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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 약속
글쓴이
딩굴댕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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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235959
  • 2021-09-06 07:41:40
 

아나타나 유우는 없는 세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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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집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슬픔에 찬 표정으로 시오리코는 혼잣말했다.


"딱 이 맘때 였을까요"

"아유무 씨와 약속 했었던 날이"

"고등학교 시절엔 두근거림의 연속이였죠..."


시오리코는 눈을 감고 잠시 가을 바람에 몸을 맡긴채로 의자에 앉아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을 되새겼다.


"먼저 가셔도 된다고 했잖아요"


"시오리코 짱 혼자 두고 갈 수는 없는걸"


"그래도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나는 내가 좋아서 기다리는거야"


"자, 이제 슬슬 갑시다. 오늘 할 일들은 끝을 냈으니"


"시오리코 짱은 항상 힘들겠네. 학생회장으로 일이 산더미처럼 있는데도 스쿨아이돌도 한다니"


"저도 아유무 씨가 좋아해서 기다리듯이 제가 좋아해서 하는 일들이라 항상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라는 나의 말에 아유무 씨는 안심한 듯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학교에서 나와서 노을빛으로 빨갛게 변한 하늘 아래를 걸었다.

그 빨간 하늘을 보자 나의 마음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유무 씨에게 갑자기 고백하고 싶단 생각이 가슴 속을 스쳤다. 가슴이 시키는 이런 충동적인 고백은 좋지 못 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나도 모르게 나의 입은 이미 고백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아유무 씨"


"왜 그래? 시오리코 짱"


"저.. 저..."


아유무 씨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고백은 싫었다. 그래서 일단 고백 대신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나의 마음 속에 있는 또 다른 생각을 말했다.


"저를 항상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바보같아 보였는지 아니면 귀여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유무씨는 싱긋 웃으며 말해주셨다.


"당연하지"


"가.. 감사합니다"


이 말을 한 이후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그저 둘이서 지는 노을 아래를 걸을 뿐이였다. 그러다 둘이 서로의 집으로 가야할 부분에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내일 뵈요. 아유무 씨"


"잘 가. 시오리코 짱"


그리고 혼자 집으로 가는 길에서 나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방금 전의 말이 나의 얼굴을 그 때 본 하늘처럼 빨갛게 만들었다.


2

다음날 방과후에 아유무 씨와 부실로 향하던 중 문득 언니와 한 약속이 생각이 났다.


"아! 아유무 씨 죄송한데 먼저 가주시겠어요?"


"저 언니가 잠시 오라고 했던게 기억나서요"


"아니야. 같이가자"


"예? 부실까지 거의 다 왔는데.. 저 혼자가도 돼요"


"아니야. 어제 한 약속 잊은거야?"

"시오리코 짱을 항상 기다려주겠다는 약속"


"어제 분명히 그런 약속을 했죠"


"시오리코 짱 나를 약속한지 하루만에 어기는 사람으로 만들거야?"


"아.. 아.. 아니에요. 뭐랄까 이번은 예외랄까 상황이 좀 다르다랄까"


"아니야. 예외같은 건 없어"


"진짜로 저 혼자 가도 된다니까요"


아유무 씨가 시위라도 하듯이 바닥에 풀썩 앉고서는 말씀하셨다.


"그럼 난 여기서 혼자 기다릴게"


"어쩔 수 없네요.. 같이 가죠"


"응"


아유무 씨에게도 이런 고집을 부리는 모습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래도 아이처럼 고집피우는 모습조차도 귀여웠다. 우리는 함께 언니가 있는 교무실까지 갔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아! 시오리코 왔구나. 물어볼게 있어서. 아유무도 같이왔네"


"안녕하세요"


"응, 안녕. 시오리코 잠깐 둘이서만 얘기하자"


"아유무 씨 갔다 올게요"


"응, 갔다와"


언니랑 나는 사람이 없는 곳까지 가서 얘기했다. 가는 도중에 난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까지 비밀리에 말하려는 거지?' 라는 생각을 했다. 언니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시오리코.. 너.. 아유무 좋아하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는 순간 벙쪘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했다. 언니가 알고 얘기하는건지, 아니면 나를 놀릴려고 이런 말을 하는 건지 그래서 난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그런 얘기는 왜.."


