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번역/창작 SS번역)(08)아이「ㅡ너야?」시오리코「아, 아니, 아니에요 미야시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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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포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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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2-08 15:11:41
아이「ㅡ너야?」 시오리코「아, 아니, 아니에요 미야시타상」 - 08
※주의 - 과격한 묘사가 있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다음 날 니지가사키학원 스쿨아이돌동호회 부실
유우「아이쨩, 왜 그래? 별로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아이「......아니, 실은 어제 잠을 못 잤거든. 왠지 엄청 긴장되는 것 같아서」
유우「신기하네! 아이쨩도 긴장하는구나......의외네」
아이 (거짓말이다. 결국 시옷티를 아침부터 못 만난 게 나를 이런 안색으로 만들었어)
유우「뭐 아직 우리 차례가 오기까진 시간도 좀 남았고 잠깐 누워 있는 편이 좋지 않아?」
리나「......」탁탁
아이 (......뭐 확실히 그것도 맞는 말이야. 시옷티한테 연락은 넣어 뒀고, 동아리 활동 소개가 끝난 뒤에 시옷티를 확보할 순 있어)
아이「그럼 리나리 무릎에서 좀 쉬어 볼까!」확
리나「여긴 아이상 전용. 마음껏 써도 돼」
아이「고마워고마워......그럼 유우유, 시간이 되면 깨워줘~」
유우「응, 맡겨 둬!」
아이 (지금은......지금은, 동아리 활동 소개에만 집중하자......)
──학생회실
시오리코「......후우, 이걸로 됐다」
시오리코 (오늘까지의 일을 되돌아보고 다시금 아이상이라는 존재의 거대함에 감탄한다. 그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시오리코 (기존의 방법을 계속 밀고 나갔더라면 분명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행동과 마주 보고 생각하며 어떤 사태를 불러일으켰을까......그 마저도 모르는 채로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오리코 (슬픔 없는 학교생활을 바랐을 터인데 나 자신이 슬픔의 원인이 되는 줄도 모르고 그런 행동을 계속 했겠지)
시오리코「......읏」덜덜
시오리코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싹해진다. 가장 기피하던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며......아니야. 이제 이 생각은 그만두자)
시오리코 (......이제 이전까지의 나는 없다. 과거의 행적은 절대 잊지 않아. 하지만, 거기에 속박되지도 않을 거야. 아이상이 신뢰하는 나의 『다정함』을 믿고 나는 일을 해 나갈 거야)
시오리코「──시간이 됐네요」
시오리코 (내가 바라는 세계는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이번에야말로 이상에 다다를 수 있는 길을 나는 세웠다. 고난의 길일 지도 몰라. 결코 평탄한 길은 아닐 거야)
시오리코 (그래도, 분명 눈앞의 길은 펼쳐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그 한 걸음을 내딛을 거야. 이 길을, 눈부실 정도로 빛을 발하는 태양이 비춰 주고 있으니까)
시오리코「후우......하아......」
시오리코 (머리 장식을 다시 묶고 심호흡. 그래. 이것이, 이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 소망은, 여기서부터 시작될 거니까)
시오리코「다녀오겠습니다」
시오리코 (조용히 이별을 고하고 학생회실을 나선다)
──니지가사키학원 강당 무대 옆
부회장『그러면 니지가사키학원의 특색 중 하나인 동아리 활동, 동호회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시간인 동아리 활동 소개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만──』
부회장『그 전에 니지가사키학원 현 학생회장인 미후네 시오리코 학생이 여러분께 전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유우「시작한다......! 시오리코쨩의 연설.....!」
리나「실제 내용까진 자세히 모르니까 엄청 기대돼......! 리나쨩보드『두근두근』!」
아이「......시옷티」
아이 (부회장의 방송에 호명을 받아 시옷티가 단상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하고는 무대 정반대 편에 있어서 마지막까지 역시 만나서 얘기하진 못했어)
