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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 번역] 가랑 눈 내릴 무렵, 네가 생각 날 때 - 1
글쓴이
시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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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649982
  • 2020-11-16 21:12:28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079943


「- 부디, 이 손을 뿌리쳐주세요」

카나시즈쨩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 Prelude


 팔랑팔랑 떨어지는 가랑 눈이, 전등의 빛을 반사해서 희미하게 빛나고있다. 어두워져 가는 하늘은 어딘가 홍벽색 (역주 : 하늘색 위에 홍색을 옅게 겹친 색) 을 띠는 것처럼 보였다.

 텅 빈 찻주전자에 차를 다시 내리고, 천천히 툇마루로 돌아간다. 바람 없는 툇마루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정적에 감싸여 있었다. 흔들리는 빛과 떨어지는 눈. 가까이 가는 것조차 꺼려질 것만 같은 덧없음이 시야에 펼쳐져 있다.

 더듬, 더듬, 더듬.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툇마루에 깐 방석에 다가가 앉는다.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숨결은, 하얗게 물들어 하늘로 사라졌다.


「후우......」


 이렇게 혼자 앉아있으면, 어떻게 해도 감상적인 기분이 되어버린다. 다시 내린 차를 찻잔에 따르며, 나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카나타 씨, 이런 곳에서 자고 있으면 감기 걸려요?』

『응-......시즈쿠쨩이다......』


 소리 없는 조용한 세계에서, 나는 그런 목소리를 들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홍벽색의 하늘을 보고 있으면, 이따금 들려오는 그 날의 목소리.


「...... 또 상당히, 추워졌네」


 숨을 내뱉고, 차를 마신다. 따뜻한 감각은 목구멍을 지나 몸속 깊숙이 서서히 퍼져서, 얼기 시작한 몸을 조금씩 풀어준다.

 순백이, 하늘에서 떨어져온다. 조용히 떨어지는 그 빛은, 마치 흘러가는 시간처럼 보였다.

 흘러가는 시간의 아름다움에 한동안 눈을 빼앗겨 있었더니, 휭 하고 분 찬바람이 그걸 전부 끌고 가버렸다.


 몽환포영 (역주 : 인생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고사성어).


 갑자기, 그런 말이 가슴 속에 떠오른다. 눈을 뜨면 사라지는 꿈처럼, 닿으면 사라져버리는 거품처럼. 어딘가 덧없이 느껴지는 풍경.

 바람이 사라진 홍벽색의 세계에, 눈이 떨어지고 쌓여간다. 바로 가까이에 보이는 그것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발 밑에 쌓인 시간을 붙잡는 것 따위 불가능하다. 건져 올려서 「한 번 더」 따위는,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사람은 과거를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내게 가능한 일은, 그저 그 때를 조용히 떠올리는 것 뿐이었다.

 차를 한입 더 마신다. 후우, 하고 내뱉은 숨결이 하얗게 녹는 걸 바라보고 있으면, 갑자기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이 가슴 속에 떠오른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


 중얼거리고, 추상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봄날 같은 따뜻함. 그것은 그 사람의 체온 같기도 했고,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그 사람과 만난 것도 분명,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날이었던가.


 어렴풋이 당시의 일을 떠올리면서, 나는 조금만, 눈을 감았다.


**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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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에서 내린 나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제비가 우는 소리와, 연분홍색으로 물든, 한바탕 부는 맑은 바람이었다. 희미하게 스며든 햇빛에 눈을 가늘게 뜨니, 달콤한 흙의 향기가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봄. 시작이라고도 불리는 계절.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굳은 몸을 푸니, 다시 한번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벚꽃이 시야를 물들인다. 가슴 언저리의 리본도 살짝 흔들렸다.

 봄이, 눈 앞에서 빙글빙글 춤추는 듯 했다. 어쩌면, 나를 환영해주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기쁜 마음도 든다. 입가가,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걸 느꼈다.

 이윽고 바람이 멈춘다. 명료해진 시야 저편에,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커다란 그림자가 보였다.

 니지가사키 학원.

 오늘부터 내가 다니게 될 학교의 이름이다.

 앞으로 이 장소에서, 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본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전부가 애드립인 즉흥극.

 모르는 사이에, 손에는 땀이 배어 있었다. 목은 쉬었고, 호흡이 조금 빠르다. 어쩌면, 긴장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한번 조그맣게 숨을 들이쉬고, 학교 가방을 어깨에 다시 멘다.


