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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 앞으로의 나날 (3) (完)
글쓴이
Saku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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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250929
  • 2021-09-12 15:42:47
 




(3)


그날 새벽 잠이 깬 김에 습관적인 산책을 하고 온 나는 놀랐다. 집을 잠깐 나선 사이에 언제인지 우체통에 또 편지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쿠쿠의 이름인 걸 보니, 나에게 저번 편지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곧바로 써서 부친 편지인 것 같았다. 나는 고동치는 심장을 억누르며, 새벽 공기에 얼어붙어 떨리는 손으로 집 안에 들어가는 것도 잊어버리고 서서 편지를 읽었다. 편지는 단 한 장이었다.


사랑하는 카논에게

쿠쿠는 드디어 카논을 만나러 가요. 아직은 조금 실감이 가지 않는 일이라 잠자리에 들 때마저도 지금 이게 꿈이 아닐까 몇 번이고 생각했어요. 카논을 만난다고 하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편지로는 도저히 다 전해질 것 같지 않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져 버렸어요. 쿠쿠의 이야기를 들어주실래요? 그리고, 카논도 쿠쿠에게 카논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부 다 해 주실래요? 오늘은 설레서 도무지 잠이 올 것 같지가 않아요. 쿠쿠는 오늘도 카논을 상상하면서 잠이 들 거에요. 다음 이야기는 직접 만나서 하기로 해요. 잘 자요, 카논.


쿠쿠가


P.S. 미안해요. 그만 카논이 마중 나올 장소를 깜빡해버렸어요. 3월 2X일 정오에 하라주쿠 역으로 와주세요.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잘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방으로 올라가서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보고, 그제서야 한 박자 늦게 쿠쿠가 드디어 나를 만나러 올 수 있게 되었다는 걸 깨닫고는 눈물을 흘렸다. 이런 걸 기쁨의 눈물이라고 부르는구나. 나는 분명히 쿠쿠도 이 편지를 쓸 때 울면서 썼으리라고 생각했다. 왠지 쿠쿠라면 나와 닮아서 꼭 그랬을 것만 같았다.


쿠쿠가 온다는 날짜와 내가 답장을 쓴 편지의 시간차를 계산해보니 쿠쿠가 여기로 오기 전에 다행히 내 편지는 도착할 것 같았다. 쿠쿠는 편지로는 이제 다할 수 없을 것 같은,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척 많다고 말했다. 나도 더 이상은 편지를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데, 그건, 다만 나의 마음마저도 쿠쿠와 닮아서 만나지 않고는 도저히 전할 수 없는 말들이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져 버렸다는 이유였다.


나는 갑자기 막상 때가 되었을 때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아마도, 만나자마자 끌어안아야 할지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게 될 지는 그때의 기분에 따라야겠지만, 가까스로 재회의 감동이 잦아든 우리는 1년 동안의 개인적인 이런저런 경험을 공유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쿠쿠에게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단지 그런 경험들을 넘어서서 우리 앞에 펼쳐진 넓은 밤하늘 위에 길을 그려보고, 쿠쿠에게 그 길을 믿어주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조차도 아직까지 확신이 없는 그 말을 쿠쿠가 믿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치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책상 위에 앉아서 천천히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쿠쿠에게 보낼 것은 아니지만, 단지 이걸로 생각을 조금 정리해 보면 쿠쿠를 만났을 때 어떻게든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쿠쿠가 도착하기 전에는 완성해 두자.


*


그날이 왔어, 쿠쿠. 우리가 처음 만났던,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노래를 불렀던, 우리가 처음으로 사랑을 속삭였던, 그 나날들처럼 벚꽃이 활짝 폈어. 쿠쿠를 위한 마지막 편지를 완성했어. 그치만 그 내용은, 내가 직접 말해서 쿠쿠에게 전해 주고 싶어. 들어 줄 거지?


-나는 언젠가 쿠쿠가 나에게 골라 주었던, 마치 오늘을 위해 벽장에 잠들어 있었던 것만 같은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책상 한쪽에는 쿠쿠에게서 받았던 세 통의 편지가 곱게 접혀서 봉투 안에 들어있고, 가운데에는 내가 전날 밤 완성시킨, 아마도 나 외에는 누구도 읽을 일이 없을, 그러나 분명히 쿠쿠를 위한 편지가 접혀 봉투에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방을 나섰다.


