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광무(光武) 125년, 왜국(倭國)의 도읍(都邑)인 강호(江戸), 왜인들의 말로는 동경(東京)에서 일어난 일이렷다.
동경 앞바다에는 그 말로만 듣던 용왕이 사는 용궁이 있었는데, 그곳에 사는 용왕은 성이 당(唐)씨요 휘(諱)가 가가(可可)라, 상당히 특이한 휘를 가진 용왕이라.
아무튼 그 용왕에게는 주부(主簿)의 관직을 가진 유능한 신하가 있었는데, 성씨가 평안명(平安名)에 이름이 수미래(秀美萊)라 하는 구족충(具足蟲), 왜나라 말로 구소구무시(具小具舞示)라 하는 벌레였다.
한낱 벌레가 그리 유능하다니 믿기지 않는 노릇이지만, 용왕이 수미래를 아껴 직접 수미래의 말버릇을 딴 별명인 가락시장(可樂市場)이라 부르니, 여기서 가락시는 양놈들의 말로 별들의 강이란 뜻이라.
그러던 어느날, 수미래를 용왕이 친히 부르니 수미래는 서둘러 알현하러 갔다.
「여보아라, 가락시장아.」
「예이, 용왕 폐하.」
「내 살날이 머지 않았음을 내가 느끼는구나.」
「어찌하여 그런 말을 하시옵니까, 폐하.」
「어의가 말하길, 서니파시온(暑尼波視溫)의 덕질(德疾)이 심하야 오덕병(誤德病)에 걸렸다는구나.」
「폐하, 폐하께서는 덕치(德治)를 천년만년 온 백성이 누리게 하셔야함을 아셔야 하옵니다.」
「그리하면, 혹 네가 약재를 구해올수 있겠느냐?」
「폐하를 위해서 이 한몸 버릴수 있나이다. 가락시!」
용왕은 그 말을 듣고 어의인 오징어, 가논(佳論)을 만나라 하였고 수미래는 내의원으로 발길을 향하였다.
「폐하께서 오덕병이란 병에 걸렸다던데 폐하를 낫게 할 약재가 무엇이란 말이오?」
「아, 사실 심한 병은 아니오. 애초에 병 자체도 아니고.」
「무엇이오?! 지금 폐하를 능멸했다는 것이오?」
「진정하시오, 다 이유가 있으니.」
「...임금이 국정(國政)에 힘쓰지 않고 서니파시온에만 힘을 쓰니, 나랏일에 힘을 쓰게 하고자하는 계책이라.」
「나도 이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았소만...」
「과연, 이것은 시오 비주니수(視悟 比姝尼秀)에 능통한 내가 해야 마땅한 일이로군.」
「도와주는 것이오?」
「"이 평안명 수미래에게 이 일을 맡기길 잘했다"라고 말하게 해주겠소.」
「그러면 이 자의 간을 가져다 주시오.」
「토끼아니오?」
「엽월연(葉月恋)이라 하는 토끼인데 이 놈이 폐하의 수라에 올라갈 식재(食材)들을 훔쳐가 폐하의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오.」
「혹, 폐하가 곤칙시오(棍則市午, 곤장을 쳐 저잣거리에 내놓을 놈)라 부르는 놈이 이놈이오?」
「맞소. 그리고 가는 김에 수라에 올릴 식재와 구운 사과도 가져오시오.」
「내가 한낱 구소구무시라는 것을 잊은 것 아니오?」
「걱정마시오, 뭍에서 도와줄 자를 알고 있소. 이것을 전하면 도와줄 것이오.」
가논은 수미래에게 작은 주머니 하나를 건네고 자리를 떴다.
이리하여 수미래는 간단히 짐을 챙기고 뭍으로 올라왔으니, 몇년 만의 뭍인가 잠시 생각하게 되는 것도 당연지사라.
「나도 구소구무시가 아니라 자라나 거북이였다먼 시오 비주니수에 남아있었을 것이니 얼마나 안타깝지 아니한가.」
「이 밤중에 누가 이리 시끄럽게 떠드오?」
수미래의 한탄에 반응하는 이가 있어 수미래가 돌아보니, 나무 위에 소쩍새 한마리가 앉아서 수미래를 보고 있다.
졸려서 내일 하편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