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번역/창작 (치카리코) 너와 맺어져서 (1)
글쓴이
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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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369541
  • 2021-10-31 11:05:24
 






​프롤로그​

4월. 하얀 빛을 반사하는 우치우라의 바다는 프리즘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익숙한 봄바람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얼마 전까지의 추위가 거짓말 같다. 도로변에 늘어선, 활짝 피기까지 얼마 남지 앉은 벚꽃나무를 올려다보며, 나-타카미 치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계절은 아무래도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내 인생을 바꾼 운명의 만남과 이별이 있었으니까.
혹시, 이 세상에 운명의 만남이 있다고 한다면. 다시금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운명의 붉은 실로 이어져 있다----라곤 해도, 그 실은 분명 가만히 내버려 두면 간단하게 풀려 버릴 것 같은, 불확실한 것이 아닐까?
그래도 우리는, 그 불확실성으로 이어진 인연을 끌어당겨,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기적이야-!”
17세가 된 나는 그렇게  외쳤을 정도로. 그녀와의 만남은 평범한 나의 일상에 내려앉은 기적이었다. 언젠가 그녀에게서 들었던 말. “다들 무언가에 이끌리는 것처럼 만나. 우연 따윈 없고, 전부 필연, 전부 운명이래. 그렇게 생각하면 대단하지?” 라고.
우리들이 만나서 서로 이끌렸던 것도 그랬던 걸까.
그 마음은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계속 숨어 있었으니까. 싹튼 것이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 속의 따스한 마음을 깨달은 순간은, 지금도 분명히 떠오른다.
지구예선을 앞둔 합숙날 밤. 그녀가 피아노 콩쿠르보다 예선을 우선시하려고 했던 걸 깨달았다. 우리들과 있는 지금을 소중히 하고 싶다며. 그건 정말로 기뻤다….하지만, 그녀의 피아노에 대한 마음도 알고 있었기에, 고민하고 말았다.
달빛이 비추는 음악실에서, 그녀의 피아노를 처음으로 제대로 들어보고, 마치 첫눈에 반한 것처럼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쿨 아이돌을 하자고 권유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땐 작곡을 할 수 있는 애가 들어왔으면 한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 이상으로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정말 좋아했을 피아노를 마주보는 모습은 괴로워 보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 때의 난 알 수 없었지만. 같이 스쿨아이돌을 하면 웃는 얼굴이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피아노를 다시 한 번 마주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그 말은 내 있는 그대로의 기분이자, 제멋대로인 말이었다.
“그 마음에게 대답해줘.”
분명, 나는 그 순간의 광경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늘과 바다를 하얗게 물들여가는  아침 햇살. 서늘한 아침 공기 때문인지, 껴안은 채 서로 맞닿은 두 몸이 뜨겁게 느껴졌다. 두근거리며 뛰는 두 심장의 리듬이 기분좋게 느껴졌다.
“좋아해.”
소프라노 보이스는, 내 머릿속에 아로새겨진 것처럼 남아있었다. 그대로 주변이 완전히 밝아질 때까지 손을 포개고 있었지만,
“돌아갈까?”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은 순간, 멈춰 있던 세계가 다시 움직인 것 같이 느껴졌다. 눈가에 어린 보석같은 눈물방울도, 그 속의 호박색 눈동자도.
전부가 너무나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어서----
나는 내 마음 속에 있던 기분을 깨달았다.
마치 먼 옛날 일처럼. 그녀와 만났던 부두가 펼쳐진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저 멀리 펼처진 수평선도, 신록으로 뒤덮인 아와시마도, 변하지 않는 것은 이곳에서 보는 경치뿐이다.
정말 좋아하는 학교를 구할 때까지는 울지 않아, 그렇게 결심했던 날로부터 한참이 지나버린 나는, 다시 울보로 돌아와버린 것 같다.
태양을 손으로 가리며,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기, 리코짱, 우리들의 실은, 아직 다시 묶을 수 있을까…..?”
아무에게도 닿지 않은 중얼거림은 바닷바람에 녹아 사라져 갔다. 나는 말라버린 눈물자국을 닦고 일어섰다.
그 순간, 봄바람이 일제히 세차게 불어서---날려온 한 조각의 벚꽃잎을 살며시 양 손으로 건져올리듯이 잡았다.
역시, 만나러 가자. 만나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으론 안 돼. 지금이 아니면. 제대로 마주보고, 내 마음을 전해야만 한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 내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사실은 누군가가 들어줬으면 할지도 모른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하고 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조금 긴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할 이야기는---------
운명의 만남에서 시작된, 그녀와 나의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이야기다.





