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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은 두레박 떨어지듯, 이란 말의 의미를 깊이 곱씹은 건, 적당한 때에 일을 마치고서 창밖을 바라본 때였다.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과 밖의 밝기가 맞지 않는다.
노트북과 서류를 신속히 정리하고, 집에 갈 준비를 한다. 학생회실을 나오자 서쪽 해가 아무도 없는 복도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기에, 조금 빠른 걸음이 된다.
신발장 앞에서 신발을 갈아신고 일어서자 눈에 익은 뒷모습이 눈에 들어와서,
「아유무 씨……!」
생각보다 먼저 나와버린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울려 퍼지자, 화악, 하고 뺨에 피가 쏠리는 게 느껴졌다.
「아, 시오리코 쨩」
갑자기 불러세워져서 눈을 조금 동그랗게 뜨고 돌아선 그 사람은, 금세 실처럼 가느다란 눈을 하고 웃어주었다.
「시오리코 쨩은 학생회 일 때문에? 늦게까지 고생하네」
「아뇨, 적당히 끊기 좋을 때까지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아유무 씨야말로 고생하시네요. 자습실에 계셨나요?」
「응. 적당히 끊기 좋을 때까지 하고 싶어서」
똑같네, 하고 부드럽게 웃는 옆얼굴에, 살짝 심박수가 올라간다.
현관에서 우연히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해가 기우는 길을 당연하게 나란히 걸어갈 수 있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기 전의 나에 대한 건, 벌써 아득히 먼 일로 느껴진다. 그만큼 밀도 있고 긴 시간을, 그 사람들과, 특히 이 선배와 지내온 것이다.
여름쯤이 되면, 대부분의 부활동에선 3학년들이 은퇴해서, 2학년이 주력으로 바뀌게 된다. 동호회도 마찬가지로, 아유무 씨를 비롯한 2학년들의 큰 이벤트는 여름까지 끝내 둔 탓에, 이제 부실에 오는 횟수는 크게 줄어 있었다. 그러니 이동수업 같은 때나, 이렇게 우연히, 타이밍 좋게 만나는 게 아닌 이상, 학년이 다른 아유무 씨와 만날 기회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함께 활동하고 있던 때엔 휴일에 함께 외출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여름이 지나고 수험이 슬슬 현실감을 띠게 된 지금, 내가 먼저 약속을 잡는 건 내키지 않아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꽤 쌀쌀해졌네」
「그렇네요. 해도 짧아졌구요」
「이제 아이스크림이나 주스는 좀 추울려나아」
「후훗, 군것질은 그리 좋지 않아요」
여름의 귀갓길에서, 아이스크림이 녹는 속도나, 햇살 아래서 탄산 거품이 터지는 소리의 아름다움은, 이 선배의 옆에서 알게 됐다. 하지만, 그것들을 아유무 씨의 옆에서 맛볼 수 있는 여름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봄이 되면 아유무 씨는, 졸업해 버리니까.
「그래도 좀 더 추워지면, 이 다음은 만두의 계절이네」
「아유무 씨, 배 고프신가요?」
「헤헤, 그럴지도 몰라」
조금 부끄러운 듯 웃는 아유무 씨. 찐빵은 추우면 추울수록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도, 작년 겨울 이 사람에게 배웠다. 반으로 나눠가진 찐빵, 김이 모락모락 하는 사이에 먹어버리기 위해 나란히 말 수도 적어졌었다. 올해 겨울에도 같이 먹을 수 있을까……그럴 여유, 있을 리가 없나.
「너무 집중해서 지치신 건 아닌가요……?」
「설마, 그정도는 아니야. 시오리코 쨩이야말로, 너무 열심히 하고 있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아유무 씨와 어째서인지 눈을 마주칠 수 없어서, 대신 아유무 씨의 동복 소매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저는, 괜찮아요……」
「그래?」
「네」
학생회와 동호회를 왔다 갔다 하는 건, 1학년 때와 다를 게 없다. 동호회는, 같은 학년의 동료들이 충분히 이끌어가고 있다. 나도 물론 노력할 수 있는 건 하고 있지만, 혼자서 어떻게든 해야만 하는 일은, 실제론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대학 수험은, 자신의 힘에만 의존해야 한다. 당일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당일에 얼마나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그 두 가지 뿐. 그러니까, 내가 아유무 씨를 응원하는 마음을 얼마나 강하게 먹고 있든, 그걸 써먹을 방법은 없다. 단지 「힘내길」「무리하지 않길」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할 뿐이라 답답함은 있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허전했는데 말이지」
「에……?」
「요즘, 시오리코 쨩이랑 못 만났으니까」
도망치듯 피하고 있던 시선이 멋대로 제자리를 찾아가자, 생각보다 더 진지한 표정을 한 아유무 씨와 눈이 딱 마주쳤다.
「시오리코 쨩은, 안그랬어?」
「……그건, 저……그래도」
수험생은 바쁘니까, 라던가, 그건 제 욕심이니까요, 라던가. 늘어놓을 이유는 순식간에 한가득 떠올랐지만, 아유무 씨의 검지손가락 하나에 막혀버렸다. 내 입술에 닿은 살짝 차가운 그 손가락이, 마법과도 같이 머릿속의 변명들을 전부 녹여버리고 말았다. 마지막에 혀끝에 남아있던 말은, 꺼내지 않고 삼켜버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저도, 허전, 했어요」
「응」
「보고 싶었어요. 아유무 씨」
「……응」
사르륵 머리카락이 쓸어지는 감촉에, 점점 뺨에 열기가 돈다. 그런 나를 보고, 아유무 씨는 또다시, 실처럼 가느다란 눈을 하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