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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 번역] 가랑 눈 내릴 무렵, 네가 생각 날 때 - 2
글쓴이
시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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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649983
  • 2020-11-16 21:15:43
 


 엷은 하늘색의 밝은 에이프런 한가운데에, 디포르메화 한 알파카가 흔들리고 있다. 카나타 씨에게 안내받은 부엌은, 갓 이사한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재빨리 손을 씻은 카나타 씨는, 직사각형의 프라이팬을 꺼내고,「시즈쿠쨩」하고, 휙 돌아본다.

 

「그건 그렇고, 요리를 가르쳐준다, 는 걸로 괜찮은거야?」

「네! 전에, 카나타 씨가 말씀하셨던 계란 요리를 꼭 가르쳐주셨으면 해서......!」


 나는 요리를 잘 한다고는 못한다. 한번, 요리를 잘하는 설정의 역을 연기한 적은 있었지만, 결국 그 역처럼 잘 만든 적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냉동식품을 데워서 도시락통에 넣는 것. 혹은, 서투르면서도, 계란말이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요리를 할 수 있게 되고싶다. 적어도 계란말이를 제대로 만들 수 있게 되고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카나타 씨가 먹어주셨으면 한다.

 내 그 부탁에, 카나타 씨는 조금 곤란한 얼굴을 했다.


「요리는 애정이니까 말이야. 이렇게 하면 맛있어, 라는 고정된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카나타쨩은 먹어주는 사람이「맛있어」하는 걸 만들고 싶은거야」


 카나타 씨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카나타쨩이 알려줄 수 있는 것은,『맛있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만드는 과정』정도 밖에 알려줄 수 없어」


 그래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조금 어깨를 떨어뜨리는 카나타 씨에게, 나는 곧바로, 강하게 끄덕였다.

 그걸 본 카나타 씨는 작게 웃고는, 교대하듯이 내 뒤로 다가왔다.

 실제로는 내가 만들면서, 그때 그때 가르쳐주는 모양이다.


「그럼, 바로 만들어볼까」

「네!」


 팩 안에서 계란을 몇개 꺼내서, 그릇 속에 깨뜨린다. 그릇 안에 떠오르는 노른자를 부수듯이 나무젓가락을 넣은 뒤, 이번에는 설탕, 백다시를 넣고 섞는다.

 탕, 탕, 탕.

 나무젓가락이 그릇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가볍게 난다. 그릇 안에 노란색이 퍼지면서, 말은 자연스럽게 적어져간다.


「자, 시즈쿠쨩」


 계란과 조미료를 다 섞고 난 뒤, 카나타 씨로부터 세로로 긴 프라이팬을 건네받았다. 계란말이를 굽는 용도로 쓰는, 전용 프라이팬이다.

 먼저 불을 넣어 가볍게 열을 가하고, 기름을 얕게 바르고 남은 기름을 키친 페이퍼로 닦아냈다.


「슬슬, 인가요......?」

「음- ......응, 따뜻해졌으니까 괜찮을거야」


 카나타 씨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 열이 침투한 프라이팬에 푼 계란을 얇게 두르며 막을 만들어 간다.


「솜씨 좀 볼까~」


 카나타 씨의 목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목구멍을 울렸다.

 어쩌면 나뿐만일지도 모르지만, 계란말이는 여기서부터가 어렵다. 얇은 막이 된 계란의 윗부분을 나무젓가락으로 떼어내, 아랫부분에 정리한다. 그 뒤 바로, 빈 공간에 기름을 두르고 모아둔 계란을 다시 위쪽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랫 쪽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흘려, 열이 고르게 전해지도록 불을 넣는다.

 계란말이는, 이것의 반복이었다.


「......좋아」


 기분 탓인지, 평소보다 잘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말로 하면 간단해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의외로 어려워서, 나는 잘 하지 못했다.


「오오, 잘하네 시즈쿠쨩」

「그런가요......」


 땀이 이마 위를 지나는 감각이 든 것과 동시에, 내밀어진 손수건이 그것을 닦아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은은히 감도는 라벤더 같은 향기. 계란말이를 굽는 냄새에 녹아드는 그것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향기이기도 했다.

 프라이팬에서 나는 소리가, 계란말이가 구워지는 신호를 보낸다.

 곁에 두었던 접시에 손을 뻗은 때에-


「앗 」


 한순간, 손이 닿았다.

 튕겨나오듯 손을 당겨, 다른 손으로 그걸 감싼다.

 닿은 부분이 뜨겁다. 마치, 달궈진 프라이팬을 만져버린 때 같은, 그런 열.

 몸에 전해진 그 열은, 뺨까지 태우려고 맥박 치는 듯 했다.


「죄, 죄송해요」

「아니야, 괜찮아」


 그렇게 대답해주는 카나타 씨는,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뜨거워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카나타 씨 쪽을 향할 수 없다.

 탁 하고 딱딱한 소리가 나고, 새하얀 접시가 옆에 놓인다. 서둘러 불을 끄고 만들어진 계란말이를 그 위로 옮겼다.


「오- , 굉장히 예쁘게 만들어졌네~」

「가, 감사합니다......!」


 만들어진 계란말이를 거실의 테이블까지 옮기고, 빌린 앞치마를 접어서 카나타 씨에게 돌려준다. 방 안에 거품이 이는 듯한, 선풍기의 소리가 가볍게 울려퍼진다.

 마주보고 앉아,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합장하고 「잘 먹겠습니다」 하고 동시에 말했다.

 젓가락을 뻗은 카나타 씨가, 노란색의 그것을 한 조각 집어서 입 안으로 가져간다.

 몇번 음미한 뒤에, 곧바로 「응」 하고 끄덕였다.


「음, 맛있어. 실력이 올랐네, 시즈쿠쨩」


 내리쬐는 햇살처럼 카나타 씨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계란말이를 한 조각 더 입으로 가져간다. 


「역시 시즈쿠쨩은, 좋은 신부가 되겠네」


 머리가 뜨겁다. 몸이 뜨겁다. 선풍기는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데. 뺨 위로 땀이 타고 떨어진다. 온몸에서, 태양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만 같았다.


「신부라니, 그런......」

「그치만, 신부는, 여자아이의 꿈 중 하나잖아~」

「그, 그런가요......?」


 그렇게 말하는 카나타 씨도, 신부가 되는 것이 꿈일까.

 신부 의상으로 몸을 감싼 카나타 씨를 상상하고-


「읏......」


 한순간, 가슴 속에 둔한 아픔이 있었다. 욱신욱신거리는, 손 끝이 갈라진 것만 같은 아픔. 그것에 나도 모르게 숨이 새어나온다.


