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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 침묵의 정원 (1)
글쓴이
Saku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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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979534
  • 2021-03-28 08:04:12
 




(1)


아르바이트를 잘렸다. 나는 꽤 더워지기 시작한 6월의 어느 월요일에 그 사실을 통보받았다. 자신으로써는 잘 실감나지 않는 사건이지만, 엄연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경영상의 실적의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다량의 직원들을 해고해야만 한다는, 그런 원인이었고 그중에는 당연히 아르바이트도 포함되었다.


자신은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다. 단지 주변에 관심이 적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17살의 학생이 2년 가까이 성실히 일하던 곳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성실히 일하는 한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꽤 열심히 2년 가까이나 일한 덕분인지, 나갈 때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액수를 든 봉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또다시 일을 찾아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였다. 주변의 카페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평소에 아르바이트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에 맞추어 집을 돌아왔다. 하루카에게 아르바이트를 잘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괜한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금방 다른 일을 찾아서 시작하면 그만이었다.


저녁을 먹고 이 주변의 아르바이트를 찾아보았다. 1시간이 좀 넘게 붙잡고 있었지만, 그다지 끌리는 조건은 발견하지 못했다. 근처의 가게들은 시급이 마트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대부분 유의미하게 낮았고, 좀 거리가 있는 곳의 경우 충분한 시급이었으나 교통비를 생각해 본다면 그다지 메리트가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세탁이 다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하루카는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평소에는 내가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 조금이라도 거들고 싶어하는데, 오늘은 어째선지 어떤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숙제가 많거나 월요일이라 유독 더 피곤하여 먼저 잠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보니, 하루카는 침대 위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규칙적인 숨소리만을 내뱉고 있었다. 방 불이 그대로 들어와 있던 것으로 보아 잠깐 쉬려다가 그만 잠들어 버린 모양이었다. 나는 하루카가 잠들어 있는 침대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리고는 이불을 덮어 주고 깨지 않도록 머리를 아주 살짝만 쓰다듬어 주었다. 손가락에 부드러운 비단 같은 감촉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몇 분 동안 여동생의 그러한 사랑스러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그마한 행복감은 쉽게 자신의 마음에 자리를 잡아갔다. 너무나도 작지만, 그것만으로도 넉넉했다. 그 행복감이 자신이 언제나 힘낼 수 있는 이유가 되어 왔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다리의 근육이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자신은 늘 하던 대로 공부를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늦은 밤의 공부가 그다지 피로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마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 체력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밤공부는 매일 하는 것이었지만, 평소에는 피로에 자주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몸에 그다지 그런 기색은 없었다. 불빛이 얼마 가지 못하고 꺼졌다.


나는 꽤 오랜만에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충분하다고는 하나, 평소보다 한 시간 반 정도 더 잤을 뿐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시간의 차이만으로도 아침의 몸 상태는 너무나도 상쾌했다. 졸린 몸을 이끌고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고통이 오늘은 존재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전혀 피로하지 않아서, 조는 것이 당연하던 나에게 신선한 감각을 주었다. 머리는 항상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러한 상태가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새로운 기쁨으로 다가왔다. 날씨는 조금 덥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서 낮잠을 자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었지만, 자신의 정신은 푸른 하늘처럼 완전히 개어 있었다.


이대로 그냥 아르바이트를 찾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그럴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애초에 자신의 선택이 관여되어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단지 환경적 요인들이 선택을 강요해왔던 것이다.


그다지 밝히고 싶지는 않은 이유로, 집에 사는 것은 나와 엄마, 그리고 여동생 뿐이었다. 원래 엄마는 완전한 가정주부로서 살아오셨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만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그녀가 받을 수 있는 돈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장녀인 자신 또한 생계를 위하여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어떠한 불평을 할 자격이 나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마땅히 해야만 하는 것이다.


오늘 동호회는 간단한 연습 후에 신곡에 대한 회의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연습은 1시간 정도였다. 오늘은 전체적으로 신체적 능력이 향상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스트레칭, 짧은 런닝, 그리고 안무 연습에서의 동작들이 이전보다 확연히 시원스럽고 가볍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분명히 체감할 수 있었다.


