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번역/창작 [SS] 침묵의 정원 (2)
글쓴이
Sakulight
추천
10
댓글
0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979537
  • 2021-03-28 08:06:19
 




(2)


그 주의 토요일 오전 8시에, 나는 시즈쿠에게서 받은 여분의 열쇠로 대문을 염으로써 그날의 일과를 시작했다. 햇살에게 내리쬐어지고 있지만, 아직 살짝 선선한 기운이 남아있는 잔디 위에서 오필리아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말 동안은 하루 자고서 일요일 저녁에 나가기로 되어 었었다. 거대한 저택을 일주일에 한 번 청소하기 위해서는 주말만이 넉넉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을 끝마치고 남아도는 시간은, 자연스레 시즈쿠와 함께하게 되었다.


나는 주말 동안에 하루카를 챙겨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숨기기란 불가능했다. 나는 내가 일하는 곳이 친한 후배의 집이라는 것과, 구체적인 환경과 보수 등을 차분히 알려 주었다. 하루카는 그런 사유에도 아쉬워하면서도, 언니가 좋은 조건에서 일하게 된 것을 기뻐하는 듯한 눈치였다. 내가 없는 동안의 식사나 집안일은 그녀 스스로의 힘으로써 해보겠다고 하였고, 나는 순수하게 칭찬해 주었다.


정원을 가로질러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복도와 거실을 지나 도착한 부엌에서, 시즈쿠는 혼자만의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주말이어도 성실하게 일어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 카나타씨. 아침은 드셨나요?”


“미안해. 내가 좀 더 일찍 도착해서 아침을 새로 해뒀어야 하는 건데.”


“주말이어도 조금 이른 아침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져 버리네요. 전철의 시간을 생각하면 그때까지 카나타씨에게 와달라고 하는 것도 무리고요. 괜찮다면 같이 드시지 않을래요?”


마주 앉아 먹기 시작했더니, 그녀는 어느샌가 식사를 끝마치고는 자리를 먼저 뜰 수 없다는 듯이 냉장고에서 시원한 차를 꺼내 따르고 다시 식탁 위에 앉았다. 그리고는 식사 중인 나를, 봐두어야 한다는 듯이 차를 마시다가도 이따금 씩 힐끗거렸다. 자신의 모습이 그녀에게 어떠한 감상을 불러일으켰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별로 나쁜 느낌은 아닐 것만 같았다.


“부엌 정리와 청소까지 끝마치시고 나면 잠깐 공부를 도와주실래요? 카나타씨는 성적으로 장학금까지 받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가르치는 일은 자주 동생에게 해주던 일이었기에 나는 긍정을 표했다. 부엌을 정리하고는 곧바로 청소를 시작하였는데, 자신의 예상보다 좀 더 힘이 드는 일이었다. 단순히, 이 저택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기나긴 복도와 드넓은 거실과 부엌은 끈기를 요구해왔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까, 적당히 해둔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히 1층의 사용하지 않는 방들은 청소를 요구받지 않았다.


시즈쿠의 방을 들어갔더니, 그녀는 그늘진 방 안에서 책상 위를 비추는 태양 빛에 의지하여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째서 불을 켜두지 않았을까? 충분히 투과된 햇빛은 방 안의 여러 가지 사물들을 비스듬하게 비추어서, 부드러우면서도 흐릿한 그림자들을 그려내고 있었다. 평화로우면서도 느긋한 분위기가 방 안에 맴돌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는 한 것인지, 하던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녀가 무언가에 열중하는 집중력이 좋다는 것은 그녀의 평소의 행동, 예를 들면 동호회의 단순한 육체적 연습 시간의 모습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방에는 의자가 하나밖에 없었기에 2층의 남은 방, 즉 자신을 위해서 새로이 마련된 공간에서 나는 의자를 끌고 와서 그녀의 옆에 비스듬히 앉았다.

이제야 그녀는 나를 인지한 것인지, 자신을 향해 어떤 수학 문제의 한 부분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정확히 그 문제의 풀이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나에게 구체적으로 말해주었다. 그러면 나는 간단하게 그녀가 막혀있는 부분에 대한 시야를 제공해 줄 수 있었고, 시즈쿠는 그것에 따라 빠른 페이스로 그녀의 계획상의 부분을 완료했다.


