 열이 넘쳐흐르는 듯한 감각. 목구멍 깊은 곳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커다란 감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세상의 실연을 겪은 사람들은 모두 이 어두운 세상을 어떻게 빠져나왔을까.



 ----아, 그렇지.

 나는 결심하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작사 노트를 펼친다.

 샤프를 집어 나는 그것을 종이 위에 미끄러뜨리기 시작했다.












 다음날. 어떻게든 등교할 기력을 짜내어 간신히 수업을 극복한 방과 후.

「다들 수고했어. 가사 말인데 일단 첫 번째 안이 나왔거든. 한번 봐줄래?」

 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모두에게 말했다.

「역시 카논입니다! 빨리, 빨리 보여 주세요!」

「쿠쿠, 진정해. 뭐, 빠른 것보다 더 좋은 건 없지.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살아 온 내가, 직접 첨삭해 줄게」

 스미레 쨩과 쿠쿠 쨩은 기꺼이 반겼지만, 렌 쨩의 반응은 달랐다.

「카논 씨…… 보기도 전에 할 말은 아닐지 모릅니다만, 혹시 대충 하신 건 아닌가요? 어제는 그렇게까지 생각이 안 난다고 고민하셨는데」

 렌 쨩의 지적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괜찮아. 쓰기 시작하니까 말이 너무 흘러나와서 자연스럽게 가사가 되더라고. 나름대로 자신 있으니까 소감 좀 들려줘」

 그렇게 말하며 나는 렌 쨩에게 작사 노트를 건넸다. 렌 쨩은 약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일단 납득했는지 노트를 받아주었다.
 ……덧붙여서, 치이 쨩의 얼굴은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노트를 펼친 렌 쨩과 뒤에서 들여다보는 다른 3명.
 처음엔 설레어 보였던 그 표정이 점점 빛을 잃어갔다.

「자, 잠깐 쿠쿠……! 아무 말이나 좀 해봐!」

「쿠, 쿠쿠는 일본어 표현이 어려워서 잘 모르겠어요……」

「너, 이럴 때만 그러기야……!」

 작은 목소리로 스미레 쨩과 쿠쿠 쨩이 이야기하고 있다.
 치이 쨩에게 언뜻 시선을 주자,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고 만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괴로워져서 나는 금방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카논 씨. 그게, 저도 러브송을 잘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틀렸다면,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렌 쨩은 씁쓸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말을 신중하게 고르는 듯, 약간 시선이 방황하고 있다.

「이것은…… 그러니까, 소위 말해…… 실연 노래, 인 것이 아닌가요?」

「응, 맞아」

 침묵과 함께 흐르는 몇 번째인지도 모를 미묘한 분위기.
 나를 보는 모두의 눈이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모처럼 보인 자신있는 가사에 미묘한 반응을 받고 나는 메마른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왜 그래, 실연도 러브송 중 하나잖아? 나 말야, 이 방향이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을 것 같아. 말이 계속 떠올라서 멈추질 않더라고. 아하, 하하하하하하하」

「……카논 씨. 죄송하지만--기각입니다」






 결국 그 후 나는 연습에 참가하지 않고 귀가하게 되었다.
 스미레 쨩이 말하기를, 눈이 나갔다고 한다.
 쿠쿠 쨩과 렌 쨩도 내 눈 아래의 다크서클을 발견하고 오늘은 푹 쉬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실제로 어제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컨디션으로 치이 쨩의 연습메뉴를 소화하면 분명히 쓰러지고 말 것이다.

 만약 내가 쓰러진다면 치이 쨩이 걱정해 줄까.

 그런 허망한 생각이 가슴속을 스쳐 이내 사라졌다.
 왠지 곧장 집으로 돌아갈 마음이 내키지 않아, 해질녘의 공원 벤치에 앉아 멍하니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공원은 나에게 있어서 추억의 장소이다.
 어렸을 때 치이 쨩과 처음 만났던 곳.
 처음 만났을 때의 치이 쨩은 몸집도 작고 마음도 약한 아이여서. 내가 지켜줘야만 한다고 멋대로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 치이 쨩은 아주 강한 아이가 되어서, 나를 혼자 두고 떠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애당초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나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너무 괴로워서 나는 가슴을 억눌렀다.

 내가 모르는 치이 쨩이 있다. 치이 쨩이 내가 모르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상대에게 몹시 질투가 난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 내가 모르는 치이 쨩을 알고 있고, 나는 분명 그런 치이 쨩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런 현실에 짓눌릴 뻔하자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황급히 교복 소매로 눈가를 닦는다.

「……싫, 어. 치이 쨩」

 가슴의 통증이 말이 되어 입에서 흘러내렸다.

