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번역/창작 [SS 번역] 가랑 눈 내릴 무렵, 네가 생각 날 때 - 5
글쓴이
시즈코
추천
13
댓글
4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649988
  • 2020-11-16 21:26:19
 

<p>** 5</span></p>

<p><br></p>

<p> 발끝에 맞은 돌멩이가, 데굴데굴 소리를 내며 도랑으로 빨려들어간다. 그 소리가 멈춰서자, 마른 바람이 목 언저리를 훑었다. 생각한 이상으로 차가운 그 바람에 목에 둘렀던 물색의 머플러를 입가까지 들어올린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석양이, 소리 없이 하늘을 홍벽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span></p>

<p> 전차에서 내리고 나서, 가볍게 기지개를 켰을 뿐인 몸은 상당히 차가워져있다. 손가락을 주무르면서 서두르려 하는데, 갑자기 주머니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span></p>

<p> 휴대전화를 꺼내서 화면을 켠다. 12 24일이라고, 희미하게 표시되어있는 그 바로 앞에 비춰진 것은 세 개의 알림이었다. 보낸 사람은 카스미 양과 나나 씨와, 그리고, 하루카 씨. 내용은, 보지 않아도 어렴풋이 알 수 있다.</span></p>

<p> 입가가 올라가는걸 느끼고, 자연스럽게 숨이 새어나온다. 옆의 버튼을 눌러 재차 슬립 모드로 전환하자, 어두워진 화면에 새하얀 것이 살짝 떨어져 왔다.</span></p>

<p><br></p>

<p>「눈......</span></p>

<p><br></p>

<p> 그것은 눈이었다. 가루와도 같은, 가는 눈. 올려다본 하늘은, 시야를 덮치듯이 눈이 팔랑팔랑 떨어져내려온다.</span></p>

<p><br></p>

<p>「화이트 크리스마스네요」</span></p>

<p> </span></p>

<p> 휴대전화를 주머니 안에 넣고,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신발이 아스팔트를 밟는 소리가, 차가워진 세계를 떨며 울려퍼진다.</span></p>

<p> 역에서 떠나, 도로 쪽으로 들어간다. 사전에 머리 속에 집어넣은 길을 더듬듯이 발을 나아간다.</span></p>

<p> 처음으로 찾아온 장소지만, 하루카 씨에게 길을 들어두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span></p>

<p> 도중에, 쇼핑용 마이백 같은걸 든 가족과 엇갈려 지나간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즐겁게 걷는 아이에, 언젠가의 자신이 겹쳐졌다.</span></p>

<p><br></p>

<p>『엄마. , 연극을 할래』</span></p>

<p><br></p>

<p> 그것은, 처음으로 연극을 본 뒤 어머니에게 던진 말이었다. 입가에서 하얀 숨결이 새어나와, 나는 입고 있던 코트의 앞을 여민다.</span></p>

<p> 안개가 사라지는 것처럼, 그 날의 환영이 사라졌다.</span></p>

<p> 재빨리 그곳을 떠나자, 곧 공원 같이 커다란 광장이 나타난다.</span></p>

<p> 광장의 한가운데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커다란 트리가 있었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그것은, 성야의 이 날을 축복하는 듯 하다.</span></p>

<p> 하지만, 역 뒤쪽에 있는 탓인가 사람의 기척은 거의 없다. 혼자 서 있는 그 트리를 보고 있으니, 어딘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span></p>

<p>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오후 18 43.</span></p>

<p> 바로 근처에 있는 자판기에서 코코아를 사서, 트리의 바로 옆에 있는 벤치에 걸터앉는다.</span></p>

<p> 코코아를 양손으로 감싸고, 차가워진 몸을 데워간다. 좀 전에 자신이 찾아온 쪽을 보니, 희미하게 밝은 크리스마스 노래가 들려왔다.</span></p>

<p> 캔을 열고, 코코아를 입가로 기울인다. 따뜻한 그것은 온몸에 스며들었지만, 그럼에도, 몸의 심지를 따뜻하게 하기에는 조금 열이 부족했다.</span></p>

