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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츠나 「······ 빼앗는다니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아유무 「그야, 세츠나 쨩이 유우 쨩을」
세츠나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건가요?」
아유무 「엣······」
2
세츠나 「제가 유우 씨를 좋아하게 된 게 도대체 무슨 잘못이냐고요!」
아유무 「에에······」
세츠나 「맞아요, 저는 반했어요! 유우 씨한테 반했다고요!」
세츠나 「학업과 스쿨 아이돌 사이에서 고민하던 저를, 남에게 상처주고서 주눅들어 있던 저를」
세츠나 「‘정말 좋아한다’ 이 말 한 마디를 하지 못해서 슬픔에 잠겨 있던 저를 구원해 준 게 유우 씨란 말이에요!」
세츠나 「유우 씨는 제게도 빛이에요! 제게도 태양이라고요!! 그걸 알기나 해요?!」
세츠나 「유우 씨가 없었다면 제가 지금 마음껏 노래하고, 동호회 분들과 즐겁게 지내는 일도 없었을 거예요!」
세츠나 「그저 학생회장으로 변변치 않은 학교생활을 하다가 졸업해 버렸겠죠」
세츠나 「그런데 유우 씨는 제 인생을 바꿔 줬어요!」
세츠나 「저를 좋아한다고 말해 주었다고요······!」 울먹울먹
세츠나 「좋아한다고요!! 그 말이 저한테 무슨 의미인지 알기나 해요?」
세츠나 「유우 씨 같은 사람은 제 인생에서 처음이었어요」
세츠나 「그런 유우 씨를 좋아하는 게 무슨 잘못이죠?」
세츠나 「그런 유우 씨한테 안기고 싶다는 게 잘못된 바람인가요?」
세츠나 「단 하루만이라도 유우 씨의 손을 잡고 같은 꿈을 꾸고 싶은데, 저는 그럴 자격이 없는 인간인가요?」
세츠나 「그럴 자격이 왜 없나요?」
세츠나 「설령 있다 해도 그건 유우 씨가 판단할 일 아닌가요?!」
세츠나 「왜 아유무 씨가 제 ‘정말 좋아’를 결정지으려 하는 건가요!!」
아유무 「어······ 우으······」
3
아유무 「그······ 그게······ 유혹을······」
세츠나 「유혹? 유우 씨에게 다가가는 게 잘못되었어요?」
아유무 「너무······ 그, 가까이······ 유우 쨩을······」
세츠나 「유우 씨에게 가까이 있으면 안 되나요?」
세츠나 「사랑하는데 다가가서도 안 되나요? 무슨 근거로? 도대체 왜?」
세츠나 「아유무 씨가 저를 질투해서 그런 건가요?」
세츠나 「제가 유우 씨를 독차지했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거에요?!」
세츠나 「유우 씨를 독차지할 수 없다는 건 아유무 씨도 잘 알잖아요!!」
세츠나 「저도 유우 씨를 정말로, 마음 속으로는, 독차지하고 싶어요! 사랑하니까요! 당연하잖아요!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요! 왜인지 아세요?」
세츠나 「아유무 씨 때문이에요!!」
아유무 「흐에······」
세츠나 「오히려 저는 아유무 씨가 너무 부러워서 죽을 것 같단 말이에요!」
세츠나 「매일 옆 방에서 일어나, 발코니에서 아침인사를 나누고」
세츠나 「매일 함께 등교해서 함께 하교하고」
세츠나 「어린 시절까지도 기억하며 한 차례도 멀어진 일 없이 서로를 깊이 알고」
세츠나 「그거 아세요? 저는 그런 축복조차 누리지 못한 사람이라는 거」
세츠나 「세상에 그렇게까지 유우 씨의 곁에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축복받은 사람은 아유무 씨 뿐이라고요.」
세츠나 「아시겠냐구요? 저는 유우 씨를 실제로 만난 지 겨우 한 학기밖에 되지 않았어요. 반 년도 채 안 된다고요!」
세츠나 「유우 씨의 인생 전부를, 태어난 순간부터 살아갈 미래까지를 전부 눈에 담고 기억하고 사랑하고 싶은데」
세츠나 「고작 반 년이 고작이에요! 저는 고작 반 년이라고요!」