「- 꿈이라고 하니」


 카나타 씨가, 떠올린 것처럼 말을 잇는다. 그 목소리에, 의식이 느릿느릿하게, 찢겨 나갔다.


「있잖아, 시즈쿠쨩의 꿈은, 뭐야?」


 나의 꿈.

 

 가슴의 아픔으로부터 도망치듯이, 나는, 시작이 되었던 그 날을 떠올렸다.

 그것은 몇년 전, 어머니에게 이끌려 처음으로 보러 간 연극. 내용은,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이 대상인 것이었지만, 나는 그것에 매료되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세계에, 두근두근하고 고조되는 심장. 몸 속의 혈액은, 빙글빙글 달리며 체온을 천천히 높이는 것만 같았다.

 그 때, 주역을 연기한 그 사람의 이름은 지금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연극을 하고 있는가조차 모른다.

 하지만 그 때, 내 마음은 분명 크게 움직였다. 그 사람의 연극에 격렬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심장의 맥동처럼 크게, 생명처럼 뜨겁게, 강하게.

 동시에 강하게 이끌린 것이다. 극을 봐주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두근거리게 만들거나, 설레게 할 수 있는, 그런 삶의 모습에.

 그러니까 그게 꿈.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연기자가, 여배우가 되는 것.

 그것이 나의, 꿈.


「그런가, 좋은 꿈이네」


 조용히 귀를 기울여주고 있던 카나타 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끄덕였다. 동시에, 햇살이 드는 것처럼 따뜻한 감각이 머리 위로 퍼져 나간다.


「시즈쿠쨩은, 제대로 꿈을 가지고 있어서 장하네」


 카나타 씨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거라고, 그 때 겨우 눈치챘다.

 마치 안겨 있는 듯한, 그런 감각조차 있다.


「카나타 씨의 꿈은, 뭔가요?」


 나의 그 말에, 카나타 씨는 한순간 생각하듯이 위를 바라본 후, 느긋한 어조로 입을 연다.


「음- ...... - 평생 자면서 사는걸 까나」

「아하하......」

 

 카나타 씨다운 대답에, 무심코 웃음이 흘러나왔다.


 - 따뜻하다.


 계속, 이 시간이 계속된다면 좋을텐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만약 내게 언니라는 존재가 있다면, 이런 따뜻한 시간을 같이 지낼 수 있었을까.


 - 아니.


 나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그렇지 않다. 언니라는 존재가 아닌, 분명 카나타 씨와 함께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

 계란말이의 마지막 한 조각을, 입 안으로 던져 넣는다.


「그러고보니」


 카나타 씨가 그렇게 입을 연 것은, 내가 그 계란말이를 꿀꺽하고 삼켰을 때였다.

 젓가락을 놓고 시선을 맞추자, 카나타 씨는 떠올리는 것처럼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이 뒤에, 근처 신사에서 축제를 하는 모양인데...... 괜찮으면, 시즈쿠쨩 같이 가지 않을래?」

「하루카상은 어쩌신건가요?」


 말하면서 조금 놀라고 있었다. 그게 표정에 나와버렸는지, 카나타 씨는 쓴웃음을 짓는 듯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아주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카나타 씨는 보리차가 든 컵을 들어올려,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하루카쨩은, 그, 합숙이......」


 - 아아, 그러고보니.


 그 말에, 고작 몇 시간 전의 대화를 떠올린다. 마음 속에서, 이번에는 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거라면, 기꺼이」


 수긍한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카나타 씨에 의하면, 이 여름 축제는 매년 행해지는 모양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잿날에는 나름대로 노점이 들어서고, 마지막에는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 그러고보니, 불꽃놀이를 보는 건 얼마만일까.


 눈을 감으면, 여름의 밤하늘에 펼쳐지는 불꽃놀이 아래에 카나타 씨와 내가 있다. 둘이 나란히 올려다보고 있는 그 광경이, 마치 눈 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동시에, 가슴이 고조되는 듯한 소리가 난다. 체온이 천천히 오르고, 한순간,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 좋은 듯한, 괴로운 듯한, 그런 신기한 감각. 달콤하게 저려오는 것 같기까지 한 그 감각은, 꿈을 꿀 때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시즈쿠쨩?」


 목소리에, 눈을 뜬다. 시야에 비치는 것은 테이블과, 거실과, 그리고 카나타 씨의 모습.


「축제 갈 준비, 할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선다. 사용한 접시와 젓가락을 손에 들고 부엌에 옮기고, 구불구불한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 소리가 우리들의 사이에 흘러간다.

 스펀지를 손에 든 카나타 씨가 접시를 씻어, 나에게 넘긴다. 받아든 그것을 키친페이퍼로 닦은 뒤에, 나는 선반 안에 그것을 포개어 다시 넣었다.

 대화는 없지만, 기분이 좋다.

 만약...... 그렇다, 만약, 카나타 씨와 둘이서 지내게 된다면, 분명 매일이 이런 느낌이겠지.

 눈꺼풀 속으로 퍼진 그 신기한 감각은, 아직 가슴 속에 확실히 숨쉬고 있었다.


**


 카나타 씨의 집을 나온 우리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석양이었다. 그 빛이 아스팔트에 강하게 비추는 탓인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공기에는 열기가 남아있다. 밖으로 나오고 곧바로, 땀이 옷 아래로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덥네요......」


 의식에서 떨어져나온 감정이, 입으로부터 뚝뚝 쏟아져나온다.


「뭐, 밤이 되면 조금은 시원해질거야~」


 그렇게 말한 카나타 씨도, 이마에는 희미하게 땀을 띄우고 있었다.


 - 딸랑.


 어딘가에서, 풍령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약간 서늘한 기운이 찾아온다.

 저녁의 바람은 기분이 좋다. 둥실 불어오는 그것은, 몸에 배어있는 열기를 붙잡고 떠들썩한 쪽으로 사라졌다.


「혹시, 축제 소리인가요?」


 사람의 모습은 드문드문하고, 노점의 모습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에서부터 울려오는 듯한 큰 북 소리가, 소란스러움을 거느리고 나아가는 길 끝에서부터 땅을 기는 듯이 울리고 있다.


「꽤 붐비니까 말이지」


 그렇게 말한 것과 동시에, 카나타 씨의 체온이 꾹 하고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손가락끝이 얽히고, 혈액처럼 카나타 씨의 체온이 흐르기 시작한다.


