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번역/창작 [SS번역] HANABI 제 1장 (3)
글쓴이
ㅇㅇ
추천
11
댓글
2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745100
  • 2020-12-17 17:02:18
  • 175.113
 

―3―


또 하나, 무대가 끝난다. 길게 이어져 온 극단이기 때문에 팬도 많고 객석은 대부분 가득 찬다. 오늘도 티켓은 다 팔렸다. 관객석은 열기로 가득했다. 선배 중에는 황금 시간대 드라마에 나온 사람도 있고 저명한 배우가 나오는 연극에 불려간 사람도 있고 버라이어티의 이른바 '재현 영상'이라는 것에 나온 사람도 있다. 완전히 미래가 닫혀 있는 길은 아니다. 다만, 시즈쿠가 소속해 있는 것은 극단 안에서 '프레시'라 불리는 팀이었다. '프레시'라고 이야기하면 듣기 좋고, 학업과 겸하고 있는 학생도 많아 연령층도 어리지만, 그 안에는 30살, 40살을 넘긴 사람도 소속되어 있고, 그런 이들의 모습을 미디어에서 보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이곳은 심플한 계급제로 되어 있어 오랜 시간 하층에 있던 멤버가 선택받을 가능성은 없는 것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소개로 입단하는 고등학생도 있긴 하지만, 시즈쿠는 팀 내에서도 가장 젊은 사람이었다. 연극의 여운에 잠겨 있을 여유는 없고, 수고하셨습니다란 인사를 나누며 사용한 소도구를 척척 골판지 상자에 채우고 있었다. 윗 팀에는 전속 스태프가 몇 명인가 있기 때문에 막이 내린 후에 이정도로 일이 많진 않지만, 시즈쿠의 팀은 자신들이 전부 준비하고 전부 정리하므로 어쩔 수 없었다. 빌린 무대를 완전히 정리하는것은 22시 즈음이 되어서야 끝나므로 뒷풀이도 다른 날로 설정해 두었다.


'곧 정리가 끝나니까 기다려 주세요'


오늘 밤은 타카사키 유우와 만나기로 했다. 모든 짐을 선배가 운전하는 트럭에 실으면 여성진의 현장에서의 일은 끝나는 것이었다. 극장의 뒷문에서 원진을 꾸리고 서로의 노고를 짧게 치하하고, 시즈쿠는 종종걸음으로 약속했던 선술집으로 향했다. 언제나의 가게 앞에서, 유우는 짧은 기장의 다운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고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다. 블루 라이트에 비치는 옆모습은 진지함 그 자체로 날카로워 어딘지 모르게 불량한 남자의 위험함을 풍기고 있었다. 불량이라기보다, 어둠을 끌어안고 반에서 외면당하는 타입의 소년이라 해야 할까. 말을 걸자 얼굴을 풀고 "고생했어" 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설문, 쓰고 있었어"

"이번부터 온라인 양식이 되었죠"

"손으로 쓰는 편이 좋았는데"

"현지에서 회수하는 것도 힘들고, 나중에 굳이 보내주는 사람도 적으니까요"


초겨울이라 불리는 날이었기 때문에, 테이블석에 앉자 마자 2인분의 탕을 시켰다. 유우의 얼굴도 시즈쿠의 얼굴도 따뜻한 실내에 들어와 단번에 벚꽃색이 되었다. 츄하이를 들고 건배를 하자, 유우는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이라도 튼 듯이 시즈쿠의 연극 감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기술적인 이야기는 없고, 스토리와 시즈쿠의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칭찬했다. 말은 서툴렀지만 마음만은 주문한 탕보다 뜨거웠다. 그건 술집에서 제공되는 어떤 메뉴보다도 술에 어울렸기 때문에 취하는 것도 빨랐다.


"있지, 시즈쿠쨩의 아버지가 '엄마'의 어머니랑 부딪히는 장면이라든가, 두근두근 조마조마함이 멈추질 않았어. 긴장해서 등줄기가 빳빳하게 펴졌단 말이지. 봐, 시즈쿠쨩이 움찔해서 말문이 막히는 장면이 있었잖아? 그 장면이라든가, 나까지 겁을 먹어서. 리얼리티 장난 아니잖아"


그건 대사를 건너뛴 거에요. 솔직하게 털어놓으려다 그만 뒀다. 연극을 시작했을 때부터 한 번도 한 적 없는 실수였다. 길고 긴 로프를 슝슝 하고 항아리 안에서 끌어내듯이 대사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뚝 하고 끊어져 버렸다. 조명 속에서 창백해진 시즈쿠를 선배들이 애드리브로 구해 주었지만, 아는 사람이 보았다면 눈치 챘겠지. 다만, 결과적으로 비전문가인 유우에게는 리얼한 연극이 되었다. 우연히라도 잘 풀릴거라면, 좀 더 인생 레벨의 스케일에서 잘 풀리면 좋을 텐데.


