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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물갤ss] 그 반짝임은.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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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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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04 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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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문자 문제 맞는 거 같음 도움 준 물붕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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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낙엽들이 떨어진 후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귀여운 도쿄의 겨울, 눈으로 뒤덮인 캠퍼스 위로 새로운 눈송이들이 자신보다 먼저 땅에 도착한 눈 위로 안착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언덕이 없는 평탄한 캠퍼스였지만 곳곳에 빙판길이 생겨 미끄러질뻔했다. 상경하고 나서 처음 느껴보는 겨울의 향기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벤치에 몸을 맡겼다.

혼란스러운 시간들이 지나 편안한 매일매일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당황할 때마다 불쑥 튀어나와 나를 곤란하게 했던 시즈오카 사투리도 이제는 완전히 나오지 않고, 처음엔 어떻게 끼니를 해결해야 할 지 막막했지만 이제는 가뿐하게 식사를 준비하거나 귀찮으면 우버이츠를 사용해 먹었다.(도쿄의 배달음식은 엄청난 미래의 문물이여서 그런지 미친듯이 시켜먹다가 식단조절을 실패한 적도 있었다.) 처음엔 체력이 따라가지 못 하던 댄스동아리도 이젠 가뿐히 소화할 수 있게 되었고, 생전 처음 해 보게 되는 연애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도쿄로 올라온 뒤 우울감과 무기력함에 빠져 막막했던 18살의 누마즈 소녀의 엄청난 성장이였다. 

나는 가끔씩 생각하곤 한다. 이 모든 것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 노랫소리가 아니였을까. 고난에 빠진 나에게 천사가 내려와 힘을 준 것이 아닐까. 하며 그 목소리를 다시 생각해내곤 한다. 이제 그 목소리를 찾아내는 건 그만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보고 싶었다.

벤치위에 올려진 차가운 손에 따뜻한 온기가 가시지 않은 캔이 겹쳐졌다. 푸른눈에 단발, 사랑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나의 소중한 연인이 바라보고 있었다.

“앗, 깜짝 놀랐다고 아리사”

“많이 놀랐어  마루짱?”

“아무튼,, 갑자기 왠 오뎅캔이야?”

“겨울이 되니까 갑자기 옛날 생각이 좀 나서”

“오 어떤 기억이야?”

“옛날옛적 내가 아직 중학생이였을때 일본의 자판기가 아직 서툴러서 따뜻한 음료수인줄 알고 언니에게 오뎅캔을 준 적이 있었어 ㅋㅋㅋㅋ”

“에리씨도 많이 당황했었겠네 왠지 귀여울 거 같아. 중학생인 아리사”

“그렇지 ㅎㅎ 마루짱 혹시 24일이랑 25일에 시간 돼?”

“응 그 때면 알바도 끝날 때니까 가능할텐데 왜?”

“하코네 가자! 사실 멋대로 여관 예약해놨어!”

“갑자기??? 며칠전에 온천 얘길 하긴 했지만 행동력 너무 좋은 거 아냐 ?? 뭐…. 나야 좋지………만..” 힐끗

“다행이다아아….!! 사실 엄청 성수기라서 예약하는데 엄청 애썼다구 ㅎㅎ 그리고 취소수수료도 꽤나 비싸서 만약 마루짱이 안 됐었다면 엄청 곤란할 뻔했다고 ㅎㅎ” 생긋생긋

“아!!리!!사!! 그런 중요한 일은 미리 같이 상의하고 결정했어야지 언제나 너무 기분파라고?? 나 안 됐었으면 어쩔 뻔했어 진짜”

“음… 언니랑 자매애도모..?? “

“하여간 매사에 위기감이 없어” 한숨
“그래도….. 고마워. 즐거울 거 같아”

“그렇지?”

아리사의 이 천진무구하면서도 근거없이 당당한 표정은 못 당해낼 것 같았다. 나의 댄스동아리 선배인 아야세 아리사와 연애를 시작하고 난 뒤 이런 일은 꽤나 많았다. 둘이서 자고 있었는데 정신차려보니 이른새벽 츠키지시장으로 끌려가고 있었다던가(아침의 참치경매를 보고 싶었단다), 초밥을 먹다가 시즈오카의 와사비를 먹어보고 싶다고 갑자기 누마즈로 내려갔다던가, 그렇게 뜬금없이 내려간 누마즈에서 루비짱에게 귀엽다고 아저씨같이 치근덕되질 않나, 도저히 주체가 안 되는 용수철 같은 사람이었다. 

자기주장이 약간 부족한 나답게 언제나 페이스에 휘말리지만 그런 일상이 싫지만은 않았고, 오히려 즐거웠기 때문에 잔소리를 하면서도 함께 있고 싶었다. 분명 연애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천진한 아리사선배의 모습을 보지 못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24일 12시에 신주쿠역 오다큐선 플랫폼에서 만나자!”

“늦으면 안 돼 아리사?”

“알겠네요~”
“마루는 곧 이따가 교양?”

“응. 잠시 공강이라 앉아있었어. 아리사는 수업시간 안 빠듯해?”

“아마 괜찮을…. 아앗 나 다음수업 분캠에 있었는데!!! 먼저 갈게 마루!!!!!!! 24일에 봐!!!!!!”

