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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번역) 시오뽀무 「비 오고 둘은, 꽃에 머물다」
글쓴이
ㅇㅇ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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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017027
  • 2021-04-24 10: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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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雨ふりふたり、花宿り (원문 링크)

작가 코멘트: 다정하고 노력가인 시오리코가, 아주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의역 다수.

-------------------------------------------------------------------


투둑 투둑, 하며

 빗방울이 우산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아침부터 계속되고 있는 가느다란 빗줄기가 소리 없이 세상의 경계를 흐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계속 꿈 속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정신을 놓았다가는 팡,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은 불안한 꿈을 꾸고 있는 듯이, 어딘가 답답한 기분.

 비는, 조금 싫다.

 나는 우산 아래 서서, 발밑에서 젖어가는 수국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비가 오면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든다.

「예쁘네」

 아유무 씨는 우산을 든 채로 쪼그리고 앉아 말했다.

 우리들의 시선 끝에는 선명한 물 색의 수국이 넘쳐흐르듯 피어 있었다. 지금 있는 이곳은 넓은 공원으로, 곳곳에 녹지가 있다. 계절별로 꽃들이 피는데, 가끔 새로운 꽃들이 심어 지기도 한다. 봄에는 벚꽃이 흩날리는 것을 볼 수도 있고, 가을이 되면 단풍이나 은행나무가 물들어 한 쪽이 황금색이 된다고 한다. 본 적은 없지만, 전부 좀 전에 아유무 씨가 알려준 것들이다.

「그러네요」

 나도 그 곁에 쪼그리고 앉고선 대답한다. 아유무 씨는 무릎을 모으고 아무 말없이 수국을 응시하고 있다.

 평소라면 산책하는 사람으로 붐볐을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우리들 외엔 아무도 없다.

 보이는 것들은 젖은 관목들과, 작은 돌들이 박힌 산책길 뿐이었다. 너무나도 고요해서, 혹시 이 세상에 우리 말고는 사라져버린 게 아닐까, 하고 행복한 상상을 해버릴 것만 같다.

 앞으로도 계속 단 둘 뿐인게 아닐까, 그렇다면 좋겠는데, 하고.

「수국, 좋아하시나요?」

 내가 묻자, 아유무 씨는 진지한 얼굴로,

「응」

 하고 대답했다. 그게 왠지 재밌어서 웃어버릴 것 뻔한다.

 아유무 씨는 무슨 일에도 올곧았다. 나에게는 그러나, 그것이 가끔은 위태로워 보였다. 어느샌가 지켜주고 싶다, 곁에서 지탱해주고 싶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아유무 씨에게 연심을 품고 있었다.

 그런 건, 바보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아유무 씨 입장에서 나는 착하고 귀여운 후배 정도일 테니까. 이렇게 휴일에 함께 외출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오리코 쨩은?」

 아유무 씨는 그렇게 물어온다.

「저도, 좋아합니다」

「그렇구나」

 내가 대답하자 아유무 씨는 기쁜 듯 산뜻하게 웃음짓는다. 내 가슴은 그것 만으로 벅차오를 것만 같지만, 이 사람은 눈치채지 못한다.

 산책하러 가자.

 그렇게 나를 데리고 나온 것은 아유무 씨였다. 아침을 먹은 후, 방에 올라가 책을 읽고 있었더니, 책상 위에 내버려둔 채였던 스마트폰이 불현듯이 진동했다. 깜짝 놀라 화면을 보자, 메시지 어플에 그것이 떠 있었던 것이다. 시오리코 쨩, 오후부터 시간 있어?

 긴장해서 손을 떨고 있으니, 뿅, 하는 소리가 이어지고 동물이 하트를 끌어안고 있는 스탬프가 도착했다. 아유무 씨의 따뜻한 마음씨가 가득 담겨있는 듯한, 귀여운 스탬프.

 그것 만으로도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

「아, 달팽이」

 아유무 씨가 나직이 말했다.

「어디에 있나요」

「봐봐, 저기」

 그렇게 말하고선 수국 하나를 가리킨다. 그곳엔 더듬이를 바짝 세운 예쁜 달팽이가 한마리 있었다.

「귀엽네」

 아유무 씨는 그렇게 말하고 순진한 웃음을 짓는다. 그 옆얼굴을 보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죄여온다.

 ────귀여운 건, 당신이예요.

 나는 생각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진 않는다. 아유무 씨에겐 그 사람이 있다. 내 앞에서도 곧잘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그 쯤은 알고 있다.

 그 아이를 위해 쿠키를 구웠어, 라던가 그 아이 집에서 자고 왔어, 라던가. 그렇다, 처음부터 승산 같은 건 없었다.

 비는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듯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아유무 씨는」

「응?」

「아유무 씨는, 좋아하시나요?」

 무엇을, 을 빠뜨린 말이었다. 내뱉고 나서야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무얼 말하고 싶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게 되어버렸다.

 아유무 씨는 그런 한심한 나를 보고서, 그래도, 이윽고 눈웃음을 지으며 작게 웃었다.