나는 그러한 부분에서 그녀가 매우 세심하면서도 은근한 배려가 있다고 느꼈다. 보통 자신이 공부를 가르쳐 주는 경우는, 상대가 동급생이든 후배이든 간에 대충 모르겠어요, 하고 둘러대서 처음부터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항상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세밀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습관은 그녀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주위 사람들을 약간이나마 편하게 만들어왔다.


그 후에는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시즈쿠는 방에서 연극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주말에도 쉴 틈 없이 노력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만약 내가 이 집에서 살아왔다면 주말에는 어느 정도 느슨해졌을 것이다. 그녀에게 이 특이한 장소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단지 오래 살아왔으니까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마땅히 할 일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그녀가 대본을 들고 허공에 팔을 뻗으며 연기 연습을 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나는 문득 그녀의 어머니가 자신을 고용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이 했던 집안일들은, 자신보다 더 능숙한 사람이 더 적은 급료를 받고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단지 그녀는 시즈쿠에게 나라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느꼈음에 틀림 없었다.


시즈쿠는 이 커다란 저택에서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녀의 지나칠 정도로 세밀하고 예민한 감수성은 고독감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두 분 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고, 애완견은 사람만큼의 의미를 가져다 주지는 못하였다. 이 집에서 나의 존재는, 단순히 가정부를 넘어 시즈쿠와의 친분이 있는 동료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시즈쿠도 아마 그것을 원하고 어머니에게 미리 자신에 대해 말해두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방을 가득 채우는 소리, 그녀의 열연에 자신의 정신은 내면에서 외부를 향했다. 가냘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망설임 없는 뜨거운 외침... 어떻게 섬세하고 차분해 보이는 소녀가 저런 거침없는 뜨거움을 표현해낼 수 있는 걸까. 그녀에게 그러한 뜨거움을 보여주는 일은 별다른 어려움이 아닌 것만 같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외부와 뜨겁게 타오르는 내부의 아주 잠깐의 전환이었다.


“무대에서 볼 때도 대단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연습하는 걸 직접 보니까 시즈쿠쨩이 더욱 더 멋있게 보여.”


“감사합니다. 괜찮다면 카나타씨가 연습을 도와주시지 않을래요?”


“괜찮을까, 나 연기 같은 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일단 시도 정도는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자신에게 대본을 건냈다. ‘맥베스’ 라는 제목이 얼핏 보였다. 시즈쿠는 이내 목을 잠깐 가다듬고 그 대본 속의 대사를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미 자신의 대사는 대부분 다 외워 두었으리라.


“내일과 또 내일과 그리고 또 내일은 이렇게 옹졸한 걸음으로 하루, 하루, 기록된 시간의 최후까지 기어가고, 우리 모든 지난날은 죽음을 향한 길을 밝혀주었다.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버리는 것.”


나는 그 다음에 ‘사자 등장.’ 이라고 적혀있는 문장을 보았고, 그 밑에 적힌 문장을 분명히 이해하였지만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자비로우신 폐하...”


대사는 어느새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 더는 내 입에서 나오지 못했다. 단지 자신의 연기에 너무나도 어색함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자격이 결여되어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얼핏 들으면 가냘파 보이는 목소리와 아담한 체형에서 이 작은 공간을 넘어서서 거대한 무대마저도 가득 채울, 그러한 뜨거운 열기를 강렬하게 내뿜고 있었다. 나는 그러한 열정이랑은 거리가 있는 사람이기에, 그것을 마주치면 마치 자그마한 종이 조각 마냥 금방 재가 되어 어떠한 의미도 가지지 못했다.


“미안, 공부는 도와줄 수 있어도 연기는 못하겠어.”


“공부와는 꽤 다른 영역의 사용을 필요로 하는 거니까요. 저도 처음에는 엄청 더듬거리지 않았을까요? 너무 오래전이라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요.”