「떨어지지 않게, 알았지?」


 그렇게 말하고 카나타 씨가 웃으니, 내 심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완만했던 그것이, 지금은 물결치는 듯한 소리로 바뀌어 있다. 땀이, 뺨에서 주르륵 하고 흘러내렸다.

 발끝에 맞은 돌멩이가, 데굴데굴 굴러가서 도랑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스팔트를 내딛을 때마다, 소란스러움이 차례차례 커져가고 있었다.

 이윽고, 오렌지색의 강한 빛 몇개가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그 노점 특유의 조명에, 여름 축제에 왔다는 실감이 가슴 속에서 차츰 올라왔다.

 손을 뻗으면 누군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정도로. 귀를 기울이면 누군가의 호흡조차 들려올 것만 같은 정도로. 사람으로 넘쳐나는 길을, 카나타 씨와 나란히 걸어간다. 손바닥에 힘을 담아서, 강하게 이어져 있음을 의식했다.


「사과 사탕, 맛있어 보이네」


 갑자기, 카나타 씨가 멈춰선다. 시선의 끝에는, 과일 사탕이 빽빽이 늘어서 있었다. 딸기, 사과, 포도와 귤. 조명을 반사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것은, 어느 것이든 섬세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먹을까요?」


 고개를 끄덕인 카나타 씨, 우리들은 사과 사탕을 하나 주문했다. 몇 백엔과 바꿔 손에 들어온 그것은, 거울처럼 우리들의 모습을 희미하게 비춰낸다.


「예쁘네」

「그, 렇네요......」


 한순간, 손가락 끝이 움찔하고 움직인다. 그 말이, 나를 향한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고 있는데, 몸은 싫어도 반응해버린다.

 도망치듯 눈앞의 사과 사탕을 베어 먹는다. 사탕의 달콤함 속에 아주 조금이지만 느껴지는 신맛. 솔직히, 그 이외의 맛은 잘 알 수 없었다.

 앗, 하고 생각난 것은, 입 안에서 그걸 삼켰을 때였다. 카나타 씨의 놀란 듯한, 조금 슬퍼하는 듯한, 그런 표정이 사과 사탕에 반사되어 비춰진다.


「죄, 죄송해요!」


 따지고 보면, 카나타 씨가 먹고 싶어했던 것이다. 하지만 손에 든 그것은, 내가 갉아먹은 자국이 조금 남아있다.

 조심스레 뒤돌아보니, 하지만, 카나타 씨는 웃고있었다. 조금 놀랐지만. 그렇게 말을 꺼내고는 카나타 씨가 이어간다.


「처음부터 둘이 같이 먹자~고 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베어 먹은 부분을 다시 베어 먹는 모양으로, 카나타 씨가 그것을 입에 넣었다.


「맛있네~」


 아삭아삭 소리와 함께 카나타 씨가 웃는다. 겹쳐진 흔적을 보는 순간,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듯 했다.


「시즈쿠쨩?」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카나타 씨와, 그리고 사과 사탕으로부터 눈을 돌린다. 계속 보고 있으면, 온몸 구석구석이 지금이라도 과열로 전부 타버릴 것만 같다. 정말, 심장에 나쁘다.

 잡아당기듯이 해서 인파 속을 나아간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북소리가 울릴 때마다, 가슴 속이 맥박친다. 온몸이, 뜨겁고 뜨거워서 어쩔 수 없다. 손에 든 사과 사탕이 녹아버릴 것만 같다.


「시즈쿠쨔~앙, 기다려어~ ......」


 정신이 드니, 숨이 차 있었다. 멈춰서자, 바로 뒤에서 카나타 씨가 숨을 고르는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상당한 거리를 나아가버린 듯 하다. 카나타 씨가 목소리를 낸다.


「정말, 빠르다구, 시즈쿠쨔- 」


 하지만, 그 목소리가 갑자기 멈춘다.


「...... 카나타 씨?」


 돌아보니, 카나타 씨의 시선이 어느 한점에 머물러있었다. 시선을 더듬어보니, 어린아이들로 북적이는 사격장이 자리에 있었다.


「어라- 」


 그렇게 말한 카나타 씨는, 어느 물건을 가르켰다.

 그 앞에 있는 것은, 사람의 얼굴 정도의 크기를 한 곰 인형. 아마도 저것도 상품 중 하나이겠지. 어린아이들은 주변에 있는 과자만을 노리고있는 탓인가,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 같았다. 인형의, 동그란 눈동자가 우리들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어라, 시즈쿠쨩 같네」

「그, 런가요......?」


 가게에 다가가서, 다시 관찰한다. 다크 브라운의 털 색과, 복슬복슬한 털 모양. 닿으면 분명 폭신폭신할 것 같지만, 카나타 씨가 말하는 「나 같다」 는 부분은 잘 알지 못했다.


「딱 한번만, 해봐도 돼?」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카나타 씨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잡았던 손을 놓는다. 카나타 씨는 돈을 내고 총과 코르크탄을 몇 발 받았다.


「카나타 씨, 사격 잘 하시나요?」


 내 그 말에, 카나타 씨는 탄을 넣으면서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그치만, 저 시즈쿠쨩을 내버려둘 수 없는걸」


 아무래도, 저 인형에 이미 「시즈쿠」 라는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카나타 씨는 탄을 넣은 총을 쑥 내밀고, 목표를 정하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뽕하고, 뭔가 맥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코르크가 날아간다. 포물선을 그리듯 날아간 그것은, 인형의 몸에 닿았다, 하지만 그걸 쓰러뜨리는 데에는 이르지 못한다.


「으- ......!」


 두발, 세발, 네발. 탄은 차례차례 맞았지만, 맞춘 부분이 안 좋은 것이겠지. 다소 흔들흔들 움직이곤 있지만, 그걸 넘어뜨릴 정도는 아니다. 혹은, 처음부터 이런 것이었던 걸까.

 눈치 챘을 때는, 카나타 씨는 조금 울먹이는 눈이 되어있었다.


「- 한번, 제가 하게 해주세요」


 카나타 씨의 옆에 서서, 「시즈쿠쨩」 과 눈을 맞춘다. 확신은 없지만, 지금이라면 넘어뜨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카나타 씨로부터 코르크 총을 받고, 팔꿈치를 대고 사격 자세를 취한다. 어깨에서 힘을 빼고, 숨을 멈추고 두 눈을 감았다.


 - 의식해라. 나는 저격수다. 그저 곧바로 목표를 뚫어라.


 조금씩, 의식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오사카 시즈쿠로부터, 다른 무언가로 다시 태어나는 듯한 느낌. 동시에, 초연의 냄새를 느꼈다.