제1장  짝사랑 세레나데





고등학교 3학년 여름, 진로나 수험이라든지 그런 걸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할 무렵.
나는 커다란 고민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웃어버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선 심각한 고민.

“하아아….”

무심코 커다란 한숨을 흘리고 만다. 여름방학이 이미 코앞에 다가오면서, 더위도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벌써 날이 저물었는데 가만이 있어도 땀이 날 정도로.
방 안의 에어컨 온도를 낮추고, 침대에 앉는다. 팔에는 마음에 드는 이세새우 인형을 안고.
분명 지금의 나는 어딘가 이상하다.
필사적으로 달려왔던 1년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봄부터 우리들은 6명이서 다음의 빛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의지가 되는 3학년이 빠지기도 했고, 새로운 학교에서의 활동이 잘 되지 않았던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다. 왜냐하면 그 1년간은 우리들의 안에 남아 있으니까. 없어진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내 고민은 그게 아니라…….

“리코짱.”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본다. 처음 들었을 때도 생각했지만, 예쁜 이름인 것 같다.
작년 여름에 깨달았던, 내 마음 속에 있던 기분. 리코짱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끈따끈해지거나, 두근거리기도 하고…..어쩐지 안타까워서 괴롭기도 하고. 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만, 이게 친구에게 품는 감정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런 마음, 리코짱에게 알려질 순 없다. 그녀는 상냥하니까, 내 마음을 알면 분명 고민할 것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 들었던 진로도…..
리코짱은 제일 먼저 나에게 말했다, 도쿄의 음대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아직 결정한 건 아니라고,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지만…..나는 응원하기로 정했다. 왜냐면, 리코짱의 피아노를 정말 좋아하니까.
리코짱의 꿈과, 러브라이브를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한 Aqours의 활동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레서, 이 마음은 내 가슴속에만 묻어두자고 결심했다.
그런데도, 매일같이 이 마음은 커져만 간다. 열쇠로 잠가 단단히 가둬 두어야 했을 이 마음은, 우연한 순간에 흘러나오게 되었다.
예를 들면, 아침에 버스 차내에서. 매일 아침, 아슬아슬한 시간에 달려가듯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면, 리코짱은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날 반겨준다. 누마즈까지는 둘이서만 있는, 정말로 행복한 시간. 조금이라도 더 있으면 해서, 학교에 도착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고 만다.
스스로도 바보라고 생각하지만, 몰래 빨간불에 감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옆에 앉은 리코짱의 옆얼굴에 넋을 놓고 쳐다보는 바람에, 뭐라고 대화하는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버스가 흔들려서 어깨가 맞닿은 것만으로도, 얼굴이 새빨개져서 리코짱이 의아해한 적도 있었던가?
이동 수업일 때, 건너편 복도 저 멀리서 반 친구들과 얘기하는 리코짱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나를 알아본 리코짱이 이쪽을 향해 웃어주면 가슴이 꽉 조여와 애매하게 웃음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가둬 두어야 하는데, 억누르려고 하면 할수록 넘쳐흐른다. 만화나 드라마 속의 연애는 반짝반짝해서 동경도 조금 했었지만. 이렇게 괴로운 것이었다니------
전에는 어떤 얼굴로 수다를 떨었더라? 이젠 평번하게 리코짱을 대할 자신이 없다. 가까이 있으면, 흘러넘친 마음을 들킬 것 같아서…….무섭다.


복도 창문이 열려 있는 탓인지, 귀를 기울이자 희미하게 피아노 선율이 들려왔다. 이 시간이 은근히 기대되기도 한다.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리코짱이 연주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콘서트를 독차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밤은 그 상냥한 음색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조여 오는 느낌이 든다-----.....어째서일까.
복도로 나와 맞은편 창문을 바라보자, 커튼이 쳐져 있었다.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창 저편에서 피아노를 마주보고 있는 그녀에게 무리하지 말라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열려있던 복도 창문을 살짝 닫는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금 생각에 빠져들었다.


