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0화에서 뜬금없이 단가가 등장했는데
전문가는 아니지만 부족한 실력이나마 대충 해석해봤다
근데 일반적인 시가 아니라서 이해하려면 알아야하는 용어 설명도 적당히 덧붙였고
더 깊게 파고 들 수도 있었지만 머리가 깨질 것 같아 그만뒀음
그러니까 궁금한 게 있으면 나보다 더 설명 잘한 사이트 많으니 직접 쳐보는 걸 추천함
글이 많이 기니까 복잡한 거 싫은 사람은 스킵하고 마지막만 봐도 된다
먼저 왜 렌은 이런 시를 지었는가부터 따져보면 아마 카논과 치사토가 한 말 때문임
카논은 韻を踏んで(인오훈데)라고 하고 치사토는 먼저 자기소개부터 해보라는 말을 함
여기서 韻を踏む(인오후무)라고 하면 랩에서는 라임 맞추기인데 시에선 압운하라는 뜻이 됨
또 歌にする(우타니스루)라는 표현도 쓰는데
歌(우타)는 노래라는 뜻 말고 일본 고전시인 와카, 특히 단가라는 의미가 있음
그래서 랩 보다 단가가 더 익숙한 렌은 뜬금없이 자기소개 시를 지어버린 것임
단가(短歌)를 알려면 와카(和歌)를 검색해보는 게 빠른데
대충 설명하자면 일본 정형시 중 하나로, 575의 하이쿠와 다르게 575/77의 31음절으로 되어있다는 특징이 있음
그렇기 때문에 카논이 하이쿠라고 했을 때 렌이 단가라고 따진 거임
단가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고
575부분이 上の句(카미노쿠), 77부분이 下の句(시모노쿠)임
상하 읽을 때 우에, 시타 아니니까 주의해야 함
먼저 카미노쿠를 히라가나로 풀어서 보면 숫자가 딱 맞는 걸 볼 수 있음
あきあかね 5 / うたにいざよう 7 / はづきれん 5
아키아카네 / 우타니이자요우 / 하즈키레ㄴ
이거 보면 하즈키 렌인데 왜 5음절이냐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일본은 ん을 한 박으로 치기 때문에 5음절임
그래서 일본 노래 부를 때도 받침처럼 합쳐서 부르지 말고 늘려서 따로 불러야 안 어색함
그리고 시모노쿠는 이러함
おもいはいまだ 7 / いざよいなり 6
오모이와이마다 / 이자요이나리
아까 분명 77이라고 했는데 6으로 끝나서 이상하다고 생각할텐데
가끔가다 글자 수가 정해진 형식보다 많거나 적을 경우가 있음
이건 7에서 하나 부족하기 때문에 字足らず(지타라즈)라고 함 (많은 경우는 字余り(지아마리))
이제 본격적으로 해석에 들어가겠음
秋あかね (아키 아카네)
만약 이 부분이 마쿠라코토바(枕詞)라면 장식 같은 거라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되는데 냅두기도 뭐하니 그냥 전부 해석하겠음
秋(아키)는 가을이고, あかね(茜)는 꼭두서니란 식물인데
재미있게도 이 둘을 합한 아키아카네(アキアカネ)는 고추좀잠자리임
고추좀잠자리는 고추잠자리랑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종이고 일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함
잠자리한테 식물 이름 붙인 이유는 꼭두서니 뿌리를 붉은 색 염색할 때 염료로 써서 그런 것 같음
歌にいざよう (우타니 이자요우)
歌(우타)는 노래 일수도 시 일수도 있지만 상황 상 랩을 말하는 것 같음
いざよう(猶予う)는 렌이 설명한 것처럼 망설이다, 주저하다라는 뜻임
즉 어떻게 랩을 해야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습을 나타냄
葉月恋(하즈키 렌)
참고로 하즈키의 즈키는 つき(츠키)에 탁점이 붙은 거기 때문에 ずき가 아니라 づき임
이름이 딱 5음절이라 이름만 들어갔음ㅋㅋ
그래서 카미노쿠를 해석해보면
고추좀잠자리가 날아다니는 가을,
랩 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내 이름은 하즈키 렌이다
이렇게 할 수 있다
이어서
想いはいまだ(오모이와 이마다)
자막 달린 사진 보고 안 건데 나는 처음에 오모이가 思い인 줄 알았음
둘 다 발음은 같아도 의미가 미묘하게 다른데
찾아보니까
그렇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思い를 많이 씀
いまだ(未だ)는 아직, 여전히 이런 뜻임
十六夜なり(이자요이 나리)
아까 나온 いざよう(이자요우)와 발음이 비슷한 十六夜(이자요이)를 써서 렌 나름대로 라임을 맞춘 부분이다
이걸 카케코토바(掛詞)라고 함 옛날식 다쟈레라고 생각하면 됨
이자요이는 음력 16일날의 밤 혹은 그밤의 달인데 보름달이 뜬 다음 날은 전날보다 월출이 조금 늦어지기 때문에 달이 망설이고 있다는 의미로 이런 이름이 붙었으며
렌이 설명한 것처럼 자기 나이인 만 16세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임
만 나이 표시할 때는 찰 만(満) 자를 쓰고
아까 말했듯이 렌의 성인 하즈키(葉月)에 달이 들어가기 때문에 굉장히 멋진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음 (보름달=満月)
그나저나 고1인데 16살이라 왜 그런가 찾아보니
우리나라는 없어졌지만 일본은 아직도 빠른 년생 제도라고함
그래서 요우는 4월 1일 이후 4월생이고 다이아와 카난은 입학 시기보다 빠른 1, 2월생이기 때문에 학년이 갈린 거고
치사토도 2월생이라 엄연히 따지자면 다른 멤버들과는 한 살 차이가 남
아무튼 고등학교 입학해서 생일이 지나면 16살이 되기 때문에 렌의 생일이 지났음을 알 수 있다
뒤에 붙은 なり는 고전 일본어 なり이기 때문에 현대 일본어로는 해석이 안됨
なり 해석법은 상황에 따라 다른데 다 설명했다가는 우리 모두의 머리가 가루가 될 테니 패스하고
여기서는 ~である나 ~だ로 바꿔서 ~(이)다라고 해석하면 됨
시모노쿠는 이자요이를 어떻게 보냐에 따라 해석이 갈릴 수가 있는데
(누군가를 그리는) 나의 마음은 음력 16일날의 달과 같이 여전히 가득하다
이렇게 멋드러지게 해석할 수도 있는 반면
(랩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음력 16일날의 달처럼 아직도 망설이는 중이다
이렇게 할 수도 있음ㅋㅋㅋ
글이 많이 길어졌는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지금 가을이고
랩 하라는데 못 하겠다
나는 하즈키 렌이고
나이는 16살임ㅇㅇ
이걸
붉은잠자리
부르기주저하는
난하즈키렌
내마음은여전히
열여섯날밤달
이렇게 표현한 거임
단시간에 이렇게 멋진 시를 쓴 렌도 꽤나 실력자인 것 같다
작사해도 잘할 것 같네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설마 단가를 별애니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재미있었음
그럼 물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