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울림소리를 '유성음', 안울림소리를 '무성음'이라고 한다. 한국어에서 유성음은 ㅁㄴㅇㄹ이랑 모음 뿐이고, 그 외의 자음은 전부 무성음이다.
단, 단어의 첫머리에 나올 때 무성음인 거고, 중간에 나올 때는 유성음으로 발음된다. 한국어 화자는 대개 인식하지 못하지만 다른 발음이다. 가령 '고구마'에서 '고'의 ㄱ은 무성음이고, '구'의 ㄱ은 유성음인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예사소리와 거센소리(ㄱ vs ㅋ, ㄷ vs ㅌ 등)는 한국어에서는 둘 다 무성음이라는 것이다. 다만 소리를 낼 때 '거센 바람을 내며 터뜨리는 것'(기식)의 강도 차이로 거센소리(유기음)와 예사소리(무기음)가 구분된다.
그렇다면 다른 언어에서도 똑같은 구분법을 쓸까? 이번엔 영어의 자음체계표를 확인해보자.
여기서 'Voiced'가 유성음, 'Voiceless'가 무성음이다.
영어는 한국어와는 달리 유기음/무기음의 구분이 없으며, k와 g, p와 b 등은 무성음/유성음으로 구분된다. 즉, 위에서 예로 든 '고구마'를 한국인이 발음하면 영어 화자는 이를 'koguma'로 들을 것이다.
과거의 국어 로마자 표기법이 'Pusan', 'Taegu'처럼 정해졌던 것도 영어권 화자는 첫머리의 ㅂ과 ㄷ(무성음)을 'p'와 't'로 알아듣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푸산'을 '부산'과 구분되게 표기해야 할 경우라면 '를 통해 기식을 표기해 'P'usan'이라 표기하도록 정해졌었다.)
일본어 역시 청음과 탁음의 구분이 기식 구분이 아닌 유성음/무성음의 구분이다. (그래서 일본어 배울 때 보통 'か'를 한국어 '카' 발음과 '가' 발음 중간 발음으로 발음하라고 배울 것이다.) 그래서 か는 'ka'에, が는 'ga'에 무리 없이 대응되며, 영어 화자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화자가 말한 '고구마'를 일본어 화자들은 'コグマ'로 이해할 것이다.
따라서 'くにきだ(Kunikida)'를 '쿠니키다(K'unikida)'가 아니라 '구니키다(Kunikida)'에 대응시키는 표기는 실제 발음과 딱히 괴리된 표기가 아니다.
그럼 왜 우리는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는 유/무성음을 유/무기음에 대응시킨 표기에 익숙한가? 이는 국민의 정부에서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하기 전 아마추어 역자들에 의해 일본 만화가 유통되던 시절에 퍼져 나간 표기법...이라고 나무위키에 적혀 있다. (관련 논문 같은 게 있는진 모르겠다) 아무튼 정식 루트를 통한 수입이 가능해진 이후로도 해당 컨텐츠 향유층이 이 표기에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그냥 이 표기가 계속 쓰이고 있는 것이다. (어감상 차이도 있고...)
결론: 86년 문교부가 병신이라 저래놓은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