"주위에 베테랑뿐이었으니까, 도움받았다고나 할까"

"그렇지 않다구? 시즈쿠쨩, 굉장히 파워풀했는걸, 고등학교 연극부 때는 얌전하고 성실한 여자애 역할이 많았으니까, 극단에 들어간 후의 시즈쿠쨩에게는 항상 놀래켜져!"

"그런, 가? 기뻐요"


고등학교 때는 분명 그것밖에 할 수 없던 거에요. 말하려다 찬물을 끼얹는 것도 흥이 깨질거라 생각해 그만뒀다. 솔직히, 연기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란 이야기를 한다면 시즈쿠보다도 출연이 적은 역을 맡은 학생 중에 분명히 뛰어난 사람이 있는 것이었다. 시즈쿠가 진학을 포기하고 극단에 들어온 것을 알고 있는 모두가 신경써서 배역을 정해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인심이 통해버리고 마는 레벨의 팀이라는 것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프레시'에서 금세, 그야말로 두 번 정도의 무대로 벗어나 위의 팀에 선택되어, 손이 닿지 않는 찬란한 세계로 건너간 사람도 있고, 10년 이상 '프레시'에 있던 사람도 적지 않게 존재하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취미로 계속하는 사람도 포함되지만,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사람도 몇 명은 실재하는 것이었다. 다만, 그런 내부의 사정에 대해 유우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출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보이지 않고, 자신과 같은 무대에서 오랜 시간 헤메고 있는 사람이 있다——그런 냉정한 현상을 숨기고 있었다. 유우가 자신을 다독여주는 말을 잃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정말, 수고 많았으니까 얼른 먹어"

"오늘 밤은 아유무씨에게 제대로 연락했나요?"

"앗, 또 까먹었다. 고마워. 잠깐 문자 해둘게"


유우가 소꿉친구에게 문자를 보내자, 불과 10초 정도만에 전화가 걸려왔다. 그 이상하리만치 빠른 반응은 유우를 붙잡고 있는 시즈쿠를 적잖이 불안하게 했다. 유우는 맥주잔을 한손에 들고 변명을 하며 '친구랑 있을 뿐이야' '마시고 있을 뿐이야' '내일 만나잖아' '만날거야. 약속할게' 라고 지금 있는 상대나 장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10분 정도의 통화를 끝냈다. "결국, 먼저 연락하는 쪽이 길어지네"라고 귀찮은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유우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는 예민하지만, 자신에게 향하는 감정에 대해서는 둔해 보였다. 우에하라 아유무의 안에 있을 지나치게 거대한 친밀감에 대해 문제시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화냈나요?"

"화내진 않았는데 걱정하고 있는 걸까나? 애도 아닌데 말이지"

"저랑 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유무씨 화를 내나요?"

"화내진 않을거야. 남자랑 있는거라면 몰라도, 고등학교 시절의 동료기도 하고"


유우는 환하게 웃으며 새로운 우롱하이를 주문했다. 그 판단은 너무 무른 것이 아닌가 하고 시즈쿠는 여자의 직감으로 걱정했지만, 그러고 나서 잠시동안 탕을 쿡쿡 쑤시며 유우의 말을 듣고 있는 사이에 어찌 되든 좋게 되었다. 본 공연 전의 긴장도 풀렸기에 꽤나 빠르게 취기가 돌았다. 선술집에서는 토해낼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빨리 토해내고 싶어서 마시기 시작한지 1시간도 안되어 방으로 초대했다. 초대하고 나선, 자신이 권한 건가 하는 묘한 생각을 했다. 만약 우에하라 아유무를 화나게 한다면 자신의 탓이 되는 것일까 하는 불안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연극이 하나 끝나면 어떤 기분?"

"지금은 안심하고 있어요. 벌써 다음 무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2일 정도는 멍하니 있을 수 있지만, 거기에서 새로운 역할로 자신을 전환해요. 대본을 읽거나, 관련된 책을 읽거나 하고, 배역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인다고 할까, 자신답게 그 배역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해석해 나간다고 할까"

"그럼 말야, 타카사키 유우를 연기하는 것도 할 수 있어?"