그녀가 대사를 머뭇거리는 상황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어째서인지 초등학생 때의 그녀라면 충분히 그럴 것만 같았다. 나는 자그마해진 시즈쿠가, 가느다란 손으로 어떤 연극의 대본을 이따금 더듬거리며 읽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무심코 미소를 지어버렸는데, 시즈쿠는 이러한 자신의 상상을 알기는 하는 것인지 미묘한 표정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어느샌가 붉은 기운을 스며들게 하여, 그녀로 하여금 그 붉은 빛에 홀리듯이 창가 앞에 서 있게 하였다. 기다란 음지가 하나 생겨났다. 그 순간은 하나의 귀중한 그림 한 점처럼, 자신에게 침묵으로써 깊이 감상할 것을 요구해왔다. 나는 단지 그녀의 뒷모습에서 풍기는 어떠한 분위기로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카나타씨니까 말하는 건데요, 카나타씨는 제가 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세요?”


“단지 그게 재밌고 재능이 있다는 이유 이상으로, 훌륭한 배우라는 꿈이 있으니까?”


“그런 이유도 있긴 하지만, 저는 연기를 통해서 저의 성격을 바꾸고 싶어요.”


“나는, 시즈쿠쨩의 성격 좋다고 생각하는데.”


“남에게 보여지는 것들의 상당수는 연기일 뿐이에요. 저, 그다지 상냥하거나 친절하지 않다고요? 만약 제가 어디서나 연기를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카나타씨가 이곳에 오는 일은 절대로 없었을 거에요.”


자신은 이미 어떤 분기점을 넘어 있었다. 자신도 알아채지 못한 사이에, 나는 이미 내 발로 그곳을 지나가 있었다.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가면의 존재라는, 그녀의 비밀을 공유받았다.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말에 대해서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판단을 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나는 조금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그 말을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그 의미를 점점 더 파악할 수 없게 되었다. 일상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본질은 상냥함과는 거리가 멀다... 가까스로 떠오른 상념은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이나마 무의식적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연기와 자기 자신의 본질과의 격차가 너무나도 크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의식해서 연기해낸 사회의 이상적인 인간상의 모습이 그녀 자신의 내면과는 너무나도 맞닿지 못했음에 틀림 없었다.


그렇지만 그 비밀을 보여주는 상대는 왜 자신이어야만 했을까? 당연히 누구에게도 그녀에 대한 사실을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 비밀을 들은 사람이 다른 누군가였어도 그것을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상황은 유사했다. 만약 다른 사람의 약점으로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카스미여도, 절대로 다른 누군가에게 이것을 밝히지는 않을 것이다.


문득, 나는 시즈쿠가 카스미의 장난에 적당히 불평하고 넘어가는 모습이나 동호회의 회의에서 의견이 충돌했을 때의 차분했던 그녀의 대응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시간에서의 그녀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행위를 상상해 보았다. 그녀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과 행동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니다. 자신의 상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의 환영을 내가 먼저 그녀에게 덮어씌울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일종의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서 선택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더라도, 선택받은 이상 나는 그녀를 긍정적으로 대하도록 마땅히 노력해야만 했다.


“그럼 어째서 나한테 그걸 알려주는 건데?”


순간 그녀의 몸은 약간 비틀리면서, 자신을 조금 틀어진 각도로 마주해왔다. 그러한 움직임에 따라 바닥에 깔린 음지의 형태도 바뀌었다. 그리고 그 그늘은 그녀의 얼굴에도 스며들어, 싸늘한 형상을 우아한 얼굴 위에 살포시 겹쳐 두었다.


“어째선지 카나타씨한테는 말하고 싶었어요.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그것뿐이에요.”


마치 더 이상의 질문은 허락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그녀는 방을 나갔고, 나는 주인 없는 방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볼 수 없었다. 이것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합당한 이유를 스스로 찾아서 붙여두는 것이, 앞으로 이어질 이곳에서의 생활을 위해 필요했다.


