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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번역)(12)아이「ㅡ너야?」시오리코「아, 아니, 아니에요 미야시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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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포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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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5 16: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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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ㅡ너야?」 시오리코「아, 아니, 아니에요 미야시타상」 - 12

원본스레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이「에......시옷티......?」

시오리코 (이번에 산산조각이 난 것은 요란한 빈 수레 같은 내 껍데기가 아니다. 내, 마음이다. 마음이, 산산이 부서져 잘게 조각이 났다)

시오리코 (하지만, 아이상은 분노의 형상을 감추고 있다. 아아, 어쩌면. 어쩌면 아직, 아직──)

아이「왜, 시옷티가, 이런──」

시오리코 (표정이──동요하는 듯이 바뀌어 간다. 맞아,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이 사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리가──없어)

시오리코 (『아직』이라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아이상이 가장 소중히 아끼는 사람은, 텐노지 상이야. 그런 텐노지상에게 몹쓸 짓을 하고 지금 이 상황을 보면──)

시오리코 (나는, 아이상에게, 대체 어떤 존재로 비치는 걸까──)

시오리코「......」

시오리코 (뚝, 하고 뺨에서 한 방울. 뜨겁고 짠 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모든 게 끝났구나, 라고)

시오리코「──윽」탁

시오리코 (이젠 아이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어──)

아이「아, 시옷티......!」

시오리코 (교실을 뛰쳐나온 내게 아이상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상과의 이별. 이제, 이제 그렇게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도, 즐겁다며 가슴이 떨리는 순간도, 분명, 없을 거야──)

시오리코 (......안녕히 계세요, 아이상)

──────

아이 (교실을 뛰쳐나간 시옷티를 나는 쫓아갈 수 없었다. 여전히 나를 감싼 혼란이 상황을 이해시켜주지 않는다)

아이 (시옷티가 어째서......?)

아이 (그렇게 생각하고선 나는 아직 불길한 예감이 목덜미를 저리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흩어진 종잇조각. 시옷티가 들고 있던 스케치북)

아이 (......다가선다. 그 흩날려진 종잇조각에. 그 스케치북에. 한 걸음 다가설 때마다 그 예감이 주는 저릿저릿함이 더욱 격해진다)

아이「......이거......스케치북 종이가 아니야」

아이 (흩어진 종잇조각은 스케치북 종이가 아니다. 그리고, 떨어져 있는 스케치북은──)

아이「백지......구나」

아이 (아. 나. 최악이야. 몹쓸 짓을, 했어)

아이 (갖가지 감정이 전신을 둘러싼다. 시옷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내가, 시옷티를──상처받게 했어)

아이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다. 시옷티의 절망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던 건 내 얼굴을 봤기 때문이다. 잠시 표정이 풀린 것은 내가 최초 발견자였기 때문이야)

아이 (끝까지 시옷티는 내게 손을 뻗었어. 그런데 나는──뭐라 말했지? 시옷티한테, 대체 뭐라고 말한 거지?)

──『왜, 시옷티가, 이런』

아이「아......아아......」

아이 (나, 시옷티를......시옷티를......믿어주지 않았구나......)

아이 (털썩 주저앉는다. 시옷티를 쫓아가서 사과해야 하는데──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


카린 (아이가 돌아오지 않은 채 시간만이 흘러갔고, 나는 부실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카린 (아무리 아이가 리나쨩을 위한다고 해도 무턱대고 학교 안을 찾아다니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터)

카린 (오히려 무턱대고 찾는 건 나다. 만족스럽게 자신의 현재 위치도 모른 채 아이를 계속 찾아 나선다)

카린「어디야──어디 있는 거야, 아이」

카린 (헤매고 헤맨 끝에 겨우 1학년 교실이 있는 복도에 다다랐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르고 내가 생각해도 정말 한심하다)

카린「이 층에 있으면 좋을 텐데......」

카린 (교실을 하나하나 바라본다. 방과 후 늦은 시각. 사람은 제로이고 교실에는 아무도 없다. 그 때문에 탐문도 할 수 없다──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카린「──아이?」