"누군가가, 유우씨를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대본을 써준다면"


술집에서 아파트까지 돌아오는 길, 시시한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시즈쿠도 유우도 취해 있었지만,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지는 않았다. 유우는 언제나처럼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었다. 처음으로 수족관이나 스타디움을 방문한 초등학생의 눈을 하고 있었다. 연극이나 배우에 흥미가 있다기 보다, 두근거림을 주는 오사카 시즈쿠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즈쿠쨩이 나를 쓴다면 어떤 캐릭터가 될까?"

"무척이나 정열적이고, 순진하고, 호기심 많고, 조금 치사한 사람, 이요"

"치사한?"

"밀어 붙이니까. 그렇지만 싫지는 않아요. 비겁하지도 않아요. 치사할, 뿐"


대화로 추위를 밀어내면서 방에 도착했다. 활기참과 쾌활함으로 따뜻하게 하려는 카스미와 달리, 유우는 어두운 그대로 조용히 따뜻하게 해 주었다. 방의 전등을 켜기 전에 서로 껴안았다. 손으로 더듬어 서로가 그 곳에 있음을 확인했다. 유우의 다운재킷은, 손가락 끝은, 뺨은 차갑지만 그녀가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전기 스토브 같은 온기가 시즈쿠의 지친 마음을 위로했다. 손을 잡고 바라보며 말을 거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나 사람을 움직여 버리는, 나쁘게 말하면 미치게 만들어 버리는 유우를, 미워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게 생각한 적도 있다. 치사한 것은 틀림없이 자신 쪽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 ※


전환기라고 하기에 너무 이상한 사태가 일어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지난 밤의 일이었다. 시즈쿠는 밤 연습을 마치고 방에 돌아와 있었다. 끝나고 동료들과 밥을 먹으러 갔었기 때문에 날이 바뀔 즈음의 시간이었다. 동지라 부를 수 있는 멤버, 비슷한 정도의 위치에서 발버둥치거나 웃거나 하는 녀석들과 함께 있던 탓인지, 시즈쿠의 기분도 가라앉지 않았다. 몇몇 선배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기에 연기 냄새가 밴 옷을 빨리 벗고, 목욕을 한 뒤 자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경량 철골의 탓인지 겨울이면 난방 없이는 지낼 수 없을 정도의 냉기에 휩싸였고, 그렇다고 해서 매일 밤 늦게까지 에어컨을 켜두는 것은 전기료에 너무 큰 영향을 끼쳤다.


(오늘 밤은 춥네에. 바람이 슝슝 불어)


유닛배스 옆에 있는 세탁기에 바로 벗은 옷들을 넣었다. 처음에는 본가에 있을 때와 비슷하게 세탁 바구니를 놔 두었지만, 방이 좁았던 데다가 원룸이라 누군가가 왔을 때 세탁물을 보여지는 것도 싫어서 직접 넣어 두기로 했다. 칠칠치 못하다고는 생각하지만 1년이나 혼자 살고 있으면 많은 면에서 합리성이 우선하게 되는 것이었다. 식칼을 이렇게까지 쓰지 않을 줄은 몰랐고, 전자레인지를 이렇게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속옷만큼은 욕실에서 벗는 것으로 해 두었다. 브라의 컵에 접어 갠 팬티를 넣고 작은 상자를 닫듯이 반대쪽 컵으로 덮었다.


낡은 아파트에 욕실 난방 같은게 있을 리 없고, 추운 날에는 목욕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된다. 알몸이 된 순간 닭살이 쫙 돋는 피부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온 몸의 경직이 서서히 풀리는 것을 느끼고 그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본가에 있을 시절엔 느긋하게 욕조에 잠겨 종종 연극의 대사를 암송하기도 했지만 겨울의 유닛배스에서 그런 것을 할 기분은 나지 않았고, 따뜻한 물을 뿌리는 일도 한 달에 몇 번밖에 없고 스스로 낸 가스 요금으로 따뜻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었다.


