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번역/창작 [물갤문학] 러브라이브 슈퍼스타 13화
- 글쓴이
- 시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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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386140
- 2021-11-14 11:44:46
13화가 없길래 만들어 본
이전에 중간까지 쓴거 올렸는데 그거까지 한번에 올리는
****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의 지난 1년은 성공이었을까? 실패였을까? 카논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너무 많은 것이 변한 1년간이었다.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는 것만 같았는데. 어쩐지 마지막이 좋지 않았던 기분이다. 사람은 헤어질 때, 마지막에 본 얼굴만 그 사람의 모습으로 기억한다고 한다. 그러니 헤어질 땐 항상 웃는 얼굴을 하는 것이 좋다나 뭐라나. 지난 한해도 마치 대판 싸우고 헤어져버린 친구처럼, 어쩐지 분하고 미안하고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처음부터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좋은 일들 뿐이었는데. 노래할 수 있었고, 모두와 만났고, Liella!!로써 성장한 한 해였는데 어째서… 러브라이브 도쿄 대회가 있었던 성탄절로부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한해의 마지막을 좋은 기억으로 바꾸기에는 조금은 부족했던 모양이다. 시간은 부족하다고 해서 기다려주는 법이 없었다. 작년이란 이제 가버린 어제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오늘은 바로 새해 첫 날. 스미레의 신사에 하츠모우데(새해 첫 참배)를 가기 위해 모두와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아주 이른 아침이다. 카논의 시야에 저 멀리 약속장소에 하얗고 동그란 경단이 2개 보이기 시작했다.
"카논!"
"치이쨩!"
언제나처럼 치사토가 먼저 와있었다. 카논은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나란히 옆에 섰다. 치사토가 갑자기 팔짱을 끼고 달려들었다.
"춥지 않아?"
"응? 괜찮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응, 치쨩도."
"아아, 카논을 독차지하고 있다니 치사한 겁니다~!"
저 멀리서 쿠쿠가 뛰어오고 있었다. 쿠쿠는 카논의 반대편 빈곳으로 달려들어 마지막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으음? 상하이에 비하면 일본정도는 별로 안 춥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는 치사토씨야말로 반팔입고 춤추는게 일상이면서 추운 척 하지 않는 겁니다."
"이, 이것은 그… 삼각…."
"아, 렌도 와 있었어?"
꽤나 일찍 도착했음에도 금방 모두가 모여버렸다.
"삼각… 뭐라고 한 겁니까 방금?"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렌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손사래를 쳤다. 네명 모였으니 목적지인 신사를 향해 이동하기로 했다. 거리의 모습은 그날 러브라이브의 무대를 향해 걸었던 날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해가 밝게 비치고, 바람이 차갑고, 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맑았다. 풍경은 참 많이도 바뀌었는데 Liella!! 멤버들의 시간은 그 날로부터 멈춰있는 것 같았다. 반드시 이기자고는 했지만 어떻게? 라는 물음에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다들 애써 밝은 척을 하고는 있지만 신사를 향해 걸어가는 이 순간에도 딱히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너무 이른 아침이었지만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거리는 떠들썩하지만 우리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소란속의 침묵. 우리는 마냥 걸어나간다. 시간은 여전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스미레!"
"엑? 벌써 왔어?"
카논은 신사의 복장을 한 스미레를 볼 때마다 어쩐지 웃음이 나온다. 묶여서 기억을 잃을 뻔한 적도 있지만(...) 카논은, 노래할 수 있게 된 지금에서는 어렸을 때의 기억들은 모두 소중하고 재미있었던 기억들이다. 스미레에게 구소쿠무시같은 기억들도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재밌으려나? 쿠쿠가 항상 구소쿠무시라고 부르는 데 딱히 싫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미레는 참배 안하는 겁니까? 같이 하자는 겁니다!"
"보다시피 지금은 바쁘다면 바빠서 말이야."
"우리가 좀 도울 게 있을까?"
"그렇군요. 다같이 하면 금방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Liella의 모두가 같이 새해 소망을 빌었으면 하는 마음이니까요."