그 후 신곡에 대한 회의에서 자신은 자연스럽게 경청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애초에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다루는 것이 아닌 이상 이럴 때의 나는 보통 자고 있었고, 사소한 주제의 회의의 느낌을 그다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지 자신이 상황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떠나서, 나는 동호회 내에서 그렇게까지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만약 단 둘이서만 이곳에 남겨진다면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질만한 동료들은 꽤 많았다. 세츠나의 원하는 곡의 방향성에 대한 열띤 주장이 끝난 순간, 나는 어느 곳에서 날아드는 의문과 마주했다.


“카나타씨는 오늘은 웬일로 졸지 않으시네요,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오사카 시즈쿠는, 하염없이 부드러운 시선으로 자신에게 순수한 물음을 표해왔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그녀는 재능있는 연기자이기에 무언가를 위한 행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한 순간의 상상으로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동호회의 다른 동료들은 마치 그 물음이 너무나도 중요한 의문이라도 되는 마냥 완전히 멈추어서 자신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아이돌 활동과 별개로 이러한 상황은 자신을 철저하게 당황 시켰다.


“딱히 좋은 일이 있진 않았어. 굳이 말하자면 그다지 좋지 못한 일이 있었다고 해야하나.”


“카나타쨩,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엠마가 말했다.


“어제 아르바이트를 잘려서 체력이 좀 남았거든. 그래서 지금은 잘 깨어있는 거야.”


“네? 그렇지만 카나타씨는 일을 절대로 실수하거나 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내 능력과는 관계없이 일어난 일인데 어떡하겠어. 아르바이트 정도야 뭐, 다시 찾으면 되고.”


이야기는 그렇게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은 이미 예전에 모두가 알게 되었기 때문에, 다시금 아르바이트를 찾겠다는 말을 했을 때 아무도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가 자신의 상황을 위로해주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서 더 말을 꺼내지는 않게 된 것에 만족했다.


다만 동정의 눈초리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 그다지 기쁘지는 않았다. 자신은 이것이 전혀 동정받아야 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중요한 일인 것처럼 받아지기를 원하고 있었다.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의 성실함을 행하는 것을 나는 일종의 능력이자, 자부심으로 여겼다.


그렇지만 남들이 자신의 수준 정도의 성실함을 요구받는 상황이 아닌 것은 부러웠다. 내가 무언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성실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전에는 이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아침이 상쾌할 수 있고, 몸에 이렇게나 기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이 직접적으로 경험하자 이러한 것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당연하게 지니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하교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호명하여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길게 뻗은 머리카락이 따스한 바람에 하염없이 나부끼고 있었다. 평범하게 달리는 것임에도, 그녀의 행위는 종종 어딘가 우아한 이미지를 연상시켰다. 마치 잘 연출된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해는 지평선 위쪽 어딘가에 걸쳐 있는 것인지, 거리를 노란 빛으로 서서히 물들여가고 있었다.


“괜찮으시다면 잠깐 저희 집에 오시지 않을래요?”


“미안, 시즈쿠쨩. 나 다시 아르바이트 자리 알아봐야 해서 주말에나 시간이 될 것 같아.”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요. 제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꽤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조건?”


“아마도요.”


‘꽤 좋은 조건’ 이라는 말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대체 무엇이길래 꽤 좋은 조건이라고까지 말하는 것일까? 엄청나게 친하지는 않은 후배의 집에 가게 되는 상황은 조금 불편했지만, 그런 것을 가릴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시급이 충분한 일이라면 엄청나게 힘든 일이 아닌 이상 하고자 하는 의향이 있었다.


자신과 시즈쿠와의 거리감은 분명히 친한 선후배 관계로서의 느낌으로 존재하였다. 오직 동호회에서만 만남을 가지는 상대로, 자신이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는 부분은 자주 자신이 깨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거나 단순히 아름다운 겉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그런 평범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역으로 그녀가 자신을 어떠한 인간상으로써 대하고 있을지는 상상할 수 없었다.