 - 가자.


 꾹 하고 손에 힘을 넣어서, 한 걸음 내딛었다. 봄이, 등을 밀어주는 것처럼 강하게 분다. 내딛은 발이, 조금씩 빨라진다. 이윽고 달려나가듯 계단을 올라가니, 곧바로 교문이 나타났다.

 발은 멈추지 않는다. 여기부터가 시작, 지금부터 시작되는 나의 이야기.

 교문을 빠져나가 한걸음 내딛은, 그 순간- 바로, 발을 멈췄다. 멈춰버렸다. 눈 앞에, 한순간 비친 것. 그것에 무심코, 자신의 발에 브레이크를 걸어버렸다.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딱 나무 그늘이 있는 부분에 전신이 숨겨져 있다. 지금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도, 그게 원인이겠지. -아니, 지금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에잇!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감각을 기억하며, 학교 가방을 내던지고 그 사람 곁으로 달려간다. 머리 속이 찌릿찌릿 저리는 듯한 감각. 이런 때에, 어떡해야 하지? - 맞아, 구급차......! 그 전에, 우선은 상태를 확인해야!

 언뜻 보이는 한, 의식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좋지 않은 예감이, 식은 땀이 되어 내 몸에서 달아나려 하는 것 같았다.


「괜찮나요!?」


 옆까지 달려가보니, 그 사람은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바로 근처에는 그녀의 것으로 생각되는 학교 가방이 놓여 있다.

 목소리에 대한 대답은 없다. 두근두근 하고, 내 심장이 싫은 소리를 울린다.


 - 숨은? 숨은 쉬고 있는거야?


 심장 박동을 억누르며, 무릎을 꿇고 얼굴을 가까이 댔다. 내 호흡을 죽이고, 그녀의 호흡을 확인하, 고......


「음냐아......」


 숨은 쉬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부드러운 호흡. 바꿔 말하면, 그래, 잠자는 숨결. 그것도 기분 좋아 보이는, 고른 숨소리였다.

 내 온몸에서 기력이나 체력, 그리고 다른 여러가지를 깎아내리기에 충분할 정도의 행복한 호흡이, 바로 귓가에서 반복되고 있다.


「하아아아아......」


 목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갓 입기 시작한 치마가 더러워진다던가,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을 얼굴을 하고 있었다던가, 그런 일을 신경 쓸 여유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어느 정도 멍하니 있었을까. 하늘에 날아가 있던 의식이 자신의 몸으로 돌아오는 감각에 정신이 든다. 동시에, 시야 밑에서 꿈틀 꿈틀 무언가 움직일 기미가 보였다. 눈을 돌려보니, 그 그림자가 느긋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안녀엉하세요오......」


 그 사람은, 흐늘거리며 그렇게 웃었다. 들어온 햇빛이 돋아나는 녹색을 두르고, 희미하게 그 사람을 비춘다. 갈색의 머리는 반짝반짝 반사되어서 살짝 흔들렸다.

 건강한 피부색엔 아련하게 주홍빛이 배어, 그 화려함을 한층 더 강한 것으로 바꾼다.

 나는 그저 그저, 눈 앞의 사람에게 눈을 빼앗겨 있었다.


「어, 당신은?」


 목소리에 양 어깨가 뛴다. 감겨 있던 그녀의 눈이 열리고, 제비꽃 색의 아름다운 반짝임이 나를 보고 있었다.


「아, 저, 저는, 오사카 시즈쿠라고 합니다」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뒤집힌 목소리. 어깨와 함께 뛰어올랐던 심장은, 부숴진 것처럼 격렬하게 박동을 반복한다. 거기서 보내지는 혈액은, 탁류 같은 굉음을 내며 온몸을 누비고 있었다.


「시즈쿠쨩인가아......」


 내 마음 속 따윈 알 리가 없는 눈 앞의 그녀는, 느긋하게 한번 기지개를 켜며「후아......」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리본의 색은 녹색. 미리 학교에서 받은 설명에는, 분명 3학년이었을 터-

 5초동안 듬뿍. 이윽고 힘이 다하자, 눈가에 고인 눈물조차 그대로 둔 채 선배는 입을 열었다.


