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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기는, 세 번째인가.
처음 들어와 본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학교 안에서 집합한다면 기본적으로 여기뿐이고. 하지만 어째서, 이 날만은 이렇게 다르게 보이는 걸까. 중학교 때도 그랬었다. 초등학교 때도……뭐 그랬었던 것 같다.
아아, 지금 카린 쨩이 불렸다. 변함없이 홀려버릴 듯한 워킹이다. 뒤에 따라오는 사람도 생각해줬으면 하는데. 동급생들이 자세를 바로잡는게 슬쩍 보인다.
시간은 나름 있었지만, 이 애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게 되었을까. 솔직히 한 학년당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얼굴과 이름이 매칭되지 않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저 아이들 입장에선 어떨까. 난 같은 학년 전원에게 알려질 정도의 지명도는 있었으려나? 저 아이들은 내일 이후에도 나를 기억해주려나? 이제와서 생각해봐도 소용없지만 말야.
「코노에 카나타」
교장이었나, 이사장이었나, 애초에 교장과 이사장은 뭐가 달랐더라. 나 역시 예외없이 슈퍼 모델의 아우라에 감싸여서, 제대로 된 자세를 잡는다. 영상으로 남는다는 모양이니까, 나중에 하루카 쨩에게 멋진 언니의 모습을 듬뿍 보여주겠어.
계단을 오른다.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횟수로 다리를 들어서. 내밀어진 종이쪼가리를 받아 든다.
지루한 축사. 커다란 학교인 만큼 내빈도 줄줄이 있는 모양이라, 매년 약속이라도 한 듯 희망적인 미래를 떠든다. 이만큼 이끌어온 것은 주변의 여러분들의 보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라고. 그렇게 미래를 비관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은 정말 좋아한다. 그저 그걸 떠드는 문장이 지겨울 뿐인걸…… 그럼에도 오늘만큼은, 눈곱만큼의 졸음기도 감겨오지 않는다.
세츠나 쨩이 보인다. 진지한 얼굴로, 몇 번이고 들어온, 연습하던 그대로의 문장을 읽는다. 후후, 재학생 송사 첨삭을 졸업하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게 말이 되나, 보통. 내년의 졸업생 답사는 누구에게 봐 달라고 할려나. 카나타 쨩, 그걸 해주려고 학교에 돌아올 만큼 착한 사람은 아니니까 말야.
일련의 프로그램은 별일 없이 진행되어, 마지막 교가제창에서는 압도적인 미성으로 회장을 전율시켰다. 음, 뭐 그런 걸로 해두자구. 이렇게 올해의 니지가사키 학원 졸업식은 끝을 맺었다.
우리들의 고교생활은, 끝을 맺었다.
아직 해는 높지만, 시간은 꽤나 지났을 무렵. 회장에서 돌아온 동급생들이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고, 다시 만날 날을 맹세하며, 아니면 이별로부터 도망치려고, 이런저런 약속을 잡고 있는 모습. 그 목소리들이 잠잠해지고, 학원이 일상의 공기로 돌아가기 시작할 무렵.
어느새 모습을 감춘 그 아이를, 언제나 나를 찾고 있던 그 아이를, 이번엔 내가 찾고 있다.
「……그렇구만. 여긴가」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그 마지막 블록에, 웅크리고 있는 붉은 리본.
층계참에 멈춰선 채로, 말을 건다.
「뭐 하고 있는 걸까」
「……낮잠이예요」
「여긴 카나타 쨩의 낮잠 스폿인데 말이지」
「오늘부턴, 제 꺼예요」
무릎 사이에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든다.
예쁜 눈가가 큼지막하게 부어있다.
「이 장소도, 보건실도, 정원도. 오늘부턴 제 꺼예요」
「욕심쟁이네에」
「지금까지 점유하고 있던 사람이 할 말인가요 그게」
「카나타 쨩은 말야, 월간 계약하고 있으니까」
「학비 얘기예요? 」
「그렇게도 말하지」
「후훗, 그거라면 모두들 하고 있지 않나요」
지쳐있는 표정이면서도, 입가에는 살며시 미소가 그려진다.
「여행길을 떠나는 선배에게, 마지막 낮잠을 양보해줄 마음은 없는 걸까나」
「내일이라면 빌려 드릴게요」
「내일은 안오는데」
「내일 모레라면」
「내일 모레도 안오는데」
「언제, 여기로 돌아와 주실 건가요」
「더 이상, 안 돌아올려나」
계단을, 강하게 짓밟는 소리. 반복해서, 밟는 소리. 평소의 그녀에게선 그다지 상상할 수 없는……아니, 그녀가 평소의 그녀로서, 겨우겨우 남아있기 위한 비명.
열 몇번. 한계까지 긴 심호흡. 그 사이에 끼어드는 흐느낌.
잠자코 있는다.
그녀가, 앞으로도 부서지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선.
내가, 이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참견은.
계단을 오른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작은 몸으로 가장 세게 날 째려보고 있는 그녀의 앞에, 종이 쪼가리를 꺼내 들었다.
「무슨, 속셈인가요」
「카나타 쨩, 졸업 안합니다」
「……하?」
째려보고 있던 눈이, 둥글둥글한 눈으로 바뀌어간다. 귀엽네. 종이 끝을 그 손가락 사이에 끼워넣는다, 꾹 꾹.