치사토도 렌도 상냥한 마음으로 스미레를 돕겠다고 나섰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주겠어? 곧 준비가 끝나니까.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려오기 전에 잠깐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을 거야."
"알았어."
스미레는 잠깐 들어가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더니, 바로 달려나와 멤버들에게 합류했다. 아무래도 사실은 별로 안 바쁜 모양이다. 다같이 모여서 신단 앞에서 손을 모아 소망을 빌었다. 박수를 두번, 동전을 던지고 합장. 눈을 감고, 마음을 담는다.
'모두에게 받은 마음을 돌려줄 수 있기를'
'러브라이브에서 우승할 수 있기를'
'모두와 함께, 더 높은 무대에 서기를'
'카논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기를'
'더 많은 학생들을 이어주는 유이가오카가 되기를'
기도가 끝나고 카논이 양옆을 보자, 다른 멤버들도 어느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웃음이 나왔다.
"무슨 소원 빌었어?"
"구소쿠무시는 분명 '새해에는 내가 센터 더 많이 하기를~'같은 소원 빌었을 겁니다!"
"흥! 그런 소원 안 빌어도 센터는 나로 정해져 있는 거 아니겠어?"
"안 빌었다고는 하지 않는군요!"
"뭐라고오~?"
"아, 스미레! 그걸 이제 돌려주는 겁니다."
"그거?"
"서니패션의 브로마이드를 말하는 겁니다."
"아아~ 그거! 잠깐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있는 거야."
스미레는 쿠쿠가 말한 것을 가지러 가려는 듯, 돌아서 다시 신사 어딘가로 향했다.
"서니패션의 브로마이드?"
"러브라이브에서 싸우기 위해 이 곳에 맡겨뒀었습니다!"
"무슨 의미가…."
"싸워야 할 상대이니까요! 하루동안 팬을 그만뒀었습니다."
어디선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스미레가 금방 액자를 짊어진 채 나타났다. 힘들어하는 스미레를 보자 쿠쿠가 달려나가서 액자를 맞잡고 들어 자신의 등쪽으로 옮겨실었다.
"체력 제로라더니 이런걸 잘도 들고 여기까지 왔네!"
"으윽, 예전의 제가 아닌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이거 받았을 때, 부적 줬었지."
"아, 그거라면…."
"봐, 역시 효과 없댔지."
"……."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액자 안에서는 서니패션의 유우나와 마오가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서니패션, 도쿄지역 최강의 스쿨아이돌. 언젠가 우리가, 스쿨아이돌로서 넘어야 할 상대. 스미레까지 굳이 침울해질만한 이야기를 한 걸 보면, 스미레도 어지간히 분했던 것이 틀림없다. 카논이 돌아보자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적개심같은 것은 아니었다. 벽을 통감한 얼굴. 하지만 우리는 낙담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길 것이다.
"음, 그럼 운세라도 뽑아보는 건 어때?"
"올해는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대길일 것이 틀림없습니다!"
"운세...인가요. 확실히 재밌겠네요."
"저쪽에 있는 것 같아. 카논."
"운세도 별로 안 맞는다구? 우리 신사는."
"구소쿠무시는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겁니다."
쿠쿠가 액자를 짊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쿠쿠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이동해서 운세종이를 뽑아 가져왔다. 쿠쿠는 한 손으로 액자를 잡은 채 자신의 몫의 종이를 받아들고는 급하게 열어보았다.
"우, 우왓! 대길이 나왔습니다! 역시 내년엔 반드시 이기는 겁니다!!"
"카논은 뭐 나왔어?"
"나는 중길이네. 치사토는?"
"대길! 다들 엄청 잘뽑네! 렌은?"
"그, 저도 대길이..."
"역시 구소쿠무시의 말은 하나도 안 맞는 겁니다. 다들 운수 대통할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정작 본인은 뭘 뽑았을지 슬슬 궁금해지는데요오~"
"큿, 나, 나는..."
아, 저 반응. 멤버들은 굳이 종이를 펼쳐보지 않고도 내용물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보다 그런 거 짊어지고 있으면 빨리 돌아가라고!"
