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달 나온 신작게임 플포페스
그냥 5년된 아케페스 PS4 이식작이지만, 이미 다른 모든 게임이 요단강 건너버린 상황에서 할 게임이 이것밖에 없어서 재밌게 하고있었다.
근데 내가 겜을 잘 못해서 그런가
6키는 어떻게 아득바득 해보겠는데, 9키짜리 AC채보는 듀얼쇼크로 도저히 못하겠더라.
예전에 위처럼 스쿠페스 전용콘도 만든 적 있겠다, 그 경험 살려서 그냥 전용콘 하나 만들기로 했음. 원본 아케페스와 흡사하게
원본 기체 사진.
일본 가서 해본 물붕이들이라면 알겠지만, 9키 터치로 써먹는 모바게 스쿠페스의 특징을 아케이드에서 어느 정도 느끼게 하려는 구조로 돼있음
매립된 모니터 위에 투명 아크릴을 깐 뒤 여기다 버튼을 달아놓은 형태고, 이게 기체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
즉 이 부분만 신경써주면 나머지는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러면 일단 아케이드 버전의 기기 치수를 알아야 하는데,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봐도 데이터를 찾을 수가 없더라
그래서 그냥 아케이드 기계에서 쓰던 부품을 사서 쓰기로 했음.
마침 옥션에 아케페스 상판 매물이 있었고, 바로 낙찰받아서 한국으로 들여옴.
실물도 있겠다, 치수 재서 바로 케이스 도안 작성할 차례.
적당히 도면 설계해주고, 퓨전으로 옮겨서 조각도 한번 맞춰본다.
MDF 합판+멀바우 집성목+아크릴로 된 가구에 가까운 형태가 됨
수입해온 아크릴판 들고 을지로 가서 적당히 구멍을 뚫어준다
이왕 간 김에 바로 옆 삼덕사 들러서 쓸 버튼도 사고, 버튼 안에 레이저인쇄 된 투명시트지도 삽입해서 데코레이션도 해 준다
며칠 뒤 재단맡긴 목재랑 아크릴이 전부 도착했다
측면에 달릴 MDF에는 미리 디자인해서 인쇄해둔 시트지를 붙이고 그 위에 아크릴을 덮어서, 시트지가 상하지 않게 하면서 유리테이블 느낌도 조금 주게 했다.
원래는 다 만들고 나서 발라야 하지만, 아크릴이 외장재로 들어가기에 아크릴에 묻지 않게 하기 위해 미리 멀바우 집성목에 바니쉬를 세번 바르고 말려준다
이제 다 조립할 시간
1차적으로 뼈대 만든 모습. 옆면에 붙여놓은 테이프는 나중에 작업할때 위치 잡으려고 붙여놨음
밑판을 달아주고, 모니터 받침대로 쓸 각대를 안에 붙여준다
위치상 본드로밖에 지탱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못버틸 것 같아서 추가로 작업해줬음
아래에 가구용 발도 귀퉁이마다 달아주면 일단 케이스는 1차적으로 끝.
이제 버튼을 작업해야 한다. 사실 이게 가장 오래걸리는 작업이었음
일단 한번 버튼을 꽂아서 제대로 뚫렸나 테스트해봄.
근데 여기서 대참사가 벌어짐
구멍을 너무 크게 뚫어서 버튼이 고정이 안되더라
구멍이 살짝 큰 정도면 모르겠는데, 버튼이 아예 그냥 통과해버릴 정도니 장착 자체가 불가능했음.
그래서 3D프린터로 버튼이랑 아크릴이랑 연결해줄 소켓을 하나 뽑아서 달아줬다. 딱 맞게 만들어서 좀 뻑뻑하긴 했는데 아무튼 들어감
그 다음은 버튼에 납땜시간
이런거 만드는 경우에 터미널이랑 압착기 가지고 만드는 게 보편적이기는 한데, 그렇게 하면 터미널이 외부로 길게 보일 수 있어서 미관을 해치니까 아예 다 납땜해버리기로 결정함
한 네시간쯤 걸렸고, 저기에만 전선이 10미터 가량은 들어간 것 같음
LED 작동 테스트
잘 살펴보면 아크릴 왼쪽 위에 작게 LED ON/OFF 스위치가 달려있어서, 불도 켤지 끌지 선택할 수 있음.
이제 모니터를 달아줄 차례
집근처 고물상에서 LED 모니터 하나 들고와서, 앞, 뒤 쉘은 뜯어내고 모니터 패널과 메인보드만 적출해낸 뒤, 합판에 붙여줌.
이 합판은 위의 받침대용 각재에 붙여서 모니터를 고정해줄 용도임.
근데, 알고보니 모니터가 고장난 거였더라. 버려진 데에는 이유가 있음.
그래서 아예 2만원 주고 중고 모니터 하나 사서 달기로 함
전의 모니터와 똑같이 분해해서 패널이랑 메인보드만 꺼내고, 합판에 붙여서 케이스와 결합해준다.
그러면 대략 이런 모습
남은건 내부 배선이랑 이런저런 버튼이나 소켓 장착정도
예전에 스쿠페스용으로 쓰던 건 이 보드였는데, 얘는 PS3까지만 지원하고 PS4에서는 인식을 못 하더라
그래서 아예 PS4 호환되는 조이스틱 보드를 하나 사서 달았음.
사이즈 자체가 원체 큰데다 모니터 매립형이다 보니 굳이 블루투스로 할 이유도 없고, 작업 강도도 확실히 높다 보니 듀얼쇼크 보드 적출해서 납땜할 용기는 안 나더라
PS4 전원 , HDMI 사운드 추출, 버튼 LED 전원공급 등등 내부 배선도 해주고
이어폰 사용을 위한 3.5파이 단자와 스피커/이어폰 전환 버튼도 달아준 뒤, 뚜껑만 닫아주면 완성
완성샷.
예쁘게 잘 뽑힘.
다 만들었으면 이제 겜 한판 해봐야지
https://youtu.be/KZoExRdkgSs이건 플레이영상인데 겜은 잘 못하니 그냥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도만 봐주면 됨
의도한건 아니었는데, 노트 위치랑 버튼 위치가 우연히도 잘 맞아떨어져서 엄청 편하더라.
비용이나 노력이나 이것저것 많이 들어갔는데, 안될까봐 걱정한거랑은 달리 의도한 대로 잘 돌아가니 다행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