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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 침묵의 정원 (3) (完)
글쓴이
Saku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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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979538
  • 2021-03-28 08:08:39
 




(3)


8월이 되었다. 여름방학 동안 나는 꽤 많은 시간들을 시즈쿠와 함께했고, 그 시간들 중 대부분은 저택 내부에 속해 있었다. 단지 8월이 지나치게 더웠기 때문이다. 마치 정원의 나무와 꽃들을 모두 태워 죽여야만 성이 풀린다는 듯이, 작열하는 태양은 그 과도한 열기를 아낌없이 대지에 선사하고 있었다.


그녀는 방학 중 저택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와 감상, 그리고 연기에만 쏟았으며, 이따금 오다이바 쪽으로 가는 경우는 연극부의 연습이나 동호회의 연습을 위한 때뿐이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그녀는 질리지도 않는 것인지 대부분의 시간을 어떠한 문학작품이나 고전 영화를 감상하는데 몰두하였다. 나는 시간이 적었기에 만약 그녀가 그것과 관련된 감상을 이야기하고자 하면 전적으로 과거의 기억에 의존하여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나는 상당히 단편적인 감상에 그칠 뿐이어서,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였다.


대신에 우리는 그녀의 부모님이 계시지 않을 때 종종 어떤 놀이를 하고는 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아가씨, 혹시 뭔가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신가요?”


“잠깐 어깨를 주물러 줬으면 좋겠어, 카나타.”


“어떠신가요?”


“좀 더 목 부분을. 아. 그래, 좋아.”


나는 그녀가 사둔 18세기 유럽의 하녀를 연상시키는 어떤 유니폼을 입고, 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더 우아하고 고풍스럽게 차려입고 역할극을 하였다. 나는 이런 종류의 연기는 이상하게도 그다지 어색함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임할 수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이 저택에서의 원래 역할과 실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름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불쾌감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연기이기는 했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이름으로 불리는 것에 일종의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언젠가는 연기를 하지 않을 때에도 자신을 이름으로만 불러줬으면, 하고 생각했다.


“아, 맞다. 카나타. 조금 있다가 친구가 오기로 했어.”


“혹시 동호회의...”


“하던 대로 해.”


감각이 곤두서고, 오싹거리는 느낌이 자신의 등줄기로부터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서 나는 ‘들켜 버린다’ 라고 머리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게 과연 누군가가 보아도 되는 행위일까? 비록 연기라고 하더라도, 시즈쿠가 연장자를 일종의 하녀 취급하고, 연장자가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오히려 이 행위는 발각당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발각당하여 비정상적이라고 판단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이 행위가 가져다주는 끈적한 희열에 사로잡혀 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완전한 포획은 나의 마음을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천천히 깎아나가리라. 이 행위의 어떤 참가자도 그런 의도는 없겠지만, 분명히 느낄 수 없는 곳에서 그러한 부식이 발생하리란 것은 자명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 유니폼을 그대로 입은 채로, 얼마 뒤 대문 앞의 벨이 울리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왜 하필이면 그런 옷차림이어야만 했을까? 흰 치마와 소매는 나풀거렸고, 흑과 백은 그녀에게 있어서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의문과 당황을 얼굴에 남김없이 드러낸 채로, 미후네 시오리코는 꼿꼿하게 서 있었다. 그 표정을 제외하면, 지금의 상황은 아가씨의 격에 맞는 적절한 손님을 맞이하는 하녀의 행위를 충분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들어오세요.”


자신이 어째서 그녀 앞에서조차 연기를 이어나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시즈쿠의 앞을 제외하고는 연기를 하지 않아도 그녀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알려둘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명석한 회장답게, 지금의 상황을 금세 이해하고는 문을 넘었다.


정원을 가로질러 나는 그녀를 거실로 안내했다. 시즈쿠는 아까 전의 복장 그대로 거실의 테이블에 앉아있었고, 시오리코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표했다. 그리고 시오리코가 테이블에 앉음으로써, 연극의 무대는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카나타, 커피 좀 두 잔 내려줄래? 아, 시오리코씨는 차를 더 좋아했나?”


“저도 커피로 부탁드립니다.”


