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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 번역) 아이리나 「썬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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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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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sunshine/4384725
  • 2021-11-13 10:23:32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072621

말장난은 포기.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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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은 입만큼 말을 한다는 말이 있지만, 리나리는 온몸으로 말해주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우연한 시선의 움직임이라던가, 아무것도 아닌 손놀림이라던가. 내 입장에서 보면 리나리의 전부는 처음부터 웅변이었다.

 처음 만난 그 때 나를 무서워했던 것도, 스쿨아이돌에 마음이 동했던 것도. 자신의 좌절을 받아들이고,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 했던 용기도.

 그 전부는 나의 눈도, 귀도, 물론 코도 아니고, 마음에 닿아 있었다. 이유 같은 건 모른다. 철새가 돌아갈 곳을 알고 있는 것처럼, 나에게는 처음부터 리나리의 마음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렇게 곤란하게 될 줄이야.

 아이 씨라고는 해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리나리-! 기다렸지?」

「아이 씨」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리나리가 일어선다. 그런 몸짓 하나에 「반가움」이라는 기분이 배어 있는 것을 알고 무심코 뺨이 느슨해졌다.

 고양이 같다고 생각한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정이 많아서,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친해지고 나니 가까이서 잠들기도 한다. 보기에도 동글동글한 리나리의 큰 눈동자는 우리 집 근처에 사는 길고양이를 연상시킨다.

 왠지 내버려둘 수 없는 것까지 똑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리나리를 들여다보았더니, 어리둥절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래?」

「음, 아냐, 아무것도」


 깜박깜박, 곤혹스러운 듯 눈을 깜박이는 행동도 역시 고양이 같다.

 나는 그대로 리나리의 손을 잡는다.

 리나 쨩 보드가 없어도 알 수 있는, 「놀람」의 기분.


「가자! 늦으면 셋츠한테 혼날 거야」

「……응」


 꾸벅,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리나리는 나의 손을 맞잡는다. 작고 부드럽고, 새하얀 리나리의 손이 내 손 안에 쏙 들어오고, 그러고 나서 손가락을 살짝 감아 온다.

 손을 잡는다는 건 그야말로 처음 만난 그 때부터 하던 일인데.

 새삼스레 가슴이 술렁이는 것은, 거기에서 전해지는 열량과 감정이 마치 철판에 다가갔을 때처럼 뜨겁기 때문이다.


(…………)


 두근두근거리며 도는 피는 명백히 너무 많다. 손끝에까지 심장이 생겨난 것 같은 기분.

 ……땀 안 났겠지, 나는 자신에게 확인한다.

 그치만, 왜냐면.

 조금 과할 정도로 꼭 쥐어진 리나리의 손바닥에서는.

 「아이 씨, 좋아해」라는 기분이, 확실히 전해지고 있으니까--.



     ・



 언제부터 그랬냐고 묻는다면, 처음부터였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아이 씨는 나에게 무척 신기한 사람이다.

 여태껏 본 적 없는, 반짝거리는 세상의 사람. 친구도 없는 나로서는 멀리 있는…… 그것은 마치 화면의 건너편처럼, 먼 존재일 터였다.

 하지만 아이 씨는 거기서 손을 뻗어줘서. 내 팔을 끌어당겨 어디든 데려다 주었다. 처음에는 왜 그렇게까지 해주는지 몰라서 당황했지만, 이야기하다 보니 곧 깨달았다.

 아이 씨는 좋은 사람이다. 그것은 마치 태양이 이유 없이 따뜻한 것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곁에 있던 나는 통감했다.

 그래, 아이 씨는 태양 같은 사람이다.

 태양처럼 뜨거운 만큼! 같이 평소처럼 재미있는 말장난을 하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처음부터 그랬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양지에 있는 듯이 따뜻하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날씨에 커튼을 걷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아이 씨의 주위를 맴돌며 그 온기를 맛보는 역할을, 어째서일까, 나는 약삭빠르게 손에 넣고 말았다.

 아이 씨가 태양이라면 나는 달이다.

 그 빛에 비춰질 뿐, 스스로 빛나지는 않는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은…… 변하고 싶다고, 그렇게 진심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아이 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시 처음부터다.

 아이 씨는, 특별했다.


「……」


 잡힌 손을 바라본다.

 당연하다는 듯 곁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아이 씨가 거기에 있어 주기 때문이다.

 아이 씨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누군가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이 씨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많은 「즐거움」을 알 수 있었다.

