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번역/창작 [유우세츠SS] 최초의 연심, 최후의 사랑
- 글쓴이
- 中川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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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979629
- 2021-03-28 09: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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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츠나쨩. 우리 헤어질까」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먼저, 날카로운 언어의 칼날이 가슴을 후벼팠다.
눈앞의 유우 씨는 평소와 무엇하나 다르지 않았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상냥하고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유우 씨가 말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냉담하고 잔혹한 선고가, 내 가슴을 깊게 깊게 파먹어갔다.
「......유우, 씨...?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가급적 냉정하게 있으려 했는데도, 목소리가 떨리고 말았다.
동요하는 마음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유우 씨가 한 말의 진심을 확인한다.
「난 말야. 스쿨아이돌이 좋아」
「그건...알고 있어요」
「그럼, 이유도 알겠네」
「...모르겠어요」
유우 씨가 하아, 하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만으로도 온몸이 쓸려나가버릴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지금의 나의 정신상태는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그치만 세츠나쨩, 더 이상 스쿨아이돌이 아니잖아」
당연하지만 스쿨아이돌로서 활동할 수 있는 건 학생 시절 뿐.
길지 않은 시간 속에서 온힘으로 반짝이는 것이 스쿨아이돌만의 특징.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우 씨도 그 매력에 빠진 사람 중 하나였다.
그리고 고교를 졸업한 지금, 나는 스쿨아이돌 유우키 세츠나도 누구도 아닌, 나카가와 나나라는 한 명의 여자아이로 돌아갔다.
유우 씨는 그걸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말씀대로, 지금의 저는 스쿨아이돌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유우 씨의 연인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구요...? 」
「그 연인 관계를 오늘로 끝내자는 거야」
「어째서...인가요」
「스쿨아이돌이 아닌 세츠나쨩은, 더 이상 좋아하지 않으니까」
무엇 하나 거리낄 것도 없다는 듯이, 담담히 자아내는 말들.
정말 너무할 정도로 제멋대로인 이유다.
그런 이유로 헤어지자고 해도, "네 알겠습니다" 하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 역시 쉽사리 받아들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싫어요...! 저는 절대로 헤어질 수 없어요 !」
「하─아아. 세츠나쨩도 진짜 질척질척하네 ? 그래도 있잖아. 아무리 세츠나쨩이 싫다고 매달려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거든」
오늘 두 번째의 한숨.
아까보다도 짜증이 한껏 묻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유우 씨는 나를 골치아픈 여자라고 생각하는게 틀림없었다.
그래도 나는 자신의 마음을 맞부딪혀 갔다.
「갑자기 그런 소릴 하셔도, 바로 납득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
「그래도 납득해주지 않으면 곤란한데」
「그러니까......!」
「왜냐면 나 이미, 다른 스쿨아이돌이랑 사귀고 있으니까─」
「네...?」
내 반박을 중간에 끊고 들어온 말에, 귀를 의심하지 않고는 도저히 있을 수 없었다.
아까부터 내 가슴속을 용서없이 쑤셔가는 언어의 칼날들.
일방적인 폭력 앞에서, 끊어져버릴 것 같은 의식을 어떻게든 간신히 붙잡았다.
「그럴수가...거짓말, 이죠...?」
「진짜야. 그니까 이걸로 우리는 끝. 바이바이」
그 말을 끝으로 흔들흔들 작별인사를 한 유우 씨는 등을 돌려, 나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떠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제대로 대화를 마친 것도 아닌데.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듣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잔뜩 있는데.
떠나가는 그 뒷모습이, 마치 내겐 더 이상 볼일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무섭도록 차갑게 보였다.
「기, 기다려주세요...! 유우 씨 ! 가지 마...! 」
곧바로 유우 씨의 뒤를 쫓으려 했다.
그랬는데, 어째선지 다리가 마치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아까부터 쏟아지던 언어의 칼날에, 온몸이 갈가리 찢겨져나간 것처럼.
내가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에 유우 씨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간다.
떠나가는 뒷모습을 향해 필사적으로 외쳤다.
라이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마음을 외칠 때보다도, 더욱 더 커다란 목소리로 계속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도, 아무리 외쳐도 사랑하는 사람은 돌아봐주지 않아서.
「유우 씨...! 유우 씨...! 유우 ㅆ...─────」
「으, 읏 ! ! !」
순간,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켜세웠다.
거칠게 흐트러진 호흡과 식은땀에 흠뻑 젖은 온몸.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마구잡이로 문질러닦고 주변을 돌아봤다.
옅게 깔린 어둠 속에서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래, 여긴 내 방이다.
익숙한 풍경과 지금의 상황에서, 방금 전까지 꿈을 보고 있었다는 걸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었다.