<p> 빈 캔이 되버린 그것을 양손에 감싸쥔 채로, 나는「후우」하고 숨을 뱉었다. 눈은 아직 멈추지 않고, 하늘은 먹물을 흘린 것처럼 어두컴컴하다. 멀리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노래도, 또 다른 곡으로 바뀌어 있는 듯 했다.</span></p>

<p> 일어서서, 자판기 옆의 쓰레기통에 빈 캔을 던져넣는다. 덜컹, 하고 마른 소리가 일대에 퍼지고, 그걸 떠나보낸 나는, 빠른 걸음으로 광장을 나가려했다. - 그 때였다.</span></p>

<p> 또각, 또각하고, 이쪽을 향해오는 발소리가 난다. 가까이 오는 기척을 느끼고, 돌아보았다. 순간-</span></p>

<p><br></p>

<p>「아-</span></p>

<p> </span></p>

<p> 바람이 불고, 시선이 교차했다.</span></p>

<p> 제비꽃색의 예쁜 눈동자에, 주홍빛이 도는 건강하고 반들반들한 뺨. 부드러운 갈색 롱 헤어에는, 새하얀 눈이 살짝 쌓여있다. 머리와 같은 색을 한 체스터 코트를 그녀가 꽉 쥐자, 네이비 색의 플레어 스커트가 살짝 흔들렸다.</span></p>

<p>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span></p>

<p> 그녀도 나를 눈치 챘는지, 앞을 향하던 발도, 휴대전화를 만지는 손가락도 멈춰있었다.</span></p>

<p><br></p>

<p>......</span></p>

<p>......</span></p>

<p><br></p>

<p> 한동안의 침묵. 어디선가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노래도, 어딘가 멀리 사라져버린 듯 했다.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고, 목덜미에 있는 혈관이 뛰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귀에 들려온다.</span></p>

<p> 어느 정도, 서로 바라보고 있었을까.</span></p>

<p><br></p>

<p>...... 카나타, 씨」</span></p>

<p><br></p>

<p>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span></p>

<p><br></p>

<p>...... 시즈쿠쨩」</span></p>

<p><br></p>

<p> 뻗은 나의 손이, 손가락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카나타 씨의 손바닥은, 눈처럼 차가워져있다. 그것은, 우리들 사이에 흐른 시간처럼도 느껴졌다. 분명, 내 손가락도 똑같겠지.</span></p>

<p><br></p>

<p>「무엇을, 하러 온거야」</span></p>

<p><br></p>

<p> 눈 같은 카나타 씨의 목소리. 바람이 불고, 온통 순백을 옮겨온다. 들이마신 공기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span></p>

<p><br></p>

<p>「카나타 씨......</span></p>

<p><br></p>

<p> 아직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미리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말들은, 얼음처럼 녹아 없어지고 있다. 목구멍은, 목소리를 싫어하듯 숨을 몰아쉬며 소리를 죽이고 있었다.</span></p>

<p><br></p>

<p>『힘내』</span></p>

<p><br></p>

<p> 갑자기, 그런 목소리가 들린 느낌이 들었다. 그 목소리는, 어린 자신의 목소리로도 들린다.</span></p>

<p> 동시에, 등이 서서히 열을 띠고, 그것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span></p>

<p> 마치, 등을 밀어주고 있는 듯한, 그런 감각.</span></p>

<p><br></p>

<p> - 고마워. 이젠, 괜찮아.</span></p>

<p> </span></p>

<p> 한 번 눈을 감고, 작게 숨을 들이마신다. 다시 눈을 뜨고, 똑바로 제비꽃색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span></p>

<p><br></p>

<p>「저는......</span></p>

<p> </span></p>

<p>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 떨림은 멎어있다. 나는 숨을 다시 들이쉬고, 그리고, 카나타 씨에게 말을, 분명히, 자아냈다.</span></p>