「어- 그러니까, 시즈쿠쨩은 니지가사키의 아이지」

「어, 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시선을 들어올리며, 재차 눈앞의 선배를 응시하고 있으면- 


「-아」


 나뭇잎이나 흙먼지가, 어깨나 머리카락,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것을 눈치챘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툭, 툭, 그걸 두드린다. 전부 떨어뜨린 걸 확인하고 한숨 돌리자, 둥글어진 제비꽃색 눈동자와 눈이 맞았다.


「앗, 죄송합니다, 무심코......!」

「오오...... 고마워~」


 화내는 기색도 없이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번 흐늘흐늘한 미소를 띄었다.


 분위기라고 말해야 할까. 선배의 목소리나 몸짓 하나하나에, 온화한 햇빛과 비슷한 감각을 느낀다. 함께 있으면 졸려지는,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어지는, 그런 이상할 정도의 아늑함조차 있었다.


 게다가-


 - 잘 보니, 어딘지 모르게 오필리아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고......


「응-? 아직, 카나타쨩한테 뭐 붙어있어?」


 고개를 갸웃하는 선배에게,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역시 「기르는 개와 닮아서 보고 있었다」 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어떻게 변명할지 생각하고 있으니, 구조선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예령이 울렸다.

 가벼운 소리를 무겁게 울리는 그것에 고개를 드니, 학교의 벽에 큼지막하게 설치된 시계가 개학까지의 카운트 다운을 새기고 있다.


「오오...... 벌써 이런 시간」


 똑같이 고개를 든 선배는 놀란 것처럼 중얼거리고, 휙 하고 내 쪽으로 돌아섰다.


「카나타쨩. 시즈쿠쨩이 깨워주지 않았다면 ,분명 지각해 버렸을 거야」


 깨운 기억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멋대로 일어난 듯한 느낌도 들지만, 그걸 말로 할 여유는 없었다.

 그런 것보다는, 빨리 가지 않으면. 전입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웃을 수 없다.


「저기......」

「응-? 아, 카나타쨩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었구나......」

 

 내 초조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딘가 침착한 모습으로 일어서는 선배는 「코노에 카나타」 라고, 이름을 댔다.


「지각한다구?」


 이름을 되새기는 나에게, 새하얗고 가는 손가락이 눈앞에 내밀어진다. 동시에, 라벤더 같은 부드러운 향기가 감돌았다.


「- 자, 가자?」

「에, 와, 와앗」


 그것은 부드럽게 내 손을 감싸고, 느릿느릿 달리기 시작한다.

 천천히 변해가는 시야 앞에, 카나타 씨의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흔들린다. 내동댕이 쳐졌던 학교 가방을 붙잡고, 나는 발걸음을 조금 빠르게 했다. 

 곧바로 카나타 씨의 옆에 서서, 시야의 옆에 카나타 씨의 옆모습을 비춘다. 봄바람이, 감싸듯이 부드럽게, 그러나 등을 밀어주듯 강하게 분다. 분홍색이 불고, 온 세상이 그것에 물든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자연스럽게 숨이 새어 나왔다.


 -아아, 어째서일까.


 흘러가는 봄에, 가슴이 뛰는 소리가 난다.

 전학 첫날의 아침 그 처음부터, 느릿한 것 같으면서도 바쁜 시간만이 흐르고 있다. 본심을 말하자면, 좀 더 차분해지고 싶었지만. 하지만 이것도-


「- 나쁜 느낌은, 들지 않네요」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카나타 씨와 둘이 나란히, 예령이 울리는 연분홍색의 교사에 뛰어들었다.


 - 이것이, 카나타 씨와의 만남이었다.


***


 인연이란, 실과 같은 것이다.


 이건 분명, 예전에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가 입에 담았던 말이었던가.

 이런 말을 떠올린 것은, 아마도... 아니, 분명 저번 일이 원인이겠지.

 아무래도, 나와 카나타 씨의 인연이라는 실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듯 하다.

 예를 들면...... 그건, 3주일쯤 전의 일이었던가.


 그 날은 날씨가 좋아서, 점심을 밖에서 먹으려고 도시락을 가지고 교실을 뒤로 했다. 중앙 정원에 나가니, 곧바로 부드러운 봄의 햇살과 둥근 바람이 마중 나와준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누르면서, 구석에 있는 벤치로 향해- 곧바로 발을 멈춘다. 평소에는 인기가 없던 그곳에, 선객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은 그저 기분 좋아 보이게 누워있다. 말할 것도 없이, 카나타 씨였다.


