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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창작 SS) 카스밍 표류기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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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시조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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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05 15: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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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미 "하아... 카스밍, 이대로 침대에 파묻혀버릴 것 같아요."
아유무 "피로가 싹 가신 표정이네. 다행이야. 신경 써서 입욕제를 준비한 보람이 있네."
카스미 (더 쌓였는데요. 말할 수는 없지만.)
카스미 (어쩌다 목욕하는 것마저 눈치를 봐가며 하는 처지가 된 걸까. 스스로도 과민반응 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몰래 훔쳐보고 있을까 두려워.)
카스미 (유우 선배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지만 정체를 모르니 자꾸만 나쁜 쪽으로 생각하게 돼.)
카스미 (애초에 평범한 사람도 아닌걸. 아유무 선배와 가족분들께 정체를 숨기는 것도 그렇고, 유우 선배가 집에 돌아온 걸 바로 눈치챈 것도 그렇고. 분명 카스밍이 선배네 집에 들어설 때 느낀 시선도 그 사람 거였겠지.)
카스미 (대체 뭘 위해 아유무 선배 집에... 어째서 카스밍이 머리 아프게 이런 걸 생각해야 되는 거야. 즐거운 시간만 잔뜩 보낼 줄 알았는데.)
아유무 "카스미쨩, 오늘은 헤어밴드 안하고 잘 거야?"
카스미 "물론 하고 잘 거예요. 가방에 있어요."
아유무 "그렇구나. 그럼, 그 전에 머리를 빗겨줘도 될까?"
카스미 "카스밍의 머리를요?"
아유무 "응, 카스미쨩의 머리를 빗겨주고 싶어. 안 돼?"
카스미 "머리 빗는 것 정도는 카스밍 혼자 할 수 있는데요."
아유무 "에... 그래? 응, 그렇겠지. 카스미쨩 혼자 할 수 있을 텐데 나도 참..."
카스미 "아."
아유무 "내가 카스미쨩 집에 묵을 때도 카스미쨩은 혼자서 잘 준비를 다 끝내던 애였는걸. 괜한 참견이었지?"
카스미 "아유무 선배."
아유무 "미안해. 나 혼자 너무 들떴나봐. 아무래도 목욕을 하고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아서..."
카스미 "그만! 지금 건 정말로 거절하려던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할게요! 제발 카스밍의 머리를 빗겨주세요!"
아유무 "정말?"
카스미 "네! 목욕을 너무 오래한 탓인지 몸이 좀 흐느적거리고 팔에도 힘이 안 들어가네요! 아유무 선배의 도움을 받아야만 할 것 같아요!"
카스미 (이 이상 분위기가 무거워지면 카스밍은 정말 찌부라져버릴 거야.)
아유무 "후후후, 카스미쨩도 어리광이 심하다니까?"
카스미 "그, 그 정도는 해야 소악마계 스쿨아이돌이라 자칭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럼 부디..."
아유무 "응. 혹시 불편하면 말해줘야 돼? 다른 사람의 머리를 빗겨주는 건 오랜만이거든."
카스미 (말할 수 있을 리가.)
아유무 "옛날에,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유우쨩이 종종 우리집에서 자고 갔어. 같이 목욕을 하고 나오면 매번 유우쨩이 나한테 머리를 빗겨달라고 했는데. 요새는 그런 일이 없으니 그립기도 하고, 조금 섭섭해."
카스미 "......"
아유무 "갑자기 이런 얘기는 좀 그렇지? 워낙 소중한 추억이다 보니 무심코 말해버렸네."
카스미 "괜찮아요. 카스밍은 아유무 선배와 유우 선배 이야기 좋아하거든요."
카스미 (아까부터 안 보이는데... 설마 베란다에 있지는 않겠지?)
카스미 "이왕이면 사스케 이야기도 좀 해주세요."
아유무 "사스케? 드디어 사스케한테 관심이 가기 시작한 거야?"
카스미 "뭐... 그런 셈이죠. 사스케랑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그게 제일로 궁금해요."
