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번역/창작 [물갤문학]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서
글쓴이
니코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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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349927
  • 2021-10-24 00:14:31
 

1

"저기, 너 말야..."

"아직 안 왔습니다. 오면 말해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래."

겨울방학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방학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있어 반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늘어져 있었지만, 내 자리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느지막히 등교한 스미레가 모두와 대강 인사를 한 뒤, 적당히 눈치를 살피다가 내 자리로 와서는 조용히 말을 건넨다. 스미레는 내 대답을 듣고 나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러브라이브 도쿄 대회가 끝난 뒤로 일주일 반째 계속되고 있는 우리의 아침 루틴이다.

러브라이브 대회는 전세계에 생중계된다. 분명 가족들도 우리의 라이브를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가족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연락이 오지 않아 불안했다. 집에 돌아가면 휴대폰만 붙잡고 있을 정도로. 사흘째 연락이 오지 않자, 이쯤 되면 공연을 안 본 것이 아닐까 싶어서 화가 났다. 일주일째가 되자, 전화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체념했다고 해야 하려나. 내가 걱정하고 화낸다고 어떻게 되는 문제도 아니고.

가족이 내 처우를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엇나가고 있었다. 과연 스미레는 내가 중국에 돌아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만약 내가 지금 돌아간다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방금처럼 '아, 그래.'라고 말하고 넘기려나. 그건 좀 슬플 것 같다. 내가 일본에 남는다고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평소처럼 전형적인 츤데레의 모습을 보여 주려나. 거기서는 솔직하게 기뻐해 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아직 내 눈앞에 있는 스미레를 살짝 올려다보았다. 지그시 스미레를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 녀석의 반응을 예상하면서 속을 앓아야 하는 거지. 스미레는 이 정도로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지 않을 텐... 또 스미레 생각을 하고 있다. 요새는 스미레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이 없는 것 같다. 스미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왠지 스미레에게 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열이 받는다. 내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으니, 스미레가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말을 걸어 왔다.

"뭐야, 할 말이라도 있어?"

"아뇨, 모래무지벌레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왠지 열이 받아서 말입니다."

"하아? 사람이 걱정해 주고 있는데 그게 무슨..."

"걱정해 주고 있었던 겁니까?"

나는 스미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스미레가 나를 걱정해 준다는 것에 기뻤고, 웬일로 스미레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드러낸 것에 놀랐다.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 내 특징인 만큼, 아마 지금 나는 엄청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그와는 대조되게, 스미레는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본심이 나와 버린 것에 당황하고 있는 걸까? 오늘은 하루종일 이걸로 놀려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스미레가 내 입을 막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속삭임이라고 하기에는 좀 강한 어조였지만.

"바보야, 다 들키잖아!"

아, 그래서 당황한 거였구나. 스미레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다는 듯, 카논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온다.

"스미레쨩? 쿠쿠쨩한테 무슨 일 있어?"

"아니, 별 거 아니야."

"하지만 걱정이 어쩌고 하는 말이 들렸는데..."

"이 녀석 요리 엄청 못하잖아. 그런데 자취생활이라니, 그야 걱정되지."

"그걸 이제와서...? 아하하..."

"놓으십시오! 그 땐 서니 패션 분들 앞이라서 긴장했던 것 뿐입니다!"

"긴장했다고 음식을 그렇게 태워먹어?"

"스미레도 항상 긴장만 안 했으면 주역 정도는 몇 개나 땄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시끄러워! 긴장만 안 했으면 닭 의상 같은 건 입을 일도 없었어!"

"그럼 역시 모래무지벌레는 실력이었단 말입니까~?"

"너 진짜...!"

"싸, 싸우지 마..."

"자, 자. 오늘은 여기까지. 카논쨩이 곤란해하잖아. 둘이 사이좋은 건 알겠지만, 조금 있으면 수업 시작한다구?"

으르렁대는 우리 둘의 얼굴 사이에, 갑자기 손바닥 하나가 끼어들어 왔다. 옆을 슬쩍 바라보니, 치사토가 미소짓고 있었다. 미소라는 게 이렇게 무서울 수도 있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나와 스미레가 조용해지자, 치사토는 손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응. 잘했어. 역시 사이 좋잖아."

치사토는 그대로 스미레를 끌고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상황 종료. 스미레가 나를 걱정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영영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것 같다. 나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왜 항상 스미레만 엮이면 일이 피곤해지는 걸까. 나는 그걸 알면서도 왜 항상 스미레와 엮이려 하는 걸까. 내가 지금 의문을 가진 것들 중에는 알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알 수 없는 건 자신의 마음이었다.