 아이 씨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변하고 싶다고 바랄 뿐이 아니라, 변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아이 씨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스쿨 아이돌 동호회에 들어가서 모두와 함께 나아갈 수 있었다.

 내가 변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아이 씨 덕분이다.


 ……그때.

 골판지 상자 너머로 끌어안은 아이 씨는 내 전부를 받아줬다.

 그때부터 아주 조금…… 나는 욕심쟁이가 되어버렸다.

 아이 씨는 만날 때마다 나를 향해 웃어준다.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데려가 준다.

 그럴 때면 가슴이 뜨끔 아프다.

 나에게 있어서 아이 씨는 특별하지만.

 아이 씨에게 있어서 나는, 분명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분명한 기쁨과--조그마한 외로움.

 나는 아이 씨에게 특별해지고 싶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아이 씨의 옆에 설 수 있을 만큼 착실한 내가 된다.

 태양에 비치는 달이 아니라, 아이 씨와 함께 빛날 수 있는 태양이 되는 것이다.


「……열심히 해야지」

「응? 리나리, 뭐라고 했어?」

「아니」


 진심을 담은 대답을 감정으로서, 쥐고 있던 손바닥에 전한다.

 「좋아해」라고 해도, 표정에 낼 수 없는 내가 말해봤자 전해지지 않겠지만.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방긋 웃는 나의 태양에,

 지지 않기 위해 마음속으로 주먹을 쥔다.

 리나 쨩 보드에 「진지함」의 얼굴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




 연습을 마치고 나면 나와 리나리는 같이 돌아간다.

 학교에서 가까운 곳은 리나리의 집으로, 먼저 리나리를 보내고 나는 혼자 집으로 간다.

 그렇게 멀리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리나리와 함께 돌아가는 길은 즐겁다. 그러니 도중에 다른 곳에 들르거나 하는 것도 항상 있는 일이었다.

 달랐던 것은.


「어, 미야시타 씨!?」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간 우리를 마중나온 것은 그런 새된 환성이었다.


「게다가 텐노지 씨도!」

「요전에 라이브 봤어, 대단했지!」

「저기저기, 사인 좀 해주라!」


 왁자지껄 몰려오는 것은 우리--니지가사키 학원의 학생들이다.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인지 아는 얼굴도 많았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조금 멀고 얼굴만 안다고 하기에는 또 가까운 것 같은 그런 관계.

 옆에 있는 리나리가 조금 굳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네, 고마워-! 하지만……」


 그 허리에 손을 감고 꽉 붙인다.


「좀 지나갈게? 아이 씨도 버거 먹고 싶거든! 배고프니까!」


 리나리를 데리고 안쪽 자리까지 걷는다.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걱정될 정도로 가는 허리는 내게 안기는 대로 따라와 준다.


「사인 말야? 자, 여기!」

「와-! 고마워, 미야시타 씨!」

「아하하, 아이 씨라고 불러!」

「텐노지 씨……! 나, 저번 라이브 보고 정말 감동받았어……!」

「고마워. 리나 쨩 보드, 『방긋』」

「와아……!」


 팬들(스스로 말하는 것은 조금 부끄럽지만……)에게 둘러싸여, 어느새 큰 세대가 되어버렸다.

 사인하거나 악수하거나 사진을 찍거나—왠지 진짜 아이돌 같다. 카스밍이라면 더 서비스했을지도. 아유무는 쑥스러워하려나?

 그런 식으로 무심코 생각하는 것은 동호회 친구들이다.

 그리고.


「……」

「자, 치즈!」


 말없이도 피스를 만들어 팬의 부탁에 따라 투샷을 찍는 리나리.

 표정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약간의 동요와 가득한 두근거림.

 ……리나리는 다른 사람과 관계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다. 표정을 짓지 못하는 것에 신경 쓰느라 사람을 사귀는 것을 조금 겁냈을 뿐이다.

 리나 쨩 보드를 만들고 라이브도 성공시킨 지금, 리나리는 자신이 바라는 대로 다른 사람과 제대로 관계를 맺고 있다.

 왠지 내 일처럼 뿌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둘만 있네!」

「뭐 그렇지! 돌아가는 길 같으니까」

「사는 곳이 이 근처인가요?」

「……응. 바로 저기」


 평범하게 대화를 해내는 말투의 가장자리에, 「즐거움」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뺨이 풀어지는 부드러운 시간.

 하지만.


「둘이 친해?」

「맞아!」

「유닛 같은 거 짤 생각은 없나요?」

「……유닛」


 툭, 리나리가 중얼거린 한마디.

