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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물갤 SS] 환일의 요하네 - 2 -
글쓴이
다이마루다이스키
추천
11
댓글
2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082998
  • 2021-06-03 15:39:13
							

이전 이야기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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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형형색색의 꽃과 약초들이 피어있는 습지.


모험가와 연금술사들의 교류의 장이기도 한 토오레스 습지원.


습지원의 가장 안쪽에 있는 거대한 약초창고에서, 긴 갈색머리의 직원이 파일을 들고 재고조사를 하고 있었다.


"보름초가 두 상자... 맞고... 가시연꽃이... 음? 한 상자가 비잖아!?"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녀에게 고글이 달린 하얀 모자를 쓴 소녀가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예요 언니?"


"왔어? 아니 그게 음... 가시연꽃이 분명 17상자가 있어야하는데 16개뿐이어서 말야"


"아, 그거 저번 항해 때 저희 팀이 하나 가져갔어요! 어라, 말 안했었나?"


"뭐? 휴우..."


직원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한 번 쉰 뒤,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소녀의 머리를 향해 살짝 휘둘렀다.


"요녀석이!"


가볍게 공격을 피한 소녀의 의기양양한 미소를 바라보며, 직원은 소녀의 볼을 쭉 잡아당겼다.


"아.무.리 너희 길드의 창고라지만 그렇게 막 가져가면 안돼! 도둑맞은거였으면 어쩌려고 그래?"


"헤헤, 데동해요. 아아, 언니 아파아아!"


정리를 마친 직원은 창고의 열쇠를 집어들고 창고 밖으로 나와 문을 잠갔다.


"다음부턴 꼭 장부에 적어두고 가야한다?"


"네에에... 아야야..."


소녀가 살짝 붉어진 볼을 붙잡고 손에 푸른 마나를 모으던 그 때,


습지원의 하늘이 서서히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흑마법의 마나가 습지원의 입구에 내리꽂혔다.


"?! 이.. 이건, 흑마법?!"


직원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고서는 서둘러 손에 마나를 모았지만,


볼을 문지르며 생글생글 웃고있는 와타나베 요우가 그녀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언니."


"응?"


요우는 괜찮다는 듯, 그녀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입구 방향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직원은 요우의 반응을 보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 그러고 보니..."


손에 모았던 초록빛 마나를 흘려보내며, 그녀는 요우를 바라보았다.


"들를 때가 되긴 했구나."


요우는 어느새 누구보다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저 멀리 달려나갔다.


점점 빨라지는 걸음과 함께, 요우의 눈동자만큼이나 푸른 마나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


"《헤이스트(haste)》!"


나지막히 읊은 캐스팅이 끝나고, 온 몸이 완전히 푸른 빛으로 감싸진 그 순간,


회색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요우는 함포에서 쏘아진 탄환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녀가 머리에 쓰고 있던 하얀 모자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벗겨져 허공을 노닐었다.


바람까지 일으킬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리는 그녀의 귀에, 꽃과 약초를 관리하던 직원들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요우쨩! 그렇게 달리면 꽃에 있던 나비랑 벌들이 다 날아가잖니!"


"약초 손상되면 탐험가 길드로 청구할거야!"


"아핫, 죄송해요!"


하지만 요우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습지원을 가로질렀다.


"그래도 너무너무 오랜만에 보는걸!"


빠른 속도로 점점 멀어지는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요우를 따라가던 창고 직원은 요우가 떨어뜨린 모자를 집어들었다.


"정말, 사이 좋은 선후배라니까."


그녀는 고글에 쌓인 먼지를 손으로 닦으며 중얼거렸다.


------------------------


하늘에서 내려온 검은 마나는 작은 구체를 이루었다.


잠깐 어두워졌던 하늘이 다시 푸른 빛을 찾으며, 응집된 마나가 검은 연기로 변했다.


습지원의 가장 안쪽에서 출발한 요우가 입구까지 다다랐을 때쯤, 


갑자기 불어닥친 바닷바람에 검은 연기가 걷혔다.