아이「......」
아이 (단상에 선 시옷티는 재선거 때보다 훨씬 활기찬 표정으로 내가 생각하는 괴롭힘 같은 건 전혀 무관한 것 같아 보였다)
시오리코『입학 희망자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니지가사키학원 학생회장인 미후네 시오리코라고 합니다. 부디 잘 부탁드려요』
아이 (조용하고 온화한, 하지만 어딘가 압도되는 듯한 말투. 원래 이런 일에 익숙해져 있는 걸까)
시오리코『여러분께 동아리 활동 소개는 아주 기대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전에 한 가지, 제가──아니, 학생회에서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시오리코『여러분이 동아리에 들어간다고 하면 어떤 것을 중점에 두나요? 특기를 연마하기 위해. 좋아하니까. 하고 싶으니까 들어간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죠』
시오리코『저희 학생회에서도 여러분이 다양한 빛깔의 희망을 갖고 동아리에 들어와 주시는 것을 최선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오리코『하고 싶은 것이 뭔지 잘 모르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도중 정말 이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인가. 자신이랑 맞는 동아리는 뭘까』
시오리코『가끔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 망설이거나 혹은 희망을 갖지 않고 고민하게 되는 사람도 꽤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계속 품은 채로 후회, 그리고 슬픔을 안게 되고──』
시오리코『졸업을 맞이한다. 그런 3년이 될 가능성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학생회는 가능한 한 여러분께──』
시오리코『즐거웠어. 기뻤어. 이 동아리에 들어와서 좋았어. 이 동호회의 친구들이랑 활동해서 즐거웠어. 그런 말이 나올 수 있길, 자신의 미래에 한층 더 희망을 품고──』
시오리코『이 학원에서 날개를 펼쳐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니까 만약 지금 자신에게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꿈도, 장점도──적성도 못 찾겠어, 그런 건 없어......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오리코『우선은 학생회실로 부디 찾아와 주세요. ......저희도 만능은 아니고 도움을 하나도 드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시오리코『여러분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혹은 여러분을 격려해줄 수 있다면 저희는 거기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시오리코『지금 망설이는 분들께,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불안을 마음에 품고 있는 분들께, 저희 학생회가 있습니다. 언제든지 그 마음을 털어놓는 장소로 계속 남아 있을 겁니다』
시오리코『그리고 하고 싶은 걸 정하고, 좋아하는 것을 가슴에 품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여러 가지 상황에 기대를 부푼 여러분께──』
시오리코『저희 니지가사키학원의 모든 동아리는 분명 그 기대에 부끄럼 없는 활동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약속합니다』
시오리코『이상으로 인사를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대 옆
유우「오오오오오오오......!」
리나「......쩐다」
아이「시옷티......!」
아이 (쿵쿵 울리는 고동. 시옷티가 목표로 하는 세계. 마음이 떨린다. 낭랑하게 얘기하는 시옷티한테 몸이 떨려. 아아, 이것이, 시옷티의 이상이구나......!)
유우「이게 시오리코쨩이지......! 쩐다, 쩔어!!」뿅뿅
아이「이야~......아이상 좀 울컥해진 것 같아」
리나「아이상,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아버지 같아」
아이「적어도 어머니라고 해줘 리나리......」
유우「그럼 리나쨩이 엄마야?」킥킥
리나「그것도 나쁘지 않아......리나쨩보드『만족』」
아이「하핫! 그럼 미야시타 리나, 인가?」
리나「!」화아아악
아이「괜찮아ㅡ, 텐노지하고 마찬가지로 좋은 어감이야!」
리나「......기뻐. 아이상, 평생 행복하게 해 줄게」
유우 (또 이러네......아이고 뜨겁다 뜨거워......오?)