"아, 맞다. 깜빡해버린 것입니다. 어서 집에 다시 걸어놔야겠습니다. 으윽~"
쿠쿠는 힘겹게 신사로부터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도 이곳 신사는 그렇게까지 메이저한 신사는 아닌지라 쿠쿠가 인파에 치여 위험하게 넘어지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저렇게 가게 둬도 돼?"
"도와주러 갈까나."
"아니, 잠깐만 있어봐."
도우러 나가는 멤버들을 스미레가 제지하고 나섰다.
"무슨 일이야?"
"그, 쿠쿠에 관한 일인데."
"쿠쿠?"
"우리 결국 러브라이브 도쿄대회, 우승하지 못 했잖아."
"그랬지."
스미레는 고개를 떨궜다.
"예전에 쿠쿠가 가족들이랑 통화하는 걸 엿들은 일이 있어. 쿠쿠는 아마, 러브라이브에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중국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했던 것 같아."
"뭐?"
멤버들의 표정이 굳었다. 쿠쿠가 돌아가야 한다고? 기껏 이렇게 하나가 되었는데?
"확실한 거야?"
"결과를 낸다는 게 어떤 기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이야기를 한 건 틀림없어."
"스미레, 그 이야기, 쿠쿠랑 이야기 해 본 거야?"
"지구예선 전에... 도쿄 대회이후로는 이야기하지 않았어. 너희가 무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굳이 말하지 않겠다고 했어."
"쿠쿠…."
"어떡할 거야? 카논."
카논은 잠시 생각했다. 물론 처음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정해져 있었다.
"쿠쿠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 스쿨아이돌은, 쿠쿠의 꿈이었으니까. 내가 노래할 수 없었을 때, 쿠쿠가 같이 있어줬기 때문에 노래할 수 있었어. 이제 쿠쿠가 꿈을 계속해서 이뤄나갈 수 있도록, 내가 힘이 되어줄 거야."
"카논이라면 그럴 줄 알았어."
"정해졌다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 지 생각해봐야겠네요."
"응. 그래야겠지."
여전히 하늘이 푸르고 바람이 차가웠다. 어디선가 스미레의 동생이 '언니이~'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미레는 크게 대답하고는 신사로 돌아갔다. 하는 길에 허겁지겁 운세종이를 나무에 매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카논은 자신의 운세종이를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중길.
건강 : 언제나 만전
재운 : 주로 주변인으로부터
소망 : 원하는 만큼, 하지만 그냥은 아닌.
***
"하아, 이게 없어서 꽤나 허전했던 겁니다."
쿠쿠는 액자를 걸고 팔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노트북은 어느새 서니 패션의 도쿄대회 라이브영상이 재생중이었다. 쿠쿠는 리듬을 타며 콜을 넣을 듯 하다가 이내 멈춰섰다.
"정신 차리는 겁니다 쿠쿠. 서니 패션은… 으으으, 그래도 역시 너무 좋은 겁니다아~!"
스쿨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 가장 좋아하는 스쿨아이돌인 서니패션. 스쿨아이돌이 되었지만 스쿨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이 변하지는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스쿨아이돌이기에 더욱 스쿨아이돌을 좋아할 수 있다. 어떤 노력을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지, 스쿨아이돌에 대해 알면 알 수록, 더욱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 RRRR
전화벨이 울리고 쿠쿠가 전화를 들어 받았다.
*(중국어)
*여보세요? 응 언니.
*아, 봤어?
*응, 2등.
*카논? 목소리가 굉장하지~ 첫눈에 반했다니까
*예선의 금발? 그 애는 뭐든지 잘하지.
*응응.
*응. 대단하지~ 그 애도.
쿠쿠는 한동안 말이 없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 쿠쿠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응, 응응.
*고마워 언니. 알았어. 끊을게.
통화를 종료한 쿠쿠는 굳은 얼굴로 쌓여있는 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니패션이 웃고 있는 액자를 바라보았다. 바닥에 앉아 깊게 생각에 잠기는 쿠쿠. 그리고는 다시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달려나가버리고 만다.
***
"원, 투, 쓰리, 포! 원, 투, 쓰리, 포!"
