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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번역)너와 맺어져서(2)
글쓴이
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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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379553
  • 2021-11-07 01:58:46
							



​제1장 짝사랑 세레나데​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어째선지 나는 아주 오래 전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오래 전에 기억 속에 묻혀 있었던 것 같은 추억의 파편. 아마 초등학생 저학년 즈음 일이었던가?  그 무렵, 사이좋았던 애에게 좋아하는 남자애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걸 잘 몰랐어서-----

“그치만 멋있잖아! 축구도 잘하구!”
“흐음. 치카는 잘 모르겠어.”
“치카짱은? 누가 좋아?”
“가장 좋아하는 친구.? 치카는 요짱.”
“에~?! 요우짱은 안 돼~”
“왜? 치카는 요짱이 제일 좋은걸!”
“그치만, 요우짱은 여자아이인걸. 여자애랑 여자애끼리는 결혼 못 한다구!”

그 때는 왜 요우짱이 안 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결국 그 애와 싸우고 말았던 것 같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우릴 말리시고는, “운명의 붉은 실” 이야기를 나에게 해 주셨다.
치카짱에겐 아직 운명의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란다----라고.
운명의 사람에게 품는 ‘좋아해’와 소중한 친구에게 품는 ‘좋아해’는 다르다. 그건 어렸던 나에겐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하지만 지금도 내 안에 있는 위화감----어느 쪽이 더 위라고 누가 결정한 걸까.
지금의 난 리코짱이 좋다. 하지만, 요우짱도 좋아한다. 둘에게 향한 나의 ‘좋아해’는 다르다. 하지만, 그건 어느 쪽이 우위인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바보라서 답이 없을 정도였지만, 그 뒤에 불안해진 나는 요우짱에게 물어봤었다. “나는 요짱하고 제일 친한 친구지?” 하고.
요우짱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해주었다. 그게 기뻐서 어렸던 나는 만족하고 말았다. 나는 그런 마음을 제대로 요우짱에게 전한 적이 있었을까. 진심으로 말하는 건 좀 부끄럽지만……

“....요우짱.”
“왜?”
“나 말야….요우짱을, 정말 좋아해.”

갑작스런 말에 놀라면서도, 요우짱은 그때와 다름없는 올곧은 눈동자로 대답해주었다. 

“나도, 정말 좋아해. 역시 내 가장 친한 친구는 치카짱이야.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쭈욱 변하지 않을 거라구.”

빛이 비치는 바닷속처럼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는 그 날과 변함없이, 내가 동경하던 여자아이는 지금도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준다. 그게 너무나도 기뻐서…..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꼬옥 껴안고 말았다.

“치, 치카짱!? 나, 땀투성이니까…….”
“으응, 아냐. 요우짱의 냄새, 안심되니까.”

부끄러움으로 뺨을 붉히는 요우짱을 더 꼭 껴안았다. 포기했는지 등에다 손을 둘러 나를 껴안는다.

“아, 그렇지만…..아까 치카짱이 제일 친한 친구라고 하긴 했는데, 리코짱도 정말 좋아하니까….리코짱도 제일 친한 친구일지도.”
“에엑!? 지금 그런 말 하기야?! 요우짱은 바람둥이~!!”
“아하하….그치만 치카짱도 마찬가지잖아?”
“....그건 그렇네.”

웃는 요우짱을 따라 나도 웃고 만다. 뭔가 엄청 오랜만에 웃는 것 같다.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는 것도 기적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우짱이 소꿉친구라서, 가장 친한 친구라서 다행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이제부터가 본론인데! 치카짱은 다음 일요일에 시간 있어?”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요우짱이 전화했던 건 이거 때문이었어? 확실히 이번 주 일요일은 연습도 쉬니까 딱히 할 일은 없다.

“응, 괜찮아.”
“다행이다. 그럼, 오랜만에 같이 놀러갈래?”
“좋아! 에헤헤, 기대된다!”

새로운 학교에서의 생활과 스쿨 아이돌 활동이 바빠서, 마지막으로 같이 놀러간 게 언제였는지, 아마도 편입하기 전의 봄방학이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은 벌써 일요일의 예정에 들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 일요일에 가는 거다! 리코짱도 불러서---------”

그녀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심장이 조그맣게 뛰기 시작했다. 오늘 본 광경이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려서…..나, 리코짱 앞에서 평범하게 있을 수 있으려나.
하지만, 바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모처럼 오랜만에 놀러가는 거니까, 리코짱도 같이 가는 게 훨씬 즐거울 것이다.
그런 나를 보고 요우짱은 장난스런 웃음을 띠었다.