나는 말 하나하나에 간지러운 느낌을 받으며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내렸다. 에스프레소를 두 잔 만들고, 얼음을 넣은 두 잔에 부은 다음 찬물을 넣었다. 그러면서도 귀는 두 사람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었는데, 연극부의 2학기 연극에 대한 문제를 상의하고 있는 듯 했다.


잔을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 그녀들 사이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그녀들, 특히 시오리코의 행위를 관찰했다. 나는 그녀가 자신의 존재와 행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해 주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런 건 생각할 시간도 없다는 듯이, 연극부에 할당될 수 있는 예산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자신은 어째서 자신의 상황이 들킨다고 표현될만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단지 친한 후배가 부유했기에 그녀의 집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녀 개인의 흥미로 인해 이런 연기를 하고 있다고 하면 엄청나게 이상할 것은 없다고 보았다. 그러니까 누군가로부터 의문을 받고 싶어할 필요는 없었지만, 나의 마음은 너무나도 끈적하게 엉켜 있었다.


“시즈쿠씨, 어째서 카나타씨가 저러고 계신건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6월부터 우리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어. 시오리코씨도 그때쯤에 듣지 않았어? 카나타가 아르바이트를 잘렸다고.”


“제가 묻고 싶은 건 그게 아닙니다. 어째서 그런 태도로 카나타씨를 대하고 계신건가요? 아무리 고용주와 고용자의 관계에 있다고 해도, 저는 그게 올바른 태도라고 보지 않습니다.”


“시오리코씨, 이건 말이야. 그냥 연극의 일종에 불과해. 개인적인 흥미이긴 하지만 카나타도 즐기고 있고. 그렇지? 카나타.”


나는 대답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자신의 균열을 남김 없이 드러냈다. 그리고는 시오리코의 표정이 굳어지고, 시즈쿠의 표정이 그보다 더한 정도로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자신의 행위에 뒤따르는 감정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단지 자신이 깨닫고 있지 못했을 뿐이었다. 시오리코의 말을 통해 나는 그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인식하였다. 시즈쿠와 나는 말 그대로의 고용주와 고용자의 관계에 있었다. 연기라는 가면으로 행위를 포장해봤자, 그것은 본질적으로는 고용주에게 주문받은 행위이다. 그리고 그 고용의 관계는 연기가 아닌 실제 세계의 존재였다.


만약 자신이 어떠한 금전적 관계도 그녀와 맺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의 연기는 아무런 암시 없이 단지 연기 그 자체로써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존하는 관계는, 연기라는 의미를 박탈하고 현실적인 의미를 부여하였다. 지금의 연기는 현실의 관계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현실의 연장은 적어도 사회의 일반 통념상으로는 부적절한 상황을 표출하고 있었다.


자신은 애초에 일 같은 건 할 필요조차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을 수도 있었다. 장학금을 따기 위해 밤을 새며 공부할 필요도 없고,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순수하게 쫓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자신에게도 주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후배에게서 연기를 가장하여 이름으로만 불리며 온갖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그러한 상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여태까지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카나타씨, 연기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상관 없어요. 본인이 즐겁지 않은 연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러니까 편하신 대로 해주세요.”


대답할 수 없었는데, 그것은 어떠한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는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다. 단지 나는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인지 알지 못했다. 자신의 취급에 대해 약간의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그녀와의 연기가 가져다주는 묘한 희열에 빠져들어 있었다. 그러한 모순을 깨뜨리기에는, 어느 한 쪽에 더 가중치를 두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한 조금의 실마리조차 떠올려 내지 못했다.


나는 도피했다. 열기가 가득 찬 정원으로 나가, 나무 밑에 앉아 더위에도 메마르지 않은 연못을 바라보았다. 연못의 수면은 나무 그늘이 진 자신의 모습을 유려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나는 매끈한 돌맹이 하나를 들어 연못 위에 던졌다. 수면은 파문을 그리며, 형상화된 나의 모습을 처참하게 일그러트렸다...


자신은 조금 더 솔직해져야만 했다. 확실한 것은, 그녀와의 관계에서는 조금이나마 욕심을 부리고 싶다는 감정이다. 그녀가 설령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무릅쓸 만큼이나 이 미묘한 관계에 빠져있었다.