요즘엔 일찍 집을 나서려고 했지만, 어제 리코짱의 피아노를 듣고 나서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았기에, 조금 늦잠을 자고 말았다. 졸음에 질 것 같으면서도 느릿느릿 손을 움직여 옷을 갈아입었다.
역시 블레이저 교복은 아직 좀 낯설다.
방을 나갈 때 복도에서 확인하자 커튼이 쳐져 있었는데, 먼저 나간 걸까?
거실에서 천천히 아침 방송을 보면서 밥을 먹는다. 오늘 시즈오카현 동부의 일기예보는 맑다가 흐림. 저녁에 갑작스러운 뇌우에 주의할 것.
 ….연습 중엔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네.
문득 옆에서 시선이 느껴져서----아까부터 시마 언니가 지그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뭐야?"
"요전에, 리코짱의 어머님하고 얘길 했었는데….리코짱, 도쿄에 있는 대학에 가는구나."
"아, 응. 알고 있어. 리코짱한테서 들었는걸."
"그래….치카짱은 생각하고 있어? 슬슬 진로상담이라던지 시작하잖아?"
"으음….아직 생각 중….?"

솔직히, 귀가 아프다. 사실 지난 주에, 이미 첫 번째 진로희망조사서를 나눠줬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쓸 수가 없어서….취직인지 진학인지, 그것조차 내 자신도 모르는걸.
지금은 새로운 Aqours의 활동에 집중하고 싶다----그렇게, 눈을 돌리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너, 아직도 안 정한 거야?"
"앗, 벌써 버스 올 시간이다! 잘 먹었습니다!"
"야, 치카! 도망치지 마-!"

미토 언니까지 이야기에 끼어들어서, 황급히 거실에서 퇴각했지만----
실패였을지도. 설마 버스 정류장에서 리코짱과 마주치다니. 버스 안에서 단 둘이 있는 게 무서워서, 요즘엔 일부러 엇갈려 나가곤 했으니까...여기서 만나는 건 오랜만이다.

"리코짱….좋은 아침."
"좋은 아침, 치카짱. 오늘은 늦게 나왔네?"

나는 떳떳치 못한 기분으로 가득한데도, 아무 말 없이, 평소와 똑같이 날 대해준다.
정말로 리코짱은 상냥하다. 그런 상냥함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 나도 평소처럼 대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 응. 늦잠을 자서."

애매한 대답을 하면서, 다가온 주황색 버스에 올라탄다. 우리들의 평소 정위치는 제일 뒷자리. 출발하고 나서는 옆에 앉아있는 그녀를 의식하지 않도록 줄곧 창 밖을 바라보았다.

"치카짱, 머리 떴어."
"어, 아….어디에?"

아까 당황해서 집을 뛰쳐나왔으니까….미토 언니 때문이야.
창가 유리에 비치는 나를 바라보면서, 손으로 빗으려고 했더니,

"자, 내가 빗어 줄게."

교복 주머니에서 빗을 꺼낸 리코짱이 다가왔다. 거절할 새도 없이,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에 닿는다. 예뻐서 좋아하는 리코짱의 손가락.
어, 얼굴이 가깝다구….!! 게다가...엄청 좋은 냄새도 나고.
물럿거라 물럿거라 하고 머릿속에서 되뇌여도, 멋대로 커져가는 가슴 속의 고동. 이러다가는, 리코짱에게 들킬 것 같아…..

"응, 이걸로 괜찮아."

빙긋 웃는 그녀를 저도 모르게 넋을 잃고 바라보고 만다. 달아오른 뺨을 볼 수 없도록, 고개를 숙인 채 고맙다고 인사했다.

"고, 고마워…."

안 된다구….나. 이런 마음은 버려야만 하는데. 리코짱과 가까이 있으면, 내 자신도 무서울 만큼 점점 켜져가고 만다.
좋아했던, 함께 있는 시간도 어느새 순수하게 즐거워할 수 없게 되었다. 이 때도 내 자신의 기분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이었고….리코짱이 어떤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깨닫지도 못했다.