아유무 "사스케랑은... 중학생 때 처음 만났어. 엄마 아빠랑 같이 장을 보러 나간 날이 있었는데, 돌아가던 길에 골목길에서 사스케가 쓰러져 있는 걸 우연히 발견했었지."
카스미 "쓰러져 있었다고요?"
아유무 "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심한 상처가 있어서... 다들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댔다니까?"
카스미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상처가 심했다고 하셨으니 병원에 데려가셨나요?"
아유무 "병원에는 데려가지 않았어. 데려가려고 했는데, 사스케가... 사스케가... 사스케가... 어라?"
카스미 "기, 기억이 안 나시면 넘어가도 돼요."
카스미 (병원은 안 된다거나, 비슷한 말을 한 거겠지. 하지만 지금은 뱀인 줄 알고 있으니 위화감을 느끼는 거야. 아유무 선배에게 걸린 뭔가가 풀리지 않게 조심하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카스미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나요?"
아유무 "집에 데려온 사스케는 하루인가 이틀이 지나고 나서 의식을 되찾았어. 처음... 눈을 떴을 때는 엄청 당황한 눈치였는데, 경계심이 상당해서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었어. 2, 3일 정도 지나고 겨우 의심을 푼 거 있지?"
아유무 "그 뒤로는 유우쨩도 사스케를 알게 돼서... 유우쨩은 사스케가 엄청 마음에 들었나봐. 그 뒤로는 셋이서 자주 놀았어. 가끔은 나무에도 올랐는데, 내가 나무에서 내려오는 게 무서워 어쩔 줄 몰라할 때면 늘 사스케가... 사스케가 내려줬었는데... 어떻게 내려준 걸까?"
카스미 "글쎄요, 카스밍은 잘 모르겠는데... 유우 선배랑 헷갈린 거 아니에요?"
아유무 "유우쨩? 음... 그래, 그럴지도..."
카스미 (멍한 목소리가 전해져 올 때마다 왠지 섬뜩해. 머리를 빗겨주는 것도 묘하게... 갑자기 칼에 찔리는 건 아니겠지? 괴담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아유무 "그럼 이쯤에서 끝낼게?"
카스미 "힉... 귓가에 대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아유무 "그렇게나 풀어져 있으면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걸. 후훗, 확실히 목욕을 너무 오래하긴 했나 보네. 좀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카스미쨩도 피곤해 보이고, 사스케도 부끄러워하는 것 같으니 이만하자."
카스미 "아까도 말했지만 오늘은 되도록 일찍 자고 싶었으니 카스밍은... 사스케요?"
아유무 "저기 봐. 벽이랑 침대 사이 틈에 숨어 있잖아. 옛날 이야기를 하니 많이 쑥스러웠나봐."
카스미 "에..."
카스미 (카스밍 눈에는 전혀 안 보이는데. 애초에 틈이란 것도 사람이 들어갈만한... 아.)
아유무 "사스케, 숨지 말고 이리 와. 없는 척해도 소용없어. 꼬리가 다 보이는걸."
카스미 (역시!)
사스케 "......"
카스미 (큰일났다.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야. 카스밍, 이번에는 정말 큰일...)
사스케 "떨 것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니."
카스미 "에."
사스케 "내 존재를 불편해하니 잠들 때까지 모습을 감추려던 것뿐이다. 주인에게 걸어둔 암시를 염두에 두지 못해 그러지도 못하게 됐지만."
카스미 "......"
사스케 "내가 수상쩍고 탐탁지 않게 보인다는 것 정도는 안다. 걱정하지 마라. 이 가족에게 은혜를 입었고 폐를 끼쳤기에, 갚기 위해 머무르는 것일 뿐이다."
아유무 "사스케? 어디 가는 거야? 사스케도 슬슬 잘 시간이라고?"
사스케 "잠든 것을 확인하면 다시 오겠다. 나 또한 이 방에서 자는 걸로 정해져 있지만, 내가 있으면 잠들지 못하겠지. 아침에 일어나 놀라지 말도록."