카린 (똑, 하고 낯익은 모습이 교실 구석에서 발견됐다. 웅크린 그녀의 하얀 꽃 장식, 금발──그리고 흩어져 있는, 종이 찌꺼기)

카린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다. 세차게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고, 나는 그것을 뿌리치듯 교실로 뛰어들었다)

카린「아이!」

아이「......카, 린......?」

카린 (이렇게 약한 모습은 처음이야──)

카린「아이! 왜 그래!? 뭔 일이 있었는데!?」

아이「나......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어...... 」

카린「아이! 대체 무슨 일이야!? 뭐라도 한 거야!?」

아이 (카린의 초조해 하는 얼굴. 그렇지, 이런 상황이면 우선은 걱정하는 게 보통이겠지. 그런데 난 처음부터 의심이나 하고──)

아이「나......시옷티의 마음을......해쳤어......」

카린「해쳤다고......? 시오리코쨩을? 네가?」

아이 (동요하는 카린. 맞아. 카린은 내가 시옷티한테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는 눈곱만큼도 생각 안 할 만큼 날 믿어주고 있어──그런데 나는......)

카린「아이, 정신 차려!」

아이 (카린은 두 어깨를 받쳐줬고, 바로 나와 얼굴을 마주본다)

카린「아이......어떻게 된 거야, 아이......대체 왜......」

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 그것을 보면 내가 지금 얼마나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잘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이거......리나리의 스케치북이 엉망이 된 거, 시옷티가 한 거구나, 라고 난 시옷티한테......」

카린「......아이, 너......」

아이 (카린의 얼굴이 괴로운 듯이 일그러졌다)


──부실


시즈쿠「카린상도 아이상도 늦네요......아이상은 핸드폰을 갖고 갔는데도 연락이 안 되고, 카린상은 아예 안 갖고 나갔고......」

엠마 (역시 카린쨩을 혼자 있게 내버려둔 건 실패였나......)

리나「......나, 아이상하고 카린상 찾으러 갈게. 스케치북은 다시 만들면 돼. 하지만 두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 건 걱정이야」

엠마「앗, 기다려! 그럼 나도 같이 갈게! 시즈쿠쨩은 카나타쨩을 봐줄래?」

시즈쿠「네. 저는 여기서 스케치북을 찾아볼게요. 두 분 모두 조심해요!」

엠마「응, 그럼 부탁할게 시즈쿠쨩. 리나쨩, 가자!」

리나「응」

덜컥

엠마「하지만 둘 다 대체 어디서 둘러보고 있는 걸까......」

리나「아이상이라면 우선 가장 가능성이 큰 1학년 교실부터 둘러봤을 거야. 하지만 이미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 반대로 3학년 교실로 가 보자」

엠마「그렇지......응, 그럼 먼저 3학년 교실──」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리링

엠마「앗, 혹시......아──」

엠마 (연극부장님!?)

엠마「리나쨩 미안해, 잠깐 전화 받을게......먼저 3학년 교실로 가 있을래?」

리나「응, 알았어. 나중에 봐」탁

엠마「응──있다 보자, 리나쨩」

엠마「──여보세요, 부장님......?」

리나 (둘 다 대체 어디를 찾고 있는 거지......어디로 가버린 거지......) 타다다다다닥

리나「앗?」

리나 (계단을 다 오르고 복도로 나온 순간──낯익은 비취색 머리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리나「시오리코, 쨩」

리나 (시오리코쨩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질금질금 아프다. 오늘 이런저런 말을 들었지만──난 그 연설을 보고 오늘 내게 던진 말이 모두 진심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는다)

리나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그렇게 믿고 있는 나였다. 아이상이 가르쳐준 것. 『얘기는 전부 들어봐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몰라』)

리나 (정말 내가 싫다면 그걸로 됐어. 하지만 오해가 있는 상태라면 더욱 안 돼. 엠마상, 미안해. 뒤를 부탁할게)

리나 (나는 홀로 엠마상에게 마음속으로 사과했고──시오리코쨩이 향한 옥상 쪽으로 계단을 달려나갔다)

──────

저녁노을이 저물어 간다. 이제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 단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구나 싶었고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상. 내 첫사랑. 내 근본은 선한 다정함이라고 믿어준 사람. 그러나 내 추한 마음으로 그녀의 신뢰를 배신해 버렸다. 설령 그 상황에서 내가 무죄였다고 해도──.