「시즈쿠 쨩이 졸업증서를 수여해주지 않으면 졸업 못하겠네~ 곤란하네~ 어떡하지~ 수업만 안 들으면 학비는 안내도 될려나~」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농담이죠?」
「시즈쿠 쨩이 만족하면 졸업할게.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옆에서 자 줄게. 아예 둘이서 잠들어 버릴까. 여기서 멈춰 버릴까. 시즈쿠 쨩이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영원히 함께 낮잠을 잘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꿈같은」
「그런 건 안돼요!!」
오우, 깜짝이야. 귓가에서 그렇게 커다란 소리를 내면 좀 어질어질해지ㄴ……어이쿠, 큰일날 뻔했다. 여기 계단이었지.
머리 위쪽을 가볍게 톡톡. 이렇게 하면 어지럼증이 빨리 나아지는 느낌이 든다. 아마 기분 탓. 자 이제, 큰 소리의 발신원인 녀석에게 시선을 되돌린다.
「안된, 다구요. 그런 꿈, 보고싶지, 않아」
건넨 졸업증서가 구겨져간다.
「어째서? 시즈쿠 쨩이 바라는, 최고의 결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바라는 건, 카나타 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래. 전부 보고 있어 주길 바라지만, 만약 멀리 떨어지게 되더라도, 나중에 만날 때는 자랑스러운 모습이었으면 해요. 열심히 했다고, 마음껏 응석부릴 수 있는, 응석 받아줘도 되는 나로 있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은, 먼저 나아가서 기다려줬으면 해요. 가끔은, 시즈쿠 쨩 안 오네, 라고 하품도 하면서. 언젠가 반드시 따라잡아서, 제 무릎에서 마음껏 잠들게 해 드릴 테니까요」
한가득 눈물을 머금는 눈에, 조금 전까지의 연약함은 없다. 선배를 끌어안는 행복한 꿈에 사로잡힌 그녀는, 이제 없다.
「응, 잘했어」
「ㅇ, 에? 」
눈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닦아준다. 너무 세게 비비면 귀여운 얼굴에 상처가 남으니까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미안해, 좀 장난 쳐 버렸네」
「……졸업 안 시킬 거예요」
「에엣!? 그건 곤란한데」
「곤란해진 건 이쪽이라구요, 정말……」
어이없다는 얼굴로 졸업증서를 들고, 음, 근데 왠지 그렇게 붙잡고 있는 건 좀 별론데. 더러운 거 들고 있는 것 같잖아. 어쨌든, 졸업증서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시즈쿠 쨩.
「후우……졸업생, 코노에 카나타!」
에, 뭔 일이래, 갑자기.
「코노에 카나타!」
「음~ 네, 하면 되는건가?」
대답하자, 휘적휘적 손짓. 올라오라는 소린가.
계단을 오른다.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횟수로 다리를 들어서. 내밀어진 종이쪼가리를……
「당신은, 열심히 면학에 임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거기에 스쿨 아이돌로서 훌륭한 성과를 남기는 한편, 어디서나 자고, 금세 어디론가 사라지고, 깨워도 5분만에 잠드는 걸 반복하고, 무릎베개를 요구하고, 끔찍이도 후배를 곤란하게 하고, 하지만, 듬뿍 껴안아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일부러 안 보이는 데서 우는데도, 간단히 발견해버리고, 싫다고 말하면 깊게 물어보지도 않으면서! 절대로 멀리 가버리진 않는, 그런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바보!!」
졸업증서 수여란 건 이런 거던가. 어라, 마지막에 혼나버렸네, 카나타 쨩. 이야, 그래도, 그렇구나. 사랑, 인가. 카나타 쨩. 이 아이의 마음 속에, 제대로 남긴 게 있다고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걸까.
「졸업, 축하드려요」
「……고마워, 시즈쿠 쨩」
어딘가 형식적인 것처럼 느껴졌던 종이 쪼가리가, 마법사 시즈쿠 쨩의 손을 통해 빛나는 보물이 되었다.
아아, 코노에의 에가 찌그러졌잖아, 그렇게 세게 잡더니.
계단을 마지막까지 오르고선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연다. 음, 낮잠 자기 최적의 날씨.
「마지막으로, 부탁해도 될까」
「……네, 하세요」
아직 코맹맹이인 그녀의 무릎에, 눕는다.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감촉. 다음은 언제가 되려나.
「시즈쿠 쨩, 카나타 쨩이 없어졌다고 울면 안된다?」
「저야말로 시즈쿠 쨩이 없으면 외롭다고 울면서 달라 붙으셔도 전 몰라요」
「아하하, 말 잘 했다. 누가 먼저 못 참게 되나 승부할까」
「제가 이기면, 한 번 더 3학년 해 주실래요?」
「그건 안 돼」
「농담이예요」
「농담이라 다행이야……오늘은, 언제까지 있을 수 있어?」
「최종 하교시간까지는」
「그럼, 여유롭게 있을 수 있네」
「네, 정말로」
머리카락 결을 따라서, 손가락이 지나간다. 평소보다 길게, 평소보다 넓게. 자연스럽게 그 움직임에 호흡이 맞춰져 간다. 마치 이 장소의 공기를 기억해 두려고, 몸이 움직여 버리는 듯이.
또르륵, 하고 볼에 물방울이 떨어져 왔다.
「……승부는, 카나타 씨의 승리네요」
「시즈쿠 쨩의 승리야」
왜냐면 말야. 눈치 챘으려나.
시즈쿠 쨩의 무릎, 이미 잔뜩 적셔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