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츠나 중심 시리어스.
분량은 4편 정도로 예상됨
수업이 끝난 후, 이제는 반이 달라진 아유무를 기다린 뒤 함께 동호회 부실로 걸음을 옮기는 유우.
음악과의 커리큘럼은, 2학년이 절반이나 지나고서야 음악과로 전과를 한 아무런 실적도 경험도 없는 유우를 편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유우는 가장 먼저 부실에서 오늘의 트레이닝 목록을 점검하며 모두를 기다리는 위치에서, 모두가 유우를 기다려주는 위치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날은 유우보다 먼저 오지 못한 부원이 있었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나봐. 세츠나도 은근히 덜렁댄다니깐..."
10명 중 단 한명만이 없음에도 부실이 굉장히 허전한 것은 그만큼 동호회의 결속력이 좋아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부실에 없는 사람이 성량계 스쿨아이돌 유우키 세츠나이기 때문일까.
"아유무와 유우도 왔으니 다같이 병문안이나 갈까?"
"카린 쨩, 9명이 한번에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앗, 그러고보니..."
"큰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오늘은 두세명 정도만 가서 근황만 보고 오자. 리허설 때문에 기껏 강당도 빌렸는데 말이야."
"그럼 제가 유우 선배랑 같이 갈께요! 히히, 선배와 데이트~"
"..."
"...아유무 쨩, 표정이 무섭다구?"
다들 세츠나를 걱정하는 모습이지만, 며칠 뒤면 금방 퇴원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믿으며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동호회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닥을 노려보고 있는 유우를 제외하고.
그런 기색을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역시 아유무였다.
"...유우 쨩?"
"..."
"...유우 쨩!"
"아, 응! 미안, 잠시 딴 생각 좀 하느라... 그럼 카스미 쨩과 같이 갈까?"
아유무가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서야 정신을 차린 유우.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카스미의 손을 잡고 나갈 채비를 하자, 아유무는 방금까지 유우의 이상했던 모습은 잊어버린 채 카스미를 보며 볼을 부풀릴 뿐이였다.
끼익- 달칵.
"세츠나 선배, 이대로 그런 퍼포먼스를 계속해도 괜찮은 걸까요..."
부실을 나오자 카스미는 유우와 단둘이 되는 것을 기대하는 방금의 모습이 마치 연기였던 듯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졌고, 유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선천적인 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세츠나 쨩의 의지가 강한걸."
"하지만 저희 중 가장 격한 안무라구요? 세츠나 선배가 계속 그런 걸 했다가는..."
"카스미."
"..."
세츠나가 체질적인 문제로 격한 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카스미와 유우가 안 건 약 한달 전.
트레이닝이 끝난 뒤 모두 돌아가고 셋만이 남아 동호회의 방향성을 얘기하던 중, 갑자기 다리의 고통을 호소하기에 데려간 병원에서 들은 세츠나의 상태를 아는 것은 카스미와 유우 뿐이였다.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힘찬 무대는 피해야겠지만, 이제 와서 갑자기 노선을 바꾼다면 동호회는 물론 세츠나를 바라보는 팬들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할 것.
"...저를 응원해주는 다른 사람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요."
세츠나는 카스미와 유우에게 당분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로 해줄 것을 부탁했고, 둘은 이를 충실히 지키고 있었다.
《 이번 정류장은 니시키노 병원, 니시키노 병원 앞입니다. 》
단순히 발을 헛디딘 것으로 이런 먼거리의 대형 병원에 입원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둘은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생각하는 바는 똑같았을 것이다.
"이런 먼 곳까지 오셔서 정말 고마워요. 다른 분들은?"
"오늘은 둘 뿐이야, 세츠나 쨩."
"그런가요..."
"세츠나 선배, 증상이 악화된 건가요?"
"아니에요,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그랬어요. 혹시 동호회 분들에게 저에 대해 얘기했나요...?"
"아니, 아직 우리 둘 빼고는 아무도 몰라."
"...고마워요."
세츠나가 회복하는 것은 이전과 같은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하지 않고 치료에 전념할 때나 가능한 것이었다.
나카가와 나나 라는 문진표의 이름만을 본 의사는 스쿨 아이돌로서의 유우키 세츠나를 알 리가 없으니, 격한 운동을 자제하라는 소견이 그녀에게 무슨 의미인지는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한달 전 증상을 발견할 당시에는 입원까지는 하지 않았었다.
지금 와서 입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카스미와 유우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카스미였다.
"동호회의 라이브, 역시 편성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여요."
"카스미 씨? 라이브까지 겨우 2주밖에 안 남았다구요?"
"세츠나 쨩, 무리하다가 증상이 악화되었다간 더 큰일인 건 맞아. 편성을 바꾸는 건 나도 동의해."
"그래도..."
"세츠나를 응원하는 팬들도, 무엇을 우선으로 할지는 의견이 일치할거야."
"..."
몇 달 동안이나 필사적으로 연습했는데, 자신 때문에 팬들에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유우와 카스미가 자신을 위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있는 세츠나였지만, 분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알았어요."
"세트리스트는 그대로 가도록 할께. 세츠나 쨩의 솔로곡의 안무와 단체곡의 분량 배분만 조금 줄인다면, 팬들도 아마 크게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 거야."
"이동식 무대에서 손을 흔드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거에요."
"고마워요. 두 분 다."
이틀 뒤 퇴원한 세츠나의 모습은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았기에, 카스미와 유우를 제외한 부원들은 세츠나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모두 각자의 솔로곡에 집중하느라 세츠나의 솔로곡의 안무가 바뀌는 것을 깨닫기는 힘들었고, 단체곡의 변화는 단순히 완치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핑계로 모두를 이해시켰던 것이다.
2주 뒤 라이브를 마치고, 뒤풀이를 하러 가는 중 세츠나의 다리가 갑자기 힘이 풀려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모두가 보기 전 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