시즈쿠「유우선배! 아이상, 리나상도 수고했어요」
유우「시즈쿠쨩! 벌써 나갈 차례야?」
시즈쿠「네. 이번에도 전 무대에 서게 돼서......」
부장「아아 타카사키상. 미야시타상하고 텐노지상도 안녕」방긋
아이「안뇽 부장님! 연극부도 곧 차례가 왔구나!」
리나「연극, 아주 기대돼. 이번엔 시즈쿠쨩하고 부장님 둘이서 토막극이야?」
부장「맞아. 시간이 짧은 만큼 얼마나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승부지. 등장인물도 이야기도 최대한 쥐어짜내면서도 최고의 극을 선보이고 싶네」
시즈쿠「네! 극을 위한 연습을 착실히 해 왔답니다」
유우「오오......시즈쿠쨩 멋있어......」
시즈쿠「유우선배, 부디 봐주세요. 유우선배, 리나상, 그리고 카스미상 덕분에 찾은 『저』를 가득 보여주고 싶어요!」
유우「응. 지켜볼게, 시즈쿠쨩. 시즈쿠쨩이 가장 빛날 때는 시즈쿠쨩이 무언가를 연기하고 있을 때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부장「자 연극 시작이야, 시즈쿠. 평소대로 가자」
시즈쿠「네」
아이「시즈쿠, 여기서 지켜보고 있다구!」
리나「리나쨩보드『파이팅』!」
──────
시오리코「후우......」
부회장「수고하셨어요, 회장님」
시오리코「부회장님」
부회장「아주 좋은 연설이었어요, 회장님」
시오리코「......!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부회장「네. ......저는 아직 어쩌면 회장님과는 이해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당신이 그 인사의 내용을 준수하신다면──」
부회장「저도 미력하게나마 힘을 다하겠습니다」
시오리코「......감사, 합니다」
부회장「아아, 그러고 보니 연설 도중 미야시타상의 친구분께서 와 주셨어요」
시오리코「에? 미야시타상의? 무슨 볼일이 있었죠?」
부회장「네. 그게 연설이 끝나고 돌아와서라도 좋으니까 2학년 교실로 와 줬으면 한다고 해서......」
시오리코「2학년 교실에? 뭐죠......알겠습니다. 여긴 잠깐 부회장님께 맡겨 둘게요」슥
──────
시즈쿠『어머 벤!』
부장『어이 루시! 오늘은 너한테 줄 선물을 갖고 왔어』
시즈쿠『와아! 예쁜 반지......! 이런 멋진 걸 받아도 되나!?』
부장『물론이지 루시......저기 루시, 난 지금부터 여행을 떠날 건데, 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시즈쿠『확인하고 싶은 것?』
부장『응, 그건 아주 중요해서......아니, 너한테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그래도 나한테는 아주 중요한......』
당신의 이상적인 히로인ㅡ♪
시즈쿠『앗 미안해 벤! 전화 왔어! 여보세요──』
──────
유우「우훗......모처럼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고 말하려는데 전화만 줄창 받고 있네......크흐흐흐......이 연극 엄청 재밌다......프크크큭」
아이「이거 뭐였더라.....어디서 읽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리나「원작은 『전화』라는 제목의 오페라. 토막극용으로 축약한 것 같아. 아이상은 내 방에서 칠색 잉꼬*를 읽었으니까 본 기억이 있겠지」
(*연극을 소재로 한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아이「아아ㅡ! 그래서 뭔가 기억난다고 생각했구나......유우유, 괜찮아?」
유우「크흐......저 부장님이 전화한테조차 질투해서......시즈쿠쨩한테 휘둘리고......크흐흐」
아이「......리나리, 내 차례도 얼마 안 남았고 의상 최종확인 부탁해도 될까」
리나「라저. ......아이상, 입은 잘 움직여져?」의상 오케이!
아이「오우! 아ㅡ, 아ㅡ......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생각ㅎ──」
리나「스톱. 그 이상은 무대에서 하는 거로」
아이「왜?」
리나「목의 기운은 아껴 둬야지」
아이「확실히 일리 있네. 유우유는......어ㅡ이 유우유, 살아 있어?」
유우「히이......히이......아, 아햐햐, 나, 주거......괴로어......」쌕쌕
아이「희극으로 죽으면 만족할지도 모르겠네......」
리나「웃으면서 죽을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을지도. ......앗. 아이상, 이제 연극 끝난다. 연극부 다음 동아리는 발표가 짧으니까 곧바로 아이상 차례가 올 거야. 준비는 됐어?」
아이「옛썰! 가볍고 헤비하고 당당하게 간다!」슥
리나「응. 여기서 지켜볼게......!」
유우「아하하, 죽겠다, 진짜, 이히히힛, 으앗, 주거......복근 찢어져......」움찔움찔......
리나「......유우상 정신 차려......」
──────
나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지정받은 교실로 서둘렀다. 긴 볼일이 아니라면 돌아가서 아이상의 무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상의 무대, 인터넷에선 몇 번이고 돌려 본 그녀의 라이브는 화면 너머로도 무시무시한 힘이 느껴졌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환히 비추고 위를 올려다보게 하는 강렬한 힘.
분명 그걸 두 눈으로 직접 본다면 더욱 더 그 매력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나는 그렇게 오늘 라이브를 기대했으니까......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정받은 교실의 바로 옆 교실을 지나가려고 하던 순간.
꽉 하고 무언가에 왼팔을 붙잡혔다. 목소리를 낼 틈도 없이. 그대로 몸이 왼쪽으로 쓰러졌다. 아니, 쓰러졌다기보단 끌려갔다. 그게 더 맞다고 생각한 건
「으악」
교실 바닥에 몸이 내던져져서 볼썽사납게 좌반신이 부딪혀 버렸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무언가가. 무언가에.
