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8화에서 시즈쿠의 약한 면을 고찰한 게 진짜 마음에 들었음
같은 1학년인 리나는 대놓고 자신의 약한 면이 드러나있는 캐릭터고
카스미도 자기가 진짜 귀여운 건지 고민한다는 장면이 슼타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나왔음
근데 시즈쿠는 '자기만의 무대를 하고 싶다'에서 살짝 고민하려다가 '그때마다 새로 연기하지'로 얼렁뚱땅 넘어감
완벽한 캐릭터는 파고들 요소가 없어지니까 웬만하면 지양해야 하는데 슼타에서는 그걸 무시함
그렇다고 메인 스토리 시즌 1에서 제대로 분량을 받거나 고찰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시즌 2는 잠깐 발을 담가봤다가 아메노가 지 역량에 못미쳤는지 한장만에 다시 시즈카스로 롤백
진지하게 두세장 정도 썼으면 시즈쿠 스토리 괜찮았을 수도 있음
그래서인지 시즈쿠는 항상 뭔가에 종속되어서 나왔음
아나히로는 선배에 대한 마음을 숨기려고 연기하는 후배
오드리는 오드리 헵번을 연기하는 시즈쿠
2차창작도 다를 게 없어서, 연기를 통해 누군가에 대한 연심을 숨긴다던가 그런 전개밖에 안 나옴
스쿠페스 때부터 연극부라는 정체성이 워낙 확고하다 보니 나쁘게 말해서 연극 원툴이 되어버린 거임
그게 아니면 지금 슼타처럼 딱 시즈카스 부품
오시 입장에서는 되게 슬펐지
막상 내가 써보려 해도 그쪽밖에 안 나오는 게 더 슬펐음
그래서 나는 8화도 별로 기대 안했음
예고 보니까 또 연극이라서
또 새로운 역할을 연기하는 곡이겠구나 생각했지
스포짤 뜨니까 또 카스미네? 얼굴도 붉히고 있네?
그땐 시즈쿠 개인으로는 뭐가 못 나오는 건가 싶었음
근데 이게 웬걸 8화 시작하니까 시즈쿠가 약한 모습을 마구마구 보여주더라
미움받기 싫어서 평소에도 연기를 한다는 발상은 해본 적이 없었음
자기만의 연기를 하고 싶지만 미움받고 싶지 않기에 진정한 자신을 꺼낼 수 없고
그럴수록 자신을 더 숨기고 부끄러워하게 되고
시즈쿠의 캐릭터성을 아예 새롭게 해석해버린 거임
8화도 결국 시즈카스 쓰려고 나온거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메노같은 애들이 시즈카스를 위해 스토리를 쓴다면
8화는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친구가 카스미였던 거라서 나온 거임
카스미는 자기만의 에고가 확실하고, 같은 동호회 원년멤버고, 같은 1학년이니까
2화만 봐도 알 수 있는 게, 시즈쿠였다면 미움받을 거라고 생각해서 세츠나한테 아무 말도 못했을 거임
카스미는 거기서 말을 할 수 있는 친구고
카스미 말고도 리나가 8화에서 해주는 역할도 되게 좋았음
리나는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밀어주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시즈쿠를 가장 빨리 이해해준 친구임
자기도 이미 6화에서 자기혐오를 겪어봤으니까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 때는 누군가가 밀어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이것만 봐도 8화가 시즈카스 원툴이라는 얘기는 못하지
시즈코를 정말 좋아하니까
되게 단순한 한 마디지, 옛날 감성이기도 하고
세계의 전부가 너를 싫어해도 나만은 너를 좋아하겠다 같은
하지만 애니 시즈쿠한테는 그 대사가 필요했지
카스미한테 약한 자신을 보여줬음에도, 카스미는 그런 시즈쿠를 긍정하면서 그 대사를 말했음
그 한 마디로 시즈쿠는 진짜 자신을 꺼낼 수 있게 되었고
이젠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상쾌한 미소를 지음
솔리레인은 그냥 미쳤다고밖에 말을 못하겠음
연극의 내용은 이번 화의 주제를 요약해주고 있고
흑백이 섞인 의상은 시즈쿠가 더 이상 순백색의 '완벽한 아이'가 아니라는 걸 이야기 해주고
조명에 비치는 그림자는 시즈쿠 내면의 여러 모습을 나타내고
그 그림자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모든 그림자가 진짜 시즈쿠의 모습이었다는 걸 보여주고
바닥에 내려놓은 양산과 하늘로 날아가는 새를 보여줌으로써,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않겠다는 것을 나타내고
공연 끝나고 신문부와의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가식 없는 미소
그리고 마지막 대사 '진정한 저를 봐 주세요'
8화는 여타 팬서비스를 떼어 놓고 봐도
시즈쿠 오시한테는 정말 곱씹을수록 참맛이 배어나오는
종합선물세트같은 느낌이었음
5시 반에 쓰던 게 왜 6시 가까이 되어서 끝나나
그냥 쓰고 싶어서 쓰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네
세줄요약
1. 8화는 좋은 부분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2. 다나카 진 그는 신인가?
3. 아메노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