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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치카리코)너와 맺어져서(4)
글쓴이
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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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381493
  • 2021-11-09 07:13:18
 



​제2장 헤메이는 길 에튀드​



버스의 좌석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봤다. 높고 맑은늘에 떠 있는 권적운. 여름의 냄새도 차츰 멀어져 가고, 요즈음엔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도 점차 많아지고 있었다. 언제나 계절이 지나가버리는 건 쓸쓸한 일이지만, 올해는 유독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충실하고 즐거웠던 걸지도 모른다.
교차점에서 우회전한 버스가 흔들리는 바람에 옆에 앉아있던 리코가 내게 기대왔다. 일어날까 싶었는데, 여전히 무방비한 얼굴로 조용히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다.
가방에서 꺼낸 건, 이번 여름에 계속 내 단짝이었던 카메라.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을 뿐이지만 스마트폰으로 찍는 것보다 더 사진이 잘 나왔고, 셔터를 눌러 추억을 남기는 감각이 기분 좋았다. 최근엔 언제나 가지고 다닌다.
추억으로 삼기 위해서야, 라고 마음속으로 변명하며, 이 귀여운 잠든 얼굴도 남겨두기로 했다.
깨우지 않도록 살짝 어깨를 빌려 주자, 살짝 시트러스의 상쾌한 냄새가 났다. 이대로 계속 바라보고 싶은데, 행복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만다. 이 신호를 돌면, 늘 내리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고 만다.

“리코짱, 일어나. 이제 도착이야.”

가볍게 어깨를 흔든다. 호박색 눈동자가 멍하니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말았다. 숨기지 못한 귀가 새빨갛게 된 게 보였다. 잠자는 얼굴을 무방비하게 드러냈던 게 부끄러운 걸까.

“거짓말….아침부터 존 거야….? 정말….깨워주지 그랬어.”
“엄청 기분 좋게 자길래, 미안해져서.”
“하아…….”

잘은 모르겠지만, 풀이 죽은 모양이다.

“괜찮아. 나 말곤 아무도 안 봤을걸?”

일단 도와줄 생각이었지만, 리코짱은 점차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더니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최근 Aqours의 작곡만이 아니라 음대 입시를 위한 연습도 하고 있는 모양이라, 졸려 보이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사실은 걱정도 되고, 무리하는 거 아니야? 라고 묻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말은 리코짱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교문까지의 길 도중에 있는 교차로. 평소라면 여기서 합류할 수 있지만----절친의 모습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찾아보자,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요우쨔~앙!”

큰 목소리로 외치며 힘껏 손을 흔들자, 요우짱도 날 알아본 것 같다. 신호가 변함과 동시에 달려온 그녀는 활기차게 경례를 올려붙였다.

“치카짱, 리코짱, 좋은 아침이에요소로~!”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기운이 넘치네.”

이 학교에 오고 나서도 변치 않는, 언제나의 아침 속 일상.

“응! 으응~? 호오오오….”

우리들이 꼭 잡은 손을 재빨리 바라본 요우짱이, 빙그레 웃는다.

“요, 요우짱! 아냐! 이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선 손을 놓으려 하자, 단단히 고쳐잡아서 도망치지 못하게 꼭 붙잡는다.
어제도, 그제도, 그 전도 그렇다. 리코짱은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뒤, 다른 학생들이 많아지면 슬그머니 손을 놓곤 한다. 살짝 화가 나서, 오늘은 절대로 놔 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손을 꼬옥 잡는다.
리코짱이 슬쩍 째려봤지만 눈치채지 못한 척. 잠시간 공방이 계속된 끝에, 먼저 포기한 쪽은 리코짱이었다. 이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요우짱과 애기를 시작했다.
그건 그것대로 좀 쓸쓸할지도. 꽤나 즐거워보이는 옆얼굴을 바라보며, 몰래 생각해보기도-----

“어~이, 치카짱? 어라? 일어나 있어~?”

그런 걸 생각하느라, 둘의 대화는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후에, 뭐야?”
“얘기 안 들었지? 신곡 말인데, 이미지가 정해졌으니까 가사랑 맞춰보고 싶어서. 대략적으론 작곡해봤거든.”
“어, 정말?! 듣고 싶어!”
“그건 상관없긴 한데…..아직 모두에게 들려주기엔 좀 자신이 없어. 그러니까 치카짱의 의견을 듣고 싶거든.”

