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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니지가사키학원 불러서는 안되는 것을 부르는 동호회 - 7(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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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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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168245
  • 2021-08-03 16:46:57
 

※주의 : 나름 공포물이라 불쾌한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열람시 주의 바랍니다.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아하하하핫! 늦었어! 늦었다고!"

"하... 하지만 분명 12시까지라고...! 저희를 속였군요!"

"아니, 시계를 봐. 12시는 이미 지났어."


 그 말을 들은 세츠나가 시계를 올려다봤다. 이제 막 시침과 분침이 한 자리에서 만나려 하고 있었다. 지금이 딱 12시가 된 참이였다. 그런데 늦었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그 때, 뒤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 카스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12시... 1분..."

"그래! 내가 시계를 1분 늦춰놨어."

"왜... 왜 이런짓을..."

"그래... 그래! 그 표정! 그 표정이 보고 싶었어... 절망과 슬픔에 빠진 그 표정! 아하핫! 이제 내 기분을 조금 알겠어?"


 시오리코를 구하는 데 실패했다. 그녀의 말 대로 지금 느껴지는 감정은 절망. 그리고 슬픔 뿐이었다. 집합시간에 늦지 않았더라면, 부실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코이케의 긴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한 번만이라도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더라면... 지나온 모든 순간에 후회뿐이었다. 갑자기 허탈함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것 조차 힘들어진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어느새 흘러나온 눈물이 뺨을 타고 옷에 얼룩을 남기고 있었다. 


"흑... 흑... 시오코..."

"시오리코씨... 죄송해요... 저 때문에... 제가 조금만 더 힘냈더라면..."

"시오리코쨩..."

"좋아. 좋아... 아직 분이 풀리려면 한참 모자라지만, 나나쨩을 봐서라도 이 정도로 만족할게. 거기 앉아서 내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도록 해."


 코이케가 그렇게 말하며 가지고 온 책 같은 것을 챙겨 학생회실을 나가려던 그 때였다. 아유무의 가방 사이로 희미한 빛 같은 것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세츠나가 깜짝 놀라 아유무쪽을 바라봤지만, 아유무 역시 영문을 모르겠는지 그저 고개만 가로저을 뿐이었다. 빛은 점점 강해져, 학생회실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아유무의 가방이 천천히 열리더니, 빛나는 덩어리가 저절로 두둥실 떠올랐다. 부적이었다.


"우에하라... 무슨 짓을 하려는거야!"


 코이케가 날카로운 눈으로 아유무를 바라보며 소리쳤지만, 딱히 뭔가를 하려던게 아니었기에 대답할 말 이 없었다. 그 사이에도 부적이 발하는 빛은 점점 밝아져 갔다. 이제는 눈이 부셔서 똑바로 바라보기 힘든 지경이었다. 이윽고, 부적은 폭발하듯이 큰 소리를 내며 강한 빛을 발했다. 아유무는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눈을 뜨니, 세상은 온통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어두운 학생회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저 하얗기만 할 뿐인 공간. 그 중심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양쪽으로 올려 묶은 머리, 초록색으로 옅게 물든 머리 끝. 아유무가 잘 아는 사람의 모습이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원래도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키가 작았다. 초등학생으로 보일 정도였다.


"유우쨩?"


 아유무가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아유무를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타카사키 유우, 였지만 타카사키 유우가 아니었다. 그 곳에 서있는 것은 초등학생시절의 유우의 모습을 한 누군가였다.


"이 부적을 너한테 준 애 이름이 유우니?"

"당신은... 누구세요?"


 아유무가 그렇게 묻자, 유우의 모습을 한 누군가는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듯이 쓴 웃음을 짓고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음... 이 부적에 깃든 수호천사? 같은 걸로 하자."


 제 입으로 천사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니. 평소 같았으면 웃어 넘겼겠지만, 오늘 벌어진 이상한 일들이 이상하게도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었다. 일단 이 온통 하얀색으로 색칠된 공간조차 평소와 같다고는 말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천사님?이 왜..."

