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번역/창작 레오니 텍스트 번역 (6화따로)
- 글쓴이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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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403331
- 2021-11-30 15:17:33
- 1.233
최종화
소녀 아유무와 영원한 약속
세츠나의 과거 동료 마법사 아이의 마법 덕분에 세츠나와 동료들은 드래곤의 거성이 있는
부유섬에 도달! 그런 세츠나의 앞에 목걸이를 걸친 하얀 소녀가 나타난다.
"당신은…!" "아시는 분이세요? 세츠나경?"
하얀 사람의 본모습을 보고 놀라는 세츠나에게 카스미가 묻는다.
"왕도에서 오신 분입니다. 신전에서 가끔 지나치며 본 적이 있었어요"
"그렇습니다. 성기사 세츠나님. 저는 교회소속의 신관 시오리코라고 합니다."
온통 하얀 모습의 시오리코는 총명한 얼굴의 청초한 소녀였다.
"저기, 아까 비극 머시기라고 하지 않았어? 그거 무슨 소리야?" 아이의 질문에 시오리코는 눈을 내리 깔았다. 어쩐지 괴로워 보이는 얼굴.
"…저희 일족은 대대로, 새로 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저는 가끔 그 힘을 이용해서 공주무녀님의 방에 찾아뵙곤 했습니다.
물론, 공주무녀님은 새의 정체가 저인 줄은 모르고 계십니다."
그렇게 말하고, 시오리코는 세츠나를 쏘아내듯이 바라보았다.
"…세츠나님. 당신은 이 세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 갑자기 엉뚱한 방향으로 샌 이야기에 세츠나는 당황한다. 시오리코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한다.
"공주무녀님이 기도를 드림으로써 사람들은 태양의 은혜를 입고 있습니다. 때문에 공주무녀님이 모습을 감춘 지금, 세계는 어둠에 싸여 있습니다."
"마, 맞아요. 그래서 공주무녀님을 구하기 위해 저는 여기까지―"
"공주무녀님이 공물과 같다고 느끼신 적 있으신가요?…태양신에게 바쳐지는 제물, 같은"
"에?" "공주무녀님의 모든 자유를 대가로 이루어진 세계에 의문을 품은 적은?" "…"
"많은 사람들의 행복 앞에는, 공주무녀님 한 사람만의 희생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세츠나는 경직되고, 말문이 막혔다. 마치 갑자기 심장을 찔린 듯하다.
"저는…"
가치관의 뿌리를 뒤흔드는 시오리코의 말에, 사고가 뒤따르지 못한다. "…계속 여기에 서 있을 수만은 없겠죠?"
시오리코는 성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세츠나가 물음에 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시오리코의 얼굴에도 망설임이 보였다. 그녀 또한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무리 자문자답을 거듭해도 해답에 도달할 수 없었다.
"…거기에 대한 대답은 드래곤을 무찌르고 나서 하자!"
"그, 그러게요. 시오리코경도 함께 싸워주실 수 있을 것 같고요!"
복합한 얼굴을 하고 있던 아이와 카스미가, 과할 정도로 밝게 행동하면서 배려해준다.
그래. 여기까지 와서 멈출 수는 없다. 일단 공주무녀를 드래곤에게서 되찾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다.
"…갑시다!" 세츠나는 두 사람과 함께 시오리코의 뒤를 따랐다.
"공주무녀님, 구하러 왔습니다!" 세츠나와 동료들은, 폐허나 다름없는 암흑의 성에 발을 디뎠다.
기괴하고도 넓은 방. 불빛이라곤 없는 어두운 방의 안쪽, 갑자기 큰 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세츠나에게 덤벼든다.
드래곤이다.
"각오하세요! …홍련이여!"
드래곤은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며 날개를 폈다. 세츠나는 실체화시킨 붉은 도신을 드래곤에게 향하며 자세를 취한다.
단번에 덤벼드는 상대에게 대응하려 할 때
"…그만둬!"
귀에 익은 목소리에 세츠나는 멈춰선다. 어째선지 드래곤도 멈춰선다.
"공주무녀님!?"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것처럼 불쑥 모습을 드러낸건―아유무였다.
"다행이에요, 무사해서…! 안심해주세요! 바로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야!" 아유무는 드래곤을 감싸듯이 드래곤의 앞에 선다.
"!? 공주무녀님… 무슨?" "…이건, 나야" "에?"
"이 드래곤은…내가 만들어 버린거야"
"…에?"
세츠나는 아유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저는 공주무녀님의 방에 들어갔을 때 공주무녀님의 속마음을 듣고 있었습니다."
시오리코는 말한다. 새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며 뭔가 알아챈게 있는 듯 하다
"나도 다른 애들처럼 나가서 놀아보고 싶다. 세츠나님의 여행 이야기는 늘 기대되지만, 사실은 나도 세츠나님과 함께 거리에 나가서
모두와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지만, 자유롭게 지내는 것은 무녀공주로서의 입장이 허락하지 않는다."
시오리코의 얼굴이 괴로운 듯하다.
"그래서 공주무녀님은 그 감정을 가뒀습니다. 하지만 억압된 감정은 나날이 커지고―이윽고 드래곤의 형태가 되서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려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드래곤이 나타난 건 아유무가 대제사 중에 축제에 놀러가는 것이 금지된 다음 날이다.
그게 어두운 감정으로 가득 찬 물 잔을 넘치게 하는 마지막 한 방울이었단 말인가.
"…세츠나에게만은 나의 이런 못난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아유무는 드래곤의 몸을 살짝 어루만진다.