긴 머리를 거의 다 감았을 즈음, 그러나, 시즈쿠는 '찰칵' 하고 자물쇠를 여는 듯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아 금세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걱정이 많은 성격 때문에 기분 탓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자취할 때 무엇보다 불안한 것은 목욕하고 있는 무방비한 시간이었고, 따뜻한 물을 뿌리며 긴 시간 목욕 하는 것을 꺼리는 요인 중 하나였다. 좁은 방이 줄지어 있는 낡은 아파트인만큼 단순히 옆 방에 살고 있는 사람이 집에 돌아온 것 뿐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방에 있으면 양쪽 이웃집의 생활 소음이나 전화로 이야기하는 소리까지 잘 들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즈쿠는 밤 늦게 대본을 읽는 것을 자제하고 있었고, 타카사키 유우를 안은 다음날 같은 때는 다른 주민에게 들켜 오해받지 않도록 슬며시 출입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 해도 지금의 소리는, 자물쇠를 여는 소리는, 손잡이를 비트는 소리는, 꽤나 가까이서 들렸다. 이 방의 문이 열리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갑작스레 감각이 날카로워져 모든 낌새를 한시라도 빨리 알아채려 했다. 방의 열쇠는 3개 있었다. 하나는 자신이 언제나 갖고 있고, 하나는 책상 서랍에 넣어 두었고, 다른 하나는 얼마 전 타카사키 유우에게 건네준 것이었다. 유우가 이 방을 방문하는 것을, 두근거림의 냄새가 나는 공간을 꽤 마음에 들어한 것 같았기에, 취기도 있어 '언제든 와주세요'라며 건네줬던 것이었다. 거기엔 자신의 외로움도 한몫하고 있었다. 다만, 유우가 연락도 없이 여기에 올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었고, 애초에 지금은 막차도 끊긴 시간이었다.


(문, 잠그는걸 잊었던가? 그럴리 없지?)


그것은 불안과 불신에서 비롯된 환영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시즈쿠는 방 안에 누가 있다고 확신하고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물론 전라였고, 변기 위에 속옷만이 놓여 있을 뿐이라 아무것도 몸을 지킬 만한 것은 없었다. 샴푸통을 던지는 정도의 저항은 할 수 있었지만, 어차피 약간의 액체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덩어리에 지나지 않고, 공포영화에서 학살당하는 소녀의 발버둥일 뿐이다. 호흡이 가빠져 숨 쉬기가 힘들었다. 웅크리고 숨을 죽이고 있으면 넘어갈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불이 켜져 있는 방에 조용히 침입해 온 이상, 단순한 도둑질이 목적은 아닐테니까.


"누구? 누가 있는거야?"


그건 당장이라도 살해당할 법한 소녀의 대사였다. 목소리는 낙엽처럼 말라붙어 있었다. 대부분의 고통이나 고생은 어떤 역을 연기하고 있는 척을 해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시체가 되어버린 인간이라면 몰라도 지금부터 진짜로 살해당해 버리는 공포만큼은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은 이미, 있는 그대로의 오사카 시즈쿠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저기, 누구? 누구인가요!"


시즈쿠의 거듭된 물음에 대답은 없었다. 대답은 없었지만, 존재를 알리듯 반투명 유리의 건너편에 사람 모습이 나타났다. 소리 질러야만 한다. 망설이고 있을 틈 따윈 없다.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면 도망칠지도 모른다. 늦은 시간이지만 누군가 일어나서 경찰을 불러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살해당할지도 모르지만, 범인이 당황해 준다면 고문하듯이 괴롭히지 않고 간단히 죽여줄 것이다. 아니야, 살해당할 이유 같은건 없어요. 지치고 마른, 배우 구실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 따위 죽여도 아무런 이득이 없어요. 저 같은 건 죽여도 의미가 없어요. 그러니까, 죽이지 말아주세요. 시즈쿠는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오로지 핑곗거리만 찾고 있었다.


아무튼 소리를 질러야만 해, 소리 지르자, 소리 지르는거야, 소리 질러, 소리 지르세요. 마음을 거듭해 북돋웠을 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범인의 얼굴을 보고 시즈쿠는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비명을 삼켰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르는 인간이었다면 틀림없이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었다. 고등학생 시절, 함께 스쿨 아이돌을 했던 우에하라 아유무가, 자신을 '두근거린'다고 칭찬해주는 타카사키 유우의 소꿉친구가, 손 한 뼘 정도 길이의 칼날을 가진 재단용 가위를 꽉 쥐곤 마치 해충이라도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 시절 '동료' 였을 시즈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유무씨!?"