<p><br></p>

<p>「약속을, 지키러, 찾아왔어요」</span></p>

<p><br></p>

<p> 카나타 씨가, 숨을 삼키는 기척이 있었다. 이어진 손가락이 떨리고, 카나타 씨가 시선을 돌린다.</span></p>

<p><br></p>

<p>...... 벌써, 10, 이야」</span></p>

<p>...... . 늦어져서, 죄송해요」</span></p>

<p><br></p>

<p> 카나타 씨와 나눈 약속으로부터, 10년 이상 지났다.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던 그 약속은, 비뚤어진 사슬이 되어 얼마나 카나타 씨를 괴롭게 했을까. 얼마나 카나타 씨를 옥죄고 있었을까.</span></p>

<p><br></p>

<p>「그러니까, 만약 카나타 씨가 저를 용서할 수 없으시다면-</span></p>

<p><br></p>

<p> 나는, 이어진 손의, 그 힘을 뺐다.</span></p>

<p><br></p>

<p>- 부디, 이 손을 뿌리쳐주세요」</span></p>

<p>...... !</span></p>

<p><br></p>

<p> 한순간, 카나타 씨의 몸에 힘이 모인다. 뿌리치려고, 손가락에, 팔에, 온몸에 힘을 담은 것이라고 확실히 알았다.</span></p>

<p><br></p>

<p>......</span></p>

<p><br></p>

<p> 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다. 카나타 씨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이 손을 뿌리치고, 새로운 행복을 붙잡을 권리가 있다.</span></p>

<p> 그저 똑바로 카나타 씨를 바라보며, 그 전부를, 카나타 씨에게 맡긴다.</span></p>

<p> 이어진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이어진 몸이 떨리고 있다. 이어졌던 열이, 크게 흔들렸다.</span></p>

<p> 카나타 씨는-</span></p>

<p><br></p>

<p>「그런건, 치사해......</span></p>

<p><br></p>

<p> - 마지막까지, 그 손을 놓는 일은 없었다.</span></p>

<p><br></p>

<p> 카나타 씨의 힘이, 훅 빠져나간다. 가련하게 웃은 그 눈가에, 작은 빛이 희미하게 보이는 듯 했다.</span></p>

<p> 세계는 완전히 밤으로 바뀌어, 트리의 일루미네이션이 화려하게 우리들을 비추기 시작한다. 보라색 빛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span></p>

<p>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그렇게 있었을까. 나는 천천히 손을 놓고, 코트 안 주머니에 넣어둔 봉투를 하나 꺼낸다.</span></p>

<p><br></p>

<p>......그건?</span></p>

<p>「이 안에, 제가...... 오사카 시즈쿠가, 가득차 있어요」</span></p>

<p><br></p>

<p> 눈이 봉투 위로 살포시 떨어진다. 그건 녹지 않고, 조용히 우리들을 올려보고 있었다.</span></p>

<p><br></p>

<p>「이건, 제 꿈의, 그 증명서에요. 그리고, 맹세이기도 해요」</span></p>

<p><br></p>

<p> 카나타 씨의 눈동자가, 나를 뚫을 것처럼 똑바로 꽂힌다.</span></p>

<p><br></p>

<p>「카나타 씨. 계속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span></p>

<p><br></p>

<p> 한번 눈을 감고, 그리고 계속한다.</span></p>

<p><br></p>

<p>「솔직히, 아직도 저는 미숙해요. 연기자로서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미숙함이 지나쳐요. 하지만, 그래도, 카나타 씨가 좋으시다면......</span></p>

<p><br></p>

<p> 나는 천천히, 카나타 씨에게 나를 내밀었다.</span></p>

<p><br></p>

<p>「이것을-</span></p>

<p><br></p>

<p> 말에 바람이 멈추고, 세계에서 소리가 사라진다. 입에서 새어나온 하얀색이, 녹지 않고 하늘을 헤엄친다. 평온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나는-</span></p>

