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시 니말이 맞음
알다시피 러브라이브 애니가 자체적 작품성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은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제작진이 무능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애초에 러브라이브 제작진은 TVA를 그 자체로 하나의 온전한,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데 별 관심이 없다고 본다. 그러니까 러브라이브에 있어 애니메이션은 그냥 수많은 미디어 믹스 중 일부로서 덕질을 하기 용이하도록 캐릭터의 설정을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다.
아무튼 애니의 기능이 그런 것인 이상, 딱히 중대한 반전 같은 건 있을 수 없고 스포일러도 별 상관이 없다. 가령 초반부 반동인물로 나오던 학생회장이 나중에 결국 스쿨 아이돌로 합류한다는 건 TVA 단독으로만 보자면 나름 반전 요소겠지만 이 애니(들)은 이걸 숨길 생각이 단 1g도 없다.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고, 애니로 처음 입럽하는 사람이더라도 오프닝이랑 엔딩에 계속 학생회장이 나오는 걸 보면 금방 눈치를 챌 것이다.
이게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이런 방식이 세부 전개가 좀 엉성하더라도 이를 덮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치사토 합류 에피소드인 6화는 2~3화쯤 할애해야 할 내용을 1화에 다 눌러담느라 영 급전개였다는 이야기가 갤에서도 많이 나왔는데, 그래도 별 상관이 없었던 게 어차피 치사토가 합류할 것이라는 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시청자가 원하는 건 짜임새 있는 탄탄한 개연성이 아니라 그냥 치사토를 최소한의 설명만 가능한 선에서 빠르게 리에라의 일원으로 합류시켜서 캐릭터들끼리 꽁냥꽁냥(?)대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누가 리에라 멤버가 될지 아예 알려주지 않은 상태로 아무 캐릭터 하나를 이렇게 한 화만에 초스피드로 합류시켰다면 문제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본론으로 들어오자면, 7화까지의 렌은 명백한 빌런이다. 누가 봐도 유이가오카의 음악과-보통과 구조에는 문제가 있고, 렌이 스쿨 아이돌을 반대하는 이유는 명백히 비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이미 예정된 전개대로 렌을 합류시키려면 소위 '세탁'이라는, 시청자가 렌을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 남은 에피 동안 진행돼야 할 터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설득력 있게 이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참 궁금하지만, 설령 이 과정을 (많은 경우 그래왔듯이) 충분한 설명 없이 대충 뭉개버린다고 해도 사실 중대한 문제는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 우리는 이미 렌이 리엘라의 일원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으며, 애니화 이전부터 렌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다. 여태껏 렌이 무슨 짓을 벌이건 미래를 아는 입장에서는 그저 귀엽게 봐 줄 수 있었으니, 소위 '세탁'이 대충 된다고 해도 눈감고 넘어갈 수 있다. 이미 받아들인 지 한참 지난 캐릭터인데 다시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 좀 미비한들 별건가?
우리같은 개십덕이 아니라 애니로 러브라이브를 처음 접하는 시청자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이 점은 중대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뉴비 입장에서는 렌에게 별 애정이 없겠지만, 뉴비에게는 카논이나 쿠쿠도 처음 보는 캐릭터인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이 궁극적으로 모두 같이 스쿨 아이돌을 할 거라는 건 상술했듯이 뉴비더라도 당연히 알고 보는 정보다. 그러니까 (처음 보지만 나중엔 우리편일) 렌이 (역시 처음 보지만 나중엔 우리편일) 카논을 훼방놓든 말든 딱히 감정적인 분노를 유발하지 않는다.
스쿠스타는 이 점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시오리코건, 란쥬건 스쿠스타 스토리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이므로, 캐릭터가 스토리에 등장하기 이전에 미리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이해하고 정을 붙일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기존 니지동 멤버들은 이미 플레이어가 잘 알고, 사랑해왔을 캐릭터들이다. 즉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캐릭터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훼방 놓는 모양새가 되니까 앞서의 경우들과는 다르게 빌런에게 적개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태까지의 러브라이브의 역사를 보면 이 내 머릿속에서 명백한 '나쁜 놈들'은 언젠가 동호회의 일원이 될 것이 뻔할 뻔자다. 당연히 플레이어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때문에 이 '처음 보는 나쁜 놈'들을 플레이어가 받아들이게 하는 건 기존의 '나쁜 놈 같지만 사실 나중에 합류할 귀여운 애'를 합류시키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시오리코 스토리는 나름 신경을 썼다고 생각한다. 독자가 시오리코를 '좋은 애'로 인식할 여지를 (너무 급하게 떠먹이지는 않으면서) 조금씩 줘가고, 시오리코가 니지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자신도 바뀌어가는 과정 역시 묘사됐고, 최종적으로 세츠나에게도 용서를 받았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시오리코 합류 당시에도 반발이 적지 않았었다.
란쥬는 사고를 친 규모가 훨씬 컸던 만큼 시오리코에 비해서도 특히 플레이어를 납득시키는데 신경썼어야 했다. 하지만 시오리코가 어찌저찌 받아들여지는 걸 보고 방심한 걸까? 란쥬에 대해서는 그냥 대충 뭉개기 전법을 시전해버린다. (왜 세탁이 제대로 안 됐는지는 이미 글 백개는 올라왔으니 굳이 다시 안씀) 확실하게 빌런으로 인식된 캐릭을 세탁도 제대로 안 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것마냥 떠먹이니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다.
스토리를 잘 써서 스무스하게 합류시켰으면 참 좋았겠지만 그게 됐으면 이 사단이 안 났을 거고... 상술했듯이 어차피 극적인 반전 같은 게 필요한 장르가 아니므로 그냥 이전에 지스매거진이라든가, 기타 다른 루트를 통해서 "신 멤버 란쥬 소개!"를 미리 해놓고, 그러고 우리가 란쥬를 받아들일 시간을 충분히 준 다음에 2장을 시작했으면 여전히 전개 엉성하고 과하다고 까이긴 했겠지만 이 정도로 중대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요약)
1. 쥿키가 쥿키해도 용납되는 건 우리가 이미 캐릭들을 알고 정을 줘왔으며,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2. 스쿠스타는 상황이 전혀 다른데 아메노도 아메노하니까 이 사단이 난거다.
3. 스토리를 똑바로 짜든가 그럴 능력이 없으면 아예 지스같은 딴데서 미리 합류 다 시켜놓고 스토리 풀든가 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