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번역/창작 [SS번역] HANABI 제 2장 (3)
글쓴이
ㅇㅇ
추천
7
댓글
6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791721
  • 2020-12-28 08:27:34
  • 175.113
 

처음으로 돌아가기 / HANABI 제 1장 (1):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745091


이전 글 / HANABI 제 2장 (2):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791718




―3―


눈꺼풀 너머에 흰 빛이 가득하다. 조금 더 자고 싶어서 이불 속으로 파고들자, 갑자기 배 근처를 짓밟혀 인간이 내는 소리가 아닌 소리를 내 버린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대미지를 입혔을 텐데도 발 뒤꿈치 딱딱한 곳으로 계속해 배를 찌른다. 물에 빠진 듯이 이불에서 얼굴을 내밀자 희고 부드러운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한겨울인데도 난방도 틀지 않은 채 반바지로 지낼 수 있는 것은 그녀가 러시아에서 자랐기 때문일까. 푸른 눈과 시선이 교차하고, 미간을 찌푸린 채 숨김 없이 짜증을 낸다.


"언제까지 거실을 점거할 생각이야?"

"죄송해요. 어제, 막차로 돌아와서"

"'나도' '녹화에서' '26시에'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이미 새근새근 자고 있었습니다. 사과와 변명은 필요 없으니까 질문에 대답해줄래?"

"바로 나올게요"


시계를 보자 10시였다. 시즈쿠는 황급히 이불을 걷어차고 서둘러 이불을 개었다. 떨릴 정도로 추워서 스웨트 위에 얇은 패딩조끼를 걸쳤다. 집주인은 금발 머리를 대충 묶고 소파에 앉았다. 소파와 텔레비전 받침대 사이에 이불을 깔고 자고 있어서 시즈쿠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녀는 소파에서 긴 다리를 뻗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스웨트를 저지로 갈아입었다. 후우타나 선배와는 다르게, 이 집의 주인은 식객이 늘어진 모습으로 있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저지도 결코 선호받진 못하지만, 극단원인 시즈쿠에게는 연습복이라는 핑계가 있었다.


"친구가 딥 소스를 만들어 줬어"

"그 통에 들어있는 회색 말인가요?"

"'이게' 아니라면 대체 '이게' 뭔데? 내가 뭘 위해서 이 회색의 장아찌 같은걸 보여주면서 방금 말을 했단거야?"


미모의 집주인은 '에리'라고 했다. 에리는 받은 딥 소스에 잘게 썬 오이와 삶은 아스파라거스, 당근 등을 넣어서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본업이 잡지 모델이지만 버라이어티 방송에 불리는 일도 있고, 정보 방송에 나오는 일도 있었다. 시즈쿠가 그녀의 방에 온 것은 해가 밝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과거에 부장이었던 선배는 후배를 크리스마스 거리에 내팽개친 것을 아무래도 미안하게 생각했는지 출판사의 연줄을 끌어 에리를 소개해 주었다. 에리는 30살이고 시즈쿠는 이사한 지 5일째였다.


"설에 귀성했었다며. 그대로 돌아갔으면 좋았잖아"

"명절 음식을 좀 집어먹고 왔어요"

"왜 미묘하게 대화를 비껴가는거야? 그게 처세술이야? 미움을 사는데?"

"그런 건 아니지만......"


가마쿠라의 본가에 설날에만 갔었다. 도쿄에서 식객 생활을 하는 나에게 있어, 키보다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정기적으로 정원사가 들어갈 듯한 정원이 있는 자택이 대궐처럼 보였다. 다만, 돌아왔다는 감회는 없었다. 기르는 개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이 기대됐다. 부모님은 환영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딸에게 어딘가 본의 아닌 변화가 없는지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왜인지 부모님만이, 시즈쿠의 머리카락이 크게 짧아진 것을 언급하지 않았다. 단 하나 언니보다도 우수한 부분이었는데, 그것마저 부모님의 관심에서 사라진 듯 했다. 혹은, 그걸 지적해 딸을 자극하는 것을 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점심 무렵, 언니가 결혼을 전제로 한 남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무서울 정도로 마음이 불편해졌다. 시즈쿠의 언니는 대형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남자친구는 아는 사람에게 소개받은 세무사였다. 시즈쿠의 아버지는 부자이기도 한 공무원이었고, 어머니와는 사내연애였다. 시즈쿠는 명절 음식을 조금 먹고 혼자서 하치만궁에 참배하러 갔다. 나들이옷 차림의 여자들 사이에 섞여 저지 차림이었다. '두근거림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기를'이라고 소원을 빌었다. 그러고 '빨리 좋은 방을 찾을 수 있기를'이라고 덧붙였다.


연하장 사이에 섞여 고향의 중학교에서 하는 성인식의 안내 엽서가 방에 놓여 있어서 일단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중학교 시절, 아마 높은 산의 꽃 같은 느낌이었지만 3번이나 고백을 받았었다. 그 때 고백해왔던 동급생들이 지금의 자신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이 녀석 지금이라면 간단히 할 수 있을거 같네'라고 생각하려나.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엉덩이를 걷어 차였다. 엄청 가볍긴 했어도 너무 급작스러워서 시즈쿠는 바닥에 엎어졌다.


"아팟"

"왜 TV를 보고 있는 내 눈 앞에 우두커니 서선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지금의 저는 간단히 함락시킬 수 있을거 같나요?"

"그런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느라 내 시야를 방해한거야?"


에리는 흥미 없는 듯 하품을 했다. 이 방에 왔을 때에도 거의 질문이 없었고 실제로도 흥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잘 생긴 룸메이트는 항상 필요하다고 하시니, 시즈쿠는 그녀의 인간에 대한 스탠스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에리는 야채를 베어 먹으면서 청년 잡지를 펼쳤다. 옆에 앉아 들여다보니 '아사카 카린'의 그라비아가 8페이지나 있었다. 수영복이 아닌 루즈한 원피스나 타이트한 스커트 차림이었다. 소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 했다. 두 살 위의 선배가 모델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편의점에서 가장 앞에 진열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잡지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진전에는 어찌할 수 없는 격차를 느꼈다.


"카린도 남자를 알고 나니 얼굴이 에로해지기 시작했네"

"카린씨를 알고 있나요?"

"같은 사무소니까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고등학교 때는 건방졌지만, 조금 귀여워해 주니까 솔직해졌어. 오히려, 너야말로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고등학교의, 동호회의 선배에요"

"무슨 동호회? 연극부 아니었어?"

"스쿨 아이돌 동호회요"

"아이돌? 아이돌과 배우의 양립이라니, 얼마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거야?"


그렇지 않아요라고 반론을 하려다 그만뒀다. 논파 되었을 때 비참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모두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으니까, 별동대 같은 자신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허구라도 좋으니까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의 뒤집힘일까.