여태까지의 내 행실을 생각해 보면 아이상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은 당연한 일. 맞아. 나는. 나는──텐노지상을......아이상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상처를 줬어.

아이상은 알고 있다. 텐노지상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나라는 것을. 텐노지상이 아이상한테 말하지 않아도 아이상은 분명 텐노지상의 마음을 알아챘을 거야.

나는 아이상을 배신하고, 텐노지상을 상처입히고──.

「시오리코쨩」

「!?」

아무도 있을 리가 없는 이 옥상에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였네」

「텐노지, 상......」

그저 조용히, 그녀는──텐노지 리나상......아이상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그곳에 서 있었다.

──────

리나「다행이다, 찾아서」

시오리코「아......아이상은, 1학년 교실에, 있어요」

시오리코 (이 상황에서도 그녀는 무표정이다. 나를 규탄하러 온 건가. 아니면 뭔가 더 다른 일이 있는 건가──나는 그저 묻지도 않은 것에 대해 중얼거렸다)

리나「그게 아니야. 시오리코쨩을 발견해서 난 여기로 온 거야」

시오리코「저, 저를......」

리나「나, 지금 망설이고 있어. 그리고 고민중이야. 그래서 시오리코쨩──회장님한테, 상담을」

시오리코「하──」

시오리코 (무슨 얘기인가 싶어서 바로 지난 일을 되돌아본다. 입학 희망자들을 앞에 두고 연설했을 때 했던 말이다)

리나「얼마 전에 동호회 멤버가 늘었어. 처음 만났을 무렵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 몰라서 불안했지만......모두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이에 점점 친숙해지게 됐어」

리나「하지만, 나만......걔하고 별로, 친해지지 못했어. 난 표정을 얼굴에 잘 드러낼 수가 없거든. 중학생 땐 이게 원인이 돼서 다른 애들이 기분 나쁘게 보는 등──」

리나「사이좋았던 친구들한테도 이해를 얻지 못해서 쭉 외톨이였어. 지금은 여러 사람들이 이해해주고 있지만──」

리나「걔하곤 아무래도 잘 어울리지 못해서, 분명 내가 무표정 때문에 스케치북에 의존해서 감정을 표현하니까 신뢰받지 못하는 것 같아」

리나「하지만 지금 나는 그 스케치북을 써서 악착같이 마음을 통하게 하려고 하는 수 밖에 없어. 저기, 회장님. 새로 들어온 애는 역시 날 싫어하는 걸까? 기분 나빠하는 걸까?」

시오리코 (......아니, 아니야. 당신이 나쁜 게 아니야. 나쁜 건 나야. 질투하고 꼴사납게 그 사람의 으뜸이 나 자신이길 바랐던 내가 나쁜 거야)

시오리코 (그때 눈치챘다. 비록 아무리 시간을 들인다고 해도 그 사람이 내게 리나상한테 지었던 그 표정을 지을 리가 없다. 아이상이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상대는──오직 텐노지상뿐)

시오리코 (처음부터 나는 승산 없는 승부에 도전했구나. 아이상, 역시 저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없어요)

리나「저, 회장님. 혹시 그 새로 들어온 아이가 날 싫어한다면, 난 이 이상 따라다니는 건──」

시오리코「아니에요!」

시오리코 (크게 외쳤다. 아이상의 신뢰를 배신하고, 텐노지상의 마음을 해치고, 이젠 이대로 있을 수 없다. 사라져야 하는 건 나야)

시오리코 (이미 내 마음은 한계까지 상처입었다. 허장성세도 이젠 없어.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하지만 미후네 시오리코로서의 긍지까지 잃으면 안 돼)

시오리코 (나는 배신자.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온 어리석고 쓸모없는 죄인이다. 하지만 나는 결심했다. 아이상이 믿어준 다정함이 내게 없다고 해도)

시오리코 (이제 더는 아이상을 계속 배신할 수는 없어. 설령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해도 나는 미야시타 아이라는 사람을 이 이상 배신하고 싶지 않아!)