기분 좋은 봄바람이 가볍게 원피스를 휘날리며 스쳐 지나간다. 길가의 벚꽃들은 꼭 사랑을 꿈꾸는 듯한 다정한 모습으로 화사하게 피어있다. 가슴은 벌써 무대 위에 서기 전처럼 쿠쿠를 만나기 한 시간을 앞두고 콩닥거린다. 분명 쿠쿠도 지금 나처럼 끝없이 두근거리며 전철 안에서, 내가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벚꽃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플랫폼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한가한 휴일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이른 벚꽃을 만끽하기 위해 이쪽으로 오거나 이쪽에서 어딘가로 무수히 떠나는 듯했다. 11시 30분이었다. 이쪽으로 전철 한 대가 들어왔다. 나는 아직 약속 시간이 되지 않아 그럴 리가 없는대도 괜히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비집고 걸었다. 거의 반 2개 정도 되는 수의 사람들이 내리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12시가 지나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무대가 시작되기라도 할 것처럼 무척이나 긴장하며 앉아 있었다. 아마도 나처럼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함인 듯, 많은 가족들이 플랫폼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나는 쿠쿠의 모습을 상상했다. 아마도 지금쯤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가 만나게 된다는, 그런 기적 같은 사실을 새삼스레 또 한 번 확인하고는 나처럼 똑같이 긴장하고 있을까?


-나는 전철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전철 특유의 덜컹거리는 소리와, 햇빛과 진동을 받아 금빛으로 파르르 떨리는 전선들, 나와 똑같이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나 보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곧이어 플랫폼에 전차의 앞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앞으로 나가 열심히 전차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아직 전철이 움직이고 있고 사람이 무척이나 많아서 제대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영원히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 버릴 것만 같은 전철은 멈추고, 동시에 열린 문들에서는 인파의 물결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애타게 쿠쿠의 이름을 불렀다. 보이지 않는다. 이 전철이 아닌 걸까? 12시가 이미 지났는데 다음 전철을 타고 오는 걸까? 나는 쿠쿠를 찾지 못하게 방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원망스러웠고, 곧바로 눈물이 핑 돌 것만 같았다. 마음속에 미미하게 남아 있지만 애써 모른 척했던 서글픔이 가득 차올랐다. 무척이나 행복하고 덧없는 꿈을 꾼 듯한, 그런 기분-


“카논-” 나는 누군가의 따뜻한 품 안에 안겨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의 모습을 미처 볼 겨를도 없었는데 그 사람은 이미 내 품 안에 뛰어들어 있었다. 슬픔인지 기쁨인지 뭔지 모를 것이 흘러내려서, 나는 단지 그 사람의 얼굴을, 그토록 꿈에 그리던 얼굴을 마주하고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사람의 어깨에 도저히 보여줄 수가 없어져 버린 얼굴을 묻고 있었다. 몇 번이고 내 이름을 그대로 불러 주는, 내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지만 지금 이 순간 되살아난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이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바로 쿠쿠라는 것을 쿠쿠는 최선을 다해 말해 주었다.


나는 간신히 눈을 들었다. 도저히 멈추지 않아 쿠쿠를 못 보게 하는 눈물을 쿠쿠가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 마침내 선명해진 얼굴을 내가 조금 낯설다고 느낀 것은, 못본지 오래되었거나 얼굴이 변했다기보다는 쿠쿠의 얼굴에 담겨 있는, 내가 없던 사이에 생긴 용기와 씩씩함 때문일 것이다. 나는 쿠쿠를 여전히 끌어안은 채로, 마치 이 세상에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마음으로 입을 맞췄다. 문득, 세상이 오늘로 끝나고 앞으로의 나날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카논. 왜 그렇게 울어요. 쿠쿠가 지금 바로 곁에 있잖아요...... 우리 앞으로는 울지 말아요. 쿠쿠는, 카논과 함께할 때는 언제나 웃는 얼굴로 있고 싶어요.”


“다시는 쿠쿠와 떨어지지 않을 거야. 절대로-”


*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쿠쿠가 활기차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반쯤은 꿈같다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쿠쿠가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사소한 고충, 새로 사귄 친구, 새로 좋아하게 된 내가 모르는 노래, 새로 시작한, 쿠쿠가 ‘카논을 위해서’라고 덧붙인 요리. 나는 단지 여전히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과, 쿠쿠에게 편지를 받고 다시 기타를 쳐 보았다는 것과, 언젠가 한 번 다시 모아봐야 할 친구 셋에 대한 사소한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살짝 열린 버스의 창문 사이로, 부드러운 햇살과 함께 바람을 타고 벚꽃잎 하나가 날아 들어와 쿠쿠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앗, 하고 쿠쿠가 예전답지 않은 차분한 음성을 무심코 내뱉었다. 내가 보기에는 쿠쿠가 몰라보게 여러 가지로 성장한 것 같은데, 나만은 미숙한 채로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집에서 쿠쿠는 여동생과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의 방으로 올라갔다. 쿠쿠라면 아마 편지를 눈치챌 것이라고 생각했다. 창문을 열어 아직은 조금 서늘한 공기와 정오의 햇빛이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고, 우리는 한참이나 침대 위에서 서로의 체온을 공유하고 있었다.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동자를 계속 보고 있자니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고, 늘 그렇듯 애써 부끄러움을 감추려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사랑한다는 말의, 편지로는 할 수 있었던 그 단어의 작은 어색함과 쑥스러움이 내 고백을 막아섰다. 