아유무 "정말.. 카스미쨩이 드디어 관심을 가져줬는데. 미안해, 사스케가 은근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든. 아이쨩이랑 리나쨩이 왔을 때도 얼마 안 있어서 거실로 나가버려."
카스미 "아뇨... 카스밍은 괜찮아요, 정말로..."
카스미 (유우 선배 말대로 정말 나쁜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무례한 짓을 해버렸어.)
카스미 "......"
카스미 (결국 한숨도 못 잤네.)
카스미 (사스케...씨. 정말로 여기서 자는구나. 하긴 표면상 아유무 선배의 애완동물이니까. 그래도 토끼 얼굴 쿠션 위에서 잠든 모습은 좀 그렇네.)
카스미 (음... 얼굴을 보니 또 어젯밤 일이 떠올랐어. 사과해야 하는데 어떡하면 좋지?)
카스미 (아유무 선배가 깨고 나면 사과하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 한다면 지금뿐인데... 자는 사람을 멋대로 깨우는 것도 실례되는 짓이고, 내키는 대로 사과하는 것도 분명...)
사스케 "무슨 일이지?"
카스미 "아... 깨어 있으셨나요?"
사스케 "기척을 느끼고 일어났다. 볼일이라도 있나?"
카스미 "그게... 저... 어젯밤에는 죄송했습니다. 멋대로 의심해버려서..."
사스케 "괜찮다. 주변인물들이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하니 그 정체를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위다."
카스미 "......"
사스케 "개운치 못한 표정이군. 피곤하다면 다시 자라. 주인도 깨려면 아직..."
카스미 "왜 아유무 선배를 주인이라고 부르시나요? 여기에는 왜 계신 거고요."
사스케 "궁금한가. 하긴 당연하겠지."
카스미 "뭐하는 사람인지 정도는 알아야죠. 뭐가 됐든 아유무 선배 집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고 떠나면 분명 찝찝할 거예요. 그리고 어제 말했던 것 중에서, 아유무 선배네 가족에게 폐를 끼쳤다는 건 뭔가요? 뭘 갚겠다는 거예요?"
사스케 "그게 그렇게 신경 쓰이나?"
카스미 "당연하죠. 아유무 선배도 카스밍이 정말로 좋아하는 선배니까요. 좋아하는 것만 따지면 유우 선배가 좀 더 좋지만, 아유무 선배는 카스밍의 동료이자 라이벌, 존경하는 선배라구요."
사스케 "그렇군. 그 둘도 같은 걸 물었는데, 주인도 꽤 사람복이 있어."
사스케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에게는 생명의 위기에 몰렸을 때, 그것으로부터 건져준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고 따른다는 규율이 있다. 그녀는 그녀의 가족도 모르고 지나쳐간 나를 발견했고, 그 덕에 목숨을 부지했으니 내가 그녀를 주인으로 모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카스미 "옛날 관습 같은 느낌이 좀... 우리라면 사스케...씨 같은 분들이 더 있어요?"
사스케 "우리는 아주 먼 과거에서부터 존재해왔다. 사회 질서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이들 중, 우리와 같이 특수한 부류를 상대하지. 은폐되고 있기 때문에 알 수 없겠지만, 나와 같이 평범한 이들과 동떨어진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보면 놀랄 거다."
카스미 "아뇨, 괜찮을 것 같아요. 충분히 본 것 같아서."
카스미 "아무튼, 그럼 폐를 끼쳤다는 건 뭔가요?"
사스케 "그것은... 한 임무에서 비롯된 일이다. 내가 주인과 처음 만난 날, 나는 어느 조직에 침투해 그들이 화성인들과 연루되어 있다는 증거를 확보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카스미 "화성인..."
사스케 "화성에 근거지를 둔 비밀조직이다. 그 정체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러 조직과 손을 잡고 사회 질서에 반하는 일을 돕고 있지."
카스미 "그런가요. 네, 그렇겠죠."
사스케 "꽤 무덤덤한 반응이군. 알고 있었나?"
카스미 "설마요, 이쯤 되니 일일이 놀랄 것도 없는 것 같아서 말이죠."
사스케 "내가 침투한 조직에도 그들의 손길은 닿아 있었다. 화성인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화성석이란 물건이 있었지."