시오리코「저......저. 저는 ......저도, 미야......」

시오리코 (도망치지 마. 텐노지상한테서 도망치면 안 돼. 텐노지상이 내 말에 몇 번이나 상처를 받아도 여기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나를 또한 믿어주고 있으니까, 나도──)

시오리코「저도, 텐노지상과 마찬가지로, 아이상을, 좋아한다구요」

리나「......!」

시오리코 (순간, 정말 한순간 있으나 마나 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시오리코「하지만......전 오늘, 알았어요. 아이상의 넘버원은 텐노지상이라는 걸. 그 날 저를 도와준 아이상보다 오늘 저를 노려본 아이상이 더 무서웠어요」

리나「으, 음──」

시오리코「추한 질투심이었죠. 당신과 아이상의 그 관계에 그저 질투했답니다. 단지 그것만으로 전 당신한테 그렇게나 추하고 비도덕적인 말을 내뱉었어요」

리나「시오리코쨩이......아이상을......」

시오리코「이제, 틀렸어요. 그 사람이 뻗어준 손에 매달렸을 때, 밑바닥에 있었던 저를 구해준 그 사람을──자신만의 아이상으로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 버렸어요」

리나「......」

시오리코「지금 생각해 보면 당신은 저와 정반대의 선택을 했던 거겠죠. 아이상이 저를 구해준 것을, 많은 사람의 히어로인 것을 긍정해주셨어요」

시오리코「분명 당신은 다정해요. 아이상이 텐노지상을 구해준 만큼, 다른 사람도 아이상한테 구원받았으면 좋겠다는 그 소망, 그 사람은 제게도 손을 뻗었습니다」

시오리코「하지만 저는 그 뻗은 손을 독차지하려고 했어요. 추한 독점욕으로서 저만의 아이상이 되어주길 바랐던 거죠」

시오리코「......비록 제가 먼저 당신보다 아이상을 먼저 만났다고 해도 분명 제 사랑은 결실을 보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텐노지상은 아이상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믿어주고, 사랑했기에──」

리나「나도 많이 질투했어. 정신없을 때도 있었어. 하지만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서 불안한 적도 많았어」

시오리코「에──」

리나「하지만 그래도 난 아이상을 발목을 잡고 싶진 않았어. 내가 좋아하는 아이상은, 나를 좋아하는 아이상이 아니야. 나를 구해준 그때의 아이상이거든──」

리나「설령 아이상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돼도 난 아이상이 많은 사람을 돕고, 구하고, 아이상만이 발할 수 있는 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을 선택할 거야. 아이상의 행복이 곧 내 행복이니까」

시오리코 (......아아. 뭐지. 정말, 이길 수가 없었구나. 처음부터 두 사람은 서로의 행복만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시오리코「......텐노지상, 저는 아이상을 좋아해요. 그리고 당신에게 질투했어요. 저는 도달하지 못한 그 장소에 있던, 당신에게 말이죠」

리나「......응」

시오리코「그래서──죄송합니다. 저는 당신에게 상처를 입혔어요. 모든 것은 제 고집스러운 감정이 잘못됐던 거고 당신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어떻게든──어떻게든. 용서해주세요......」

시오리코 (쓴웃음밖에 지을 수 없을 정도의 완패에 결국 질투심, 절망 그 무엇도 남지 않게 되었다. 공허함과는 다른 일종의 만족감과 비슷한 무언가가 대신 그곳에 있었다. 그러니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시오리코 (......안녕. 내 첫사랑)

시오리코 (그렇게 중얼거린 뒤 다시 한번 얼굴을 들어 올려 앞을 보니──눈앞의 텐노지상이 내게 손을 뻗었다)

리나「화해, 하자?」

시오리코 (이런 상황에서......이런 나한테......『화해』......라니......)