초조함이나 공포, 고통 같은 것보다 먼저 곤혹감이 내 머릿속을 휘돌았고──순식간에 시야가 어두워졌다.
「꺄아악!!」
비로소 온몸에 목숨의 위기를 느꼈고, 공포와 긴장에 쇳소리가 내 목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런 외침도 허무하게 뒤통수에서 무언가에 묶이는 감각과 동시에 누군가에게 두 손목을 붙잡혀서──그대로 꼼짝할 수도 없었다.
「아......아......」
외치려고 했지만 이번엔 너무나 공포에 질려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비참하게 쉰 목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
「......뭐야? 외치고 싶으면 외치면 되잖아~?」
「어차피 오늘은 학생들도 안 올걸? 선생님들도 대부분 강당이나 교직원실에 계시지」
「아무도 안 오지만 말이야」
귀에 박히는 세 목소리. 순간의 정적 후 뭐가 이상한 건지 세 웃음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3명 모두 여자 목소리로, 바닥에 쓰러졌을 때 잠깐 보였던 교복으로 이 학교 학생이라는 것만은 알았다.
「너, 흔적만은 남기지 마라?」
「알았다니까. 나 이런 거 특기거든」
「아 웃겨! 너 남친하고 이런 거나 하고 있는 거야?」
세 목소리. 그 이외의 새로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아무래도 이 교실에는 나를 포함해서 4명밖에 없는 듯하다.
다만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시야를 봉쇄당하고 두 손목이 묶여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는, 이 공포를 떨쳐낼 수 있는 단서가 전혀 되지 않는다.
「뭐, 뭐가......대체 뭘, 하려는 거죠. 목적이, 뭔가요」
축축함을 감추지 못하고 꼴사납게 떨리는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쥐어짜냈다. 외치고 싶어도 더는 외칠 수 없다. 1초가 지날 때마다 모르는 것 투성이인 현실에 공포의 빛깔만이 물들어 가고 있었다.
「뭐야 벌써 반 우는 상태잖아. 우린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니아니아니아니, 이미 하고 있어. 뭣하면 완전히 울어도 이상할 게 없는걸」
두 명의 목소리는 마치 아직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 같았고, 나는 희미하게 숨을 내쉬었다. 뭔가를 묻고 조금이라도 뭔가를 알아내야만......이 공포를 견딜 수 있을 거야.
「저기 너 말야,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순간. 들이마신 숨을 전혀 내뱉지 못하고 대신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뭐, 뭐가......」
「정말 대단하네. 보통 그렇게 괴롭힘 받으면 등교를 거부하거나 선생님께 이르거나 둘 중 하나 아닌가?」
뭐라고 말하는 거지......
「대체, 무슨 얘기를......」
「괴롭힘을 받아도 끄떡없냐는 얘기라고!」
한 명이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 가까이서 바닥을 힘껏 걷어찼고, 그 충격이 내 몸을 덮쳐 엉겁결에 몸을 움츠리게 했다.
웅웅거리는 듯한 바닥의 진동을 느끼면서 만약 이게 나한테 내려치는 거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온몸에서 땀이 뿜어져 나왔다.
「너 말야......요즘 니 스스로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 거야」
내 물음 따윈 마치 있으나 마나 한 길가의 작은 돌 같았고, 그녀들은 내게 속사포로 질문을 퍼부었다.
......요즘, 나 자신. 대체 뭘. 무슨 의도로. 무슨 생각을 하고.
공포과 혼란으로 마비된 내 머리는 그녀들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니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짓들은 어떻게 되는 건데!!」
이번에는 바닥이 아니라 내 뒤의 책상을 걷어차는 소리가 났다.
와그르르 책상이 넘어지는 소리가 이상하게도 크게 들렸고 나는 숨을 삼켰다.
「스스로 요즘 꽤 착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아주 잘됐겠네」
「고민을 함께 해결합시다ㅡ라면서. 우와ㅡ회장님 친절해ㅡ」
「여태까지의 일은 전부 없던 걸로 하고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ㅡ라는 거냐?」
정적. 아니, 공포에 지배된 내 얕은 숨결이 교실에 울린다. 그녀들은. 그 발언의 의도가──
「까불지 말라고!」
「──윽!?」
찢어지는 내 사고. 귀를 찌르는 충격. 보이지 않는 공포. 움직일 수 없는 공포. 무서워. 살려줘.