"그야 이 부적을 너한테 준 아이가 너를 지켜달라고 빌었기 때문이지."


 수학여행을 가서 길을 잃었을 때 신사에서 받았던 부적. 이 부적을 주면서 그런걸 빌었다니. 아유무는 어쩐지 유우가 기특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데에 뿌듯함을 느낄만한 시간이 없었다.


"내가 여기 나타났다는건... 뭔가 나쁜 일이 있는거지?"

"네."

"좋아. 그렇다면 소원 한 가지를 말해볼래? 네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여기에 있는 거니까."


 아유무는 시오리코를 이 세계로 돌려달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멈추었다. 시오리코가 돌아오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었지만, 다른 누군가가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만약 코이케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 경험을 겪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유무는 잠깐 말을 고르는 듯 하더니, 자칭 천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 모두가 불행하지 않은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말하자, 자칭 천사는 놀란듯 한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웃는 표정으로 아유무를 바라보았다. 초등학생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 표정은 마치 할머니가 어린 손자를 기특하게 바라보는 것 같은 표정이어서 신비한 느낌이었다.


"너는 생각보다 꿈이 크구나."

"그런가요?"


 아유무가 되묻자, 그 사람은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아유무의 손을 잡아주며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를 지켜주는 일 밖에는 없단다. 너를 불행하지 않게 해 줄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해줄 수 없어."

"그런가요..."

"그래... 모두가 불행하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냐. 하지만, 너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네?"

"좋아. 이 부적을 잡으렴."


 자칭 천사는 그렇게 말하며 작은 초록색 부적을 아유무에게 건넸다. 마치 그 때 그 신사에서의 유우처럼. 아유무가 옛 추억을 떠올리며 부적을 잡자, 부적을 쥔 주먹 사이로 따뜻한 빛이 새어나왔다. 빛은 방금 전처럼 점점 강해지더니, 눈을 뜨고서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아유무는 그 빛의 온기를 느끼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시오리코가 정신을 차리자, 자신은 어느새 차갑고 어두운 어딘가에 있었다. 팔을 살짝 움직여보자, 물의 저항이 느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코발트 블루의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 지금 바닷속에 있구나. 그제서야 시오리코는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숨을 쉴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불편하지는 않았다. 숨을 쉬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 같았다. 몸을 내려다 보자, 자신의 팔과 다리를 검은 손의 무리가 빠져나갈 수 없게 꽉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오리코는 무언가에 이끌려 깊은 심해 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하늘에는 빛 조차 보이지 않았고, 이 짙푸른 세상에는 한 점의 온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자신의 몸 조차도 차갑기 그지 없어서, 시오리코는 이렇게 본인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2시까지, 널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머리속에서 울려퍼졌다. 게임은 12시가 되면 끝나버린다. 12시가 지나면 어떻게 되는 건지 얘기해주지는 않았지만, 시오리코는 자연스레 12시가 지났고, 게임은 실패로 끝나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버둥이라도 쳐볼까 생각했지만, 어쩐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팔다리를 이렇게나 꽉 잡히고 있는데 발버둥친다해도 벗어날수는 없을 것 같았다.

 사고가 점점 멈춰간다. 차디찬 심해의 바닷물이 뇌를 얼려버리기라도 한 걸까? 시오리코는 그렇게 모든것을 체념한 채, 죽음을 받아들이며 심해 깊숙한 곳으로 잠겨들고 있었다. 졸음이 쏟아진다. 이대로 잠이 들면 정말로 끝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지만, 어쩐지 눈꺼풀이 닫히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이 차가운 바닷물의 감촉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죽음의 공포도 끝나버릴 것 만 같았다.


'안녕히 주무세요...'