“-----어떡할래? 치카짱, 그만둘래?”

이건 무조건, 다 알고 있는 얼굴이다.

“그만두지 않아! 갈 거야, 물론 셋이서!”

분명 괜찮을 것이다. 요우짱이 힘껏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니까, 더 이상 도망만 다닐 순 없어.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나는 버스를 타고 누마즈 역 앞에 와 있었다. 방학이라 그런지 교복 차림의 중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은 드문드문 보이고, 눈 앞에서 수영장 가방을 든 초등학생들이 힘차게 달려간다. 좋겠네. 이 더위 속에서 수영장이라면 시원해서 기분좋을 것 같은데.
미토 언니가 부탁했던 쇼핑을 먼저 마치고 돌아온 참이었지만, 약속시간까진 아직 조금 여유가 있었다. 아직 둘은 오지 않은 모양이다. 메시지가 오지 않았는지 스마트폰을 확인하려는 순간--------

“치카짱.”

기분 좋은 소프라노 보이스에 뒤를 돌아본다.
서 있는 건 리코짱이었다. 그러고보니 리코짱의 사복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 싶었다. 여전히 어른스러운 옷차림이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는 것이 리코짱답다는 기분이 들었다.

“먼저 왔었구나.”
“아, 응. 미토 언니가 뭐 좀 사와 달라고 부탁해서.”

음반 매장의 노란색 종이봉투를 바스락바스락 흔들여 보였다. 산 건 얼마 전에 유행했던 서양 록밴드의 앨범. 미토 언니의 취미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렇게 놀자고 불러서 어쩐지 미안하네….”
“그런 건...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리코는 약간 삐진 것 같은 말투였다. 리코가 그러는 건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 미리 연락할 걸 그랬어.” 라고 사과하면서, 나는 평소처럼 리코짱을 대하고 있는 데 안심하고 있었다.

“.....요우짱은?”
“아직 안 왔나 봐. 그래도 곧 올 거 같은데?”

아까 확인했을 때, 금방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왔었다.

“그래? 저기, 치카짱…..”

리코짱이 뭐라고 말하려는데, 마침 버스에서 내린 요우짱이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미안해….기다렸지?”
“괜찮아. 나도 막 왔거든.”
“그래? 둘이 같이 왔어?”
“아니? 치카짱은 미토 씨한테서 부탁받은 걸 사느라 먼저 왔던 모양이야.”

결국, 듣지 못했는데 리코짱이 말하려던 건 뭐였을까. 하지만 다시 물어보는 것도 망설여져서, 리코짱이 다시 이야기해주길 기다리기로 했다.

“좋아, 그럼…..”
“아, 맞다.”
“뭐야?”
“저기….으음...먼저 점심 먹을래?”

오늘은 일찍 일어나 누마즈까지 나왔고, 아침밥을 먹은지도 꽤나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내 배는 애처로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하하, 치카짱도 한창 클 나이니까 말야. 알겠어. 갈까?”

요우짱뿐만이 아니라 리코짱까지 날 보며 큭큭 웃어서 부끄러움으로 뺨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배고픈 건 어쩔 수 없다.
셋이서 가게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상점가 쪽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햄버거 가게에 들어섰다. 월말이라 용돈이 좀 아슬아슬했기 때문에,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게라 다행이었다.
카운터에서 신상품이라는 아보카도 버거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자, 옆에 앉았던 요우짱은 메뉴에 추천이라고 적혀 있던 수제 버거를 주문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패티나 빵에 꽤나 신경쓴 모양이다. 가격도 그만큼 올라서 난 포기했지만.
하지만, 점원이 가져온 그건…..

“우왓, 생각했던 것보다 큰데!?”
“진짜다. 그래도 아마 다 먹을 수 있을걸? 나도 한창 클 나이니깐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팔을 걷어붙이는 시늉을 하는 요우짱.
하지만 정말 맛있어보이긴 한다. 무심코 침을 꼴깍 삼켰다.

“저기, 조금만 줄래?”
“응, 여기.”

눈 앞에 요우짱이 내민 커다란 햄버거를 베어물었다. 신 맛이 도는 토마토 소스와 육즙이 풍부한 패티의 조합이 꽤나 절묘했다.

“으응...이거 맛있다! 이건 보답.”

요우짱의 입에 내 어니언링을 넣어 줬다. 

“고마워…..평소엔 감튀파지만, 어니언링도 나쁘진 않네.”

리코짱은 야채가 많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우리들이 서로 주고받는 모습을 어딘가 기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지 기뻐 보여.”
“응…..둘 다 귀엽구나 싶어서.”
“우엣…..?!”

