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점점 서편으로 기울었다. 왕도 다이바의 태양의 신전에서는 공주무녀 아유무가 태양신에게 바치는 춤을 추고 있었다. 새하얀 드레스에 베일을 쓴 그 모습은 무더운 예복을 입은 근위병들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음악은 점점 격양되고, 공주무녀는 황금 해바라기를 치켜들었다.
"선조 츠바사 1세 대왕께서는 하늘이 다시 열린 이날, 그대와 영원한 결속을 맺을 것을 약속하시며 해바라기를 봉헌하셨나이다. 300년 전 처럼 저도 이 해바라기를 바치며 그대와의 언약을 맺을 것을 약속하나이다. 태양신께서는 이 나라를 축복해 주시고, 우리 병사들을 굽어 살피시어, 그들이 츠바사 1세처럼 승리를 거두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전 세계에 어둠이 걷히고 태양빛이 내리게 하소서."
공주무녀는 마지막으로 기도를 드린 다음, 수평선 너머로 작별을 고하는 태양을 향해 황금 해바라기를 던졌다. 황금빛 물결이 잔잔히 비쳤다.
시부야 카논은 태양의 축제가 끝난 후, 그녀의 소쩍새 만마루와 함께 술집으로 걸어갔다. 스물다섯이 넘지 않은 술집 주인이 그녀를 맞이했다.
"오늘이 태양의 축제날이었지? 더 늦게 와도 괜찮은데."
"너무 늦으면 안되니까요, 시즈쿠 씨. 만마루도 오고 싶어하고."
술집주인 오사카 시즈쿠는 깔끔한 턱시도를 입은 채로 잠시 미소지어보였다. 그러고는 옷깃에 달린 장미를 매만졌다.
"곧 개점시간이다. 준비해. 오늘은 손님이 많을 테니."
하늘색 네온사인이, 한두번 깜빡이다, 차가운 빛을 발했다.
[Club Teardrop]
"노조미 씨 아니십니까."
보라색 머리의 무녀가 수녀와 함께 들어왔다. 무녀는 이미 이 술집의 단골이었다.
"카논쨩은 볼때마다 참한 색시가 되어가는고마. 여기는 내 후배 엠마치라."
"Buona sera(이탈리아어 저녁인사). 태양신의 구호자매회 엠마 베르데 수녀입니다."
"오늘은 무슨 일인가요?"
"내랑 엠마치도 전쟁에 나가게 되었데이. 왠 문디같은 마왕자슥이 하도 지랄을 해서 말이제."
"저도 구호자매회 일원으로 참전하게 되었어요. 치료를 맡게 됩니다."
시부야 카논은 엠마 수녀의 피뭍은 두꺼운 책을 보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삼켰다.
"주문은 뭘로 하실 건가요?"
"사케 두 병 주이소. 엠마치는 미사주로. 찌게다시(밑반찬) 많이."
주문을 받은 카논이 시즈쿠에게 걸어가 말을 건냈다. 시즈쿠는 노조미와 엠마가 앉은 테이블로 걸어왔다.
"어서 오이소, 주인장. 이쪽은 엠마치."
"카논한테 들었습니다. 두 분 다 전선으로 종군하신다고요.
"글타. 내는 무슨 용병부대로 엠마치는 근위대로. 용병대에 말이제, 참한 아가씨들이 그리 많다 카데. 과거를 모르는 각시들도 많고."
"과거를 모른다라..."
"그러고보니 여태 주인장 과거도 모르는고마. 그 장미랑 관련이 있는기가?"
"말하자면 길겠군요.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시즈쿠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스쳤다.
"주문하신 사케와 미사주 나왔습니다. 외인부대로 가신다고요? 혹시 그럼 제 친구 좀 찾아 주실 수 있나요? 흰 머리에 경단을 단 애인데."
"내 노력해 보지. 엠마치도 도울 테니."
네 사람은 잠시동안 망중한을 가졌다. 시부야 카논은 그날따라 오사카 시즈쿠의 눈동자에 쓸쓸함이 어린 것을 느꼈다.
이미 종강했고 시간도 남아돌아 이세계 바텐더 시즈쿠 이야기 써봤어
남은건 곧 올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