<p><br></p>

<p>「받아들여, 주시겠습니까?</span></p>

<p><br></p>

<p> 그 말을, 자아냈다.</span></p>

<p> 한순간의 정적. 그리고-</span></p>

<p><br></p>

<p>- , 기꺼이」</span></p>

<p><br></p>

<p> 내밀은 그것을 카나타 씨는, 손으로, 들었다. 눈 같은 목소리는 상냥하고, 그리고 따뜻하다.</span></p>

<p> 옛날처럼, 카나타씨가 하늘하늘 웃는다. 그 때였다.</span></p>

<p><br></p>

<p>「우왓......</span></p>

<p><br></p>

<p> 바람이 강하게 불어, 시야를 뒤덮을 정도로 순백이 일제히 하늘에 흩날린다. 별이 반짝이며 빛나듯이, 가로등 불빛을 감싼 눈의 결정이 희미한 밤하늘에 난무한다. 하늘하늘, 숨쉬기 힘들 정도의 그것은, 마치 우리들을 축복해주는 것 같았다.</span></p>

<p> 나는 카나타 씨의 손을 잡아 손가락을 얽고, 그리고 붙잡았다.</span></p>

<p> 멀리서부터, 크리스마스 노래가 들려온다. 행복을 옮겨오는 듯한 그 노래에, 이어진 카나타 씨의, 그 온기를 의식했다. 카나타 씨도, 붙잡은 손을 꼭 잡아주었다.</span></p>

<p><br></p>

<p> - 카나타 씨.</span></p>

<p> </span></p>

<p> 마음 속에서, 나는 하나 선서 한다.</span></p>

<p> 앞으로, 아플 때에도, 건강할 때에도, 당신을 지지하고, 지지받으며 살아가고 싶다. 이 목숨이 있는 한, 계속 카나타 씨의 곁에 있겠습니다.</span></p>

<p> 그러니까 그 봉투- 내 무대의 티켓은, 그 맹세의 증거다.</span></p>

<p><br></p>

<p>「카나타 씨」</span></p>

<p>「시즈쿠쨩」</span></p>

<p><br></p>

<p> 둘이 동시에 이름을 부른다.</span></p>

<p> 시선이 섞이고, 체온이 가까워져간다. 그리고-</span></p>

<p><br></p>

<p> 희미한 가랑눈은, 아직 밤하늘에 흩날리고 있다. 하지만, 이어진 몸의 차가움은 이미, 없어져 있었다.</span></p>

<p><br></p>

<p><br></p>

<p>** Grand Finale</span></p>

<p><br></p>

<p> 완만히 불어오는 바람에 잠에서 깬다. 아무래도, 어느샌가 자버린 모양이다. 내리고 있던 눈도, 그쳐있었다.</span></p>

<p><br></p>

<p>- 안녕. 시즈쿠쨩」</span></p>

<p><br></p>

<p>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사람의 목소리. 소중하고, 정말 좋아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span></p>

<p><br></p>

<p>「카나타 씨......</span></p>

<p><br></p>

<p> 시선이 맞자, 카나타 씨는 뺨의 주름을 깊게하며, 하늘하늘 웃었다.</span></p>

<p><br></p>

<p>「그런 곳에서 자고 있으면, 감기, 걸린다구?</span></p>

<p><br></p>

<p> 그 말에, 겨우 자신의 몸에 한텐이 걸려 있는 것을 눈치 챘다.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 카나타 씨가 걸어주셨겠지. 미안함과 함께, 쑥스러움을 느낀다.</span></p>

<p> 조금 시선을 방황하다가, 나는 문득 하늘을 올려보았다. 홍벽의 하늘은 상당히 그 색이 깊어져, 그쳤던 눈이 다시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span></p>

<p>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는 그 가랑눈에, 전등의 빛이 희미하게 반사되었다. 그건 어두워져가는 세계에, 카나타 씨의 모습을 희미하게 비추었다.</span></p>

<p> 반짝반짝 빛나는 갈색의 머리는 - 지금은 완전히 백발 색이 진하지만- 완만한 바람에 부추겨져 둥실둥실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다. 제비꽃색의 눈동자는 상냥한 그대로이고, 느긋한 인상은 꿈 속에서 본 그녀와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다.</span></p>