"요즘 너랑 아유무랑 사이좋게 같이 다닌다는 걸 목격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서"

"그리고 어제는 아유무가 너 학생회 일 끝나는걸 기다리고 같이 집 갔잖아"


"그런건 또 어떻게 아는겁니까"


"우리 여동생 일인데 언니인 내가 알고 있어야하지 않겠어?"


"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럼 일단 아유무를 좋아한다는 건 맞는거네"


"당연하ㅈ... 당했다"


"그래서 아유무의 어디가 좋아? 진도는 어느 정도까지 나갔어?"


"먼저 갈게요"


"아~~ 시오리코 답변해줘~"


"싫어요"


"시오리코 너무 쌀쌀맞아~"


그렇게 결국 언니에게 아유무 씨를 좋아한다는 걸 들키게 되었고 예의는 아니지만 언니의 말을 끊고 아유무 씨가 기다리고 있을 교무실로 갔다.


"왔구나, 시오리코 짱"


"이제 할 일은 끝났으니 부실로 가죠"


"응"


"기다리는 건 너무 지루하진 않으신가요?"


"괜찮아. 이 기다림 끝에는 언젠간 시오리코 짱이 올거란 걸 난 알고 있으니까"


그 말을 들으니까 내 심장이 쿵쿵하고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난 아유무 씨의 말에 대답하듯이 말했다.


"네. 얼마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아유무 씨가 있는 곳으로 갈게요"


"그런 말을 들으니 기쁘네"


우리는 돌아가면서 개구리도 귀엽다던가, 카스미 씨가 또 무슨 장난을 쳤다던가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대화가 이어졌다. 이러한 대회로도 아유무 씨와 함께라면 행복했기 때문이다. 부실에 도착하니 자칭 부장 카스미 씨가 왜 이렇게 늦었냐며 따지고 연습이 시작되었다.


3

신경쓰인다. 카오루코 언니가 그런 말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연습 중에도 휴식 중에도 신경쓰인다. 내가 너무 안절부절해 보였는지 세츠나 씨가 말을 걸어오셨다.


"시오리코 씨 괜찮으신가요?"


"아, 네"


"오늘 뭔가 생각이 많아보이는 얼굴이네요"


"표정에 드러났었나요? 걱정끼쳐드려서 죄송해요"


"괜찮아요. 미안할거 없어요. 다들 고민은 있는 거죠"


"그 고민은 오늘 늦은 이유랑 관계있나요?"


"없.. 다시 생각해보니 있다면 조금 있네요"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마.. 곧 알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고민을 털어놓으면 좀 마음이 나아질지도 몰라요"


"그럴까요? 그럼 잠시 귀좀"

"저.. 사실 아유무 씨를 좋아해요"


"네에!?"


"목소리 좀 낮춰요. 다른 사람도 듣겠어요"


"네, 좀 놀라가지고요"

"리코 씨가 말하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그게 뭐에요?"


"그런게 있어요"

"나중에 리코 씨에게도 말해줘야겠어요"


"그건 제가 아유무 씨에게 고백한 후에 해주세요"


"그 정도 약속은 할 수 있죠. 저를 믿고 말해주셨을 테니. 그 김에 저도 고백하는 거 도와줘도 되나요?"


"뭐.. 방해하는 것도 아니니 상관은 없죠"


"네! 감사합니다!"


