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쿠의 팔이 허공을 찬찬히 훑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스쿨아이돌 연습의 성과를 증명하듯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아주 세련되고 기품있는 동작이었다.
“아아, 당신은 왜 저만을 바라봐주지 않는걸까요”
시즈쿠는 물망초 같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역시, 제가 부족한걸까요?”
두 손을 가슴 앞에 가지런히 모았다.
“제가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는건 이것 뿐...”
시즈쿠는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며 날 바라봤다. 가지런히 모여있던 두 손엔 어느새 소품용 칼이 들려있었고 칼날은 시즈쿠의 몸 쪽을 향한채 서서히 팔을 뻗고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은 시즈쿠를 멈춰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새 시즈쿠를 향해 달려가고있었다.
“꺄악!”
다행히 시즈쿠가 칼날을 몸으로 꽂으려는 순간 시즈쿠의 조그만한 몸을 껴안았고 칼날이 내 등에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 선배”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칼은 소품용 칼이어서 칼날이 몸통에 들어갈 수 있게 되있는 구조였다.
“역시 선배는 누구라도 도와주고 구해주시는군요..”
난 재빨리 정신차리고 허겁지겁 일어나려했지만 시즈쿠가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정녕, 저만을 바라봐주시고 저만을 구해주시는 왕자님이 되어주실 수 없는건가요..?”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혹시, 제게 늘 보여주셨던 슬픈 눈을 하고 계신건가요..? 제 앞에선 웃어주실 순 없는건가요..?”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 전 안되는걸까요..?”
난, 정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시즈쿠 저 의상 입혀놓고 어두운 무대 앞에 세워 놓으니까 이런게 생각나서 글 조금 써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