나만 칭찬한 게 아닌데도 불의의 일격에 무심코 이상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오늘은 마음껏 즐겨 주겠다고 결심했었으니까, 이런 일로 동요할 순 없었다.

“자, 리코짱도. 아-앙.”

내 걸 리코짱에게 내밀었다. 내가 노렸던 대로, 리코짱은 뺨을 붉게 물들이고 부끄러워하긴 했지만, 주저하면서도 먹어 주었다.

“------어때?”
“응, 맛있어.”
“풋, 아하하, 리코짱..!”

평소엔 야무진 리코짱이 볼에 소스를 묻힌 게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응…..? 왜 그래?”

본인은 아직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스마트폰을 꺼낸 요우짱이 얼른 사진을 찍었다. 그제서야 눈치챘는지 리코짱은 서둘러 냅킨으로 입가를 닦더니 요우짱을 다그쳤다.

“잠깐?! 요우짱!”
“나중에 나한테도 보내줘.”
“오케이~ 맡겨줘!”
“정말! 빨리 지워!"

아니나 다를까 리코짱에게 혼났지만. 그 사진은 나중에 몰래 받아서 스마트폰의 즐겨찾기 폴더에 저장해 뒀다.

"-----배도 부르고, 이제 뭐 할래?"
"음, 요우짱은 생각한 거 있어?"
"응. 미리 정한 일정 없이 그 자리에서 생각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확실히 어릴 적부터 요우짱과 카난짱하고 놀 땐, 미리 결정하고 그러진 않았던 것 같다.
"치카짱이 정해도 돼." 라고 말해서 조금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럼….노래방!"
"그러고보니 우리 셋이서만 간 적은 없었네. 리코짱은? 괜찮아?"
"응. 괜찮아."

전에 9명이서 갔을 때, 노래를 그다지 잘 못한다고 해서 내키지 않는 것 같았고, 이번에도 거절당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OK가 떨어졌다.

"아싸! 저기, 그러면 빨리 가자!"

포장지나 플라스틱 컵 등의 쓰레기를 모아 치운 다음, 짐을 들고 일어섰다.

"오오, 치카짱 오늘은 의욕이 가득하네?"

그치만 조금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물론 빨리 리코짱의 노랫소리가 듣고 싶다던가 하는 그런 속마음도----없었던 건 아니지만.



예상 외로 노래방은 정말로 즐거웠다. 이럴 거였으면 진작에 셋이서 올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우짱과 어렸을 때 같이 봤던 추억의 애니메이션 곡으로 듀엣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웠고, 리코짱의 노래도-----맑고 투명한 목소리인데, 듣고 있으면 가슴이 뜨겁게 흔들린다. 그녀가 연주하는 피아노같다. 이것도 리코짱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넋을 잃고 듣고 있는데, 요우짱이 히죽거리며 눈짓을 했다. '리코짱이랑 같이 안 불러도 돼?' 그건…..너무 두근거려서 제대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은걸.
요즘엔 스쿨 아이돌도 기계에 들어온 것 같아, 검색해 보니 μ's의 노래가 많이 들어 있어 무심코 텐션이 오르고 말았다.
그렇다면 설마------?! 그렇게 생각하며 단말기를 조작해 보자, 우리들의 곡도 들어가 있었다. 옆에서 들여다본 요우짱이 놀라서 외쳤다.

"대단해….! 봐봐! 우리들의 곡도 들어가 있어!"

무작정 달려와 손에 넣은 러브라이브 우승이라는 결과. 그걸 이런 모습으로 보게 되다니, 어쩐지 현실감이 없다.

"......아, 그치만 작사랑 작곡은 둘 이름이 아니네."

확실히 요우짱의 말대로, 곡 정보에 작사와 작곡 명의는 Aqour로 되어 있었다.

"아냐. 전부 우리들 9명의 노래니까. 이걸로 괜찮아."
"리코짱….."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리코짱이 그렇게 말해준 게 너무나도 기뻤다.
시를 쓴 건 나고 곡을 붙인 건 리코짱이지만, 그것만으론 완성할 수 없었다.
9명이서 노래했기에 우리들의 노래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들의 노래를 좋아해준 사람들이 있어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해 왔던 일들이 이렇게 남아 있어서 솔직히 기쁘다. 하지만, 앞으로의 곡들도 지지 않도록, 누군가의 마음 속에 남을만한 곡들로 만들어야겠지.
내일은 목이 걱정될 정도로 노래하고, 엄청 놀았다. 만족감을 안고 가게를 나서는데, 요우짱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저기, 셋이서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괜찮을까?"
"괜찮아. 어디 갈래?"
"음...게임 센터인데."
"어? 게임 센터? 요우짱 뭔가 하고 싶은 게임이라도 있었어?"
"그런 건 아니지만 말야." 라고 요우짱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게임 센터를 나온 우리들은 가노 강변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기나긴 여름 햇살도 함께 기울기 시작했다.