"고마운 건 제 쪽인데"


괜히 세츠나 씨에게 말했나도 싶지만 어느정도 세츠나 씨를 신뢰하고 있고 나의 조력자가 되어준다하니 나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그 때 다시 연습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번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에 임할 수 있었다. 근심이 좀 덜어지니 댄스도 잘 맞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좋아졌네 시오리코 짱"


"네. 휴식 시간 덕인가봐요"


아유무 씨가 살짝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씀하셨다.


"다행이네. 오늘 뭔가 평소답지 않아서 걱정했잖아"

"너무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말해"


"네"


4

우리는 이제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고 정리를 하고 이제 각자 갈 곳으로 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나는 요즘 학생들의 건의사항이나 학교 관련 일들이 많이 오고있어서 오늘도 나머지 볼일을 보고 가야해서 아유무 씨를 찾았다.


"아유무 씨 저는 일이 좀 남아서 학생회실로 가볼게요"


"응. 알았어. 이것만 정리하고 같이가자"


"네"


"저기 시오코"


"왜 그러시죠, 카스미 씨?"


"갑자기 카스미 씨가 말을 걸어오셨다."


"시오코는 요즘 아유무 씨랑 계속 같이다니네"

"거의 사 귀 는 사이만큼"


카스미 씨도 눈치를 챈건지 나한테 은근 떠보고 있었다. 무방비한 상태로 이런 질문을 또 받으니 변명거리도 생각이 나질 않아서 당황하고 있을 때 아유무 씨가 와서 대신 대답해주셨다.


"오늘은 일이 좀 많아서 도와주기로 했거든"


"그런가요. 그럼 외부에서 사적으로 만나는 횟수도 많았던 것 같은데 그거는..?"


"그럼 카스미 짱도 외부에서 사적으로 만나는 횟수가 많지 않나? 시즈쿠 짱이랑"


예상치 못한 역공에 카스미 씨의 얼굴이 당황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 건..."

"아무튼 둘이 많이 친해보여서 한번 말해본거에요"


"나도야. 카스미 짱"


"그..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내일 봬요"


"응. 잘 가"

"갈까? 시오리코 짱"


"네"


부실을 나와서 학생회실로 향했다. 가면서 아유무 씨에게 물었다.


"아유무 씨 그냥 방금은 저를 가다려준다고 해도 되지않았을까요?"


"음.. 뭔가 들키기 싫어서, 그리고 시오리코 짱을 기다리는 일은 나만 하고 싶은 걸"


"또 아유무 씨는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시네요"


"후훗, 그랬나?"


"그랬어요"


아유무 씨가 자꾸 대담한 말을 하자 나도 내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단 둘만이 있는 지금,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유무 씨 저.. 저.. 저랑"


마음을 굳게 먹어도, 거절 받을 것 같지않아도 고백이라는 일은 떨리는 일이라 말이 계속 떨렸다. 그런 날 도와주는 건 또 아유무 씨였다.


"심호흡하고 천천히 해. 시오리코 짱"


"네.. 아유무 씨 저랑 사귀어주세요!"


"응. 좋아"

"그래도 시오리코 짱, 내가 아무리 기다려주겠다곤 했지만 너무 기다리게 한거 아니야?"


"죄송해요.. 용기가 부족해서"


"괜찮아. 용서해줄게. 시오리코 짱은 그런 부분도 귀여워"


예상한 것보다 싱겁게 고백이 끝이 났지만 이런 편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고백후의 잠깐의 정적이 끝나고 우린 다시 학생회실로 향했다.


5

다음날이 되고 아유무 씨와 합의 하에 맴버들에게도 우리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얘들아, 좀 중요한 일이 있는데 모여봐"


무슨 일인가요?


"저희.. 사귀게 되었습니다!"


사귄다는 얘기가 들리고 다들 처음 반응은 "장난치지마"라는 반응이였지만 세츠나 씨는 혼자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시오리코 씨, 도와준다고 했는데 혼자 해내셨군요!"


"어쩌다보니.."


"그래서 누가 먼저 어디서 언제 고백했나요?"