이 학교에 오고 나서, 처음 반 배정이 있었는데 난 리코짱과 요우짱과 다른 반이 되고 말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한 반이었고, 반이 갈라진 적은 한 번도 없어서 나에겐 이상한 느낌이었다. 같은 반에 우라죠(浦女)였던 애들도 있고, 둘하고는 부활동에서 만날 수 있지만, 역시 좀 쓸쓸하다.
단지 지금은----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일도 있고 해서, 리코짱하곤 얼굴을 마주치기 힘들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선지 수업은 거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과 후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있을 정도였는걸.
같은 반 애들이 부활동으로 향하는 가운데, 교실을 뛰쳐나가 계단을 뛰어올랐다. 우리들 스쿨아이돌부의 활동장소는 옥상이니까.
부활동이 많이 있는 이 학교에선 활동할 만한 장소를 빼앗기는 일도 많아서, 이 옥상을 찾는 것도 큰일이었다. 당연히, 우리같이 인원이 적은 부활동은 부실은 받을 수도 없었지만….사실은 [전국대회에 출장경험이 있는 부는 특례로써 부실을 제공한다]라는 규칙이 있었던 모양이다.
학생회장인 츠키짱이나 요전에 라이브를 봐 줬던 애들이 학교측을 설득해 준 덕분에, 옥상의 창고였던 방을 부실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의상을 만드는 일도 있고, 비 오는 날에는 옥상에선 연습할 수 없으니까, 좀 비좁긴 해도 불평은 할 수 없다. 우라노호시에서도 체육관 창고를 썼었으니까, 좁은 방이 우리들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우리들의 새로운 부실에 들어서자, 선풍기 앞에 요시코짱이 진을 치고 있었다.

"크큭….작열의 불꽃도 이 요하네의 성령의 가호 앞에서는 무의미---!!!!"
"요시코짱은 활기차네…."
"요하네! 그렇달까...이 방 너무 덥다구…!! 어떻게 안 돼?!"

당연하지만, 창고방에는 에어컨도 없고, 창도 조그만 환기용 하나뿐이다.

"이 더위는 역시…..그치만, 부실을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고, 이 이상의 사치를 기대하긴 그렇지….?"

부채를 파닥파닥 부치면서 요시코짱을 타이르는 요우짱도 조금 지친 모양이다.
지금부턴 더 더워질 테고, 뭔가 대책을 생각해 두는 게 좋을까….

"어라, 리코짱은?"
"아직 아닐까? 무슨 일 있어? 같이 교실까지 보러 갈래?"
"아, 아냐. 일이 있던 건 아니니까."

둘이서만 있지 않도록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주제에, 리코짱이 없으면 그걸 신경쓰고 마니까, 나 스스로도 내 자신의 기분을 잘 모르겠다.


늦게 온 멤버들도 포함해서 전원이 모여 시작한 미팅. 의제는 신곡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러브라이브를 목표로 한다면, 새로운 우리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만 한다. 그렇지만 결국, PV를 만들든, 라이브를 하든 필요한 건 곡이니까.
리코짱이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봤다.

"가사는 어때? 가능할 것 같아?"
"아, 응…. 역시 좀 어려워서…."
"힘들 것 같으면, 늘 그랬던 것처럼 한번 더 치카짱네나 우리 집에서….."
"자, 잠깐만!"

그건 안 된다. 아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리코짱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쪽이 빨리 완성되기도 하고, 곡과의 이미지를 맞추는 것도 쉬운데.
하지만, 지금 단 둘이 있는 건….무섭다.

"그, 있잖아! 시간도 없고…..이번엔 좀 방식을 바꿔보지 않을래?"

괴로운 나머지 나온, 2학년과 3학년이 2인1조로 작업하자는 아이디어. 우리들이 졸업한 이후를 생각하면, 2학년들만으로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어떻게든 2학년들에게 가르쳐 주자는 이야기도 전부터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받아들여지고 말았다.
나는 하나마루짱과 작사, 리코짱과 요시코짱은 작곡 아이디어를 내고, 요우짱은 루비짱과 의상의 러프 이미지….로 분담하기로 하고, 각기 다른 곳에서 작업하기로 했다.
부실을 나올 때, 리코짱은 "그럼, 하나마루짱….치카짱의 감시, 잘 부탁해." 라고 말했다.
신용이 없구만….. 지금까지 번번이 마감을 어긴 탓에, 폐를 끼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치카짱, 자료 모아 왔어."
양손으로 들고 온 책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하나마루짱은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우리들의 작업 장소는 도서실. 이 학교에서도 도서위원을 하는 하나마루짱에 의하면, 이렇게 훌륭한 도서실인데도 방과 후에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 같다. 가사에 대해서 논의할 걸 생각하면, 소리 내서 얘기해도 혼나지 않을 것 같으니 다행이지만.