"카린씨, 드라마에 나오고 있는거죠?"

"나오고 있는데, 뭐? 시샘하는거야? 전해 줄까? 그 애, 이 쪽 세계가 길어져서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의미로 뻔뻔해졌으니까, 아마 코웃음칠걸?"

"하지 말아주세요. 그다지 친했던 것도 아니니까"

"현실에서도 연극을 하고 있는 너한테 친한 사람 같은게 있어?"


소파에서 도망쳐 무언가 먹기로 했다. 토스트와 계란말이라도 먹자. 냉장고를 보고 있자니 에리가 통을 내밀어 왔다. 너무 많으니까 쓰라고 푸른 눈이 명령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생야채를 먹기로 했다. 러시아인과의 쿼터로 10살 정도까지 러시아의 커다란 동네에서 살았고, 할머니의 조언으로 클래식 발레를 하고 있었고, 돌이켜보면 이웃 모두가 알코올 중독이었다고 적당한 옛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고보니, 연극부의 선배랑 있었지?"

"네"

"어떤 사람이었어?"

"J대의 문학부 4학년이에요"

"J대라는 건 후배인거네. 나는 법학부를 졸업했는데 말이지. 있지, 지금의 질문에 그 대답을 하는 거, 표현자로서 어떨까 싶네. 아아, '아무쪼록'이 아니면 전해지지 않으니까 확실히 말할게. 요 며칠 사이에 알게 된건 말야, 너 재미 없어. 이상"


일어나자마자 잔소리를 듣고 있지만, 에리에게 악의는 없었다. J대는 문과에 강한 사립 대학으로 거기를 졸업했을 정도니 영리하고, 모델이니까 미인에 스타일도 좋고, 인텔리 모델이라는 잘 모르겠는 직함으로 텔레비전의 단상에 앉기도 한다. 다만, 자신의 그릇 크기나 모양새를 전부 파악해서인지 입만큼은 상당히 나빴다.


"집세는 필요 없으니까 머리를 쓰다듬으면 '냥'이라고 울어줬으면 한다고"

"진짜로? 징그러워. 너, 그걸 한거야?"

"도둑 고양이였으니까 길러져도 어쩔 수 없어요"

"나도 그 조건으로 할까나. 고양이, 키워본 적도 없고"

"더는 안돼요. 다음 무대까지 무조건이라고 약속했어요"


시즈쿠가 거절하자 에리는 농담이 통하지 않는다며 지루한 듯 했다. 그걸 계속 했더라면, 선배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지 않아 계속 하게 되었더라면, 나는 어쩌면 완전히 애완동물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주어지면 울면서, 아무 생각없이 봉사하는 집고양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입장에 안주하게 되어 긍지도 희망도 빼앗겼을지도 모른다. '냥'이라고 자연스럽게 울고 있던 자신을 떠올릴 때마다 공포심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네 본 공연, 언제였지?"

"다다음주 토요일이에요. 티켓 사실래요? 5장 있는데"


할당량으로 부과된 10장 중, 선배가 절반을 사 주었다. 나머지 절반은 연말연시와 이사가 겹쳐 잘 팔리지 않고 있었다. 사교적인 아이였다면 그대로 성인식 때 옛 친구들에게 강매하거나 할 것이다. '연극을 하고 있어, 나!'라고, 비록 단역이라도 웃는 얼굴로 근황을 보고할 것이다. 보러 오든 말든 어쨌든 사주면 횡재라고 딱 잘라 말할 것이다. 고립되지 않기 위한 연기를 해 친구를 만들고 있던 시즈쿠에게 있어 과거의 연극에 새로운 상연 종목을 더해 나가는 것은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어차피 할당량이잖아. 내가 맡아둘게"

"괜찮나요?"

"거기는 '괜찮나요?'가 아니라, '감사합니다'잖아? 알겠어? 내가 판다는 것은 업계의 사람에게 판다는 거니까 말이지. 어쩌면 누군가의 눈에 네 연기가 들지도 몰라. 뭐, 현실은 들지 않지만 말야. 하지만 이건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을거라 생각하지 않아?"

"벽을, 부술 수 있어?"

"벽? 있잖아, 벽은 부수는게 아냐. 어떤 계기를 통해 넘는거야. 꾸준한 노력 같은 건 대전제야. 적어도 출발선에서 달려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노력은 하고 있어. 형식은 어떻든간에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어. 노력을 얘기해도 되는 건 성공한 사람 뿐이야"


시즈쿠가 감사해하며 티켓을 건네자 에리는 그것을 손가방에 쑤셔 넣었다. 그러고는 어두컴컴하게 흐린 하늘의 색을 한 딥 소스를 통째로 건네 주었다. 돈을 받으려 했더니 "업계인 한테 나누어 줄건데 돈을 받을거야?"라며 노려보기에 단념했다. 이 사람이 저 근방에 티켓을 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시즈쿠는 불안해졌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사주지 않아?"

"매번 와주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항상 당일권으로 사기 때문에"

"그 녀석한테 팔면 되잖아"


말을 흐리며 타카사키 유우를 생각했다. 여느 때 같으면 본 공연 전에 문자나 전화로 이것 저것 이야기했을 텐데, 소꿉친구인 우에하라 아유무가 온갖 앱의 이력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서 할 수 없었다. 스쿨 아이돌 활동을 통해 충분한 인맥을 만든 타카사키 유우에게 할당량의 티켓을 팔지 않는 것은 그녀가 혼자서 와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아직도 '신출내기'인 자신을 옛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미움 받기 싫다. 자신의 행동 원리는 한심하지만 거기에 있다. '미움 받기 싫다'라는 나무의 줄기에, 멸시 당하기 싫고, 얕보여지기 싫고, 무시 당하기 싫다고 하는 여러가지 지엽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안쪽 깊숙한 곳, 시즈쿠 자신에게조차 보이지 않는 땅 속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싶지 않아'라고 하는, 신출내기 배우로서는 치명적인 결점도 될 수 있는 거대한 뿌리가 뻗쳐 있는 것이었다.



눈이 조금씩 내릴 정도로 추운 저녁, 에리가 퇴근했을 때 시즈쿠는 거실에서 DVD를 보고 있었다. 소파에 앉지 않고 이불을 깔고 거기에 두 다리를 끌어안아 앉은 채였다. 에리는 욕실을 들여다보곤 혀를 차더니 따뜻한 물을 데우는 스위치를 눌렀다. 무릎까지 오는 다운 코트를 벗어 가지고 들어온 바깥 공기를 거실에 풀어 놓았다. 시즈쿠는 찬 바람을 맞아 고개를 들었다. 화면에서는 소녀와 어른의 성분을 1:1로 섞은 느낌의 여자 아이가 발랄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왜 목욕물 안받아뒀어? 내가 돌아왔을 때 씻을 수가 없잖아?"