시오리코「──」훌쩍

시오리코 (강하게 내민 그 손을 세게 잡는다. 그러자 아주 조금 텐노지상의 표정이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리나「그런데......아이상하고 무슨 일 있었어? 내가 뭔가 말하기 전에 아이상이 있는 장소를 말해준 건......」

시오리코「아......저......아이상......아이상을......배신하게 돼서......윽」

시오리코 (되살아나는 공포심과 절망. 내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녀의 작은 두 손이 내 손을 감싼다)

리나「괜찮아. 이번엔 나랑 같이 아이상을 만나러 가자. 나랑 시오리코쨩은 친구야. 그러니까 괴로울 때는 같이 있어줄게」

리나「그리고 다시 한번 얘기하자, 아이상하고. 그러니까──알려줄래? 시오리코쨩이 이렇게 슬픈 표정을 짓는 이유를」


──복도


연극부장『연락이 늦어져서 미안. 겨우 꼬리를 잡았나 싶었는데 이 꼴이네』

엠마「설마 시오리코쨩을 괴롭힌 범인들을 알아낸 거야!?」

부장『단적으로 말하면 맞아. 더 자세하게 말하면 미야시타상과 미후네상은 계략에 걸려든 거야』

부장『아마 지금 너희가 찾는 텐노지상의 스케치북은 지금 바로 미후네상을 괴롭힌 녀석들이 갖고 있을 거야. 심지어 멀쩡한 상태로 말이지』

엠마「에엑──?」

부장『아무리 그래도 미야시타상의──표현을 잘 못 하겠으니까 간단하게 파트너라고 할게. 그 파트너의 소중한 물건을 망가뜨리는 용기는 나지 않았던 모양이야』

부장『뭐, 훔친 시점에서 이미 어느 정도 끝난 거긴 한데......들키지 않으면 세이프라는 정신으로 훔칠 만큼 훔치고 나중에 1학년 교실에라도 놔둘 생각이었겠지. 정말 질이 나빠』

엠마「무슨......말이야......? 훔치......다니?」

부장『미후네상을 걸려들게 하려고 그 녀석들이 동호회 부실에 침입해서 텐노지상의 스케치북을 훔쳐 갔어』

엠마「!?」

부장『그리고 똑같이 생긴 스케치북을 따로 준비한 다음 교실에 찢어진 종잇조각들을 흩뿌리고, 미후네상이 학생회실에서 나올 때쯤 텐노지상의 표정을 그린 스케치북을 한 페이지를 놔 둔다』

부장『그 후에 동호회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미야시타상의 친구에게 한 장을 건네는 거지. 정말, 계략에 빠뜨리려고 이런 짓을 하다니. 이젠 그냥 집념의 화신들이야』

부장『그리고 텐노지상은 스케치북에 그리는 패턴하고 바인더 노트에 그리는 패턴 2가지가 있거든. 아마 그 미야시타상의 친구는 바인더 노트를 받았겠지』

부장『먼저 미후네상을 1학년 교실로 유도한 다음, 미야시타상이 그 교실로 가게끔 한다. 그 친구한테 바인더 노트를 건낸 시점은 그때였겠지』

부장『당연히 미야시타상은 연락을 받고 부실에서 뛰쳐나와 교실로 갈 거야. 그러면 스케치북을 훔치고 찢어 놓은 범인이 미후네상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부장『그래도 그 미야시타상이라면 간파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긴 하지만......걔도 사람이야. 텐노지상이라는 약점......아니, 약점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거대한 특징을 찔리게 된다면 어쩌면......』

엠마「그럴 수가! 그런......너무해......」

부장『요즘 걔네는 미후네상을 모함하는 것에 집착했어. 다른 건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진 모양인가 봐』

부장『다행히 내 잠복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네. 미야시타상과 미후네상이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진 모르지만──지금 난 그 주범들 가까이에 있어』

엠마「──어디 있는데?」

부장『......걔네들은 3학년 교실에──』

엠마「고마워 부장님」삑

엠마「......Niemals vergeben(절대 용서 못 해)」


──────


내게 아이는 정말 다양한 일면을 가진 존재였다. 친구이자 라이벌, 파트너, 그리고 목표였다. 내 마음 어딘가에서 미야시타 아이라는 한 학년 아래의 여자애를 멋대로 신격화하는 구석이 있었다.