"일단, 참고가 될 만한 자료들을 모아왔지만…..러브송이라니, 전혀 자신이 없슈…."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구….하아…."

그래. 다음 곡의 테마는 러브송.
Aqours에서 불러본 적은 없지만, 새로운 우리들을 보여주기 위해선 새로운 것에 도전해봐야겠다고 다같이 생각하고, 결정했다.
다만, 문제는 연애 경험이 전혀 없는 내가 그런 시를 쓸 수 있느냐는 것. 사실, 예전엔 쓸 수가 없어서 스쿨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사로 썼기 때문이다. 진정한 러브송을 쓰게 된다면, 피할 순 없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까를----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아침놀에 물드는 바다에서 미소짓는 리코짱. 그 때 느꼈던 가슴의 두근거림이나 뜨거움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품은 적이 없었던 것이라, 그러니 그것이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아니었던 건가…."

무심코 그런 목소리가 나왔다. 하나마루짱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치카짱?"
"아하하….아무것도 아냐. 그럼 힘내볼까."
"…..응. 마루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뭐든지 말해줘."

하나마루짱의 배려에 감사하며 눈 앞에 쌓인 연애소설이나 잡지 더미에서 참고가 될 만한 것들을 찾기로 했다. 몇 권인가 손에 집어 보았지만….그 속에 새끼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이 붉은 실로 이어진 두 사람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 표지가 눈에 띄었다.
운명의 붉은 실----

'다들 무언가에 이끌리는 것처럼 만나. 우연 따윈 없고, 전부 필연, 전부 운명이래.''

문득, 그때 리코짱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면 요시코짱이랑 같이 길을 잃었던 강아지를 주웠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던가?
저 둘은 어쩐지, 사이가 좋구나. 나는 끼지 못할 때가 있어서 조금 부럽다. 지금도 둘이서만----그런 생각이 들자, 자기 입으로 팀을 나누자고 말했던 주제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요시코짱도 리코짱도 전혀 나쁘지 않은데
...소중한 친구들에게 이런 기분을 품는 건, 싫다. 둘에게 마음 속으로 미안해, 라고 사과해 두자.

"하아….이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닌데…."

가슴 속에 쌓인 불쾌감을 한숨과 함께 내뱉고, 책장을 팔락팔락 넘겼다. 앞부분만 읽어봤지만, 뭔가 감이 오질 않는다고 하나, 딱히 참고가 될 만한 점이 없었다. 단조로운 스토리 탓인지, 활자에 지쳐버린 시점에서, 갑자기 하나마루짱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까…..치카짱은 운명의 붉은 실이 원래 어떤 이야기였는지 알고 있어?"
"어…..그 얘길 들으니까 모르는 거 같아. 원래 무슨 얘기였는데?"
"사실은 원래 중국의 전설이유. 그 전설에서는, 신비한 할아버지가 맺어질 운명의 두 사람의 발목에 끊어지지 않는 붉은 실을 감는대."
"헤에….그랬어? 완전히 유럽, 이나 그쪽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마루짱은 박식하구나, 라고. 늘 그녀의 풍부한 지식에는 놀라기만 한다.
아마도 이번엔 내가 고민하는 걸 보면서 기분 전환을 시켜주려고 한 모양이다. 그런 배려하는 방법이 하나마루짱다워서, 조금 귀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의외지. 하지만, 일본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녀는 '옛날 옛적…."이라는 상투적인 대사로 그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어느 곳에 무척 아름다운 공주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공주님은 매일 밤마다, 찾아오는 신비한 남자가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 이끌려 몇 번이고 밀회를 반복했지만----어느 날, 공주님은 결국 애를 가지고 말았슈."
"에에….!? 어, 어쩐지...굉장한 이야기네…."
"물론 공주님의 부모는 그 상대가 누구냐고 공주에게 물었지만, 공주는 그가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몰랐어. 그래서 부모는, 다음에 그가 찾아올 땐 기모노 자락에 실을 꿰어 놓으라고 일렀어. 실을 따라가면, 어디의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며. 공주님이 말한 대로 실을 잡아당기며 따라가니, 지금의 나라 현의 미와 산이란 곳에 도착했다고."
"그래서….?"
그 산에는 어떤 신님이 살고 있어서, 공주님의 처소를 방문했던 남자는 그 신이었다….는 이야기유."
"으음…..어느 쪽 이야기든 생각보다 낭만적이질 않네."
"이런 전설이나 옛날 이야기들은 의외로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해."
"아, 그래도 실을 당기며 쫓아간 끝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좀 좋을지도…."
"치카짱도 여자애구나."