사스케 "화성석은 굉장히 위험한 물건이기도 해서 그것을 회수해 조직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도주하던 중 입은 부상 때문에 결국 어느 골목길에 쓰러지고 말았지. 눈을 떴을 때는 생전 처음 보는 방에 있었다."
카스미 "그 이야기라면 어제 아유무 선배한테 들었던 거네요. 그게 왜... 아, 설마..."
사스케 "그래. 주인과 가족들은 나를 집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화성석에 노출됐다. 특수 케이스가 눈먼 탄에 구멍이 나 있더군."
사스케 "화성석에 노출된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이 무한히 증폭해 결국 폭력적으로 변모해버리지. 신체능력도 비약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더 위험해지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 원래대로라면 그래야만 했지."
사스케 "하지만 그들은 내 목숨을 구한 은인. 규율에 따라 그녀를 주인으로 모시는 것도 있어 몸의 회복도 겸해 2, 3일간 지켜보기로 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고, 그 뒤로도 마찬가지였지."
카스미 "음... 부정적인 감정이란 게, 그러니까...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뿐인가요? 소유욕이나 집착 같은 건..."
사스케 "그런 건 과정의 일부분이다. 왜 그러지?"
카스미 "아뇨!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카스미 "그럼 그게... 사스케씨가 끼친 폐인 거죠? 확실히 위험할 뻔했네요."
사스케 "그것은 지금부터다."
카스미 "길어."
사스케 "우리는 규율에 따라 목숨을 건져준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지만, 또한 우리가 속한 조직을 하나의 주인으로 여기고 따른다. 그러니 나는 원래 임무에 따라 화성석을 회수해 조직으로 돌아가야 했지. 그러나 가지 않았다."
사스케 "내게는 가족이 없었다. 모두 내가 어릴 적 떠나버렸지. 조직에서 자랐고, 가족의 온기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런 내게 이 가족의 호의는...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몇 배는 컸겠지."
사스케 "나쁘지 않다, 조금만 더,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미뤘다. 명백한 실수였지. 깨닫는 것은 항상 늦고 나서고."
유우 "사스케 아저씨!"
사스케 "유우, 아파트 복도에서 뛰지 마라. 무슨 일이지?"
유우 "그게... 그러니까..."
사스케 "놀아주길 바라는 거면 조금만 기다려라. 우선 장 본 물건을 정리해야..."
유우 "강도! 아유무네 집에 강도가 든 것 같아!"
사스케 "뭣..."
"......"
사스케 "내 주인에게서 그 손 치워."
"이 아이가 은인인가? 고리타분한 규율을 굳이 지키는군."
사스케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그래도 강도보단 낫군."
"참 태평하군. 한참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으니 수장님께서 화가 단단히 나셨다. 빨리 가봐라. 이들의 처리는 내가 대신해줄 테니."
사스케 "너야말로 굳이 융퉁성 없게 행동한다는 자각은 없나? 암시면 충분하다."
"암시는 결국 풀린다. 더욱이 화성석에 노출된 이들이야."
사스케 "지금에 와서야 날 찾았다면 알 텐데. 이들은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어."
"예외는 없다."
사스케 "그럼 더 말할 것도 없겠군."
사스케 "나는 조직의 추적자를 처리했고, 화성석과 함께 오다이바 해변 깊숙한 곳에 수장했다."
카스미 "안 그래도 수질 안 좋은 곳에 무슨 짓인가요."
사스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화성석은 제대로 처리했으니 안심해라."
카스미 "그쪽 말고요."
사스케 "나는 그에게 융통성이 없다고 쏘아붙였지만, 사실 그가 하려던 것이야말로 옳은 것이다. 가끔은 싹트지 않았다 해도, 그렇기에 싹트기 전에 뿌리 뽑아야 하는 것도 있다. 나는 그것을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본래 내가 상대해왔던 이들과 같은 짓까지 저질렀지."