신격화, 라고 말하자면 좀 호들갑이지만. 나처럼 거드름 피우지 않는 천연스러운 존재이면서 사람을 이끌리게 한다──아이와 세츠나는 내게 특히 넘어야 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 둘에겐 그다지 신경을 써주지 않아도 된다. 사람으로서도, 스쿨아이돌로서도, 나보다 격이 높은 존재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구석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땠는가.

세츠나는 시오리코쨩과의 사건으로 크게 상처를 입었고──무리하는 건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래도 세츠나라면, 이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며──아이는 지금 내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마음 아파하고 있다.

남을 위해 온 힘을 다한다는 것이 도리어 자신의 마음을 해치게 했고, 그런데도 구원의 빛을 계속 발하고 있다. 나 같이 냉담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나와는 전혀 다른 눈부신 존재다.

하지만 두 사람도 아직 고등학교 2학년 여자애다. 세츠나도, 아이도 뭐든 할 수 있는 애니나 만화 속 세계의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사람이다.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일도 있다.

나는 그 둘을 무적 같은 존재라고 멋대로 확신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그 때도, 아이한테 시오리코쨩을 맡기고 난 열등감을 안고 있다는 등 혼잣말이나 하고 있었다. 난 두 사람을 나와 대등하게 취급하지 않았어.

「아이! 정신차려!」

「나......최악이야......시옷티를, 전혀 믿어주지 않앗어......」

얼빠진 눈동자로 그녀는 말한다. 제길, 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럴 때 왜 여기 있는 게 나일까. 리나쨩이 있었으면 그저 안는 것만으로 아이의 마음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아이......」

「시옷티를 내가 가장 믿어줘야 하는데......마지막에 결국 난 시옷티를 배신하고 마음을 해쳤어」

「아이! 나를 봐!」

「나, 시옷티한테 말했다구. 시옷티의 근간에는 『다정함이 있다』라고. 하지만 내가 그 다정함을 믿어주지 않았어. 최악이야 난」

「아이!」

그녀도 사람이야. 때로는 누군가를 믿지 못할 때도 있어. 그것을 그렇게 자책하지 마. 사람인 이상 가끔 그럴 때가 있는 게 당연하잖아.

어느 때라도 모든 사람을 신뢰한다니 그런 건 가능한 게 더 이상하거든.

킁 하고 코가 울린다. 몇 년 만에 흘린 건지 두 눈에는 뜨거운 감각이 깃들어 간다.

「아......카린......?」

내 이름을 부르지만 흐리멍덩한 눈동자에 빛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만해. 그런 표정 짓지 마. 대범하게 웃으면서 날 불러. 강경한 태도를 보이라고.

「정신차리라고 아이! 네가 그렇게 나오면 어쩔 거야!?」

안 돼. 이런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나까지 괴로워져. 이렇게나 상처 입은 애를 나는 보고 싶지 않았어. 아니, 난 멋대로 이상적인 아이를 그녀에게 강요하고 있어. 하지만 아이가 언제가 웃었으면 좋겠어.

애초에 상처입은 상황으로 내몰린 건 나도 원인 중 하나다.

「카린......」

「아이가 안 믿어주면 어쩔 건데!?」

아이의 어깨를 잡고 흔든다. 이제 뭐든 좋아. 다시 일어섰으면 좋겠어. 쿨한 캐릭터고 뭐고 무엇이 중요한데. 그저 아이가 웃었으면 좋겠어. 여름 축제 때 미아가 된 내 손을 잡아준 그 미소로.

「내가 배신했다고......」

「배신 따위 안 했어! 단지, 단지......어떻게 해도 안 될 때가 가끔 있는 거잖아......」

절망적인 수준으로 위로가 서툰 건 아마 내가 감정적인 상태여서 그러는 것. 사실 이런 것은 아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할 뿐인데.

「하지만 내가......」

괴로워하는 그 표정을 보고 나는 스스로에게 분하다고 느꼈다. 나 자신을 마음껏 갈겨주고 싶었다. 시오리코쨩을 아이 혼자서 봐주도록 떠넘긴 건 나다.