그렇지만 연인이 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의 연인이 된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에 있어서 그것이 일종의 걸림돌로서의 역할을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관계가 되어버리면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을 것이고, 그런 상황은 자신의 미래의 가능성을 큰 폭으로 제한할 것이다. 아직 졸업 후에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는 정해두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길들을 열어두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의 관계의 깊이를 제한한다고 해서 어떠한 색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을까? 나는 하루카의 존재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적어도 그녀가 졸업하고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그녀의 곁에서 힘이 되어 주어야 했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하루카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이런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다. 수 많은 이야기들을 해왔지만 미래의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서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자신이 의도했을지도 몰랐다.


자신이 이곳에 나온 후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비록 그늘 밑에 있었지만, 태양의 열기는 그늘 밑까지도 남김없이 퍼져나감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 열기는 자신의 온 몸을 감싸는 복장과 합세하여 피부로 하여금 무수한 물들을 방출할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오리코가 문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자신이 정원 한쪽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인지, 혹은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그대로 정원을 가로질러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시즈쿠와 자신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는 좀처럼 추측할 수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몸을 식혔다. 거실에는 아까 자신이 대접했던 잔들이 텅 빈 채로 놓여있을 뿐,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시즈쿠는 자신의 방에 있었다. 창가에 서 있던 것으로 보아 자신이 나무 그늘에 있다가 들어온 것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미안해요, 카나타씨. 그냥 평소처럼 할 걸 그랬어요. 괜히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어요. 시오리코씨는 제 생각보다 더 딱딱한 분이셨네요.”


“괜찮아. 별로 신경 안쓰니까.”


동호회의 다른 맴버가 시오리코를 대신하여 왔다고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들이라면 대부분, 단순히 연극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 적당한 흥미를 보이고는 자신을 포함한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순식간에 표면 내의 맥락을 파악하고는 자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것을 알도록 도와주었다. 설령 그것이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녀의 그런 행위에 대해 나는 감사하고 있었다. 관계의 내면을 알아차림으로써 자신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마침내 조금의 실마리만이라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의 시즈쿠와의 관계에 대하여, 너무나도 쉽게 그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연기, 계속 해주실 거에요? 이건 카나타씨가 선택해 주세요. 만약 계속 하신다고 하면 저는 앞으로는 더 진심을 다해 연기할 거고, 하지 않으신다고 하면 더는 말하지 않을게요.”


“그만하자.”


그녀의 동공은 조금 확장됐고, 입은 어중간하게 벌어졌다가 이내 침묵만을 내뱉고는 그녀의 내면 속으로 사라졌다.




*




어디선가 들리는 자그마한 새의 울음소리가 신선한 감각을 불러 일으켰다. 선선한 바람이 기분을 살짝 들뜨게 했고, 정원의 나무들은 그 바람에 자신을 내맡기고 상쾌한 소리로 정원을 가득 채워갔다. 카디건 아래로 시원한 공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8월부터 10월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말하자면 나와 시즈쿠는 친한 선후배 이상의, 그러나 확실한 연인 미만의 관계를 만들어 나갔다. 그러는 편이 적어도 나에게는 편했고, 시즈쿠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서로를 필요 이상으로 구속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기댈 수 있는, 그런 관계면 충분했다.


시즈쿠는 적당히 자신에게 기대왔고, 나는 그것에 부응함으로써 조용한 만족감을 얻었다. 마치 또 하나의 여동생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넘처 흐르는 기쁨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는 엄연히 자신의 여동생이 아니었고, 그런 관계는 필연적으로 여동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질척한 감정을 만들어 내었다. 나는 그 감정을 오직 자신의 내면에만 묶어 두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만 그 감정을 언제까지나 썩혀둘 수는 없는 것이었다. 때가 늦기 전에, 어떠한 방향으로든 다른 형태로 바꾸어 나가야만 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자신의 진로에 대한 구체화를 느리지만 착실히 진행하기 시작했다. 우선 하루카에게 내가 졸업하고서 집을 떠나도 되는지, 금전적으로 도움은 줄 수 있지만 자주 만날 수는 없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만약 언니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떠나는 것이 맞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나는 그녀가 매달릴 때의 대답을 미리 염두 했었는데. 그녀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자그마한 동생으로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존재임을 그 대답으로 깨달았다.


