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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ss 번역) 아폴로 계획 18호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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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375413
  • 2021-11-03 18:03:48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260520

엠마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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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은 조금 더 연습하고 갈 건데, 카린 쨩은 어떻게 할래?」

「그럼 난 부실에서 라이브 구상 하고 있을게. 끝나고 같이 가자」

「응! 그럼 이따 봐」


――엠마와 그런 대화를 나눈 지 30분쯤 지났을까.

오늘은 모두 분주히 돌아가 버렸으므로 부실에는 나 혼자.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시계바늘 소리가 쓸데없이 크게 들린다. 늘 떠들썩한 부실이기에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다.

이렇게 조용하면 고민거리도 잘 풀린다…… 였어야 할 텐데. 나는 수중에 있던 노트를 보았다. 라이브의 구상을 적어두기 위해서 펼친 그것은 완전히 새하얀 채였다.


사실 나는 전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최근 계속 내 머릿속을 점거하고 있는 욕망에 대해서.


엠마와 키스하고 싶다.


엠마와 사귄 지 석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입술에 닿은 적이 없다. 사귄 지 3개월이라는 기간이 빠른 건지 느린 건지는 모르지만, 난 엠마와 키스를 하고 싶었다.


단둘이 있을 때 과감히 입술을 뺏어버리면 되려나. 하지만 될 수 있다면 강압적으로 하고 싶진 않다. 소중히 대하고 싶다. 솔직하고 순수한 엠마가 상대인 만큼,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하아…… 어쩐담」


저도 모르게 혼잣말이 흘러나온다. 해결책을 가르쳐 줄 사람은 물론 없다. 이렇게 진전 없는 자문자답을 요즘 계속 반복하고 있다.


나는 책상에 엎드렸다. 귀를 책상에 붙이고 있으니 쿵쿵거리는 자신의 고동 소리를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엠마는 어떨까. 나와 키스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좋을 텐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혼자서 고민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놀란 나는 상체를 힘껏 일으켰다.


「카린 쨩 기다렸지~」


들어온 사람은 지금 바로 내 골머리를 앓게 하는 그 사람이었다.


「라이브 구상은 됐어?」

「아니, 전혀」


그렇구나, 하고 그녀가 웃는다. 나는 그 입술의 움직임을 그만 눈으로 쫓아버린다.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 혈색 좋고 윤기나는 입술.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게 된 것은 창문으로 비치는 석양이 눈부셨던 탓이 아니다.


결국 내가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뿐.


지금 우리는 황혼의 부실에 단둘뿐이다. 어쩌면, 어쩌면이 아니더라도, 이건 최적의 타이밍이 아닐까. 망설여진다. 어떻게 하지? 끌어안아? 뭐라고 하면 좋지?

생각도 정리되지 않은 사이에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엠마」

「왜?」


여느 때처럼 명랑한 미소로 되묻는다. 순진무구. 그런 미소를 보자 나는 또 망설인다.

만약 내가 서두르는 것뿐이라면. 만약 엠마는 아직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키스해도 돼?」라고 말하기 위해 벌린 내 입은 결국, 「돌아가자」밖에 내지 못했다.



***



부실동을 나서며 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아, 또 말 못했어! 정말이지, 대담하고 정열적인 아사카 카린은 어디로 간 거야!

엠마를 아끼고 싶은 마음과 욕구가 강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항상 내게 제동을 건다.

엠마에 대한 일만 되면 겁이 많아진다니까 나는. 얼마 전에도――.


「우와, 멋지다」


내가 혼자 묵묵히 머릿속에서 반성회를 하고 있는 사이, 옆에서 갑자기 엠마가 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야?」


그 시선의 끝을 보니 한 여학생이 어쿠스틱 기타를 매고 연주를 하고 있었다. 재즈 같으면서도 팝 같은 경쾌함이 있는 곡. 가사는 영어일까. 잘 못 알아듣겠다. 하지만 그 맑은 노랫소리에 나도 엠마처럼 도취되어 버렸다.


「멋지네」

「응」


무슨 곡인지는 모르지만 멜로디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았다. 아마 재즈의 스탠다드 넘버 같은 것이 아닐까. 귀에 익은 멜로디가 기분 좋다.


「……나도 달에 데려다 준다면 좋을 텐데」


갑자기 엠마가 불쑥 중얼거렸다.


「달?」


무슨 얘기일까.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자 엠마는 황급히 설명을 덧붙였다.


「아…… 그게, 이 곡, 『달에 데려다 줘』라는 노래야」

「아아, 그렇구나」


노래는 어렴풋이 들은 적 있었지만, 자세히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해한 나는 엠마를 보고 싱긋 웃어 보였다.