그래서 오직 아이만이 시오리코쨩을 가장 신뢰해줘야 한다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그녀와 같이 시오리코쨩에게 마음을 기울였어야 했다.

죽을 만큼 한심하다. 울 정도로 분하다. 아이가 이 지경에 빠뜨릴 때까지 내버려 둔 내 자신이 정말 한심하다. 공부도 못하고 남의 마음도 알아줄 수 없는 나 자신.

아이에게 맡기면 된다니. 내면에 철저하면 된다니. 결국 힘든 부분을 아이에게 강요한 내가 잔인무도했던 거야.

「아이......!」

볼품없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수치고 체면이고 알 게 뭐야. 쿨한 아사카 카린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해. 지금만큼은 솔직하게 아이한테 들이대라고, 아사카 카린.

「아이가, 아이가 웃어주지 않으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 시옷티를......」

아니야. 내가 아이와 함께 시오리코쨩을 믿어줬어야 해.

「아이......아이. 나는」

큰일이다. 눈물이 정말 멈추질 않아. 분하다는 건지 한심하다는 건지 슬프다는 건지, 이제 내 마음속에서도 감정이 뒤죽박죽되어버렸어.

「아이──미안해......내가, 내가......널 홀로 부담하게 내몰아서──이런 꼴을......」

아이에게 매달린다.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훌쩍훌쩍 소리를 낸다.

「나도 너랑 같이 시오리코쨩을 봐줬어야 했어──뭐가 파트너야......뭐가 친구인데......난 아이에 대해, 아무것도......알지 못했어......」

지금 이럴 때 사과해 봤자 소용없다. 아이한테 이런 말을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카, 린......」

「미안해, 아이──난 너를, 너한테 너무 의지했어──미안해......」

「카린......왜, 우는 거야......?」

가냘픈 아이의 목소리. 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든다.

「카린이 그러면 안 되잖아. 언제나 쿨하게 행동한다고 말했는데......」

나약하게 미소 짓는 아이. 나는 울상이며 아이를 응시한다.

「지금은 쿨하게 있을 수 없어. 나의......내 파트너가 이렇게나 아파하고 있으니까 냉정하게 있을 수 없다고......」

「카린......」

「아이. 난 너를 너무 의지했어. 시오리코쨩에 대해선 너한테 맡기면 된다고 멋대로 판단했어. 너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카린이 날 신뢰해준 증거잖아. 시옷티를 신뢰하지 못한 건 나의──」

아니야. 설령 믿었다고 해도──

「내가 아이의 파트너라고 한다면 동고동락했어야 했어.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널 대등하게 대하지 않았지」

「카, 린......?」

「아이. 지금은 아직 너의 파트너라고 말할 수 없어. 그러니까 부탁이야. 너한테 의지하고 있는 한심한 내 마지막 어리광을 들어줘」

「카린──」

「아이가 자책을 한다면 내가 널 용서하는 걸 받아들여줘. 아이가 누군가를 신뢰하지 못해도 좋아. 너도 사람인걸. 언제든지 만인을 믿을 수 있다니 절대 불가능하다고」

「......」

「난 아이가 여태까지 해 왔던 시오리코쨩에 대한 행동을 알고 있어. 쌓아온 신뢰는 사라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너라면 아직 기회가 있어. 난 할 수 없거든. 카나타도 엠마도, 이 세상의 그 누구도 할 수 없어. 이 지경으로 널 빠뜨린 건 나니까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어.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분해. 이럴 때 아이와 함께 문제에 맞서 나가는 게 파트너라는 건데. 난 그저 아이한테 매달려 간청하는 바보같은 여자야.

「아이. 시오리코쨩한테 가렴. 다시 한번 얘기하고 오는 거야. 너라면 상황을 되돌릴 수 있어」

──────

카린의 말이 메마른 내 마음에 스며든다. 맞아. 잘못했다면 사과해야 해. 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잖아.

누군가를 알기 위해 해야하는 일. 나쁜 짓을 했다면 해야 하는 일.

난 시옷티의 마음을 해쳤어. 비록 거기에 어떤 이유가 있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렇다면 내가 스스로 절망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 있는 거야.