자신의 막연한 추측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연기할 ‘필요’를 코노에 카나타라는 사람 앞에서는 느끼지 못한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이 계속해서 연기를 보여줄 사람에게 자신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진실을 알려줄 이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무언가가 그녀로부터 연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였음에 틀림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어떠한 성질인지는, 자신조차 파악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해있었다.


밑으로 내려가 보니, 그녀는 거실의 의자에 앉아서 옆 의자에 올라가 있는 오필리아를 쓰다듬으며, 남은 한 손으로는 책을 읽고 있었다. 슬슬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먹을 것이냐고 물어보니 건조하게 “네” 라는 대답을 받았다. 그런 것을 이야기했다고 해서 별다른 어색함을 느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무언가가 대체 어떠한 방식으로 그녀의 비밀을 허락하게 만들었을까? 나는 그녀를 특별히 친절하게 대하고자 했던 적은 없었다. 아마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했을 무언가가 그녀에게는 자신의 비밀을 허락해도 된다고 느끼게 해주었음에 틀림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에게는 물어볼 수 없는 이유였다. 마치 스스로 깨달아라,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저녁을 먹고 나는 그녀와 함께 오필리아를 산책시키기로 했다. 이 주변의 길은 단순히 주택가로 이어지는 데도, 산책하기 좋은 거리를 표방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무가 잦은 빈도로 존재했고, 도쿄에 비해 사람의 수나 길 자체가 쾌적했기 때문이다. 공기는 조금 축축하면서도 서늘함이 깃들어 있어서, 폐에 약간의 신선한 느낌을 불어넣어 주었다.


우리는 어떠한 대화라고 할 것 없이 30분 좀 넘게 이 주변을 걸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침묵이 어째선가 답답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원래 저택에서 그녀와 함께 있을 때도 침묵하고 있을 때가 더 많기는 했지만,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나니 침묵은 마치 할 말을 고민하기 위해 존재하기 시작한 상태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오필리아는 그러한 나의 마음을 모르는 것인지, 조금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목줄을 잡고 있는 시즈쿠와 나는 덩달아 같이 뜀걸음이 되었다. 진한 풀내음이 불어오는 바람에 섞여 있었다. 머리카락이 흔들리면서 흘리는 어떠한 향기는 풀냄새와 섞여서 유일무이한 향수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거대한 들판이 딸린 공원이 있었다. 탁 트여서 공기도 조금 더 맑아진 것만 같았다. 나무가 크게 둘러싼 그 들판을 오필리아는 이리저리 아무런 걱정 없이 뛰놀고 있었고, 우리들은 그 모습을 나무 아래에서 잠자고 지켜보고 있었다.


“내일 보려던 연극이 있는데요, 괜찮으시다면 같이 가시지 않을래요? 만약 별로 흥미가 없으시면 안가셔도 상관은 없어요.”


그것은 마치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 것 같으면서도, 단순히 외로움을 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비록 연극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그것을 보러 가는 그녀에게는 분명한 흥미가 있었다. 나는 그녀의 내면을 샅샅이 파해쳐 버리고 싶은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필연적으로 불러올지도 모르는 결과에 대한 일말의 걱정도 없이, 너무나도 순수하게 그러한 욕망을 맛보고 있었다. 내가 이러한 종류의 흥미를 느낀 것은 자신의 얼마 되지 않는 여태까지의 일생에서 지금이 처음임에 틀림없었다.