「으응- ......아, 시즈쿠쨩이다」


 내가 말을 거는 것보다 빨리, 열려 있는지 닫혀 있는지 모를 정도의 실눈으로 손을 흔드는 카나타 씨. 제대로 내 쪽을 향해 흔들고 있는 걸로 보아, 제대로 눈은 열고있는 모양이다.


「뭐하고 계신 건가요, 카나타 씨」


 내가 가까이 다가가니, 카나타 씨는 꿈틀꿈틀 몸을 움직였다. 그녀의 머리가 있던 위치에, 딱 사람 한 명 정도의 공간이 빈다.


「시즈쿠쨩이 여기 올 거라고 생각해서, 따뜻하게 데워놨어」

「그건...... 감사합니다」


 사실인지 어떤 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렇게 자리를 맡아준 것은 사실. 솔직히 감사를 말하고 앉는다.


「도시락?」

「수제라고 해도, 반 정도는 냉동식품을 채운 것 뿐입니다만......」


 카나타 씨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응-냐, 하지만 이 계란말이는 수제지?」

「어...... 네. 모양도 뭉개지고, 조금 태워버렸지만......」


 눈치를 채면, 카나타 씨는 어느샌가 몸을 일으켜서 앉아있다. 오른손의 검지 손가락을 세워서, 「그렇다면」 하고 말을 꺼낸다.


「카나타쨩에게, 그 계란말이 하나 줄래?」

「이런 걸로 괜찮으신가요?」

「시즈쿠쨩이 만든 거니까,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하늘하늘 웃는 카나타 씨에게, 신기하게도 가슴 속이 서서히 열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그, 여기요」


 계란말이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잡아서 들어올린다. 모양이 부서진 계란말이. 카나타 씨는 「고마워」 라며 곧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그것을 꿀꺽 입에 넣었다.


 정적.


 바람조차, 마치 숨을 참고 지켜보는 것 같았다. 젓가락을 든 손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가 자신이 만든 것을 먹어주는 것은 이렇게나 긴장되는 일이라고, 나는 처음으로 이해했다.


「어떤, 가요......?」


 목소리가 조금 쉬어있다. 눈을 감은 채로 계란말이를 씹고 있던 카나타 씨는, 겨우 그것을 삼켰다.


「......응, 맛있어. 무척 부드러운 맛이야」


 하늘하늘 웃는 카나타 씨에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몰래 깊은 숨을 내뱉고, 카나타 씨는 제비꽃색의 베개를 다시 꼭 껴안는다.


「요리 경험은?」

「어, 예전에 연극에서 요리 좋아하는 역을 맡았을 때, 몇번만......」


 호오...... 그런 카나타 씨의 목소리가 들린 느낌이 들었다.

 그건 어느 쪽의 의미일까. 좋은 쪽일까 나쁜 쪽일까, 그게 신경은 쓰였지만, 물어볼 용기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카나타 씨는, 라이프 디자인과셨죠?」

「맞아~」

「그...... 요리, 잘 하시나요?」


 대신에, 문득 신경 쓰인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카나타 씨는 한순간, 놀란 듯한 표정을 띄웠지만, 바로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바뀐다.


 「훗훗후...... 무엇을 숨길까, 카나타쨩은 이렇게 보여도 특대생인 것이다~」


 특대생. 전에 학교 측에서 설명해준 성적 상위자...... 였나. 확실히, 특대생에게는 여러 특전이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학비가 면제, 라던가.

 하지만, 그걸 받기 위해서는 성적이 일정 이상일 필요할 터. 지금의 나에게는 손가락 끝조차 닿지 않을 거리에 있는 그 장소에, 카나타 씨는 계속 있다. 그것도, 스쿨 아이돌 활동을 계속 하면서.


「괴롭거나, 하진 않나요......?」

「으음-....... 그래도, 이건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확실히 힘들지만, 괴롭지는 않아」

「......」


 그렇게 말하는 카나타 씨의 얼굴은 무척이나 온화하고, 상냥해서. 나는 무심코 말을 잃었다.


「이래 보여도, 언니니까~」


 하늘을 바라보는 그 옆모습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옆모습에 슬픈 느낌의 모습은 없다.

 하지만, 카나타 씨는 얼마나 큰 것을 짊어지고 있는 것일까. 선선하게 부는 가벼운 바람은, 우리들의 머리카락을 흔들 뿐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날씨 좋네」


 카나타 씨의 그 말에 대답하듯이, 봄바람이 한번 더 우리들의 뺨을 쓰다듬고는 사라져간다. 시간의 흐름을 선명하게 하는 듯한 그것은, 떨어진 꽃잎을 빙글빙글 들어올려 춤추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문득 카나타 씨를 훔쳐본다. 카나타 씨는 기분 좋은 듯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 지금도 자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있었다.