「정말 터무니없는 부탁이지만, 만약 달에 가게 되면 그때는 제일 먼저 데려다 줄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엠마는 미소를 짓고는, 「고마워」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그 대답에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엠마치고는 어딘지 모르게 모호한 말투였고, 기분 탓인지 곤란한 듯한 미소를 지은 것처럼 보였기에.


「…………엠마,」

「아! 그러고 보니 오늘 TV에서 스쿨아이돌 특집 한댔지! 카린 쨩도 같이 보자!」

「어, 어!?」


걱정이 되어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한 순간, 엠마는 갑자기 평소처럼 웃는 낯으로 돌아가 내 손을 힘껏 잡아당겼다. 정말, 대체 뭐람. 나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엠마에게 이끌려 걸음을 재촉했다.



***



「어머, 그 노래」


다음 날 방과 후, 부실에 가니 낯익은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1학년 3명이 컴퓨터 앞에 붙어 있다. 뒤에서 그 화면을 들여다보니, 기타를 맨 소녀의 영상이 찍혀 있었다. 바로 어제 돌아오는 길에 본 아이였다.


「카린 씨, 이 노래 아세요?」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함께 시즈쿠가 돌아본다.


「응. 뭐. 그리고 어제 학교에서 봤어, 그 영상에 나오는 애」

「저도요! 연극부에 갔다 오는 길에 마침 보고 너무 궁금해서……」


그래서 동영상을 검색해서 다같이 보고 있었다는 거구나. 나는 힐끗 동영상 제목을 확인했다. 니지가사키 학원 재즈 연구회. 어, 재즈연구회 애였구나. 재즈연구회라고 하면 여럿이서 세션을 하는 이미지였던 만큼, 이런 식으로 혼자 거리에서 연주하며 노래하는 사람이 재즈연구회 소속이라는 것은 의외였다.


「나, 이 어레인지 좋아해」


동영상을 보면서 리나 쨩이 그렇게 말하자 카스미 쨩은 감이 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시즈쿠 쨩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좋지, 이거. 지금까지 여러 버전을 들어봤는데, 나도 이 어레인지가 좋더라」

「시즈쿠 쨩 잘 아나 보네」

「네, 이 노래 엄청 좋아해서요! 뭐랄까, 돌려 말하는 이 느낌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돌려?」


나는 그 말이 걸렸다. 달에 데려다 줘, 그렇게 직설적으로 조르지 않는가. 상당히 엉뚱한 부탁을 한다고 어제 생각했던 것이 떠오른다.


「이 곡 돌려 말하는 거야?」

「네?」

「어? 달에 데려다 달라는 노래지?」


1학년 셋이서 얼굴을 마주본다. 시즈쿠 쨩은 조금 곤란해 보이는 얼굴, 카스미 쨩은 왠지 희미하게 웃음을 머금고 있다. 리나 쨩의 표정은 읽을 수 없지만, 똑바로 내 쪽을 보고, 「……가사,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했다.


리나 쨩이 보여 준 페이지에는 영어 가사와 그 번역이 적혀 있었다. 나는 주로 번역 쪽을 눈으로 훑어갔다.

『나를 달에 데려다 줘요. 저 별들 사이를 여행하게 해 줘요.』

우주를 좋아하는 걸까. 『목성』 『화성』, 이런 단어들이 이어지는 가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 뒤를 잇는 구절에 나는 무심코 「아」라고 소리를 냈다. 나의 그 반응을 보고 카스미 쨩은 즐거운 듯 빙긋 웃었다.


「혹시 카린 선배, 가사의 의미를 몰랐나요?」


남의 약점을 잡았을 때의 얼굴이다. 나는 황급히 변명한다.


「그게…… 곡은 알고 있었지만 가사는 잘 듣지 않았을 뿐이야……!」

「흐으음~~」

「카스미도 방금 전까지 몰랐잖아」

「으윽……」


시즈쿠 쨩에게 아픈 곳을 찔린 카스미 쨩은 곧바로 격침했다. 덕분에 살았다. ……아니,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 곡이요, 원제는 『In Other Words』라고, 번역하면 『요컨대』 혹은 『다시 말하자면』이란 뜻이에요」


시즈쿠 쨩의 해설에 나는 「그렇구나……」라고 힘없이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달에 데려다 줘.’

그것은 말도 안 되는 부탁이 아니고 완곡한 표현일 뿐이었다.


나는 어제 본 엠마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달에 데려다 준다면 좋을 텐데」라던 그 말의 의미를 되새긴다.


다시 말하자면, 요컨대, 손을 잡고.