사스케 "물론 내게 닥칠 위기를 수습할 방법도 있었다. 화성석에 노출된 이들을 처리하고, 조직에는 그 과정에서 나를 찾아낸 추적자가 희생됐다고 하면 됐다. 석연치 않은 시선을 받겠지만, 이미 발생한 손실을 어떻게든 메꿔야 할 테니 적어도 목숨이 위협받는 일은 없었을 거다."
사스케 "하지만 이 가족을 해칠 마음이 전혀 들지 않더군. 그리 긴 세월을 함께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미 정을 느끼고 있던 거다. 그날로 나는 조직에게서 등을 돌리기로 했다."
사스케 "이후에는 주인과 가족이 자각하지 못하고 꺼낸 말로 덜미를 잡힐 위험을 방지하고자 기억을 덮씌웠고, 암시로 나를 뱀으로 보게 했다."
카스미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그럼 유우 선배는요? 유우 선배는 멀쩡히 잘 보시던데."
사스케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만약이란 것은 언제나 존재하지. 대비하려면 믿을만한 사람에게 미리 조력을 구해두는 게 좋다. 다행히 이해해주더군."
사스케 "물론, 주인과 가족들이 나를 뱀으로 보고 있으니 유우와도 이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애당초 내가 추적자를 어떻게 했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얼추 짐작할 수 있을 테니 관계가 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카스미 "......"
사스케 "여전히 개운치 못한 표정이군. 부족한가?"
카스미 "사스케씨는... 그래도 괜찮아요?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고, 알아준다 해도 알아주기만 할 뿐이잖아요. 혼자... 혼자서 힘내야 되는 게..."
사스케 "마음 써주는 것은 고맙게 생각하지. 허나 걱정할 필요 없다. 이미 이것도 익숙해졌고, 이들이 평온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단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카스미 "그래도..."
아유무 "으, 응... 음... 카스미쨩?"
카스미 "아유무 선배... 일어나셨어요?"
아유무 "응... 거기서 뭐하는... 앗, 사스케. 너..."
카스미 "괜찮아요."
아유무 "어?"
카스미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어제 오늘 생각해봤는데요. 그게... 좋은 애 같아요, 사스케...가요."
사스케 "......"
아유무 "......"
아유무 "후후후... 정말이었네, 카스미쨩이 한 말."
카스미 "네? 카스밍이 뭘요?"
아유무 "우리집에 묵기로 한 날에 말했던 거 있잖아, 사스케랑은 금방 친해질 것 같다고. 하룻밤 사이면 정말 금방 친해진 거네. "
카스미 "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도 했었죠. 네, 카스밍의 예언이 그대로 적중했네요. 이게 다 카스밍의 귀여움 덕분이라구요? 카스밍에게는 못 미치지만 사스케가 귀여운 덕분이기도 하고요."
사스케 "......"
카스미 "......"
카스미 "아하하... 좀, 이런 건 눈치껏 맞춰주셔야죠."
사스케 "하아, 대체... 그래도 마냥 나쁘지만은 않군."
카스미 "그렇게 갑작스레 닥친 기묘한 사건은 카스밍의 귀여운 재치 덕분에 무사히 해결됐답니다. 이야 그때는 정말 큰일이었다구요."
아이 "음... 아니, 카스카스는 한 거 없잖아. 사건이라 할 것도 없고."
카스미 "카스카스가 아니라 카스밍이에요! 그리고 카스밍이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아이 선배랑 리나코는 둘이라 괜찮았지, 카스밍은 혼자서 얼마나 깜짝 놀랐는데."
리나 "이해해. 나도 아이씨 없이 혼자 사스케씨를 맞닥뜨렸으면 깜짝 놀라서 기절해버렸을 거야."
아이 "뭐, 나도 리나리가 없었으면 그랬을지도. 사스케씨랑 처음 만난 날, 집에 돌아가던 우리 등 뒤에 사스케씨가 갑자기 나타났었거든. 그때 심장이 얼마나 철렁했는지."
리나 "아무 기척도 없이 나타났었지. 정말 여러 의미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순간이었어. 리나쨩 보드, 콩닥콩닥."