그늘진 얼굴은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선선한 바람을 받고, 아마도 좋아하는 사람의 무릎에 누워서 무방비하고도 순수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람이 곱게 손질된 머리를 은근슬쩍 흐트러트렸다. 나는 그것을 다듬어 주기 위해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 넘겼고, 별들은 그러한 자그마한 행위에도 반응하여 자신의 광채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었다.


그녀는 아직 자신만의 따스한 내면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듯, 맑은 눈동자를 눈꺼풀로 감추어가며 자신의 세계와 그녀의 세계의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리고는 세계를 부드럽게 이어 보았다.


나는 그 순간, 자신의 세계가 이 자그마한 정원만으로 순식간에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그곳에는 두 형태의 부드러운 따뜻함이 살고 있었고, 그 밖에는 아직도 푸르른 나무가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하여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고 느꼈다. 어떠한 소리도, 바람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이곳은 완벽한 침묵을 의도치 않게 그려내고 있었고, 나는 그러한 침묵을 도저히 견더낼 수가 없었다.


이 아름다운 순간에 균열을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그녀였다. 그녀는 곧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차리고는, 가면을 쓰는 것도 잊어버린 채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니, 가면을 쓰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턴가 자신의 앞에서는 연기를 하지 않았고, 아마도 본 모습일 변덕스러우면서도 적당히 장난기 있는, 아이 같은 모습으로 항상 자신을 마주해왔다.


나는 잠깐 주저하다가 곧 그녀를 뒤따라 들어갔다. 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순간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대로 사라지게 둘 수는 없었다. 나는 다시금 그 순간의 의미를 되새김으로써 순간의 재생산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그것이 설령 이 관계에 균열을 일으킬지라도 그 순간이 이대로 사라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 엎드려 베개 안에 얼굴을 파뭍고 있었다. 내가 인기척을 내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그마한 얼굴을 들어 올렸다. 얼굴에는 그 순간의 열기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듯, 분홍빛이 부드럽게 칠해져 있었다. 똑바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그녀는 마치 사과하는 듯한 모습으로 침대 위에 앉았다.


그 순간의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이미 부서지기 시작한 그 자그마한 세계의 파편만이라도 어떻게든 주워 모아서 다시금 그 모양만이라도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녀가 만들어 냈던 방식대로, 자신의 행위가 무척 서투르단 것을 느끼며 그 자그마한 세계의 재생산을 시도하였다.


그 순간은 이미 완전히 파괴되었고, 그와 똑같은 세계를 다시금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몇 번이고 그 행위를 반복 했지만 그때의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감각은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불안정한 자세로 상기되어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았다. 자신에게는 그러한 열기가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연기가 대상의 본질을 온전히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애처로운 행위의 복제는 그 순간의 느낌을 조금도 담아내지 못하였다.


그러한 몇 번의 시도로 나는 어째서 자신의 행위에는 별다른 감각을 불러 일으키는 느낌이 없는지 깨달았다. 자신의 행위에는 자연스러움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결여되어 있었다. 그녀의 행위는 전적으로 자연스러움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것은 순간적으로 세계를 만들어 낼 정도의 힘이 있었다. 마치 세계가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처럼. 그렇지만 자신의 행위는 지극히 인위적이었고, 욕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한 행위가 자연스러움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모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느꼈던 그 감각을 지금, 끊임없이 느껴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얇은 겉옷들 중 하나를 벗고 자신의 카디건을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천천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눈빛은 애처로울 정도로 촉촉했으며, 자그마한 손짓들은 이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견딜 수 없을 것만 같다고 말하는 듯 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은 이미 완전히 조각나 버린 상태였고, 그녀의 감정과 비교했을 때 절망적일 정도의 격차가 벌어져 있었다.


그녀의 팔을 내팽개친다는, 그런 하나의 동작만으로 나는 그녀의 감정을 자신과 같은, 어쩌면 더 낮은 곳까지 한 순간에 끌어내렸다.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그런 날것의 표정을 보았다. 나는 강한 혐오감이 끓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물론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감정의 평가였다. 나는 한 순간의 잘못된 행동으로 그녀가 느꼈을 세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파괴한 것이다.