"한번에 하나씩만 물어봐"


"고백은 제가 어제 연습 끝나고 학생회실에서 했습니다."


"음 음, 알겠습니다. 되게 뭐랄까.. 학생회장의 고백 방법으론 정석인 느낌이네요"

"둘만의 학생회실에서 은밀한 고백... 크으"

"리코 씨에게도 말 해줘야겠어요"


세츠나 씨가 뭔가 폭주하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코 씨는 왜 이러한 내용을 전달 받는 걸까 생각했다.


처음엔 안 믿던 사람들도 점점 믿기 시작했고 이미 낌새가 이상했던걸 눈치 챘던 카스미 씨가 자신이 의심했던 부분을 몇 개를 설명하니 맴버 전원이 우리가 사귄다는 사실을 믿었다.


6

시오리코의 눈이 떠지고 추억회상에 마음이 풍족해진 느낌을 받아서 흐믓한 표정을 짓고있다. 그리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때가 고등학교 1학년이였고 결혼은 25세에 했으니 사귄지는 10년만에 결혼 했네요"

"그 때는 그냥 곁에만 있어도 행복했었죠"

"지금은... 곁에 없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온 시오리코는 선선하다고 생각했던 바람이 차가워지는 걸 느낀다. 그리고 또 눈을 감고 기억에서 아유무를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겨울이 오는건지 이젠 추워지네요"

"당신이 떠난 것도 겨울이였죠..."


아유무 씨와 결혼하고 둘 다 직장에 다니면서 풍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부족함없이 결혼생활을 하던 어느 날 이였다.


"콜록콜록, 요즘 기침이 안 멈추네"


"그러게요. 1달은 넘으신것 같은데"


"좀 목이 거슬리네"


"목감기일까요?"


"아마 그렇겠지"


"검사 받으러가시는게 어때요"


"괜찮아질거야. 콜록콜록"


아무리 감기라도 1달 정도면 약을 먹지 않더라도 사라져야 했지만 감기약을 먹고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목소리가 잠겨있으셨다. 불현듯 안좋은 느낌이 들어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아유무 씨를 억지로라도 건강검진차 데리고 가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였다. 아유무 씨의 격한 기침소리와 함께 아유무 씨의 하얀 손 사이로 빠져나오는 붉은색


"뭐야... 피?"


아유무 씨도 당황하셨는지 몇 초간 말이 없었다.


"아유무 씨... 가요"


"그래야겠네"


우리 둘은 회사에 연락을 하고 같이 병원으로 갔다. 정밀 검사를 마치고 의사의 입으로 진단 결과가 나왔다.


"초기에 발견하셨으면 좋았겠지만 늦은 느낌이 있네요"


"그래서 아유무 씨는 어떻게 된거죠?"


"폐암 입니다"


"폐암... 이요...?"


"아유무 씨는 담배나 그런 걸 하지도 않으신데 폐암 이라뇨!"


"폐암은 특히 비흡연자 여성분에게도 많이 발병합니다"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동양권 여성들에게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아니면 또 다른이유로는 간접흡연이나 그런 환경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그럼 얼마나 진행되었죠?"


"4기 입니다"


4기이기만은 안 바랬는데 4기라는 말에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고 말았다.


"4기... 라니.."


"보호자분 괜찮으세요!"


옆에 있던 간호사가 부축해줘서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네... 네.. 괜찮아요.."


"수술이나 항암치료로 치료가 가능한가요?"


내가 당황한 사이에도 아유무 씨는 살짝은 떨리지만 침착하게 물어보았다.


"4기면.. 수술은 힘들 것 같고요.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완치될 가능성도 희박해요"

"아마 함암치료를 해도 연명치료나 통증완화를 위한 함암치료가 됩니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그리고 아유무 씨가 나를 이끌고 나갔다.


"가자. 시오리코 짱"


"저, 저기 치료는.."


"치료해도 살 수 없으면 남은 인생이라도 즐기다가 갈래"


"잠깐만요!"