 시오리코는 입을 움직여 말을 해보려고 했지만, 기포가 보글거리는 소리에 가려져 목소리가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깊은 잠을 청하려고 하는 그 때였다. 머나먼 수면 너머로,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시오리코가 그 밝은 점에 집중하자, 빛은 점점 강해지더니, 주변을 비취색으로 물들여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팔 다리를 감싼 손이 점점 느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쩌면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멈췄던 머리가 돌아가고, 팔 다리의 근육에 힘이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오리코는 힘껏 발버둥쳐 자신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있던 검은 손들을 뿌리쳐내고 수면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위로, 위로. 빛은 점점 강해져, 이제는 눈이 부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수면에 가까워질수록 몸이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검은 손들이 다시 다리를 붙잡으려는 것을 뿌리쳐가며, 시오리코는 빛을 향해 힘껏 손을 뻗었다. 그러자 따뜻한 무언가가 손에 잡힌다. 시오리코는 구명줄에 메달리듯이 그 무언가를 향해 힘껏 몸을 내던졌다.  




12시 03분



 시오리코의 꼭 감은 눈꺼풀 너머로 강렬한 빛이 사그라드는 것이 느껴졌다. 시오리코는 어쩐지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힘껏 숨을 들이마셨다. 여전히 몸이 축축했기에 물이 들이차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물 대신 서늘한 밤공기가 폐를 가득 채운다.


"시오리코쨩...?"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떠보니, 눈 앞에는 깜짝 놀라기라도 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아유무의 모습이 보였다. 울기라도 했는지 눈가가 촉촉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을텐데, 이상하게도 굉장히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다녀왔어요.'라고 인사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아유무씨... 저..."


  하지만 시오리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덜컹. 하고 캐비닛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몸에 충격이 느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카스미가 시오리코의 품에 달려들어 있었다. 바닷물에 잔뜩 젖어있었기에 불쾌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는데, 카스미는 자신의 몸이 젖는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오리코의 온기를 확인이라도 하듯이 손을 붙잡고, 있는 힘껏 달라붙어 있었다.


"시오코... 진짜 시오코 맞는거지?"

"네. 아마도..."


 한 순간도 스스로가 가짜라고 생각했던 기억은 없는데. 시오리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곧 이어 다시 덜커덩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세츠나가 달려와 두 사람을 껴안고 있었다. 세츠나는 눈가를 촉촉히 적신채, 시오리코를 보며 입을 열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에요... 시오리코씨...!"


  아유무가 잡아 준 손에서, 카스미가 안겨있는 품에서, 세츠나가 등에 두른 팔에서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어온다. 방금 전까지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잠겨 있었던 것은 혹시 꿈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따뜻해서, 드디어 악몽같았던 지난 밤의 주박에서 풀려났다는 것이 실감이 들었다. 안도감에 시오리코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나왔다.


"네... 찾아주셔서 고마워요..."

"거짓말... 거짓말이야!"


 그 때, 마치 그 따스한 분위기를 부수기라도 하려는 듯 한 차가운 비명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지난 밤에 보았던 그 여자가 학생회실 문 앞에 주저앉아 네 사람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은 있는대로 뭉그러져,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말을 한다기 보다는 악을 쓰는 것에 가까울 정도였다.


"나는... 나는 돌려놓을 수 없었어! 그런데 왜... 왜 너희는 그렇게 쉽게 돌려놓을 수 있는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세츠나가 그 소리를 듣고 뒤로 돌아서더니, 코이케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세츠나의 말을 듣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 하하하... 무슨 헛소리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맘대로 얘기하지 마!"

"그럼 선배는 뭘 하셨죠?"

"아까 내 얘기 못들었어? 도서관에서..."

"아뇨. 찾아달라는 부탁을 듣고 뭘 하셨냐고요."

"뭐...?"

"아니, 아마 밤의 학교를 같이 조사해달라고 부탁했을지도 모르죠. 아닌가요?"



'미이~ 오늘 밤에 학교에 가는거... 좀 도와줄래?"

'뭐? 음... 그치만 무섭기도 하고... 근데 어제 다녀온거 아냐?'

'그랬나? 뭐... 어쩔 수 없지. 이상한 부탁 해서 미안~'



'미이... 나... 나를 찾아줘...'