「네 잘됐네요 라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니는!?」
갑자기 조끼를 잡아 강제로 일으켜 세운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무릎에서 무너져 내린다.
「일어서 이년아!!」
「으악──」
멱살을 잡아 다시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발끝이 간신히 바닥에 닿아 숨이 막힌다.
「니가 지금까지 해온 짓들이 용서 받을 것 같냐고!」
보이지 않는 시야. 하지만 분명 눈앞에서 고함치고 있는 게 상상이 가서──아니, 상상이 가 버려서 더욱 두렵다.
「히악」
이제 기를 쓸 힘도 허세 부릴 용기도 없고. 나는 그저 공포에 계속 떤다. 그저 그냥 차라리 이대로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서.
「어이」
짧은 말. 시야가 막힌 만큼 귀로 더욱 그 감정을 파악하게 된다. 세 명 모두 틀림없이 분노에 떨고 있다.
「대체 뭐하는 새끼야? 아이쨩이 뭐라고 했는진 몰라도 다른 사람한텐 억지로 부 이동을 시키고선 니는 대체 뭐하고 있는 건데?」
「아 관심 있는 동아리에 들어갔구나. 다른 사람은 울면서 부 이동을 강제받았는데, 넌 니가 좋아하는 걸 하고 있고?」
「하──, 악」
제대로 숨을 못 쉬는 건 셔츠 깃을 잡혀서가 아니다. 공포에 몸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서 숨을 쉴 수가 없다.
「그치? 넌 아무런 생각도 없구나. 전부 니 좋을 대로 하고 있는 거잖아」
자신이, 좋을 대로라니. 그럴 리가.
「결국 자신의 이상을 남한테 강요하고 만족해 버린 거잖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아무런 생각도 안 드는 거지?」
아니야──. 그럴 의도는──.
「얕보고 있는 거잖아. 우릴」
그럴, 리가......아, 아니야......
「역시 미후네 재벌의 영애는 대단하구나. 우리하곤 태생도 자라난 환경도 다르니까.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거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면 말야. 너의 그 태도가 어떤 식인지 우리가 직접 알게 해줄까. 남한테도 감정이란 게 있다는 걸 말이지」
바짝 조끼의 가슴 언저리를 세게 잡혔나 싶더니──
「윽!?」
옷감이 억지로 찢어지는 소리. 그 옷감에 딸린, 조끼를 고정하고 있던 단추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바싹 마른 소리가 유난히 선명하게 들렸다.
그대로 두 손목을 뒷짐 결박 당했고 셔츠랑 치마만 입은 상태가 되었다.
「야, 지금부터 우리가 뭘 할 것 같아?」
뭐가, 라고도. 뭘, 이라고도.
「옷 안쪽이면 모를 것 같지? 특히 브라 안쪽이라던가 말야」
말이 이어지든 말든 셔츠 틈새에 손이 들어간다. 그대로 붙잡혀서 조끼와 마찬가지로 단추가 튀어나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아. 이것이, 내가 여태까지 해온 죄에 대한 벌이구나 하고 공포에 떠는 머릿속에서 어렴풋이 생각했다.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귀결. 죄에 벌을 부과하는 것은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는다.
남을 슬프게 하고, 불행하게 하고, 자신만이 구원받으려고 한 내게 어울리는 최후인 듯싶다. 동아줄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은 어둡고 좁으며 남의 원망을 짓밟고 걸어온 길.
햇빛에 비친 다른 길 앞에 서도,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사라질 리가 없다.
이것은 내게 새겨진 죄의 증표. 속죄를, 죄의식을 갖고 잠시라도 행복을 바라는 것 따윈 내게 허용되지 않는다.
남의 꿈을 빼앗고 사리사욕대로 유린해온 대역 죄인한테 딱 걸맞은 최후가 아닌가.
「아......으」
주르륵하고 눈물이 난다. 왜 우는 거지. 왜 슬픈 거지.
죄인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도리니까 슬프다는 건 있을 수 없는데.
왜 이렇게나 괴로운 거지. 왜 나를 괴롭게 하는 거지. 이것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건데.
