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슼페 제 1번 선배님 시즈쿠의 에피소드. 이번화 연출이 워낙 직관적이어서 딱히 기똥찬 새로운 이야기는 하기 힘들거 같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보겠음.

먼저 이번 화의 메인인 이 이중인격 연출에 대해서 좀 상세하게 이야기하고자 함. 요즘 들어서는 식상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우려먹힌 클리셰지만 이중인격도 한때 대중을 경악시킨 참신한 소재일 때가 있었음. 그 스타트를 끊은 작품이 바로

<지킬 박사와 미스터 하이드>다. 이 작품을 모르는 물붕이는 없을거라 생각하고 상세한 설명은 스킵하겠음. <지킬 박사와 미스터 하이드>는 장르문학계에 혁명을 일으켰고 수많은 리메이크를 거쳤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다. 지킬 앤 하이드 얘기를 왜 꺼냈냐, <지킬 박사와 미스터 하이드>와 <지킬 앤 하이드>의 하이드는 서로 좀 다르기 때문이야.

이걸 길게 설명하면 논문 하나 분량이지만 짧게 줄이자면

소설판 하이드: 인간의 순수한 악함

뮤지컬 하이드: 사회가 억누른 본성

뮤지컬의 하이드는 쉽게 말해 사회적 위치 등으로 지킬 박사가 숨긴 자신의 욕망의 집결체이지 단순히 악한 인격이 아님. 즉, 검은 시즈쿠는 시즈쿠의 하이드이자 시즈쿠가 억누르고 외면한 본성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이걸 깔아두고 이후의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매 순간 관중이 보고 싶어하는 모습 = 사랑받을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 오늘의 지킬 박사, 시즈쿠.

그렇다면 진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배역 앞에서 시즈쿠는 어떻게 반응할까? 자신을 드러내라는 말을 거울 앞에서 하는건 리나 에피소드에서도 한번 써먹은 연출이지.

빛을 향해 손을 내미는 연습을 하는 시즈쿠, 그런 시즈쿠를 본 카스미.

모두의 앞에서는 언제나의 시즈쿠를 연기하지만 아주 잠깐 겉으로 드러나버린 본심, 그리고 그걸 목격한건 동호회의 부장 카스미였다.

https://m.dcinside.com/board/sunshine/3648306

2화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카스미는 개인 에피소드에서 아이돌이 아닌 부장으로서 한 단계 성장했었다. 시즈쿠의 상담을 카스미가 맡은 것은 시즈카스여서도 있지만, 카스미가 그럴 입장이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이드의 속삭임에 괴로워하는 시즈쿠. 여기서 밝혀진 시즈쿠의 과거는 약간 다른 타인에게 오해받는 것이 싫어 자신을 감추었다는 것. 이는 즉 시즈쿠는 어릴 때부터 죽 당신의 이상적인 시즈쿠를 연기해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배우로서의 가면

아이돌로서의 가면

심지어는 친구로서의 가면까지도 전부 연기임.

하이드의 일갈에 불안히 맞잡은 손. 이는 흔히 잡을 손이 없어서 자기 손을 잡는 외로움의 표시다.

이렇게.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라고 손을 내미는 하이드. 하지만 시즈쿠는 그 손을 잡지 않는다.

그런 시즈쿠의 손을 잡아채는 오늘의 또 하나의 주인공 카스미.

이제는 외울 정도로 나왔지? 역광은 문제, 순광은 해답.

시즈쿠의 본심을 보기 위해 직접 역광 안으로 들어가서

시즈쿠를 순광으로 잡아끌고

시즈쿠가 다시 역광으로 숨어버려도

결국엔 스스로 문을 열게 만든다.

자기 손을 감싸쥐는걸 그만두고 외면하던 하이드의 손을 드디어 맞잡은 지킬 박사. 아까 지킬 박사는 억압된 본심이라고 했지? 그 구도가 여기서 회수됨.

배우, 아이돌, 친구. 시즈쿠의 세 가면을 드러내는 3개의 그림자 너머로

하나의 '진짜' 그림자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곡이 끝나자 홀로 남음.

결과적으로 미움받는 것이 두렵던 소녀가 미움받을 용기를 얻고 가면을 벗는 왕도적인 이야기에 아주 고전적인 연출을 겉들였다고 볼 수 있겠다. 올드한 취향의 시즈쿠에게 어울리는 클래시컬한 구성이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완성도는 늘 그렇듯 더없이 환상적이었다고 생각한다.

ps.

하이드 역을 맡은 부장눈나.

시즈쿠에게 본심을 드러내는 연기를 하라고 권한게 부장님이었다. 이 인간들은 좀 단단히 미친게 틀림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