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번역/창작 [SS] 벚꽃 목욕 (上)
글쓴이
Sakulight
추천
10
댓글
3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891198
  • 2021-02-07 14:25:55
 

상, 하편으로 계획중인 시오뽀무 SS임. 아마 이번 달 중에는 하편까지 올릴 듯.





(上)


비스듬하게 기운 어두운 경사로에 서서 길 건너편의 수 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행렬이 지나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따금 씩 불어오는 찬 바람에 기모노를 입은 몸을 떨면서도, 늦고 있는 일행 때문에 함부로 자리를 떠날 수는 없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추위가 점점 심해져서 견디는 것이 꽤나 힘들어지자, 시오리코는 ‘신년이라고 하여 꼭 신사에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과거의 자신이라면 생각하지 않았을 만한 것들을 머리 속에서 이어가고 있었다.


앞의 도로에서 택시 한 대가 멈추기에 발걸음을 옮겨 내리는 사람을 확인했다. 눈에 익은 디자인의 기모노와 기다란 흑발. 자신의 언니인 미후네 카오루코 였다.


“약속 시간이 몇 시인지는 알고 계신가요?”


“미안.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난 너보다는 훨씬 기모노를 입을 일이 없는 사람이라서 말이야.”


“오늘처럼 추운 날씨에 말도 없이 늦으시는 건,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짓이네요.”


“너, 대학을 다니더니 좀 더 까칠해졌구나. 중학교, 아니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반박하려다가 그것이 꼭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로 대학교 2학년이 될 자신과 과거의 자신을 비교해 볼 때, 과거의 자신은 비정상적인 정도로 차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서 나쁘게 말하면 좀 더 감정적으로, 좋게 말하자면 융통성 있고 유연한 사고 방식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변화의 이유는 대학 생활에 요구되는 것들을 받아들였기 때문인가, 아니면 자취생활 때문인가 하고 추측할 뿐이었다.


신사와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숫자도 점점 늘어났다. 최소한 작년만 하더라도 부모님과 함께 갔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언니만 함께하게 되었다. 과거의 서먹하던 관계는 회복한 지 오래였기에 딱히 분위기 상의 불편함은 없었지만, 무언가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다.


“무엇을 빌 생각이야?”


“올해는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네요. 언니는요?”


“음, 아마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되기를 빌지 않으려나.”


무언가를 원하고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비는 것은, 인간에게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그러나 시오리코는 자신이 바라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자신 안의 ‘이상’이 어느 때인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어떠한 소원을 비는 행위 자체가 너무나도 무의미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작년에는 원하는 대학에 붙게 해달라고 빌었고, 그 전에는 친구와 관련된 소원을 빌었음이 어렴풋하게 기억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자, 자신이 거리낌 없이 그 사람이 자신의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있었다. 고등학교 때의 친구는 한, 두 명을 제외하면 만날 일 자체가 없었으며,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의 관계와는 달리 보이지 않는 막이 존재하는 느낌이 있어서 그다지 먼저 다가가지는 않았다.


과거에 생각이 닿다 보니, 자신이 과거에 빌었었던 친구와 관련된 소원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금방 구체화 되기 시작했다. 학교를 졸업한 지 1년 가까이 되고 나서야 다시금 그 기억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뭐 빌었어?”


“아무것도요.”


“표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니다.”



*




발이 시려워져서 소파 위로 다리를 끌어올려 앉았다. 자취를 시작한 후의 첫 겨울은 예상했던 것 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작은 원룸의 미약한 보온성은 과거에 자신이 살던 집이 얼마나 좋은 집이었는지를 온몸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도쿄에 있는 명문대에 당연하다는 듯이 진학하였기에, 자연스레 원래 살던 집에서 통학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사회 경험’을 이유로 자취할 것을 권유하였고,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미후네 시오리코는 그 권유를 꽤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받아들였다.