「아이쨩한테 알랑거리면 용서받을 거라 생각하지 말라고!!」
아이상. 문득, 그녀의 다정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이상도 어어어어어엄청 즐거웠어!!』
──『나랑 시옷티는 친구야. 친구가 슬퍼하고 있다면 함께 있어 주는 게 당연하다구』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상이 반드시 같이 있어 줄 테니까』
──『같이 끝내고 동호회로 가자! 아이상하고 같이 즐거운 걸 하자구!』
아. 아아. 나. 싫어. 분해. 슬퍼. 아이상 옆에 있고 싶은데. 이런 식으로 더럽혀 지면. 나. 아이상 옆에. 설 수 없어.
슬퍼. 무서워. 분해. 괴로워. 자업자득이지만. 아이상. 어떻게든 저를. 이런 저를.
「......살려, 주세요──윽」
내 작은 마지막 중얼거림은 현실로 되는 일 없이 허공으로 녹아내렸다.
갑자기 몸도 허공으로 내던져졌고, 그리고──.
──너네들 뭐하는 짓이야!!!!!
있을 리가 없는──
그 태양의 반짝임을──
어두운 시야 속에서 나는 분명히 보았다.
──
────
──────
──니지가사키학원 강당 무대 옆 탈의실
아이「후ㅡ, 더워......」
리나「아이상 수고했어. 라이브 최고였어, 리나쨩보드『대흥분』」
아이「이야~ 아이상도 오늘은 특히 더 달아올랐어! 몸도 평소보다 잘 움직였고 목소리도 잘 나온 것 같아! 입학 희망자 애들도 꽤 분위기를 잘 탔고」
유우「아이쨩 잘했어ㅡ!! 최고! 두근거림이 더는 멈추질 않아!!」바둥바둥
아이「오오ㅡ, 오랜만의 두근거림 모드 유우쨩이다!」킥킥
리나「유우상의 이 모드, 재미있어서 좋아」
유우「에엣!? 그거 내가 마치 평소엔 재미없는 사람인 것처럼 들리는데!?」띠ㅡ잉
리나「앗, 오해야. 평소에도 좀 재미있어」
유우「구헤헤!」
아이「아하하하핫, 리나리도 유우유도 텐션이 올랐구나──」
「아이아이!」
아이「어라? 카오링? 왜 그래?」
「아니, 아이아이 아직도 여기 있던 거야?」
아이「에? 그건......그런데,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아이아이가 라이브 하기 전에 학생회장이랑 엇갈렸거든. 아이상의 친구가 부르고 있다고. 아이상의 라이브도 얼마 안 남았는데 말이지」
......어?
「카오링. 그 교실이 어디야」
신음 같은 소리가 났지만 멈출 수 없다.
「에? 2학년의......」
순간. 나는 탈의실을 뛰쳐나갔다.
「아이상!?」
「아이쨩!?」
「리나리, 카린 좀 불러 줘!!」
냅다 뛰었다.
강당을 뛰쳐나오고선 복도를 쏜살같이 달린다. 길모퉁이에서도 감속 따윈 하지 않는다. 중심을 도는 방향으로 기울여 속도로 균형을 잡는다.
계단을 하나 건너뛰고 뛰어 올라가 층계참에 발을 붙이지 않은 채 난간을 잡고 건너편 계단으로 날아올라 다시 뛴다.
교실에 학생이 있을 리가 없다. 심지어 선생님조차 안 계신다. 인적 따위 전혀 없는 장소. 즉 그것은.
(제길──!)
어쨌든 빨리. 1초, 아니, 그 찰나조차 아깝다. 착각이라면 그걸로 됐어. 하지만, 만약 내 망상이 현실이기라도 한다면.
계단을 다 오르고 방향을 꺾는다.
「제발......」
발 앞꿈치만으로 뛴다. 라이브가 끝난 직후라서인지 지금 이 순간만큼은 피로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2학년 B반. 문. 그 너머. 뒷짐으로 감싸진 조끼. 벗겨진 셔츠. 그리고 눈이 가려진 그녀가 있었다. 반대편 문으로 도망치는 세 명의 학생이 순간 눈에 비친다.
시야가 시뻘겋게 타오르면서 나는 문 손잡이를 혼신의 힘을 다해 쥐어잡았다.
「너네들 뭐하는 짓이야!!!!!」
그렇게 외치면서도, 내 시선은 바닥에 쓰러져 열을 내는 듯이 떠는 시옷티의 모습만을 포착하고 있었다.