추운 날씨지만 굳이 옥상에서 연습을 하는 리에라였다. 뭔가 정신이 번쩍 든다는 느낌도 있고, 익숙하다는 느낌도 있고, 많은 추억이 있는 장소니까.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이 곳에서 보낼 것이다.
"쿠쿠쨩, 따라올 수 있겠어?"
"문제없는 겁니다!"
어쩐지 쿠쿠가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멤버들은 내심 걱정스러운 눈으로 쿠쿠를 흘깃거리면서 서로 눈치를 보고있다. 연습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 쿠쿠가 괜찮다고 하며 분발해주고는 있지만, 치사토는 결국 "좋아, 여기까지"를 외치고 만다.
"쿠쿠쨩, 괜찮은 거야?"
"헤엑, 헤엑.... 당연한 겁니다아... 철푸덕."
카논은 어쩐지 바닥에 드러누운 쿠쿠의 모습을 보며 그립다고 느꼈다. 처음엔 곧잘 드러눕던 쿠쿠지만, 1년간 연습을 거듭한 결과 최근엔 상당히 지치지 않게 되었었다. 상하이의 가족들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지금의 쿠쿠에게 물어보기는 무언가 어려운 분위기가 되었다. 뭔가 무리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나 지쳐보인다니.
"바닥 차갑지 않아? 이런 데 드러눕지 말고 일어나아~아아아!"
스미레가 다가와서 쿠쿠를 힘겹게 들어올려 일으켜세웠다. 쿠쿠가 누워있던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쿠쿠의 볼이 눌린 채로 꽁꽁 얼어있었다.
"고마운겁니다 스미레에...."
"우왓, 괜찮은 거야?"
"이제 곧 땀이 식을테니, 들어가서 쉬는 게 좋겠네요."
"그, 그래. 빨리 들어가자면 들어가자는 거야."
렌의 제안대로 몸이 차가워지기 전에 부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어쩐지 힘들어보이는 쿠쿠를 여전히 멤버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흘긋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쉬었을 뿐인데 쿠쿠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카논이 조심스럽게 쿠쿠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저기, 쿠쿠쨩?"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겁니다."
"에?"
"쿠쿠는, 좀 더 연습을 하러 가겠습니다."
"벌써? 좀 더 쉬는 편이 낫지 않을까?"
"괜찮습니다. 그럼 이만."
쿠쿠는 터벅터벅 걸어서 드르륵 문을 밀고 나가버렸다. 멤버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맞췄다.
"아아~ 진짜!"
스미레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을 못 참겠다는 듯, 벌떡 일어나버렸다.
"쫓아 가서 물어보고 올 게."
"그럼, 우리는 그걸 준비하고 있을게."
"알았다면 알았다는 거야. 제대로 준비해두라고."
"응. 맡겨둬."
모종의 합의를 끝낸 멤버들. 스미레가 보폭 크게 씩씩거리며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멤버 두 명이 나가버린 상황, 잠시 허전한 느낌이 들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남은 멤버들은 곧장 마음을 다잡았다.
"그럼 저희도 준비하도록 하죠."
"응, 렌쨩."
"좋아, 쿠쿠쨩을 위해 힘내보자구~!"
***
"기다려~!!!"
스미레는 교문에서야 쿠쿠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 정체를 눈치채고 뒤를 돌아본 쿠쿠의 눈이 따가…울 줄 알았는데 어째 힘이 없어보였다.
"누군가 했더니 스미레였군요."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그렇게 축 처져있고."
"특훈을 하고 있는 겁니다!"
"특훈?"
"리에라에 어울리는 멤버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하아?"
스미레는 이 대화의 흐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쿠쿠만큼 리에라에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카논을 노래할 수 있게 했고, 가장 처음부터 멤버였으며 모두의 의상을 만들어주고 누구보다 스쿨아이돌을 좋아하는 쿠쿠인데 말이다.
"스미레는, 스미레는 정말 대단합니다."
"뭐, 뭐어?"
점점 더 스미레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쿠쿠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직선적이고도 솔직한 칭찬이라니.
"지구 예선을 톱으로 돌파한 실력을 선보였으니까요. 상하이에 있는 가족들도, 리에라의 무대를 보고 스쿨아이돌의 대단함을 알았다며 감동했다고 합니다."