 역시 안 되겠다.
 포기해야 되는데, 다시 일어서야 되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치이 쨩이 좋다.
 이 생각을 잊고 살아가는 것에 절망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것도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 같은 것은 없으니까--





「--역시 여기 있었구나. 카논 쨩」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나도 다정한 목소리였다.
 어두운 사고의 루프에서 현실로 되돌아온 내가 목소리 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거기에 있던 것은, 지금 가장 보고 싶지만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 치이 쨩이었다.

「치, 치이 쨩…… 왜 여기에…… 아, 연습은?」

 나는 갑작스런 일에 동요해서 생각난 그대로 말했다.

「연습이라면 신경쓰지 마, 모두에게 양해를 구했으니까. 왠지 여기 있지 않을까 했거든」

 그렇게 미소 지은 치이 쨩은 내 옆에 걸터앉았다.

 치이 쨩이 나에게 와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은 기쁨과 안타까움으로 가득 찼다. 역시, 이 마음은 잘라낼 수 없구나.
 그런 나약한 자신이 한심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 있지, 카논 쨩. 이번 일은 말야, 뭐랄까, 내가 잘못 했어……」

 가만히 있는 내게 눈길을 주지 않고 치이 쨩이 말을 꺼냈다.
 치이 쨩 치고는 드물게 분명하지 않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나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혹시 침울한 나를 차마 볼 수 없어 상냥한 거짓말을 던지러 와준 걸까. 어제 한 말은 다 사실이 아니라고.
 아니면, 한심한 나에게 좋아하는 상대에 대해서 전부 숨김없이 전하고 끝을 볼 생각일까.

 어느 쪽이든 내 마음으로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나는 귀를 막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치이 쨩은 말을 이었다.

「뭐, 그래도 말야. 카논 쨩도 조금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구? 잊은 것 같으면서도 굳이 이 공원에 와 있고……」

 ……갈수록 모르겠다.
 치이 쨩을 쳐다보자, 치이 쨩도 내 쪽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저기 있지. 내가 키스한 적 있는 상대라는 건, 카논 쨩이야」










 사고, 정지.





「……………………………………헤?」

 필시 그때의 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바보같은 얼굴로 바보같은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생각이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의도하지 않은 당황 섞인 말이 깨닫고 보니 흘러나와 있었다.

「아-, 이 반응. 역시 잊어버린 거구나?」

 치이 쨩은 볼을 볼록하게 만들어 보인다.

「정말, 나한테는 엄청 소중한 추억이라구? 그걸 잊어버렸으니까 좀 심술을 부리려고 생각한 것뿐이었는데…… 설마 이렇게까지 영향을 받을 줄은 몰라서……」

「……어, 으, 어?」

 입을 뻐끔거리면서 나는 말을 짜내려고 했지만, 공기가 새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제 나의 심정이 폭풍우 속의 암흑이라면--지금의 나는 좌초한 배다.

「떠올려 봐. 어렸을 때 이 공원에서. 마침 지금 정도의 계절에 시간이었나? 카논 쨩이 말해줬었지?」

「-----아」

 치이 쨩이 질렸다는 듯이 내뱉은 말을 들은 순간, 머릿속에 어린 시절의 기억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나 말야, 커서 치이 쨩의 신부가 될 거야!』

『응!? 그, 그건 기쁘지만…』

『기쁜데 왜? 무슨 일 있어 치이 쨩?』

『……나, 나도 카논 쨩의 신부가 되고싶어……』

『음…… 그러면 둘 다 신부가 되자!』

『그,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나도 치이 쨩도 같은 마음인걸!』

『고, 고마워…… 카논 쨩』

『좋아, 그럼 약속!』

『손가락 걸고 약속, 할래?』

『아니, 엄마가 얼마 전에 그랬어. 결혼할 때는 손가락을 거는 게 아니라 뽀뽀하는 거래!』

『으, 응. 그럼 약속의 뽀뽀구나』

『헤헤. 나는 치이 쨩의 신부. 치이 쨩은 내 신부. 약속이야』

『응. 잘 부탁해, 카논 쨩』

『그럼 할게, 치이 쨩----』






「……생각났어?」

 치이 쨩은 다정하게 내게 물었다.

「………치이 쨩」

 나는 새빨간 얼굴로 신음했다.

「저기……… 미, 미안해!」

 깊숙이 고개를 숙인다. 치이 쨩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다.
 조금 전까지의 안타까움이 아니라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이유였다.