"이거 보고 나서 들어가려고 했어요"

"일 하고 있던 나보다 먼저 들어가지 마. 뭘 보고 있던거야? 야한 동영상?"

"DVD요"

"딱히 BD라든가 DVD라든가 비디오 테이프라든가, 그런 기록 매체의 종류를 물은게 아니야. 왜 그렇게 목적에서 벗어난 쓸데없는 대답밖에 할 수 없는거야?"

"비디오 테이프가 뭔가요?"


시즈쿠는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오늘 낮 즈음에 도착해 보는 것은 세 번째였다. 에리는 테이블에 놓여 있던 케이스를 집어 들어 악취라도 맡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 할때는 모델 페이스를 철저히 하고 있어서인지 방에서의 그녀는 감정에 브레이크가 없다.


"타이틀: 트로피컬 후르츠. 이 레이블, 착의 에로지? 우리 사무소에는 없지만 모델에서 중퇴하고 나가는 아이도 가끔씩 있어"

"전반은 3명이서 노래하거나 춤추거나 해요. 트위스터 게임을 하거나 로션을 넣은 물총을 가지고 놀기도 해요. 후반은 한 명씩 꼼꼼히 녹화하고 있어요"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긴 한데, 예쁜 얼굴이 엄청 못생겨 보이게 웃고 있어"

"고등학교 때의 선배에요. 이 '유키 세츠나'라는 사람"


시즈쿠는 빠르게 감아 유키 세츠나 혼자서 찍힌 부분을 흘려 보냈다. K대생・나카가와 나나가 유키 세츠나의 '살해'를 몹시 서둘렀던 이유가 이제서야 판명됐다. '세츠나의 찰나*'라고 이름이 붙은 솔로 영상 속에서 세츠나는 새하얗고 타이트한 수영복을 입고 밸런스 볼 위에서 튀고 있었다. 감색 세일러복을 입고, 내밀어진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머리를 걷어올리며 혀로 핥고, 제복이나 입가를 끈적끈적 더럽혔다. 10분 정도의 녹화 시간 전체가 섹스를 연상시키는 행위 뿐이었다. 물론, 현장의 분위기도 있고 소중한 일이기도 해서, 유키 세츠나는 성실한 미소로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 세츠나의 세츠나


"비밀이긴 한데, 이 사람,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이었고 지금은 K대생이에요"

"흐응"

"이런 DVD를 찍어 초조했던 건지, 요 전에 '이쪽'은 이제 자살 시키고 싶다는 둥 말을 하면서 비즈니스 호텔에서 살짝 손목을 긋고 은퇴했어요. 치사하죠. 두 인생을 병행하다가 여의치 않아지면 한 쪽을 자른다니"


말투가 전에 없이 열을 띠어 버렸다. 아까 전부터 서 있던 채인 에리의 손이 시즈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배의 다정한 손놀림과 달리 머리를 헝클듯 쓰다듬었다. 그쪽을 바라봤더니 영하의 시선에 부딪쳤다. 동요한 나머지 "냥"하고 고분고분하게 울었다. 에리는 "고양이라면 용서하겠어"라고 중얼거렸다. 고양이가 아니었다면 추운 날씨로 쫓겨났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깊숙한 곳에 잠겨 있을 검은 시즈쿠의 추악함에 전율했다.


"너도 본가에 돌아가면 괜찮은 아가씨인거지? 제대로 된 집이 있고, 그 나름대로의 지위가 있는 아버지와 주부로서 빈틈없는 어머니가 있는거지? 도망친 이 아이를 경멸하고 신물을 털어내는 건 상관 없지만, 스스로도 달콤한 도주로는 남겨두고 있잖아?"

"어떻게 아는건가요?"

"보면 알아. 말투. 식사 예절. 옷 개는 법. 물건을 다루는 법. 누가 어디부터 보든 부모님에게 올바르게 교육받고 길러진 '착한 아이'야. 진짜 싫어진다면, 진짜 길이 막혀버린다면, 죄송합니다, 건방졌어요 라고 말하면 구원받을 수 있는거잖아?"

"그건 그런 식으로 연기했기 때문이에요"


"뭐? 자신이 연기하고 있었으니까 사랑받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만한 거에도 정도가 있지. 뭐, 닮은 부분이 없다고도 할 수 없으니까 잘난 척 설교할 생각은 없지만"


기분이 언짢았던지 에리는 시즈쿠에게서 리모콘을 빼앗아 텔레비전을 껐다. 그대로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종종걸음으로 욕실로 향했다. 혼자서 거실에 남겨진 시즈쿠는 DVD의 표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즈니스 호텔에서 본 세츠나의 알몸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타카사키 유우는 이걸 보고 어떻게 느꼈을까 하고 다른 것으로 생각을 향하고 있었다.



무대가 하나 끝났을 때, 원래대로라면 여운이나 달성감에 싸여 액터즈하이 같은 말이 떠오를법한 고양에 잠겨야 할 터인데, 지금의 시즈쿠가 박수를 받으며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르바이트를 찾아야만 해'라는 생활 레벨에서의 의무 수행이었다. 선배의 방에 있었을 때도, 지금도, 아무리 집세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있으니까 저금은 줄어들기만 했다. 그러니까, 타카사키 유우에게 뒷풀이 권유를 받았을 때, 시즈쿠는 비참할 정도의 즉답으로 '돈이 없으니 사주세요'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이번에도 엄청 재밌었어!"

"감사합니다"

"마지막 씬이 엄청 다크하달까 시니컬하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과거에 남고 싶었는데 살해당해 버린 미카쨩 쪽이 현대로 돌아오고, 게다가 사키쨩의 남자친구랑 사귀어 버렸고. 현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으려 필사적으로 과거에서 살아남은 사키쨩이 파란만장하게 활약해 역사 교과서에 나온다니!"

"뒷맛이 나쁘진 않았나요?"

"으음, 이야기가 재밌었으니까 괜찮달까나. 픽션이기도 했고. 시즈쿠쨩의 박진감 넘치는 연기가 엄청 좋아서, 나, 너무 두근거려서 숨쉬기 힘들었을 정도야!"


전에 살던 방과 가까운 술집에서 마시고 있었다. 유우의 말은 언제나처럼 마음 속 깊이 스며들어 방심하면 거칠어지는 어두운 부분에 자장가를 들려주고 상처 투성이의 긍지를 따뜻한 물로 위로하며, 또 다음에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투쟁심을 뜨겁고 강하게 몰아붙이는 것이었다. 시즈쿠가 흩뿌리는 '두근거림'에 유우는 에너지를 받고, 유우가 주는 달콤한 말에 시즈쿠는 도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소꿉친구에게 머리를 엉망으로 잘린 사건에 대해서는 잊지 않았다.


"시즈쿠쨩이랑 좀 더 이야기하고 싶어. 장소, 바꿀까?"