'응? 한밤중에 갑자기 전화해서 무슨 이상한 소리야?'

'그게... 그러니까... 나 지금 학교에 있어... 부탁이야... 제발... 제발...'


 세츠나의 이야기를 듣자, 머리속에 밤의 학교에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던 모습이,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다급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때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무슨 장난이라도 치려는건가 생각하며 무시했었다. 코이케는 그 기억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소리쳤다.



"아니야... 아니야!!"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고, 무슨 농담같은게 아닐까 하고 그냥 넘겨버린건 아닌가요?"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신거죠? 그 죄책감때문에 그 일에 더 메달리시는건가요?"

"나카가와... 너... 너 이새끼..."

"본인의 잘못을 다른 사람한테 전가하지 말아주세요!"


 코이케는 정곡을 찔렸는지, 주저앉은 채 분노에 가득찬 표정으로 세츠나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때, 카스미가 세츠나의 팔을 살살 흔들었다. 


"세츠나 선배. 이 틈에 얼른 도망쳐요."

"네... 시오리코씨, 걸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네. 저는 괜찮아요."

"아유무씨, 얼른 나가죠... 아유무씨?"


  아유무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이 멈춰서더니, 곧 결심이라도 한 듯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코이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유무는 눈높이를 맞추기라도 하듯이 쭈그려 앉더니, 부적을 건네며 말했다.


"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선배의 마음을요."

"우에하라... 지금 놀리는거야?"

"아뇨... 그냥... 저라도 선배의 행복을 빌어드릴게요."

"아유무 선배! 뭐하시는거에요! 얼른 가요!"


 카스미가 아유무를 부르자, 아유무는 고개를 숙여 꾸벅 인사하더니 코이케의 앞에 정중하게 부적을 내려놓고 학생회실의 문을 나섰다. 그녀는 아유무가 두고 간 부적을 집어들더니 미친사람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하하! 행복을 빌어? 웃기지마... 우에하라 아유무... 나카가와 나나... 나카스 카스미... 미후네 시오리코... 하... 죽여버릴거야... 싹 다 죽여버릴거야!!"


 그녀는 웃음을 그치더니, 저주의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언제 웃었냐는 듯이 바닥에 쓰러진 채 눈물을 쏟아냈다. 정말로 본인 때문이었을까? 마이의 말을 믿어줬다면, 이렇게 찾아낼 수 있었을까? 학생회실의 바닥에 하나 둘, 검은 얼룩이 생겨나고 있었다.


"보고싶어... 마이... 마이..."




"미이...?"


 그런 그녀의 머리 위에서, 그녀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2시 07분


 네 사람은 전력으로 달려 학교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계단을 가로막고 있던 방화셔터는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다행이었다. 당장은 당황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 봤을 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학교를 빠져나가는게 급선무였다. 등 뒤에서 섬찟한 비명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런데에 신경을 쓸 새는 없었다. 다행히도, 정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문을 힘껏 밀쳐 열고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구름이 걷혔는지 밝은 달빛이 길을 비추고 있었다. 큰 길까지 나오자, 그제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이미 막차시간은 지난 뒤였다.


"이제 어떡하죠?"


 시오리코가 수건으로 젖은 몸을 말리며 물었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꼴로 밤중의 거리를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 때, 마침 저 쪽에서 택시 한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유무가 거칠어진 숨을 겨우 가라앉히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집이 제일 가까우니까, 일단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묵자."


 아유무의 말대로 그녀의 집은 학교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았다. 야간 할증이 붙은 택시를 탄다 해도 천엔도 나오지 않을 거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돈을 모으면 그 정도는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밤은 혼자서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아유무의 집에 실례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유무는 도로 변으로 나서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택시는 천천히 멈춰서더니 손님들을 맞이하기라도 하듯이 문이 열렸다. 택시 기사는 흠뻑 젖어있는 시오리코를 보고선 못마땅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탑승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네 사람은 서둘러 택시에 올라탔다.