의사가 불러세웠다.


"그럼 진단서 받으시고 약국에서 진통제라도 받아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나는 의사가 치료를 권할 줄 알았지만 이제는 이런 환자는 많이 봤다는 듯이 편안한 말투로 말하고 계셨다. 우리는 약들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일단... 친한 사람들에게 말해둘까"


"그러는 편이 좋겠지요. 갑자기 죽었다고 소식을 듣는 것 보다는"


아유무 씨는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중에 눈물이 아유무 씨의 뺨을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아마 친구들에게 자신이 죽는다는 말을 하다보니 감정이 북받쳐오른것 일 것이다. 그런 아유무 씨를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안아주었다. 그리고 나의 눈물도 떨어져서 아유무 씨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7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뒤로는 아유무 씨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나도 잠시 회사를 쉬고 아유무 씨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오래 타야하는 세계여행은 무리였기에 일본 전역을 꼼꼼히 돌아다니는 여행이였다.

가면 갈수록 기침의 빈도도 늘고 숨 쉬기 힘들어하시는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내 얼굴을 바라볼때는 언제나 웃음이였다. 아유무 씨는 자신의 끝을 예상이라도 한듯이 유언같은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시오리코 짱.."


"네"


"콜록콜록, 시오리코 짱은 내가.. 죽더라도 내 몫 까지"

"살아줘..."


"네..."


"그리고 꼭... 콜록콜록, 저승에서 기다릴테니까"


"네..."


이 말을 듣자 눈물이 눈망울에 맺혔다.


"울지마.. 시오리코 짱"


"안 웁니다.. 훌쩍"


"장하네... 시오.. 리코.. 짱..."


"아유무 씨? 아유무 씨! 일어나봐요!"


그 이후론 탈진 직전까지 울기만 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이 들고서야 119에 전화를 했다. 아유무 씨가 죽은 이후엔 잠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고 회사에도 안 가고 집에서만 있었다. 몇 일 동안은 이 슬픔에서 벗어나고 아유무 씨 없는 세계에는 미련이 없다는 생각으로 자살도 생각했지만 아유무 씨의 말이 자꾸 떠올라서 자살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이런 나의 소식은 또 어떻게 들은건지 고등학교 시절의 동호회 맴버들이 우리 집으로 모였다.


"시오코, 들어가도 돼?"


"들어오세요..."


"아유무 씨 소식은 ..."


"아.. 네"


오랜만에 만나고 또 만난 계기가 좋지는 않으니 다들 서로 반가우면서도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 분위기를 깨는 건 아이 씨였다.


"일단 술이라도 마시면서 이야기 하는 건 어때?"


"전.. 술은.."


"시오코 이럴 땐 술로 마음을 한 번 개워내는거야"


"... 그럼 마실게요"


"자자, 마실 준비하자"


"내가 안주를 만들게"


"저도 도울게요"


"세츠나 짱은 테이블 세팅 쪽을 봐줘"


카나타 씨는 안주, 세츠나 씨는 테이블 정리 그리고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비가 끝이 나고 건배를 하고 다들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한 잔 마셨다.


"으~ 술은 역시 쓰네요"


"시오리코 짱 요즘 어땠어?"


리나 씨가 물었다.


"아유무 씨가 돌아가신 이후로 기운이 없어져서 집에만 있었던 것 같아요"


"시오리코 짱 많이 힘들었구나"


"한 때는 자살같은 것도 생각했었는데"


"자살은 안 돼!"


엠마 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저도 할 생각은 이제 없어요"

"약속을 지켜야 하거든요"


"약속? 무슨 약속?"


아이 씨가 물었다.


"아유무 씨와 한 약속이죠"

"아유무 씨 몫까지 열심히 살기로 했어요"


"그럼 시오리코 짱은 지금 열심히 살고 있나?"