 - 이 사람을, 더 알고 싶다.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럼......」


 평화로운 시간을 가로막은 것은, 카나타 씨의 목소리였다.


「카나타쨩은, 슬슬 가볼게」


 카나타 씨는 그렇게 말하고 벤치에서 일어나, 베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손으로 치마를 팡팡 하고 털었다.

 그 때 나는, 라벤더 같은 가련한 냄새조차 기분 좋다. 기지개를 펴는 카나타 씨를 시선으로 쫓으니, 갑자기 그 등이 휙 돌아섰다.


「시즈쿠쨩에게는, 오늘의 답례로 카나타쨩 특제 도시락을 만들어 줄게」


 햇빛을 등지고, 카나타 씨가 하늘하늘 웃은 순간-


 - 아


 나는 문득, 그리운 것을 본 듯한 감각을 기억했다.

 두근두근하고 가슴 속의 열이 오르고, 손가락 끝까지 태우는 듯한 감각. 기억을 들추려고 하는 그것에, 몸을 둘러싼 혈액이 소리를 내며 가속해간다.


 - 아아, 나는 이것을 아마도 알고 있다.


 돌연,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하나의 상을 이루는데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안개가 낀 것처럼, 어떻게 해도 그 정체를 떠올릴 수 없었다. 가슴의 고동만이 초조한 듯 격렬하게 뛰고, 목구멍을 바싹 말려간다.


「- 또 보자, 시즈쿠쨩」


 하지만 대답을 내는 것보다 빠르게, 내뱉어지는 카나타 씨의 목소리.

 순간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말이 되지 못하는 소리로 카나타 씨를 떠나보냈다.

 그 등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짓눌리는, 후회와도 비슷한 자책감.

 그 무거움을 절실히 느끼면서, 손에 남은 계란말이를 한 조각 입에 넣는다. 제대로 간을 했을텐데, 노란 그것은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다.


***


 그 뒤로, 품고 있던 감정의 정체를 찾으며 카나타 씨로부터 여러가지를 들었다. 예를 들면, 특대생으로 계속 있는 이유. 하루카상이라는 여동생이 있는 것. 그리고, 카나타 씨의「고집」에 대한 것.

 알면 알 수록, 내 안에서 카나타 씨의 존재가 커져가는 감각이 있었다.

 매주 목요일의 점심시간. 그것이, 우리들을 이어주는 시간이었다.


「다음 주 다시 여기서」라고, 그렇게 약속한 것도 아니다. 시간이나 날짜조차 정하지 않았다. 어쩌면, 카나타 씨의 마음에 드는 장소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진상을 묻지는 않았기에 모르는 채이다.


「어떤가요......?」


 3주째의 점심시간. 이 날도 다시, 우리들은 맑은 하늘 아래에서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응. 전에도 맛있었지만, 그 때보다도 맛있어졌어~」


 오늘 아침 만든 계란말이의 한 조각을, 몇번 음미한 카나타 씨는,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그렇게 말했다.


「모양도 조금씩 예뻐지고 있고, 역시 시즈쿠쨩은 노력가구나~」

「그건......」


 - 카나타 씨가 먹어주니까.


 그렇게 말하려하다, 입을 다문다. 마치 말해선 안될 말처럼, 몸이 자연스럽게 입의 움직임을 멈췄다.

 만약 말로 해버리면 이 시간이 끝나벌리 것만 같은, 그런 느낌조차 든다.


「그건......?」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아, 맞다」


 갑자기 말을 끊고, 카나타 씨는 바로 옆에서 뭔가를 꺼냈다. 자원(紫苑)색에 감싸져있던 그것을 열면, 보석과도 같은 선명한 광채가 나타난다.


「이건......」

「훗훗후~ 카나타쨩 특제 도시락이야」


문어 모양 비엔나나 닭튀김은 한입 사이즈가 되어있고, 가장자리 쪽에 딱 맞게 들어간 계란말이는 황금빛으로 빛난다. 양상추와 손을 잡는 방울 토마토는 모두 신선하고, 전체의 색채를 한층 더 좋게 하고 있었다.