"그럼… 잘 된 거 아냐? 돌아가지 않아도 돼?"
"돌아간다뇨?"
"그야 우리, 도쿄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 했으니까… 결과를 내지 못하면 돌아가야 한다고 했잖아."
"아, 그 이야기입니까.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쿠쿠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조금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처럼 보여서 스미레는 왠지 안심이 되었다.
"도쿄 대회 2등이라는 성적은 쉽게 따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서니패션만 넘으면 도쿄 탑인 겁니다! 서니패션에 대해서는 가족들에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뒀기 때문에… 서니패션을 제외하고 도쿄 지역 모든 스쿨아이돌보다 뛰어났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는겁니다."
"그렇다면 특훈이라는 건…."
"듣지 못했으니까요."
"무얼?"
"그건…."
쿠쿠는 잠시 숨을 고르며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분명 리에라의 무대를 보고 저희 가족들도 스쿨아이돌의 굉장함을 느꼈을 겁니다. 엄청 감동했다고 했으니까요. 스미레의 랩이나, 카논의 노래나, 치사토의 댄스나 렌렌의 우아함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쿠쿠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전혀 하지 않았다구요."
"그래서?"
"에? 그래서라뇨?"
스미레는 평온한 얼굴로 특유의 여유로운 도끼눈을 뜨고 쿠쿠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게 뭐 어쨌단건데."
"이 구소쿠무시가…!"
당연한 걸 물어오는 스미레의 태도에 쿠쿠가 악에 받쳐 스미레를 몰아부쳤다.
"쿠쿠는 리에라의 무대에서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울리는 멤버가 될 수 있도록 특훈을…!"
"그럴 리가 없잖아?"
스미레는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며 스미레의 손을 탁 낚아채고는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쿠쿠의 손을 잡은 채로 어디론가 향했다.
"어디가는겁니까아~!"
"잠자코 따라오기나 해."
쿠쿠는 있는 힘껏 저항해보려고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굴러온 스미레를 힘으로 이겨먹기엔 1년간 연습한 쿠쿠의 피지컬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또한 쿠쿠는 스스로를 혹사시킨 특훈으로 인해 많이 지친 상태이기도 했다. 또한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굳이 떨쳐내려고 했던 건 그냥 반발심에 그랬던 것 뿐, 스미레가 쿠쿠를 데려간 곳은 마을 광장이었다. 처음으로 카논과 노래했던 그 곳, 스쿨아이돌 페스티벌이 열렸던 그 장소.
"여기는…."
"기억해?"
"당연한 겁니다. 카논이랑 둘이서 노래했던 장소. 이 무대로 특별신인상을 수상했었지요."
"갑자기 불이 꺼졌었지?"
"그랬던 겁니다. 그 때는 얼마나 놀랐던지, 하지만 팬분들이 펜라이트를 들어주셔서 관객석이 반짝반짝~ 엣? 스미레…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그랬어."
"그랬다니, 대체 무엇을…."
"불이 꺼진 거. 나 때문이었다고."
"하?"
쿠쿠의 표정이 급속도로 일그러졌다.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실수였다고? 무대 옆을 지나가려는데 전선이 발에 걸려서…."
"아아! 이 구소쿠무시가아~! 엄청 큰일이었던 겁니다!!"
"그래도 덕분에 잘 됐잖아?"
"그런 걸 '덕분'이라고 표현하다니 쿠쿠가 일본어를 잘못 배운 게 틀림없습니다."
"그 때 엄청 멋졌었다고, 너."
"에?"
스미레는 쿠쿠를 보며 따스하게 미소지어보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봤었어. 너희의 무대. 괜히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거야. 카논도 너도, 그 무대의 주인공이었어. 누가 더 뛰어난가, 누가 더 눈에 띄는가 그런 건 생각나지 않았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고. 금방이라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노래나 댄스였는데 말이지. 그 무대에 선 너희는 그렇게나 빛나보였어."
"……."
