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오랜만에 느끼는 이른 아침의 따스한 공기에 기지개를 펴본다. 방 한 구석에는 쓰다가 만 자작곡의 악보와 통기타 한 자루, 고등학교 홍보 브로셔가 늘어져 있었다. 어젯밤에 느꼈던 창작의 고통이 시각화되는 듯 했다.
계단을 내려가니 엄마와 아리아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프런트에서는 엄마가 만들고 있는 햄버그와 된장국의 냄새가 퍼졌다. 서양식 카페에서 된장국의 냄새가 퍼진다는 것은 왠지 언밸런스한 풍경이었지만 언제나의 일상이다.
“좋은 아침, 엄마,아리아”
“응. 언니는 지금 나가?”
“오늘 입학식이잖아? 빨리 가려고”
“아침식사는? 햄버그 해 놨는데?”
“괜찮아 다녀올게.”
“만마루, 다녀올게.”
“카논!… 교복 어울리네”
“어울리지?”생긋
우리 가족이 하고 있는 작은 서양식 카페를 빠져나와 다케시타도리를 거쳐 학교가 있는 아오야마쪽 으로 향하는 조그만한 골목길을 향했다. 겨울의 추운 바람이 가시고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4월의 싱그러운 봄 아침이였다. 자신의 일터를 향해 걸어가는 직장인들의 파도속에서 주황머리 소녀는 흰 색 교복을 입고 헤드셋을 낀 채로 자유로히 그 사이를 헤엄쳤다.
“카논짱!”
“으왓.. 좋은 아침.. ㅎㅎ 봄방학이 참 빠르게 흘러갔네 ㅎㅎㅎ”
“그런가? 난 빨리 유이가오카에 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어!!”
“역시 그렇지 ㅎㅎ 교복도 잘 어울려!”
“고마워! 카논짱도 잘 어울려! 계속 카논짱의 노래 좋아했었는데 같이 붙어서 다행이야”
“그렇지 ㅎㅎ 그럼 이따가 학교에서 봐! “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들과 어색함이 감도는 대화를 나눈 뒤 다시 헤드셋을 끼고 학교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향했다. 중학생때 만들었던 자작곡의 곡조를 흥얼거리며 오모테산도의 가벼운 언덕을 내려왔다. 학교가 보였다.
도쿄의 부촌 사이에 자리잡은 고풍스러운 건물의 신설교. 예전의 진구음악학교였던 학교가 새로히 개교하여 유이가오카 여학원이 되었다. 음악학교였던 과거에 걸맞게 보통과와 음악과의 차별화된 커리큘럼으로 유명했다. 특히 음악과가 사용하는 신교사가 매우 마음에 들었기에 이 학교로 수험을 치기로 했다. 꽤나 긴장되었던 실기시험을 깔끔히 넘겨 무난하게 합격,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이 하얀색 교복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카논짱!”
“치이쨩! 방학동안 잘 지냈어? 오랜만이다!”
“응! 계속 춤 췄었지. 카논짱도 음악 계속하는거지?”
“당연하지. 이 학교에서 더욱 빛날 수 있을거야.”
“그럴 수 있길! 나 오늘부터 타코야키 알바 하니까 놀러와!”
“놀러갈게! 같은반이였으면 좋겠네. 치이짱!”
“그러니까 말이야~ 이따가 보자! 위스!”
“위스~!”
입학식은 지루했지만 이사장님의 목소리가 멋졌다. 보통과의 교복도 꽤나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나긴 입학식이 끝난 후 각자의 반으로 이동했다. 아무래도 나는 음악 전공이고 치이짱은 댄스 전공이기 때문에 아마 다른 반인 것 같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가이엔 니시 중학교에서 왔습니다. 시부야 카논입니다. 제 꿈은 가수가 되서 노래로 모두를 웃게 하는 것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홈룸시간을 끝내고 치이짱과 만나기로 했던 건물 입구에서 동아리들의 홍보 포스터를 봤다. 아직까지도 라인을 읽지 않는 것을 보면 치이짱의 반은 우리 반보다 조금 더 늦게 끝나는 듯 했다.