시즈쿠는 공포에 질려 페이스 타월로 가슴부터 아래를 가렸다. 방어구가 될 만한 것이 페이스 타월밖에 없다는 것에 절망했다. 여성들이 잇따라 성기가 잘리는 공포 소설을 떠올렸다. 어째서 자신이 그런 꼴을 당해야만 하는가, 라는 것은 피해자가 생각해도 의미없는 일이었다. 아유무는 고등학생때와 똑같이 한쪽에 경단을 만든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눈은 그 시절의 온화함을 잃어 허무했다. 아유무는 카키색의 긴 모즈코트를 두르고 있어 그 살벌한 모습이 한층 섬뜩함을 더했다.


"어떻게 여기가......"

"유우쨩의 방에 연극의 전단지랑, 이 열쇠가 놓여 있었어. 연극이니까 시즈쿠쨩이려나?라고 생각해서. 어디 살고 있는 걸까?라고 유우쨩의 스마트폰을 조사해봤더니, 여기가 지도 앱에 등록되어 있었어. 점심때는 외출중이려나? 싶어서 역 앞에서 시간을 때우며 밤까지 기다리기로 했어. 오늘 밤, 무척이나 춥지만 별이 잘 보여"

"조사했다,라니, 스마트폰의 비밀번호는......"

"나랑 유우쨩은 계속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다구?"


아유무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그것은 자신이 건넨 여벌의 열쇠였다. 타카사키 유우의 경계심이 없음을 원망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방을 오간 소꿉친구를 의심할 리가 없다고 단념했다. 비밀번호마저 공유하고 있는 것은 상정외인것도 정도가 있었다. 아유무의 독점욕에 대해 생각해 보면, 기쁘다든가 만나고 싶다고 솔직히 털어놓은 라인 역시도 읽혔을 것이 틀림 없었다. 단념했지만 앞으로의 줄거리는 전혀 읽지 못하고 있었다. 아유무가 운동화를 신은 채 욕실로 들어왔다. 유닛배스에는 커튼을 달지 않았기 때문에 신발이 젖었지만 그런건 개의치 않은 듯 했다. 가위의 칼 끝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정확히 시즈쿠의 얼굴을 향해 있었다. 벌거벗은 어깨가 가늘게 떨렸고, 상상 속에서는 벌써 수 차례 찔렸다.


"뭘, 뭘 하려는 생각인가요? 소리를 지를거에요!"

"저항하지마. 유우쨩이 슬퍼하니까"


허세였지만 거친 소리를 지르자, 아유무가 무표정을 순간적으로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진심으로 슬픈듯이 중얼거리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 시즈쿠는 페이스 타월을 움켜쥔 채 겁먹을 수 밖에 없었다. 밤중에 여기까지 와 있는 시점에서 이미 설득의 여지가 있을 리 없었다. 아유무는 욕조의 테두리를 넘어 잠자코 욕조 까지 침략해 왔다. 날뛰는 쪽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가까이 오지 마세요"라 중얼거릴 뿐이고, 시즈쿠는 저항하지 못한 채 안쪽의 벽에 내몰렸다. 시즈쿠의 거친 숨결은 아유무의 얼굴에 휘감겼다. 냉정히 살충제를 뿌리는 듯한 아유무의 시선은 시즈쿠의 눈동자를 도려내고 있었다.


"유우쨩은 '두근거림 중독'이야. 중독이니까 시간을 두고 고쳐야만 해. 시즈쿠쨩은 유우쨩을 위해 무언가 할 필요 같은 건 없고, 하지 않는 편이 좋아.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사랑받으며, 넓은 집에서 소설을 읽고, 연인을 만들고, 하라주쿠나 오모테산도를 산책하고, 성실히 일해서, 머지않아 결혼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거야"

"제, 제 인생을 마음대로 제안하지 마세요!"


초조한 나머지 목소리가 노기를 띠었다. 화가 난 것은 마음대로 제안받아서가 아닌, 아유무가 제안한 인생을 언제든 마음 한 켠에 생각하고 있다는 그 핵심을 찔린 탓이었다. 도망치고 싶어 어쩔 수 없이 눈이 방황했지만, 바짝 다가와 시선이 도망칠 곳 마저 없었다. 아유무가 쥐고 있는 날붙이의 차가운 칼끝을 시즈쿠의 유방에 가져갔다. 있는 힘껏 떨쳐낸다면 우위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지만, 각오한 점에서는 분명 패색이 짙어 있었다. 이미 광기를 품고 있는 아유무를 더 자극할 수도 있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유우쨩에게 들었는데, 모델을 하고 있는 카린 씨, 이번에 점심 드라마로 여배우에 데뷔한대. 같은 노력을 하고 있어도 선택받는 사람은 선택받아. 선택받지 못한 사람은 선택받지 못해. 시즈쿠쨩은 어느 쪽? 똑똑하니까 사실은 벌써 눈치채고 있지?"