「......카린, 역시 카린은 내 파트너야. Diver Diva 라는 최강의 유닛을 함께하는 파트너, 그리고 최고의 라이벌이라구」

카린의 말에 마음에 열기가 붙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 잘 웃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해.

「......아이......」

카린까지 울리다니, 난 죄 많은 여자야. 이 이상 죄지을 수는 없어.

「카린, 우리는......파트너이자 친구, 그리고 라이벌이고──」

「「예이예이한 관계야」」

일어선다. 두 발이 땅에 붙었다. 걸을 수 있어. 아직이야. 아직 끝나지 않았어. 미야시타 아이는 아직 끝날 수 없다고. 리나리가 했던 말의 떠오른다.

──『아이상은 망설이지 말고 아이상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 줬으면 해』

「카린, 갔다 올게」

휙 하고 손수건을 카린에게 건넸다.

「우는 얼굴은 엠맛치한테만 보여주지 말라구」

「......바보」

주먹을 쥐고 다시 편다. 괜찮아. 지금의 나는 냉정해. 할 수 있어. 가자. 시옷티를 찾으러. 그리고 마무리를 짓는 거야.


ㅡ13편에서 계속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231名無しで叶える物語(もんじゃ)2021/02/02(火) 21:51:10.10ID:IBDFKQTs
뭔가 구원받을 것 같다

244名無しで叶える物語(奈良漬け)2021/02/02(火) 22:26:16.91ID:5NozVa/B
빛이 보이기 시작했군

245名無しで叶える物語(そのまんま)2021/02/02(火) 22:28:00.04ID:eUmlqkwF
이제 남은 건 세츠나의 응어리 문제인가

249名無しで叶える物語(はんぺん)2021/02/02(火) 23:38:46.62ID:giE8dPyq
DD 상담 장면 울 것 같고 마음이 찡해지는데 뭐야 이거...

252名無しで叶える物語(茸)2021/02/03(水) 00:03:09.44ID:zg6oJja/
주인공이 되자 미야시타

257名無しで叶える物語(もんじゃ)2021/02/03(水) 00:48:13.42ID:hS/WxBTU
괴롭힘은 엠마가 뛰어든 것도 있어서 해결될 것 같은데 세츠나의 응어리가 아직 있네...어케 될까

259名無しで叶える物語(もんじゃ)2021/02/03(水) 01:23:57.52ID:GikccnCZ
한 사람 사 사람 심정에 초점을 맞추는 게 정말 맘에 듦

260名無しで叶える物語(SB-Android)2021/02/03(水) 16:34:00.95ID:spdAuJ9F>>262
>>234
이거 번역기에 돌려보니까 독일어로 검출됐는데 뭐임?

261名無しで叶える物語(SB-Android)2021/02/03(水) 16:39:40.67ID:spdAuJ9F
독일어도 구사할 수 있는 거로 치자

264名無しで叶える物語(はんぺん)2021/02/03(水) 16:59:57.14ID:NLjhit+0
츙룽의 「절대 용서할 수 없어」보이스 듣고 싶네

267名無しで叶える物語(奈良漬け)2021/02/03(水) 17:22:25.16ID:31y/HbVx
언어권이 전혀 다른 타국의 고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엠마가 제일가는 인재가 아닐까 싶어

269名無しで叶える物語(光)2021/02/04(木) 16:11:58.31ID:8lptZxZR
우는 아이상도 좋아

282名無しで叶える物語(鮒寿司)2021/02/06(土) 14:55:33.37ID:6P+0BMzY
슬슬 종반이구나
누마즈앞바다돌고래 슬슬 종반이구나 2021.02.25 16:17:26
시이타케에에에 2021.02.25 16:20:04
ㅇㅇ 아이상도 아이상이지만 첩보원 부장눈나 넘모 머싯다 223.62 2021.02.25 16:23:18
아유뿅다뿅 리나의 주가는 어디서나 떡상하네 2021.02.25 16:40:20
NijigAqoUse 2021.02.25 16:46:43
송포과남 2021.02.25 16:47:27
송포과남 너무 천사야 2021.02.25 16: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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