"뭐랄까, 그 만한… 힘이 있었다는 거겠지. 무대에 서는 너는, 결코 카논이나 다른 멤버들에게 뒤처지고 있지 않아.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걸? 멤버들이나 팬들이나 말이야. 아마 너희 가족들이야 너의 모습이 익숙해서 그런 게 아닐까?"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아니, 만약 쿠쿠가 상하이에 있을 때의 모습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다면, 가족들에게 익숙한 모습이라면, 그것도 큰일입니다. 좀 더 연습하지 않으면…."
그 때, 스미레의 폰이 울렸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울린 갑작스런 착신음에 스미레는 휴대전화를 꺼내 발신지를 확인했다. 카논이었다.
- 어때? 일단 이런 느낌으로 하자. 스미레도 나중에 같이.
[동영상]
스미레는 영상의 썸네일을 확인하고는 쿠쿠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어떤 거 같아?"
"어떤 거 라니, 카논입니까?"
"완성이 되면 보여주려고 했지만, 지금 보여줘도 괜찮겠지. 한번 보라면 보라는 거야."
스미레가 동영상의 재생버튼을 누르자 카논과 치사토, 렌이 화면 안에서 구도를 잡았다. 가장 먼저 말하기 시작한 건 카논이었다.
카논 - 그, 안녕하십니까! 쿠쿠의 가족 여러분. 아, 이거 중국어로 해야하나?
치사토 - 음, 일단 그건 신경쓰지 말고 해보자?
카논 - 응. 아! 저희 Liella!!는, 이번에 도쿄 대회에서 그만 2위를 해버려서… 결과를 내지는 못 했지만, 쿠쿠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치사토 - 카논도, 그리고 저도 쿠쿠가 없었다면 스쿨아이돌로서 그 자리에 서지 못했을 거에요.
렌 - 쿠쿠양은 저희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할 수 있도록 의상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스테이지에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카논 - 그러니 부디, 쿠쿠에게, 아니. 저희 Liella!!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실 수 없을까요? 다음엔 반드시 도쿄 대회에서. 아니, 러브라이브!에서 우승해보이겠습니다. 학교의 모두를 위해서요!
치사토 - 카논이라면, 그리고 쿠쿠와 Liella!!모두라면, 해낼 수 있을테니까요!
렌 - 쿠쿠양도 저희도 상당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논 - 지금 이 자리엔 없지만 스미레쨩도 그렇다고 하네요. 그치? 스미레쨩?
화면 속 카논은 언젠가 스미레가 머리에 썼던 모래무지벌레 인형을 들고 있었다.
카논(복화술) - 웅웅!
치사토 - 이거 괜찮은 거야?
카논 - 일단 연습이니까?
렌 - 스미레양이 오면 제대로 해보도록 하죠.
카논 - 오케이. 일단, 이런 느낌으로 촬영 종료~!
멤버들이 다가와서 휴대전화의 버튼을 누르는 장면을 끝으로 영상이 마무리되었다.
"이게 대체 뭡니까 구소쿠무시!"
"보고도 몰라? 너희 가족들에게 보낼 영상이잖아."
"멤버들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했을텐데요?"
"대회도 끝났으니 뭐, 괜찮은 거 아니야? 애초에 돌아갈 일이 없으면 그걸 먼저 나한테 말을 하란 말이야! 걱정했잖아!"
"그건…."
스미레도 드디어 큰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스미레가 갑자기 쏘아붙이자, 쿠쿠는 당황한 표정으로 얼어붙어버렸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다른 멤버들도, 모두 너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모두가 이렇게나, 니가 함께 있어주기를 원하고 있는데. 그런데 리에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혼자서 특훈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이 바보."
"……."
"왜 너 혼자만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는 건데? 남의 고민에는 항상 자기 멋대로인 주제에! 스쿨아이돌 하자고 카논을 그렇게나 귀찮게 했다며? 나한테도 멋대로 센터 맡겨버리기나 하고 말이야. 무언가 고민이 있다면, 제대로 멤버들에게 이이갸하란 말이야! 모두들 너처럼 말이지, 다른 멤버의 일이라면 억지로라도 도와줘버릴 거니까."
쿠쿠는 스미레를 마주보며 생각을 하는 듯 끙끙대다가, 이내 고개를 숙여버리고 말았다.
