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오리코「…」
유우「추운데 안에 있지. 감기 걸릴라」
시오리코「…」
유우「…오늘도?」
시오리코「…」끄덕
유우「…그래. 그럼 갈까」
닿은 손 넘어 느껴지는 온도가, 평소보다 조금 낮은 듯 느껴졌다.
그것이 날씨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2.
습하게 느껴지는 공기 사이, 간간이 새는 소리 외에 적막만이 도는
방 안.
평소보다 물기를 띈 눈가는 가까이 있음에도 나를 처다 보지 않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으로 흥분된 신경이 저린 기운을 뇌수로 전달해 몸은 들뜨지만, 마음은 달아오르지 않고.
기계적으로 익혀온 반복된 움직임을 계속할 뿐인 내게, 벌어진 입 사이로
보이는 덧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유우「ㅡㅡ~~~!」으득
순간 몸을 일으켰구나, 하는 둔한 인식을 이어 강렬한 아픔이 어깨를
관통하여 온 몸에 퍼진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겠다는, 가감 하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
이대로 살점이 뜯기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의 고통 사이, 오늘 처음으로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애정(愛情)은 없다.
3.
시오리코「…오늘, 아유무
씨가 울었어요」
유우「…」
시오리코「좋아하는데도, 말 할 수 없다면서. 유우 씨에게 말 할 수 없다면서…」
시오리코「오늘 절 붙잡고 울었어요, 아유무 씨가. 부실에서」
유우「그래…」
시오리코「…」
유우「…」
시오리코「저는 유우 씨가 싫습니다」
시오리코「아유무 씨의 마음을 전부 알면서도, 받아주지 않는 주제에」
시오리코「받아들일 수 없는 주제에 상대가 포기하지도 못하게 계속 곁에서 있는 유우 씨가, 저는 싫어요」
시오리코「이미 늦은 저로서는, 얼마나 노력하든 그 분의 마음에 들어가질
못할 텐데」
시오리코「…치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우「….」
유우「시오리코 쨩, 나도」
유우「시오리코 쨩을 싫어한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려나」
유우「나, 선배인데. 매니저인데」
유우「모두를 평등하게 응원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유우「그런데도 시오리코 쨩을 질투하고 미워하고 있어」
시오리코「유우 씨…」
유우「세츠나 쨩이, 나나 쨩이 좋아.
특별하게 되고 싶어」
유우「되고 싶지만… 이미 나나 쨩의 「좋아함」은 시오리코 쨩이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
유우「시오리코 쨩이 뭘 어떻게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
유우「한심하게도…」
4.
시오리코「설마, 저희가 이런 질척질척한 사랑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유우「그러게 말이야」하하
시오리코「저는 아유무 씨를 좋아하고, 아유무 씨는 유우 씨를」
유우「나는 나나 쨩을 좋아하는데도, 나나 쨩은 시오리코 쨩을 좋아해」
시오리코「끝이 없네요」
유우「끝이 없지」
시오리코「앞으로 몇 번의 밤이 지나면, 이 순환이 끝날까요」
유우「끝나지 않을 거야」
유우「이런 밤을 보내고서 돌아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유우「그때와는 달리, 더 이상 순수하게는」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