저 상태로 졸업할 수 있을지 약간 의문이 들었지만 저런 모습도 내가 사랑하는 저 사람의 모습중 하나이니 지켜보기로 했다. 어째선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자 그러면 나도 다시 일어나볼까”







24일 금요일의 오후였다. 나는 아리사와 만나 하코네유모토로 향하는 로망스카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에 타보는 기차였기에 어찌 멀리 떠나는 것 같아 즐겁고 설레는 감정이 들었다. 아리사도 들떠보였다.

“하코네 후지산 엄청 예쁘게 보이겠지? 기대된다아”

“누마즈보다는 안 예쁘거든”

“나왔다 마루짱의 고향사랑 토크”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잠시 시간을 보내니 잠시후 우리를 하코네로 실어줄 백자색의 차체와 빨간 선이 이어진 특급열,차가 도착했다. 물론 도쿄근교이고, 언제나 통학할 때 탑승하는 오다큐 전철선이지만 어찌 됐든 오랜만의 여행이였기 때문에 기대가 되었다. 특급열.차가 발차하기를 기다리며 살며시 아리사의 손을 잡았다. 평소라면 눈치 못 챈 채로 활발하게 다니고 있어야 할 아리사였지만 지금은 조용히 두 볼에 홍조를 띠우며 살며시 잡은 손에 깍지를 끼었다.

열,차는 신주쿠역을 부드럽게 빠져나와 내가 사는 치토세후나바시역을 넘어 부드럽게 가속하기 시작했다.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어느새 오다와라를 지나 하코네유모토에 도착하기 직전이였다.

“타이밍 좋게 잘 일어났어. 슬슬 도착하니까 내릴 준비하자.”

“흐아암- 아리사는 안 잤어?”

“졸고 있는 마루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잘 타이밍을 못 잡았어”

“또 또 거리낌없이 오글거리는 말 하고 있지” 코 꼬집

“아파 아파 아파 잘못했어” 생글생글

“능글능글한 아이한테 주는 벌이라고”

“벌 치고는 너무 포상 아닌가 ㅎㅎ”

“…? 아야세씨 그런 취향이셨나요”

“거리감 느껴지는 존댓말은 그만해”

투닥투닥하는 사이 열.차는 하코네유모토역에 도착했다.
아리사가 예약해놓은 여관은 유모토역에서 등산철도를 타고 한 정거장을 간 뒤, 내려서 내리막을 10분 정도 내려오면 있는 야마노차야라는 여관이였다. 이 곳은 계곡위에 있는 다리를 건너 언덕을 올라가야 보이는 마치 비밀의 성같은 곳이였다.

푸른 녹름과 눈으로 둘러쌓인 죽림을 뒤로하고 들어간 여관은 매우 고급스러웠다. 도대체 얼마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같이 내지 않아서 불안한 느낌마저 들었다.

“여기 여관 너무 고급스러운 거 아니야? 내가 같이 안 내도 괜찮아..?”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지출은 나쁘지 않아! 컵라면으로 2달정도만 끼니를 떼우면 갈 수 있으니까!”

“역시 너무 무리했잖아. 다음 여행엔 나도 좀 보탤게. 고마워 아리사.”

체크인을 하고 들어간 여관의 방은 매우 정갈했다. 방의 가운데에는 커다란 코타츠가 있어 안정적인 구조였고 창 밖에서는 계곡의 소리가 차분하게 들렸다, 그리고 객실 내부에 있는 노천욕탕은 창 밖의 대나무와 어우러져 마치 카구야공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코네 지역을 둘러보고 여관의 기본코스인 호화로운 가이세키요리를 먹은 후 방으로 돌아와 욕탕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아리사는 코타츠에 늘어져 귤을 먹고 있는 듯 했다.
간단히 몸을 적신 후 따뜻한 온천수로 들어갔다.  온 몸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였다. 창 밖으론 빽빽한 대나무와 밝은 보름달이 보이고, 풀벌레 소리와 계곡수의 소리, 온천수가 나의 몸과 부딪히며 찰랑거리는 소리가 어우러지고 있었다. 마치 환상의 세계로 들어온 것만 같은 황홀감이었다.

“나도 같이 들어갈게”

갑자기 맨몸의 선배가 들어왔다. 사실 겉에 어떤 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같이 있는 건 처음이었기에 무척이나 당황했고 내심 기쁘기도 하였다. 

달빛에 아리사 선배의 슬랜더한 몸이 비쳐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평소와는 다른 어색한 침묵이 계속되었다.
나와 아리사 선배는 그저 서로를 부끄럽게 바라볼 뿐이였다. 빽빽한 대나무와 밝은 보름달이 보이고, 풀벌레소리와 계속수의 소리, 온천수가 나와 아리사 선배의 몸과 부딪히며 찰랑거리는 소리가 이 공간의 비현실적인 감각을 더 해주고 있었다. 두 사람 서로의 손가락이 닿았다. 
긴 적막을 떼고 아리사 선배가 말했다.

“쿠니키다 하나마루. 달이 참 예쁘지?”

나는 정석적인 대답 대신 무언의 동의를 보내며 아리사 선배에게 다가갔다.

그 밤, 아리사와 나는 하나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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