처음 들은 정보에 자존심이 구겨졌다. 두 학년 위의 선배인 아사카 카린은, 고등학생을 아득히 뛰어넘는 몸매를 가져 당시부터 모델로 활동하고 있었다. 졸업 하고서도 성인 대상 패션 잡지에서 모델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면 들었다. 쿨하고 맑은 인상의 미인으로 스타일도 좋은 그녀가 모델을 하고 있단 것엔 무관심했지만, '여배우' 데뷔를 한다는 말에 냉정할 수 없었다. 높은 벽을, 자신이 매일같이 깎고 있는 두꺼운 벽을, 동료였던 인간이 손쉽게 뛰어 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태연할 수 없었다.


"유우 씨, 카린 씨의 이야기 같은 건......"

"유우쨩, 카린 씨 같이 순조롭게 성공하고 있는 사람한테 흥미가 없어.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닿을 것 같은 애가 타는 느낌을 정말 좋아해. 감동해버려. 두근거려버려.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바나나를 따려고 필사적으로 점프하는 원숭이 같은걸 동물원에서 계속 보고 있을 수 있어. 시즈쿠쨩이 유우쨩을 두근거리게 하는 이유, 알아 줄래?"


털어버리려는 듯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유우가 자신이 성공했으면 하는 생각이 없다니, 생각하기도 싫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서 발버둥치는 모습을, 넘을 수 없는 벽을 마구 두드리는 모습을, 그것을 보는 것이 즐겁다니 믿을 수 없었다. 아유무의 헛소리임에 틀림없다고 반복해 되뇌였다. 호흡이 흐트러졌다. 너무나 강렬하고 불쾌한 감정이 연달아 마음을 찔러와 그걸 토해내려고 심장과 폐가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럴, 리, 없어요, 적당히, 말하지, 말아주세요"

"미안해. 맞다, 오늘 그런 이야기를 하려 온 건 아니야"


가슴을 일격에 찌를 수 있는 재단용 가위가 뺨에 닿았다. 시즈쿠의 시선은 그 칼끝을 향했고, 젖어있는 긴 머리카락의 많은 양이 욕실 벽에 달라붙었다. 살의는 아닌 듯한, 그러나 무딘 색의 감정이 아유무의 눈에 떠올라 있었다. 질투보다 간단하고, 소중한 장난감이 마음대로 사용되어 망가진 아이 같은 격정이, 경계심이 없어야 할 어린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있지, 유우쨩이랑 야한 짓했어?"

"......하지 않았어요"


야한 짓이라고 가벼운 말을 들었지만, 시즈쿠의 머릿속에서는 타카사키 유우와 반복한 농밀한 정교가 생생히 떠올라 있었다. 동물처럼 소리를 지르고, 그것을 부끄러워할 여유도 없을 만큼 지쳤던 수많은 밤을 떠올렸다. 열등감이나 무력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전부 토해낸 뒤 부드럽게 안긴 채 맞이하는 아침을 떠올렸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커다란 망상의 말풍선이 머리 위에 떠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상대에게 훤히 보였을 것이 틀림없다. 시즈쿠는 그걸 씻어내듯이 부정하고, 아유무는 시즈쿠의 눈과 입의 움직임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쿡쿡 웃었다.


"시즈쿠쨩, 연기자면서 연기가 서투르네"

"하지 않았어요! 믿어 주세요!"

"서투른 연기는 이제 됐어. 위험하니까 조금만 가만히 있어"

"유우 씨와는, 아무것ㄷ......"

"유우쨩의 스마트폰에 시즈쿠쨩의 야한 사진이 있었어"


아유무의 대사가 술술 나와야 할 억울함의 호소를 억눌렀다. 취해 있었어도 사진을 찍게 한 적은 없지만, 자고 일어난 뒤 같은 때에 유우가 장난삼아 찍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의심은 무죄를 외치던 시즈쿠의 기세를 꺾어버렸다. '찍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버리고 말았다.