그때와는 정반대로, 시오리코는 지금의 상황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되어야 마음을 갈고닦을 수 있다는,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때 책에서 지나가듯 읽었던 말의 진정한 의미를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당장에 먹고 사는 것이 바쁘니 사소한 것에도 점점 더 예민하게, 어떤 때에는 우울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자신이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자취를 한다고 하여 부모님으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3000엔이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생에게는 너무나도 적은 용돈은 당연히 받지 못했고, 등록금을 제외한 방의 월세나 잡다한 요금 같은 것들은 전부 자신이 벌어서 충당해야만 했다.


주 5일 나가는 카페 아르바이트에 적응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들 중 하나는 지금 살고 있는 집 그 자체였다. 도쿄의 대학을 통학하여야 하기에 당연히 물가가 비싼 도쿄에 방을 잡았고, 그다지 많지 않은 아르바이트 수입 때문에 화장실과 부엌이 딸린 작은 방만으로 구성된 곳을 구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비록 낡고 우중충한 느낌의 방이어도 처음에 가구를 새롭게 들일 때는 꽤 신선한 재미가 있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그런 자기위로적인 재미는, 몇 개월간의 생활을 통해 금방 사라져 버렸다. 당연히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 지내야 했던 여름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수준의 통풍성과 습기가 하루에 3번 씩 샤워를 하게 만들거나, 카페에 가서 돈을 쓰도록 강요하였다. 겨울을 맞이한 요즘은 바닥이 너무나도 차가워서 항상 양말을 신고있어야 했지만, 그나마 여름의 찝찝함 보다는 더 낫다고 느꼈다.


이따금 들려오는 옆집의 적나라한 소리나 몇 번을 보았지만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바퀴벌레의 출현 등도 있었지만, 가장 괴로운 것은 자신의 원래의 일상과의 괴리였다. 단순히, 넓고 편한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살다가, 하루아침에 그것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된 것이 도저히 적응되지 않았을 뿐이다. 또 다른 자신의 우울의 이유들을 찾자면 대학 생활의 적응의 어려움이나 자신을 북돋아줄 수 있는 사람들의 부재였지만, 요즈음에는 주거지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느껴졌다.


따라서 가능한 한 밖에서 과제나 시험 공부 등의 시간을 가지고, 집은 잠을 자기 위한 곳으로만 이용하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겨울 방학의 주말은 아르바이트도 없고, 추운 날씨에 돈을 써서 갈 곳도 마땅히 존재하지 않아서 집의 작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것 외에는 그다지 할 것이 없었다.


소파의 팔걸이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에서 누군가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듯한 진동이 일어났다. 하필이면 소설의 흥미진진한 부분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지만, 시오리코는 연락의 내용을 보자마자 책을 덮고 연락에 대답하는 것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이 우울한 집에서 나갈만한 구실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인에는 저녁 9시쯤에 저번에 갔던 펍에서 만날 수 있냐는, 오사카씨의 연락이 와 있었다.


도쿄의 C대학에 함께 입학해서 같은 문학부에 들었기에, 시즈쿠씨와는 종종 술을 마시곤 했었다. 학창시절에는 그녀가 졸업 후 바로 전문적인 연극인의 생활을 이어나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택하였다. 원래 살던 집에서 통학하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풍요로운 금전적 여유를 바탕으로 종종 밥이나 술을 사곤 했었다.


보통 그녀가 술 뿐만 아니라 안주 값 까지도 내기에, 안주를 저녁 삼을 생각으로 밥을 거르고 집을 나섰다. 밖의 공기는 생각보다 더 추워서, 열려있던 검은 코트의 앞단추를 여몄다. 1년 전 집을 나설 때 원래 입던 옷들을 대부분 챙겨왔기에, 밖에서의 옷차림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자신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어왔었다.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자, 번화가의 한 건물의 지하 1층에 위치한 펍에 도착했다. 80년대 음악을 21세기에 어레인지 한 듯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토요일 밤이기 때문인지, 조금 어두운 조명 속의 거의 모든 테이블을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구석진 테이블에서 메뉴판을 뒤적이고 있는 시즈쿠씨를 발견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자주 입어오던 붉은 코트가 아니라 새로 산듯한 갈색 코트를 입고 있어서 인지하는데 시간이 살짝 걸렸다.


“왔어? 뭐 마실래?”


“저번에 마셨던 칵테일이랑, 안주는 피자가 좋겠네요.”