"그럼 스마트폰 전원을 꺼주세요"

"아유무가 전화하니까? 오늘은 문자 했는데?"

"부탁이에요. 장소는 제가 알아볼 테니까"


머리카락이 짧아진 것에 대해 시즈쿠는 '기분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유우는 그걸로 납득한 듯 했다. 설령 납득하지 못했다 해도 끈질기게 쫓아올 성품은 아니었다. 중단발도 잘 어울린다며 꾸밈없는 미소를 보여주었다. 다만, 유우의 행동을 아유무가 체크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유우는 금방이라도 호텔 검색을 시작할 것 같았고, 그 이력은 시간 문제로 아유무에게 알려질 것이다. 이번에는 연습실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돌아가는 길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다음은 머리카락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날, 자신을 바라본 아유무의 해충을 말살하고 싶어하는 듯한 눈동자는 지금도 가끔씩 가위눌릴 정도로 음침했다.


"혹시 아유무한테 뭔가 들었어?"

"그, 그런건 아니긴 한데요. 항상 유우씨를 엄청 신경쓰고 있으니까. 스마트폰의 이력을 본다든가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건 아닐지 싶어서. 만약, 그럴 때 호텔 같은 걸 알아본 흔적이 남아있으면 유우씨가 혼나거나 하지 않을까 싶어서"

"에엣? 아유무에 대해서 알고 있잖아? 맹하고 느긋한 사람이라 우유부단하고 말이지. 확실히 사소한 일로도 걱정이 많은 성격이긴 하지만 그런 걸 생각할 리는 없다니까. 지난주만 해도 타피오카 마시러 가서 메뉴 고르는 것만 10분씩이나 고민한 끝에 '유우쨩이랑 같은걸로 괜찮아'라고 말했다구?"


유우는 한숨이 나올 정도로 낙관적이었다. 소꿉친구를 감싼다기 보다는 아유무가 타인에 대해 무언가 공격을 가하는 장면 같은 걸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아유무의 미덕만을 건져올려 지켜보는, 마치 엄마 같은 시선이었다. 애초에, 유우라는 인물은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눈을 두지 않는 성격이었다. 상대의 아름다운 부분만을 바라보고 올곧게 칭찬해준다. 그 성인(聖人)과도 같은 태도가 놓칠 수 없는 매력이었다.


"그렇지만, 시즈쿠쨩이 불안하다면 꺼 둘게"

"저, 무리하고 있는거라면 오늘은 해산해도 괜찮아요"

"시즈쿠쨩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나는 '두근거림'을 받고 있어"


고등학교 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예쁜 눈빛을 눈동자에 받는다. 거북함 없이 웃을 때와 진지해져 있을 때의 유우의 매혹적인 낙차가 너무나 커서 시즈쿠는 금세 가슴 속까지 유혹되었다. 근처의 호텔가를 발견했기 때문에 둘이서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더플 코트의 토글 버튼을 두고 먼저 가게를 나와 기다리고 있자니 지불을 마친 유우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회색의 파카에 MA-1, 색이 빠진 청바지———그녀의 옷은 남성용으로 오버 사이즈가 많고, 그건 남동생의 헌 옷을 받아서 입고 있기 때문이었다.


"갈까"

"네"


고등학교 2학년 때, 타카사키 유우라고 하는 소녀는 '비약'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성장했다. 스쿨 아이돌을 동경할 뿐이었던 여자아이가 고등학교를 넘어선 커다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할 정도로 활동적이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일반 대학을 선택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밴드를 꾸려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었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소녀를 거기까지 하게 한 원동력은 '두근거림'인 것이 틀림 없었다.


타카사키 유우는 '두근거림'을 들이마실 때마다 커졌고, 시즈쿠와 나머지는 그녀에게 '두근거림'을 제공하는 것으로 반짝임이나 긍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화려한 성공 체험은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도취되어 버릴 정도로 강렬했고, '마약'이라 이름 붙여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지만, 그 손으로 실제로 이뤄낸 자들 중에 그걸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유하는 자가 존재할 리 없었다.


"세츠나쨩도 은퇴해버렸고, 시즈쿠쨩 뿐이야"

"세츠나씨의 DVD, 봤어요?"

"응. 엄청 귀엽게 찍었는데, 아깝지"


유우의 섭섭해하는 말에 꾸밈은 없었다. 전혀 없었다. 분명, 세츠나가 AV에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녀의 의지였다면 '두근거림'을 섭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유무가 말했던 대로일지도 모른다. 이대로라면 자신도 마찬가지 일이 된다. 미래의 벼랑 끝마저도 틈새로 보인다.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도, 호텔에 들어가 손을 잡히면, 빛나는 검은자가 바라보면 이제, 자신만이 이 사람의 동경을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은 올바른 것이라고, 긍정하고 싶은 기분에 마음이 사로잡혀 버리는 것이었다.


"내년이면 대학 생활도 마지막이니까 꼭 뭔가 하고 싶어. 모두를 잇고, 모두를 끌어들이고, 마지막에는 모두가 웃을 수 있을 무언가를 찾고 싶어"

"유우씨라면 뭐든지 이룰 수 있어요. 고등학교 때처럼"

"그 때는, 시즈쿠쨩도 참가해 줄래?"

"물론——"


서 있는 채로 강제로 안겨져 입술을 빼앗긴 순간, 후우타나 선배와 같은 것을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생기가 스며들었다. 그리고 정신과 육체의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욕망이 질질 끌려나왔다. 유우와 만나고 싶다. 연극을 봐 주었으면 한다. 두근거린다고 말해줬으면 한다. 술을 마시고 안긴 채 좋았다고 칭찬해줬으면 한다. 끌어 안긴 채 전신에 키스 받고 싶다. 유우에게 사랑받은 몸으로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 자신도 모르는 새 유우의 이름을 부르고, 유우는 그 때마다 정열적인 키스를 해 주는 것이었다.


"엄청 멋졌어. 시즈쿠쨩"

"유우씨가 그렇게 말해주는 게 가장 기뻐요"

"시즈쿠쨩뿐이니까, 나를 두근거리게 해줘"

"저만으로도, 충분해요. 저만 봐주세요"


드러난 격정은 모두 유우의 그릇이 받아 주었다. 옷이 벗겨지기 전부터 시즈쿠의 반응은 다른 누구와 닿았던 장면과도 다르게 예리하고 관능적이었다. 계속 이러고 싶다고 세포 레벨에서 원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탐하듯 애무된 시즈쿠는 개라든가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로는 비유할 수 없는 소리를 냈다. 다만, 그 목소리가 상징하는 것은 환희와는 달랐다. 드라큘라에게 피를 빨려 기뻐하는 듯한 외침이었다. 시즈쿠는 '두근거림'을 빨리는 대신 희망과 꿈을 받았다. 연극을 마치고 달아오른 몸에 더없는 행복이 새겨 넣어졌다. 달콤한 말에 의해 상처입은 자존심까지 치유되고 있었다. 머리도 몸도 마음도, 유우는 시즈쿠를 움직이는 모든 기능을 기분 좋게 마비되게 하는 것이었다.