 손에 든 코르크총이 묵직하게 무거워진다. 살짝 눈을 뜨니, 바로 눈앞에 목표가 위치해 있었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당긴다.


 - 뽕.


 맥 빠지는 듯한 소리가 나고, 인형이 천천히 기울어졌다. 머리가 흔들리고, 중력에 잡아당겨지듯이, 그리고-


「해냈다!」


 그것이, 떨어졌다. 가게 주인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걸 가져온다.

 받아 든 「시즈쿠쨩」 을 그대로 카나타 씨에게 건네자, 카나타 씨는 빙긋 웃으며 그걸 껴안았다.


「고마워, 시즈쿠쨩」


 카나타 씨는 내 손을 잡고, 꼬옥 움켜쥐었다.

 조금 쑥스러운 기분으로 시선을 올려보니, 하늘은 어느새 밤으로 변해 있었다.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는다. 밤을 싫어하는 듯한 밝은 번화함에, 모습을 감춰버린 것일까.

 그리고 시선을 내렸을 때였다. 땅이 울리는 듯한, 혹은, 하늘을 찢는 듯한 소리가 몸 안쪽을 격렬하게 꿰뚫었다.

 무심코 눈을 감는다. 떨어뜨릴 뻔했던 사과 사탕은, 간신히 다시 붙잡았다.


「불꽃놀이, 시작했네~」


 목소리에 다시 한번 시선을 올려보니, 그 너머의 하늘이 빛나고 있었다. 내려오는 굉음, 빛의 비. 그건 하늘을 올려다보는 카나타 씨의 옆모습을 아련하게, 그리고 선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어진 손바닥을 의식한다. 내 손가락과 얽힌, 카나타 씨의 가늘고 새하얀 손가락. 부드럽고 따뜻한 그것에, 가슴 속이 갑자기 애달파졌다.

 계속, 이 손을 잡고 있고 싶다. 이 축제가 끝나도, 설령 한번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계속 잡고있고 싶다.

 체온이 올라간다. 심장의 맥박 소리가, 불꽃놀이처럼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꽃이 피고, 밤이 진다. 카나타 씨의 옆모습은 선명해지고, 가슴의 애달픔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전한다면, 이 마음을 전한다면, 분명 지금 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숨을 들이쉰다. 쥐고있던 사과 사탕의 막대기가, 삐걱거린다.


「카나타 씨- 」


 목소리에, 카나타 씨가 뒤돌아본다. 만화경처럼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가운데, 예쁜 제비꽃색이 나를 바라본다.

 가슴이 뜨겁다. 목이 뜨겁다. 머리가, 뜨겁다. 무대 위에 섰을 때보다도 격렬한 감정이, 탁류처럼 밀려온다. 분명 이 순간, 나의 얼굴은 사과 사탕처럼 새빨개져 있었다.


「시즈쿠쨩, 왜 그래?」


 카나타 씨의 목소리조차, 어딘가 뜨겁다. 이어진 손도, 꼭 쥐었다. 동시에, 숨을 크게 들이쉰다. 그리고-


「- 」


 과연, 마음은 목소리가 되었을까. 목소리는 말을 이루었을까. 말은 그녀에게 닿았을까.

 그 대답은, 바로는 알 수 없었다. 세계에서 소리가 사라지고, 하늘에서 빛은 사라져 있다. 넓은 밤하늘에, 우리들 둘만이 남겨진 것 같은 느낌만이 펼쳐져 있었다.

 카나타 씨가 입을 연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니, 들리고는 있었다. 하지만, 과열을 넘어선 내 뇌는, 그 말의 의미를 처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그 답을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어진 손바닥을 강하게 잡히는 감각. 풀리지 않은 그 손 안에, 분명 카나타 씨의 대답이 있었다.

 다시 한번, 카나타 씨의 입이 열린다. 그 목소리는 역시 들리지 않는다. 동시에, 카나타 씨가 빙긋 웃는다. 잡힌 손을 같은 정도의 강도로 맞잡고, 나도 다시 웃었다. 제대로 웃을 수 있었는가 어떤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순간은, 그럼에도 좋다고 생각했다.


 - 정말 좋아해요. 카나타 씨.

 

 이 손은 계속 이어져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불꽃놀이처럼 아련하게 물든 카나타 씨의 얼굴은, 가슴이 찢겨 나갈 정도로, 아름다웠다- 

** Interlude


「으응......」


 천천히 불어오는 바람이, 닫혀있던 눈꺼풀을 살짝 두드린다. 그에 살짝 눈을 뜨니 희미한 가랑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자버린 모양이다. 밤이 가까워진 하늘은, 좀 전보다 그 검은색의 농도가 늘어있다. 기온도 조금 내려간 듯해서, 손가락끝은 얼어붙은 듯이 차가워져 있었다.

 곁에 두었던 찻잔에 닿는다. 완전히 미지근해진 그걸 손으로 잡고, 입가에 한입 기울인다.


 - 꿀꺽


 차가 목을 흘러가는 소리조차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의 정적. 내뱉어진 숨결은 평온한 세계를 미끄러져 나가, 어디까지고 멀리 날아가는 듯 했다.

 비어 버린 찻잔을 옆에 내려놓고, 찻주전자를 들고 일어선다. 전등의 빛이 흔들리고,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더듬, 더듬, 더듬.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어둠 속을 걸어나간다. 거실에 두었던 전기 포드에서 찻주전자로 따뜻한 물을 다시 내리자, 새어나온 김이 춤추듯이 툇마루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배웅한 끝에는, 가랑눈이 희미하게 내리고 있다.


 - 그러고보니, 그 일도 오늘처럼 겨울날이었지.


 밤에 한쪽 발을 담군 하늘은 차가운 숨결을 내뱉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만 더, 저 홍벽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고 싶었다.

 나는 다시 툇마루로 돌아가서, 걸터앉고는 내려온 차를 한입, 기울였다-



** 3장


 하늘은 흐리고 해는 약하고, 아직 낮인데도 어둡다. 지금이라도 눈이 내릴 것만 같은 하늘을 올려보고 있었더니, 깃털처럼 사뿐사뿐 눈이 내려온다. 손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소리도 없이 무너져 사라져간다.


「눈이네요」

「그렇네......」


 1월 1일. 설날.

 처음으로 둘이 보내는 새해는, 생각했던 이상으로 느긋하고, 그리고 무척이나 조용했다.

 차가워진 손바닥에 깊게 숨을 내뱉으면서, 눈으로 새하얘진 아스팔트 위를 나란히 걸어간다. 통, 쿵하고 카나타 씨의 발밑에서 울리는 소리가, 맑은 공기를 울리며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듯 했다.