<p> 만나고, 수십년 지난 지금도, 카나타 씨는 카나타 씨였다.</span></p>

<p><br></p>

<p>「아아, 죄송해요. , 바로 끓일게요」</span></p>

<p><br></p>

<p> 완전히 내용물이 차가워져버린 찻주전자를 들고, 발 아래에 힘을 담는다. 그렇게 일어서려다가 - 꼬옥 하고, 왼손에 위화감을 느꼈다.</span></p>

<p><br></p>

<p>「카나타 씨?</span></p>

<p><br></p>

<p> 보니, 카나타 씨의 손가락이 내 소매를 꼭 붙잡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카나타 씨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span></p>

<p><br></p>

<p>「지금은, 카나타쨩의 옆에 있어주면 좋겠는걸」</span></p>

<p><br></p>

<p> 말하고, 그녀는 자신의 곁에 두었던 무언가를 손에 들었다. 상냥한 물색의 털실로 짜여진, 시판되는 것보다 조금 긴 머플러. 그건 그 겨울날에, 카나타 씨가 내게 짜준 소중한 머플러였다.</span></p>

<p> 나도 모르게, 숨이 새어나온다. 얼어붙은 그것은 하얗게 물들어, 홍벽의 하늘에 빨려들어가 사라졌다.</span></p>

<p><br></p>

<p>...... 안돼?</span></p>

<p><br></p>

<p> 눈가를 살짝 찌푸리며, 어딘가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 카나타 씨의 그 모습에, 나는「알았어요」하고 앉는다.</span></p>

<p> 카나타 씨로부터 머플러를 받아들고, 그녀의 목 언저리에 그것을 느슨하게 감는다. 남은 부분을 내 목에 두른다.</span></p>

<p><br></p>

<p>「오- ...... 시즈쿠쨩이다」</span></p>

<p><br></p>

<p> 눈을 가늘게 뜨고 그렇게 중얼거린 카나타 씨에게, 자신의 입에서부터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입버릇처럼 되어버린 그녀의 그 말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span></p>

<p><br></p>

<p>「춥진 않나요?</span></p>

<p>「응, 괜찮아, 시즈쿠쨩」</span></p>

<p><br></p>

<p> 카나타 씨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조금 그녀의 곁에 다가갔다. 한 개의 머플러로 이어진 체온은, 그 때보다 상당히 낮아져있다. 서로 그 얼굴에는 주름이 늘고, 겹쳐진 손가락은 나뭇가지처럼 가늘어지고 있었다.</span></p>

<p> 하지만, 카나타 씨는 만났던 그 날과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다.</span></p>

<p><br></p>

<p>- 있잖아, 시즈쿠쨩」</span></p>

<p><br></p>

<p> 눈처럼 희미한 카나타 씨의 목소리. 겹쳐진 손바닥에, 아주 조금 힘을 담아 그에 답한다.</span></p>

<p><br></p>

<p>「시즈쿠쨩은, 지금, 행복해?</span></p>

<p><br></p>

<p> 나에게 똑바로 얼굴을 향한 카나타 씨를, 전등의 빛이 완만하게 비춘다. 따뜻하고, 상냥한 빛. 부드럽고, 기분 좋은 목소리.</span></p>

<p> 나는 눈을 감고, 그리고 끄덕였다.</span></p>

<p><br></p>

<p>...... , 무척이나」</span></p>

<p><br></p>

<p> 눈을 뜨고, 카나타 씨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제비꽃색의, 보석 같은 눈동자 속에 내가 있었다.</span></p>

<p><br></p>

<p>「그런가, 그러면 다행이다」</span></p>

<p><br></p>

<p> 카나타 씨는 그렇게 미소를 띄우고, 겹쳐진 손바닥에 아주 조금 힘을 줬다. 거기서부터 전해져오는 온도가 완만히 올라간다.</span></p>

<p><br></p>

<p>「카나타 씨는......?</span></p>

<p>「응......?</span></p>

<p>「카나타 씨는, 행복했나요? 저는, 카나타 씨를, 행복하게 해주었나요......?</span></p>

<p><br></p>

<p> 한순간의 침묵이, 가랑눈처럼 내려왔다.</span></p>

<p> 팔랑팔랑 떨어지는 그것ㅇ른, 마치 우리들이 쌓아온 추억처럼 내려 쌓여간다. 공기가 차가워지고, 하늘에는 밤이 펼쳐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들은 툇마루에서 일어서지 않았다.</span></p>