적어도 자고 있는 나를 자주 깨우려고 노력해주거나, 이따금 씩 무릎을 빌려 주는 것으로 보아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인물로 그녀에게는 받아들여지는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정확히 어떤 부분이 그녀에게 호의를 허락할 수 있도록 하는지는 그녀의 내면에 서술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의 관계로써는 물어볼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시즈쿠에 관한 사실 중 집에 대한 것은, 가마쿠라에 있다는 것과 개를 기르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대체 무엇이길래 좋은 조건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나는 아까 속으로 중얼거렸던 그 의문을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 그러한 자신의 추측들은 마치 예민한 야생 동물의 코처럼 인간의 인위적인 흔적들을 발견해 내었다. 그러나 그 흔적이 함정인지 다른 무언가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가마쿠라로 가는 것은 자신의 생각보다 더 피로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행위였다. 시즈쿠는 익숙한지,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가만히 문고본을 읽고 있었다. 자신은 별다를 것 없이 핸드폰을 뒤적이거나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나가는 풍경은 도시의 냄새를 미세하게 지워나가고 있었다. 분명히 도쿄에 비해서 건물의 크기들이 작아졌고, 보이는 나무의 수도 더 늘어났다.


가마쿠라 역 주변의 풍경은 상상 속의 한가한 마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옮겨다 두었다. 그다지 빽빽하고 부산스럽다는 느낌이 존재하지 않아서 자신의 심리는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을 받고 있었다. 어딘가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실린 자그마한 꽃향기들은 자신과 시즈쿠를 빠르게 스쳐 지나가면서, 차분한 감각을 부드럽게 남겨 두었다.


역에서 20분이 좀 넘게 그녀를 따라갔다. 주변 주택들의 크기나 전체적인 설계 등은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차츰차츰 그 형태를 규칙성을 가지고 비밀리에 바꾸어갔다. 자신이 그러한 변화를 눈치챈 것은, 그녀의 집에 거의 다 다다르고 압도적인 느낌을 받고 난 후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곳이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라는 사실을 그 집은 분명하게 증명해왔다. 집이 아니라 저택이라고 해야 더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2미터쯤은 되지 않을까 싶은 깔끔하고 무거운 색의 돌벽이 외국의 어떤 건축물을 뚝 때서 붙여놓은 것 마냥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주변을 좀 둘러 보았더니, 유독 이 집이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지 의심되는 곳만 이러한 형태를 띄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다른 집들은 지나칠 정도로 작아 보여서 풍경의 괴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상당히 고풍스러운 느낌의 대문에 시즈쿠는 열쇠를 꽂았고, 나는 그녀의 뒤를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따라 들어왔다.


대문을 지나자, 정원이었다. 엄청나게 넓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정원이라고 불러야만 하는 공간이었다. 햇빛이 풍요롭게 내리쬐는 잔디밭은 현관으로부터 그대로 이어진 평평한 돌길을 경계선으로 하여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50년은 족히 살지 않았을까 싶은 나무 2채가 양옆에 하나씩 심어져서 잔디 위에 짙은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왼쪽에 자리한 좀 더 작은 나무 옆에는 자그마한 연못이 있었고, 그 주위를 화려한 색의 수 많은 꽃들이 자연스럽게 감싸고 있었다. 오른쪽에 자리한 더 큰 나무 밑에는 나무 벤치가 놓여있어서 휴식을 위한 공간임을 보여주었다. 상냥한 바람에 무수한 나뭇잎들은 하염없이 흔들리면서, 그들을 비추고 있는 황금색의 태양 빛을 주변에 착실히 반사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풍경은 마치 누군가의 이상적인 저택의 정원에 대한 상상을 일부분이나마 옮겨놓은 것처럼 보였다.


“원래는 보통 정원에 오필리아가 나와 있는데, 오늘은 안보이네요. 집 안에 있으려나.”


“아름다운 정원이네, 정말로.”


“그렇죠? 손이 좀 들긴 하지만요.”


