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들이 태어나 설렌 감정을 품게 했던 봄을 지나 이제는 어느 정도 차분한 빛을 띄게 된 여름의 문턱을 지날 즈음이였다. 장마전선이 몇십년만에 7월에 형성이 되었고 그마저도 미친듯한 더위에 짓눌려 고통을 호소하는 나날이 반복되는 하루였다. 그 사이 기적적인 선선한 바람과 아름다운 구름, 푸른 하늘이 이어졌던 날이였다.
좋은 기분을 머금은 공기 사이로 구름이 희미하게 보이는 흑자색의 하늘이 떴고 그 사이로 평소보다도 더 밝아보이는 초승달이 구름사이 떠 있었다.
도쿄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시골해안가, 두 사람이 걷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아와시마와 해안도로를 밝게 비추고 있던 달빛은 교복차림의 두 사람을 아름답게 비춰줄 의향이 있어보였다.
갈색 머리를 한 소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달이 참 아름답쥬?”
같이 걷고 있던 또 다른 소녀를 바라보며 소녀는 말했다.
시즈오카 사투리가 섞인 어투였다. 은은한 라벤더향 향수를 뿌린 소녀는 밤하늘의 색깔과 비슷한 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비취색 눈동자의 선배가 자신의 말을 알아채주길 원했다.
동시에 알아채주지 않길 원하는 모순적인 감정이 소녀 안에서 흘러넘쳤다. 같은 동아리의 같은 유닛, 소중한 친구의 멋진 언니동생 사이로 지내온 두 사람이였다.
한 쪽의 기울어진 애정이 그들의 관계를 무너트릴 것이라는 것을 갈색머리의 소녀는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선배가 알아채지 못 할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였다.
너무 축축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상쾌한 밤공기와 어색한 적막속 소녀의 손목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라벤더향과 교복 구두의 또각거리는 발소리가 두 소녀가 이 곳에 있다는 것을 자각시킬 뿐이였다.
적막을 깬 건 비취색 눈동자의 소녀였다.
“전, 하나마루상이라면 죽어도 좋답니다?”
언젠가 이반 투르네게프의 소설에서 읽은 적이 있는 문장이 비취색 눈동자의 소녀 입에서 나올 줄 몰랐던 소녀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의지와 다르게 튤립처럼 발갛게 달아오르는 자신의 홍조를 달빛에게, 그리고 자신의 연인, 이 되어버린 소녀에게 숨길 수 없었다.
비취색 눈동자의 소녀는 부끄러움으로 떨고 있는 자신의 연인의 작고 허연 손을 살며시 잡았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두근거림을 입 밖으로 내놓을 길이 없었다.
그저, 두 사람 사이에 라벤더의 은은한 향만이 퍼질 뿐이였다.
새벽에 아젤리아 노래 듣다가 갑자기 삘 타서 써 봤는데 그대로 묻혀서 재업했음 ㅠㅠ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