「그, 그렇게 사과하지 마. 어렸을 때 일이고」

 치이 쨩은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러니까, 상황을 정리하자면.
 치이 쨩이 키스한 적 있다는 상대는 나.
 다시 말해 내가 멋대로 착각하고 우울해져서 그런 어두운 곡을 쓰고.
 그걸 치이 쨩이 읽고, 게다가 치이 쨩에게 지적받고 나서야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는 모양새로--

「차라리 사라지고 싶어……」

「아냐아냐 사라지지 마! 진짜 화났거나 그런 거 아니라니까」

 치이 쨩의 말에 조금은 일어설 수 있게 된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다정하게 웃고 있는 치이 쨩이 있었고, 그 모습에 내 가슴은 쿵쿵 뛰었다.

「정말-, 그건 그렇고 카논 쨩」

 그렇게 치이 쨩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내가 키스한 적 있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침울해질 정도라니. 이건 역시 그런 걸까나?」

 히죽히죽 웃으며 묻는 치이 쨩에게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다. 이런 형태이지만, 오랜 세월 숨겨왔던 마음을 들켜 버렸다.
 이제 와서 취소할 수는 없다.
 ……아니, 취소하고 싶지 않아. 이 마음은, 제대로 전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런, 거야. 나, 치이 쨩을 좋아해」

 마음을 먹고, 나는 고백을 하기로 결심했다.

「다정한 곳도, 귀여운 곳도, 멋진 곳도, 전부 좋아해. 치이 쨩이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엄청 우울해지고 질투가 나서,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좋아. 어렸을 때부터 쭉 좋아했어」

 ……어떻게든 막힘없이 말할 수 있었다.
 계속 숨겨왔던 생각을 입 밖에 내고, 내 마음에 있었던 것은 후회 따위가 아니라 후련한 감정이었다.

「그렇구나. 고마워」

 풀어진 웃는 얼굴로 치이 쨩은 대답해 주었다.

「카논 쨩, 내가 키스한 적 있다고 했을 때, 기억나?」

「으……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조금 전까지의 상처를 들추는 것 같아 나는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치이 쨩에게 나를 탓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때 말야, 나 이랬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키스해 본 적 있어』라고」

 태연히 웃으며 치이 쨩은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때는 너무 충격이 커서 자세한 내용까지는 기억할 경황이 아니었지만.
 치이 쨩이 키스한 적 있는 사람은 나. 그리고 그 상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즉--

「우리들, 서로 좋아하는 사이네」

 치이 쨩은 나를 꼭 안아주었다.
 이 전개에 내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저 가슴이 행복으로 가득 차 평생 이대로 있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조심스레 치이 쨩의 등에 손을 둘러 치이 쨩을 안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서로 끌어안는 순간은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분명 지금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아, 그래도, 치이 쨩」

 나는 아쉬움을 느끼며 치이 쨩을 떠났다.

「치이 쨩은 괜찮다고 말해 줬지만, 어릴 때 약속을 잊은 건 미안…… 치이 쨩은 계속 기억하고 있었는데」

 내 마음속에는 그에 대한 후회가 깊이 남아 있었다.
 치이 쨩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한다.

「음-, 나는 별로 신경 안 쓰는데……」

「내가 신경쓰여! 그게, 내 억지일지 모르지만, 제대로 사과하고 싶어……」

「으음…… 아, 그럼 카논 쨩, 잠깐만 눈을 감아 줄래?」

 빙긋 웃은 치이 쨩이 이상한 말을 꺼냈다.
 내가 사과하고 싶은 것과 관계없어 보인다.

「응? 눈? 왜?」

「됐으니깐. 부탁해 카논 쨩」

 일단 시키는 대로 나는 눈을 감았다. 나의 세계는 칠흑이 된다.

「치, 치이 쨩, 다음은 뭘----」

 입을 열려는 순간, 입술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몇 초 동안 이어지던 그것은 곧 떠나간다.



 놀란 채로 눈을 뜬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수줍은 미소를 띤 치이 쨩이었다.

「에헤헤, 이러면 이젠 잊지 않겠지?」

 …………아무래도 나는, 정말 좋아하는 소꿉친구--사랑하는 연인에게, 평생 못 당할지도 모르겠다.










 --덧붙여서 다음날 다시 새 가사를 제출했는데, 『어제와는 반대 방향으로 폭주하고 있다』 『뭔가 위험한 약이라도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이유로 또 한번 기각된 것은 다른 이야기.

42다김 크으으으 너무 좋다 이거 2021.12.11 14:57:15
Ad.V. 카논 가사를 보고... 쿠쿠 : 설탕 토할 것 같은 가사입니다... 렌 : 파, 파렴치한..! 스미레 : 연애사업은 다른 데서 하라면 하란 말야! 2021.12.11 14:59:42
NoiseSign 2021.12.11 15:01:45
호시조라당 좋네 2021.12.11 15: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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