「후리소데, 잘 어울려요」

「고마워~, 이거 하루카쨩하고 같이 고른거야~...... 하지만, 음-...... 역시 춥네」


 날카롭게 불어온 바람에, 매화색의 후리소데를 입은 카나타 씨는 움츠러들 듯이 살짝 떨었다. 우리들의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찢겨나갈 것만 같을 정도로 차갑다. 내뱉은 하얀 숨결조차, 얼어서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맞다, 시즈쿠쨩」


 카나타 씨의 목소리에 멈춰선다. 바로 옆을 보니, 명안이라는 듯 표정을 빛내는 카나타 씨의 모습.


「왜 그러시나요?」


 내 말에, 카나타 씨는 싱긋 웃으며,


「카나타쨩, 조금 추워서 잠들어버릴 것 같으니까, 손을 잡아줄 수 있을까나」


 손을 내밀면서, 그렇게 말했다.


「물론」


 내밀어진 손바닥에, 내 손바닥을 포갠다. 카나타 씨의 손바닥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뜻하다. 그 손바닥에 머무는 부드러운 열이, 얼어붙은 내 손가락끝을 천천히 녹여주는 느낌이 들었다.


「카나타 씨의 손......」

「응-? 카나타쨩의 손에 무슨 일 있어?」


 말랑말랑, 떡처럼 부드러운 손바닥. 결코 크지는 않은 그 손이, 지금은 내 손바닥을 감싸주고 있었다.


「아뇨, 그, 따뜻해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카나타 씨가 조용히 웃었다.


「시즈쿠쨩이 귀여워서, 그만」


 뺨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가 옆에서 터진다.


「정말, 빨리 가요!」

「아, 부끄러워?」

「몰라요!」


 통. 쿵. 통, 통, 쿵.


 되살아난 것처럼, 멈춰있던 발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붙잡은 손을 잡아당기자, 머리 바로 뒤에서 카나타 씨의 따뜻한 시선을 느꼈다.


「카나타쨩, 후리소데니까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못한다구우」


 통...... 쿵.......


 아까 전보다도, 명백히 느려진 발소리에 무심코 쓴웃음 짓는다. 온몸에서 갑자기 힘이 빠져나가, 발걸음은 카나타 씨의 발걸음과 곧 맞춰졌다.


「어서와, 시즈쿠쨩」

「하아...... 정말...... 그것보다, 이제 슬슬이죠?」

「그렇네......」


 말하며, 카나타 씨는 시선을 앞으로 향한다. 그 앞에 있는 것은, 카나타 씨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신사. 여름 축제에도 갔던 그 장소에 가는 목적은, 물론 새해 첫 참배였다.


「앞으로 5분도 안 걸려」


 하얀 숨결이 회색으로 녹는다. 평온함에 감싸인 하늘은, 맞잡은 손바닥에서부터 카나타 씨의 심장 소리까지 옮겨주는 것 같았다.


 통, 쿵. 통, 쿵.


 두사람 치의 발소리가, 맑은 공기에 어디까지고 울려퍼진다. 그저 아무 것도 아닌 그것에, 막연한 행복의 소리가 들린 듯 했다.


 - 계속, 이 시간이 계속된다면 좋을텐데.


 통, 쿵. 쿵...... 쿵......


「시즈쿠쨩?」


 모르는 사이에 이어졌던 손이 떨어지고, 카나타 씨가 멈춰선다. 돌아보는 카나타 씨의 그 바로 뒤에는, 주홍색의 토리이가 보였다.


「...... 아뇨, 죄송해요」


 말하고, 바로 카나타 씨의 손을 다시 잡는다.


 울리기 시작한 발소리 속에 숨기듯이, 나는 조그맣게 숨을 내쉬었다. 그만 좀 전의 일을 떠올린다.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단 한순간이지만 뇌리를 스친 불안감. 그게 잡았던 손을 놓고, 그리고 내 발을 멈추게 했다.


 - 그만하자.


 머리 속에서 그 생각을 쫓아내듯이, 맞잡은 손을 의식한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열. 정말 좋아하는 그 열은 분명히 지금, 이 손바닥과 이어져있다.

 토리이를 빠져나가 돌계단을 오르자, 회색으로 탁했던 구름의 틈새로부터 가늘고 긴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바람은 완만하고, 햇살은 어딘가 따뜻하다.

 설날인데도 불구하고 경내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그 엄숙한 공기에, 자연스럽게 등줄기가 뻗는 것을 느꼈다.


「조용하네......」


 카나타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꺼려질 정도로 긴장된 분위기에, 무심코 입을 다물었다.

 붙잡은 손을 꼭 쥐고, 등을 펴고 걸어나간다. 신발 바닥이 돌바닥을 차는 소리가, 하늘 끝까지 울려퍼지는 듯 했다.

 그렇게 신사에 도착해,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푼다. 작게 숨을 내뱉은 뒤, 지갑 속에서 5엔짜리 동전을 꺼냈다.

 세전함에 그것을 던져넣고, 합장하며 마음 속으로 말을 한다. 그것은 내가 노리는 목표이기도 하면서, 그리고 마음을 태우는 꿈을 향한 말.


 - 한걸음 씩, 대 여배우를 향해.


 신님에게 비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선언을.

 30초동안 듬뿍. 신님을 향한 선서를 마치고 눈을 뜨자, 카나타 씨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괜찮아?」


 카나타 씨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늘어져있던 우리들의 손은 자연스럽게 얽혀서, 다시 열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시즈쿠쨩은 무슨 소원 빌었어?」

「저는, 꿈을 향해 노력하겠습니다, 하고 선언했어요」

「오오......」


 카나타 씨는 감탄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고,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 쪽을 바라보았다. 이끌려서 나도 하늘을 올려다보니, 온통 회색일 뿐 특별히 뭔가 있을 리가 없었다.

 아직 하늘을 바라보는 카나타 씨에게, 말을 건다.


「카나타 씨는, 무엇을?」

「음, 카나타쨩은, 올해도 하루카쨩이 건강하기를 하고 빌었어~」

「아하하......」


 얼마나 카나타 씨다운가. 부드럽게 웃은 카나타 씨와 눈이 맞자, 한 무리 차가운 바람이 우리들 사이를 날카롭게 지나 사라져간다.

 내가 부들부들 몸을 떨자, 붙잡은 손을 카나타 씨가 강하게 잡아주었다.