“아, 미안 시오리코씨. 나 아직 용돈이 안 들어와서 안주까지는 못 사.”


저녁을 먹지 않고 나온 것을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안주를 사고 싶었지만, 대부분은 최소 1000엔이라는 자신에게는 꽤나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월급이 들어온지 얼마 안됐다면 기꺼이 샀겠지만, 3천엔으로 며칠은 버텨야 하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술만 마셔도 괜찮지? 이런저런 얘기 하려고 조금 무리해서 불러낸 거니까 말이야.”


“시즈쿠씨가 사주시는 거니까 별로 상관 없어요.”


성인이 아닌 이상 절대 조금도 술을 내어주지 않는, 그런 엄격한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첫 술은 대학에 와서 시즈쿠씨와 함께 마셨었다. 처음에는 막연히 맛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추천하는 것들을 몇 번 마셔보고는 그 맛을 알게 되어, 이따금 씩 가지는 그녀와의 술자리를 고대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칵테일은 한 잔에 1000엔이 넘어서 사비로 마신다는 것은 지나친 사치였기에, 그녀가 주선하는 자리를 언제나 기다리는 수동적인 심리가 된지는 반년이 넘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자그마한 과자 안주들을 먹으면서, 시즈쿠씨는 말 없이 맥주 잔을 비워가고 있었다. 자신은 빈속 때문에 금방 취하지 않게끔 조금씩만 마시면서, 이따금 잔에 꽂혀있는 신선한 민트 잎의 향을 맡았다.


잠시 가게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나 사람들의 대화 소리, 한 청년이 입구 근처의 피아노 의자에 앉아 기타를 연습하는 소리 등을 듣다가, 맥주 잔을 거의 다 비우고 나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이건 카스미씨와 있었던 일에 대한 건데, 시오리코씨의 생각을 말해줬으면 해.”

“말씀하세요.”


분명 기억하는 것은 시즈쿠씨와 카스미씨는 고교 2학년 무렵부터 시작하여 올해까지 포함하면 거의 3년간 사귀어 왔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연락하지 않았지만, 시즈쿠씨의 말에 따르면 전문학교에 진학하여 요리를 배운다는 듯 했다.


“카스미씨가 전문학교에 가고, 나도 대학을 다니니까, 최근 1년간은 가끔 밖에 만나지 못했었어. 그래도 만날 때마다 행복해서 별 상관 없다고 느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달까.”


“사귄지 꽤 시간이 지난 커플들에게 권태감이 오는, 그런 시기가 된 거 아닐까요.”


“아마 그게 가장 적절한 표현일지도. 카스미씨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난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는 걸. 그래서 차라리 헤어지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야.”


대학교에 진학한 지 1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그런 고민을 토로해봤자 유의미한 대답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친구일 뿐만 아니라 최소한 술을 얻어먹은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의 성의는 보이기로 마음 먹었다.

“연애해본 적이 없는 사람한테 그런 종류의 질문을 해봤자 괜찮은 대답이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제 사견을 붙이자면 그만 만나는 게 어떨까 싶네요. 불균형한 관계란 건 언젠가는 크게 틀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역시 그럴려나. 시오리코씨에게 물은 건 그냥 그쪽 말고는 이런 걸 물을만한 사람이 없어서. 대학 가서 만난 사람들 중에 허물없는 느낌의 사람이 잘 없다는 거, 알잖아?”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하고는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시즈쿠씨는 손을 들어 점원을 불러 높은 도수의 칵테일을 한 잔 시키고는 다시 말없이 과자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곧이어 자그마한 잔에 담긴 술을 몇 번 마시더니, 취기가 올랐는지 시즈쿠씨는 금방 곤란한 질문을 해왔다.


“시오리코씨는 왜 연애 안하는 거야? 외모는 꽤 우아하고, 성실하고 성격도 모난 곳이 없으니까 당연히 못하는 건 아닐테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구석에 박혀있는 생각을 그다지 꺼내오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도 약간의 술기운 때문인지 좀 더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져 버렸다.


“이따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고 할까요. 두근거린다는 느낌은 아닌데, 자꾸 떠오르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누군지 알 것 같기도 한데. 그러면 만나보는 게 어때?”