“테니스부에 연극부, 농구부, 음… 합창부라…..”
재밌어 보이는 동아리가 많았지만 마땅히 할 만한 것은 없어 보였다. 중학생이였을 때의 나는 치이짱과 함께 귀가부였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딱히 동아리활동을 할 거 같지는 않았다.
“오래 기다렸지! 담임 말이 너무 많아져서 ㅋㅋㅋ”
“좀 늦었지만 괜찮아!! ㅋㅋㅋ 수고했어! “
“응! 같이 돌아가자!”
“그러자. 치이짱은 알바였지?”
“응! 타코야끼는 동글동글해서 참 매력있지 않아? ㅎㅎㅎㅎ”
“나왔다 치이짱의 원형사랑”
3학기 이후로 오랜만에 하는 치이짱과의 대화를 하는 도중, 보통과 아이들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음악과의 교복과 달리 남색톤의 교복은 마치 다른 학교의 학생들 같았다. 아이들 사이로 어떤 아이가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점점 발소리가 가까워져 오는 것이 들렸기에 눈을 돌려보니 희색 머리 파란 눈의 소녀가 뛰어 오는 것이 보였다. 음, 점점 나한테 다가오는 거 같지 않아,,?
“우와아앗!!!!!!!!” 깜짝
갑자기 파란눈의 소녀가 나를 향해 달려 들었다.
“카노오오온!!!!!!!!!” 허그
“우와아아아앗!!!!!!!!!!!”
“카논짱?????!?!?!”
그녀가 갑자기 내 품에 뛰어든 것은 한순간이였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갑자기 허그를 당하다니,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상황파악이 안 되는 것은 치이짱도 마찬가지였다.
“突然回到入学前的过去,吓了一跳! 因为卡农不是我们班 所以不知道有多惊讶 千鸟和卡农过得好吧? 再次向着大会努力吧!”
“뭐라는거야!!!!! 니하오 셰셰 샤오룽바오 !!!!”
“앗 실례했습니다. 너무 흥분해서 처음 만났던 것 처럼 저도 모르게 모국어가…”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었던가? 그나저나 거리감 너무 가까운데 허그는 그만해주면 안 될까?”
“아 실례했습니다”
“저기… 이건 뭔 상황?”
“앗 치사토!!!! 치사토도 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다시 리에라를 시작하죠!”
“…? 너는 누구야….?”
“여러분들은 제가 기억하지 못 하나요? 흐으..ㅠㅠㅠ…. 뭐, 괜찮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카논,치사토 다시 한 번 저랑 같이 스쿨아이돌 하지 않겠습니까? 같이 춤 추고 노래하며 반짝이는 것입니다!”
“스쿨아이돌이라는 것은 학교에서 아이돌, 이라는 거지? 사실 나는 노래하는 거에 집중해야 하고
치이짱도 안 될거야. 너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미안해.”
“카ㄴ..”
“그럼 우린 가 봐도 되지? 안녕 열심히 해”
치사토는 그녀의 말을 끊고 나와 손을 잡은 채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귀여웠지만 이상한 애였다. 그나저나 이 학교에는 유학생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녀는 나와 치이짱과 같이 스쿨아이돌이라는 것을 했다고 했다. 평생 관심도 없던 스쿨아이돌이라는 것을 저 아이와 나와 치이짱이 했다는 것이 매우 위화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 아이, 전혀 장난이 아니였다. 절대로 없던 일을 말해서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드려고 하는 사람은 아닌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헤어질 때 나와 치이짱을 바라보던 그 슬픈 눈이 마음에 걸렸다. 이상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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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글 보고 정말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해서 30분동안 슬쩍 써 봄. 좋은 소잰데 내가 해도 될지는 몰?르겠지만 2편은 다른 사람이 릴레이로 써 줄 거라 믿음 ㅎㅎㅎㅎ
개인적으로 아쿠아ss였던 반짝반빡 선창 너무 재밌게 읽어서 이런 종류 써보고 싶었음. 물론 못 비비겠지만
잘 봐주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