「맛있어보여......」


감정이, 참지 못하고 튀어나왔다.


「훗훗후~ 마음껏 맛봐~」


기다렸다는 듯 도시락통이 내밀어지고,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눈치 챘을 때에는, 내 손에는 젓가락이 들려있고, 그 끝에는 계란말이가 잡혀있었다. 사양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을까? 그런 불안이 머릿 속을 스쳤지만, 이 상태에서 기다리는건 할 수 없었다.


「자, 잘먹겠습니다」


잡은 계란말이를 한 입. 그 순간-


「으음......!」


충격이 입에서 뛰어나왔다. 그건 딱 좋게 달고, 그리고 부드러운 맛. 얼마나 치밀하게 재료를 섞어야 이 맛에 닿을 수 있을까. 내가 만드는 그것과는 달리, 계란의 맛이 확실히 나면서, 씹을 때마다 그 달콤함이 입 안을 적셔 간다.


「맛있어......! 맛있어요, 카나타 씨!」

「에헤헤~ 계란 요리는 특히, 카나타쨩의 특기 분야니까~」


 가슴을 펴는 카나타 씨는, 기쁜 듯이 웃으며 내가 만든 계란말이를 한입, 입에 옮겼다.

 언젠가, 카나타 씨 같은 요리를...... 계란말이를 만들 수 있게 되려면, 이 감동을 카나타 씨와도 공유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서로 만든 도시락을 가지고, 어딘가로 산책을 가는 것도 좋다. 오늘처럼 기분 좋은 맑은 날에, 그 도시락을 먹으면서 느긋하게 있는거다.

 그건 너무나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 같기도 했다.


 - 하지만, 언젠가 이루어지면 좋겠네.


 선명히 그린 그 광경을 삼키니, 도시락통은 확실히 텅 비어있었다. 젓가락을 용기에 넣고 합장한다.


「잘 먹었습니다......!」

「변변치 못했습니다~」


 카나타 씨가 웃는 동시에, 우리들의 사이를 지나가는 것처럼 봄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둥글고, 그리고 스며드는 햇살은 부드럽다. 공복이 채워진 몸은, 그 따뜻함에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기분 좋은 한낮에 눈을 가늘게 뜨면, 카나타 씨가 하품을 하는 기색이 전해져온다.


「으응...... 날씨 좋네~......」

「네, 그렇네요」


 - 콩.


 갑자기, 오른쪽 어깨에 가벼운 충격을 느꼈다.


「카나타 씨?」

「음냐아......」


 카나타 씨의 자는 얼굴이 바로 옆에 있었다.


「...... 이런 곳에서 자면, 감기 걸린다구요?」


 물론, 그 목소리로 카나타 씨가 일어나는 일은 없이, 그녀는 완전히 꿈의 세계를 향해 배를 저어가고 있었다.

 어깨에 기댄 그녀의 얼굴을, 깨우지 않도록 천천히 무릎 위로 옮긴다.


「이쪽이, 분명 편하겠죠......?」

「음냐......」


 대답하듯이 돌아오는 숨소리. 행복해보이는 호흡에, 입가가 풀어지는걸 느낀다.

 나와의 시간이, 카나타 씨에게 있어 기분 좋은 시간이 된다면, 그걸로 좋다.


「후후, 안녕히 주무세요, 카나타 씨」


 무릎 위에서, 카나타 씨가 몸을 뒤척인다. 가슴 속에는 따끈따끈 따뜻하게, 발 언저리에 펼쳐지는 봄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기분의 정체를, 나는 아마도 알고 있다. 몇번 연기한 인생. 수없이 연기한 감정. 몇번이나 연기한 체험.


「에헤헤~......」


 그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으면, 기분 좋아보이는 목소리가 돌아온다. 꽃 같은 향기가, 슬쩍 내 코끝에 키스 했다. 무릎 위에 펼쳐지는 봄은, 어디까지나 기분이 좋다.


 -아아, 역시, 그렇다. 몇십번이고 연기해온 이것을, 이제와서 착각할 리도 없다.


 그건, 예전에 느낀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했지만, 그걸 신경쓸 여유가 있을 리 없다.

 카나타 씨에서 시선을 뗀다. 머리가 뜨겁다. 가슴의 소리는 커진다.