다시 말하자면, 요컨대, 키스를 해줘.


나는 머리를 감싸쥐고 싶어졌다. 무심코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1학년들은 그런 나를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



그날 연습은 형편없었다. 도중에 세츠나에게 주의를 받았지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한심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몰랐다고는 해도 엠마가 나에게 주고 있던 신호를 놓쳐 버리다니…….


「카린 쨩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연습 중에도 어두운 표정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다고나 할까, 그게……」


여느 때처럼 내 방에 와있던 엠마가 걱정스럽게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서 말끝을 흐린다.

하지만 엠마의 진의를 안 이상, 도망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엠마, 여기 좀 앉아봐」


침대 위, 내가 앉아 있는 바로 옆을 손으로 툭툭 두드리자 엠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잠자코 거기에 앉았다. 침대가 천천히 가라앉으며 옷 스치는 소리를 낸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스스로가 바보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솔직히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치만, 엠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는 거잖아?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나는 숨을 작게 들이마시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제 얘기 말인데」

「응」


나는 다시 한 번 작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뿜는다.


「……아직도 달에 데려다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 묻자 엠마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는, 이내 부끄러운 듯 웃었다.


「……응. 생각하고 있어」


그 말과 표정이 전부였다.


나는 침대 위를 기어가듯 살금살금 손을 뻗어, 침대 위에 놓여 있던 엠마의 손에 내 손을 포갰다. 손가락 사이로 손을 미끄러뜨리자 꼭 되잡아져서, 그것만으로 나는 긴장했다. 손은 항상 잡고 있으니까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평소와는 확실히 달랐다. 잡은 손의 감각도, 방의 공기도, 엠마의 표정도, 모든 것이 달랐다.


비어 있는 손으로 엠마의 뺨을 살짝 만진다. 손바닥에 따뜻한 감촉. 엠마의 눈꺼풀이 천천히 감겼다. 긴 속눈썹. 볼 위의 주근깨. 예쁜 모양의 입술. 지근거리에서 보는 엠마는 정말 예뻐서, 나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온몸이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신중하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쓸데없는 생각 따윈 이제 할 수 없다.

오직 사랑스러움 하나만을 가슴에 품고 나는 엠마에게 키스를 했다.


입술을 포개고 있던 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하지만 나는 매우 흥분해 있었다. 엠마도 뺨에 홍조를 띠고 있고, 그 풋풋한 표정에 나는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잊어버린다.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녹을 것 같은 머리로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엠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노래 가사, 알고 있었어?」

「……오늘 1학년 애들한테 들었어」

「그렇구나」

「딱히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돼서 키스하려고 한 건 아니고, 사실은 더 전부터 이러고 싶었는데……」

「응.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어!?」

「요즘 카린 쨩하고 둘이서 있을 때면 항상 키스하고 싶어하는 얼굴이었는걸. 언제 해 주려나 하고 생각했었어」

「뭐엇!?」


엠마가 쿡쿡대며 웃는다. 이번에야말로 나는 얼굴에 불이 나는 줄 알았다. 부끄러워. 눈치채고 있었다니.


「내가 먼저 해도 좋은지 몰라서 나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말을 하다 말고 엠마가 내 뺨에 불쑥 손을 얹었다.


「나도 계속 이러고 싶었어」


엠마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눈동자. 엠마의 눈동자에는 스위스의 하늘과 초원이 둘 다 비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색이라고도 녹색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고운 색. 그 눈동자는 이제 나 혼자만을 비추고 있었다.


「저기 카린 쨩, 더 해도 돼?」


그 말에 놀라고, 또 기뻐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엠마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달콤한 향기가 바로 옆에 느껴져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번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고 입술에 따스함이 내려왔다. 떠났다고 생각하자 또. 천천히, 몇 번이고.

부드럽고, 상냥하고, 계속 이렇게 맞대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젠 어느 쪽부터 입을 맞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입술이 떨어진 순간부터 서로가 서로를 원했다.


「미안 카린 쨩, 못 멈출 것 같아」


그렇게 말한 엠마의 눈동자에는 열기가 돌았다. 무슨 뜻이냐고 물을 새도 없이 열량이 부딪쳐 온다.


「음……」


부드럽게 입술을 물려서 무심결에 소리가 새어나온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 입술을 깨물고, 떼고, 다시 포개고. 부드러움을 즐기는 것처럼, 맛보는 것처럼, 수없이 신중하게 반복되는 그 행위에 나는 빠져 있었다. 리드하고 싶다고도 처음엔 생각했지만, 막상 이러한 상황이 되니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엠마의 입맞춤에 답하듯이 나는 정신없이 입술을 포갰다.