"다음 무대도 엄청 기대하고 있어"

"열심히 할 테니까, 꼭 보러 와주세요"


그건 몇 번이나 되풀이한 대화인데도, 매혹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엑스터시 세계로 계속해 인도된 시즈쿠는 손가락을 구부릴 힘도, 입술을 다물 힘도, 부끄러워하는 마음마저도 빼앗겨 황홀해지고 있었다. 온 몸에 키스를 받으며 도취된 채 미소지을 뿐이었다. 주소도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출연한 무대에 대한 반동으로 인한 안도와 성취감도 컸다. 푹신한 이불이 덮어지자 마취를 당한 듯 잠에 들었다. 깊고 깊은 잠의 끝에 아침을 맞이했다. 방에 돌아갔을 때, 그러나, 거기에 누군가가——유우도 고등학교 시절도 연극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주 냉정한 누군가가 있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침에 돌아온데다가, 뭐에 중독이라도 된거야?"


아침 9시 경이었고, 에리는 자고 일어난 것인지 나른해 보였다. 거실에 들어선 시즈쿠의 얼굴을 보자 성가신 듯 눈살을 찌푸리며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지적을 해 왔다. 시즈쿠는 코트를 벗으며 '중독된거 아니에요'라고 대답했다. 꽤나 쾌활했지만 자각은 없었다. 머플러를 풀었을 때, 에리의 표정은 더욱 험악해졌다.


"연극을 보러 온 여자인 친구랑 마신거 아니었어?"

"그런데요?"

"있잖아, 목에 키스마크를 엄청 달고 대체 뭘 시치미 떼는거야?"


시즈쿠는 구석의 전신거울에 시선을 향하고 황급히 머플러를 다시 감았다. 한 순간이었음에도 세 개의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돌아올 때 샤워를 가볍게 했었는데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아침이 되어도 취해서 얼이 빠져 있었고 여운은 방에 돌아와서도 계속되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반나절 정도 잠겨있을 수 있는데, 이번만큼은 그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는 커녕 책망 받았다. "여자아이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에요". 당황하는 기색으로 변명을 했다.


"미안. 성별은 문제가 아냐. 약을 한거라면 나가라는 거야"

"한 적 없어요 그런거!"

"그럼 뭐야? 뭘 아침부터 들떠 있는거야? 같이 있던 사람이랑 섹스한 것만으로 그런 느슨한 얼굴이 되진 않잖아? 파티에서 돌아갈 때마다 그런 식의 해피한 얼굴로 유흥에 섞였다가, 몇 달 뒤인가에 알고 보니 경찰인지 마약 단속반인지에 끌려간 놈을 몇명인가 알고 있어, 이쪽은"

"'두근거림'을 받아서 해피해졌으니까요"


숨김없이 대답했더니, 쿨하고 차분한 에리가 보면 알 수 있을 정도의 동요를 나타냈다. 아침부터 히죽거리는 얼굴로 '두근거림'을 말하기 시작한 식객을 분명히 섬뜩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즈쿠는 찬물을 끼얹은 듯한 심정이 되어 황급히 보충을 시도했다. 다만, 자신을 걱정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말이 부족한 것을 염려한 태도였다.


"고등학교 시절의 선배에요. 제가 연극을 해서 그녀에게 '두근거림'을 주면 그녀는 무척이나 기뻐하고 격려해주고, 저는 그 성원으로 꿈을 쫓을 수 있어요"

"미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너, 어디서 그 꿈에 대한 걸 이야기하는데?"

"어디라니...... 여기에요......"

"짜증이 나니까 이해할 수 있게 말할게. 섹스하고 맛이 간 것 같은 얼굴로 돌아와서, 게다가 20살을 넘어 '두근거림' 같은 말을 연발하고 있는 너를 객관적으로 보면 분명 중독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 너, 그 친구의 꿈 속에서 꿈을 쫓는 여주인공을 연기하고 싶을 뿐인거 아냐?"


반론은 커녕 말조차 잃어 금세 숨이 가빠졌다. 우에하라 아유무에게 머리를 잘린 직후처럼 호흡이 무섭게 부자연스러워져 웅크리고 앉았다. 오래달리기를 마친 뒤처럼 숨이 흐트러졌지만 그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고통스러워졌다. 말도  한숨도 나오지 않아 그저 들이마실 뿐이었다. 시즈쿠는 전과 똑같이 해야겠다는 걸 떠올리고 손에 걸쳐 들고 있던 편의점 봉투에서 아침밥인 당면 스프를 내던지고 입에 바짝 댔다. 기분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면서,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했다.


"잠깐, 괜찮아?"


갑작스런 사고를 본 에리는 당황했지만 시즈쿠는 대답하는 것도 잊은 채 그저 숨을 가다듬었다. 스스로의 안에서는 놀랄만큼 체감이 길었던 수 분의 시간이 지나 침착함이 돌아왔다. 고통에서는 벗어났지만, 에리의 지적에 대한 대답은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했던 적 쯤은 몇번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타카사키 유우와 만날 때마다 그 의심은 지워지고, 다정하고 강력한 긍정이 시즈쿠로 하여금 앞을 향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거, 그런 게"

"확실히 우리도 고등학교 때는 '반짝임'이라든가 말하긴 했지만, 그건 동료를 이어주기 위한 암호에 지나지 않았어. 네가 말하는 '두근거림'이라는게, 뭐야?"


시즈쿠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때는 확실히 '두근거림'이 모든 원동력이었다. 두근거리니까 행동한다. 두근거리니까 힘낸다. 그걸 받을 수 있으니까 즐겁다. 에리가 사용한 암호라는 표현은 자신과 유우 둘만 남게 된 지금,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건 이미 암호가 아닌 암시가 아닌가. 시즈쿠라고 하는 여자아이를 자동적으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게 하는 최면술이 아닌가. 그런 식으로 생각해 버렸을 때, 고등학교 생활을 마친 이후의 자신이 홀연 무너지고 자갈이 되는 소리를 들었다.