본채는 2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동양풍에 가까운 정원과는 다르게, 집의 창문 같은 것들은 서양풍의 디자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다지 정원과의 부조화랄 것은 없었고, 충분히 잘 어울리는 하나의 풍경으로써 다가왔다. 왼쪽의 나무는 2층의 창문과 꽤 가까운 나뭇가지 하나를 뻗어 두었기 때문에, 가볍고 몸놀림이 능숙한 사람은 그것을 타고 정원으로 한 번에 내려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즈쿠는 또 다른 열쇠를 하나 꺼내더니 본채의 문 손잡이에 넣었다.


길고 어두컴컴한 복도가 나왔다. 천장에서 희미한 흰 불빛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복도 내부를 완전히 드러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복도 끝의 한쪽에서 환한 빛이 있었기 때문에 그쪽에 거실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양쪽에는 문이 몇 개씩이나 있었는데, 복도의 불이 어두운 것으로 보아 아마 그다지 쓰지 않는 방들과 화장실인 것 같았다. 시즈쿠는 복도를 쭉 나아가더니 밝은 거실에 들어섰다.


그곳은 호화로운 빛으로 가득 차 있어서 자신에게 알 수 없는 압도감을 주었다. 천장에는 분명히 샹들리에처럼 보이는 것이 황금빛을 발산하고 있었으며, 가죽 의자들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었다. TV는 존재하지 않았고, 대신 벽 쪽에는 빽빽한 책장들과 그림이 몇 점 놓여 있었다. 특이한 조각상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 그것까지는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거실은 부엌과 충분한 공간을 두고 이어져 있었고, 부엌에는 또 다른 테이블이 있었다.


시즈쿠는 자신에게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달라 말하고는 끝 쪽에 있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조용히 올라갔다. 잠시 후 그녀는 어머니처럼 보이는 여자 한 사람을 데리고 돌아왔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자, 그녀는 친절함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인사를 건냈다.


훤히 트인 이마를 넘어, 검은 생머리는 시즈쿠보다 더 길게 허리 가까이 맞닿아 있었다. 복장은 나갔다 온 것인지, 아니면 곧 나갈 것인지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얼굴은 자녀의 나이를 고려하여 40대 후반의 얼굴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젊고 아름다웠다. 얼굴의 미묘한 표정이나 분위기 등에서, 그녀의 본질적인 상냥한 성품을 느낄 수 있었기에 자신의 무의식적인 긴장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시즈쿠한테 어디까지 이야기 들으셨나요?”


“아직 구체적인 건 아무것도 전해 듣지 못했어요.”


“시즈쿠, 커피 좀 내려줄래? 그쪽도 커피로 괜찮죠?”


“괜찮습니다.”


3명분의 커피가 나오고 드디어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기까지, 나는 이런저런 상상을 이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자신이 이런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도 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저택에서 나 같은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코노에씨도 보다시피 이 집은 커서 관리하는데 시간을 꽤 필요로 해요. 살고 있는 세 사람 다 바쁘니까 원래는 가정부를 썼었는데, 얼마 중에 그만두어서 좀처럼 관리가 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쪽이 그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시즈쿠에게 듣기론, 성실하고 요리나 집안일도 오랫동안 도맡아 한 분이시라면서요?”