느긋하게 대화하며 가사와 곡의 조율이나 그런 것들을 작업하기 위해, 방과 후에 연습이 끝난 시간에 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나머진 장소지만….

“늘 그렇듯 치카짱의 방?”
“음, 그것도 좋긴 한데, 이거 봐봐.”

대화하면서 스마트폰을 조작해, 곧잘 가는 케이크 가게의 기간한정 메뉴 페이지를 리코짱에게 보여줬다.

“한정 감귤 케이크라구? 꼭 먹고 싶어!”
“그건 상관없는데, 괜찮겠어?”
“헤? 뭐가?”
“용돈이 위기라고 요전에 떠들지 않았던가?”
“으….그건 어떻게든 될 거야. 기간한정이라구? 이번에 놓치면 다음은 없을지도 모른다구?”
“또 그런 소릴….”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하면서도 결국엔 내 부탁을 들어주는 것 같다.

“요우짱도?”
“어….나?”

아직도 꼭 잡고 있는 우리들의 손을 보고, 요우짱은 망설이는 것 같았다.

“당연하잖아? 요우짱한테도 듣고 싶은걸. 그리고 설마, ‘규칙’을 잊은 건 아니지?”

리코짱이 장난스럽게 웃자, 요우짱도 금세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그러네….응! 그럼 갈까? 셋이서.”

여름이 끝나도, 나와 리코짱이 연인 사이가 되어도….우리 셋의 일상엔 거의 변함이 없다. 그건 분명 요우짱과 리코짱 덕분이다.
그 뒤, 제일 친한 절친에겐 제일 먼저 보고했다. 고맙다고, 요우짱과의 관계는 앞으로도 절대 변함없을 거라고. 리코짱과 같이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자, 요우짱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고….결국 셋이서 조금 울고 말았다.
서로 지나치게 양보하는 일 없기, 그건 셋이서 정한 규칙이다. 요우짱은 너무 양보하거나, 신경을 써 주거나 했고,우리들도 너무 요우짱을 신경쓰곤 했다. 반대로 요우짱에게 “제대로 둘만 가지는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안 돼.” 라고 혼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아쉬움을 극복하고, 딱 좋은 거리감이랄까…..우리들 셋답게 있을 수 있는 밸런스를 찾아냈다.

“저기, 교실까지 셋이서 손 잡고 가자.”
“에에?! 셋이면, 나도야!?!”
“당연하지!”

빈 손으로 요우짱의 손을 잡는다. 양 손이 두 사람의 온기로 감싸여서, 그것만으도로 즐거워니 신기하다.

“치카짱….이거, 꽤나 부끄러운데?”
“맞아….다들 보고 있잖아….”
“아하하, 좋지 않아? 사이 좋아요~ 하고 보여주자구.”

이런 일상이 계속될 수 있는 건 정말로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행복한 일이라고.


점심시간, 평소 같으면 리코짱과 요우짱과 함께 안뜰에서 도시락을 까고 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요우짱과 리코짱을 먼저 보냈다.
옛날부터 교무실에 들어가는 건 어쩐지 긴장됐다. 특히 이 학교는 선생님들의 수가 많다보니, 괜히 더 거북해지곤 한다.
두리번거리며 거동이 수상하게 교무실을 둘러보고 있으려니, 안쪽 자리에 앉아계시던 담임선생님이 날 알아챈 듯이 손을 흔드셨다. 안내받은 대로 파티션으로 구분된 진로지도용 부스의 의자에 앉는다.

“점심시간에 미안하구나.”
“아뇨...괜찮습니다.”
“타카미 양하고 다른 애들도, 부활동에 열심이잖니? 늘 대단하다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그런 얘기를 한단다.”
“에, 아, 네….감사합니다.”

어째선지 선생님은 부활동 얘기를 제일 먼저 꺼냈다. 하지만, 날 부른 목적은 그런 게 아니다.

“부른 건, 이거 때문인데….”

책상 위에 내민 건 진로희망조사서. 내 이름이 쓰여 있는 그건, 아래는 새하얀 백지였다.