「...... 집에서 하루카쨩도 기다리고 있고, 슬슬 돌아갈까」

「네 그렇네요」


 돌계단을 내려가, 도로에 다다른다. 인기척을 느끼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조금씩, 겨울 하늘로 퍼지는 듯 했다. 통, 쿵하고, 카나타씨의 발밑에서 울리는 경쾌한 소리가 얇은 눈보라 속으로 녹아 사라져간다.

 우리들 사이에 말은 없다. 이따금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흰 연기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하늘로 날아오를 뿐이었다.

 그저, 그 정적조차 카나타 씨와 함께라면 괴롭지 않다. 오히려, 어딘가 기분 좋은 따뜻함조차 느껴진다.

 걸으면서, 우리들은 붙잡은 손의 온기를 의식했다. 부드럽고, 상냥한 카나타 씨의 고동. 천천히 울리는 그 고동에, 막연한 행복을 느꼈다.

 그래서, 일까.

 이 시간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고, 그렇게, 생각해버린 것은.

 소란스러움이 커져가기 시작했을 때였다. 옆을 걷는 카나타 씨가, 갑자기 그 발을 멈췄다.


「카나타 씨?」


 어느샌가 잡았던 손이 떨어져있다. 한걸음만큼의 거리를 둔 채 카나타 씨는 돌아보더니, 무언가를 생각하듯 하늘을 바라보았다.


「...... 응, 미안해」


 카나타 씨는 시선을 내리고, 곧바로 내 손을 다시 잡는다. 차가워진 카나타 씨의 그 손에, 사라졌을 터인 불안감이 다시 되살아나는 감각을 느낀다.


「무슨 일, 있나요......?」


 묻는 목소리가 얼어있다. 손에는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고, 온몸의 신경이 카나타 씨에게 집중한다.

 하지만, 엇갈리는 그 제비꽃색의 안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눈을 바라보는 나에게서 무언가를 숨기는 것처럼 눈을 감고, 카나타 씨는 나아갈 길 앞쪽으로 돌아섰다.


「...... 괜찮아, 시즈쿠쨩」


 그 목소리는, 가슴 속의 불안을 없애는데 이르지 못한다. 하늘에 녹는 일도 없이,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겨울의 바람이, 발밑을 휭하고 흘러간다.



***



 갑자기 이름을 불린 것은, 점심시간이 막 시작했을 쯤이었다.

 수업의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며, 사각사각 펜촉을 달리게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귀에 익숙해진 목소리가,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머리속에 찾아온다. 달리고 있던 펜을 멈추고 고개를 들자, 교실의 입구에 카나타 씨가 손을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카나타 씨......?」


 자리에서 일어나자, 카나타 씨는 검지손가락을 세우고 위를 가르켰다. 아무래도,「옥상으로」인 듯하다.

 노트도 그대로 둔 채로, 서둘러 교실을 나가 카나타 씨의 뒤를 쫓는다.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째서, 카나타 씨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새학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3학년은 자유등교가 시작되었다. 실제로, 엠마 씨는 이 시기를 이용해서 한번 스위스에 돌아간 듯 하고, 카린 씨도 새학기가 시작한지 한달 정도 지났지만 그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는, 3학년의 초록색 리본조차, 최근에는 볼 수 없었다.

 그 안에는, 물론 카나타 씨도 포함되어있다. 밤에, 전화를 주고 받고는 있지만, 학교 내에서는 전혀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 그런 카나타 씨가, 어째서 지금, 여기에?


 그건, 위화감에 가까웠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은 채, 나는 카나타 씨의 뒤를 쫓아 계단을 오른다. 한 단, 한 단 오를 때마다, 주위에서 소리가 사라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와 카나타 씨의 사이에, 대화다운 대화는 없다. 두 사람 치의 숨결이, 얼음처럼 긴장된 공기 위에 미끄러져 간다.

 몇 번인가 정적이 오간 뒤, 우리들은 옥상으로 이어지는 문에 다다랐다. 카나타 씨는, 나를 돌아보지 않고 그 문을 연다. 평소에는 소리 따위 신경쓰지 않지만, 이 날만은 괜히 무거운 소리가 났다.

 벌어진 틈으로 스며든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이, 우리 발밑을 지나간다.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밤처럼 몹시 탁한 하늘이었다. 바람에 날뛰는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붙잡으며, 카나타 씨를 향해 시선을 던진다.


「이런 곳까지, 갑자기 무슨 일이신가요, 카나타 씨」


 내뱉어진 목소리는, 곧바로 하얗게 얼어붙었다. 내 목소리에 카나타 씨가 돌아본다. 그 표정은, 여느 때와 달리 아주 칙칙한 것처럼 보였다.


「...... 시즈쿠쨩에게, 이걸 건네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며, 카나타 씨는 꾸러미 하나를 꺼냈다. 예쁘게 포장된 그것을 내밀며, 하늘하늘 웃는다.


「제게......?」


 카나타 씨가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는 내밀어진 그것을 손에 들었다. 정성스레 꾸러미를 열어보니, 부드러운 물빛을 한 것과 눈이 맞았다.


「이건, 머플러...... 인가요?」


 꾸러미에 들어있던 것은, 한 개의 머플러였다. 부드러운 물색을 한 머플러. 만져보면 푹신푹신하고 부드럽다. 둘러보면, 분명 따뜻하겠구나,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하루카쨩하고 아유무쨩에게 배우면서, 시즈쿠쨩을 위해 떠봤어」


「둘러봐도, 될까요?」

「조금 까칠까칠 할지도」


 꾸러미를 겨드랑이에 끼고 머플러를 목에 둘러간다. 피부에 닿는 감각은 솜털처럼 부드럽고, 카나타 씨가 말하는 까칠까칠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저, 길이만은 보통의 머플러보다 조금 긴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두 사람이 칭찬해줬다구? 그러니까, 분명 따뜻할거야~」


 다 두르고, 끝을 가볍게 맨다. 겨울의 바람이, 조금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와아...... 따뜻해요! 게다가, 폭신폭신해서, 기분 좋아요......」


 마치, 오필리아를 만지고 있을 때 같은 감각. 그것도, 햇빛을 잔뜩 받았을 때의 감각과 닮아있다.

 그 감각은 너무나 따뜻하고, 상냥해서. 품고 있던 위화감 같은 의문도 녹아 없어지는 듯 했다.


「훗훗후~ 카나타쨩이 없더라도, 그걸로 마음껏 따뜻해지거라~」


 카나타 씨가 웃었다. 방긋 하고, 평소처럼 따뜻한 미소를 띄, 우, 고......