2

오늘은 결국 방과후까지 스미레와 별다른 대화를 하지 못한 채로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귀국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만한 화제가 떨어져 버렸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스미레와 이렇게나 접점이 적었나 하고 펴지도 않은 침낭에 머리를 기댄 채로 생각한다. 지금 내 마음은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은 내 방의 벽만큼이나 공허했다.

아, 그러고 보니 스미레에게서 서니 패션의 액자를 돌려 받는 걸 잊고 있었다. 그 때는 하루만 맡긴다고 했지만, 역시 도쿄 예선에서 진 상황에서 서니 패션의 액자를 다시 마주하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잊어버린 척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 반이나 지났으면 슬슬 돌려받을 때도 됐겠지. 스미레를 만나러 갈 좋은 핑계가 생겼다.

'위이잉. 위이잉.'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다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자니, 코트 주머니에 대강 던져놓은 휴대전화에서 둔탁한 진동이 계속해서 울렸다. 도대체 이 애매한 시간대에 누가 전화를 거는 거람. 나는 한 손으로는 목도리를 매면서, 다른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꺼내어 누군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와, 너 완전 일본인 다 됐구나."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중국어에 깜짝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미 누군지는 목소리로 알고 있지만, 귀에서 휴대전화를 떼어 발신자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역시 언니였다. 갑자기? 일주일 반 씩이나 지나서? 온갖 생각이 빠르게 머리를 지나간다. 분명 체념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이구나.

"쿠쿠? 쿠쿠?"

"...아, 응."

"난줄 몰랐어?"

"한창 바쁠 때라."

"데이트라도 하고 있는 거야?"

"데, 데이트는 무슨!"

"발끈하는 거 보니까 더 수상한데."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나 말해."

"쌀쌀맞기는. 언니가 너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노력이라니?"

"이야,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더라고."

언니는 멋쩍은 듯이 살짝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앞에서 한 말로 대강 알 수 있었다. 나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로, 언니에게 마지막 확인을 했다.

"응?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

"너 계속 유학생활 해도 된다고."

"..."

"생각보다 안 기뻐하네?"

"...훌쩍."

"우, 우는 거야?"

"아니거든. 일본도 추워서 그래."

나는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그렇게 말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버린 판다 머플러를 벗으며, 나는 언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원래 부모님은 반대하셨는데, 난 네 무대를 보니까 도저히 돌아오라고는 못 하겠더라."

"그래서?"

"한바탕 싸웠지. 일주일 정도는 친구 집에서 잤어."

"그렇게까지?"

"너, 중국에 있을 땐 그렇게 안 웃었으니까."

"매일 공부만 하는데 웃을 일이 있나."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너, 혹시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뭐?!!"

"...깜짝이야, 애가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이상한 소리 할 거면 끊어."

"누구야? 카논? 아니면 그 금발... 이름이 뭐였더라..."

"스미레."

"역시 걔구나!"

"끊는다."

"부모님이 겨울방학에는 한 번 돌아오래! 나도 보고 싶어!"

나는 언니의 말을 뒤로 하고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내가 그런 모래무지벌레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전화를 다시 들어, 스미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이 사실을 가장 처음 말할 상대는 스미레라고 생각했으니까.

3

"여보세요?"

"스미레? 지금 시간 괜찮습니까?"

"지금은 신사 마당 쓸어야 해서. 저녁 쯤에는 괜찮을 거 같은데."

"누가 놀자고 했습니까?"

"말 차암 예쁘게 하네. 그럼 왜 전화한 건데."

"실은..."

나는 스미레에게 중국에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려다, 갑작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이걸 말해 버리먼 지금까지 스미레와 나를 이어주던 접점이 하나 사라지는 거 아닌가? 또다시 서로 티격태격하기만 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

"왜 말을 안 해."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왜, 왜 그래. 무섭게."

"신사로 가겠습니다."

나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아직 스미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은 엄청 걱정을 하고 있을지도, 어쩌면 별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모르는 채로 이 접점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탕 쿠쿠라는 사람이 헤안나 스미레라는 사람에게 있어 어떤 존재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전에 스미레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동정 따위 받아서 센터가 된다고 해도 전혀 기쁘지 않다고. 지금이라면 그 기분을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중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동정을 받는다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나는 아침마다 스미레가 말을 걸어 주었던 그 행위가, 동정이 아닌 순수한 걱정에서 비롯된 행동이였으면 했다.

스미레에게 솔직하게 물어본다고 해서 대답해 줄 리도 없고, 애초에 내가 스미레에게 솔직히 물어볼 수 있을 리도 없다. 스미레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약간 치사하긴 하지만 이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열고 신사로 향했다.