꿈치고는 표정도 공기도 목소리도, 모든게 소름끼치게 현실적이었지만.
마치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 아닌가 착각해버릴 정도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과 터질 것 같은 고동이 아직도 가라앉질 않는다.
꿈은 바램을 비추는 거울, 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지만 그런 건 순 거짓말이야.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악몽 탓으로 탈진한 몸에 따스한 무언가가 닿았다.
「으응─..., 세츠나쨩...?」
이어서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닿는다.
곁에서 잠들어있던 유우 씨의 목소리였다.
유우 씨가 집에 묵으러 올 때엔, 항상 침대에서 같이 자기로 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침대 옆에 유우 씨의 이불을 깔았었지만.
유우 씨가 매번 침대에서 빠져나와 나의 침대 속으로 파고들기에, 결국 이런 형태로 자게 되었다.
한 침대에서 같이 나란히 자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신경이 곤두서서 잠들지 못하는 적도 많았지만.
결국 세상 무슨 일도 반복하면 익숙해지는 것, 행복을 만끽하며 평소처럼 잘 수 있게 되었다.
오늘도, 유우 씨의 따스함에 감싸여 행복한 기분으로 잠들었던 것을 기억해낸다.
바로 옆에서 자던 사람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면 잠에서 깨어나는 것도 당연하겠지.
아무래도 그녀의 기분좋은 숙면도 내가 악몽을 본 탓에 끝나버린 모양이었다.
유우 씨는 느릿느릿 일어나 앉아, 잠에 취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깨우고 말았군요」
「으응, 괜찮아─」
옅은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는 헤실헤실한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 덕에 긴장했던 마음이 간신히 안정을 되찾았다.
「세츠나쨩」
부드러운 미소를 보인 것도 잠시, 유우 씨는 곧 진지한 표정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왜 그러세요 ?」
불안을 드러내지 않도록, 가급적 평정심을 가장하여 대답한다.
「무슨 일 있었어 ?」
「어째서, 인가요 ?」
「왠지 굉장히 괴로워하는 얼굴이라서」
잠에서 막 깨어났다고는 믿기지 않는 예리한 지적.
악몽을 꾼 후의 내 얼굴이, 심하게 망가져 있는 것 정도는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거짓말」
「거짓말 아니에요」
「그럼, 왜 울고 있는거야」
「에...」
유우 씨의 말과 동시에 느껴지는, 뺨을 흐르는 눈물의 감촉.
아무래도, 자신도 모르는 새에 울고 있었던 것 같았다.
말해주기 전에 눈치채지 못했던 건, 악몽 때문에 마음속이 초조함이나 절망감으로 가득했던 탓일까.
아무튼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인 이상, 거짓말로 어물쩡 무마하는 건 통하지 않을 것이 뻔했기에, 나는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랬구나. 꿈 속의 나, 진짜 쓰레기였네」
악몽의 내용을 들은 유우 씨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너무 충격적인 꿈이어서, 저도 모르는 새에 울고 있었던 것 같네요...그 탓에 유우 씨에게 걱정도 끼치고, 정말 죄송해요...!」
「아니아니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 ? 나쁜 건 꿈속의 나니까 !」
미안해하는 나를 조금이라도 달래주려는 듯, 유우 씨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대답해주었다.
이런 무심한 듯한 상냥함도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
그 마음씨에 항상 응석부리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실제로 유우 씨는 스쿨아이돌을 좋아하시죠」
「뭐어, 그렇지」
「저를 좋아하게 된 계기도, 제가 스쿨아이돌이어서였던 거죠」
「...그건, 확실히 부정할 수는 없겠네」
유우 씨가 스쿨아이돌에 빠져있는 건 부정할 여지없는 사실이다.
나를 좋아하게 된 계기 역시, 내가 스쿨아이돌이었던 게 커다란 요인 중 하나.
「봐요 ! 역시 제가 아니어도 스쿨아이돌이면 누구든 상관없었단 거잖아요 !」
「그건 좀 비약이 심한게 아닐까 ! ?」
내가 생각해도 귀찮은 여자의 부담스러운 대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도 유우 씨와 스쿨아이돌은 떼어놓을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생겨나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어서.
「그치만, 불안한걸요」
「불안해할 필요 전혀 없어」
「스쿨아이돌이 아니게 된 저는 유우 씨에게 아무 가치도 없는게 아닐까, 하고」
「절대로, 그렇지 않아」
상냥하고 온화한 말투의 대답.
그럼에도 나는 마음속의 불안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말고도 매력적인 스쿨아이돌은 잔뜩 있는데다, 언젠가 다른 누군가를 더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닌지. 그런 불안이 사라지질 않아서...!」
아까의 그 악몽처럼.
아무 미련도 없는 것처럼, 더없이 간단하게 버려지는 건 아닐까.