그런 말을 들으면 조금 부끄럽다.

"으….하나마루짱은? 그런 거, 어떻게 생각해?"
"으음…..마루는 아직 사랑이 어떤 건지는 몰라. 하지만, 이야기 속에선 많이 봐 왔으니까 알고 있어. 치카짱에게는 붉은 실로 연결된 소중한 누군가가 있다고….."
"엣…..?"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무심코 동요하고 말았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하나마루짱은 의기양양하게 한쪽 눈을 감았다.

"'숨기려 해도 얼굴에 묻어나는 님 향한 사랑은….' 이유."
(백인일수 40번,しのぶれど 色に出でにけり わが恋は)
"헤….? 무슨 뜻이야….?"
"치카짱….좀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유….."

후배마저도 걱정한다니. 시험 때마다 리코짱에게 의지하는 주제에, 도움 없이 도전했다가 비참한 결과로 끝난 지난번 기말고사를 떠올리고 말았다. 진학할 거라면, 슬슬 진지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치카짱은 알기 쉽다는 것."
"그런….가?"

스스로는 잘 모르겠다. 알기 쉽거나 단순하다는 말을 곧잘 들으니까, 그럴지도 모른다. 설마, 리코짱한테도 들켰...을 리는 없을 테지만 불안해진다.

"저기, 참견일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치카짱 자신의 마음도 소중하게 여겨줬으면 해. 왜냐면 분명,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멋진 일이니까….마루는 그렇게 생각해."
"응….고마워, 하나마루짱."
 
맞은편 자리 뒤로 돌아가서 귀여운 후배를 꼭 껴안는다. "답답해." 라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놔 주진 않았다. 어떤지 카난짱이 된 기분이다.
하나마루짱 덕분에 조금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작사 작업은 그다지 진행되지 않았다. 좀 더 집에서 생각해 볼게...라고 말하고 하나마루짱과 헤어진 나는, 교사의 복도에서 안뜰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코 한숨이 나온다. 나는 어쩌고 싶은 걸까.
리코짱을 좋아한다….분명 그건 더 이상 속일 순 없다. 그런데 리코짱의 연인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바로는 알 수 없다. 그치만, 연인이 어떤건지도 잘 모르겠고….고백같은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다시 한 번 더 한숨을 내쉬며, 창 밖을 내다보니 저녁놀이 물드는 안뜰 한가운데에, 사람들이 서 있는 걸 발견했다. 여기선 먼데다 역광 때문에 확실히 보이지는 않지만, 실루엣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저 사람은 틀림없이 리코짱이다.
작곡 담당 두 사람은 이미 돌아갔을 거라고 생각해서 의외였다. 리코짱네도 이것저것 얘기하다 보니까 늦은 건가? 근데 왜 요시코짱은 곁에 없지?
그런 의문을 머릿속에 띄우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 복도와 교사의 그림자에서 한 명 더----아마 1학년 아이가 나타나서 리코짱과 마주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조금 불편한, 하지만 바라보는 이쪽이 부끄러워지는 분위기.

그런가. 리코짱, 지금부터 고백받는구나…..
우라노호시에 다닐 때부터 리코짱은 인기가 많았지만, 이 학교에 온 뒤론 특히 더욱 더…. 고백도 엄청 받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전부 거절했다고. 본인은 그런 얘기를, 누구한테도 얘기하지도 않고, 나도 거절하는 이유는 모른다.
어쩌면, 리코짱에게는 이미 특별한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붉은 실로 이어진 특별한 누군가가….하지만, 그건 내가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없는 일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괴롭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긴장한 탓인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그 아이에게, 리코짱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뭔가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그런 누구에게나 상냥한 점이 나는 너무 좋지만, 조금은 잔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렇게 상냥하게 대해주면, 분명 한층 더 좋아하게 될 테니까.
조금 뒤, 그 애는 무사히 편지를 전할 수 있었던 것 같지만, 나는 리코짱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말았으니까.
왜 이럴까. 내 자신도 잘 설명할 수가 없었다.
다만, 더 이상 그 광경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나쁜 감정이 치밀어 올라, 거기서부터 도망치듯이 조용해진 복도를 전력으로 달려갔다.