당연히 그런 생각은 수도 없이 해봤을 터였다. 다만, 그 사람이 졸업할 때 까지도 분명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를 이어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때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이 용기를 가지고 접근할 생각조차 가지지 못하게 만들어 왔었다.


“그 사람, 마지막으로 봤을 때 애인이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아닐걸?”


어떠한 감정이 몸을 스쳐지나갔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본지 2년이 다 되었기에, 시즈쿠씨의 말대로 지금은 헤어졌을지도 몰랐다. 다만 그 사람은 헤어지고 나서도 집착을 버리지 못할 성격의 사람이란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예전에 유학 가 있는 유우씨로부터 들었어. 유학을 간지 몇 개월 만에 이별을 통보했다더라고.”


너무나도 매정한 사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만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별을 통보하는 것은, 마음이 있는 상대방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처사였다. 더군다나 그 상대방은 언제나 일편단심인 사람이었기에 혹시나 잘못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울한 생각이 피어올랐다.


“그래도 과거에는 일종의 동료였으니까, 만나서 위로라도 해드리고 싶었는데 번호를 바꾸셨더라. 하지만 시오리코씨도 알다시피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셨으니까, 잘하면 만날 수 있지 않으려나?”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무미건조한 마음이 조금 기뻐하는 것이 느껴졌다. 방학 기간이기에 대학을 찾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서, 대신에 조금 무모하지만 당장 내일부터라도 그녀의 대학 주변을 돌아다녀 볼까 했다.


“설마 내일부터 대학 쪽을 돌아다녀 보게?”


시즈쿠씨는 이제 표정으로도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된 걸까. 아니면 자신이 너무나도 뻔한 사람이 되버린 걸까.


“네, 평일의 알바 말고는 그다지 일정도 없고, 남는 시간에 별로 집에 있고 싶지는 않아서요.”


“하긴 내가 시오리코씨여도, 그 집에 있는 것보다는 어딘가라도 돌아다니는 게 더 나을려나.”


자신에게는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닌데도, 취기가 올랐는지 시즈쿠씨는 조금 킥킥거렸다. 시즈쿠씨는 주변인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안주 삼다가, 돈이 없어서인지 평소보다 더 빨리 자리를 나서자고 했다.




*




평소대로라면 술기운 때문에 금방 잠이 들었을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잠자리에 눕고 한 시간 가까이 돼서야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꾸는 꿈은 고등학교 때의 희미해가는 기억들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옆집의 문 닫는 소리에 깨어났을 때, 어째서인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행복한 꿈에서 깨버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꿈 자체가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슬프게 다가와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오늘의 일정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원래 주말에는 아무런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집을 나갈 구실을 만들어 주었다는 사소한 이유만으로 아유무씨에게 닿지 않는 감사를 표했다.


아유무씨가 다닌다고 하는 대학은 집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여서, 만약 자주 가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큰 부담 없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나 만난다면 최대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입었다. 그녀라면 분명, 내가 기억하고 있는 선에서는 생각보다 귀여운 느낌을 좋아할지도 몰랐다. 다만 그런 식으로 입는 것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적절한 타협을 위해 옷을 고르는데 시간이 꽤 걸렸었다.


막상 대학 근처에 도착했지만 어디를 가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근처의 눈에 띄는 곳은 초등학교가 있긴 했지만, 그 근처에 그녀가 있을 이유는 없어보였기에 조금 떨어져 있는 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앙상한 가지로 가득한 나무들 밖에 없기는 했지만 그다지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지는 않았다. 만약, 다른 계절에 찾아온다면 이 공원은 충분히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해줄 것이다. 몇 분 정도 걷자, 예상외로 커다란, 호수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장소가 나타났다. 이곳은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기에 챙겨온 책을 읽기에 적합했다. 아주 희박한 만날 가능성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는 것보단, 책이라도 읽고 있는 것이 현명했다.


고등학생 때, 어떤 약속장소에 먼저 가서 그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생기면, 자신은 항상 기대와 두근거림에 부풀어 올라서 그것들을 조금씩 음미하면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고 그때만큼의 두근거림이 존재하지도 않아서, 가만히 기다릴만한 이유는 없었다.


