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 「아, 퇴근 하는거야? 응응, 저녁 준비 해놨어.」
유우 「글쎄... 작업 좀 해놓고 오늘은 딱히 뭐 안해도 될거같은데.」
유우 「메뉴? 오늘은 카레!」
유우 「응, 응응, 기다리고 있을께. 조심해서 와.」
유우 「세츠나.」
아유무 「?!」
들어선 안되는 이름을 들었다는 느낌과 함께, 급하게 눈을 뜬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다시 자기엔 불안감이 영 가시질 않는다.
기분나쁜 꿈을 잊으려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잠에서 깨버린 몸을 이끌고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냉장고를 열고 물을 찾는다.
무심결에 벽 너머에 자고 있을 누군가를 잠시 떠올렸다.
아유무 「...그냥 꿈이었겠지?」
곧 학교에 가야한다.
오늘 저녁에 풀려고 했던 문제집을 미리 펼친다.
갑자기 그런 꿈을 꾼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고보면 아유무에게 몇개의 변화가 있었다.
최근 입시에 신경을 더 쓰기 시작한 게 가장 컷지만,
유우가 음악과로 전과한 이후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원래 다니려고 했던 학원도 혼자 다니게 되었고,
무엇보다 이런 일들이 겹쳐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게 제일 신경쓰이는 점이었다.
조금은 속상하지만, 하고싶은 일을 하려는 유우를 탓하고 싶진 않았다.
결국 펜은 그대로인 채 시간만 흘러갔다.
책을 다시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선다.
유우 「좋은 아침~」
아유무 「좋은 아침.」
유우 「괜찮아? 좀 피곤해 보이네.」
아유무 「잠을 제대로 못자서...」
유우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아유무 「으응, 아냐아냐. 가자 얼른.」
매일 가던 길을 매일 가던 것처럼 나란히 걷는다.
분명 익숙한 일이지만, 어제 봤던 꿈때문에 다른 기분이 든다.
스스로가 모르는 새에 얼굴이 조금 어두워진다.
유우 「...?」
표정이 어두워진걸 알지만. 구태여 묻지는 않는다.
아유무가 먼저 얘기하지 않는거라면, 묻는다고 해도 얘기해줄만한 일은 아닐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기에, 이번에도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학교에 도착하고, 늘 그렇듯 수업을 들었다.
평소보다 좀 더 피곤했지만, 그럭저럭 버틸 만 했다.
물론 생각이 다른 곳에 가있긴 하지만, 아무튼 수업중에 졸진 않았으니 딱히 크게 티나진 않았다.
세츠나 「아유무씨!」
아유무 「아, 세...」
아유무 「...」
세츠나 「...?」
아유무 「아, 아냐아냐, 왜 불렀어?」
세츠나 「아뇨. 딱히 이유는 없지만...」
아유무 「세츠나는 공부라거나 어떻게 하고있어?」
세츠나 「공부라... 그냥 집에서 부모님이 조언해주시는거에 맞춰서 하고 있어요.」
세츠나 「것보다 의외네요. 아유무씨가 공부에 대해 물어보신다니,」
아유무 「고등학생이라... 역시 시간이 모잘라구나 싶어서.」
세츠나 「같이 스터디라도 하실래요? 공부 효율이라면 분명 같이 공부하는게 더 나을거에요!」
아유무 「으응, 아냐. 연습이라던가, 그런 시간관리가 궁금해서.」
세츠나 「으음... 역시 그런가요, 저도 집에선 딱히 연습하진 않으니까요. 역시 아직 부모님 앞에선...」
아유무 「...」
아유무 「후우... 피곤하네...」
늦은 저녁, 집에 돌아와서 가방을 내려놓고 앉는다.
하루종일 어제 꾼 꿈에서 생각이 벗어나질 않는다.
자고 일어나면 좀 잊겠지, 라며 잘 준비를 한다.
꽤나 피곤한 하루였다.
별거 없는 하루가, 단순한 꿈 하나에 온통 꼬여버렸다.
내일은 다시 괜찮겠지, 하며 잠에 들었다
유우 「으으, 역시 아직 요리는 어려운가.」
유우 「예전 합숙때 아유무가 한 요리처럼 맛있는거 먹고싶다...」
- --
유우 「헤헤...」
유우 「아 맞아, 곡 써놓은거 있는데 들어볼래?」
유우 「응. 간만에 좀 좋은 곡이 떠올라서.」
유우 「역시 내 곡은 --가 불러줄때 제일 좋으니까」
...
유우 「응? 잘 안들렸어? ... 조금 부끄러운데..」
유우 「크흠, 세츠나가 불러주는게 제일 좋다구.」
유우 「그치?」
아유무 「---!」
어제와 이어지는 꿈.
역시나 기분 나쁜 꿈이기에, 일어나자마자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있을리도 없는 일인데.
그냥 꿈일 뿐인데.
기분 나쁜 불안함과 그걸 덮는 질투심에 표정이 일그러진다.
무언가 잠시 고민한 후, 핸드폰을 집어 든다.
라인을 켜고, 잠시 자판을 두드린다.
다행히도 깨어있는 듯 해서, 한글자 한글자 신중하게 써내려간다.
리나 - [그정도는 가능해.]
리나 - [아마 학교에서 갖다줄수 있을거야.]
리나 - [꿈을 바꾸는 정도라면 이미 짜둔 샘플도 있으니까.]
아유무 - [고마워 리나. 새벽에 미안, 이따가 아침에 봐.]
아유무 「후...」
다행히도-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복잡한 기계를 완성하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 그걸 신경쓸 겨를은 없다.
더이상 이런 꿈을 꾸고싶진 않다.
적어도 꿈에서 만큼은, 나만의 유우여야 한다.
더이상 다른 이의 유우로 남겨두고싶진 않다.
...
내꿈에서뿐만 아니라, 유우의 꿈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