“가자, 같이.”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다. 그렇지만 눈동자는 늦저녁의 기운을 머금어, 속이 비칠 정도로 맑은 눈동자 안에 차가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얼굴 위에 드리워진 나무 그늘이 한층 더 깊어져 갔다. 나는 그녀가 지금 가면을 쓰고 있는지, 아니면 완전한 맨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언젠가 그녀가 눈빛 또한 웃는 모습을, 가면의 흔적은 조금도 남기지 않은 채 아무런 꾸밈 없이 보여준다면 그것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형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그녀는 다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도 정해진 일들을 끝마친 후에 그녀의 책상 뒤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서 공부를 위해 챙겨왔던 것들을 꺼냈다. 그녀는 이번에는 자신에게 어떠한 질문도 해오지 않았다. 단지 노란 불빛 아래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나는 그 모습이 지금은 어째서인지 주변 사물들과의 괴리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밤이 깊어감에도 불구하고 정신은 완전히 깨어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각성 상태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정신을 혼탁하게 만들기도 했다. 명확한 사고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문제가 아니라 시즈쿠에 대한 쪽으로 차츰차츰 그 거리를 좁혀가고 있었다. 마치 봐두어야만 한다는 것처럼 그녀를 힐끗거렸는데, 그녀에게서 어떠한 행위의 징조도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시선을 책상 위에 고정한 채로, 나에게 목욕물을 받아달라고 부탁하였다. 이 방은 내부에 목욕실이 붙어 있었다. 방이든 복도든 전부 넓직한 이 저택에서도, 방에 붙어 있는 목욕실만큼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커다란 창문이 해가 내리쬐는 방향으로 있어서 낮에 목욕을 한다면 꽤 좋은 분위기를 선사해 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밤이니까, 커튼을 쳐서 닫아둔 상태였다.


내가 목욕물을 다 받아 두었다고 알리자, 그녀는 책상 위의 불을 끄고 옷가지들을 챙긴 후에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곧 나는 옷이 살결에 스치면서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일상의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무척이나 감각적이고 섬세한 소리처럼 느껴졌다. 무언가가 물에 잠기는 소리가 났다.


나도 곧 잠에 들 준비를 해야만 했다. 1층에 내려가서 무언가 정리해 두지 못한 것이 있나 살피고, 자신을 위해 따로 마련된 방에 가서 이부자리를 점검했다. 그리고 시즈쿠가 무언가 더 시킬 것이 있겠거니 하고 그녀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하늘색의 잠옷을 입고, 욕실 앞에 화장대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나는 줄곧 하루카에게 해주는 것처럼, 드라이기를 뺏어 들어 대신 머리를 말려 주었다. 그녀는 누군가가 머리를 말려 주는 것이 어색한지, 손을 잠깐 멈칫 했다가 시선을 몇 번 돌리곤 했다.


“이제 자려고?”


“네. 그런데 카나타씨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괜찮다면 같이 주무시지 않을래요?”


“내가 만약 같이 자주지 않으면?” 나는 조금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면 평소와 다름 없이 전 외로울 거라고요? 농담은 아니에요.”


그녀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떠한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감정의 순간적인 표출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그 짧은 순간은 너무나도 풍부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드넓은 저택에 혼자 있음으로써 생긴 어떠한 공백이 그녀에게 분명한 영향을 끼쳐왔음을, 나는 그 한순간의 떨림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공백을 채워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나에게 그 공백을 채우는 일은 어째서인지 의무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그것은 강제적이라기보다는, 자발적인 행위로써 존재했다.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인식시킴으로써 나는 그녀가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느끼기를 바랐다. 그것이 본질적인 내면의 충족과는 거리가 있을지라도, 나에게는 마땅히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상념만이 어느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욕실 안은 샴푸의 향인지, 아니면 그녀 자체의 향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냄새로 가득해서, 마치 향수에 빠진 것만 같은 기분으로 샤워를 마쳤다. 방 안의 불은 이미 완전히 꺼져 있었다. 짙은 어둠 속에 희미하게 비쳐 들어온 달빛은 어째선가 관능적인 형상을 자신에게 힐끗 보여주었다. 눈이 아직 어둠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녀가 천장을 바라보고 똑바로 누워 있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비밀스러운 행위를 저지르는 것마냥 조심스럽게 옆으로 파고들었다. 침대의 크기는 비록 원래는 그녀 혼자 쓰는 것임에도 충분해서 자리가 좁다거나 몸이 너무 밀착했다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선명한 정신은 아직도 그대로 유지되어서, 어둠에 익숙해지는 시각과 함께 자신의 후각과 피부는 점점 더 민감한 상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몸을 돌리는 소리가 나서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다. 그것은 분명히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고 있는 별을 마침내 발견해 낸 기분이었다. 나는 무미건조하게 ‘아름답다’ 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는데, 오히려 무미건조하기에 그것이 강렬한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어떠한 겉치레도 없이 순수하게 부각시켰다.