사실은 항상 마음속 어딘가에 그런 생각이 움츠리고 있었다.
유우 씨가 좋아하게 된 유우키 세츠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나카가와 나나라는 한 명의 여자아이만이 남았을 때, 과연 유우 씨는 나를 변함없이 사랑해줄까.
어쩌면 나에게서 떠나가버리는 건 아닐까.
그런 마음속 깊은 곳에 스며든 불안이나 초조함이, 악몽을 꾸게 한 것이 틀림없었다.
「세츠나쨩. 나, 어지간해선 다른 사람에게 화내지 않는데, 지금 좀 화가 나려고 하고 있어」
「유우 씨...?」
아까까지 상냥하게 대답했던 유우 씨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내가 세츠나쨩과 사귀고 있는 게 스쿨아이돌이라서라는 이유 하나 뿐, 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
「아뇻, 그런 건...., 읏, 죄송해요, 그런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하아─...」
악몽에서 본 것과 같은 한숨에 어깨가 조금 움찔 떨렸다.
「읏...!」
하지만 악몽과 달리, 유우 씨는 곧바로 나를 끌어안아 주었다.
「나는 세츠나쨩, ...으으응. 나나쨩을 좋아해. 사랑하고 있어. 스쿨아이돌이라던가 그런 거 상관없어. 나카가와 나나라는 한 명의 여자아이를 사랑하고 있어」
끌어안은 팔에 힘이 실렸다.
나를 결코 놓아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와도 같이.
「확실히, 좋아하는 스쿨아이돌은 많이 있어. 그치만, 사랑하고 있는 건 나나쨩 한 명 뿐이니까. 나나쨩이 스쿨아이돌이 아니어도 그것만큼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유우 씨....」
「그걸, 믿어주지 않으면 나도 슬프고 화도 난단 말야」
「우읏..., 응석만 부려서 정말로 죄송해요...」
「응. 괜찮아. 그래도, 나나쨩을 향한 내 마음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믿어줬으면 좋겠어」
「알았어요...! 저도, 유우 씨를, 영원히 사랑해요 !」
유우 씨의 말에 다시 눈물이 넘쳐흘렀다.
단지, 아까와는 다른, 기쁨과 행복에서 오는 눈물이.
내가 다시 울음을 터뜨리자 유우 씨는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곤란한 듯이 웃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정말─, 나나쨩은 울보네」
「이건 유우 씨가 울린 거라구요」
「그럼, 책임지지 않으면 안되겠네」
유우 씨는 대답과 함께, 뺨을 흐르는 눈물 자국에 살며시, 입맞춤을 반복했다.
정말로 상냥하고,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입맞춤을.
이렇게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의심하다니, 정말로 바보같은 짓을 해버렸다고, 자기혐오에 빠질 것 같았다.
그런 어두운 감정마저도, 유우 씨의 미소 덕에 순식간에 녹아서 사라져간다.
「저...걱정 잔뜩 끼치게 해놓고 이러는 것도 좀 그렇지만, 하나만 더 부탁을 들어주셔도 될까요...?」
「응, 뭐든 말해. 어떤 부탁이든 얘기해주면 좋겠어」
「웃지 말고 들어주세요 ?」
「뜬금없이 다쟈레를 친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괜찮아,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 다쟈레 같은 거 안해요 !」
「타하하─」
긴장감 없는 주고받기에 그만 할 말을 잊어버릴 뻔 했다.
전하고 싶었던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긴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쉼과 동시에 고백의 문장을 전했다.
「앞으로도 제 곁에 계속 있어주세요, 저만을 평생 사랑해주세요 !」
「뭐야 그런 거였어~. 안심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으니까」
한없이 진지하게 고백하고 있는 이쪽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헤실헤실 미소지으며 웃는 유우 씨.
이 부드러운 미소도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워서 좋아하지만요.
「물론 저도, 평생 유우 씨만 사랑하겠다고 약속할게요」
「그거 왠지 프로포즈 같은걸 ?」
「아...그러고 보면 확실히 그렇네요. 역시 그, 제 사랑은 좀 부담되나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일은 결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만큼 유우 씨에게 정신없이 반해있으니까.
"정말 좋아해"로는 턱없이 모자라서, "사랑해"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쩌면 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거운 사랑은, 유우 씨에겐 부담이 될지도 몰라.
그런 불안함도 작게나마 있었지만.
「으으응 ! 나도 똑같으니까, 기뻐」
거짓 한 점 없는 미소와 함께 돌아온 대답에, 내 마음 속의 불안은 더없이 간단히 날아가버렸다.
행복으로 가득해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단 하나의 분명한 사실은, 이 사람이야말로, 나의 최초의 연심이자 최후의 사랑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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