세츠나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지는데도, 지금 제가 가진 건 고작 반 년이란 말이에요!!」
세츠나 「아유무 씨가 얼마나 우위를 점한지 알고나 있어요?」
세츠나 「아유무 씨의 추억이 얼마나 부럽게 느껴지는지 아세요?」
세츠나 「유우 씨의 기억에 아유무 씨의 자리가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해요?」
세츠나 「그런데 어떻게 아유무 씨가 저를 질투할 수 있는 건데요!!」
세츠나 「저는 아유무 씨가 정말정말 질투난단 말이에요!!!」
세츠나 「이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싫어질 만큼」
세츠나 「그리고 이런 끔찍한 생각을 하게 될 만큼 유우 씨를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세츠나 「이만큼 진심이어서는 안 되는 건가요?!」
아유무 「에으······ 앗······」
4
아유무 「그게······ 에······」
세츠나 「아유무 씨가 유우 씨를 좋아하는 건 잘 알겠어요」
세츠나 「두 분이 소꿉친구인 것도 물론 알고 있다고요!」
세츠나 「그런데 그 사실이 제가 유우 씨를 좋아할 권리마저 빼앗는 건 아니잖아요!」
세츠나 「정정당당하게 좋아하면 안 되는 건가요?」
세츠나 「저는 유우 씨를 몰래 만나기라도 해야 되는 건가요?」
세츠나 「제가 유키 세츠나라는 정체를 꽁꽁 숨기는 것처럼?」
세츠나 「적어도 유우 씨만큼은······ 제 인생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사랑하고 싶다고요!」
세츠나 「일생의 일부분에 감춘다든지, 몰래 즐기는 소소한 기쁨으로 한다든지, 저는 유우 씨를, 그런 식으로 사랑하고 싶지 않아요!!」
세츠나 「전력으로 사랑하고 싶단 말이에요!!! 유우 씨를!!!」
세츠나 「평생을 바쳐서 모든 걸 걸고, 유우 씨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거에요, 저는!!!」
세츠나 「그런 마음을 무시하시는 건가요? 아니, 제게 그런 마음 품을 권리도 없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세츠나 「소꿉친구가 아니라서?! 그것 때문인가요!! 그것 때문에 저는 유우 씨를 포기해야 하나요?!」
세츠나 「그런 건 싫어요!! 제게 유우 씨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기나 해요?!」
세츠나 「아유무 씨가 그걸 아시냔 말이에요!!!」
아유무 「아······」
5
아유무 「······ 으읏」
아유무 「우······ 으에······ 미, 미안······」
아유무 「미아내애······」 울먹
세츠나 「앗?!!! 울지 마세요! 뚝! 뚝!」
세츠나 「잘못했어요! 아유무 씨! 눈물 닦아요!」 꼬옥
세츠나 「아유무 씨이이!」 토닥토닥부둥부둥
아유무 「미아내······ 나아······ 제멋대로인 말이나 하고······」 훌쩍
세츠나 「아유무 씨는 잘못 없어요! 잘못 없어요!!」 토닥토닥토닥
세츠나 「자, 자!! 뚝!! 뚝!! 아유무 씨 착하다!! 눈물 닦아 줄게요! 착하지!!」 쓱
아유무 「흐엥······ 흐아앙······」 훌쩍훌쩍
세츠나 「아유무 씨 착하죠! 예쁘죠! 어머나, 예쁜 얼굴 망가지네! 자아! 뚝 그쳐요! 뚝!」 쓰담쓰담
6
뽀무세츠 「~~~」 꼬오옥 부둥부둥
유우 (찾았다! 두 사람 어디 갔나 했더니 이런 데······)
뽀무세츠 「~~~~!!」 토닥토닥 부비적
유우 (······!!)
유우 (저 두 사람은······ 그런 사이였구나)
유우 (그러면, 이제 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선 안 되는 거겠지)
유우 (그래, 그걸로 됐어)
유우 (그걸로 충분하니까) 타타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