"저, 저, 그런, 앗, 아아, 어떡하면"

"네가 뭘 해야 하는지 같은건 모르겠지만, 무대가 끝났다면 집세를 받도록 하겠어. 네 선배처럼 자존심으로 내라든가 귀찮은 말은 하지 않을게. 여기는 월 14만이니까 절반인 7만을 내도록 해. 광열비는 특별히 깎아줄테니까. 낼 수 없다면 나가도록 해. 나는 공교롭게도 네 꿈 같은 것에 투자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정신을 차려보니 눈물이 카펫을 적시고 있었다. 엎드린 채 시즈쿠는 깊게 혼란스러워 했다. 타카사키 유우가 자신을 속이고 있던 것은 아니다. 함정에 빠진 것도 아니다. 유우는, 아유무가 말한 대로 '두근거림' 중독일 뿐이다. 고등학교 시절과 똑같이 모두를 정열로 움직여 '두근거림'을 넘치게 하고, 그걸 훌쩍훌쩍 마시며 날개짓하는 나비 같은 여자아이일 뿐이다. 자신이, 유우에게 있어서 가장 편리한, 맛있는 꿀을 제공하는 꽃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꽃은 크게 피는 일 없이 시들어 썩어가는 것일 뿐이다.


"저, 저는, 아앗,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 내버려둬요!"

"숨이 멎을 정도로 당황하지 말고 진정하고 들어. 나는 솔직히, 잘난 듯한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상담은 잘 못해. 마침 말야, 내 고등학교 때부터의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어. 내친김에 이야기를 들어달라 하면 어때? 나보다는 훨씬 잘 들어줄거야"


시즈쿠는 엎드린 자세 그대로 조금씩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2년 가까운 시간을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바치고, 말의 보답만으로 소비되었다는 사실을 온몸이 거부하고 있었다. 기를 쓰며 자신을 위해서라고, 자신의 꿈이라고 타일러 왔는데, 최근 들어 유우의 마성은 효과를 잃은 듯 가라앉아 시즈쿠의 뇌리에는 흔한 여대생으로 지내는 모습이 떠올라 있었다. 나카스 카스미와 시부야나 하라주쿠를 걷고, 쇼핑이나 식사를 하며 '꺄-'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이 이미 재현 불가능한 패러렐 스토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허무했다.


에리가 뒤통수를 쓰다듬어 왔다. 사람이 싫어져서 "냥"하고 울었다.


"나는 18살 즈음까지 평범하지 웃지 못했어. 어쩔수 없이 웃는 듯한, 웃어주는 듯한 그런 인간이었어. 연기조차 없이 천연이었어. 천연이었지만 오만했어. 동료에게 이끌려 자신에게 얽혀있던 것을 벗어 던지고, 모두와 잔뜩 웃고, 제대로 웃는 법을 알고, 그러고 대학에서 한 바퀴 정도를 더 돌고 나서야 겨우 등신대인 자신이 재밌어졌어.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것이 20살을 넘어서라고 해도 너무 늦은 건 아니야"


에리는 시즈쿠가 내팽개친 당면 스프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주방에서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시즈쿠는 아직 절망의 구렁텅이를 배회하고 있었지만 에리가 소개해주는 친구들에게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밖에 선택지가 없으니까, 한 줄기 희망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부적당하고 말 그대로  단순한 한 걸음만이 눈 앞에 있을 뿐이었다. 다만, 선택지가 있으면 망설이다 정체하므로 한 줄기 길은 오히려 행운이었다.



"그래서, 어디부터 들을까나. 나 있지, 에리치처럼 드라이해지진 않아. 아르바이트니까 아르바이트만 시켜서 돈을 주면 된다. 에리치는 그렇게 말하고, 그건 확실하겠지만, 고용한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끝난다는 건 재미없지 않나 싶어서"


에리가 소개해준 여자는 그녀보다 몇 살 연상처럼 보였다. 허리까지 오는 풍성한 흑발을 두 가닥으로 묶고, 아놀드파마의 긴 코트를 걸친 통통하고 육감적인 체형이었다.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하고 싶다. 시즈쿠는 첫 연락에서 그렇게 전하고 '노조미'라 이름을 밝힌 상대는 '그걸로 괜찮아'라고 간사이 사투리로 대답했다. 시즈쿠가 그녀를 만난 것은 3일 뒤의 카페였다. 그 가게에서도 시급 1200엔으로 아르바이트를 모집하고 있었다. 만약 아르바이트 이야기가 결렬되면 그대로 여기서 면접을 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에리씨한테 어디까지 들으셨나요?"

"무대 여배우 준비생이 길거리를 헤매고 있으니까 써보지 그래? 라고. 그 뿐이야. 에리치는 있지, 귀찮은 건 얘기하지 않아. 그러니까 차갑다거나 인정미가 없다거나 오해받는거야"


길거리도 헤메고 있어요. 시즈쿠는 요 3개월 정도를 간추려 이야기했다. 아직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것에 놀랐다. 이전 무대가 끝나고 나서 가장 최근 무대가 끝나기까지니까 실제로 그 정도였겠지만, 일어난 사건이 너무 응축되어 있어서 자각이 없었다. 다만, 자신의 선택이 초래한 결과에 대해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아 본론으로 들어가려 했다.


"아르바이트는 뭘 하면 되나요?"

"이것저건 있긴 한데. 내가 지정한 장소에 가면 노인이 곤경에 빠져 있을거야. 그 사람에게 ATM의 사용 방법이나 선불 카드의 이용 방법을 가르쳐주거나 하는 게 많으려나"

"저, 그거 범죄는 아닌거죠?"

"그건 범죄자의 연극을 하고 있다는 걸로 괜찮잖아"

"잡힐 게 뻔해요"

"그러면 수형자의 연극을 하면 되는거잖아. 아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을 때, 왜인지 남의 일처럼 이야기했잖아.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 전부를 연극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은거 아니야?"


돌아갈게요. 시즈쿠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에리치가 말한 대로 정말 자존심이 세구나"라고 노조미는 호들갑스레 놀라며 만류했다. 시즈쿠가 토라진 채로 자리에 앉자 노조미는 새삼스레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이 참가하고 있는 게임을 평일 낮 시간에 해주었으면 한다. 자신은 평소에는 OL이므로 플레이할 수 없다. 간단히 말하고 나서 노트북을 꺼냈다. 표시된 화면은 뉴스의 경제 코너에서 흔히 눈에 띄는 주가 차트였다.


"주식, 인가요? 전혀 모르는데요?"

"전혀 몰라서 괜찮은거야. 돈이 움직이는 게임은 나도 모르게 뜨거워져 버리니까. 자신이 정했을 규칙을 무심코 깨버리게 되거든"


노조미는 게임 하는 법과 화면 보는 법을 설명했다. 게임은 평일의 아침 9시에 시작해 그 직후가 중요한 듯 한데, 자신은 그 때 일을 시작하므로 참가할 수 없다는 듯 하다. 그래서, 그 10분 정도 전에 사야 할 종목을 지시할테니 주목 리스트에서 골라 대량으로 사들이라는 것이었다. 거기서부터는 화면을 보면서 노조미가 지시한 규칙대로 사고 판다. '이 가격까지 오르면 (내리면) 판다'. 규칙과 하는 일은 그 뿐인 것 같다.