 그 한마디에 담긴 습도를 느낄 수 있던 것은 나뿐이라는 실감이 있었다.


「아, 아하하! 지금 유닛은 검토 중이--」

「하고 싶어」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리나리를 향한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리나리는 황급히 리나 쨩 보드를 다시 쓰고.


「……유닛, 하고 싶어. 리나 쨩 보드, 『의욕』」

「오오, 좋네!」

「저, 저 두 분 라이브 하면 꼭 보러 갈게요!」


 주륵,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탁자 끝에 놓인 컵을 봤을 때와 같은 나쁜 예감.


「고마워! 그럼, 다음에 다 같이 상의해서……」

「하고 싶어. 나, 아이 씨 좋아하니까」


 마시던 음료를 뿜는 줄 알았다.

 모두의 시선이 다시 리나리에게 모여.


「아하하! 아이 씨, 사랑받고 있네!」

「정말 사이 좋으시네요……」


 모두의 반응은 나로서는 조금 의외로.

 하지만 곧 깨달았다.

 ……농담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다.


「맞아, 맞아!」


 나는 그 분위기에 올라타 리나리의 머리를 꼭 안는다.


「그치, 리나리-!」

「……응」


 꾸벅, 고개를 끄덕이는 리나리.

 리나 쨩 보드에 숨겨지고는 있었지만…… 그 마음의 움직임은 전해져 온다.

 기쁨과 서운함이 섞여 있다.

 ……어째서일까.

 웃고 있는 나의 마음도 왠지 조금 쓸쓸한 것 같았다.



     ・



 난감하네.


「괜찮니? 아이 이상한 거라도 먹었어?」

「헤!?」

「너무 안 먹잖니, 오늘」

「아, 아니! 식욕 있어, 충격적인 정도로!」

「그래그래」


 엄마에게 지적을 받을 정도로 나는 아무래도 넋이 나가 있는 것 같다.

 짚이는 건 있다. 그렇다기보다, 오늘은 거의 그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

 리나리 말이다.

 리나리는, 아이 씨에게…… 그, 「좋아해」라는 기분을 향해주고 있다.

 저번 리나리의 라이브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쭉 그렇지만…… 오늘은 특히 노골적이었다. 아침에도, 방과후에도 계속.

 나도 리나리는 정말 좋아한다. 학년은 다르지만,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해도 좋다.

 그런데, 뭐랄까.

 요즘 리나리에게서 느끼는 기분은 내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저어…….


「으으으……」

「배도 아파?」

「아니라니깐!」


 불쑥 얼굴을 내민 엄마에게 생각을 중단당해 허둥지둥 저녁밥을 입으로 옮긴다.


「잘 먹었습니다!」

「그래, 변변치 못했어요」


 뒷정리까지 마치고 나서 자기 방에서 혼자가 된다.

 하던 고민을 계속 생각하자 리나리의 얼굴이 뇌리에 떠오른다.

 리나 쨩 보드를 손에 넣은 뒤로 사람들 앞에서는 보드를 갖고 있는 일이 많지만, 나와 둘이서 있을 때는 다르다. 리나리의 원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전해지기 때문에--귀여운 얼굴을 독차지할 수 있어서 운이 좋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이렇게 될 줄이야.

 오늘의 리나리를 생각하면 뺨에 열이 모인다.

 닿은 손가락으로부터 「좋아해」가 전해져 와서.

 방과후에는 말로도 전해 주고.

 그것은 산뜻한 느낌이 아니라 끈끈하게 혀에 감기는 참마 같은…… 아니, 그런 식으로 비유하는 건 적절하지 않겠지만, 으음…….


「으아아아……」


 침대 위에서 머리를 감싸쥔다.

 물론 착각일 가능성도 있다. 아니, 착각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팬들도 분명 농담이나 끽해야 친구간의 애정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사실 보통은 그럴 것이다.

 친구로서, 친애의 마음을 전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고민할 것은 없다.

 하지만.

 가만히, 손바닥에 남은 온기에 생각을 한다.

 전해져 온 기분은…… 분명히, 달랐다. 불안해질 정도로 뜨겁고,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무엇보다 정말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자기 마음에 거짓말은 할 수 없다. 그때 느꼈던 마음은 우정과는 조금 다르다.

 리나리가, 그……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고 있는 거라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벌러덩 드러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본다.

 여자끼리, 라는 말이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달까, 내 주변에도 동성 간에 연인으로서 사귀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어떠냐고 물으면 조금 자신이 없다.