침묵은 그 자체로 끔찍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불러 일으켰다. 정원의 세계에서의 침묵이 아름다웠다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으로, 지금의 시간은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웠다. 나는 순간적인 감정의 변화를 그녀에게 설명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한 감각은 언어로 표현되는 순간 끝없이 구차하고 지저분해질 뿐이었다.


자신이 잔인하게 끌어내린 그녀의 감정이, 다시금 다른 형태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분홍빛 얼굴은 어느새 완전히 붉은 기운을 표현해내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의미 없는 허공을 응시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음에 틀림 없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흘러 넘쳐버릴 가득한 그 감정의 잔을, 그녀는 떨리는 몸으로 가까스로 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잔에서 물이 조금 흘러버렸을 때, 그녀는 완전히 잔을 내팽개침으로써 우리들의 몸을 그 감정으로 완전히 스며들게 하였다.


나는 무미건조한 마음에 약간의 사과하는 마음을 담아서 끌어 안았다. 그녀가 자신의 품을 마치 불결한 것과 접한 것처럼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자, 나는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더욱 더 강하게 그녀를 끌어 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몸짓을 멈추고, 완전히 자신에게 몸을 내맡김으로써 강한 고동을 전하기 시작했다.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자연스러움에서 우러나온 감정이 자신에게도 나타났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눈물은 나지 않았다. 단지 그럴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감정은 풍부했지만 흘러 넘치도록 할 수는 없었다.


해는 어느샌가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붉게 물들어서, 눈부신 광채를 방 안에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자신의 품에서 훌쩍이는 그녀로부터 고개를 돌려, 홀린 듯이 빛을 마주하고는 자신의 내면에서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한 존재를 뚜렷하게 바라보았다.



*



나는 그날 이후로 저택에서의 일을 그만두었다. 그녀의 모친에게는 1월의 시험 준비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해두었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는 당연히 말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었고, 자신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금방 무뎌져 버릴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애초에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 먹은 이상, 이곳에서 내면이 맞닿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가능한 한 피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아무런 미련 없이 뻗어나갈 수 있었다. 자신 스스로 그 관계를 끊어내기 보다는, 애초에 그 관계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덜 고통스러웠다.


그렇기에 나는 그때의 그녀의 손짓을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구차한 변명이지만, 그때의 서로의 감정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설령 내가 어쩔 수 없이 행위를 받아들였다고 해도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더 바람직할지도 몰랐다.


나는 관서 쪽의 국립대학을 가게 되었다. 성적은 도쿄 내에서도 꽤 괜찮은 대학을 들어갈 수 있었지만, 나는 가능한 한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싶었다. 만약 계속 도쿄에 머무른다면, 지금의 관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더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것은 내가 저택에서의 생활로 얻게 된 관념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어째선가 저택을 다시금 찾아가고 싶다는 강한 충동과 마주했다. 그 충동은 마치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라도 하는 마냥 자주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졸업식에서, 시즈쿠는 어느 때와 같은 친근한 후배의 연기를 통해 자신의 졸업을 축하했다. 애초에 저택에서 일을 하던 때에도 밖에서는 적당한 선후배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나는 관계가 점차 희미해져 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나는 관서의 하숙집으로 떠나기 하루 전인 3월 28일,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 끊어내야만 할 관계였지만, 그와 동시에 끊어내고 싶지 않았다. 먼 곳에서의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이 어떻게 변해가고 어떤 식으로 내가 바뀌어 갈지는 조금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있기 전에, 나에게 유일무이한 감정을 느끼게 해줬던 사람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만나두고 싶었다. 조금 더 자신의 내면의 깊은 곳까지 완전히 확인해 두어야만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넓은 길 양쪽에 심어진 나무들에 벚꽃들이 듬성듬성 피어있었다. 얼마 뒤에 완전히 벚꽃들이 만개하면 그녀와 함께 보고 싶다는, 그런 불가능한 이야기를 나는 어째선가 머리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내가 그녀와 함께 꽃놀이를 가는 날이 언젠가 찾아올까? 자신이 그려보았던 흐릿한 풍경화는 어느새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져 어떠한 자그마한 흔적조차 남겨두지 않았다.