어떻게 집까지 돌아왔더라….기억이 없다.
정신이 들자, 나는 침대에 누워 내 방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아노 소리------그런가. 오늘도 치는구나.
마지막으로 베란다 너머로 얘기했던 게 언제더라? 그렇게 오래 전 일은 아닐 텐데, 벌써  시간이 꽤나 흐른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베란다로 나가면 눈치채 줄 지도 모른다. 피아노를 치는 손을 멈춘 리코짱이 베란다에 얼굴을 비추고, "무슨 일이야?" 라며, 평소처럼 조용히 웃고. 그리고는 끝없는 잡담이 시작된다. 그런 즐거운 시간이-----
그런데도 아까 본 광경이 눈 속에 아른거리며 떠나질 않는다. 만약, 이대로 리코짱과의 사이가 어색해지고 만다면……
그렇게 생각하자 터질 것처럼 가슴이 아파오고, 슬프고, 차츰 시야가 일그러졌다.
지금은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머릿속은 실이 엉킨 것처럼 엉망진창이고, 피곤한 탓인지 눈꺼풀이 무겁다. 이대로 자버린다면 조금이나마 개운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단번에 얕은 잠의 밑바닥으로 빠져들어갔다.
하지만, 갑자기 울린 스마트폰의 진동음에 눈을 떴다. 하지만 졸리고, 확인할 기분도 아니었기에 한번 더 잠에 들려고 했다.
어라, 메시지가 아니라 전화였던가? 아직도 울리고 있는 모양이다.
"진짜….누구야?" 라고 마음속으로 불평하면서, 손을 뻗어 화면을 확인하자 표시된 건 친한 친구의 이름. 그녀에게서 오지 않은 데 진심으로 안도하면서 전화를 받는다.

"아, 치카짱, 겨우 받았네. 저기, 지금 시간 돼?"

스스로도 놀랐지만, 요우짱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웬일인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틀어막고 있던 감정이 무너지고 말았다.
멋대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스스로 어쩔 수조차 없어서, 뭐라 말하려고 해도 울음 섞인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치카짱?"

안 돼. 이러다간 요우짱이 걱정하고 만다. 억지로라도 웃지 않으면.
간신히 쉬어버린 목소리를 짜냈다.

"으응...아무것도...아냐….괜찮아….."

짧은 침묵. 이런 뻔한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 나는 요우짱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싶은 것이다.

"아하하, 미안해. 볼 일 있었지? 무슨…."
"....기다려줘. 지금 거기로 갈 테니까."

내 말을 가로막듯이 요우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에…….?"

전화기 너머로도 전해질 정도로 강한 의지를 띤 목소리에, 당황하고 말았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치만, '거기로 간다.'니 무슨 말이야? 설마 여기까지 올 생각인가?
이미 버스 막차도 끝난 시간인데. 끊을 새도 없이 먼저 끊어진 전화를 침대 끝자락에 던져 놓고, 나는 캄캄한 방 천장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번 더 스마트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자, 요우짱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거기에는 "지금 밖으로 나와 줄래?"라고만 적혀 있었다.
가족에게 들키지 않도록, 뒷문으로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방파제까지 걸어가자, 자전거를 도로에 기대어 세워놓은 요우짱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가가서야 알았는데 엄청난 땀. 그 뒤에 곧바로 누마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와 준 거라고 생각했다.

"어째서….?"
"치카짱도 전에 와줬었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아니다. 이럴 때, 해야만 하는 말은-----

"고마워, 요우짱."
"응."

요우짱은 쑥스러운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방파제 밑에 나란히 등을 맡기듯 서 있는 우리들. 주위에 있는 불빛이라곤 어둑어둑한 가로등뿐. 옆에 있는 요우짱의 얼굴도 겨우 보일까 말까 할 정도의 어둠.
하지만, 아마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을 엉망진창인 얼굴을 하고 있을 테니까, 솔직히 다행이었다.
고집 센 나는 아직 솔직해지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요우짱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절친이 아무런 말 없이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게, 지금의 나에겐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요우짱이기에…..제대로 이야기해야만 한다.