연기가 걷힌 장소엔 거대한 한 마리의 늑대가 늠름하게 서 있었다.


"라이라프스으으!"


"컹!"


가볍게 발을 구른 요우가 하늘을 날아 늑대의 머리 위로 올라탔다.


라이라프스는 고개를 살짝 들어 그녀를 자신의 등에 태워 바닥으로 살포시 내려놓았다. 


"오랜만이야 라이라프스~!"


"컹!"


"어째 더 자란 것 같네? 그렇지 않아?"


요우는 라이라프스의 앞발을 껴안으며 라이라프스의 배를 쓰다듬었다.


꼬리를 흔들며 요우를 반기는 라이라프스의 몸 아래에서, 검은 마법진이 생겨났다.


요우는 재빨리 뒤로 뛰며 마법진 밖으로 벗어났지만,


"... 《리버스 그래비티(Reverse gravity)》!"


미처 반응하지 못한 라이라프스의 발은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라이라프스의 거대한 몸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요우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헤에, 그래도 못 본 사이에 실력이 그래도 좀 늘었구나?"


"끼잉..."


발디딜 곳을 잃어버린 라이라프스는 공중에서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버둥거렸다.


"라이라프스, 너 일부러 그랬지!?"


그리고 그 밑에서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요하네가 지팡이를 치켜들고 씩씩거렸다.


"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요하네쨩!"


요우의 고풍스러운 제스쳐와 함께하는 인사에 요하네는 코웃음으로 화답했다.


"흥, 라이라프스만 먼저 불렀던 거 기억하고 있거든!"


"에이, 그치만 라이라프스의 마나밖에 안느껴졌는걸~"


요우가 웃으며 요하네의 어깨를 툭 치자, 생각보다 거센 힘을 견디지 못한 요하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하하하! 너무 허약한 거 아냐?"


"적어도 두른 마나는 풀고 나서 그런 말을 하든가!"


"앗, 그런가?"


자신이 아직 버프를 두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던 요우는 곧 마나를 다시 거두었다.


"하지만 요하네쨩이 허약한 건 사실인걸~"


"내가 허약한 게 아니라 요우가..."


"에잇!"


요하네의 말을 가로막으며 요우는 요하네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얼굴이 새하얀 걸 보아하니... 또 며칠동안 방 안에서 실험만 잔뜩 했지?"


화들짝 놀란 요하네는 게슴츠레 뜬 요우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아.. 아니야...!"


요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아니야? 그럼 마법연습? 하긴, 지난 번에 만날 때까지만 해도 리버스 그래비티로 라이라프스를 들어올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긴 한데!"


의기양양해진 요하네는 눈을 감으며 가슴을 활짝 펴고 말했다.


"물론! 이 요하네님의 재능 앞에서 무릎꿇지 않는 마법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


"응, 그래 그래~"


"뭐야 그 대답은! 앗.."


눈을 피하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요우에게 요하네는 발을 구르며 투덜거렸고,


스르륵.


요우를 붙잡으려 뻗은 요하네의 손에서 지팡이가 미끄러졌다.


지팡이를 통해 흘러나가던 마나가 끊기자, 라이라프스를 띄우고 있던 마법진이 형태를 잃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 라이라프스 떨어진다!"


"으악! 자.. 잠깐!!"


공중에서 떨어지는 라이라프스와 그 앞에서 다시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는 요하네를 뒤로 하고, 습지원 창고로 발길을 옮기며 요우는 중얼거렸다.


"뭐... 신성마법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리버스 그래..."


찌직.


떨어지는 라이라프스의 아래로 검은 마법진이 그려지다 잘게 부서지며 흩어졌다.


"윽, 마법이!"


"컹!"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요우는 빠르게 마나를 모아 몸을 감쌌다.


"역시 아직은 부족하다니까"


점점 빠르게 떨어지는 라이라프스와 마법이 깨져 머리를 짚으며 다시 마나를 모으고 있는 요하네의 앞을 지나며,


"《템페스트(tempest)》"


쿵.


"라이라프스, 괜찮아?"