카린 씨의 말에 내 손과 입이 멈췄다. 그리곤 '카린 씨의 말대로 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걸까? 이런 삶으론 아유무 씨의 몫만큼 사는게 되지 않아' 라고 생각했다.


"카린 씨 고마워요"


"응? 갑자기?"


"카린 씨 덕에 이제 어떻게 살아야할지 알 것 같아요"

"일단 일자리부터 다시 구해야겠어요"


"시오리코 씨 되살아났군요"


그리고 나의 긍정적인 모습에 다들 안도를 하고 조금은 왁자지껄 하게 바뀌었다.


차가운 가을 바람이 시오리코를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하였다.


"제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네요"


시오리코는 눈을 떴다. 시오리코는 마음은 속이 꽉 찬 듯 했으나 뭔가 공허했다. 그리고 이젠 자기 위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몸에 힘이.."


일어나려했지만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며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곤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죽는다는 느낌일까요"

"아유무 씨가 왜 그 때 그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네요"

"그래도 저 열심히 살았으니 약속 하나는 지킨거겠죠"


시오리코는 그대로 의자에서 눈이 점점 감긴다.


"아유무 씨.. 마지막 약속을 지키러 갈게요.."


시오리코는 눈을 감았다.


8

주변은 끝없이 초원과 빛이 나는 흰 길만이 있는 공간에서 시오리코는 눈을 뜬다.


"여기는 어디지?"

"이런 공간은 현실 세계 같지는 않네요"


"정답이야"


갑자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공허한 공간에서 갑자기 조그마한 무언가가 나왔다.


"당신은 누구죠?"


"난... 음~ 사람에 따라 부르는게 다르던데"

"누군가는 사신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저승안내원이라고도 하고"


"저승이라면... 전 이미 죽은거네요"


"맞아, 그래도 너는 운이 좋게 죽은 편이지. 수명이 다해 죽은 자연사니까"


"전 이제 어떻게 되나요?"


"일단 걸으면서 이야기할까?"

"아마 몸은 가벼워졌을거야"


"그렇네요. 몸이 가벼우니 익숙하지 않네요"


"몸이 불편했던 사람들도 너랑 비슷한 반응이야"

"그리고 넌 이제 쭉 걸어서 환생하는 곳까지 가게될거야"


"그럼 저희 세계에서 생각햤던 지옥이나 천국은 없는 거네요"


"응. 그렇지"

"아무리 잘못을 저지르고 죽었어도 죽은 이후엔 모두 평등하니까"


"그럼.. 아유무 씨는 천국에서 기다리고 있지는 않겠네요"


"네가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만나지는 못할거야"


나는 이 때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유무 씨와의 마지막 약속이였던 저승에서 보자는 약속은 끝내 이루어질 수 없었다. 잠시 풀이 죽었지만 이내 체념하고 길을 따라 걸으며 저승안내원 씨랑 대화를 했다.


"안내원 씨, 제가 걷는 이 길은 어떤 구조인가요?"


"이 길의 이름은 정리의 길이야. 그리고 환생하는 곳에 거의 다 가게되면 개인의 길이라는 게 나오게 되는데 거기부터는 나도 못가고 너 혼자 가야해"


"정리의 길은 뭘 정리하는거죠"


"생각"

"죽고나면 사람들이 많은 생각을 하더라고 그래서 생각 좀 정리하라고 길이 긴 이유야"

"또 그냥 가면 심심하고 생각도 잘 안할것 같아서 내가 만들어졌대"


"만들어진거시면 상위 존재가 존재한거네요"


"신은 존재하지"


"그렇군요"


"그럼 너의 옛날이야기를 들어보자"


"꼭... 말해야하나요"


"어차피 이제 끝인데 부끄러웠던 일, 기뻤던 일, 슬펐던 일을 말하면서 너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너 자신도 체크하는거지"


"그렇네요. 이제는 진짜로 끝"


나는 어릴 적 란쥬를 만났던 것, 학생회장이 된 일, 동호회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 일, 첫 라이브 스테이지에 올랐을 때의 감상 등등을 얘기하고 기억에 제일 남는 아유무 씨 얘기를 가장 오랫동안 했다. 그러던 중 안내원 씨가 나의 말을 듣고선 잠시 생각하시더니 자신이 겪었던 특이한 일을 말해주셨다.