"읏, 그, 그런, 그건"

"서투른 배우네, 역시"


연민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겁내면서 고개를 들자, 아유무는 "거짓말인데"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벽 옆에서 꼼짝 못하도록 껴안아진채 시즈쿠는 가위가 열리는 소리와, 그리고 무언가를 잘라내는 소리를 들었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았다. 페이스 타월을 손에 쥔 채였다. 이 욕실에 가위로 자를 수 있는 것은, 잘려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것은, 이제 하나밖에 없었다. 떨며 시선을 돌리자 발 밑에 진한 갈색 덩어리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하나하나가 이상하게 거대해 보였고, 뒤이어 뒤이어 쌓여가는 것이 보였다. 


"그만둬! 그만해 주세요! 부탁이에요! 자르지 마세요!"

"소리 질러도 괜찮지만 움직이지 마. 예쁜 등이 다친다?"


아유무의 가슴팍을 향해 외쳤지만, 목소리는 모즈코트에 파묻혀 흐릿해졌다. 페트병을 따는 것도 힘들어할 정도로 여린데도, 지금의 아유무는 마인에 씌인 것 같은 완력으로 시즈쿠를 꽉 누르고 있었다. 그 정도로 거대한 감정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니까, 즉흥적인 말로는 설득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꼭 무언가를 연기하고 싶다면 '배우의 꿈이 끊겨버린 여자아이'에서 시작해도 좋을거야". 아유무는 머리 끝을 묶고 사정없이 잘라 냈다. 칼날까지 화가 난 것처럼 사각사각 거친 소리를 냈다. 시즈쿠의 오열 섞인 눈물 역시 모즈 코트로 스며들 뿐이었다. 


"'머리를 자르고 심기일전한 여자아이'라도 괜찮다구?"


가위의 무감정한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욕조의 테두리에도, 둘의 발 밑에도, 끔찍할 정도로 머리카락이 고여 있었다. 어릴 때부터 줄곧 길러와, 부모님도 친구도, 유우도 카스미도, 누구든지 아름답다 칭찬해 준 긴 머리카락은, 차례차례 목숨을 잃고 공포 영화의 모습처럼 쌓여갔다. 시즈쿠의 머리가 마침내 어깨 길이정도까지 되자, 아유무는 "두근거림에서 도망쳐도 된다구?"라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잘라낸 머리카락은 작은 욕조를 가득 채울만큼 양이 많았다. 겨우 풀려난 시즈쿠는 흐느껴 울면서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맨몸의 엉덩이에 싸늘한 머리카락 뭉치가 닿았다. 딱딱하고 차가운 욕조인데도 방석을 깔아둔 듯이 편안했다. 머리카락을 잃고 엉덩이가 따뜻해진다면, 꿈을 잃으면 다른 무대에선 행복해질 수 있는걸까.


"막힐테니까 청소부터 하고 흘려보내렴"


아유무의 손에도, 코트에도, 스커트에도, 시즈쿠의 머리카락이 잔뜩 묻어 있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까 그건 어찌 되든 상관 없는 거겠지. 아유무는 재단용 가위를 대수롭지 않은 듯 코트의 주머니에 넣고, 욕조에 무릎을 끌어안고 앉은 채인 시즈쿠에게서 등을 돌렸다. "더 이상 유우쨩을 홀리지 마"라고 차가운 말을 남겼다. 욕실의 문을 닫고, 현관을 조심스레 잠그고, 막차도 훨씬 전에 끝나 가라앉은 마을로 나갔다.


너무나도 잔혹하고 불합리한 시간 뒤에 시즈쿠는 습격당한 충격과 그것이 지나간 안도감으로 인해 급격히 호흡이 빨라졌다. 욕실의 조명이 깜빡이는 줄 착각할 정도로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다. 과호흡일 때는 비닐 봉투를 입에 대면 괜찮아진다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 옆에 있는 검은 봉지를 아무렇게나 집어 들었다. 그건 생리 용품을 버리는 오물통에 쓰는 것으로 이미 한 두개가 들어 있었다.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었다. 너무나도 비참했지만 호흡만은 진정되었다.


그러고선 목놓아 울면서, 시즈쿠는 방에서 비닐봉투를 가져와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모았다. 옷을 입는 것도 잊은 채 쓸어 모았다. 잘려나간 그것들은 토막난 시체처럼 보였다. 자신보다도 순종적이고 우수한 언니는 약간 곱슬머리였기 때문에 부모님도 머리카락에 대한 것 만큼은 시즈쿠를 특별히 돌봐주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이상으로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자신의 상처받기 쉬운 자존심을 지탱해 왔던 것이다.