요우는 재빠르게 미끄러져 떨어지는 라이라프스를 받아내 살포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잔뜩 놀란 라이라프스는 요우의 얼굴에 머리를 부비며 안겼다.


"끼이잉..."


"응, 그래그래. 주인님이 또 못살게 굴었지? 우리 라이라프스 착하다 착해~"


요우는 그런 라이라프스를 쓰다듬으며 요시코에게 승리의 윙크를 날렸다.


캐스팅 실패의 반동에서 조금 회복한 요하네가 그 윙크를 보며 요우에게 한마디 하려는 그 순간,


"자, 그러면 일단 습지원으로 갈까?"


요우는 라이라프스를 이끌고 습지원 안으로 냉큼 뛰어들어갔다.


순간 당황한 요하네의 허무한 외침만이 습지원 입구에서 메아리쳤다.


"요우, 라이라프스! 가.. 같이 가!"


------------------------


"자, 일단 요우네 길드가 주문했던 품목은 이쪽 상자에 다 챙겨뒀고... 요하네쨩이 주문한 건... 잠시만? 영...차!"


창고 직원은 요하네의 몸보다 큰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요우는 웅장한 크기의 상자를 보며 질린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와... 이거 정말 다 쓰는거야?"


"당연하지! 흑마법사이자 연금술사인 날 뭘로 보는거야!"


"음.. 귀염둥이 후배?"


"하아?"


직원은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거 다 들고 갈 수는 있겠니?"


"물론. 라이라프스!"


"컹!"


라이라프스의 몸에서 검은 마나가 뿜어져나와 상자를 감쌌다.


"라이라프스는 유능하다구"


"그러게. 요하네쨩보다 유능할지도..."


"그거 무슨 뜻이야!"


"어어, 잠깐잠깐!"


상자가 검은 마나에 완전히 집어삼켜지던 순간, 창고 직원이 손을 뻗으며 라이라프스를 붙잡았다.


"컹?"


하지만 이미 상자는 사라진 뒤였다.


"이런, 늦어버렸네"


"왜?"


"생각해보니까 S동 옥상에서 재배중이던 꽃들을 하나도 안넣었지 뭐야"


"그럼 직접 가서 갖고오면 되죠! 그치 요하네쨩?"


"응. 목록만 좀 정리하고 가자"


어느 새 모자를 건네받은 요우는 생글생글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경례 자세를 취했다.


"좋아! 전속전진~ 요소로~!"


"또 무슨 바보같은 걸 배워와서..."


S동에 있는 약초 리스트과 주문서를 비교하던 요하네가 중얼거렸다.


요하네의 말을 들은 요우는 요하네의 뒤통수에 딱밤을 날렸다.


"악!"


"어허, 하늘같은 마법학교 선배님에게 어찌!"


"아프다구!"


"바보같다는 말 취소하지 못할까!"


요하네는 벽에 세워두었던 지팡이를 치켜들고 요우에게 외쳤다.


"대충 버프 두르고 신체능력으로 다 두들겨 팬 주제에!"


"그래서 우리 요하네쨩이 나보다 빨리 졸업하셨나~?"


"자기도 카난이 졸업하기 전까진 졸업 근처에도 못갔으면서!"


"그래도 요하네쨩이 내 후배라는 건 변함없거든! 메롱! 잡아보시지!"


요우는 요하네가 쥐고 있던 주문서를 빼앗아 S동을 향해 달렸다.


요하네는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작게 쉬고 요우를 쫓아 뛰어갔다.


"하아... 요우! 거기 서!!"


------------------------


습지원 S동 옥상에서 보이는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맑았다.


바닷바람을 필요로 하는 식물들이 모여있는 옥상에서, 끝없이 보이는 푸른 바다의 풍경은 바로 요우의 눈을 사로잡았다.


"우와~ 경치 좋다! 요하네쨩, 저기 보여? 바다야 바다!"


요하네는 요우의 말을 흘려들으며 주문서를 보고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방울 이끼가 세 뿌리, 아, 청수초가 여덟 뿌리..."