「......읏!」


 그 순간, 나는 눈치채버렸다. 어째서, 이 시기에 카나타 씨가 찾아왔는지. 사라져가던 의심이, 의문으로 생각하고 있던 답이, 갑자기, 하지만 확실하게 조금씩 모습을 갖추어간다.


「카나타 씨」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걸 입에 담는게 무섭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확인하고 싶었다.


「뭔가, 숨기고 계시지 않나요?」


 그 말에 차가운 바람이 분다. 카나타 씨가 입을 꾹 다물고, 내게서 시선을 조금 빗겨냈다. 좀 전까지와는 확 달라진 분위기가, 불온을 거느리고 퍼져나간다.

 아니라고, 그렇게 말해줬으면 했다. 무슨 말 하는거냐며, 그렇게 웃으며 넘겨줬으면 했다.


「시즈쿠쨩」


 말을 거는 것보다 먼저, 카나타 씨가 입을 연다. 방울이 울리는 듯한 맑은 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희미하게 흔들었다. 갑자기 찾아온 정적에, 등줄기로 주르륵 땀이 흘러내린다.

 그 순간, 확실히 싫은 예감이 들었다.

 숨을 쉬면, 그게 현실이 되어버릴 듯한. 그런 긴장된 공기가, 내 호흡을 멈춘다.


「조금, 중요한 얘기를 할게」


 조용히 내뱉어진 말에 가슴이 크게 뛴다. 싫은 예감이 다가오는 것처럼, 가슴 속에서 덜컹덜컹 일그러진 소리가 난다.


「카나타 ㅆ-」

「이걸, 받아주세요」


 말을 가로막힌다.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일에, 나는 말을, 숨을 삼켰다.

 카나타 씨가 내민 것은, 하나의 봉투였다. 새하얀 그것의 가운데에, 부드러운 카나타 씨의 글자로 세 글자의 말이 적혀있었다.


「퇴부, 서......」


 그 말을 이해한 순간, 세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다. 시간조차 그 숨을 멈춘 것만 같은 착각.

 천천히, 카나타 씨가 웃는다. 그것은 얕은 웃음이었다. 미안한 듯이 어깨를 떨어뜨린, 그런 가냘픈 웃음.

 싫은 예감이 커져온다. 하지만, 예감은 확신으로 모습을 바꾸기 시작하고 있었다. 카나타 씨가 입을 연다. 싫어, 싫어, 말하지 말아줘-


「- 저와, 헤어져주세요」


 그런 기도는, 카나타 씨가 말한 단 한 마디의 말 앞에서, 무정하게 부서졌다.


「어째, 서, 인가요......」


 그 말이 나오기까지, 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을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심하게 떨고 있던 것처럼 느껴진다.


「2주일 뒤에, 일하게 되었습니다」


 카나타 씨가 말했다. 수면에 파문조차 떠오르지 않을 듯한 조용한 목소리가, 내 가슴을 강하게 때린다. 정말 좋아했던 그 눈동자를, 지금은 볼 수가 없다.


「...... 설날 전에, 현외에서 학교를 경유해서 이쪽에서 일하지 않겠냐고 연락이 와서 말이야」

「그래서, 카나타 씨는 뭐라고 대답하셨나요......?」

 

 말하고, 바로 어리석은 질문이었다고 생각했다. 카나타 씨가 퇴부서를 넘긴 것. 그리고,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꺼내온 것을 생각하면, 그 답은 곧바로 알 수 있다.

 답은-


「부탁드린다고」

「......읏」


 이 때,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뭐라고 대답했었을까.

 말이 되지 못하는 마음만이, 하얀 혼이 되어 입가로 빠져나가는 듯 했다.


「월급도 나오는 모양이고, 그걸로 조금이라도 하루카쨩이 편해진다면- 해서」


 카나타 씨의,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목소리. 나도 모르게, 양손에 힘이 들어간다.

 알고 있었다. 카나타 씨에게 있어 내가 제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카나타 씨에게 있어서 제일은, 항상 하루카 씨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행복한 시간 같은건, 언젠가 반드시 끝나버린다는 것을.


「그래도, 그래도, 계속은, 아니죠......? 가끔씩이라도, 돌아와주실거죠?」 


 매달리는 듯한 내 말에도, 카나타 씨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사장에게도 확인받았어. 그렇게 하면, 일하면서 졸업하는 형태가 된대」

「그대로 졸업이라니......」 


 그 말인 즉슨, 그것은-


「졸업식도, 돌아올 수 없다......」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카나타 씨는 대답하는 것처럼 또 가냘프게 웃었다.


「미안해, 시즈쿠쨩」


 중얼거리는 그 말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움켜쥔 퇴부서의 의미도, 즉 그런 의미겠지. 니지가사키에서 없어진다. 한발 빨리, 카나타 씨는 이곳을 떠난다.

 카나타 씨의 말을 뇌가 조금씩 곱씹자, 뒤늦게 이해가 찾아왔다. 이해한 현실은, 머리 위로 펼쳐지는 흐린 하늘처럼 무겁고, 그리고 두껍다.

 숨이 막히고, 할 말을 잃는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그렇게 있었을까. 바로 옆을 지나간 발소리에, 의식이 눈을 뜬다.

 눈 앞에 카나타 씨가 없다.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옥상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횡경막에 울리는 듯한 무거운 소리를 울리며 열린 문에, 카나타 씨가 있다.

 열린 문 앞은 어두워서, 마치 카나타 씨를 통째로 삼켜버리려는 것처럼 보였다.


 - 기다려, 가지 말아줘.


「카나, 타, 씨......」


 떨리는 목소리로, 나도 모르게 손을 뻗는다. 하지만-


「미안해」


 뻗은 손을, 목소리를, 카나타 씨의 목소리는 작게 뿌리쳤다.

 카나타 씨가 눈을 내리까는 동시에, 천천히 하얀 찬바람이 불어, 우리들의 발밑을 훑는다. 마치 그것을 신호로 한 듯이, 카나타 씨는 문 너머로 모습을 감춰간다.


「카나타, 씨......」


 중얼거린 내 손 안에, 퇴부서가 팔랑 흔들렸다.



***


「그래서, 카나쨩은 가버린거구나」

「......네」


 - 삐걱. 등받이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눈 앞에서 들려온다. 그건, 아이 씨가 의자에 등을 맡긴 소리였다.

 난방을 켜지 않은, 아이 씨와 둘만 있는 부실은, 얼어붙은 것처럼 차가워져있다.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은 저녁인데도 잿빛으로 흐려져, 지금 당장이라도 눈이 내릴 듯 했다.

 하지만 한기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기를 느끼는 뇌의 기능조차, 2주일 전의 그 사건에 지배당한거겠지.

