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이만큼 지나면서 편지 한 장 한적 없었네요.
죄송해요, 분명 전에 써주기로했는데.
어제 유원지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연인끼리 유원지라니, 처음이에요.
본인도 무서우면서 옆에서 손잡아주는 모습, 역시 멋있는 사람이죠?
제 여자친구니까요. 아무한테도 안 줄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선물받은 분홍색 머리끈을 묶고 나올때마다
역시 행복한 사람이구나 나는,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분홍 머리를 묶고 있는 비취색 머리끈이
아유무씨와 저를 증명해준다고 생각되서
무척이나 기쁩니다.
편지는 어릴 때 써본게 전부라
쓰려고하니 자꾸 딱딱하게 나가는것 같네요.
그런 말투로 대화하는 사이도 아닌데 말이죠.
감사합니다.
사귀어주셔서.
아유무씨가 제 곁에서 있는게, 제 욕심이었던게 이뤄졌다는게
너무 행복해서 잘 믿기지는않지만.
앞으로도 여자친구,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금 나쁜사람같을진 모르지만,
유우씨가 그날 저에게
'아유무를 부탁해'
라며 부탁하실때부터
어쩌면, 어쩌면 하는 욕심이 생겨버렸습니다.
아유무씨가 많이 힘들어하시긴 했지만,
지금은 절 보고 웃어주시는걸 위안으로 삼아야겠죠.
가끔 유우씨 얘기를 할때마다 많이 서글퍼하십니다.
어제 유원지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이젠 많이 체념하신것 같습니다.
이따금 '그게 유우가 행복한 길이겠지' 라고 하시는걸 보면,
유우씨의 얼룩이 아유무씨에게서 많이 씻겨나간 모양입니다.
괜찮을겁니다.
저도 이렇게 버텼으니까요.
자신있습니다.
긴 편지가 읽기 불편하신건 아닐까 모르겠네요.
모쪼록, 유우씨도 평안하시며, 좋은연애 되시길.
다음에 만날 때를 기원하며, 이만 줄입니다.
-시오리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