"저기, 요우짱, 들어줘."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떨리는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나는 소중한 이야기를 했다.

"나 말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바다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보이는 건 국도에 인접한 집들의 불빛뿐.
요우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을 고르는 모양이었다.

"......미안해.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어."
"그렇구나. 나 그렇게 알기 쉬웠어?"
"그건 어떠려나. 그치만 역시….알 수 있어. 소꿉친구인걸."

난 바보다------요우짱에겐 제일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도.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요우짱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난 지금은 내 진심을 전할 마음이 들지 않는 것, 하지만 그게 괴롭고 힘들다는 것. 그녀가 다른 애들과 친하게 지내면 질투하고 마는 자신이 너무나 싫다는 것----가슴 속에 쌓인 것을 전부 토해내듯이 말했다. 스스로도 정리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요우짱은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건, 좀 더 반짝반짝하는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런 싫은 감정만 흘러넘치고….이럴 거였으면….."
"치카짱…..!!"
"어…..?"

정신이 들자 요우짱의 손이 매달리듯이 내 옷 소매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 표정은 마치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서, 마치 자신의 일처럼 괴로워 보였다. 무심코 숨을 들이쉬었다.

"안 된다구. 그런 말을 하면….그런 마음은 치카짱이 가장 소중히 여겨야지….."

상냥하게 타이르듯 말하고, 요우짱은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뜨거워졌던 머리가 급속도로 식어 갔다.

"하지만, 나도 조금은 알 것 같아."

사실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었지만. 그렇게 덧붙이더니, 요우짱은 첫번째 러브라이브 예비 예선 때 있었던 일을 알려줬다.

"계속 치카짱이랑 함께 있고 싶었어. 그라서 스쿨 아이돌을 같이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거든. 그치만 리코짱이 전학을 오고….치카짱은 어쩌면 내가 아니라 리코짱 곁에 있는 게 좋을지도, 라고, 조금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었어. 리코짱한테도 엄청 꼴불견인 모습이나 보여 줬었고."

웃고 있었지만, 그 웃는 얼굴은 어딘가 안타까워 보였다. 가슴이 꼭 조여 왔다. 요우짱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난 전혀 몰랐다. 정말….바보구나….

"요우짱…."

나에게 있어 요우짱은 계속 동경하던 여자애였다.
어릴 적에, 지금보다 소극적이었던 날 카난짱과 둘이서 밖으로 데려가주었다.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언제나 명랑했던 그녀는 나에겐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였던----그런 요우짱과 절친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그녀처럼 되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주변의 친구들이 부활동이나 공부로 열심히 노력할 만한 일들을 찾아가는 동안,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뭘 하든 평범하고, 열중할 수 없는 나. 그런 나에게는, 수영부에서 빛나는 요우짱이 눈부셨다. 자신에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까봐 무서웠다. 게다가, 소중한 절친에게 그런 생각을 하고 마는 내 자신도 싫었고-----
그래서, 스쿨 아이돌을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들어와줘서 정말로…..울 정도로 기뻤다. 그런데도, 요우짱이 계속 쓸쓸해 했는데도. 나는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있었다니.

"미안….미안해……"
"아냐. 치카짱이 사과할 일은 아니야. 나는 이제 괜찮으니까. 마지막까지 치카짱이랑 함께 스쿨 아이돌도 할 수 있었는걸."
요우짱은 어린 아이에게 하듯이 내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주며, 이마를 바짝 대고 다시 한 번 괜찮다고 말했다.

"분하지만….나는 치카짱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순 없어. 분명 치카짱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해. 그래도 이렇게 함께 있어줄 수는 있으니까….."

계속 참고 있었는데. 그 말에 봇물이 터지듯이 그런 생각들이 치밀어 오르면서, 목놓아 울고 말았다. 이런 꼴사나운 모습, 요우짱에게만큼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치만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요우짱은 부드러운 손이 언제까지고 흐느끼는 내 등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이거 요우치카로 드리프트 아님
오래전에 애니 봐서 말투 그런 점에서 어색함 있을 수 있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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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갓컾 2021.10.31 11: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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