책을 읽다가 몇 분에 한 번씩 습관적으로 주위를 살피던 중, 어떠한 변화를 알아차리고는 살짝 놀랐다. 비어있던 호수의 건너편 벤치에 어떤 사람이 앉아 있었다. 호수를 끼고 있는 거리이기에 얼굴은 꽤 흐릿하게 보였지만, 검은 머리카락의 여성이라는 사실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흑발이니까 당연히 그 사람은 아닐 것이다. 순간적으로 끓어올랐던 심박수가 차츰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미후네 시오리코는 방금의 경험을 통해, ‘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자신의 마음이 금방 두근거려버린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만나면 기쁘겠지만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는 분명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 사람을 마지막으로 본 지 2년이 되어서야, 자신이 어른이 되고 생각의 깊이가 좀 더 깊어지고 나서야 자신이 진정으로 그 사람을 사랑했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과거의 어리숙한 미후네 시오리코는 그것이 일종의 동경이라고 생각했지만, 분명 지금의 그것은 사랑이었다.


자신의 진심을 깨달아 버린 것만으로도 어딘가 울컥하는 것이 있어서 책이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았다. 흐느끼고 싶었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싫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




평일에는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기에, 그녀를 찾는 일은 잠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6시가 되면 이미 어두워져서 꽤 맘에 들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평일에는 주변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적당한 가게에 들어가 밥을 먹거나 술집에도 들어가 보기는 했지만, 당연히 그런 곳에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주말에는 좀 더 오랜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을 찾고 있는 행위 자체가 신선한 두근거림을 가져다 주었음으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주말이 아깝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공원에서 책을 읽다가도 이따금 씩 주위를 돌려보았지만 볼 수 있는 것은 보통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이거나 가족, 이따금 씩 연인들이었다. ‘시오리코씨’ 하고 자신의 이름은 부르는 소리에 움찔하면서 고개를 들었지만, 아쉽게도 종종 보던 얼굴이었다.


“궁금해서 한 번 와봤어. 여기는 봄만 돼도 꽤 예쁘겠는걸.”


시즈쿠씨는 붉은 코트에 무언가 뭍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느낌으로 벤치를 살펴본 뒤 옆에 털썩하고 앉았다. 조금 술 냄새가 난다. 정오인데도 마신 걸까.


“설마 술 드셨어요?”


“응. 아까 잠깐 이자카야에서.”


“잠깐 마신 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냥 마시고 싶은 일이 생겨서.”


저번에 자신과 시즈쿠씨가 한 대화를 토대로, 그녀가 낮부터 취하고 싶어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연인과 헤어졌다거나 하는 이유임을 알아차렸다. 시즈쿠씨는 취기가 꽤 오른 상태였는지 깊은 이야기들을 별다른 망설임 없이 내뱉었다.


“어젯밤 헤어졌어. 카스미씨는 항상 나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나는 예전처럼 최선을 다하지는 못하니까. 시오리코씨가 말한 대로, 이런 불균형한 관계는 상처가 쌓이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깨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그런데...”


시즈쿠씨는 말 끝을 흐리고는 곧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위로해주고 싶어서, 몸을 돌려 끌어안아 주었다. 시오리코는, 친구가 울고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고교생이 아닌 성인이 된 자신도차 아직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아직도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경험이 부족했다.


끌어안으면 완전히 울음을 터트려버리는 것이 아닐까 했지만, 시즈쿠씨는 자신의 어깨 쪽에 얼굴을 대고는 천천히 호흡을 추스리고 있었다. 머리를 손이 가는 대로 쓰다듬어 주었더니 금방 거친 호흡이 사그라 들었다. 쓰다듬을 받으면 마음이 진정되는 걸까.


“이제 좀 진정됐나요?”


부어오른 눈동자와 마주쳤다. 가까워서 조금, 아니 많이 부담스럽다. 어째서 일이 벌어졌음을 자각하는 것은 항상 그 일이 일어나버린 후일까. 어깨를 잡히고, 응석부리는 듯한 키스를 받았다.