"구해주러 온건 정말 고마워. 하지만 나는 같이 돌아갈 수 없어. 그도 그럴게, 나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는걸.
전부, 내가 잘못한거야…"
세츠나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아니에요, 공주무녀님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저희가 당신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게 해버려서…!"
아유무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소망을 품었을 뿐인데.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는데. 세츠나의 가슴이 아프게 죄인다.
"하지만 내가 한일은 용서받을 수 없어. 나는 공주무녀에 어울리지 않을 거야…"
아유무의 몸이 서서히 검게 물들어 간다. 등 뒤의 드래곤에게 침식당해 일체화가 되고 있다.
아유무는 눈을 감고 귀를 닫아버렸다. 드래곤과 몸의 경계선이 점점 애매해지고 있다.
"…세츠나님! 공주무녀님이 어두운 감정에 완전히 삼켜져버리면 드래곤은 제어 할 수 없게 됩니다!"
시오리코의 목소리에도 초조함이 보인다. 그렇게 되면 쓰러뜨릴 수밖에 없는 건가?
아유무는 편안히 잠들고, 새로운 공주무녀가 탄생하고, 그리고 세계는 원래대로 평화로워졌습니다. 해피엔딩―
이라고? 그런건 ―틀렸어.
"공주무녀님, 들어주세요. 공주무녀님! 아유무씨! 아유무씨! …아유무―읏!"
세츠나는 악을 쓰며 외친다. 아유무와 드래곤의 동화가 한순간, 멈췄다.
"공주무녀에 어울리지 않아도 좋아요, 아유무씨! …아뇨, 공주무녀의 역할, 이 세상의 누구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츠나는 오른손을 치켜들고, 검을 똑바로 하늘로 향한채 내민다.
쓰러뜨려야 하는 건 드래곤이 아니다. 세상의 이치다.
"…세츠나님. 신에게 정면으로 맞서다니요. 막무가내네요"
"하지만 시오리코경도 그러고 싶잖아요? 카스미는 다 보고 있었어요!"
"기사회생이네, 기사니깐! …셋츠! 아이씨들의 힘 전부 사용해줘!"
시오리코, 카스미, 아이, 모두의 마음이 세츠나와 하나가 되었다. 모두, 세츠나에게 두 손을 뻗는다.
"에에에―잇!"
세 명은 외친다. 자신의 남은 힘을 모두 세츠나에게 쏟아붓고, 맡긴다.
동료들의 힘은 따뜻한 빛이 되어, 세츠나를 감싼다. 세츠나의 온몸에 힘이 넘쳐 흐른다.
―저는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두번 다시 눈을 뜨지 않아도 좋아요…!
대답해줘, 태양신이여! 내 모든 걸 걸고 공주무녀의 해방을!
【벛꽃술 칠분꽃 "세츠나"!】 빨간색 필수
마음에 떠오른 말을 목청이 터질 듯 외친다.
세츠나의 눈동자가 뜨겁게 타오른다. 성스러운 빛이, 세츠나의 땅에 내린 두 다리를, 온몸을,
성의 천장을, 지붕을, 먹구름을 뚫고, 하늘을 가른다. 빛은 그대로 태양에 도달한다.
순간. 대지가 흔들린다.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세상의 끝까지 감싼다.
시야 한구석에서 드래곤의 모습이 빛에 녹아든다. 세츠나의 의식이 몽롱해지면서, 완전히 정적이 되었다.
"…ㅑ, …쨩, 세츠나쨩!"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세츠나는 옅게 눈을 떴다.
"다행이야. 눈을 떴구나…!" 눈앞에는 쓰러진 자신을 끌어안고 울먹이는 아유무.
그 뒤로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푸른 하늘이!
이건, 공주무녀가 신전에서 기도를 하지 않아도, 하늘에 태양이 비친다는 의미이다.
"아유무씨…" "왜, 왜 그래? 그렇게 빤히 바라보면 부끄러워…"
"아유무씨, 힘이…" "…응 그런거 같아"
지금까지 아유무에게 끊임없이 발산된 공주무녀로서의 신성함을 감지할 수 없다.
눈앞에 있는 것은 공주무녀가 아니라 특별한 힘이 없는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세계의 구조를 바꾸다니, 이건 여러가지로 큰 일이네요"
"아하하, 라고 말하지만, 기쁜 거잖아!"
"시오리코경은 솔직하지 못해요!" "헤, 딱히 저는…!"
발그레하게 물든 시오리코의 뺨을 아이와 카스미가 콕콕 찌른다. 동료들은 모두 즐거운 듯이 서로 웃고 있다.
아유무만은 아주 조금 불안해 보인다.
"세츠나쨩. 나, 공주무녀가 아니게 되버렸잖아. 그래도, 앞으로 세츠나 곁에 있어도 괜찮을까…?" 세츠나는 고개를 젓는다.
"안돼…?" "아유무씨는 이제 자유에요. 저에게 안 물어봐도, 이제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면 되니까요"
아유무는 흠칫했다. 약간 쑥스러워 하면서, 그치만 또렷하고 강한 의지를 가지고 다시 말했다.
"나, 앞으로도…세츠나의 곁에 있고싶어!"
"물론이죠! 계속 함께 할 거예요!" 미소로 서로를 껴안는 두 사람에게, 동료들도 달려온다.
세상이 변해도, 동료들과 함께 겪은 일들은 변치 않는다. 공주무녀의 힘이 아닌 태양빛에 싸인 오늘의 이 경치.
그건 세츠나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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