"나는 여기서 수천명의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너처럼 평범하게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였지만 몇명 기억에 남는 사람들 중에 진짜 특이한 사람이있었는데"

"너가 말하는 사람과 되게 비슷했던것 같네"


"아유무 씨를 만나셨어요!?"


안내원 씨가 그냥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연이라는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물었다.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내 얘기는 이래."

"그냥 이번에도 내 일을 하러갔지. 핑크빛 머리의 평범해보이는 여자였지"


9

"평소처럼 여기 이 장소에 의문을 가질 때 쯤 나가려고 했는데 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가만히 앉아있었어."

"그래서 결국 기다리다못해 내가 먼저 나가서 물었어;


"왜 여기에서 가만히 있니?"


"내가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놀란 기색이 보였지만 그래도 내 질문에 대답했지"


"기다릴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나는 여기는 너의 저승길이라서 다른 사람은 오지 못한다고 말했더니, 갑자기 그 사람 얼굴에 눈물이 글썽였어. 나도 우는 거에 당황해서 일단 달래주는데 힘 좀 붙였지"

"울음이 좀 진정이 되고 결국 그 사람은 체념한 듯 걷기 시작했지. 일단 나도 따라 나섰어 내 일이니까. 가면서 어쩌다가 죽었는지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봤지"


"어떻게 죽었는지는 아시는 거 아니였어요? 제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셨잖아요"


"자연사의 경우에만 우리가 알아챌 수 있어"

"아무튼 그 사람도 자기 얘기보다는 자기가 사랑했던 사람 이야기가 더 많았지. 너 처럼"

"그러다가 결국 개인의 길에 들어서서 마음에는 걸리지만 그래도 규칙은 규칙이니 마지막으로 "다음 생에도 너가 좋아하던 사람과 만나" 하고 헤어졌었지"


"그런 일이 있었군요... 거짓말은 아니죠?"


"이미 죽은 사람한테 거짓말해서 좋을게 뭐가 있니"


"그렇네요. 이 이야기가 아유무 씨 얘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유무 씨의 얘기라면 아유무 씨의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어서 좋네요"


이렇게는 말 했지만 아유무 씨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나 또한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또 다시 슬퍼졌다.


"너도 다 왔네. 개인의 길까지"

"너랑은 얘기할게 많아서 빨리 온 것 같아. 그래, 그럼 다음생에도 죽으면 보자"


"네!"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설려는 찰나에 안내원 씨가 말하셨다.


"아! 맞다! 그리고 너한테만 특별히 개인의 길에 선물 하나가 있을거야"


"선물이요?"


"응, 선물. 아마 기뻐할걸, 난 니 반응을 보질 못할거여서 아쉽지만"

"얼른 가 봐. 안 그럼 선물이 화낼 수도 있어"


"선물이 화를...? 아..."


가슴에서 북받쳐올라오는 걸 참아내고 겨우 말을 꺼냈다.


"고마워요! 얼른 가볼게요!"


"응, 잘가!"


개인의 길에 들어서자 주변에 있던 광활한 초원이 사라지고 길 옆은 투명한 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몇 분쯤 걸었을까 길 위에 무언가가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안내원 씨가 말한 '선물' 일 것이다. 그 선물을 보고 기쁜 마음에 얼른 선물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유무 씨!"


아유무 씨를 부르자 고개를 돌려서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아유무 씨가 싱긋 웃으시더니 말하셨다.


"왜 이렇게 늦은거야, 시오리코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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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인 아니 세상에 폐암이라니 2021.09.06 07: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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