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러브라이브 시리즈가 백합물이 된게 아니라 그냥 작가들이 폭주한거에 가깝다고 생각함.
일단 실제로 러브라이브가 백합물적인 성향이 없었다고는 말 못할꺼임. 애초에 남자 얼굴 상판때기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인가 싶을정도로 남자가 부족한데 백합 키워드가 없을 수는 없지. 여기에 뭐 나름대로 진지한 이야기 껴주고 캐릭터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적당히 주물럭거리면 커플링도 죽죽 만들어졌지. 근데 선배들때는 이게 감성이나 장면 몇몇은 참 좋은데 솔직히 스토리 완성도는 별로였단말이야? 그게 럽라 시리즈의 공통적인 약점이면서도 럽라 시리즈의 전통? 같은 느낌이라고 봤었음.
근데 이번 니지동은 일단 태생부터가 게임 출신에 곡도 솔로곡 위주고 거기에 맞춰서 애니도 솔로 위주로 포커스를 잡아줌. 아이돌 '그룹' 스토리에 얽매이지 않으니까 스토리를 풀어나갈때도 캐릭터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춰줄 수 있더라고. 스토리의 분배와 캐릭터성의 확립, 그리고 캐릭터를 어디까지 파고들 수 있는가가 애초에 설계때부터 전작들보다 잘 될 수 있게 만들어진거임.
잘 만든다. 좋은거지. 감정선 부여하고, 해석하기 좋은 미장센 쭉쭉 깔아주고 복선 설계 다 하고 진짜 온갖 연출들을 본인들의 실력만큼 다 발휘한거임. 근데 이정도로 스토리가 튼튼하게 만들어지고 감정선 설계가 잘 되어있으면 백합물은 무조건 찐해질 수 밖에 없음. 이건 백합물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단 넘어가고 백합물만 보면, 백합물은 정서적인 결합이 존나 중요한 장르인데 그런 면에서 제작진들이 일을 너무 잘 해놓은거지.
1, 2, 3, 10화 만들면서 제작진들은 본인들이 폭주하고있는걸 생각을 못한 것 같음. 장르를 그냥 미쳐가지고 아이돌물이 아니라 찐백합으로 바꾸려고 했던건 아니겠지. 근데 본인들 능력이 출중하고 작화능력이 그걸 다 받아주고 스토리텔링방식 자체도 제작진들한테 웃어주고 있는거임. 유우뽀무 감정선이나 세츠나에 대한 감정같은걸 지들이 만들어놓고 와 씨발 개쩐다 하는건데 실제로 씨발 개쩌는건 맞잖아? 원래부터 좀 백합끼가 있었던거 뿌려서 넣었는데 엄청 높은 완성도때문에 갑자기 찐백합이 되어버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백합러로서 이번 럽라 11화 정말 존나 재미있게 봤는데, 럽라시리즈 전체로 놓고 보거나 멀리 안가고 그냥 이번 니지동 슥 훑어봐도 분위기가 좀 과했다는 느낌은 있음. 물론 그 연출이 튀어나오기 전 빌드업을 잘해놓아서 막 개연성 파괴라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이런저런 해석 이전에 다리묶기 그거는 거 부빌때 하는거잖아?
칭찬하고 싶은건 그런 분위기를 문제없이 소화하고 연출한 그 빌드업과 연출능력, 비판하고 싶은건 그래도 시리즈 전체 분위기를 보면 아무래도 너무 나가지 않았나 싶은 연출.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도 응원하고 싶을 정도로 니지애니 정말 잘 나와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