"시노노메쪽으로 가주세요."


 아유무가 그렇게 말하자, 택시기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터기의 버튼을 누르고 엑셀을 밟았다. 창 밖으로 학교가 점점 멀어져가는 것이 보였다.











 다음 날, 스쿨아이돌동호회의 부실에는 아이와 세츠나를 제외한 모두가 모여있었다. 어젯밤에 잔뜩 식은땀을 흘린 세 사람의 옷이 깨끗하게 바뀌어 있는 것은 세탁기와 건조기라는 현대문명의 이기 덕분이었지만, 어젯 밤 천장에 꽂혀 있었던 끔찍한 동물의 사체가 사라진 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다 같이 악몽이라도 꿨던걸까? 시오리코는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굳이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어젯밤의 일을 비밀에 부치기로 한 약속 때문이었다. 그 때, 부실 한 켠에서 유우가 냉장고를 열고선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오늘 런닝은 못하겠는걸."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앗, 카린씨. 냉장고 전원이 뽑혀 있어서 얼음이 다 녹아있어요."

"그래? 별일이네. 전원을 뽑을 일이 있었던가?"

"앗! 그게~ 귀여운 카스밍이~ 어젯 밤에 목이 너무 말라서 차를 마시느라 핫플레이트를 썼는데 다시 꽂아놓는걸 깜빡했네요~ 헤헷☆"


 당황한 카스미가 대충 둘러대자, 부실 한 쪽에서 카나타에게 무릎배게를 해 주고 있던 엠마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그래서 찻잔이 나와있었구나. 차는 어땠어?"

"맛있었어요, 엠마선배! 카스밍의 빵이랑 정말 잘 어울리는 차였어요. 그래서 그런데~ 오늘도 카스밍 특제 콧페빵을 가져왔거든요. 잘 어울리는 차랑 같이 자~~안뜩 드셔주세요~"


 엠마가 카스미의 말을 듣고선 신난듯이 벌떡 몸을 일으키자, 무릎을 베고 누워 있던 카나타의 머리가 소파 위로 떨어진다. 카나타는 작게 신음하며 얼굴을 찌푸렸지만, 엠마가 '미안, 미안~'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금새 다시 편안한 표정으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엠마가 쓰다듬어주는 건 그렇게나 기분이 좋은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엠마쪽을 바라보던 시오리코의 등에 누군가 콕콕 찌르는 감촉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자 리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시오리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시오리코쨩.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리나쨩보드 '물음표'"

"네? 그게...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냥 학교를 순찰하고... 그리고... 부실에서 잠깐 쉬었다가 집에 돌아갔어요."

"그래? 세츠나씨는 비밀이지만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던데."


 시오리코가 대충 둘러대자, 언제부터 듣고 있었는지 시즈쿠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렇게 말하면 궁금해하는게 당연한 거잖아요! 무슨 말을 하고 다니시는거에요!' 시오리코는 마음 속으로 이 자리에 없는 세츠나를 향해 소리쳤다. 시오리코가 둘러댈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입만 뻐끔거리고 있자, 아유무가 시오리코를 도와주기 위해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애니메이션에서 밤 중에 학교에서 합숙을 하는 내용이라도 나왔던게 아닐까?"

"그, 그렇군요. 제가 애니메이션은 잘 몰라서..."

"그런가요? 그럼 굳이 비밀로 할 필요는 없는데..."


 시즈쿠는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두 사람을 바라봤지만, 다행히도 그렇게까지 캐묻고 싶지는 않았던 건지 금새 카스미가 꺼낸 다른 화제로 신경을 돌려 주었다. 아유무와 시오리코는 덕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말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말하고 싶지않았다. 말한다고 해도 믿어줄지 모를 일이었고, 믿어준다 하더라도 애초에 별로 즐겁지는 않은 이야기였다. 괜히 다른 사람들까지 무섭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 때, 문이 열리더니 아이와 세츠나가 부실로 들어왔다. 상점가 사람들하고 이번에 한 콜라보 기획때문에 이야기할게 조금 있다고 하더니, 양 손에 가득 들린 흰 봉투를 보니 잘 풀린 모양이었다.