카스미 "좀 꿈 같은 일이기도 했어요. 그런 만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터무니없기도 하고. 세츠나 선배는 좋아하겠지만요."
아이 "셋츠라면 엄청 흥분하겠지. 그래서 더더욱 아유무네 집에 못 가게 해야겠지만. 그래도 뭐 괜찮지 않아? 집에 강도 들 걱정도 없고."
카스미 "아이 선배는 어쩜 그리 태평하신지..."
아이 "그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노심초사할 필요 없고, 사스케씨라면 괜찮겠지 싶은걸."
리나 "응, 카스미쨩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카스미 "그건... 안심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요."
아이 "다만 좀 맹한 구석이 있는 게 흠일까. 그 부분만 어떻게 하면 더 좋을 텐데."
카스미 "맹한 구석이요?"
아이 "그 반응을 보니 눈치 못 챈 모양이네. 사스케씨가 아유무네 가족에게 건 암시인가 말이야. 그거 아유무네 가족에게만 건 거라서, 다른 사람들은 전부 사스케씨가 사람인 거 알고 있어."
카스미 "에."
리나 "당연한 거야. 그러지 않았으면 우리도 맨 처음부터 사스케씨를 뱀으로 봤겠지."
아이 "자기 딴에는 조치를 취한다고 취한 모양인데 영 엉성한 거지. 그게 뭐가 문제인지 설명을 해줘도 모르겠다는 눈치고. 몇 번 얘기해봤는데 이야기가 전혀 끝나지 않아서 매번 포기한 거 있지?"
카스미 "그러면서 자길 찾아냈다고 칭찬한 거였어? 하아... 아유무 선배네한테도 용케 안 들키고 있었던 거네요. 주변사람들이랑 얘기하다 알아차릴 법도 한데."
아이 "그건... 그것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거든. 정확히는 주변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피할만한 이유인데... 응, 자세한 사정을 알아서 그렇지, 몰랐으면 아무리 아이씨라도 이런 사람들이랑 엮이는 건 사절이라고."
카스미 "에... 아이 선배? 이 사진은 대체..."
아이 "우연히 마주쳤을 때 기습적으로 찍은 건데, 뭐긴 뭐겠어. 아유무가 사스케를 데리고 산책 나간 사진이지. 안전을 위해 목줄도 빼먹지 않고 말이야."
카스미 "아뇨, 아니... 목줄을 맨 뱀보다 훨씬 위험해 보이는데요! 뭔가요, 이 사람. 뭘 태연히 있는 건데요!"
아이 "글쎄, 본인은 괜찮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카스미 "괜찮을 리 없잖아요! 아유무 선배네 가족을 밑도 끝도 없는 변태 가족으로 만들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 사람, 카스밍이랑 처음 만났을 때도 목줄 하고 있었는데 설마!"
리나 "진정해, 카스미쨩."
카스미 "어떻게 진정해! 심지어 아유무 선배는 스쿨아이돌이잖아. 스쿨아이돌이 평소에 사람에게 목줄을 채우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니, 논란거리밖에 더 돼?"
리나 "그거라면 괜찮아. 아유무씨의 공식 팬클럽 앙케이트에 따르면, 팬분들은 여왕님 아유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팬클럽 회원 중 전체의 30 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매도를 당하거나, 짓밟히는 것도 희망하고 있고."
카스미 "......"
카스미 "알고 싶지 않았어."
아이 "아유무 앞에서야 그럴 리 없겠지만 좀 깨긴 하지. 아무튼 카스카스도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에 놀러 가는 거 같이 갈래? 셋이서 얘기하면 다를지도 몰라."
카스미 "카스밍이에요. 그리고 놀러 가는 건... 카스밍도 그러고 싶지만 당분간은 좀..."
리나 "왜 그래, 카스미쨩? 안색이 안 좋아."
카스미 "실은... 그때는 진지한 분위기여서 잠시 잊었는데... 지금 사스케씨를 생각하면 저녁식사 때 모습이 떠올라서... 얼굴을 보면 더 그럴 것 같거든."