“쿠쿠는,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단 어딘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아.”


“그런가요? 머리카락도 얼굴도 그대로 인 것 같은데.”


“그런 게 아니야. 나는 쿠쿠의 눈을 말하고 있는 거야. 예전보다도 무척이나 밝고 씩씩해 보여. 떨어져 있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쿠쿠가 카논과 떨어져 있어도 항상 밝게 지내려고 노력한 건 맞아요. 분명 카논은 쿠쿠가 그렇게 지내기를 원했을 것 같아서요.”-나는 그동안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고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언제까지 있을 수 있는 거야?”-쿠쿠는 잠깐 주저했지만, 여전히 밝은 목소리를 잃지 않고 대답했다. “내일, 이요. 그러니까 그동안은 카논과 계속 함께 있고 싶어요.”


나는 문득, 편지에서 쿠쿠가 나의 노래 중 중학교 때의 자작곡을 가장 좋아했다는 것을 떠올려냈다. 지금이라면, 쿠쿠가 멜로디를 조금만 흥얼거려준다면,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바로 가사가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쿠쿠가 편지에서 말했던,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던 내 이름 없는 곡의 멜로디를 조금만 흥얼거려 줄래? 나는 이미 가사는 물론이고 멜로디도 다 까먹어 버렸지만, 쿠쿠가 있다면 금방 떠올려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나는 포옹을 풀고 앉아 기타를 집어 들었다.


“쿠쿠가 기억하는 게 맞을지 잘 모르겠어요.”


“아주 조금만이어도 괜찮으니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쿠쿠의, 노래를 부를 때의 목소리였다. 가냘프지만 무척이나 생기가 느껴지고, 이 노래는 분명...... 나는 손이 가고 싶어 하는 대로 기타를 치게 내버려 두었다. 잠들어 있던 왼손은 어느샌가 무척이나 익숙했던 손동작을 할 수 있었지만, 입은 아직 조금 머뭇거렸다. 나는 쿠쿠의 눈동자의 밝음이 내가 쿠쿠를 처음 만났던 날의 밝음과 똑같은 정도의, 그런 기쁨으로 빛나고 있다고 느꼈다.


아주 조금 슬플 때라면

등을 펴고

목소리를 날려보내면-


언제나 곁에서

빛을 준 노래-

손을 마주 잡자


“카논, 한 번만 더 불러 주세요. 쿠쿠는 카논의 노래가 조금 더 듣고 싶어요.”


나는 완전히 질려 버릴 때까지, 내가 마침내 쿠쿠와 함께 찾아낸 우리만의 보물 같은 이 소중한 곡을 끊임없이 불렀다. 그동안 어떻게 이 노래를 잊어버리고 있었는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쿠쿠에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걸로 우리 앞에 무수히 가로놓여 있는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별빛으로 환하게 밝혀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나는 노래를 멈추고 쿠쿠 앞에 섰다.


“카논?”


“쿠쿠에게 전하고 싶은, 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말이 있어.”


나는 쿠쿠와의 만남을 기다리면서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그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입에서는 단지, 몇 년 전 내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려고 했으나 부르지 못했던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고 허공에서 끊기는 듯한 비참한 소리가 나오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쿠쿠의 표정을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카논, 지금 이야기할 수 없다면 이야기하지 않아도 돼요. 쿠쿠는, 언제든지 카논의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요.”


“아니, 그런-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내가 쿠쿠에게 말하고 싶은 건. 조금 더, 먼 미래의 이야기야.”-우리는 가만히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런 건 절대 입으로도, 생각으로도 담지 않는다. 현실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나는 분명히 아직 방법이 남아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카논. 저 책상 위에 있는 건......”


“응. 쿠쿠가 보내온 편지들과, 그리고 나의 마지막 답장이야. 그 답장의 내용은 쿠쿠와 만나서 직접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들인데, 미안해. 지금은 말하기 힘들어.”


“쿠쿠가, 카논의 마지막 편지를 읽어도 될까요? 카논은 분명 직접 쿠쿠에게 전하고 싶어 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카논이 쿠쿠가 이걸 읽지 않기를 원한다면 읽지 않을게요. 그렇지만 쿠쿠는 카논의 마음을 아직 잘 모르겠고, 카논의 마음을 모르고 이대로 떠나버리는 것만큼은 견딜 수가 없어요.”