나는 그 별을 소유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소유해서는 안되고 소유할 수도 없는 존재에 대한 소유권을, 행동으로나마 수줍게 주장하고는 곧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해버리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걸지도 몰랐다. 자신의 가면의 존재를 고백함으로써, 그녀는 비밀을 소유할 권리를 나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한 비밀과 비교하였을 때, 육체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의 비밀을 품고 있었고, 나에게 그것은 암묵적으로 이미 허락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녀의 어둠 속의 시선을 분명하게 느끼면서, 애지중지하는 마음으로 손을 뻗어 따스한 존재에 닿았다. 그러자 그녀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자신의 팔 사이로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뻗어 넣었다. 자신의 예민해진 감각들은, 그녀의 몸이 전해주는 어떠한 자그마한 감각조차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듯이 그것에 완전한 집중을 보내고 있었다. 생명력이 느껴지는 따스한 체온, 표현할 수 없는 감미로운 향기, 그리고 자그마한 숨소리까지.


나는 호흡을 인식했다. 그것을 하고 있다는 인식조차도 없었던 자연스러운 호흡은, 이와 같은 침묵을 요구하는 순간에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 존재를 드러내었다. 나는 그녀가 자신의 동요를 알아챌 수 없도록, 조심스럽게 코만을 사용하여 아주 작게 호흡하였다.


그녀는 나의 흔들림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알지만 모르는 척 해주는 것인지, 별들을 감추어 두고는 완전한 침묵의 상태에 빠져 들어갔다. 나는 감각들을 좀처럼 진정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확실히 잠들고 나서야 서서히 몸의 감각들이 둔해지는 것을 가까스로 느낄 수 있었다. 시야가 흐려졌을 때에는 자그마한 숨소리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어떠한 기나긴 소리에 놀라듯이 잠을 깼다. 습기가 지나치게 가득 찬듯한, 그러한 찝찝함이 대기에 흘러 자신의 피부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수 많은 물방울들이 붙어 있는 창문 너머에는 잿빛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시즈쿠는 언제 일어난 것인지, 이불을 파해친 흔적만을 남겨둔 채 사라져 있었다.


비가 어느 정도 내리는지 정확히 가늠하기 위해 창문 앞에 섰다. 그다지 외출을 하고 싶지는 않아지는 정도의 세기로, 잿빛 구름은 무수한 빗줄기들을 끝도 없이 내뿜으며 대지를 굉음으로 덮어가고 있었다. 정원의 나무들은 그 물방울들을 자신의 수 많은 잎사귀들로 받아내며 생명력을 더해갔다. 그리고 정원에는, 시즈쿠가 있었다.


나는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순간 파악하지 못했다. 그녀는 하나의 정지되어 있는 형상으로서 원래 정원에 있던 동상처럼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색 옷을 짙은 바다색으로 물들여가며, 그녀는 한 손만을 눈 높이에 뻗어둔 채로 비에 자신의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떠한 신성한 행위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불길한 기운을 드러내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는 것도, 우산을 챙기는 것도 잊어버린 채 그녀의 축축한 손을 잡고 이끌어 집 안으로 데리고 왔다. 자신의 손에 차가운 빗물이 스며들었다. 마치 자신이 그렇게 하리란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는 비상식적인 행위에 맞지 않게 너무나도 쉽게 그 행위를 포기하였다.


“뭐하는 거야?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비에 완전히 젖어버린 모습은 한층 더 그녀의 피부를 생기있게 보이게 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눈 주위에 거슬리게 붙어 있어서, 촉촉한 눈동자는 더욱더 맑고 깨끗하고, 무엇보다도 순수하게 보였다. 그녀의 얼굴에 자그마한 웃음이 따스하게 피어올랐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가끔 이렇게 비를 맞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몸은 축축해지지만 마음은 상쾌해지거든요.”


“일단 좀 씻자. 목욕물 받아줄까?”


“네, 부탁드릴게요.”