 

 - 어째서 그 때, 나느 카나타 씨를 쫓아가지 못했을까


「읏......」


 후회가, 입술에 송곳니를 들이댄다. 그런 짓을 해도, 그 날로 돌아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입 안에서, 서서히 쇠맛이 퍼져간다.


「먹을래?」


 들려온 그 소리에 고개를 들자, 하늘색 봉지로 싸인 막대사탕이 내밀려져 있었다.


「아뇨, 마음만으로......」


 조금 망설이다가, 그렇게 대답한다.「그런가」하고, 아이 씨는 내밀었던 그 사탕의 봉지를 뜯어, 그대로 입에 던져넣는다.


 정적.


 얼음이 언 듯한 고요함이, 잿빛의 부실에 가득 찼다. 심장의 고동조차, 지금은 잠든 듯이 숨 죽이고 있다.


 - 이대로 멈춰버리는 것도, 괜찮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 카나타 씨는 이제는, 없어져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심장이 멈춰버려도, 이제는......

 아무런 해결도 되지 않는 현실 도피가, 지금은 그저그저 마음이 편했다.

 데굴데굴 하고, 아이 씨가 입 안의 사탕을 굴리는 소리가 난다.


「시즈쿠는 말이야」


 콰작하고 사탕 알갱이를 부수는 듯한 소리가 나고, 아이 씨가 이름을 부른다.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거야?」

「......」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나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


 그 물음에, 나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카나타 씨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만약, 정말로 이 이별이 카나타 씨에게 있어 플러스가 되는 것이라면,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 등을, 누구보다도 강하게 밀어주고 싶다.

 그건 진심이기도 하면서, 꾸밈 없는 본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외치는 나도 있다. 카나타 씨와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이, 확실히 있었다.


「저는......」


 그 때, 부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들어보니 두 사람의 모습. 시오리코 양과, 그리고,


「얏호- 오랜만이네. 아이쨩. 시즈쿠쨩」


 엠마 씨였다.

 목에 두른 머플러를 풀면서, 아이 씨의 옆에 앉는다. 땋아내렸던 머리를 하나로 묶어 어깨 위로 흘린 엠마 씨는, 상당히 인상이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엠마 씨...... 스위스로 돌아가셨던게......」


 자유등교가 된 이래로, 스위스로 돌아가 있었을 터인 엠마 씨에게, 나는 동요와도 닮은 놀라움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하루카쨩한테서 들었어」


 가슴 속에, 얼음을 집어넣는 듯한 감각. 오직 그것 뿐인 말로, 엠마 씨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곳에 찾아왔는지, 그것들을 한순간에 이해했다.


「......죄송합니다」


 눈을 돌리고, 중얼거리듯이 말을 내뱉는다. 내 옆에, 시오리코 양이 앉는 기척이 있었다.


「나는- 」


 엠마 씨의 목소리. 동시에, 바람이 들이닥쳐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 나는, 일본어를 그다지 잘하는건 아니지만, 지금의 죄송합니다는, 틀렸다고 생각하는걸」


 고개를 들어보니, 엠마 씨는 화난 듯한, 하지만 곤란한 듯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그치만 시즈쿠쨩,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걸」


 - 착각이라면, 미안해.

 한마디 그렇게 잘라 말하고, 엠마 씨는 작세 숨을 들이쉬고, 그리고, 계속했다.


「카나타쨩의 말. 시즈쿠쨩, 사실은 납득 못한게 아닐까?」

「읏......」


 가슴을 맞은 듯한 충격이 있었다.


「읏, 하지만, 카나타 씨는, 더는......!」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실제로, 연락은 몇번이고 해보려 했다. 메세지도 몇번이고 보내봤고, 전화도 몇번이고 걸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휴대전화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삐걱, 거리며 휴대전화가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연락, 되지 않는군요」


 시오리코 양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카나타 씨는 그것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메세지는 읽지 않은 채이고, 전화도 일절 연결되지 않는다.

 동호회의 단체 채팅도, 그 날 이후로 카나타 씨의 이름은 사라져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책상에 내려놓고, 나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시즈쿠쨩은, 그걸로 된거야? 이대로 괜찮은거야?」


 물처럼 맑은 목소리. 눈을 떠보니, 엠마 씨의 눈동자가 똑바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 씨도 물어본 그 말. 하지만 나는, 그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아직 찾지 못해서-

 그 때였다.

 책상 위에 내버려두었던 휴대전화가, 눈을 뜨듯이 떨리기 시작한다. 짧게 났던 그 소리는, 메세지가 도착한 소리였다.

 보낸 사람은, 하루카 씨.

 화면의 잠금을 해제하고, 채팅 앱에 도착한 메세지를 열어본다. 도착한 메세지는, 단 한마디였다.


『15시, 3번 홈이에요』

 

 고작 그것 뿐인 메세지. 역의 이름조차 적혀있지 않다. 하지만 내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역은 분명, 카나타 씨의 가장 가까운 역이겠지. 지금부터 가면,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는 시간.


「시즈쿠쨩 」


 엠마 씨와 눈이 맞았다. 상냥한 스카이 블루의 눈동자가, 내 고동을 빠르게 한다. 심장은 불이 붙은 것처럼 열을 가지고, 내 몸을 조금씩 태워간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줘」


 나는 휴대전화를 주머니 속에 넣고, 천천히 일어섰다.


「......아이 씨, 아까의 사탕 아직 있나요」

「아까 전의 건 먹어버렸지만, 다른 거라면」

「하나, 주세요」

「...... 네엡. 어떡할거야, 시즈쿠」


 그렇게 묻는 아이 씨의 입가는, 살짝 위로 올라가있다. 아마도, 내가 하려고 하는 것 정도는 꿰뚫어보고 있겠지.

 내밀어진 사탕은, 아까와는 달리 막대가 없는 타입이라, 봉지는 자원(紫苑)색을 띄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 봉지를 열고 입 안에 던져넣는다. 포도 같은 달콤함이 퍼져간다.


「...... 조금, 급한 용무가 생각났습니다」

「보낼 수 없습니다, 시즈쿠 씨」


자리를 떠나려는 나를, 하지만 시오리코 씨가 가로막았다. 지금까지 조용히 우리들을 보고 있던 그녀가, 학생회의 완장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아당기며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회장으로서, 학생의 불량행위는 차마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읏......」


문답을 주고 받고 있을 시간도 아깝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인데, 그게 너무나도 멀게 느껴진다. 차라리 밀고 지나가버릴까. 그런 생각조차 떠올랐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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