끝에는 입술을 혀끝으로 살며시 덧대어져, 몸을 움찔해버린 나는 반사적으로 엠마의 옷을 강하게 잡았다.


「하아…… 카린 쨩……」


엠마는 가쁜 숨을 내쉬고는 옷을 잡고 있는 내 손을 살짝 쓰다듬었다. 마치 아이를 달래듯이 손을 쓰다듬는다. 그것마저도 기분 좋아서 나는 더 빠질 것만 같다.

엠마는 다시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나 이제 그만 방으로 돌아갈게」

「어」


나는 놀랐다. 가능하면 아직 함께 있고 싶고, 조금 더 이렇게 있고 싶다. 매달리듯 다시 엠마의 옷을 덥석 잡자, 엠마는 눈썹을 팔자로 그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해, 더 이상 함께 있다가는 나, 카린 쨩을 먹어버릴 것 같아서」

「먹어……!?」


엠마에게서 예상 밖의 말이 튀어나왔기 때문에 나는 또다시 놀라서 목이 메어버렸다. 엠마는 눈꼬리를 내린 채 힘없이 웃는다.


「그러니까 이제 오늘은――」

「……괜찮아」

「어?」

「……엠마한테라면, 먹혀도 좋아」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매우 가냘픈 목소리였다. 설마 자신이 이런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본심이었다.

엠마는 기쁜 건지 곤란한 건지 알 수 없는 복잡한 얼굴로, 내 어깻죽지에 이마를 지그시 누르면서 「정말…… 그런 말 하지 말아줘」라며 중얼거렸다.


「카린 쨩은 정말로 예뻐. 전부 귀여워」


엠마는 혼잣말처럼 그렇게 말하며 나를 꼭 껴안았다.


「하지만 말야, 나도 카린 쨩을 소중히 하고 싶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엠마가 속삭인다.


「별로, 괜찮――」

「카린 쨩, 마음의 준비 안 됐지?」


그렇게 말하며 엠마는 내 왼쪽 쇄골 아래 부분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나는 순간 뭔가 대꾸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린애도 아니니까 이 다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동호회의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란 자신이 있다. 그렇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면, 엠마의 지적대로 되어있지는 않았다.

나보다 더 순진하고 ‘그런 것’에 서툴다고 생각했던 엠마에게 걱정받아서 분한 한편.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 기쁘고 간지럽다.


「……그럼, 방으로 돌아갈게」


엠마는 다시 한 번 나를 꼭 끌어안고는 일어섰다. 나는 아쉬움에 순간적으로 엠마의 손을 잡았다.


「엠마」


이름을 부르며 끌어당기고, 다시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엠마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이내 쑥스러운 듯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혹시 기습에는 약한 걸까. 조금 전까지의 여유로운 모습을 생각하니 의외의 반응이 사랑스럽다. 다음번에 다시 해 보자고 나는 몰래 다짐했다.

엠마는 수줍어하면서도 무언가 생각을 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두세 번 정도 눈을 굴리고는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 있지, 내일도 또 달에 데려다 줄래?」


엠마의 그 말에 머릿속에서 그 노래가 다시 흘러나온다.


「그야 물론」


망설임 없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엠마는 미소를 짓고, 「고마워」라고 말하며 웃었다. 거기에는 어제와 같은 어색함은 어디에도 없고 진심 어린 기쁨으로 가득했다.


그 뒤로는 여느 때처럼 작별 인사를 주고받았다. 평소와 달랐던 것은, 마지막에 입맞춤을 하나 덧붙인 것. 하지만 그것도 분명 지금부터는 「여느 때」와 같이 바뀌어 가겠지. 그것은 매우 기쁜 일이었고, 그러면서도 쑥스럽기도 했다.


『달에 데려다 줘』라고 부르는 그 곡이 머릿속에서 반복된다. 달에 데려다 줘. 저 별들 사이를 여행하게 해 줘.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매일매일이 우주여행이겠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엠마에게 손을 흔들었다. 기분은 마치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와 같았다.


https://youtu.be/QPbiYZao3ls
yoha 선 개추 후 감상 2021.11.03 18:04:08
Chelsea_FC 2021.11.03 18:08:04
Keysersoze 노래 제목 익숙하다 했더니 역시 그거였네 가사 그런 뜻이었구나 첨알았다 2021.11.03 18:14:27
look00 2021.11.03 18:15:40
look00 2021.11.03 18:15:40
아유뿅다뿅 2021.11.03 18:28:30
분노포도 무슨 곡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자꾸 에반게리온부터 떠오르게 된단 말이지... 2021.11.03 23: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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