어느 새 대꾸조차 해주지 않는 요하네를 잠시 바라보던 요우는 하는 수 없다는 듯, 몸을 돌려 라이라프스에게 달려들었다.


"쳇, 요하네쨩은 바쁜가봐. 라이라프스는 나랑 놀자!"


"컹!"


잠시 라이라프스와 옥상을 뛰놀던 요우는 옥상에 낮게 쌓여있는 돌담 앞 벤치에 앉아 라이라프스에게 말했다.


"라이라프스, 저기 멀리 수평선이랑 하늘이 맞닿는 곳 근처에 번개치는 섬 보여?"


"컹!"


라이라프스는 꼬리를 흔들며 요우의 곁으로 다가갔다.


"다음번 탐험에서 우리가 가려는 곳이 저기야. 원래는 사람이 없는 무인도였다가, 얼마 전에 갑자기 커다란 탑이 하나 세워지더니 매일같이 붉은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대. 무언가 마법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서 길드장님이 직접 탐사대를 꾸려서 가기로 했어. 난 그 팀의 항해사를 맡게 됐고!"


요우의 말을 듣고 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린 라이라프스는 이내 흔들던 꼬리를 멈추었다.


"... 그러다 보니까 챙겨야 할 것들도 엄~청 많아. 덕분에... 응?"


요우는 신이 나서 재잘거리다 갑자기 조용해진 라이라프스를 바라보았다.


"... 라이라프스?"


라이라프스는 전에 없던 날카로운 눈으로 묵묵히 섬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요우는 고개를 돌려 요하네를 바라보았다.


꽃과 약초를 한아름 들고, 요하네는 요우와 라이라프스가 있는 곳으로 낑낑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둘 다 여기서 뭐해?"


"바다 구경이지 뭐"


"그런 것 치곤 라이라프스가..."


라이라프스에게서 느껴지는 약간의 경계심에 대해 요하네가 말을 꺼내려던 그 순간,


갑자기 라이라프스의 아래로 붉은 빛을 내는 마법진이 그려졌다.


"컹?"


"소환 마법진? 그리고 이 색은..."


"?! 뭐야?!"


순식간에 완성된 소환 마법진이 라이라프스를 빨아들였다.


"라이라프스!"


상황을 눈치챈 요우는 요하네를 바라보며 웃었다.


"설마 요하네쨩, 또 수업 빼먹은거야?"


그제서야 마법의 주인을 눈치챈 요하네는 들고 있던 약초더미를 내려놓고 전속력으로 라이라프스를 향해 달려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소환이라니! 그것도 내가 아니라 라이라프스를 노려서!"


"그야 라이라프스 옆엔 항상 요하네쨩이 있으니까.. 그 반대가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읏챠!"


붉은 마나에 휘감기고 있는 라이라프스를 바라보던 요우는 재빨리 자신의 가방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 요하네에게 던졌다.


요우의 손을 떠나간 서류는 아슬아슬하게 마법진에 들어간 요하네의 가슴에 안착했다.


"으, 으악! 이게 뭐야! 요우?"


어느새 흐릿해져가기 시작하는 요하네에게 요우는 웃으며 소리쳤다.


"요하네쨩! 그거 다이아 씨한테 보여줘! 저 재료들은 내가 하나마루쨩에게 맡겨둘게! 중요한 보고니까 잘 전해줘야해?"


"ㅇ르븝ㅂ..."


대답을 전하기도 전에 라이라프스와 요하네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 요하네쨩, 당분간 고생 좀 하겠네"


요하네가 사라진 마법진 위를 바라보던 요우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다 건너 섬에서는 여전히 붉은 빛의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


------------------------


환일 일러스트 베이스에 자잘한 설정은 맘대로 갖다붙인 SS (이후 일러 공개에 따라 변경될 소지가 다분함)


빨리 나머지 환일 시리즈도 나왓음 좋겠당

센터는시즈쿠 환일은 개추지 ㅋㅋ 2021.06.03 15:41:30
DREAMYCOLOR 2021.06.03 16: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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