“적어도 진학할지, 아니면 취직할지는 슬슬 정해야 하거든…..”
“네….그치만, 고민하고 있습니다. 진학하는 애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지만, 장래에 뭘 하고 싶은지….아직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서요.”
“그렇구나….부모님은 뭐라 말씀이 없으셨니?”
“저기...엄...어머니는 일 때문에 도쿄에 계시는 일이 많으셔서, 달리 말씀은….”
“확실히 타카미 양의 집은 여관이었지….? 집을 이어야만 한다던가, 그런 건….”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왠지 모르게 진학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래…..꿈이라던지, 뭘 하고 싶다던지 그런 건 변해가는 거니까. 천천히 찾아봐도 된단다. 그런 의미에선 진학이라는 선택지도---------”

선생님의 말씀은 어딘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생각으로 결정해도 되는 걸까? 리코짱도, 요우짱도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을 발견해서 진로를 결정했지만, 나는 아직 아무것도 찾아내질 못했다. 스쿨 아이돌은 아직 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그 앞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그걸 찾아야만, 답이 나올 것 같다.

“우라노호시 애들은 다들 느긋한가 보구나….”

선생님은 마지막에 그렇게 중얼거리시곤, 이번 달 중엔 임시로라도 답을 내 달라는 얘기를 남기셔서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교무실에서 뛰쳐나와 급히 안뜰로 가자, 요우짱과 리코짱뿐만 아니라 츠키짱도 같이 있었다. 학생회 일이 있으니까, 늘 점심은 학생회실에서 먹는 일이 많은 것 같아서, 우리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건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모처럼의 기회였는데 좀 아까웠다.

“늦었어, 치카짱.”
“아, 응. 좀 반 일로 교무실에 불려가서.”
“그렇구나. 우리 반 애가 교무실에 가는 걸 봤다고 했거든. 치카짱이 또 뭔가 저질렀나 싶어서 걱정했다구.”
“또라니 뭔데?! 나, 그런 짓은 안 했다구?!”

뺨을 볼록 부풀려서 농담하듯이 웃는 요짱을 노려본다.
그치만, 덕분에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진로 때문이라곤 말할 순 없고, 우울하던 기분도 조금만이나마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애써 명랑한 목소리로 “무슨 얘기 했어?”라고 물어봤다.
내 말을 들은 세 명은 동시에 얼굴을 마주보더니, 안뜰에 미묘한 침묵이 흘렀다.
어라? 나 혹시 물어보면 안 되는 걸 물어봤나?
츠키짱이 “연애 얘기라구. 그치?” 라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무슨 소리야?” 라고 물어봤지만, 리코짱은 어째선지 눈을 맞추려고 하지 않고, 요우짱은 쓴웃음을 짓고…..

“응. 치카짱에겐 비밀이려나.”
“에에~!? 왜? 가르쳐줘~!”

결국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뭐였던 걸까….
하지만, 나 혼자서 답답해하던 사이에, 화제는 오후 수업으로 바뀌어 있었다.


“저기, 잠깐 딴 데 들렀다 가지 않을래?”

요우짱과 셋이서 약속했던 가게에 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신기하게도 리코짱이 날 불러냈다.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많은 것 같으면서도 적으니까, 정말로 기뻤다. 졸업 때까지 몇 번이나 이렇게 단둘이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딴 데 들른다고 해도, 늘 가던 모래사장이다. 그치만 우리들에게는 특별한 장소. 여기서 바라보는 수평선도 석양도, 리코짱을 발견했던 그 날로부터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도, 우리들은 크게 달라져 있고, 어쩐지 지금도 가끔 꿈을 꾸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곡이 되겠네.”
“응….치카짱 덕분에.”
“헷...ㅁ, 뭐야 갑자기….”

갑자기 칭찬받는 바람에 쑥스럽달까, 부끄럽다.

“후훗….!”
“앗?! 지금 나 놀린 거지!?”
“아냐, 정말이야. 늘 생각하고 있어. 치카짱이 작사 담당이라서 다행이라고.”
“으...그런 건….나야말로….리코짱이 작곡 담당이라 다행이라구?”
“고마워. 나는 치카짱의 가사가 정말 좋아. 솔직한 가사들이라, 어느 곡에 붙일까 즐거워져. 곡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나 즐거운 일이라는 걸 깨달은 것도, 치카짱 덕분….”
“우와앗?! 스톱 스톱?! 이제 충분하니까…..!”