“나, 시오리코씨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어. 그치만 나는 안될까? 그 사람은 만날 수 있을지조차 모르고 만약 만난다 하더라도 시오리코씨를 좋아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지금 여기에 있는걸.”


“죄송해요. 저,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겉으로는 꽤 성숙해 보이지만, 속은 연약해서 어딘가에 기대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사람인걸까. 헤어진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기대올 줄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꽤 매력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에, 만약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주저없이 사귀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이상,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거절하는 수 밖에 없었다. 시즈쿠씨라면 내가 아니더라도 분명 기댈 수 있는 사람을 금방 찾아낼 것이다.


잠깐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더니, 시즈쿠씨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자리를 떴다. 너무 어리광 부려서 미안하다고, 오늘 일은 잊어달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도저히 오늘의 일은 잊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단순히, 방금의 키스가 퍼스트 키스였음을 깨달아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




첫 키스를 빼앗겨 버렸다는 사실을 좀처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흘려보낼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자신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그것에 대한 로맨틱한 환상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첫 키스는 당연히 사랑하는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었는데, 술 취한 친구에게 그 소중함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느껴졌다.


고등학교 시절에, 그 사람과 유우씨가 키스하는 것을 2번이나 본 적이 있었다. 당연히 보고자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단지 학생회장은 방과후에 빈 학교를 돌아다닐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일어난 우연이었다. 첫 번째는 그녀가 2학년인 때였는데, 그때의 자신에게 그것은 너무나도 정열적인 키스여서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린 기억이 있었다. 두 번째는 그때로부터 1년 뒤로, 그녀는 똑같이 열정적이었지만 유우씨는 별 느낌 없다는 듯이 가만히 있을 뿐이라서, 그 자리에서 금방 질투해 버렸었다.


키스를 당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찾는 일을 더 소홀히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전에는 없었던, 그 사람과 만나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서 어제보다 좀 더 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은 좀 더 책에 집중하면서 잡념들을 조금 떨쳐내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잊은 채 2시간 정도 벤치에 앉아 다리를 꼬고 책에 집중했더니 목이 피로해져서 잠깐 고개를 들었다.


한 달 전처럼 호수 건너편의 벤치에 어떤 여자가 앉아있었다. 어딘가 익숙하다 싶더니, 이 공원에 처음 왔을 때 본 여자와 헤어스타일이나 복장이 꽤 비슷하였다. 저 사람은 이번에는 무엇을 하고 있나 봤더니, 핸드폰 같은 것을 꺼내거나 하진 않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 듯했다.


다만 좀 더 유심히 보니 마치 언제부턴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소름이 끼침과 함께 순간적으로 혹시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막연히 했던, 당연히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틀렸을지도 몰랐다.


책을 작은 손가방에 넣고 일어나 천천히 공원의 둘레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점점 그 사람의 모습이 뚜렷해지자, 저 사람이 자신을 계속해서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오묘한 색이라고 느꼈던 그 사람의 코트는, 눈에 보이는 크기가 조금 커지자 우아한 와인 색을 띄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에게로 한 발자국 씩 내딛을 때마다 심장 박동이 점점 거세져 가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뇌가 그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가능한 거리에 이르러서 금빛 눈동자와 마주쳤을 때, 자신이 그녀와의 첫 재회에서 하고자 했던 수 많은 말들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녀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고 변화가 있어도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다가와서, 금방 이성을 마비시켜왔다. 우에하라 아유무는 고등학생 때 했던 핑크빛이 돌던 머리를 완전한 흑발로 바꾸었고, 그 흑발은 어깨의 조금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이가 되어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미소를 보내왔다.


고등학생 때, 그녀의 무언가가 자신을 그토록 설래게 했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이성이 날아가, 한 순간에 달려가 몸을 던지듯이 그녀를 꽉 껴안았다. ‘시오리코쨩?’ 이라고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날아왔지만 절대로 이 사람을 놓고 싶지 않았다.