그녀가 말한 감각이 무엇인지, 나는 의도해서 비를 맞은 적은 없었지만 어쩐지 알 것만 같았다. 비에 자신을 내맡긴 순간은 단지 비라는 존재에 속해질 것이다. 어떠한 생각도 그 상태에서는 의미를 잃은 채 땅을 흐르는 물과 함께 씻어 내려갈 것이다. 그녀는 그러한 행위를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자기 자신의 가면에 대한 일종의 해방감을 누렸을까?

나는 그녀가 무책임하게 자신의 욕실까지 흘리고 간 수많은 물의 족적과 방울들을 깨끗하게 치웠다. 욕실 앞에 높여 있는 완전히 짙게 물들어버린 원피스를 세탁실에 가져다 두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무언가 필요로 하지 않을까 싶어 욕실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그러한 일방적인 기다림을 지루하게 느끼지 않았다. 단지 그녀가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그것이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중요한 선택을 받는 것처럼 다가왔다. 그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 것 자체가 기쁨이 되어, 은은하게 자신의 마음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카나타씨.”


“필요한 거 있어?” 나는 욕실 문을 열고 고개를 조금 내민 채 말했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차 한잔 가져다 주실래요?”


나는 그녀의 말대로 냉장고에 있던 녹차를 유리잔에 따른 후, 얼음을 몇 개 넣어 그녀에게 가져갔다. 욕실 안으로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그녀는 답답했는지, 상체를 물 밖으로 잠깐 끌어올려 잔을 받았다. 물은 우아한 곡선을 촉촉한 피부 위에 잠깐 그려보고는, 이내 그 선을 다시 숨겼다.


혼란스러웠다. 동성의 몸이 이토록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 찰나의 순간에 어떠한 허락될 수 없는 욕정을 느낀다기보다는, 그것 자체를 하나의 아름다움으로써 받아들였다. 어쩌면 그것에 감탄 이상의 감정을 느낀 것일지도 몰랐으나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것이 나를 위해서도, 그녀를 위해서도 바람직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서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그녀의 행동들이 어디까지나 계산된 연기에 의해서 도출된 결과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렇다면 자신의 순간적인 감정들은 단지 지극히 인위적인 행위의 결과물이었고, 순수하고 자연적인 본질에 가까운 감정은 아닐 것이었다. 단순히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확인해야 할 무언가가 여전히 수면 밑에서 조용히 그 존재를 감추고 있었다.


그 수면이 언젠가 낮아지는 순간이 오면, 나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좀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어떠한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될지는 현재의 자신으로써는 자그마한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물리적으로 이 저택에 속해있는 상황은 심리적으로도 나를 저택에 붙잡아 둠으로써, 현실 세계와의 분명한 간격을 만들어 냈다. 내가 익숙해져 있는 현실은 사소한 기쁨들을 제외하면 무미건조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저택과 저택의 거주자는, 단지 존재함으로써 너무나도 신선한 감각과 감정들을 아낌없이 가져다 주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곳에서의 일을 단순한 일거리가 아니라 일종의 도피성 행위로써 받아들이고 있었다. 맨 처음에 돈을 벌기 위해 왔던 것을 떠올리면 기묘한 일이다.


시즈쿠는 목욕을 마치고 나서, 자신에게 아침 식사 준비를 부탁하고서는 거실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어제 연극을 보러 가기로 했던 것을 떠올려서, 그녀가 혹시 까먹지 않았나 싶어 물어보았다.


“저기, 원래 오늘 연극 보러 가기로 하지 않았어?”


“비가 오니까 좀처럼 흥이 안나네요. 도쿄 한복판까지 가야 하거든요.”