ㅡ9편에서 계속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708名無しで叶える物語(たまごやき)2021/01/21(木) 23:42:41.88ID:yiFyqdDs
연설 멋지다
717名無しで叶える物語(もこりん)2021/01/22(金) 00:07:01.58ID:nxYQa+/O
미쳤네 레이프잖아!
724名無しで叶える物語(カボス)2021/01/22(金) 00:25:25.37ID:2512H71K
양아치들 무서워...
734名無しで叶える物語(庭)2021/01/22(金) 00:39:40.81ID:9h2jRR9G
왔구나
736名無しで叶える物語(あら)2021/01/22(金) 00:45:56.89ID:mLynv+83
완전 히어로
738名無しで叶える物語(はんぺん)2021/01/22(金) 00:49:57.74ID:BhFzrin/
또 울었다
741名無しで叶える物語(もんじゃ)2021/01/22(金) 00:55:49.14ID:L0U7iZdH
여기서 끊지마...
742名無しで叶える物語(たこやき)2021/01/22(金) 00:56:39.86ID:+kDD9aY8
여기서 끊으니까 좋은 거야
744名無しで叶える物語(はんぺん)2021/01/22(金) 00:59:06.33ID:VJn6ZrEG
고조됐군
751名無しで叶える物語(もんじゃ)2021/01/22(金) 01:27:48.86ID:V0XYhwh0
묘사는 괴롭힘이 틀림없지만 매도하는 내용이 너무 정론이라서 마음이 아파......
754名無しで叶える物語(えびふりゃー)2021/01/22(金) 02:09:07.63ID:98U/v2D5
SS레벨이 아니야
755名無しで叶える物語(北陸地方)2021/01/22(金) 02:17:34.99ID:ruT8xs1w
남들보다 조금 귀엽게 태어났다고 우쭐거리지 마 같은 동기보다
세츠나가 아유무한테 감정을 부딪치는 장면을 끼워서 악역 쪽에도 감정이입할 수 있는 점이 재미있다
756名無しで叶える物語(はんぺん)2021/01/22(金) 02:46:47.22ID:VJn6ZrEG
어딘가에서 일하는 각본가라고 말해도 납득이 갈 정도로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 능숙한데
758名無しで叶える物語(もんじゃ)2021/01/22(金) 05:01:52.76ID:LmrZM5Am
천재
761名無しで叶える物語(もんじゃ)2021/01/22(金) 10:51:52.37ID:gLnPFjfW
괴롭힘은 있어선 안 되지만 그녀들의 주장 자체에는 동의할 수 있다는 게 참...좋아하는 걸 하던 사람에게 적성주의를 들이대고 휘두르고선 전 좋아하는 걸 할게요 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으니 그야 까불지 말라는 말이 나오겠지...
764名無しで叶える物語(たこやき)2021/01/22(金) 11:42:58.36ID:nwRWynay
솔직히 스레 제목은 배드 쪽으로 회수되는 걸 기대해 버리게 돼
오싹오싹함
765名無しで叶える物語(しうまい)2021/01/22(金) 13:26:57.08ID:l8AeLyzb
부 이동을 억지로 시켰나
현 단계에선 알선만 해준 거 아니었어? 알선 자체는 압력이 있었겠지만
767名無しで叶える物語(もんじゃ)2021/01/22(金) 14:34:22.08ID:rNYTUxWM
압력이 있다면 악의가 있는 다른 사람한테는 이렇게 표현되어도 뭐 어쩔 수 없겠지
769名無しで叶える物語(えびふりゃー)2021/01/22(金) 14:52:54.01ID:jIHDWoVN
쓸데없는 참견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네 과거 따위 알 바냐 라고 말이지
Sakulight | 아이고 시오리코야.. | 2021.02.08 15:15:25 |
ㅇㅇ | 선추 후감상 | 2021.02.08 15:18:28 |
크레이키스 | 이지메의 나라 | 2021.02.08 15:20:47 |
NijigAqoUse | 엄청길다 ㅗㅜㅑ | 2021.02.08 15:22:28 |
사자치카 | 아이고야.... | 2021.02.08 15:31:06 |
아유뿅다뿅 | 슼타에서도 성공체험이라는 당근으로 꼬셔서 부이동시킨거지 강요한적은 없긴 한데...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무기로 삼은거니까 그것도 잘하는 짓은 아니지만. | 2021.02.08 15:32:24 |
ㅇㅇ | 이것이 갓본의 자랑스런 이지메인가요 223.62 | 2021.02.08 15:41: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