분명 그때에 비해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써 다가가고 싶었을 텐데, 끌어안으니까 끝없는 울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하고 싶은 말들은 너무나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녀의 품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호시조라당 이건 꽤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야기네ㅋㅋㅋ 2021.02.07 14:28:48
ぷりぽ 글 왤케 잘씀 2021.02.07 14:29:47
Sakulight ㄱㅅ 2021.02.07 14:30:59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3971888 일반 성설은 한명만 보면 안되겠네 1 ㄴㄷㅁㅈㄴ 2021-03-24 0
3971887 일반 으게인 キセキヒカル 2021-03-24 0
3971886 일반 빌립어겐 라이브는 언제 다시보냐 4 킬러 퀸 2021-03-24 0
3971885 일반 야 아이컨택 미친거같애 라가 2021-03-24 0
3971884 일반 저건 5장으로 어케 참냐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갓네오 2021-03-24 0
3971883 일반 아니 기합넣는다고 베스트샷이 아니에요 ㅋㅋㅋㅋ 아키하트 2021-03-24 0
3971882 일반 검겨 지나가던요소로 2021-03-24 0
3971881 일반 ㅋㅋㅋㅋㅋㅋ 코토리의간식 2021-03-24 0
3971880 일반 분위기 미쳤다 퍄퍄ㅑㅑㅑ 암드바라기 2021-03-24 0
3971879 일반 예측샷ㅋㅋ 네주 2021-03-24 0
3971878 일반 세이라 태양만세ㅋㅋ 린냥이 2021-03-24 0
3971877 일반 예샷 ㅋㅋㄱㅋㄱㅋㄱㅋㅋ 향님이야 2021-03-24 0
3971876 일반 하이!!! 라가 2021-03-24 0
3971875 일반 와 방금포즈 의상 아쉽다 1 ATM 2021-03-24 0
3971874 일반 오ㅋㅋㅋ 챠엥 2021-03-24 0
3971873 일반 셔터센스가 ㅋㅋㅋ 모구라이버 2021-03-24 0
3971872 일반 하이! sttc 2021-03-24 0
3971871 일반 ㅁㅊㄷㅁㅊㅇ 향님이야 2021-03-24 0
3971870 일반 ㅁㅊㅁㅊ ZGMF-X20A 2021-03-24 0
3971869 일반 눈나 흥분했엌ㅋㅋㅋㅋㅋㅋㅋ 베니테즈 2021-03-24 0
3971868 일반 콜 준비 퓨아. 2021-03-24 0
3971867 일반 둥 둥 못참지 ㅋㅋ キセキヒカル 2021-03-24 0
3971866 일반 오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ubesty 2021-03-24 0
3971865 일반 둥둥 한펜 2021-03-24 0
3971864 일반 킷타아아아ㅏ 암드바라기 2021-03-24 0
3971863 일반 둥 둘 챠엥 2021-03-24 0
3971862 일반 망사스타킹 못참는데 라가 2021-03-24 0
3971861 일반 의상이 사기인데 싴싴영 2021-03-24 0
3971860 일반 헤으응 스타킹 헤으으으으응 프렐류드 2021-03-24 0
3971859 일반 그물스타킹 퍄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sttc 2021-03-24 0
3971858 일반 빌립어겐 세이라는 ㅇㅈ이지 킬러 퀸 2021-03-24 0
3971857 일반 저기 니지 아니냐 챠오시 2021-03-24 0
3971856 일반 라이브초갓곡입갤ㅋㅋㅋ ㄴㄷㅁㅈㄴ 2021-03-24 0
3971855 일반 빌립! 으게엔! 챠엥 2021-03-24 0
3971854 일반 레인보우브릿지??? 오다이바??? 니지동??? 기랑기랑 2021-03-24 0
3971853 일반 빌립어겐 가즈아ㅏㅏㅏ 암드바라기 2021-03-24 0
3971852 일반 콜마려운 빌립어겐 입갤 갓네오 2021-03-24 0
3971851 일반 근본곡.. 이치이치이치고 2021-03-24 0
3971850 일반 단스나우할래 ㅋㅋㅋㅋㅋㅋㅋ 루퍼 2021-03-24 0
3971849 일반 갓곡입갤ㅋㅋ 스톤웅 2021-03-24 0
념글 삭제글 갤러리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