아이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얼추 알 것 같네. 알았어. 그럼 이번엔 나랑 리나리만 갔다오지 뭐. 겸사겸사 아유무의 이미지를 위해서 사스케씨랑 얘기도 해보고 올게."
리나 "맡겨둬. 카스미쨩의 몫까지 힘낼게. 리나쨩 보드, 사스케... 이야기가 안 끝난다."
카스미 "둘 다 부탁할게요. 카스밍은 괜찮겠다 싶으면 그때..."
카스미 "......"
카스미 "뭘까요, 이 불길한 예감은... 왠지 카스밍의 생각보다 훨씬 일찍 만날 것 같은 예감이... 기분탓이면 좋겠는데..."
유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아유무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유우쨩이야말로 왜 자꾸 농담이라 생각하는 거야?"
유우 "그거야... 다른 사람들도 나랑 같은 반응일걸? 아유무가 말하는 근거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아유무 "하지만 전부 착각이라기에는 너무 절묘해. 처음 사스케를 만났을 때도 그렇고, 그 뒤로 쭉 신경 쓰는 모습도 그래. 아침에 일어나보니 사스케랑 속닥거리고 있던 것도 분명 같은 맥락일 거야."
유우 "그러면... 아유무는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다는 거지? 카스미쨩이 사스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고."
아유무 "뱀을 무서워한다는 건 분명 핑계일 거야. 사실 카스미쨩은 뱀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데, 그게 영 익숙해지지 않아서 뱀을 피하고 있던 게 분명해."
유우 "아하하... 그런 걸 진심으로 말하다니 아유무도 가만 보면 엉뚱한 구석이 있어. 그런 점도 귀엽지만."
아유무 "정말,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자꾸 놀릴 거야?"
유우 "하지만 그런 만화 같은 일이 현실에... 있을 리 없잖아. 아무튼, 정말 그런 이유로 카스미쨩을 집에 초대하겠다고?"
아유무 "물론이지. 유우쨩 말대로 아니라 해도 즐겁게 놀면 그만인걸. 하지만 만약 내 생각이 맞았다면, 분명 멋질 거야. 사스케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니."
유우 "글쎄, 내 생각에는... 사스케랑 얘기할 수 있게 되면 무슨 얘기를 하게?"
아유무 "당연히 사스케에 대한 거지. 지금 생활에 불편한 건 없나, 특별히 필요한 건 없나, 그런 거."
아유무 "스쿨아이돌로 활동하면서부터 사스케에게 예전만큼 잘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사스케도 나랑 말이 통하면 좋겠지, 응?"
유우 "음... 마음은 굉장히 좋지만..."
사스케 "......"
사스케 "......"
사스케 "하아... 익숙해지기까지, 꽤 고생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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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걸 생각해내고 쓰기 시작한 건 11월인데 결국 새해를 넘겨버렸네
사실 완성 자체는 12월에 했지만 병행해서 쓰던 ss부터 끝내야겠다 싶어서, 13화를 보고 나니 영 손에 안 잡혀서, 연말이라 할 게 많아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읽어보는 걸 계속 미루다 이렇게 됐네ㅋㅋㅋ 올해는 좀 더 부지런해졌으면 좋겠다ㄹㅇㅋㅋㅋ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호시조라당 | 상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modify/?id=sunshine&no=3826139 | 2021.01.05 15:37:42 |
Sakulight | SS 올라오는 빈도 되게 빠른데 이번 건 몇 자 정도임? | 2021.01.05 15:43:30 |
쌍화탕비빔밥 | 개웃기네 ㅋㅋㅋㅋ 잘보고갑니다 | 2021.01.05 15:54:26 |
호시조라당 | 2만자 내외야ㅇㅇ | 2021.01.05 15:55:18 |
분노포도 | 너무 재밌게 읽었다. 전편에서 손에 전기가 파지직거린다길래 치도리인줄 알았는데 그 사스케하곤 상관 없었네 | 2021.01.05 16:20:54 |
호시조라당 | 동일인물 맞아 2부 시점 사스케를 생각하며 썼는데 서로 배경이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 각색을 좀 한 거임ㅇㅇ | 2021.01.05 16:37: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