 애당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 아니, 누구 한 사람만을 좋아하게 되는 일이 인생에서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모두가 좋고, 모두가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선순위라고 할까, 특히 친한 사람은 있었지만.

 지금 제일 사이가 좋은 사람은 틀림없이 동호회의 모두――그 중에서도 리나리가 그렇다.

 그치만, 리나리와 그, 연인다운 일을 할 수 있냐 하면.

 상상해본다.

 손잡기. 이건 항상 한다.

 허그. 이것도 가끔 한다.

 데이트. 음, 일상이다.

 그럼, 그 다음은?


「……」


 반사적으로 연상된 부분을 손으로 건드린다. 내 입술은 저녁으로 먹은 몬자야키의 기름으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연상 게임처럼 리나리를 생각한다. 의식해서 본 적은 없었을 텐데, 내 머릿속은 놀랄 정도로 선명하게 그 이미지를 재생한다. 반들반들한 입술. 리나리의 하얀 얼굴 안에서, 핑크빛으로 빛나는, 부드러울 것 같은――.


「……그만~!?」


 더 이상 생각하면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아서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대로 베개를 끌어안고 어떻게 해서든 잠에 들려고 한다.

 하지만 리나리는 눈꺼풀의 안쪽에 떠오른 채,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나를 보고, 눈을 감고…….

 멋대로 만들어낸 망상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그만둘 수가 없다.


「……으으……」


 온몸이 따뜻한 목욕물에 잠겨 있는 것처럼 뜨겁다.

 오늘 밤은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



「유닛?」

「네,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어요」


 다음 날, 부실에서 셋츠가 보여준 것은 스마트폰 화면.


「아, 진짜네」

「꽤나 확신이 있는 글인데요…… 무슨 일 있었나요?」

「……어제」

「응, 그거겠네」


 리나리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모두에게 어제 방과후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좋아하니까」라고 한 부분은 확실히 생략해서.


「그렇군요…… 팬의 요청이라는 것이군요」

「으으! 그런 건 카스밍이 받고 싶은데요!」

「자자」

「……하지만 어떡하지?」

 힐끗 하고 나와 카린에게 시선을 보내는 것은 아유무.

「분명, 아이 쨩은--」

「응, 그렇지」

 그 자리에서는 말을 꺼낼 수 없었지만, 사실 유닛 기획은 진행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나는 카린과 둘이서 유닛을 짤 예정이다.


「……뭐, 괜찮지 않을까?」


 카린이 선뜻 그렇게 말한다.


「꼭 조합을 고정할 필요는 없어. 다른 스쿨 아이돌들도 여러 멤버가 있으면 유닛의 셔플은 나름대로 일어나는 것 같고」

「오? 카린 선배, 공부 좀 하셨나봐요?」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그러니까 둘이서 유닛을 짜도 별로 문제는 없다는 거야」


 의미가 있는 듯한 시선이, 나에게 날아오고.


「--정말로 할 생각이 있다면, 말이지만」


 윽, 하고 말문이 막힌다.

 리나리와 유닛을 짜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그건 굉장히 재밌을 것 같아,

 하지만 지금은――.

 무심코 눈을 돌린 끝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표정의 리나리가 있다.

 어쩐지 지금만큼은 리나리가 훨씬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카린 씨의 말대로라고 생각합니다! 유닛 셔플, 팬 분들도 분명 좋아할 거예요!」

「카나타 쨩은~ 어디서든 열심히 할 거야~……」

「그러면 나머지는 두 사람에게 달렸네」


 엠마의 배려로 나와 리나리만 방에 남겨진다.

 역시 평소와는 다르다. 첫 마디가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고, 나쁜 꿈속에 있는 것만 같다. 입이 바짝 말라서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는다.


「……아이 씨는」


 그런 나를 보다 못했는지 리나리가 말을 걸어준다.

 똑바로 향하는 시선에 왠지 주눅 든 듯 천천히 시선을 맞춘다.

 거기에는 깊은 바다와 같은.


「나랑 유닛을 짜는 건…… 싫어?」

「싫지 않아!」


 스스로도 놀랄 만큼 큰 소리가 부실의 벽을 진동시켰다.

 아주 조금 커진 리나리의 눈동자가 「놀람」의 기분을 전해준다.

 목소리가 커진 이유는 단 하나다.


「그렇지 않아, 리나리. 미안해……」


 「놀람」 이전에, 리나리의 눈동자에 떠있던 감정은.

 틀림없는 「슬픔」이었으니까.


「……미안해. 아이 씨의 잘못이야」


 어떤 식으로 좋아한다든가.