4

"생각보다 빨리 왔네."

신사 마당에는 스미레가 무녀복을 입고 서 있었다. 금발에 오똑한 코를 한 스미레가 무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언제 봐도 언밸런스하다. 그 언밸런스함이 묘한 매력이 된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 동안 입 밖으로 그런 생각을 낸 적은 없었다. 스미레를 상대로는 좀처럼 솔직해질 수가 없다.

"...잠깐, 너 울었어?"

스미레는 그렇게 말하고는 쥐고 있던 빗자루를 던져 놓고, 달려와서는 내 양 볼을 잡았다. 스미레의 초록색 눈이 나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분명 이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는데, 학생회장 선거철 때였던가. 그런데 왜 그 때와는 전혀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양 볼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스미레의 손을 쳐냈다.

"손 차갑습니다! 놓으십시오!"

"미, 미안. 눈 밑이 좀 빨개져 있길래..."

"그 거리에서 알 수 있는 겁니까?"

"그냥 그런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야. 그래서, 할 말이라는 건 뭔데?"

"대강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가는 거야, 남는 거야?"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말해 버렸다. 스미레에게 결국 거짓말을 해 버렸다. 어떻게 되어 버린 게 분명하다. 내 말을 들은 스미레는 한참동안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여기저기 흔들리는 눈동자만이 그녀의 심정을 대신 말해 주고 있었다. 나는 그 눈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양 어깨에 스미레의 손이 올라온 것이 느껴진다. 스미레는 그 손만큼이나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부모님이랑 전화하게 해 줘."

"중국어도 못하잖습니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

"..."

"너, 이렇게 포기할 거야? 네 스쿨 아이돌에 대한 열정은 고작 이 정도였어?"

"스미레..."

"절대 안 보내. 내 허락 맡기 전에는 아무 데도 못 가."

내 시선이 향하는 땅바닥에, 스미레의 발치에 물방울이 툭, 툭 하고 떨어졌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스미레는 이미 펑펑 울고 있었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나는 황급히 스미레의 눈물을 닦으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스, 스미레. 울지 마십시오..."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이제야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쿠쿠가 잘못했습니다.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잠깐 얼굴 보러 간다는 겁니다."

"...진짜?"

"스미레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스미레가 쿠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스미레는 코를 훌쩍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까까지 흔들리던 손은, 이제는 나를 아무 데도 보내지 않겠다는 듯이 내 어깨를 꽉 잡고 있었다.

"내가 싫어서 거짓말한 건 아니고?"

"스, 스미레가 싫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좋아합니다! 그것도 엄청!"

"...헤에, 탕 쿠쿠는 헤안나 스미레를 엄청 좋아하는구나."

"...스미레?"

"빨리 저거나 가져가. 애초에 저거 가지러 온 거잖아?"

스미레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우느라 엉망진창이 되었던 얼굴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스미레는 평소의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스미레가 턱끝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서니 패션의 액자가 놓여 있었다.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된 나에게, 스미레의 말이 날아와 꽂힌다.

"이 헤안나 스미레를 속이기에는 백 년은 이르다는 거야."

"그럼... 다 연기였다는 겁니까? 그 눈물도?"

"쇼 비즈니스의 세계를 얕보지 마."

"하지만... 연기라기에는..."

"헤안나 스미레를 '엄청' 좋아하는 탕 쿠쿠씨, 빨리 액자나 가져가세요."

"크으읏... 누가 누굴 좋아한다는 겁니까!"

"그건 네가 직접 말한 거다?"

"시끄럽습니다!"

이건 평생 놀림감이 되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스미레를 뒤로 하고 액자를 들쳐업었다. 결국 스미레의 진심은 뭐였을까. 나는 사실 스미레를 엄청 좋아하고 있었던 걸까. 나는 마지막까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신사를 빠져나왔다. 내가 신사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미소지으며 손을 흔드는 스미레였다.

5

"저 녀석,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야..."

마치 달팽이처럼 등에 액자를 올려놓고 집으로 향하는 쿠쿠를 보며 나는 그렇게 말했다. 서니 패션 본인들이랑 전화번호도 교환한 마당에 도대체 저 액자가 뭐가 그리 소중한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나도 액자에 감사해야겠지. 전화를 받고 액자를 꺼내두지 않았더라면, 진짜 울어버렸다는 걸 들켰을 테니까. 액자 덕분에 수습이 잘 되었다.

전화를 받았을 때는 당연히 쿠쿠가 액자를 가지러 오겠거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쿠쿠의 얼굴에서 눈물자국을 발견한 뒤로는 머릿속이 하얘져서, 쿠쿠가 설마 거짓말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 거리에서 알 수 있는 겁니까?'