"지금은 상승 트렌드야. 요컨데 '돈을 버는 흐름'이란 거지. 그렇지만, OL인 나는 역시 일을 뺄 수는 없으니까 누군가 성실한 사람이 대행해주었으면 했어. 1주일 정도는 오름세가 될거라 생각하니까 아르바이트 기간은 딱 1주일이면 돼"

"이건 게임인건가요? 3000만엔 정도 자금이 있는데요"

"어디까지나 게임이니까 신경쓰지 마. 벌게 되면 3할을 시즈쿠쨩에게 줄게. 지거나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최저 보수로 5만엔을 주는걸로 하면 어때?"


시즈쿠는 흔쾌히 승낙하고 다음날 아침 8시부터 노조미의 방으로 갔다. 월요일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연수를 위해 월차를 냈다는 듯 했다. 스피리츄얼한 아이템에 고집이라도 있는 것인지 풍수를 의식한 상품이 곳곳에 놓여 있는 방이었다. 책상에는 노트북과 커다란 디스플레이와 마네키네코가 있었다. 시즈쿠를 앉히고 노조미는 8시 50분 즈음에 '살 종목'의 지시를 내렸다. 시즈쿠는 배운 대로 조작해서 종목을 두 개 샀다. 그것만으로도 800만엔 정도를 썼지만, 게임이니까 문자 그대로의 가치는 없을 것이다.


"아무 일도 없으면 나머지는 규칙대로 움직이면 돼. 다만, 나는 바쁘지 않다면 10시반에서 11시 정도에 화장실에 가서 상황을 지켜볼거야. 거기서 추가 주문을 할 지도 몰라. 그러면 다시 새로운 '매수' 주문을 넣어줬으면 해"


시즈쿠는 가만히 화면을 지켜보다가 노조미가 정한 금액이 된 종목을 팔아 치웠다. 노조미는 옆 방에서 지시를 내려 한 종목을 400만 정도 추가로 사들였다. 한 종목이 예정된 금액까지 올라서 팔았고, 다른 하나는 크게 움직이지 않아 15시 전에 팔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몰랐지만, 일로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가만히 화면을 보고 있어서 지친 시즈쿠에게 노조미는 안약을 사다 주었다.


"이걸로 오늘 아르바이트는 끝이야. 11시 반부터 12시반까지 점심 시간이니까, 실제로 일하는 건 5시간. 내일부터 나는 일하러 가니까 혼자서 해야 해"

"이거, 득을 봤다 해야할까, 돈을 번 건가요?"

"오늘은 플러스 40만이네. 시즈쿠쨩의 급료는 12만이야"

"엣? 게임인거죠?"

"응. 이 숫자는 돈이 아니야. 금요일에 한번에 줄 테니까 제대로 일하렴"


다음날부터 4일간 시즈쿠는 노조미의 방 여벌 열쇠를 맡아 그녀의 방을 방문했고, 자유롭게 먹고 마셔도 된다고 들어서 냉장고를 열어 보았지만 술과 맥주만 있어 단념하고, 데스크를 향해 재빠른 트레이더가 된 것처럼 매매를 반복하고, 저녁에는 노조미의 방을 나와 다른 곳에 들르는 일 없이 에리의 방으로 돌아왔다. 다음 무대가 정해지지 않은 것도 아쉽지만 다행이었다. 문자 1통만으로 마음대로 드나들고 있으니까, 노조미가 인선에 있어서 유난히도 '성실성'을 중시한 이유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오늘은 경사스런 날이네. 칼퇴하고 왔어"


금요일 오후 6시경, 노조미는 코트 안에서 풍만한 가슴을 흔들며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키고 돈을 확인했고, 소파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즈쿠에게 말을 걸어왔다. 시즈쿠는 아르바이트가 끝난 해방감으로 캔 츄하이를 마시고 조금 취해 있었다. 이익이 날 것을 알고 있어 처음부터 현금을 준비해뒀던 것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노조미는 여유만만한 태도로 갈색 봉투를 건네왔다. 그건 극단에서 건네주는 할당량의 티켓을 담은 봉투보다 훨씬 두꺼웠다.


"160만 정도 이익이 나왔으니까, 시즈쿠쨩의 몫은 48만이야. 뭐, 숫자가 별로니까 50만으로 해 둘게. 수고했어"

"160만이라는게, 그, 진짜 그렇게 번건가요?"

"뭐, 예정대로야. 나는 골든 위크에 유럽에 갈거야"

"이렇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일을 그만둬도 되는 거 아닌가요?"

"지금은 상승 트렌드니까. 하강에 들어갈 때도 있잖아. 그리고, 이건 스스로 하면 욕심이 나거나 해서 잘 되지 않아. 시즈쿠쨩이 아-무것도 모른 채 충실히 해 준 덕분이잖아? 받아. 내일이라도 도쿄를 떠나"


어딘가 비몽사몽이었던 시즈쿠는 노조미가 던진 마지막 대사에 의해 강제적으로 눈이 떠졌다. 도쿄를 떠나. 나카스 카스미로부터 가마쿠라의 본가로 돌아가라고 들었던 것을 떠올리고, 거의 반사적으로 '싫어요'라고 대답했다. 본가에 돌아간다. 진다. 큰소리 치며 나온 주제에 꿈이 부서져서 보통의 아가씨로 돌아간다.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순풍에 돛을 단 듯 살아가고 있는 언니에 대한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간다. 어느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싫어요. 본가에는 돌아가지 않아요"

"본가에 돌아가라거나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 도쿄에서 떨어지라고 하는거야"

"저는 극단에 있어요"

"연극이라든가 좋아하니까 에리치에게 받은 티켓으로 보러 갔는데, 완전히 미카를 맡은 아이한테 밀렸잖아? 그 아이, 아직 고등학생인거지? 정말로 무대를 좋아하고 연기를 하는 자신이 좋은 배우라고. 자신을 감추기 위한 도구로 연극을 하고 있는 배우의 연기와는 전혀 격이 달라. 솔직히, 문외한의 눈으로 보아도 꿈의 꼬리에도 닿지 못할 것 같아"


업계인에게 나눠주는 것 아니었냐고 에리를 책망하고 싶었지만, 그 이상으로 신랄한 말에 공격당해 시즈쿠는 주춤했다. 에리가 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위압감에 눌려 있었다. 이번 무대에서 상대를 맡은 것은 노조미가 말한 대로 고등학생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콩쿨에서도 매번 금상을 받는 단골 학교의 에이스, 말 그대로의 간판 여배우였다.


그리고, 어떠한 역할을 하더라도 시즈쿠는 그녀에게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봄이 되어 졸업하면 그녀는 '프레시'에서 다음 팀으로 승격하는 것이 정해져 있었다. 시즈쿠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어서 역에서 쾌속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완행 기차의 기분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줄곧 완행 기차인 채 지방 역을 돌아다니게 될 것을 예감했다.