"쿠쿠가 잘못한 겁니다."
"그래? 알았으면 된 거야. 뭐, 돌아가지 않는다니. 영상은 필요없으려나?"
"아뇨, 쿠쿠도 같이 하는겁니다."
"응? 뭘?"
"가족들에게 보낼 영상입니다. 확실히 쿠쿠는, 일본에 와서 스쿨아이돌로서, 리에라의 멤버로서 노력해왔습니다. 쿠쿠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노력해왔는지 무대에서가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보여줘도 괜찮겠다고 생각합니다."
"쿠쿠…."
쿠쿠가 벌떡 일어나 스미레의 손을 잡아 일으켜세웠다.
"어서 돌아가요! 멤버들도 스미레도 다 같이 찍는 겁니다."
"우와앗, 갑자기 왜 이래? 좀 기다리란 말이야!"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다구요오~"
다시 학교로,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을 유이가오카로 쿠쿠가 달려나가고 스미레가 뒤를 따랐다. 마을거리는 여전히 북적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끌려가는 스미레가 바라본 앞에는 쿠쿠가 돌아보며 장난스럽게 미소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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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어딘가, 한 가족이 모여 휴대전화 하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모두가 모인 것을 확인하고 큰딸이 재생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할게."
치사토가 휴대전화를 세팅하고 화면으로 들어왔다. 화면 너머에서 이 영상을 볼 쿠쿠의 가족들에게 언제나처럼 다섯이 모여서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영상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유이가오카 여학원 스쿨아이돌, Liella!!입니다."
일본어로 된 부분은 자막이 나오고 있었다. 인사를 마치고 먼저 쿠쿠가 앞으로 나섰다.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
*일본에서 스쿨아이돌을 한다고 했을 때, 참 많이 걱정했었지. 벌써 1년 전이네.
*오늘은 멤버들이 하고싶은 말이 있대. 그리고 연습하는 모습도 좀 보여줄 거야. 깜짝 놀랄 걸? 내가 런닝이나 격렬한 댄스를 엄청나게 연습하고도 바닥에 누워있지 않을 테니까.
*다음 러브라이브는 그리고, 반드시 이길 거니까.
화면에는 멤버들의 인사가 지나가고 쿠쿠와 함께 연습하는 장면들이 지나갔다. 쿠쿠가 말한대로 힘든 연습메뉴를 소화하면서도 쿠쿠는 다른 멤버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있었다. 체력이 늘은 것은 물론, 노래도 댄스도 이미 가족들이 알던 쿠쿠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으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작은 딸의 생활모습을 영상으로 지켜보는 가족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카논을 비롯해 다시 한 번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를 보여주면서 영상이 종료되고, 가족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놀란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휴대전화의 주인인 큰딸은 쿠쿠에게 영상의 답장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 잘 봤다.
- 이렇게나 힘들게 연습하고 있는데 이기지 못할 리가 없지 않냐. 써니 패션이고 도쿄 대회고 재패하고 와라.
그리고 일본 하라주쿠, 쿠쿠는 메시지를 받고 멤버들에게 달려갔다.
"가족들한테 답장이 온 겁니다~!"
"뭐라고 왔어?"
카논이 눈을 빛냈고, 나머지 멤버들도 모여들었다.
"이렇게나 힘들게 연습하는데 이기지 못하면 억울하다는 겁니다."
"확실히 그렇긴 하네."
"다음 러브라이브에선 훨씬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한 세트 더 런닝 가는겁니다!"
"오오~!"
"으악, 기다려어!"
쿠쿠가 앞장서서 따라나가고 멤버들이 뒤를 따른다. 스미레는 왠지 출발이 늦었는지 허우적거리며 뒤를 따른다. 달려나가는 멤버들의 뒷모습이 보이고, 엔딩곡이 나오며 이야기가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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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쿠쿠이야기가 보고싶었엉 최대한 쥿키처럼 해보고싶었엉
타이틀은 #13. 용기를 다시 너에게
ㅇㅇ | 굿 112.152 | 2021.11.14 11:53:53 |
ㅍㄴ | 2021.11.14 12:17: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