 나는 아마도, 카나타 씨에게-


「하아......」

 

 카나타 씨에게서 시선을 떼고, 푸르고 맑은 하늘을 바라본다. 가슴의 소리는, 아직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2장


 쾌청. 8월의 하늘은, 그런 투명한 푸른 하늘에 싸여있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의 가운데에, 태양이 빛나며 웃고 있다. 역의 홈에 내린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일이었다.

 덥다. 그 이외에는 떠오르는 말이 없다. 역의 저편...... 철로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자욱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 보는 것만으로 땀이 난다.

 곧바로 눈을 돌리고, 다시 한번,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그대로 발빠르게 개찰구를 빠져나가, 사람으로 넘치는 역을 뒤로한다.

 역을 빠져나가, 도로 위를 나아간다. 가로막는게 없는 탓인지, 태양은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끈지끈, 살이 타는 듯한 감각이 있다.

 아스팔트가 뜨겁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이 뜨겁다. 뭔가 모자라도 가져왔어야 했다.

 평소에는 스트레이트로 하고 있는 머리카락도, 오늘만은 한데 묶어서 꼬리처럼 늘어뜨리고 있다. 평소보다 목 주변은 확실히 시원했지만, 솔직히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카나타 씨의 집까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카나타 씨의 집까지의 루트를 확인하기 위해, 손에 든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서 잠금을 해제했다. 어제 카나타 씨와 연락한 토크 앱을 시작하니, 곧바로 길이 적힌 카나타 씨의 글이 나타난다.

 분명, 앞으로, 조금이었다고 생각하는데......

 훈풍이, 달아오른 피부를 쓰다듬듯이 지나간다. 무심코 눈을 가늘게 뜨니, 한순간, 시야에 그늘이 생겨났다. 동시에 무언가를 머리에 덮는 듯한 감각도.


「 거기 아가씨. 이렇게 더운 날씨에, 모자를 쓰지 않는건 몸에 안 좋다구?」


 - 카나타 씨였다.


 테가 넓은 모자를 씌워준 카나타 씨는, 나와 눈이 맞자 바로 부드럽게 표정을 흐뜨렸다.

 손을, 자신의 머리에 덮어진 그것을 향해 뻗는다. 까칠한 감각이 펼쳐지고, 카나타 씨가 씌워준 것이 밀짚 모자라고 바로 이해했다.


「예전에 카나타쨩이 쓰던 밀짚 모자인데...... 응, 시즈쿠쨩에게 딱 맞네」

「감사, 합니다......」


 밀짚 모자가 만드는 그림자가 부드럽게 눈가를 덮는다. 쏟아지는 열은 끊기고, 매서운 여름바람이 달라붙은 땀을 닦아낸다. 하지만 얼굴에 맺힌 뜨거움만은, 어째서인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면, 카나타쨩의 집까지, 안내할게~」


 씌워진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카나타 씨의 뒤를 따라간다. 그림자의 면적을 늘리듯이.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그리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카나타 씨에게 보이지 않도록.


「아, 맞다」


 무언가를 떠올린 것처럼, 카나타 씨가 휙 하고 돌아본다. 비어있는 쪽의 손을 잡은 후, 하늘하늘 웃으며,


「그 머리 모양도, 귀엽네」


 내 쪽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읏!」


 이어진 손이, 타는 듯이 뜨겁다.


 - 아아, 정말. 상태가 흐뜨러진다......


 밀짚 모자, 깊게 눌러쓴게 정답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분명, 카나타 씨에게 붉어진 얼굴을 보여버렸을테니까-



「자, 들어와 들어와~」

「시, 실례합니다......」


 문을 열고 손짓하는 카나타 씨에게 이끌리듯이, 현관을 지나 방으로 발을 들인다.

 순간, 라벤더 같은 부드러운 향기가 널리 퍼졌다. 감싸는 듯이 향기나는 그것은, 몇번이고 맡았던 카나타 씨의 향기. 고동이 빨라지는 것과 동시에, 아늑한 기분을 강하게 느꼈다.


「잠시, 기다려줘」


 카나타 씨가 복도 저편으로 사라지는걸 배웅하고,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카나타 씨의 방은, 상상과 달리 조금 조촐한 인상을 받았다.

 두 개 있는 공부용 책상은, 깨끗하게 치워진 것과, 참고서와 메모로 넘치는 것이, 2층 침대로 나뉘도록 놓여져있다. 구석에 내몰린 장롱의 발밑에는, 떨어져나간 스티커가 빼곡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눈을 끄는 것은, 좀 전에도 시선을 향했던 2층 침대. 방의 가운데에 놓여진 그것은, 다른 것보다도 충분히 오래 쓴 것처럼 보였다.