"그치만 놀랐어. 그렇게나 많은 게 가능하구나…."

리코짱의 손 안에 있는 건 셋이서 찍은 스티커 사진. 그러고보니 전에 딱 한 번 찍었을 때도 신기해했던가?

"응, 그치만, 꽤 재밌었지! 봐봐. 이 리코짱 엄청 귀여워."
"그, 그래….?"

낙서할 수 있는 펜 종류도 다양하고, 눈을 크게 보이도록 하는 이른바 '최신' 기종도 있어서 즐거웠기에, 어느새 많이 찍고 말았다.

"미안해, 둘 다. 내가 가자는 걸 들어줘서."
"아냐, 괜찮아. 전에는 셋이서 찍은 적도 없었잖아."

예전엔 제비뽑기로 정한 페어로 찍었었다. 나는 리코짱과, 요우짱은 요시코짱이었다. 그 때 이후로 세 명이서 같이 찍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나온 스티커 사진을 기쁜 듯이 바라보는 요우짱을 보며,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로 수면을 바라본다.
그 모습에 나는 뭔가 예감 같은 걸 느끼고-------

"요우짱?"
"사실, 오늘 둘한테 같이 놀러가자고 했던 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였어….."

진지한 표정에 마음이 철렁했다.
요우짱이 뭘 말하고 싶은지, 어쩐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전에도 얘기했었던 거 같은데, 나, 파파처럼 커다란 배에 타는 게 어릴 적부터 계속 꿈이었어. 요전에 진로희망조사서 있었잖아? 슬슬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서. 알아보니까, 조선이나 항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이 주변에는 없어서…."
"그럼...요우짱은 누마즈를 떠나려고?"
".....응. 리코짱은 도쿄지? 그러니까 졸업하면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거야. 우리들."

나는 두 사람의 대화를 어딘가 남 일처럼 듣고 있었다. 각자의 진로가 있다고, 계속 함께일 순 없다고. 머릿속으론 그렇게 이해하면서도, 마음이 받아들이질 못한다.

"지금은 Aqours에 집중하고 싶고, 이 얘긴 가기 직전까진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말야. 치카짱이랑 요우짱을 정말 좋아하니까….그래섯, 제일 처음 말해주고 싶었어…..'

무릎을 감싸쥔 요우짱의 눈동자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아슬아슬한 곳에서 참고 있다는 걸, 강한 척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요우짱도 나처럼 고집이 강한 면이 있으니까.
리코짱을 바라보자, 굳어있던 표정을 풀더니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서 부드럽게 절친의 등을 살며시 껴안았다.

"사실은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아…..치카짱하고 리코짱하고 계속 함께 있고 싶어….!"

바닷빛 눈동자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리코짱이 애정이 담긴 손으로 애쉬그레이빛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나는 두 사람의 체온을 느끼며 오래전부터 세 명이 함께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요우짱과 리코짱과 만난 것도, 지금의 우리들이 된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돌아갈 무렵이 되자, 요우짱은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네, 미안해." 라고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괜찮다구, 라면서 요우짱을 한번 더 껴안았다. 버스 정류장까지 셋이서 손을 잡고 걸었다. 어쩐지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낯간지러웠지만, 마음 속은 아까보다 훨씬 따뜻했다.
그러고 보니------마지막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질 때, 요우짱은 리코짱을 불러세우더니 "치카짱은 저기 먼저 가 있어." 라며 둘이서 비밀스러운 얘기를 했었는데, 뭐였을까.
나만 따돌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답답했다.
버스에 탄 뒤론 리코짱은 계속 말 없이 자기 무릎을 바라보기만 하고, 내가 뭔가 저질렀나 싶어서 불안해졌다. 아까 요우짱하고 한 얘기랑 관련이 있는 걸까?
버스 안내방송에서 언제나 우리들이 내리는 미토시 파라다이스 앞 정류장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하차 벨에 손을 뻗어 누르려는 그 때였다.

"-----다음 주, 치카짱의 생일이지?"
"아, 그런가? 그러네….."

솔직히, 까먹고 있었다. 요즘은 그럴 때가 아니었으니까.

"저기….."