"얘들아~ 기다렸지?"

"앗, 아이쨩. 얘기는 잘 하고 왔어?"

"물론이지! 아무래도 타코야키집 사장님이 아이씨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미지걸로 잠깐 써도 되겠냐고 물어보더라고."

"우와~! 아이쨩! 대단해!"

"그런데 아이씨, 그 봉투는...?"

"앗! 감사하게도 타코야키집 사장님이 다 같이 먹으라고 잔뜩 싸주셨어요! 같이 먹어요!"

"맛있겠다. 아이씨. 세츠나씨. 고마워. 리나쨩보드 '방긋'"


 부실 한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에 놓여진 흰 봉투를 들여다보자, 그 안에는 나뭇결 모양이 프린트된 접시 위에 놓여진 타코야키가 잔뜩 들어있었다. 겨우 11명이서 다 먹을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사장님이 손이 크시네요..."

"자, 자! 시옷티도 하나 먹어."


 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봉투에서 타코야키 접시를 하나 꺼내들어 시오리코를 향해 내밀었다. 타코야키... 타코야키면 문어가 들어가 있는 건가? 시오리코는 문어를 생각하니 어쩐지 속이 거북해지는 것을 느꼈다.


"죄송해요. 저는 속이 별로 안좋아서..."

"그래? 맛있는데."

"그게... 왠지 문어를 생각하니까 속이 거북해져서..."

"뭐어? 문어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문어씨 억장이 '문어'진다고!"

"하... 하하..."


 어색하게 웃는 시오리코의 뒤쪽에서 유우가 박장대소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는 그 모습을 보고 만족했는지, '그러면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며 옆에 있던 리나에게 접시를 건넸다. 아무래도 정말로 문어의 맛있음을 항변하려던 것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는 말장난이 떠올라서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던 것 같다.

 어느새 시오리코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각자 접시를 하나씩 들고 타코야키를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시오리코의 머리속에 어제 보았던 석상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과연 문어씨의 억장이 무너지는게 빠른 일일까, 목 위에 문어를 얹은 괴물이 인류가 이룩한 문명을 무너트리는게 빠른 일일까. 시오리코는 혼자서 말장난을 하나 떠올리고서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오늘 오전에 코이케 미치루와 이와타 마이에 대한 뒷조사를 조금 해봤지만, 딱히 눈에 띄는 정보는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일단 학생회장을 그만두게 된다면, 다음 회장에게는 그런 서류는 반려해버려야 한다는 괴담을 지어내서 전하기는 하겠지만, 또 자신같이 그 괴담을 무시하는 학생회장이 있다면? 괴담따위는 무시해버리고, 과연 이 서류를 승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하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 회장의 자리에 있다면?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 니지가사키의 학생회장이 세상을 구한다니. 무슨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법한 설정이었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걱정이 되는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그런 고민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샌가 다들 한 접시씩을 비우고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 드셨나요?"


 시오리코는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그래. 지금 고민해봐야 소용 없는 일이었다. 그 때 일은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었다. 광기와 맞서 싸우던지, 저항할 수 없는 광기의 파도에 몸을 맡기던지. 그 때의 자신이 어떻게든 해주겠지. 적어도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지금의 평범한 일상을 최대한 즐기고 싶었다.


"그럼, 연습 시작하시죠."









드디어 끝났다

그뤼에페 선추 후감 2021.08.03 16:47:15
Avu 크 다행히 해피엔딩이네 여태껏 잘 봤어 2021.08.03 16:49:19
스콜피온 고생했음! 2021.08.03 16:51:09
샹샹레코 재밌게 잘 봤엉 2021.08.03 16:57:29
2학년조아 쓰느라 고생 많았다 오늘 못본 부분 정주행 ㄱㄱ함 2021.08.03 17: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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