<p><br></p>

<p>「시즈쿠쨩」</span></p>

<p><br></p>

<p> 카나타 씨가 입을 연다.</span></p>

<p><br></p>

<p>「나 말이야, 행복했어. 분명, 이 세계에서, 누구보다도 행복했어」</span></p>

<p><br></p>

<p> 눈처럼 가늘고, 하지만 겨울처럼 맑은 목소리.</span></p>

<p><br></p>

<p>「그 날, 시즈쿠쨩과 만나서, 정말로 다행이야」</span></p>

<p><br></p>

<p> 이어진 카나타 씨의 그 말에, 나는 막 밤이 된 홍벽의 하늘을 올려보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분명, 눈동자 속에서 생겨난 열이 쏟아질 것만 같았으니까.</span></p>

<p> 카나타 씨와 만나고부터, 잔뜩 시간이 흘렀다. 분명 누구보다도 긴 시간을, 우리들은 함께 지내왔겠지.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우리들은 여러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다.</span></p>

<p> 희극도 있고, 비극도 있었다. 하지만-</span></p>

<p><br></p>

<p>「카나타 씨」</span></p>

<p>...... 응」</span></p>

<p>「저, 카나타 씨와 함께 살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어요」</span></p>

<p>...... . 나도야」</span></p>

<p><br></p>

<p> - 내 곁에는 카나타 씨가 있고, 카나타 씨의 곁에는 내가 있다.</span></p>

<p><br></p>

<p> 겹쳐진 손바닥에, 아주 조금 힘을 담는다. 한순간, 카나타 씨가 나를 향했지만, 곧바로 내 그것을 다시 잡아주었다. 쓰다듬는 듯한 작은 힘.</span></p>

<p> 전등의 빛이 반사하는 눈이, 마치 별처럼 빛나고 있다. 분명한 빛을 보이는 그 하나 하나의 반짝임에, 우리들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처럼 보였다.</span></p>

<p> 마치, 카나타 씨와 걸어온 시간의 전부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그런 신기한 감각.</span></p>

<p><br></p>

<p>「카나타 씨」</span></p>

<p>「시즈쿠쨩」</span></p>

<p><br></p>

<p> 목소리가 겹쳐진다. 하지만 우리들은 서로 그 목소리를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밤의 장막이 떨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이 말만은 전해 두고 싶었다.</span></p>

<p> 몇번이고 말해온 말. 몇번이고 전했던 마음. 그렇기에 더욱, 지금, 다시 한번, 카나타 씨에게 전하고 싶다.</span></p>

<p> 우리들은 숨을 들이쉬었다. 차가워져서 날카로운 공기가, 폐 안으로 흘러들어온다.</span></p>

<p> 나는 카나타 씨를 향해 돌아보았다. 카나타 씨도 내 쪽을 돌아보았다. 시선이 겹쳐지고, 시간의 흐름이 완만해진다. 제비꽃색의 안에, 쭈글쭈글해진 내가 보였다. 이윽고, 시간으로부터 분리된 듯한 감각이 찾아온다.</span></p>

<p>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하늘에서 내려온 가랑눈이 하나, 손 위에 조용히 떨어진다.</span></p>

<p> 바람이 울리는 소리가. 전등이 빛나는 소리가. 나의 숨소리가. 세계에 흩어진 그 소리들이, 손 위의 눈에 빨려들어간다. 조금씩 소리가 녹아들고, 섞여서, 겹쳐지고, 그리고