 잠시 그것에 눈을 맞추고 있으니,「하루카쨩과 같이 쓰고있어~」라며, 쟁반에 차를 얹은 카나타 씨가 알려주었다.


「앉아 앉아~」


 쟁반을 책상 위에 둔 카나타 씨는, 방석을 두 개 꺼내더니 내 눈 앞에 그것을 깔았다.


「지저분해서, 미안해」

「아뇨, 그렇지는......」


 공부 책상을 말하는 것일까, 쑥스러운 듯 웃는 카나타 씨의 시선은, 메모가 잔뜩 붙여져있는 쪽의 책상을 향해있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하루카상은 안 계신건가요?」


 다른 한쪽, 예쁘게 정리된 책상에 시선을 향하고 그렇게 물어본 때였다. 땅을 기는 듯한 한숨 소리가, 방 공기를 무겁게 한다. 그것이 카나타 씨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바로 눈치 채지 못했다.


「하루카쨩은, 스쿨아이돌 부의 합숙인거에요......우우......하루카쨩......」

「아하하...... 여름 방학이니까요」


 지금도 녹아버릴 것 같은 카나타 씨를 어떻게든 달래고, 서로 드디어 숨을 돌린다.

 카나타 씨가 내온 차를 마시니, 기분 좋은 청량감이, 목구멍을 천천히 흘러갔다. 컵을 내리니, 차랑, 하고 시원한 얼음 소리가 났다.


「시즈쿠쨩은, 분명 형제자매가 없었던가」

「네, 그렇네요. 오필리아는 있지만, 외동이에요」


 그건 분명, 언젠가 라디오에서 말한 것이었던가. 엠마상을 포함한 세 명이서, 정기 방송을 하고 있던 때를 떠올린다.


「그럼 오늘은, 카나타쨩은 시즈쿠쨩의 언니라고 생각해도 좋다구~?」

「오늘은 막내가 아니네요」

「뿌-, 시즈쿠쨩이 괴롭혀......」


 뾰로통하게 볼을 부풀린 카나타 씨에게,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온다. 내 미소에 이끌렸는지, 카나타 씨도 조금 들뜬 목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건 여름날의 석양처럼 완만하고, 그리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 조금, 하루카상이 부럽다.


 웃음이 가라앉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다.


「시즈쿠쨩? 멍하니 있고, 무슨 일 있어?」

「아...... 아뇨, 죄송해요」


 눈앞에 펼쳐지는 제비꽃색에,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돌린다. 약간 풍겨온 카나타 씨의 향기에, 가슴 속이 덜렁 내려앉았다. 마치, 마음 속을 간파당한 듯한, 그런 감각이 퍼져나간다.


「있잖아, 시즈쿠쨩. 아까 말했던거, 사실은, 농담이 아니라구?」

「에......」

「시즈쿠쨩에게는 오필리아쨩이 있고, 카나타쨩은 시즈쿠쨩의 진짜 언니가 되어주지는 못하지만...」


 샘물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 여느 때와는 아주 조금 다른 그 말투에, 마치 진짜 언니 같은 상냥함이 배어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건 카나타쨩이니까......」


 한번 말을 끊고, 숨을 다시 들이쉬는 기색이 있었다. 벗어나있던 시선을 다시 돌린다. 어디까지고 투명한 제비꽃색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카나타쨩에게, 뭐든지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하늘하늘 웃으며 뺨을 푸는 카나타 씨에게, 나는 한순간, 말을 빼앗겼다.


 - 아아, 정말로 하루카상이 부럽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카나타 씨의 그 애정을 받는게 가능한 것은, 진정한 의미로는 여동생인 하루카상 뿐이다. 나와 카나타 씨의 사이에는, 어떻게 해도「타인」이라는 벽이 크게 세워져있다. 가족이나 자매의 그것과 비교하면, 타인의 벽은 두껍고, 크다.

 하지만 지금만은, 그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 앞에서 정말로 어리광부려도 되는 것이라면, 정말로 졸라도 용서해준다면, 나는-

흡연으로폐암치유 코나~~ 유키~~~ - dc App 2020.11.16 21:26:47
시즈코 http://m.dcinside.com/board/sunshine/3649984 다음 2020.11.16 21:30:41
양ㄷㄷ - dc App 2020.11.16 22: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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