“읽어줘. 나를 대신해서, 지금보다 조금 더 솔직한 나를......”


쿠쿠는 책상 위의 편지를 집어, 내가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떨리는 손으로 읽기 시작했다. 등을 돌리고 있어서 이쪽에서는 쿠쿠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무척이나 치사하고 미안한 짓을 해버린 나는, 이제부터는 쿠쿠에게 우리의 미래를 걸어보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미안해, 쿠쿠. 직접 말하고 싶다고 몇 번이나 다짐하고 쿠쿠 앞에 섰는데도, 나는 도저히 전할 용기가 없었던 거야.


“카논......”-나는 고개를 숙였다. 도저히 쿠쿠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쿠쿠에게 괴로울 수도 있는 선택을 멋대로, 그것도 직접 말할 용기가 없어서 편지 따위로 대신 전하는 나는......


-눈을 떴을 때, 나는 여태껏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쿠쿠의 기쁨의 눈물을 보았던 것 같다. 쿠쿠는 재회 때의 나보다도 기쁨에 겨워 흐느껴 울면서,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끝없이 사랑한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우리는 그렇게 한참이나 껴안고 우리의 미래를, 밤하늘을 밝힐 수 있는 우리만의 길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약속했다. 무수한 별똥별이 겨울바람에 스쳐 지나가는 밤이 지나고, 새벽이 지나고, 봄이 되고 아침이 되어 벚꽃이 피어나기까지....... 


나는 입술을 포갰다. 소중한 사람에게 입을 맞추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말하듯이, 사랑해, 하고 나는 속삭였다.


*


쿠쿠에게

이 편지는 비록 쿠쿠를 향한 내 마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쓰는 것이기도 해. 쿠쿠가 나를 만나러 온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듣고 나서 쓰는 편지니까, 이후의 말들은 전부 내가 쿠쿠를 만나면 하고 싶은 말들을 스스로의 생각에 믿음을 갖기 위해 적어보는 것뿐이야.


쿠쿠가 내 말을 과연 받아들여 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만약 쿠쿠가 받아들일 수 없고 나와는 다른 방향을 선택하고 싶다면, 나는 그것마저도 받아들일 준비를 쿠쿠가 온다는 걸 알고 난 뒤로부터 끊임없이 해왔어. 나는, 비록 쿠쿠에게 쓴 편지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실은 쿠쿠가 떠나고 나서부터 계속해서 외로워했어.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일부러 노래를 부르지도 않았고, 쿠쿠에게서 첫 편지가 오기 전까지는 기타도 치지 않았어. 나는 쿠쿠가 마음속에 그리는 나의 모습만큼 그렇게 용기 있고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은 아니야. 


하지만 나는 우리의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용기를, 우리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용기를, 쿠쿠와 편지를 나누어 보면서 다시 그 마음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쿠쿠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랑하고 싶어. 비록 만나지 못하더라도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쿠쿠를 예전부터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사랑할 수 있다고 노래할 수 있어. 분명 이런 식의 만남이 계속되는 건 나도 쿠쿠도 괴로워할 수밖에 없겠지만, 나는 쿠쿠와 만나지 못하는 시간 동안 사랑을 쌓아서, 마침내 만나게 되었을 때 나의 전부를 쿠쿠에게 쏟아줄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리고, 언젠가, 오늘처럼 벚꽃이 피는 어떤 화창한 날을, 우리가 하루라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날을 쿠쿠와 함께 그려보고 싶어. 얼마나 먼 훗날의 일이 되더라도 나는 그날을 쿠쿠와 보냈던 수많은 순간처럼 추억하면서 언제까지고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불러야 할 노래는, 여태까지 불러왔던 그 어떤 소중한 곡들도 아니고, 쿠쿠와 함께 만들어나가야 할, 앞으로의 나날을 위한 노래야.


카논이

(完)


한겨울의시어마인드 모든 결정의 기준이 카논이 원하는 것인 쿠쿠의 필사적인 배려가 쓰리게 느껴지지만 또 그 마음이 사랑스럽네 2021.09.12 16:01:42
계란마리 SS 진짜 잘쓴다 아직 리에라는 많이 설정 나오지도 않았는데 애니 6,7화 나온거로 졸업 이후 스토리를 써주네 밤에 SS 읽으면서 감동하는건 오랜만이네 2021.09.12 16:02:31
Sakulight 마지막에는 둘 모두 다 진심으로 동의할 수 있는 결말을 맞이한 거라고 생각해 2021.09.12 16:04:01
Sakulight 고마워 2021.09.12 16:04:08
한겨울의시어마인드 3편 내내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세련된 글이라고 생각하며 읽었어 참 잘 쓰네 2021.09.12 16:05:59
Sakulight 극찬이야.. 고마워 2021.09.12 16: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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