「응. 좋아해」

 나의 시선을 전부 빼앗아 놓고서, 아유무 씨는 그렇게 말했다.

 목이 메어 온다.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착각하게 되어버릴 것만 같이 대하니, 정말로 너무하다, 고.

 그럼에도,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가슴 깊숙한 곳부터 저릿함이 달콤하게 퍼져 나가는 것은, 스스로는 멈출 수 없다. 서서히 물색의 수국에 물들어가는 빗방울처럼, 가슴 안쪽의 통증과도 닮은 달콤함이 어쩔 새도 없이 녹아내려 간다.

「저도, 좋아합니다」

 수국 위를 천천히 기어가는 달팽이를 바라보며 그렇게 속삭인다. 우산과 우산 사이의 아주 작은 공간이, 지금 우리의 거리감 그 자체였다.

 아유무 씨는 아무 말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옆얼굴에 시선이 모인 것을 느끼면서, 가슴에 남은 저릿함이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그저 가만히 있었다. 아유무 씨에게 받은 것은 무엇이든 잃고 싶지 않았다. 1초라도 더 길게, 이 가슴에 붙들어 두고 싶었다.

「있잖아, 시오리코 쨩」

 예고없이, 따뜻한 것이 뺨에 닿았다.

 놀라서 옆을 바라보자, 아유무 씨의 손이 나의 뺨에 대어져 있었다.

 숨이 멈춰버릴 것만 같다.

「만약, 만약인데 말야」

 갑자기 말을 가다듬는다. 그 눈이 어째서인지 흔들리고 있다.

「만약에, 내가 시오리코 쨩을 좋아해, 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할래?」

「네?」

 엉겁결에 바보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우산을 두드리는 작은 빗소리, 곁에선 고요히 젖어가는 수국, 뺨에 닿은 뜨거운 손가락.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뺨에 닿아 있는 그 손을 양손으로 감싸며, 나는 바보 같이 질문을 되돌렸다. 아유무 씨와 나의 우산은 어느샌가 하나로 겹쳐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손을 뻗어도 비에 젖지 않았다.

「잠깐, 눈, 감아 볼래」

 아유무 씨는 말했다. 세계가 두 개의 우산에 갇혀버려서, 시야도, 향기도, 어쩌면 시간 마저도, 아유무 씨로 채워져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시키는 대로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 짧디 짧은 1초 후. 정말 한순간.

 무언가 따뜻한 것이 뺨에 닿았다.

「에……?」

「자, 이제 가자?」

 아유무 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뺨에 닿아 있던 손을 스르륵 풀고선, 일어서서 그렇게 말했다. 나의 뺨에는 부드러운 열기와, 간신히 알아챌 수 있을 물기의 감촉이 남아있다.

「지금 건 」

 내가 어리둥절하게 올려다보자, 아유무 씨는 우산을 든 채로 입술에 둘째 손가락을 대고, 후훗, 하고 웃었다.

「비밀」

 아유무 씨는 그렇게 말하곤, 빙글 돌아 등을 보였다.

 그래도, 나는 그 사이 아유무 씨의 뺨이 살짝 붉어져 있던 것을 놓치지 않았다.

 가슴이 말로 표현 못할 따뜻함으로 가득 차오른다. 지금 당장 이 손에 들고 있는 우산을 내팽겨치고, 꼬옥 감싸안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유무 씨」

「왜애, 시오리코 쨩」

「……그건, 그런 건가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자신도 잘 몰랐다. 그런 나를 고개만 돌려 본 아유무 씨는 또 다시 재밌다는 듯이 웃는다.

「글쎄, 어떤 걸까」

 아유무 씨는 그렇게 말하고선, 다시 우산 속에 숨었다. 연한 핑크색의, 아유무 씨와 같은, 고운 색의 우산 속으로.

 투둑 투둑, 하며

 빗방울이 우산을 두들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뺨을 만져보면, 아직도 또렷하게 아유무 씨의 열기가 남아 있다. 그것은 달콤한 저릿함으로 바뀌고선 가슴 깊숙한 곳을 향해 비가 오듯 조금씩, 조금씩 번져 내려갔다. 

 달콤하고, 어질어질하게, 녹아버릴 것만 같은.

「아유무 씨」

「응」

 나는 숨을 가다듬는다.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이 마음을 제대로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 한 마디를 말하기 위해 계속, 지금까지 괴로워해왔으니까.

 이젠, 괜찮다. 아유무 씨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도 아유무 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무엇보다도 깊은, 세상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그 눈동자를.

 우산과 비. 우리들 사이엔 한 명 분의 틈새. 뺨에 남은 아유무 씨의 열기.

 나는 한 걸음 내딛고서, 간신히 입을 연다.


 그게, 저, 아유무 씨를───────


 젖어있는 수국 위로 달팽이가 기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마법 같은 네 글자가 비 속에서 피어났다.


aaab 선추 2021.04.24 10:23:59
キセキヒカル 2021.04.24 10: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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