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8화 전에 무슨얘기가 있었나 보면,

우리 학교는 음악에 대해서 최고가 아니면 안된다 그러니 스쿨아이돌 말고 딴거 해라 인데,

이 부분은 동의하든 안하든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납득할 수준이 되니까 별 문제될거 없음. 일종의 완벽주의적 강박증 같은 거라 볼 수도 있는거고 이해 못할 건 아니니 이런 사고방식을 중심으로 갈등을 만들어내는 건 나쁘지 않음.

그런데 알고보니 스쿨 아이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가 엄마가 기록을 하나도 안남겨놔서 그렇다는 거. 이것도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고 이것만 보면 크게 문제될 건 없음.

문제는 이 부분부분이 아니라 이걸 엮는 과정에서 아주 병신같은 시나리오로 애들을 아주 병신으로 만들어놓았단 건데, 어디가 문제인지 지적하기 전에 만약에

1. 우리 학교는 음악에 대해서 최고가 아니면 안된다 그러니 스쿨아이돌 말고 딴거 해라

2. 엄마가 아이돌 활동 기록을 남기지 않았으니 아이돌 활동을 후회했을 거다

이 두가지 사고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되었을지 생각을 해보자고.

물론 이게 유일하게 가능하다는 건 아니지만 한가지 예를 들면 스쿨아이돌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스쿨아이돌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게 됐는데, 스쿨아이돌이 실제 학교에 도움을 주지못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처음에는 그닥 실력이 뛰어난 부분을 보여준 것도 없고), 학교를 최고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합쳐져서, 스쿨아이돌을 못하게 납득시키려는 과정에서 나온 논리가 "음악에 대해서 최고가 아니면 안된다 그러니 스쿨아이돌 말고 딴거 해라" 같은 결론이면 현실적인 인간의 심리를 따르는 걸로 이해할 수 있단 거임.

근데 8화에서 보여졌던게 이런식의 납득 가능한 사고과정을 그려내고 있었냐면 전혀 아니란거지. 왜 이런 일이 생겼냐 하면 처음에는 이유가 좀 좆같든 뭐든 어쨌든 나름대로 납득시키려는 노력으로 학교는 음악에 대해서 최고여야한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었는데, 집안사정 까발려지니까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 아무튼 아이돌 하지마라 우리 엄마도 했는데 후회했다더라 이렇게 되어버리니까 그런거임. 심지어 이 학교에서 하지마라고 강조하기까지 하는데, "이 학교"를 강조하는 게 왜 문제냐면, 애초에 렌은 "이 학교"에서 스쿨아이돌을 하지 말아야할 이유로 학교에 도움이 안되니까 라는 근거를 들고 있었는데, 엄마 얘기 하다가 "이 학교"를 강조함으로써 스쿨아이돌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우리엄마가 스쿨아이돌 활동을 후회했기 때문으로 치환되어 버리는 결과가 된 거임. 이 부분을 좀 더 말해보자면 우리 엄마도 실패했다 너희도 실패할거다 라는 일종의 귀납논법을 구사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는데 이걸 사람들이 납득하려면 최소한 렌 엄마랑 카논 일행이 어떤 공통점을 보여주거나 했어야 한다는 말이지. 그게 아니라면 스쿨아이돌을 후회했다는 사실로 부터 학교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학교가 더 빨리 망한거 아닐까 하는 인지도식을 드러내줬다면 스쿨아이돌을 하면 안되는 이유가 단순히 엄마가 후회했기 때문에로 치환되는 게 아니라 스쿨아이돌을 하면 안되는 건 학교를 위해서다 라는 기존 논리를 유지할 수 있는 건데, 사실 이거 대사 한두줄 수정해주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인데, 그걸 안했다는 거임. 예를 들어서 "설마 그냥 폐교를 못막았다고 기록을 다 지워버렸겠냐, 오히려 학교에 더 악영향을 줬기 때문에 기록을 다 지워버릴 정도로 후회한 거 아니겠느냐" 이런 식으로 말이야. 물론 이것도 논리적 비약이 있는거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이건 학교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이런 논리적 비약을 해버린 거다라고 납득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이것도 뒤쪽에 대사 한줄 정도 추가해주는 걸로 충분히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부분), 처음 스쿨아이돌을 반대하던 태도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니 휠씬 낫다는 거임.

애초에 렌이 지 좆대로 하는 것 같아도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지는 캐릭터였는데 말이야, 그럼 스쿨아이돌을 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집안사정 어쩌고 하면서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고 근거가 갑자기 바뀔게 아니라 최소한 스스로의 논리를 관철시키려고 노력했어야 했음. 예를 들어서 스쿨아이돌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적인 장벽을 강조하면서 너희들은 최고가 될 수 없을테니 학교에 도움이 안될 것이다. 그러니 하지 마라 라는 일련의 논리를 주장하게 되는 계기가 엄마가 남긴 기록이 없다 였다면 대부분 받아들일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렌은 8화에서 어떤식으로 말하냐면, 엄마가 아이돌 활동 했는데 후회했다. 그러니 너희도 하지 마라 이런 논리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거임. 그렇게 극 초반에 했던 말이랑 연결고리가 그냥 사라져 버린 거지.

결과적으로는 집안 사정이 밝혀진 이후에도 렌은 원래 하던 주장을 계속 관철했어야 했고, 예를 들면 그 논쟁의 과정에서 은연중에 스쿨아이돌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 드러나게 되고, 카논 일행은 그걸 파고들어서 렌이 스스로가 아집에 사로잡혀있었다는 걸 깨닫게 하는 전개가 평타는 치는 전개라는 거임.

솔직히 프로라고 돈받고 시나리오 쓰면서 이따구로 하면 안된다 ㄹㅇ

지금까지 재밌게 봤는데 그지랄 해놓으니까 기분 확 잡쳐서 써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