나는 어느새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벨을 누를까 하다가, 가지고 있던 열쇠를 쓰기로 결정했다. 도망가듯 일을 그만두던 순간 까먹고 가지고 나와버렸던 것인데, 시즈쿠로부터 돌려달라는 말을 듣지 않았기에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다시금 이 저택에 찾아오고 싶어할 것을 예상하고 나에게 돌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은걸까. 그녀라면 충분히 그랬을 것만 같았다.


정원의 나무들에는 자그마한 이파리들이 돋아나 있어서, 그 아래 서 있는 그녀에게는 어떠한 그늘도 만들어주지 못하였다. 그녀는 맑은 얼굴로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햇빛은 그녀의 얼굴에 완벽하게 스며들어, 따스한 기운을 자신을 충분히 적셔줄 정도로 넉넉히 내어주었다.


그녀의 표정은 조금 놀란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행복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완벽한 침묵을 자신의 발걸음으로 조금씩 깨우기 시작했다. 서로의 내면 세계가 아직 불안정한 상태에 있음을, 그녀는 표정으로, 나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증명해왔다.


나와 그녀 사이에 놓인 자그마한 거리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일종의 환상적인 거리처럼 느껴졌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함부로 다가서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가까스로 태어난 지금의 순간은 너무나도 연약해서, 조금이라도 힘을 잘못 주면 완전히 조각나 우아하지만 의미를 상실한 수정의 파편들로 정원을 망가트릴 것이다.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제 떠나시는 건가요.”


“완전히 떠나 버린다거나, 그런건 아니야. 시즈쿠쨩이 보고 싶어하면 방학 중에는 충분히 만나 줄 수 있어.”


“부르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을지도요. 저는, 언제든지 카나타씨에 대한 마음을 내려 놓을 준비가 되어있어요. 그러니까 카나타씨도 미리 준비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말의 정확한 의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음을 내려 놓을 준비가 되어있다? 어쩔 수 없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그렇게 하고 싶다는 의도마저 풍겨왔다.


“그러니까, 언제든지 다른 사람에게로 이 마음을 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에요. 단순히 만나지 못하는데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 괴로우니까, 라는 평범한 이유는 아니에요. 제가 연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해주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저는 아무런 주저 없이 그 사람을 사랑할 거에요.”


“이것만은 듣고 가고 싶어. 시즈쿠가 앞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든 내가 상관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그 부분은 더 말하지 않을게. 대신에 이건 나를 위해서 대답해줘. 시즈쿠는, 코노에 카나타의 어떤 부분이 그토록 마음에 들었던 거야?”


자신은 분명히 말했지만, 그 말은 허공으로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고 바로 소실되어버려 그녀에게 닿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용기를 내서 한 말을 그녀는 이미 이전부터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꾸밈없는 미소의 형태가 자신에게 알 수 없는 비애가 되어 천천히 스며들어 왔다. 나는 그 진실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있지 않았다. 어떤 것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히 각오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정말로 알고 싶으세요? 차라리 알지 못하고 떠나시는 게 더 좋을지도 몰라요.”


“말해줘.”


그 어느 때와 같이 자신의 사고가 정지되고, 오직 감각만이 남는 순간이 찾아왔다. 나는 미약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부드럽게 내려앉은 입술 위에서의 자그마한 접촉을. 지금의 순간은 어째서인지, 과거의 그 순간보다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너무나도 짧게, 안타까움만을 남기고 스쳐 지나가 버렸다. 하염없이 맑은 눈동자만이 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거에요. 저도 어떻게든 말로 설명하고 싶었지만, 이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나는 깊은 침묵을 그녀에게 요구했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침묵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짙은 어둠 속에서, 침묵으로 어떻게든 내면 깊숙한 곳의 빛으로 도달하고 말겠다는 노력을 반복했다. 그것이 가능할 리가 없는데도, 너무나도 애처로운 그 행위를 끝도 없이...





静(しず)かな

장편 쓰다가 막힌 참에 갤에서 카나타가 시즈쿠 집에서 일하는 만화 보고 충동적으로 쓰기 시작한거라 그런지 마지막이 좀 애매한 감이 있긴 하네.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지는 전적으로 상상에 맡길게. 어디까지나 열린 결말이니까.



센터는시즈쿠 새벽에 읽고 후기남김 2021.03.28 08:33:58
Sakulight 2021.03.28 08: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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