“네. 그,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가정부라는 건 평일에도 이곳에 오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쪽의 사정은 예전에 시즈쿠에게서 들어 두었어요. 평일에는 시즈쿠와 함께 돌아와서 9시까지 계시다가 돌아가시면 되고, 주말에만 오랜 시간을 보내주시면 돼요. 급료는 넉넉하게 드릴 테니까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지나칠 정도로 달콤한 제안이다. 자신이 경험해온 사회의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정상이 아니라 비정상 쪽에 좀 더 가까운 제안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이 제안을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이미 시즈쿠와의 동행을 시작한 시점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이 저택의 구체적인 형태와 제안의 세부사항들을 확인하자 기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일종의 좋은 기회이자 어찌 보면 행운이라고도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동의를 표하자, 시즈쿠에게 2층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철저하게 개인적인 방, 평범한 외부인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그 장소를 자신은 성실함과 약간의 친분으로 간단하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2층의 복도는 방에 조금이라도 더 공간을 내어주기 위함인지, 1층의 것보다는 좁고 짧았다. 방은 총 3개가 존재했다. 시즈쿠는 부모님의 고풍스러운 방을 잠깐 보여주고 나서 바로 자신의 공간으로 향했다. 그녀라는 존재만을 위한 공간은 과연 어떠한 느낌이 스며들어 있을지,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드넓은 유리창으로 저녁의 부드럽지만 밝은 햇빛이 어떠한 여과도 없이 그대로 퍼져 들어오면서, 방 안은 완전한 환희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햇빛은 책장과 옷장의 겉과 책상, 그리고 침대의 밑부분까지 따스하게 내려앉았다. 화분의 식물들은 그 햇빛을 받아 더욱더 생명력이 넘치는 초록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시즈쿠는 책상 옆에 책가방을 내려놓고, 침대맡의 카펫 위에서 존재감 없이 가만히 자고 있던 오필리아를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몇 번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유리창으로 다가가 정원의 전경을 바라봄으로써, 자신의 마음에 영구적으로 새겨질 아름다운 조각을 그 사소한 동작으로 너무나도 간단히 만들어 보았다.


“일은 오늘부터 시작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이런 일은 처음인데, 뭐부터 하면 좋을까? 식사 준비?”


“네. 준비가 끝나면 저를 다시 부르러 와주세요. 필요한 식재료들이나 기구들은 아마 카나타씨가 생각하는 곳에 그대로 있을 거에요. 어머니는 바로 나가셨을 테니까 그다지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돼요.”


자신은 금세 그녀의 방이 가져다주는 환상적인 일상에서 벗어나서, 일을 하기 위한 마음가짐이 되어있었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이 조용하게 들떠있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우아하고도 고요함이 내려앉은 저택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장소 자체가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존재로서 다가왔다. 아마 당분간은 적응하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내려와서 마주한 거실은 그녀의 어머니의 부드러운 체취만을 희미하게 남겨두었다.


부엌은 지나칠 정도로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약간의 음식 냄새조차 맡을 수 없었다. 기구들과 각종 도구들은 그녀가 말한 대로 눈에 띄는 방식으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자신들이 사용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냉장고는 수 많은 재료들로 가득 차 있어서, 자신의 눈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선택지들이 존재하였다.


새로운 일의 첫 발걸음이니까, 정석적인 것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새 밥을 준비하고, 된장국과 꽁치 구이, 그리고 그녀가 좋아한다고 이전에 얼핏 들었던 매콤한 맛이 도는 나물 무침을 만들었다. 집중하다 고개를 돌리니 해는 어느새 완전히 저물어서, 칙칙한 색만을 말끔한 유리창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올라갔더니 그녀는 연극 대본처럼 보이는 것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부엌에 다다른 그녀는 정말로 기뻐 보이는 표정을 짓더니, 보고 있는 사람마저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맛있게 식사를 했다. 그러고 보니까 그녀와 단 둘이서만 식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때?”


“그리운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확히 뭐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카나타씨가 요리를 잘한다는 것만은 분명해요.”


“꽤 익숙하니깐 말이지. 언제든지 먹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말해줘,”


그녀는 자그마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고는 시간이 생각보다 늦었으니까 설거지만 하고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 정말로 어느새 시간이 흘러, 8시를 가뿐하게 넘고 9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자신이 거의 11시가 다 되어 도착했을 때 하루카는 조금 삐져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고, 자신은 마땅한 변명을 떠올릴 수 없었다. 자신이 하기 시작한 일 자체가 너무나도 비밀스러운 일처럼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째서 그것이 비밀스럽다고 느껴졌는지, 나는 앞으로의 경험들을 통해 몸으로써 직접 깨닫게 되었다.



센터는시즈쿠 추천 후 감상 2021.03.28 08:05:08
ㅇㅇ 2021.03.28 08: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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