시즈코 http://m.dcinside.com/board/sunshine/3649988 다음 2020.11.16 21:31:23
NijigAqoUse 어우 엄청 기네ㅋㅋㅋㅋ 2020.11.16 22:10:43
Zk 와 엄청기네 ㅋㅋㅋㅋㅋ 어떻게 번역한거야 ㅋㅋㅋ 2020.11.16 23:55:11
Zk 와 엄청기네 ㅋㅋㅋㅋㅋ ㄹㅇ 고생했네 2020.11.16 23:55:27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3655693 일반 오늘 슼타 코너 레전드였네 yoha 2020-11-20 0
3655692 일반 슼페한다고? 치나미니 2020-11-20 0
3655691 일반 오 동인겜 한대 프렐류드 2020-11-20 0
3655690 일반 근데 공략실 코너보다 오늘 코너가 훨씬 낫다 4 ㅇㅇ 2020-11-20 5
3655689 일반 아카링 ㅇㅇ 2020-11-20 0
3655688 일반 뭐했다고 폐회식 ㅋㅋㅋㅋㅋ 와타나베요소로 2020-11-20 0
3655687 일반 방금 아카링 눈치보는거 ㅋㅋㅋ yoha 2020-11-20 0
3655686 일반 화면 존나 돌리네 HermitPuppet 2020-11-20 0
3655685 일반 아카링 안무.GIF 15 Tarsis 2020-11-20 32
3655684 일반 저렇게 챙겨줘도 안받는다고? 벨라칸토 2020-11-20 0
3655683 일반 화면 담당 뭐하냐 아유뿅다뿅 2020-11-20 0
3655682 일반 화면 뭐야 ㅋㅋ NijigAqoUse 2020-11-20 0
3655681 일반 다 아는 내용이구만 리캬코 2020-11-20 0
3655680 일반 화면 관리안하냐 카드가 2020-11-20 0
3655679 일반 방송 10시 아니었냐 6 ㅁㅇㅃ 2020-11-20 0
3655678 일반 ppt 고장났나? 김동구 2020-11-20 0
3655677 일반 화면 왜이렇게 왔다갔다하냐 다이아쨩 2020-11-20 0
3655676 일반 버터플라이~~ 노리 124.50 2020-11-20 0
3655675 일반 근데 오늘 채널명 투표 안함? 3 피망맨* 2020-11-20 0
3655674 일반 이래도 스야 타천하는놈 나옴 ㅇㅇ 106.101 2020-11-20 0
3655673 일반 아카링 권유의 미소 5 ㅇㅇ 2020-11-20 13
3655672 일반 아 화면 존나 돌리네 ㅋㅋ 1 와타나베요소로 2020-11-20 0
3655671 일반 왜 자꾸 화면이 넘어가 챠오시 2020-11-20 0
3655670 일반 무겐다이나~ 유메노 1 ㅇㅇ 2020-11-20 0
3655669 일반 방금 카메라맨 일했다 ㄹㅇ 프렐류드 2020-11-20 0
3655668 일반 ㄹㅇ 념글안보내기운동 해야한다 5 만월을찾아서 2020-11-20 7
3655667 일반 이젠 그냥 념글 갈라고 안 받는거 같아 시즈코 2020-11-20 0
3655666 일반 버터플라이~ NijigAqoUse 2020-11-20 0
3655665 일반 이래도 안 받는 놈들나옴 한펜 2020-11-20 0
3655664 일반 야스 ㅇㅇ 2020-11-20 0
3655663 일반 또또 안받고 념글갈라고 신청명 2020-11-20 0
3655662 일반 좀 받어 미친놈들아 ㅋㅋ 와타나베요소로 2020-11-20 0
3655661 일반 바타후라이~ キセキヒカル 2020-11-20 0
3655660 일반 초코 받는 사람: 물붕 6 CarDinal 2020-11-20 0
3655659 일반 좀 받아!!!!! yoha 2020-11-20 0
3655658 일반 슼ㅋㅋㅋㅋㅋㅋㅋ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6 2020-11-20 0
3655657 일반 저래 말해도 꼭 안받음 ㅇㅇ 2020-11-20 0
3655656 일반 좀 받으라고 ㅋㅋㅋㅋㅋ 향님이야 2020-11-20 0
3655655 일반 처먹으라고!!!! 카나타쨩@꽁짜UR@먹는다 2020-11-20 1
3655654 일반 스야 그뤼에페 2020-11-20 0
념글 삭제글 갤러리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