그녀는 간단하게 어제의 미묘한 말들을 무효화 했다. 그것이 계획된 일인지, 아니면 순간적인 감정에 의한 결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경우가 더 마음이 편할 것이다. 내가 그녀와 연극을 보러 간 것은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댓글이 없습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4077974 일반 시부야 카논 쭐어콘 출시 48 ㅇㅇ 2021-05-31 12
4077973 일반 텐노지레즈야... 3 렌뽀리마 2021-05-31 2
4077972 일반 온센 라디오 스트리밍 링크 업데이트 완료 1 스콜피온 2021-05-31 6
4077971 일반 마유치 링피트 4 챠오시 2021-05-31 3
4077970 일반 몰랐는데 카오링도 말딸 성우였네 ㄷㄷ 10 우댕우붕 2021-05-31 0
4077969 거래/나눔 포토테크닉 6월호 나눔함 34 양치맨 2021-05-31 4
4077968 일반 더운 요즘 날씨를 타파할 만화 밥돼지하나요 2021-05-31 1
4077967 일반 빅라 1학년 환일의요하네 2021-05-31 0
4077966 뉴짤 컁 취재반 뉴짤 5 SServ 2021-05-31 13
4077965 일반 이거 니지동버전은 안그려줄려나 1 ㅇㅇ 223.39 2021-05-31 0
4077964 일반 구도가 진짜 햇갈리게 만들긴 하는구나 5 타카사키아유무 2021-05-31 0
4077963 일반 올림픽센터 누구임? 린마루리나 2021-05-31 0
4077962 일반 사실 검스 사진을 헷갈리는 이유 정리 4 ㅇㅇ 2021-05-31 5
4077961 일반 뽈땍7센 밥돼지하나요 2021-05-31 0
4077960 일반 5센 아닐시 바지벗고 춤춘다 15 ㅇㅇ 223.39 2021-05-31 0
4077959 일반 슼타에 선라이즈 지분은 얼마나 있을까 ㅊㅇㅂ 2021-05-31 0
4077958 일반 비추수집기 가동 2 슈가리코 2021-05-31 8
4077957 일반 어머니가 퐁사진 보시더니 예쁘다고 칭찬하심ㅋㅋ 3 ㅇㅇ 125.178 2021-05-31 0
4077956 일반 사실 검스 저렇게 햇갈리는 이유는 1 타카사키아유무 2021-05-31 0
4077955 일반 페스는 전체적인 울확 줄어듦? 2 영양실조걸린게 2021-05-31 0
4077954 일반 너의 기억이 왜곡된거 맞을듯 5 ㅇㅇ 2021-05-31 5
4077953 일반 니지워터 6/5 판매 개시 6 킷카와미즈키 2021-05-31 1
4077952 일반 물붕이들의 취향 : 검스 겨 민초 4 슈실 2021-05-31 1
4077951 일반 폰껐다 키니까 되네 4 타카사키아유무 2021-05-31 0
4077950 일반 짤녀 예쁘면 공부한다 7 팤랄굽쥐슥 2021-05-31 0
4077949 일반 비슷한거 4 리캬코 2021-05-31 3
4077948 일반 오다이바 마리 음료 vs 우라노호시 마리 음료 7 킷카와미즈키 2021-05-31 0
4077947 일반 BD 왔다 14 삐기 2021-05-31 12
4077946 일반 공식 호노니코 ㅈㄴ 오랜만이네 Nayuta 2021-05-31 1
4077945 일반 슼타 개발에 선라이즈도 참여했냐 4 ㅇㅇ 121.168 2021-05-31 0
4077944 일반 니지동 2기나오면 궁금한점 호노니코 2021-05-31 0
4077943 일반 김유식 씹새야 4 타카사키아유무 2021-05-31 0
4077942 일반 이거 배송비 왤케 비쌈? 14 센터는시즈쿠 2021-05-31 0
4077941 일반 카오링 검스 2 ㅇㅇ 106.101 2021-05-31 6
4077940 일반 ㅅㄱ 드디어 유닛 페스연출 본다 2 렌뽀리마 2021-05-31 1
4077939 일반 짤녀 이쁘면 야근한다 2 린마루리나 2021-05-31 0
4077938 일반 카오링 짤좀 찾아주라 17 라가 2021-05-31 0
4077937 일반 페 이거 무한라이브 가능한거지? 5 하나요양병원 2021-05-31 0
4077936 일반 네소복지 28 ㅇㅇ 106.101 2021-05-31 15
4077935 일반 후리 라이브를 어플로 볼 수 있다??? 9 Rubesty 2021-05-31 9
념글 삭제글 갤러리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