리코짱이 뭔가 말하려다가 말을 더듬는다. 리코짱의 말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아앗?! 리코짱!!"
"ㅇ, 왜?!"
"버스….지나쳐버렸어….."



약간 지나치고 만 집까지의 귀갓길, 옆에서 걸어가는 리코짱은 뭔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갑자기 멈춰서자, 옆을 슬쩍 바라보더니 괜찮아? 라고 물어봤다.

"뭐가?"
"요우짱 말야. 나조차도 이렇게 쓸쓸한걸. 치카짱은….."
"괜찮아…..물론 쓸쓸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요우짱은 계속 친구였는걸.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테고."

사실은 그렇게 내 자신에게 말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철이 들 무렵부터 계속 함께였으니까. 옆에 없다는 걸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치만, 요우짱이 말해줬으니까. 제일 친한 친구라고, 계속 변치 않을 거라고.
그러니….나도 믿으려고 한다.

"그렇구나…."

리코짱은 멈춰 서서 감귤색으로 물드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수심에 찬 그 옆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봤다.

"리코짱….?"
"아무것도 아냐. 그저…."
"그저?"
"그렇게 서로를 믿을 수 있는 둘의 관계가 부러워. 나는 새삼 무서워졌으니까…..여기서 떠나고 싶지 않다고…..제멋대로인 말이지만, 언젠가 잊어버리는 것도, 잊혀지고 마는 것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전에 리코짱은 자신이 있을 곳이 여기라고 말해줬었다. 이 곳도, 만났던 사람들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다음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헤어지는 건 쓸쓸한 일이고, 쉽게 끝맺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리코짱이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이, 이상한 말이지만, 기뻤다.

"리코짱을, 아무도 잊지 않을 거야. 이 바다도 하늘도…. 다들 계속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말야, 내가 잊지 않는걸. 아니면 리코짱은 날 잊어버릴 거야…..?"
"그,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괜찮아! 요우짱도 그래. 리코짱은 요우짱을 정말 좋아하잖아? 요우짱도 마찬가지인걸. 서로 그렇게 생각하는 한, 반드시 서로 이어져 있을 테니까."
"그렇네…..그렇다면 좋겠어."

그 목소리는 어딘가 기쁜 듯이, 안심했다.
하지만, 갑자기 진지한 얼굴을 하곤 "치카짱은?"하고 물어봤는걸.

"헷?! 낫, 나….?! 그...나도오….."

말을 더듬고 말았다. 어째서 단 두 글자를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걸까. 그런 나를 바라보며 리코짱은 웃음을 터트리고…..겨우, 날 놀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

미안해, 라고 사과하면서 리코짱은 다시금 웃었다.

"그치만, 치카짱 덕분에 힘이 났어…...고마워."

또야….리코짱의 기습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치만, 지금이라면 전부, 노을 탓으로 돌릴 수 있으려나.
그렇게 생각하자,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볼 수 있었다.

"저기, 리코짱. 아침이랑, 아까 버스 안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지….?"

대답은 없고, 호박색 눈동자가 조용히 흔들렸다.
하지만, 어쩌면 리코짱은 나처럼 노을의 마법에 걸렸던 걸지도 모른다.

"다음 주….치카짱에 생일에, 단 둘이서 놀러가자고….."

놀란 나머지 말이 나오질 않아, 긴 속눈껍이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리고 말았다.

"미안해…..민폐지?"
"아냐…..조금도 그렇지 않아."
"정말….?"
"응. 나도 리코짱하고 같이 놀러가고 싶은걸."

분명 그런 의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만 의식하는 것도 좀 분하니까.
일부러 농담처럼 "데이트네."라고 말해 봤다.

"어? 그치만...응….그럴지도…"

당황해서 부정할지, 어이없어하며 웃을지 생각해 봤지만…..말한 내가 더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아! 맞다! 우리 집까지 달리기 시합할까?"
".....또?"

너무나도 어설프게 얼버무리는 방법이었지만, 이번에는 웃어주었다. 그 미소에 내 가슴은 쿵, 하고 조그만 소리를 냈다.
역시-----나는 리코짱을, 어쩔 수 없을 만큼 좋아한다.
신기하게도 가슴 깊은 곳에서 괴로움이나 아픔은 사라져 있었다. 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저기, 멍하니 있다간 두고 간다? 지는 쪽이 아이스크림 사기!"
"잠ㄲ….정말?!! 그런 말 못 들었다구?!"

내 마음 속은 여름 하늘처럼 맑개 개여 있었다.










끝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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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112.152 2021.11.07 02: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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