리코짱의 말을 황급히 가로막았다. 이 이상 들으면 내 심장이 버티지 못할 것 같은걸.
손으로 파닥파닥 얼굴을 부치며 열을 식히는 날 바라보며, 리코짱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각이 없는 건가? 자긴 부끄럼쟁이인 주제에, 아주 괘씸하다.
해질녘과 함께 차가워진 바닷바람이 뜨거워진 볼에 닿는 것이 기분 좋아서, 감귤색에서 트와일라잇 블루로 변해가는 수평선을 나는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상냥한 목소리로 이름이 불려서, 시선을 그녀에게 돌렸다.

“뭐, 뭐야?”
“저기….혹시 뭔가 고민하는 게 있나 해서.”
“에…..?”

스스로는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놀랐지만, 그것만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기쁘기도 했다.

“말하지 못할 사정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돼…...하지만, 만약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아, 응. 사실은 좀…..그치만, 이건 내가 결정해야만 하는 일이라서.”
“그래….”
“걱정해줘서 고마워.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역시 나는 마음 한구석에선 리코짱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 만났던 그 날부터 약한 소리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던 건 언제나 리코짱 앞이었으니까.

“우리들, 계속 고등학생인 채로 있으면 좋을 텐데.”

물론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다는 건 나도 알지만, 이 반짝거리는 시간들이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빌고 만다.

“아하하, 그러면 리코짱하고 요우짱하고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을 텐데…..”
“나는…..그건 싫을지도.”

농담할 생각이었지만, 리코짱은 어딘가 수심이 깃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쩌면, 계속 함께 있는 게 싫은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니 무서워져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나의 불안을 달래듯이 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치만, 나는 어른이 된 치카짱도 보고 싶은걸.”
“에….분명 지금하고 별로 다르지도 않을 텐데?”
“....그러네. 변치 않는 점도 많을지도 몰라.”

지그시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한다.

“우으…...어차피 어린애같고, 동안이라구요~!”

삐진 척을 해 봤다. 그치만, 리코짱이 이렇게 날 놀리는 건 전혀 싫지 않다. 오히려 이런 대화가 더 안심됐다.

“저기, 나는 치카장하고 함께 나이를 먹고….어른이 되고 싶어.”

이런 말을, 너무나도 진지하게 말하니까 역시 위험하다. 아마 본인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리코짱….그거 엄청 유혹하는 대사라구…..”
“엣….거짓말, 내가? 그런 부끄러운 말을 한 걸까…..”
“아냐, 그냥 리코짱은 좀 천연스러운 점이 있으니까.”
“그거, 치카짱한테만은 듣고싶지 않은걸.”

삐진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부끄러워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치만, “같이 나이를 먹고 싶다.”라니. 그건 즉……
가슴 속에서 날뛰는 감정 그대로, 지금의 기분을 리코짱에게 말로 해 봤다.

“저기, 리코짱. -------------좋아해.”

흰 피부가 순식간에 새빨개지더니 휙 고개를 돌려 버렸다. 조금 전까지 그런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치던 주제에, 직접적인 말엔 약하다니까. 그런 점이 귀여워서 좋은 거지만. 같은 말을 듣고 싶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욕심이려나.

“리코짱은?”
“이…..이런 말은 가볍게 입에 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시츄에이션이라던가….”
“그치만,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하는걸.”

으윽, 하고 말문이 막히는 리코짱. 하지만 마지막엔 제대로 눈을 마주보며 “좋아해.” 라고 말해 줬다.
기뻐서, 조금 부끄러웠다.
서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으려니, 눈동자 속에서 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빨려들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정말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친구였을 땐 생각하지 못했던. 둘이서만 이렇게 있으면, 무언가 있지 않을까 무의식적으로 기대하면서 두근거린다.
하지만…..그건 나뿐이었나 보다. 슬쩍 시선을 피하고 만다.
어라, 뭘까, 이 기분은. 멋대로 내가 기대한 것 뿐인데도.

“쌀쌀해졌으니까, 돌아갈까? 중요한 예선을 앞두고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잖아?”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 속을 쿡쿡 찌르는 작은 통증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저 지금 입꼬리가 찢어져서 정수리에서 매듭지을라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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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마즈앞바다돌고래 선?추후감... 2021.11.09 07:14:02
76 2021.11.09 07:14:50
인정할수없어 선추후감 잘보고있음 2021.11.09 0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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