눈물자국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쿠쿠의 그 말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다. 방금까지 울고 있던 것도 아니고, 시간이 좀 흐른 뒤의 눈물자국을 그 거리에서 나는 어떻게 눈치챈 걸까. 만약 렌이라던가 치사토, 카논이 똑같은 거리에 서 있었더라면 나는 눈물자국을 눈치챌 수 있었을까?

에이, 그만두자. 나는 쿠쿠에 대한 생각을 치우기 위해 다시 빗자루를 집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쿠쿠의 말이 떠나지 않았다.

'스미레가 싫을 리가 없잖습니까! 좋아합니다! 그것도 엄청!'

"그 녀석, 얼마나 부끄러운 대사를 말하는 거야..."

설령 울고 있는 나를 진정시키기 위한 말이었다고 해도,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가 버린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안도감, 좋아하는 상대에게 역으로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고양감. 빗자루를 잡은 손이 점점 빨라지더니, 결국에는 먼지바람을 일으켰다. 헤벌쭉 웃고 있던 내 얼굴에 먼지바람이 정통으로 직격한다. 몇 차례 콜록거리고 나서 눈을 뜨니, 옆에서는 여동생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 도대체 뭐 해?"

"뭐 하긴. 바닥 쓸고 있지."

"나도 바닥 쓸다가 먼지 일으키지는 않는다."

"추워서 손이 헛돈 거야."

"언니, 울었어? 얼굴이 엉망이야."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엄마가 밥 먹으래. 빨리 씻고 와."

"알았어."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여동생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내일부터는 무슨 핑계를 대고 쿠쿠한테 말을 걸어야 하려나. 집으로 향하는 그 순간까지도, 내 머릿속은 쿠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꽤 오랜만에 써보는 줄글
이래저래 바쁘기도 했고, 10화쯤에 줄글 쓰다가 터진 것도 있어서 글이 잘 안써지더라
개그 ss 쓰면서 천천히 생각할까도 했지만 역시 줄글 하나는 쓰고 싶어서 써 봄
워낙 오랜만에 쓰는 거라 급발진을 좀 밟은 거 같지만

12화 마지막에 벚꽃 배경으로 다같이 연습하고 있길래 귀국 떡밥은 분쇄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그 전에 뭔가가 있었겠지 싶어서 13화 느낌으로 써 봄
13화가 없으면 연성하면 되지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다음에는 개그 ss로 돌아올 듯
니지면 kfc고 리에라면 금단의 세계일거 같음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맙다

그뤼에페 선추후감 2021.10.24 00:15:04
yoha 2021.10.24 00:30:18
7센우 너무좋다........스미쿠쿠많이써줘 2021.10.24 00:32:43
yoha 스미쿠쿠 개좋다 특히 고백씬이 좋아 더 써줘 2021.10.24 00:36:34
밥돼지하나요 2021.10.24 00:43:19
완도폭격기 카논ntr ㅇㄷ? - dc App 2021.10.24 00:50:21
완도폭격기 지나가던 유우 ntr ㅇㄷ? - dc App 2021.10.24 00:51:19
삐기즈라타천 왠지 모르겠는데 쿠쿠 언니의 너 일본인 다됐구나<<이 대사가 좋았다 잘봤다 개추10개준다 2021.10.24 01:04:42
ㅇㅇ 좋아... 112.152 2021.10.24 01:06:58
ㅇㅇ 이런글에 비추가박히네 ㄹㅇ 최근에 세대 안가리고 독서역량 좆창난 비율 늘어났다는건 팩트인거같음 2021.10.24 01:09:26
크레이키스 2021.10.24 01:27:28
ㅇㅇ 개그물 보다가 이런 분위기로 쓴 글도 보니깐 색다르고 좋네 개추 2021.10.24 01:33:08
42다김 캬아 스미쿠쿠 너무 좋다... 2021.10.24 02:05:11
한센루 스미쿠쿠! 스미쿠쿠! 2021.10.24 02:21:56
호시조라당 진지하게 말해서 한 계단 더 올라선 것 같다ㅇㅇ 괜찮네 더 열심히 해봐 2021.10.24 02:35:51
한센루 탕 쿠쿠 헤안나 스미레 풀네임으로 이야기하는 문장이 막화 아라시 치사토는 시부야카논을 믿고있다는 그 문장 떠오르네 2021.10.24 03:00:25
한센루 스미레만 쿠쿠의 귀국떡밥을 알고있다는 그 접점을 캐치한게 멋지다 좋은 ss ㄱㅅㄱㅅ 2021.10.24 0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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