"이즈(伊豆)에 말야, 나도 신세를 졌던 여관이 있어"


노조미는 삼등분으로 접힌 팜플렛을 꺼내 50만엔이 든 갈색 봉투에 얹었다. 시즈쿠는 답례는 커녕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감정만 가다듬고 있었다. 이걸 보증금으로 해서 새 방을 구하자. 그렇게 계획하고 싶었는데, 노조미의 어린 시절을 남긴 목소리는 신기할 정도로 시즈쿠의 오기를 잠재우고 항변하고 싶어지는 가시같은 자존심을 하나씩 뽑아갔다.


"제 연극에, 연기에 '두근거린'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저기, 시즈쿠쨩. 배우는 말야, 운동 선수나 샐러리맨과는 다르니까,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는 동안에는 그 기대치를 넘는 일은 할 수 없어. 조금 도쿄를 벗어나서 이것 저것 생각해본다 해도, 그렇게까지 멀리 돌게 되는 건 아니잖아?"


타카사키 유우를 생각했다. 유우가 자신에게 걸고 있는 기대는 일류 무대 여배우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연습하고 무대에 서서 연기하고 있는 여자아이일 뿐이다. 결코 그녀가 나쁜 건 아니다. 열심히 하는 과정만을 사랑해버리는 사람인거다. 그러니까, 어엿한 모델이며 여배우이기도 한 아사카 카린이 아무리 빛난다 해도 시원한 얼굴로 벽을 넘어가는 것 처럼 보이는 그녀에게는 끌리지 않는 것이다. 시즈쿠는, 유우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바람에 관해서는, 이미 '유감스럽게도' 이루어 버린 것이었다.


"나는 어릴 적에 무기력해서 연기 같은건 할 수 없었어. 부모님의 사정으로 전학을 반복할 때마다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고 교실 한쪽 구석에서 책을 읽는 여자아이였어. 시즈쿠쨩은 나와 다르게 연기를 할 수 있어. 자신과 다른 자신을 연기해서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는 집념이 있잖아. 그 집념은 그래도, 자신을 좋아하게 되기 위해서 써야만 해"


시즈쿠는 갈색 봉투 위에 놓여진 팜플렛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음대로 조종되는 것 같아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유우의 기대에 계속해 부응하는 배우 생활이 한계를 맞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것을 냉정하게 지적받은 것도 모종의 숙명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확신하고 싶을 정도로는 주소조차 없는 생활에 지쳐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전통 여관으로 보이는 외관의 건물이 팜플렛 표지에 자리를 잡고 있고, 가장자리가 꾸며진 중앙에는 '토치만(十千万)'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다음 글 / [미연재]: [추후 등록]

누마즈앞바다돌고래 선추합니당 하나비 이거로 끝인가여? 아직 안읽었는데 끝나면 읽으려구 2020.12.28 08:53:54
ㅇㅇ 센세 12만자 계획중이라 하시고 현재 8만자 연재했습니다 175.113 2020.12.28 08:57:45
누마즈앞바다돌고래 2020.12.28 08:58:51
ㅇㅇ 2장 1편 수위때문인지 짤린듯 125.133 2020.12.28 09:01:15
호시조라당 굉장하네 2020.12.28 09:02:58
ㅇㅇ 그런가 본데.... 적당히 편집해서 재업해야 하나 175.113 2020.12.28 09:03:44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3812557 일반 뷰잉 가능? 치나미니 2020-12-31 0
3812556 일반 야와라이브 ㅋㅋㅋㅋㅋㅋㅋ 쁘렝땅 2020-12-31 0
3812555 일반 갈수있음?? CYaRon!! 2020-12-31 0
3812554 일반 히히히 못가! ㅇㅇ 2020-12-31 0
3812553 일반 아니 야외라이브 ㅠㅠㅠ 호마다치 2020-12-31 0
3812552 일반 5월? 코토리츙츙 2020-12-31 0
3812551 일반 못간다고 아 시발 와타나베요소로 2020-12-31 0
3812550 일반 못가요 갈증에한수위 2020-12-31 0
3812549 일반 야외라이브 문열어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돌 2020-12-31 0
3812548 일반 뭐야 문열어요 Saint-Snow 2020-12-31 0
3812547 일반 코외라이브 ㅋㅋㅋㅋㅋㅋㅋ 둥글마루 2020-12-31 0
3812546 일반 ㅅㅂ 못가는데 00ㅇㅇ 2020-12-31 0
3812545 일반 야외라이브 ?? 치카치캉 2020-12-31 0
3812544 일반 응 못가ㅋㅋㅋㅋㅋㅋㅋㅋ 뽀엥이 2020-12-31 0
3812543 일반 아 못간다고 슈실 2020-12-31 0
3812542 일반 못가요 씨발 밥돼지하나요 2020-12-31 0
3812541 일반 응 못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닝글로리 2020-12-31 0
3812540 일반 야외라이브 뭔데 ㅋㅋㅋㅋㅋㅋ yoha 2020-12-31 0
3812539 일반 아 못가요 ㅠㅠㅠㅠ lumini 2020-12-31 0
3812538 일반 라이브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암드바라기 2020-12-31 0
3812537 일반 모히토쯔 KotoUchi 2020-12-31 0
3812536 일반 ??????? 아아- 2020-12-31 0
3812535 일반 야외라이브 ㅋㅋㅋ 쌍화탕비빔밥 2020-12-31 0
3812534 일반 머임???? 샤워빌런 2020-12-31 0
3812533 일반 못가요 못가 76 2020-12-31 0
3812532 일반 ??????? look00 2020-12-31 0
3812531 일반 아쉬바 보내달라고 진스타수퍼스타 2020-12-31 0
3812530 일반 아 못가잖아 니코냥 2020-12-31 0
3812529 일반 원더트립? すず 2020-12-31 0
3812528 일반 야외라이브? ㅁㅅㅌㄱ 2020-12-31 0
3812527 일반 야외라이브? 린사냥이 2020-12-31 0
3812526 일반 No.10 2020-12-31 0
3812525 일반 야외 라이브 못간다고오오오오 프렐류드 2020-12-31 0
3812524 일반 야외라이브 ㅋㅋㅋㅋㄱㅋㅋ 미빔 2020-12-31 0
3812523 일반 시즈오카 야외라이브래 모구라이버 2020-12-31 0
3812522 일반 야외라이브 ㄷㄷ Windrunner 2020-12-31 0
3812521 일반 야외라이브 ㅋㅋㅋㅋㅋㅋㅋ CarDinal 2020-12-31 0
3812520 일반 제랍 look00 2020-12-31 0
3812519 일반 시즈오카 야외 라이브? 시니아퍼시피카 2020-12-31 0
3812518 일반 야외라이브 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 2020-12-31 0
념글 삭제글 갤러리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