양이 너무 많아 작은 비닐봉투에는 도저히 들어가지 않았다. 3개의 봉투를 화장실 옆으로 굴린 뒤, 방금 전까지와 같은 자세로 따뜻한 물로 샤워를 계속했다. 수도세라든가 가스비라든가 하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욕실을 나와 옷을 입는 것 보다도, 침대에서 자는 것 보다도, 내일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우선이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다 보니 겨울을 연상시키는 차가운 아침을 맞이했다.





제 1장 끝


복붙하는데 열1차 등록 금지라 해서 막차로 바꿨다 ㅋㅋㅋㅋ

게릴라뮤즈 2020.12.17 17:04:54
게릴라뮤즈 아니 미친...... 2020.12.17 17:35:23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3779736 뉴짤 공식 뉴짤 챠오시 2020-12-26 0
3779735 뉴짤 공식 뉴짤 10 사자치카 2020-12-26 22
3779734 일반 마 울 하나 떠라!! 요시55 2020-12-26 0
3779733 일반 왜 자꾸 나갔다가 들어가냐 ㅇㅇ 2020-12-26 0
3779732 일반 오늘 방장 운빨 좀 안받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라가 2020-12-26 0
3779731 일반 4번 얼마나 대박터질 예정이길래 이러냐 리세마라1 2020-12-26 0
3779730 일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0-12-26 0
3779729 일반 진짜 존나못하네ㅋㅋㅋㅋㅋㅋㅋ Keysersoze 2020-12-26 0
3779728 일반 애 왜 오늘은 운이 안좋냐 한다은 2020-12-26 0
3779727 일반 야 문고리잡고있다고 ㅋㅋ 와타나베요소로 2020-12-26 0
3779726 일반 또 도부냐 ㅋㅋㅋ 리세마라1 2020-12-26 0
3779725 일반 서늘하죠 ㅋㅋ 코코아쓰나미 2020-12-26 0
3779724 일반 제발 나머지도 조졌으몬 2 요정냐 2020-12-26 0
3779723 일반 지 계정 말고 다 망치는쉑 ㅋㅋ ㅇㅇ 2020-12-26 0
3779722 일반 야 이정도면 응원해줘야되는거이니나 요시55 2020-12-26 4
3779721 일반 2차코토리 페시코대신 쓸만한 빅라특기상멤버아니냐 1 기랑기랑 2020-12-26 0
3779720 일반 다시 요시마루ㅋㅋ 스콜피온 2020-12-26 0
3779719 일반 요시마루입갤 우리링 2020-12-26 0
3779718 일반 요시마루 ㅋㅋㅋㅋㅋ 사자치카 2020-12-26 0
3779717 일반 얏타?? 와타나베요소로 2020-12-26 0
3779716 일반 ㅋㅋㅋ 기운 안 오니까 계속 누르네 ㅋㅋㅋ 리세마라1 2020-12-26 0
3779715 일반 이야 그래도 저게 뉴네 기랑기랑 2020-12-26 0
3779714 일반 얏따~ 42다김 2020-12-26 0
3779713 일반 그래도 뉴울이네 Keysersoze 2020-12-26 0
3779712 일반 저게 뉴가 뜨네? Gerste 2020-12-26 0
3779711 일반 초기코토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ㅅㅌㄱ 2020-12-26 0
3779710 일반 코토리 개꿂ㅋㅋㅋㅋ 치카치캉 2020-12-26 0
3779709 일반 뉴절먹 ㅊㅋ 우리링 2020-12-26 0
3779708 일반 코토리 ㅋㅋㅋㅋㅋ 사자치카 2020-12-26 0
3779707 일반 얏타! 소다킹 2020-12-26 0
3779706 일반 뉴절먹 개꿀 Karena 2020-12-26 0
3779705 일반 얏타..? 킬러 퀸 2020-12-26 0
3779704 일반 ㅋㅋㅋㅋㅋ 나도 저거 떴는데 한다은 2020-12-26 0
3779703 일반 2차 코토리ㅋㅋ 스콜피온 2020-12-26 0
3779702 일반 편-안 요정냐 2020-12-26 0
3779701 일반 코토리 ㄷㄷ 리세마라1 2020-12-26 0
3779700 일반 얏따~ ㅇㅇ 2020-12-26 0
3779699 일반 2차코토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랑기랑 2020-12-26 0
3779698 일반 몬가 느낌이 두번째 계정주만 ㅋㅋㅋ ㅇㅇ 2020-12-26 0
3779697 일반 제발 페마키 花嫁 2020-12-26 0
념글 삭제글 갤러리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