 어떤 형태가 사랑이라든가.

 그런 건 다, 전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런 식으로 고민하고, 망설이고, 이상하게 되어 있는 사이에--리나리가 슬퍼할 정도라면.

 나의 전부를, 리나리에게 그대로 부딪히는 것이 훨씬 낫다.


「리나리가 슬퍼하는 건, 싫어」


 그야.


「리나리를 좋아하니까」


 어떤 의미에서든.

 어떤 관계에서든.

 그 생각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내 안에 분명히 있다.

 리나리가 좋아.

 말로 확인해 보니, 이렇게도 확실한 감정이었다.

 한 걸음, 내딛는다.


「유닛 짜자. 리나리와 함께라면, 더욱 더 즐거워질 거야!」


 두 번째 걸음은 앞으로 푹 고꾸라지듯이.

 마음이 앞서서 리나리에게 향하는 몸을 앞지른다.


「좋으니까. 리나리가 너무 좋으니까!」


 하루 늦은 응답.

 그 지연을 만회하려고 하듯, 나의 몸은 가속한다.

 그 기세 그대로 쓰러지듯 리나리를 끌어안는다.

 부딪친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아이, 씨」


 품 안에 쏙 들어가는 리나리는 역시 작고 가늘고.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했다.


「숨 막혀」

「앗!? 미, 미안」

「그래도」


 꼬옥.

 리나리의 팔이 내 허리에 둘러진다.


「이대로가 좋아」

「……응」


 조용한 방 안에 온도가 두 개.

 고동마저 하나로 섞여서 어느 쪽의 소리인지도 알 수 없다.

 ……신기하다.

 어젯밤에는 그렇게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는데.

 진짜 리나리를 안아보니 마음속이 이렇게 편안하다.


「……유닛은, 이제 됐어」


 정적에 돌을 던지듯 리나리가 불쑥 중얼거렸다.


「어?」

「카린 씨와 아이 씨의 유닛…… 기대할게」

「어, 왜? 그치만」


 빙 둘러진 팔에 힘이 실린다.

 리나리의 팔이니까 별 힘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 사이에 있던, 아주 작은 거리를 메우기에는 충분했다.

 얼굴과 얼굴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서로 쳐다본다.


「괜찮아」


 그 말은 거짓이 아니라고, 리나리의 전부가 전해준다.

 피부에서, 팔에서, 한숨에서.

 리나리의 마음이, 부드러운 온기가 전해진다.


「원했던 건 받았으니까」


 그리고.

 리나리가, 발돋움했다.

 163cm와 149cm.

 총 14cm의 차이가, 0이 된다.


「……」

「……」


 살며시 입술이 멀어진다.

 낼름 들여다보인 혀까지, 머리카락과 같은 분홍색.

 눈 감을 틈도 없었다.


「…………」

「……무, 무슨 말이라도 해줘!」


 현실이 따라잡아, 조금 전까지의 평온한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나의 심장은 터질 듯 쿵쾅쿵쾅 뛰고 있다.

 리나리의 뺨에도 드물게 붉은 기가 돌고 있어서, 어디에 감추고 있었는지, 얼른 얼굴을 리나 쨩 보드로 덮어 버린다.


「리나리-!? 아이 씨는 놀라고 있다고!?」

「……나도, 깜짝 놀랐어」

「리나리가 했잖아!」

「……응. 하고 싶었으니까……」


 엄청난 일이 되어버렸다는 생각과.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

 행선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전철에 뛰어 올라타 버린 것 같은.


「……그렇구나」


 그렇지만, 그 감각은 의외로.


「그러면, 괜찮은 거지?」

「……어」

「아이 씨도, 하고 싶어졌으니까 해버려도!」


 리나 쨩 보드를 떼어내고, 이번에는 내가 몸을 굽힐 차례.

 부딪치지 않게, 살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을 만지듯이.


「……」

「……」


 떠나도 아직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 온기가 입술에 남아.

 그것은, 의외로--.


「……나쁘지, 않을지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고, 알 수 없다.

 이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도 마찬가지.

 하지만.


「가볼까, 리나리」

「……응, 아이 씨」


 잡은 손에서 서로에게 전해지는 마음은 왠지 같은 것 같아서.

 그것을 나는 사랑이라고 부르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끝》

리코쨩마지텐시 2021.11.13 10:37:54
ㅇㅇ 올라가 씨발~~~ 221.139 2021.11.13 10:42:11
voemvoem 2021.11.13 10: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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